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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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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9일 15시 21분 등록

 2015년 아들이 중3때 일이에요. 3월 신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아들에게 전화가 왔어요. 학교에서 문제가 생겨 처벌을 받게 되었다면서요. 아들은 항상 문제가 생기면 자기가 먼저 알려요.

학교에서 혹은 선생님께서 연락을 할 거에요. 그런데 그 일은 이러이러한 거니 알아두세요. 전화를 먼저 하는 이유는 엄마가 아무것도 모르고 연락을 받으면 걱정하고 놀랄까봐 그리고 제 잘못이니 제가 먼저 알려야한다고 생각해서예요.”

 우리 부부는 초등학교 때부터 잘못을 해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우선 솔직히 이야기 한 것에 대해 잘 했다고 하고 그 내용에 대해서만 앞으로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 했어요. 물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야단을 쳤죠. 그래서인지 아들은 속이고 넘어가는 것보다 항상 솔직한 것을 선호해요.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거고 그럼 그것 때문에 더 화가 나고 본인도 들킬까 맘 졸이고 있어야한다면서 처음부터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는 거죠.

 

 사건의 전말은 이랬어요. 우선 담임선생님이 미술선생님이시고 그날은 아들이 미술실 청소 당번이라 청소를 하고 늦게 하교를 했다고 해요. 그런데 학교 앞에서 스프레이 락카를 1000원에 파는 걸 많은 남학생(절대 여학생들은 이런 거에 관심이 없어요.)들이 샀고 그 중 3명이 교문에 락카를 뿌리고 있었대요. 지나가던 아들은 신기하다면서 한 번 줘봐하고 딱 한번 뿌려보곤 집으로 온 게 다 였다는 거죠. 하지만 아들의 그 한 번이 학교 CCTV에 찍혔고, 3명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 학교건물에 마구 뿌리고 주변 주택 벽에도 뿌렸대요. 그 외의 많은 아이들도 학교 밖에 뿌리고 다녔고……. 결국 주변 마을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학교기물 파손이라는 이유로 3명의 아이와 우리 아들이 처벌 대상이 되었어요. 선생님께서도 연락을 하셔서 학교 기물파손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하셨어요.

 

 아들은 억울해서 선도선생님께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딱 한 번밖에 하지 않았는데 다른 아이와 같은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한 것 아니야. 하지만 그 선생님은 횟수에 상관없고 낙서한 장면이 CCTV에 찍혔다는 이유로 나머지 3명과 똑같은 학교 곳곳의 껌을 제거하는 교내봉사 처벌을 내렸어요. CCTV는 교문에만 설치되어 있었던 거죠. 3명의 아이들은 주변 주택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꽤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고 해요.

아들은 CCTV가 없는 곳에서 한 아이들은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자기가 제수가 없다고 생각하더군요. 결국 아들의 억울함은 내가 들어주며 같이 억울해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어요. 자기가 미술실 청소 당번이 아니었으면 그 시간에 지나가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그런 일도 없었을 거라고. 아니 조금만 일찍 혹은 조금 늦게 교문을 나갔어도 그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을 텐데 이러면서 그 날을 되돌리더군요.


 난 이것 또한 어른의 이기적인 욕심이 만든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중학교 앞에서 대량으로 스프레이 락카를 팔면 잘 팔리겠다는 단순한 생각만 하고 그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은 전혀 생각도 안 했을 테니까요. 중학교 남학생 스프레이 락카를 사면 뭘 하겠어요? 불 보듯 뻔하죠. 그냥 뿌리죠. 어디에? 아무데나. 모든 남학생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당연한 거예요.

무엇이든 사건이 생기고 나니 드는 생각이, 그럼 학교는 평소 아이들에게 학교기물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사전교육은 했을까요? 락카를 파는 어른들은 아무 곳이나 뿌리면 안 된다는 주의는 주었을까요? 결국 아이들을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어른이 만든 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일까요? 아니 난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들을 통해 들으니 이런 경우는 온라인상에 더욱 많아요. 전자담배 구입을 오프라인에서는 성인들에게만 하고 있어요.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미성년자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고 해요. 이것보다 더 많은 경우가 있을 거예요. 어른들이 단순한 돈벌이로 하는 많은 행위에 호기심 많고 일탈을 꿈꾸는 아이들은 너무도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처벌에 대해서도 선도선생님의 말씀이 틀리지는 않지만 매번 학교는 결과에 대해서 처벌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어떻게든 빨리 처벌해서 사건을 종결시키려고 하죠. 잘못한 사실이 없는 건 아니지만, 행동에 대한 동기나 정도의 차이에 대해서는 전혀 반영이 없다면 잘못에 대해 반성하기보다 억울함이 남을 것 같아요. 걸리지만 안으면 된다고 여기는 건 당연하겠죠.

 처벌보다 사전에 예방에 더 힘써야 한다고 봐요. 이번 사건도 학교 앞에 락카 파는 상인이 있으면 그 상인에게 안 된다고 제재하고 못 팔게 했어야하는 거 아닐까요.

 

 아들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다보니 나 역시 생각지 못했던 생각들을 하게 돼요. 아이들에게 너무도 많은 일탈의 유혹이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아이뿐 만아니라 부모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면서 서로의 가치관과 관점을 잡아가야 하더군요. 물론 이런다고 일탈의 욕구와 유혹에 안 빠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왜 일까요? 이 땐 몰랐지만 이후 더 큰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 이야기는 다음에~

IP *.124.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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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0 23:55:00 *.44.153.208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면서도 더 큰 사건을 이야기하실 것 같아서 조마조마하네요.

그래도 아이가 솔직한건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어른들의 이기심이 결국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건데

알면서도 내 애가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싶네요~

갑자기 달걀유통건도 생각나면서.. 화가 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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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6 15:55:16 *.124.22.184

다음 사건도 다 끝났으니 뭐~ ㅎㅎㅎ

아들 둘 키우는 정학씨에겐 도움이 될수도 있는 내용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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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1 15:06:00 *.226.22.184

만나기도 전에, 조금 있으면 모든걸 알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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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6 15:56:06 *.124.22.184

만날 일이 있을까요? ㅎㅎㅎㅎ

모든 걸 알 수는 없을 거에요. 아직도 계속 진행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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