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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2일 10시 12분 등록

 

보험설계사들이 첫 걸음마를 배울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덕목이 바로 ‘활동량’이다. 모든 세일즈는 대수의 법칙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바로 성공의 지름길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했던가. 초기에 체화된 습관은 향후 보험설계사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첫단추가 된다. 그래서 세일즈는 ‘사냥꾼의 직감’ 보다 ‘농부의 근면성’이 더욱 중요하다. 농작물들은 농부의 새벽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은가.

보험설계사의 수입은 건수에 비례하기도 하지만, 보험료의 절대크기에 정비례한다. 그래서 보험설계사들은 처음에 건수 위주의 활동 위주의 영업을 하다가, 점차 보험료 크기 위주의 영업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보험설계사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략과 전술을 고민하게 마련이다. 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고액시장으로의 진입이다. 고액시장으로 전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소개’다. 특히 고액 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을 때, 집요하고 치밀하게 성공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이 기회가 처음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 필요한 ‘마중물’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고액시장으로 진입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 왔다. 남동공단에서 중견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를 소개 받은 것이다. 사업가 시장을 진입할 수 있는 마중물이 생긴 것이다. 트랜지스터 기판을 제작하는 회사였고, 500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하는 견실한 회사였다. 들뜬 마음으로 전화기 앞에 섰다. 조심스럽게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들린다.

“여보세요. OOO사장님 되시죠? OOO님 잘 아시는지요? 네~ 저는 OO생명에 근무하고 있는 OOO라고 합니다. 혹시 OOO님께 말씀은 들으셨는지요?”
“네~ 전화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보험에 관심 없습니다. 지금 바빠서 전화 끊겠습니다.”

‘띠띠띠~’
수화기의 신호음이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스라히 들려왔다. 한참을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 사업가 시장 진입에 대한 희망은 단 몇 초의 짧은 만남으로 끝났다. 허망했다.

시간이 흘러 그 사장과의 전화는 잊혀져 갔다. 몇 달 뒤 남동공단에서 하루 종일 상담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처럼 그 날 상담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거절을 하는 것이었다. 5명에게 모두 거절을 당하고 나니 온몸의 기가 빠지는 것 같았다. 영혼의 탈진이라고나 할까. 힘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마지막 상담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리는 어둠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운전을 하다 차를 세웠다. 붉은 빛깔로 채워가는 저녁 하늘은 무척 아름다웠다. 미소 지으며 걷는 연인들과 가족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 행복해 보였다. 세상은 행복한 데, 나 홀로 남겨져 있는 듯 했다. 더 이상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전화할 기운도 용기도 없었다. 이내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몰았다.

그런데 운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낯익은 회사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회사는 몇 달 전 나를 매몰차게 거절했던 사장의 회사가 아닌가. 일단 회사 앞에 차를 세웠다. 갑자기 갈등의 파도가 밀려왔다. ‘만나 볼 것인가, 그냥 지나칠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다 차에서 내렸다. 그러나 선택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다른 나’는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었다.
‘하루 종일 깨졌는 데, 아직도 모자라냐? 그가 만나는 줄 것 같냐? 회사 정문도 통과하지 못할꺼야. 아니야. 어차피 하루 종일 깨졌는데, 한번 만나 볼까. 혹시 알아 사장이 만나줄지도 몰라.’
고민 끝에 사장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미친 척하고 ‘한 번 더’라는 마법을 믿으며 만나보기로 했다. 경비원이 무슨 일로 왔는지 용무를 물었다.

“OOO사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지난번 통화한 적이 있습니다.”

갑작스런 방문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미 사장과 잘 아는 사이처럼…… 경비원은 사장을 만나러 왔다는 말에 부리나케 전화를 했다. 그런데 예상 밖의 답변이 나왔다.

“사장님께서 올라오시라는 데요…….”

막상 회사 입구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99% 만남은 기대하고 있지 않았었다. 약속도 하지 않은 갑작스런 방문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더구나 몇 달 전 호되게 전화 거절했던 사람이 아닌가? 반신반의 하며 2층에 있는 사장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은 직원들의 퇴근으로 약간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사장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담배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금도 담배를 피웠던 모양이다. 사장은 투박했지만,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얼굴이 약간 수척한 것이 어딘지 모르게 초췌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먼저 자신에 대해 소개를 했다. 어떻게 해서 보험영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떠한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의외로 지난 전화통화와는 달리 무척 다정하게 대했다.

