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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일 11시 01분 등록
 


소심의 유래 5



“어~ 드디어 눈을 뜨셨군요~”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마치 꿈 속에서 유영하는 듯, 솜사탕의 그 부드러움 속에 빠져 있는 듯, 달콤한 젤리의 첫 느낌처럼.... 고개조차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노아’는 그 천사의 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기 위해 부리나케 눈동자를 돌렸다..............



(이어서)


‘노아’의 눈에 불이 번쩍 났다. 그의 눈동자에 광채가 어렸다. 헉! 신(神)도 아닌 사람에게서 광채가 나다니! 분명 사람의 얼굴 주위로 빛의 테가 둘러져 있었다. 눈이 부시다 못해, 눈이 시렸다. 노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다. 앞이 좀 어둡고 뿌옇다. 빛이 너무 세었기 때문이라 생각되어 눈을 비볐다. 눈꼽이 더덕 더덕 붙어 있었다. 쩝.... 정성스레 그것들을 떼었다. 그러자 앞이 밝아졌다. 그리고 다시 소리 났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한 여자가 서 있다. 광채는 없다. 이런.... 눈꼽에 의한 착시현상............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헉2! 이런 미모가! 예전에 사모했던 ‘한두자보(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와는 차원이 틀린 외모! 뭐랄까, 천상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놀다가 안전띠를 매지 않아 지상까지 떨어져 버린 아름다운 엔젤의 모습이랄까! 마치 김태휘 100명 정도를 모아 이쁜 곳만 뽑아서 새로이 재구성한 얼굴이라면 대충 비슷할까? 게다가 몸매는 왜 이리도 쭉쭉 빵빵인거야! 눈동자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이 강렬한 포스에 온 몸이 불타버릴 것 같아!! 이렇게 불에 타 죽으면 고맙고 행복한 화형(火刑)이 되는 것일까?


그런 쓰잘 데기(?) 없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아름다운 그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 혼을, 삶은 달팽이 몸통 쏙 빼먹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아직 움직이시면 안되요. 조금 더 쉬셔야만 해요. 한달을 꼬박 야채인간처럼 누워만 있었는걸요.(적당한 에코 효과가 가미된 목소리...)”


헉3! ‘한달이나? 그리고 야채인간이 아니라, 식물인간 아닐까?...’ 노아는 놀랐지만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직 눈동자 외에는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한달 전쯤이었어요. 집 앞에서 제일 가까운 바닷가에 우연히 나갔다가 바닷물에 밀려 떠내려온 물체를 발견했어요. 처음엔 뭔지 몰랐는데 잘 보니 사람이더군요. 죽은 줄 알고 그냥 다시 바다로 밀어 넣었지요. 그랬더니 잠시 후에 다시 모래사장 쪽으로 또 나오는거에요. 화가 조금 나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좀 더 바닷속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어요. 다시 못 나오게요. 그런데 웬걸요, 또 다시 나오는거에요. 화가 점점 치밀어 오르더군요. 그래서 집에 있던 배를 끌고 나왔어요. 그리고 다시는 다시는 물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려고 발에 무거운 돌도 묶었구요. 그리고 던지려는 순간, 세상에나, 죽은 줄만 알았던 당신이 말을 하는 거에요. 조그마한 신음소리처럼 ‘살..... 려...... 줘............’ 하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 당신이 있는거에요.”


노아는 그녀가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사실에 기뻤지만 한편으론 등 뒤에 식은 땀이 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녀는 베지타블 숲과 미네랄 워터를 가져와 정성스레 노아의 입에 조금씩 조금씩 떠먹여 주기 시작했다. 아~!!! 그녀의 몸에서는 사람의 코를 자극하는 향기가 났다. 그것은 자연의 향기였다. 깊고 깊은 숲 속, 햇빛이 잘 드는 양지에 누워 숲의 정기를 받아 들일 때만 향유할 수 있는, 자연이 생물에게 주는 향기였다. 노아는 한없이 편안했다. 그리고 다시 스르르 잠이 들어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숲 속에 누운 채 한 없이 깊은 잠이 들어가고 있는 그런 자신을....



그녀의 이름은 ‘당사위태사(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라고 했다. 이름처럼 사랑 받을 가치가 충분했다. ^^; 그리고 이 곳은 ‘Kingdom of Trimi(트리미 왕국)'란 곳이며, 자신은 일찍 부모가 돌아가신 탓에 혼자가 되었으며, 바닷가에서 각종 수산물을 잡아 장터에 내다 팔면서 살고 있다 했다. 그녀는 소위 OW(Ocean Woman : 해녀)였던 것이다.


