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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4일 22시 32분 등록

이전 칼럼 '권유와 강요의 길목에서'와 연결된 글입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책의 Part III 세일즈프로세스 7단계 중 'Closing'(종결)에 해당하는 칼럼입니다.



초기 세일즈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장 힘겨운 과정을 질문하면, 어려움을 호소하는 단계가 바로 ‘종결’(Closing) 과정이다. 이 과정은 청약서에 사인을 받는 마무리 단계이다. 그 동안 힘들게 지었던 농작물을 거둬들이는 추수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수확의 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마지막 한 고비를 넘어서야 한다. 이 고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과 두려움 없는 용기가 필요하다. 힘들게 지은 농사를 한 순간의 실수와 미숙함으로 망쳐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 나에게 종결과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긴장과 긴장이 교차하는 승부의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일즈를 시작하는 이들이 종결과정을 어려워하는 것은 왜일까?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해답은 간단하다. 거절을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거절은 아프다. 매일 주먹세례에 익숙한 권투선수도 매 경기 맞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나 또한 처음에는 종결과정이 쉽지 않았다. 아니 싫었다. 거절의 아픔이 싫었으며, 침묵의 긴장을 피하고 싶었다. 아예 고객이 미리 생각해 보겠다거나, 연락 주겠다는 거절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깨달음은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온다고 했는가?
두려움 많던 나에게도 종결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을 하게 된다.

2001년 초겨울.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씨였다. 당시 난 개인병원 의사시장을 한참 공략하고 있었다. 인천 지역에는 연고가 없었기에, 의사협회를 통한 명부가 유일한 가망고객리스트였다. 다행스럽게 의사시장 진입은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성과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의사시장 진입에 용기를 얻어 다른 전문가 마켓을 고민하다 선택한 시장이 바로 ‘약사시장’이었다. 약사시장은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만나기가 쉬웠다. 약국은 언제라도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둘째, 개인병원과 달리 늦은 시간(밤 9시)까지 영업을 했다. 이는 만날 수 있는 시간의 확장이었다. 셋째, 다른 업종과 달리 높은 소득을 유지하는 시장이었다.

개척의 과정은 역시 녹녹치 않았다. 의사시장과 달리 ‘약사시장’은 훨씬 진입장벽이 높았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의사시장과 달리 약사시장은 다른 보험설계사에게 완전히 오픈된 시장이었다. 개인병원의 경우, 간호사가 있어 일정의 진입장벽이 있었으나, 약국의 경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진입이 가능했다. 또한 의사들과 달리 약사들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약사시장을 포기할 즈음, 우연히 상담 약속이 잡혔다. 50대 초반의 부부약사였다. 남편은 50대 초반이었다. 머리숱이 많지 않았으며, 흰 색이 검은 색보다 많아 보였다. 부인은 40대 후반으로 눈가의 주름이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뒤늦게 진로를 바꿔 약대를 진학한 공통점이 있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만학도였지만, 두 사람은 만나 사랑을 키웠다. 당연히 결혼도 늦어져 어린 초등학생 두 딸이 있었다. 자신들이 어린 초등학생 딸들에 비해 나이가 많다는 사실에 하루빨리 경제적 안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도 있었다. 아무튼 어린 딸들은 그들에게 특별했다. 직감적으로 따뜻한 분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약사시장으로의 진입을 위해 이 부부약사의 상담은 중요했다. 그러나 역시 상담은 쉽지 않았다. 특히 약국은 차분하게 상담을 진행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방문하는 환자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은 무시한다 하더라도, 1 : 1 상담 자체가 힘들었다. 상담을 진행할 만하면, 환자들의 내방이 끊이지 않았다. 두통약부터 시작해서 자양강장제를 찾는 사람까지 쉴 틈 없이 약국을 노크했다. 상담은 계속해서 맥(脈)이 끊겼다. 첫 상담 하는데, 무려 2시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최소한의 재무정보를 파악했다.