“반갑습니다. OO생명의 OOO라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방문을 드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지금 바쁜 시간도 아니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왔나요?”
“오늘 제가 방문 드린 것은 ‘사장님’에 대해 말씀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나에 대해 이야기 하러 왔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오늘 단순하게 보험상품을 권유하러 온 것은 아닙니다. 사장님께서 얼마나 중요한 분인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해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의 꿈과 희망을 어떠한 경우에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사장님. 저도 사업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보았는데, 모든 관심과 열정을 회사에 쏟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수백 명이나 되는 직원들의 삶까지 책임지고 계시기에,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모든 것을 헌신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사장님도 그러시죠?”
“사업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 것 아닙니까? 그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지요.”
“네~ 맞는 말씀입니다. 기업의 대표라는 위치는 상당히 외로운 자리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오직 스스로의 선택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직원들이 사장님의 마음을 십 분의 일이라도 이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건 사장이 짊어져야 할 어쩔 수 없는 업보 같은 것이지요.”

그는 차분하게 대화를 경청했다. 처음보다 마음의 문이 열린 것 같았다.

“사장님~ 저도 1인 기업가입니다. 사장님과 같이 대규모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엄연히 사업소득세를 내는 비즈니스맨입니다. 그래서 성공하신 분들을 뵈면, 보험권유를 떠나서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이 질문을 던진 후, 그는 무려 30분을 넘게 이야기했다. 사업가들은 기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다. 중요한 일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어려운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자신의 어려움과 고독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이야기할 수도 없다. 부하직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없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부분 사장들의 시간은 다른 사람들로 채워지기 일쑤이다.

“사장님. 대단하시네요. 사장님 말씀을 듣고 있으니, 제 자신이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는데요! 좋은 말씀, 공짜로 들었네요.”

우리는 오래된 사제관계처럼, 아니 친구처럼 함박 웃음을 나눴다. 그리고 그는 내게 담배를 권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못이기는 척 함께 담배를 피웠다.

“그런데 사장님. 아이들하고 시간은 많이 보내시나요? 제가 사업하시는 분들을 만나보면, 가족 특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슴 한 구석에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더라구요. 사장님은 어떠신가요?"

그는 이 질문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이내 담배 한 개피를 베어 물었다. 깊게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 괜한 질문을 했나 싶었지만, 분명히 그는 가슴 한 구석에 말 못할 고민이 있는 듯 했다.

“스스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회사가 모든 것이었지요. 나를 믿고 따라주는 직원들은 내 분신이었지요. 여태까지 직원들 월급 한 번 밀려본 적 없어요. 사채를 써서라도 직원들 월급은 챙겨 줬지요. 그런데 지금 와서 뒤돌아 생각해 보니, 아이가 눈에 밟혀요. 경제적으로는 풍족했을지 모르지만, 아이의 기억 속에 아빠의 추억이 차지하는 공간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지요. 아내가 다 키웠으니까. 지금 중학교 졸업반에 다니는 딸아이가 하나 있는데, 마주칠 때마다 나를 어색해하는 것 같아요. 마음이 씁쓸합니다. 아들 녀석 같으면 목욕탕이라도 함께 데려 갈텐데…… 요즘은 사춘기라 그런지 더욱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녀석이 다음 주에 미국으로 떠나요. 아이 엄마와 함께.”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연달아 담배를 피워댔다.

“무슨 이유로 미국을 가나요? 아이 공부 때문에 그런가요?”
“우리 아이의 꿈은 NASA에서 근무하는 거예요. 실현가능 할 지 모르겠지만, 여간 야무진 녀석이 아니예요. 공부도 곧잘 합니다. 더 큰 꿈을 꾸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거지요.”
“네~ 아이를 위해서는 좋은 기회이기는 하지만, 사장님 입장에서는 많이 심난하시겠네요.”
“모르겠어요. 지금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 할지…… 마음 한 구석이 텅빈 유리병처럼 공허함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아요. 아내와 아이를 먼 곳으로 떠나 보내는 것이 잘한 결정인지도 반문하게 되요. 마음이 뒤숭숭한 것이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요. 그나저나 오늘 내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OOO씨도 내게 찾아온 목적이 있잖아요? 내게 적합한 상품이라도 있습니까?”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 사장님께서 느끼시는 마음을 일견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품을 말씀드리기 전에,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사모님과 OO도 미국으로 떠나는 것이 마음 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두 분이 떠날 수 있는 것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장님께서 건재하시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렇겠죠.”

