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윤정욱
  • 조회 수 934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7년 9월 11일 06시 58분 등록

어디선가 인생은 ‘BCD’라는 말을 들었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선택(Choice)만이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가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하는 모든 순간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 받는다. ‘선택하다는 언뜻 보기에 매우 능동적인 말처럼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매 순간 자신의 순수한 이성과 의지에 따라 더욱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믿고 있는다. 하지만 실제의 삶 속에서 우리의 선택은 어떠한가?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한참 다를 때 우리가 자주 하는 변명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선택이 주로 개인의 내적 영역에 속해 있다면 이러한 개인과 개인의 선택이 접점이 되어 만나는 곳에 생겨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약속이다. 나의 선택과 타인의 선택이 마주치는 교점에서 생겨나는 것이 바로 약속이다. 물론 약속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반문 할 수도 있다. 혼자서 하는 다짐이나 새해 목표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내적 자아의 역할이 둘로 분리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구체적 행동이나 선택을 제안하는 제안자와 그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자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살을 빼기 위해 매일 아침 한 시간씩 한 달 동안 운동하기로 다짐 했다면, 내 안에는 이미 매일 한 시간씩 한 달 과정을 완벽하게 마친 미래의 나의 모습이 제안자가 되어, ‘수용자인 현재의 나에게 달콤한 유혹의 말로 다이어트를 권유한다.

 

선택과 약속의 차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선택은 결정의 순간에 내리는 단발적인 행위에 불과하지만 약속은 처음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이 실현 될 때까지의 결과도 중요한 하는 장기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흔히 약속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일상에서 이를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약속을 지키지 않아 목숨까지 잃은 사람이 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따르면 중국 춘추시대 말기에는 제나라 대부로 이름이 높았던 재상 안영의 추천을 받아 장군에 임명 된 양저 라는 인물이 있었다고 한다. 서출 출신이었던 그는 장군이 되고 난 후, 사마(司馬, 군사 업무를 책임짐) 역할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미천한 신분을 이유로 병졸들이 복종하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제나라 왕에게 건의 해 총애하는 신하 장가를 군대의 감찰관으로 삼았다. 다음 날 양저는 장가에게 정오까지 군영 앞에서 모이라고 명령을 했지만 다음 날 장가는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했다. 장가는 제나라 왕 경공의 아끼는 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양저는 군법에 따라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타인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다. 멋진 사람이다. 그런데 그 보다 더 멋진 사람은 자신과의 약속을 꾸준히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우리는 늘 새로운 다짐과 약속들로 자신의 일기장을 가득 메운다. 하지만 머지않아 일기장 속에 잠든 다짐들과 약속들이 모두 소용없었다는 것을 쉽게 알게 된다. 우리가 약속 특히 자기 스스로의 약속, 다짐을 잘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상상력의 부재다. 혼자서 하는 다짐에도 그 약속을 제안하는 제안자와 그 약속을 실천해야 하는 수용자의 모습 두 가지가 우리의 마음 속에 자리 한다. 스스로 세운 목표나 계획을 잘 실천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제안자가 제시한 그림을 수용자가 매우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이 그린 그림의 오차범위도 적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 하는 내적 자아와 그것을 실천해야 하는 내적 자아가 머리 속에 분명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 과정이 마라톤이라면 어느 새 반환 지점을 돌았다. 절반이 지나갔다. 연구원 과정을 처음 시작하면서 내가 스스로 했던 다짐들 가운데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를 돌이켜 본다. 결과는 절망적이다. 연구원 과정 초기 나의 머리 속으로 그렸던 나의 모습도 이미 흐릿해진 지 오래다. 마음 속에 쿵쾅쿵쾅 하는 울림도 잦아든 지 오래다. 다시 깨워야 한다. 작은 것부터 다시 시작한다. 식당을 예약하고 늦게라도 도착한 손님은 말도 없이 아주 오지 않은 손님 보다는 한참 양반이다. 늦었어도 다시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본다.

 

나와의 약속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IP *.39.141.170

프로필 이미지
2017.09.11 14:47:28 *.226.22.184

겸손하십니다!

충분히 잘하고 있으면서 왜그러실까

프로필 이미지
2017.09.11 17:35:23 *.18.187.152

아휴 이번 주 동기들 글 읽으며 반성 중입니다. 다들 색깔도 흐름도 너무 훌륭하네요.

BCD--> 선택--> 약속, 그 사이에 사기에 나오는 일화 삽입!

 

다 좋은데 마무리가 기승전반성 ㅋ 잘하고 계신데 왜 그래요 정말.

직장에 결혼준비에 그 와중에 과제하고 창원에서 오프수업 오고..

쏭스 말대로 충분히 잘하고 있으면서.

 

프로필 이미지
2017.09.15 21:00:40 *.223.36.249
반환점을 돈 마라토너는 아무 생각이 없다네요. 바로 앞 "15m"미터만 보시길~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72 9월 오프모임 후기 file 송의섭 2017.09.25 946
4771 (9월 오프수업 후기) 저자와의 만남에서 갈피를 찾다 보따리아 2017.09.25 940
4770 9월 오프수업 후기 -삶의 대가들(정승훈) 정승훈 2017.09.25 984
4769 9월 오프모임 후기_느리게 걷기 [1] 뚱냥이 2017.09.24 941
4768 #19 개와 고양이에 관한 추억_이수정 file [8] 알로하 2017.09.18 977
4767 생각을 공존을 위해 [3] 송의섭 2017.09.18 945
4766 <뚱냥이칼럼 #19> 뚱냥이 에세이 - '마당 넓은 집' 외 1편 [4] 뚱냥이 2017.09.18 956
4765 (보따리아 칼럼) 시기를 받는 그대에게 '겸양의 괘'를 알려주마 file [8] 보따리아 2017.09.18 1303
4764 #19. 가을 추수 [4] ggumdream 2017.09.18 944
4763 #19 - 소원을 말해봐(이정학) [5] 모닝 2017.09.18 935
4762 칼럼 #19 일상 속의 역설적인 행복_윤정욱 [3] 윤정욱 2017.09.18 943
4761 칼럼 #19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다 1편 (정승훈) [3] 정승훈 2017.09.16 935
4760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3] 송의섭 2017.09.11 945
4759 #18 멀고 아름다운 곳(遠美)의 사람들_이수정 [2] 알로하 2017.09.11 965
4758 #18. 不在(부재)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그를 애도하며 [2] ggumdream 2017.09.11 946
» 칼럼 #18 약속_윤정욱 [3] 윤정욱 2017.09.11 934
4756 <뚱냥이칼럼 #18> 뚱냥이 에세이 - '한 걸음 더' 외 1편 [2] 뚱냥이 2017.09.11 940
4755 # 18 - 누군가 뛰기 시작한다(이정학) file [4] 모닝 2017.09.10 937
4754 (보따리아 칼럼) 엄마는 외계인 [2] 보따리아 2017.09.10 935
4753 칼럼 #18 스프레이 락카 사건 (정승훈) [4] 정승훈 2017.09.09 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