다음 상담은 실질적인 상품 제안서를 설명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첫 번째 방문과 같은 번잡한 분위기에서는 도저히 니드환기와 계약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두 번째 상담은 약국 끝나는 시간으로 상담을 잡았다. 첫상담을 마치고 가방을 들고 나오는 순간, 약사부부는 친절하게 이런 단서를 남겼다.

“저희 부부는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오시는 것은 상관없지만, 기대는 하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가입에 대한 결정은 제가 제안 드리는 계획을 검토하시고 하세요. 가입에 대한 부담은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 주 수요일, 저녁 9시에 찾아 뵙고 인사 드리겠습니다.”


의례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인사를 했다. 그러나 기대하지 말라는 마지막 말이 마음 속 한구석에 내려앉았다. 다음 주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같은 시간에 다시 약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 시간까지 약국은 정신이 없었다. 약국 닫을 시간이 되었음에도 환자들은 계속해서 꼬리의 꼬리를 물고 방문했다. 또한 부부약사는 그리 환영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지 않았다. 무관심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10시가 다 되어서야 약국의 환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나는 즉시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제안서를 가방에서 꺼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다시 취객부터 유흥업소 종업원까지 약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했다. 시간은 이미 11시. 그때 부인약사가 짜증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

“오늘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오세요.”
“약사님, 잠깐의 시간이면 되니까. 잠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집에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나중에 오세요.”


약사 부부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상담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아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내일 같은 시간에 방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알아서 하세요. 그러나 오늘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어요.”


약국을 나오는 데, 유난히 서류가방이 무겁게 느껴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후 몇 차례 방문을 하였으나, 상담은 실패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투자한 시간 때문이라도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슬며시 오기(傲氣)가 발동했다. 직감적으로 빠른 시간에 결판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약속을 잡기 위해 전화를 하지 않았다. 대신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여러 번의 방문으로 인해 두 분께 불편함을 드리지 않았는지 걱정됩니다. 다만 제가 제안 드리는 상품이 두 약사님께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물론 선택은 두 분의 몫입니다. 다만 오늘만큼은 가입여부를 떠나서 꼭 상담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저녁에 인사 드리겠습니다.’

간단한 문자메시지였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마지막 상담이라는 생각으로 온 몸에 흐르는 기(氣)를 모아서 보냈다. 일말의 기대가 있었지만, 역시 답신은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 승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 듬었다. 어차피 최악의 결과는 결국 ‘No’일테니까……

부부의 업무가 끝날 시간인 9시에 약국에 도착했다. 어김없이 약국이 끝날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약국이 한가해지기를 기다렸다. 밤 10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을 때, 그들은 약국문을 닫으려 했다. 약국 구석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는 약국 정리를 도우며 말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약사님. 오늘도 여전히 바쁘시네요. 혹시 제가 보내드린 문자는 받아보셨는지요?”

나는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러나 두 부부는 그리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약사부부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자신들의 업무를 보느라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남편은 약품 재고를 정리하고 있었으며, 부인은 하루의 매출을 점검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후 그들은 내가 앉아 있는 데스크에 앉았다.

“참~ 끈질기시네요. 처음부터 저희가 모멸차게 거절을 했어야 했는데…… 아무튼 오셨으니까. 말씀하고 가시죠. 저희 부부에게 제안하고 싶은 상품이 도대체 어떤 건가요?”

이후 준비해 온 제안서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간단하게 진행하였다. 인생주기를 감안했을 때, 향후 발생할 생애 필요자금 ; 생활, 주택, 교육, 자녀결혼, 노후자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아직 자녀들이 어리다는 점을 포인트로 상담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보험상품을 최종적으로 제안했다.

“제가 제안 드린 재정계획은 마음에 드십니까?”

그들은 내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안서를 골똘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것은 고객이 상품에 관심이 있다는 종결의 1차 신호다. 자연스럽게 계약을 유도하는 ‘묵시적 동의’를 시도했다.