어쨌든 노아는 그녀의 간호 덕에 하루하루가 다르게 나아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웬만큼 거동을 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그리고 선남선녀가 그렇듯 둘 사이에는 웬지 끈쩍끈적한 정체불명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덥다 못해 아주 뜨거운 열대기류가 그들을 ’후끈‘ 덥쳐버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그들은 이성을 잃었다. 삼성도 잃고, 사성, 오성까지 잃었다. 그들은 단지 Biologitic Instinct(생물학적 본능)에만 충실한 암수였다. 그들은 쉬지 않았다. 완전히 정상적으로 회복했다고 보기 힘든 노아의 연약한 몸은 산산이 부서져 곱게 빻아진 인절미 가루가 될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두사람 모두 행복한 화형(火刑)을 당하기로 작정한 듯 싶었다. 숨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들은 서로를 밀어 부쳤다. 우주의 시간 속에 그들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있을 듯 했다.


마침내 한시간이 흘렀다. 그들의 몸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강렬한 작업 후의 휴식은 이 세상 무엇보다 달콤함을 선사했다. 그러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입을 통해 이루어지는 언어는 아무런 소용도, 의미도 없었다. 신체언어만이 의미가 있을 뿐이었다.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욕망의 전쟁, 포화와 연기와 소리만으로 가득찬 그런 전쟁이 다시 1시간 가량 지속되었다. 그리고 다시 10분 휴식..... 다시 또 이어지는 축제, 축제, 축제..................... -_-;;;   그만..... 이제 제발 그만하자..... 니들도 힘들겠지만, 내가 다 힘이 딸린다... 사실 이제는 자판 두드리기도 힘이 든다.... 그러니 아쉽겠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쫑치고, 내일 또 축제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꾸나... 응? 응? 응? -_-;;



정확히 두 달 후 그들이 살고 있는 바닷가 옆 작은 오두막집에 아기의 울음 소리가 새어 나온다.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본 것이다. 아니 생물학적 행동에 의한 결과 보고서가 제출된 것이다.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노아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자신의 아이를 한시도 옆에 떨어뜨려 놓지 않았다. 그리고 갓님(God Nim)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모든 것은 갓님의 은혜였다. 갓님의 선택 덕분에 모든 종족이 수장(水葬)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은 용케 살 수 있었고, 게다가 이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들까지....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예전에 흘렸던 슬픔의 눈물이 아닌, 진정한 감사가 담긴 기쁨의 눈물이었다.


좋은 일이 많으면 구슬 장사꾼들이 돈을 번다(호사다마[好事多魔])고 했던가? 그동안 지나친 본능 표현의 결과로 노아의 몸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아내 ‘당사위태사’는 산과 바다를 다 뒤져 몸에 좋다는 건 뭐든지 가져다가 노아에게 먹여보았지만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그의 몸은 되돌려 지지 못한다. 노아는 자신의 몸이 얼마를 더 살지 못할 것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불러다 놓고 마지막 유언을 한다.


“사랑하는 당신. 우리가 비록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상에서 이렇게 연을 맺고 우리의 자식까지 만들고 갈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리오. 아마 당신과 만나 지금까지의 시간이 내 인생에서 제일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소. 나의 영혼이 갓님께 돌아가더라도 내 영원히 당신을 잊지 않으리다. 우리 죽어 다시 만나면 다시 뜨거운 나날들을 보냅시다!!! 그리고 우리 아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를 잘 부탁하오. 부족한 애비지만 그래도 옆에 있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먼저 가는게 너무나 안타깝고 아쉽소. 그러나 그래도 당신이 잘 키워줄 것이라 믿으니, 조금은 안심하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겠소. 사랑하는 당신! 당신이 있어 정말 행복했고, 세상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했었소. 비록 내 육체는 당신 곁을 떠나지만 일년, 365일, 86,400초 내내 나의 영혼은 당신과 우리 아들 곁에서 수호천사가 되어 자리를 지키리라. 그러니 외로워마시오. 우린 영.원..히... 함께....... 할..거...요...... 당..신...을 정말.. 정말로.... 사랑하..오...................... (눈물 주르륵....)


‘당사위태사’는 소리내어 울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눈물을 삼켰다. 노아는 하늘이 그녀에게 내려준 선물이었다. 그리고 그 선물을 거두어 가는 동시에 새로운 선물을 안겨주고 간 것이다. 그녀는 노아의 유언처럼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를 잘 키워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녀는 아들을 힘주어 안았다. 이제 이 세상에는 외로운 모자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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