“그렇다면 사장님께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따님의 꿈은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어떠한 경우에도 따님의 꿈은 지켜 주실 거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러나 내게 무슨 문제가 발생해도 아내와 아이가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은 충분히 있어요.”
“물론 준비는 되어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사업이라는 것이 복잡한 채권, 채무 관계가 존재하지 않나요? 사장님께 만약 무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모님께서 채권, 채무 관계에 대해 완벽하게 해결하실 수 있나요? 대단히 험난한 과정이 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사모님께서 회사를 운영하실 수는 있나요?”
“불가능하겠지요.”
“결국 사장님께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모님께서는 회사를 매각하거나 자산을 파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사장님! 오늘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언제 어떠한 경우에도 사랑하는 아이의 꿈을 지킬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따님의 희망을 지킬 수 있는 계획입니다.”

그는 말없이 웃었다.

“당신이 이야기하는 상품은 어떤 것인지 잘 압니다. 사업하는 동료 몇 명도 이미 가입했더군요. 당신이 내게 권유하는 보험에 대해 이미 여러 번 상담 받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친구들보다 자산이 많습니다. 굳이 생명보험으로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실 수도 있습니다. 잠깐 제가 준비한 글 하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가방에서 자필로 쓴 고객의 글을 건넸다. 이 글은 가입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받는 ‘사랑의 편지’라는 글이었다. 이 글은 고객이 사망했을 때, 보험금과 함께 지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글이었다. 고객들은 이 글을 ‘유서’(遺書)라고 불렀다.

사랑하는 우리 딸 OO, OO 그리고 아름다운 나의 여인에게

항상 아빠는 너희를 보면 너무도 행복하단다. 그래서 항상 다짐하곤 하지. 이렇게 크나큰 행복을 주는 너희에게 아빠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무엇을 해주어도 아깝지 않고 무엇으로든 보답을 해야겠다고…… 아마도 너희가 이 편지를 보는 순간이 너무도 슬픈 순간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아빠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아빠는 이 글을 쓰면서 조금 더 건강해야지, 조금 더 사랑해야지 그리고 행복해야지 하고 다짐한다. 그것이 너희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 일꺼야. 오늘 아빠는 왠지 마음이 넉넉하고 즐겁구나. 너희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만약 아빠에게 무슨 문제가 발생한다면, OOO선생님이 도와주실 것이다.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 영원히~

사랑하는 아빠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

‘사랑의 편지’를 읽는 내내 사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사장님같이 성공하신 분께서 사랑하는 아이에게 남겨준다면 무엇을 남겨주는 것이 좋을까요? 부동산, 주식, 현금. 어마어마한 재산일까요? 이런 물질적인 것들이 진정 아이에게 진정한 도움이 될까요? 아마도 이러한 재산들은 아이 입장에서 당연히 받아야 할 상속재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재산들이 사장님께서 열심히 살아오신 삶을 자녀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전달하고 싶은 가치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을까요? 아이에게 상속해야 할 것은 따님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는 계속 입을 열지 않았다.

“물론 제가 제안 드리는 상품이 사장님께서 전달하고픈 사랑을 모두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이 상품에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광채도 없고, 자동차와 같은 편리함도 없습니다. 다만 인간에 대한 간절함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애정을 돈을 주고 살 수는 없지만, 돈에 애정을 담아 전달할 수는 있습니다. 사장님의 마지막 순간에 보험증권은 마법과 같은 신비를 만들어냅니다. 사장님의 생명과 맞바꾼 보험금은 다른 재산과는 다른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나는 일부러 침묵을 지켰다. 그는 다시 말없이 고객들이 쓴 ‘사랑의 편지’를 말없이 응시했다. 어색한 침묵의 공기가 사무실 안을 배회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약간 긴장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내게 적합한 보험을 설계해 줄 수 있소?”

이후 나는 당시에 보험회사가 제안할 수 있는 최고의 보장금액에 해당되는 보험을 계약했다. 긴장과 떨림의 시간이었다. 계약서에 최종 서명을 마친 후, 그에게 ‘사랑의 편지’를 부탁했다. 처음에는 정중하게 ‘됐다며~’ 사양했다. 나 또한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사장님께서 ‘사랑의 편지’를 쓰지 않으신다면, 이 계약을 철회하셔도 괜찮습니다.”