“제가 제안드린 상품은 약사님께서 가입하고 싶다고, 가입하실 수 있는 상품은 아닙니다. 회사가 정한 자격조건을 충족했을 때만 가입이 가능하십니다.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으신 적이 있으신지요?”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은 적은 없지만, 건강에 이상이 있지는 않을 겁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청약서(請約書)를 꺼내 보였다.

“이 종이는 청약서라고 합니다. 계약서가 아니지요. 많은 분들이 사인을 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고객 분께서 청약을 하면 회사가 승낙해야 최종적인 계약관계가 성립되게 됩니다. 그러면 수익자는 사모님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아이들로 하시겠습니까?”
“수익자는 저희가 계약을 하겠다는 판단을 했을 때,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요?”
“네~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제안 드린 계획이 마음에 드십니까? 이 제안서에 사인을 하시면 지금 이 순간부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보장이 시작됩니다.”
“상품 내용이 마음에 들긴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종결의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거절이 바로 ‘생각해 보겠다. 검토해 보겠다’라는 유형이다. 고객들은 50%이상은 단순히 ‘결정을 연기’하기 위한 거절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설계사는 이러한 경우 고객이 ‘진짜 거절’을 하고 있는지, ‘가짜 거절’을 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어떤 부분을 조금 더 생각해 보신다는 말씀이신지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내가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도와드리겠다고 하니, 부부는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상품 내용은 마음에 들지만, 보험료가 적정한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네~ 그렇다면 보험료 문제 이외에는 제안 드렸던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만족하신다는 말씀이시죠?”

거절처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절의 초점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실제 고객은 상품을 가입하지 말아야 할 수많은 이유가 있다. 상품내용, 이해도, 납입능력, 부인과의 상의…… 그러나 설계사는 종결과정에서 최종적으로 거절의 이유를 한 가지로 집중시켜야 한다. 그래야 종결의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

이 후 부부약사는 보험료 이외에도 수많은 거절의 이유를 말했으며, 나 또한 수많은 가입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거절과 가입의 이유에 대한 대화는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약국의 시계는 자정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시계바늘이 자정에 다다랐을 무렵, 부인 약사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늦었습니다. 저희에게 말씀하신 것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약사님. 제가 약사님 부부를 만나 상담하기 위해 수많은 방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어렵게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약사님들께서 충분히 검토해 보실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약국운영으로 정신 없는 두 분께서 그 제안서를 충분히 검토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두 분께서 결정을 내리시는 데, 도움을 드리는 사람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제가 함께 있을 때, 하시는 것이 옳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되실 겁니다. 이 청약서에 사인하는 순간, 사랑하는 두 따님을 위한 부모로서의 사랑이 시작될 것입니다.”

나는 조용히 펜과 함께 청약서를 두 부부약사 앞에 내밀었다.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한 이후, 가장 강한 종결을 시도했다. 물러서지 않았다. 내 자신이 생각해도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하게 가입을 권유했다. 두 부부 약사는 보험에 가입했을까? 결론적으로 두 부부 약사는 가입하지 않았다. 두 부부약사는 끈질기게 설득하던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OOO씨,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벌써 자정이 넘었어요. 당신이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절대 지금 결정하지 않을 겁니다. 돌아가세요. 더 이상 강요를 하면, 정말 화를 낼 겁니다.”
“약사님~ 제가 제안 드리는 이 내용은 두 분께, 아니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

이미 부부약사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남편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약국의 셔터 문을 내리고 있었다. 부인의 경우에도 겉옷을 입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상태였다. 상담 데스크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 명의 보험설계사만이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앉아 있었다. 남편 약사가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이야기했다.

“이제, 그만 합시다.”

더 이상의 상담진행은 불가능했다. 제안서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상담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났지만 부부약사에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 상담은 이렇게 끝났다. 온 열정을 다해 상담에 임했지만, 실패로 마무리 되었다.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은 가끔씩 2가지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판매를 위한 종결과정이 고객을 위한 진정한 권유인지, 반대로 고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강요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세일즈맨들은 자신이 권하는 상품이 진심으로 고객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만 많은 고객들은 세일즈맨의 끈질긴 종용(?)에 불편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세일즈맨의 입장에서는 포기하지 않는 열정일 수 있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고통스런 경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부약사의 경우에도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과도하게 권유하지는 않았는지 반문하게 된다. 아무튼 어떤 종결과정이 필요한 권유였는지, 불필요한 강요였는지는 고객만이 해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약사부부와의 상담 후, 몇 주가 흘렀다. 어느 날 지점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 한 명이 다가와 차를 한 잔 하자고 다가왔다. 그 동료는 자신이 지난 주 소개를 받아 어느 부부약사를 만났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부부약사는 얼마 전 내가 상담했던 사람들이었다.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그 부부약사는 자신들을 관리 해주는 분이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그 분이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당신의 명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저는 개의치 않고 상담을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사코 상담을 거절하시더군요. 나중에 계약을 하게 되면 당신에게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면담을 마무리하고 일어서려고 하는데,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남기시더군요. 자신들이 만나보았던 세일즈맨 중에서 최고의 세일즈맨이었다고 말입니다.”

처음에는 동료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수 차례의 방문에도 매몰차게 거절했던 사람들이 아닌가? 더욱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끈질기게 권유했던 경우가 아닌가? 강요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나에 대한 칭찬을 했다는 말에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고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객은 세일즈맨의 판매권유에 부담스러워할 수 도 있지만, 반대로 적극적인 태도와 강력한 종결과정을 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부부약사는 1년 후 청약서에 사인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검강검진에서 거절 당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부인약사가 앓게 된 것이다. 아쉬운 경우이다.

종결의 과정을 설명하는 데 있어, 타이타닉 호의 사례를 자주 들곤 한다. 당시 타이타닉 호는 최강대국 영국의 위용을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선상에서는 연일 수많은 상류층 인사들의 호화판 파티가 열렸다. 항해를 진두지휘 했던 사람은 명성이 자자했던 베테랑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이었다. 그의 마지막 항해를 축하하는 졸업여행이기도 했다. 스미스 선장은 출항 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타이타닉은 얼마나 튼튼한지 하느님조차 이 배를 침몰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오만함에 대한 심판이었던지, 1912년 4월 타이타닉 호는 빙산과 측면 충돌한지 불과 2시간 40분만에 선체가 두 동강이 난 상태로 철저하게 완파된다. 그리고 무려 1,503명의 인명피해를 기록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기 전, 항로의 위험을 알리는 무선 교신이 4번이나 전해졌다는 사실이다. 안개 속 빙산 때문에 항로를 변경하라는 급보였다. 그러나 4번의 무선교신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세일즈 교본에는 계약을 위해 최소한 5회 이상의 종결을 시도하라고 되어있다. 종결과정을 진행할 때마다 침몰하기 전 타이타닉 호에 전달된 마지막 무전을 생각하곤 한다. 세일즈맨은 상담의 종결과정에서 타이타닉 호에 마지막 무선을 보내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타이타닉 호는 4번의 경고 무전을 받았다. 만약 마지막 한 번의 무선이 더 보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종결과정은 계약을 위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어둠 속 빙산을 조심하라는 마지막 외침이다. 그 마지막 외침에 대한 열정이 침몰할 수 있는 고객의 삶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가망고객에게 접근했을 때,  'NO'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은 우리가 마치 방해자이고, 권유자이고 심지어는 구걸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NO'가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은 "나는 가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는 다른 우선 순위가 있습니다.', 나는 그러한 결정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을 모르는 데 어떻게 당신을 믿습니까?'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나를 설득하십시오. 포기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정말로 자신이 하는 일을 믿으십니까? 당신은 진실로 나를 돕기를 원합니까?' 이러한 질문들이 고객의 모습 뒤에 숨겨진 진짜 모습들입니다."

- 진 폴 챠빈, <성공의 공통분모> '성공은 태도에 달려있다'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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