내 완강한 태도에 그는 잠시 당황하면서, 마지못해 펜을 들었다. 그러나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는 매우 진지했으며, 경건하기 까지 했다. 중간중간 글을 쓰기 위해 상념에 젖어 드는 듯했다. 사랑의 편지를 다 쓴 후,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얼떨결에 가입하는 느낌이군요. 당신은 내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마음 속 공허함과 허탈감을 잘 공략했소. 그러나 사인을 한 뒤에 마음의 평화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오. 사랑하는 딸아이를 위해 작은 선물 하나를 준비했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당신은 다른 보험설계사와는 좀 다르게 접근하더군요. 아무튼 축하하오.”

내게 있어 최고의 수입을 가져다 준 계약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그 사장이 보험을 가입한 이유는 화려한 설득화법도, 친밀한 관계형성도, 전문적인 재테크 정보도, 특별한 세금프로그램도 아니었다. 다만 사랑하는 딸아이를 향한 아빠의 못다한 사랑이었다. 그는 외국으로 떠나는 사랑하는 아이의 꿈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것이 어떠한 경우든 말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했다. 그 무엇이 생명보험이었을 뿐이다.

생명보험의 교본에는 ‘마지막 3피트(Final 3 Feet)’라는 용어가 회자되곤 한다. 유래는 미국의 어느 광산업자가 모든 재산과 열정을 다해 금광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금맥이 있는 곳, 겨우 3 피트를 남겨놓고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이 광산을 헐값에 인수한 다른 광산업자가 다시 발굴작업을 시작 했는데, 결국 엄청난 금맥을 발견하게 되어 성공한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처음 광산업자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3피트를 파헤쳤다면, 어마어마한 성공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마지막 3피트(Final 3 Feet)’라는 용어를 ‘한번 더!(all over again!)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즉 마지막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고객 한 명을 더 만나보는 용기가 중요하다. 신비스러운 것은 마지막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명 더 만난 고객이 귀인(貴人)으로 다가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비를 경험한 것은 나 개인만이 아니었다. 일정 이상 성공의 경험을 한 보험설계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러한 경험을 했던 것이다.

마지막 포기하고 싶은 순간, 내딛는 한 걸음은 결코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나의 목적은 성공이다. 중요한 것 중 희생 없이 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무거운 짐이 없다면, 힘이 더 강해질 수 있으며 인내는 기다림과 함께 나타난다. 치유는 상처 뒤에만 일어나며 도움은 스스로 모든 힘이나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만 제공된다. 게으름뱅이와 겁쟁이의 눈에는 가장 큰 보물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나는 겸손과 인내, 용기의 변치 않을 보상을 희망한다.”

- 솔로몬 힉스 “전설이 된 세일즈 마스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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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12.23 09:49:19 *.97.37.242

항상 그렇지만, 잘 읽힌다.  감동도 있고.

"마지막 포기하고 싶은 순간, 내딛는 한 걸음은 결코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거암 글에 공감하는 건, 누구에게든 와 닿을 수 있는 이런 메시지 때문인 것 같다.
성공과 평범의 차이는 아주 작은 데서 비롯된다는 진실. 세일즈를 하건,  책을 쓰건...
난 세일즈를 하진 않지만, 신념을 주는 이런 책이라면 한 번 읽어볼 의향이 있는데.
거암도 내가 책쓰면... ㅎㅎ, 쓰기도 전에 마케팅 생각부터 하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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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08.12.23 13:38:39 *.122.143.151
잘 하고 있네..
보험 설계사들을 위해서는 아주 좋은 내용과 형식이란 생각이 들어.
긴 듯한 내용은 조금 축약을 할 수 있으면 좋을 듯 싶고,
다른 사람들의 성공사례, 실패사례 그리고 육성담 같은 것도 담으면 좋을 듯 해 보이네...
그리고 조금 더 다양한 실험을 했으면 좋겠어.
아무래도 골라먹는 재미가 있으면 독자들은 더 '띵호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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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3 14:06:37 *.64.21.2
좋겠다. 잘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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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3 23:58:15 *.38.102.232

  영락 없이 아주 잘 읽히는 자기 계발서인데 쪼금 비틀면, 어떻게 될까요?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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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12.24 00:12:23 *.37.24.65
대화 사이에 긴장을 풀어주거나 더욱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묘사가 들어가면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접하면서 끝까지 단숨에 읽었다.
다음 상황이 그리 쉽게 예측되지 않고 궁금증을 유발하니 더 좋네.
거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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