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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6일 09시 48분 등록
밤 새 천둥번개를 치며 벼락 때리는 소리를 듣는다. 찢어지며 뜯겨나가는 울부짖음이었다.
그랬구나. 너는 그렇게 소리 없이 내색하지 않은 채 엉겨 붙어 막혀서 찌들어가고 있었구나. 말로는 너를 소중하다 하면서도, 늘 마음 한편에 네가 움츠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읊조릴 뿐, 너를 살필 겨를을 미루어두기만 했지. 그래, 미안해. 하지만...


터지는 외침은 목청을 통해 흘러나오는 넋두리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단호히 논리 정연하고 선명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말이 필요 없이 온몸의 감각을 모두 끌어내어 나름의 활동을 일으키는 가운데 있는 것이다. 소리 없는 외침은 일제히 고개를 뻗쳐들고 뛰쳐나와 날카로운 창을 들이대며 예리하게 결을 갈라놓는가 하면, 둔탁한 각목으로 사정없이 후리치며 딱딱하게 굳어버린 심을 녹여 뽑아내듯, 여기저기 용광로와 같이 들끓는 아우성으로 한나절 내내 쑥대밭이 되고야 말았다. 이런 젠장, 망할 놈의 몸 같으니라고...


내가 뭐랬어.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래도 그렇지 이건 정말 너무하네. 어떻게 이리도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는 말인가. 하루 종일 굵은 빗줄기를 쏟아내는 여름 장맛날 멍석말이라도 당하여 펄펄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은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으니 말이다. 아랫배는 애 낳는 날처럼 팽팽하게 씨줄과 날줄이 서로 엇갈려 에이듯 알싸하고, 갈비뼈다귀언저리는 무지막지한 트럭에라도 짓눌린 듯 뻑적지근하며, 목덜미와 등짝은 수십 킬로의 쌀자루라도 올려놓은 듯 둔탁하다. 하여 몸은 이전의 몸이 아니고 몸은 몸의 정체성正體性을 찾아 떠돈다.


눈꺼풀은 바다 멀리 어느 갯가를 하얗게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처럼 가물가물 겨우 흔들릴 뿐이고, 동공은 초점을 잃고 물살을 헤어나지 못한 채 이리저리 파도사이를 넘실거린다. 일어섰다가는 도로 주저앉고 마침내 널브러지듯 까불어드는 육체는 정신의 강건한 지배를 벗어나, 게거품을 뿜어대며 대들던 어처구니없는 그날의 장면처럼 속수무책이다. 에이, 씨.


당연시했던 의식의 정체처럼 처연한 육체의 항변 또한 거침이 없다. 구석구석 찌들고 고인 氣의 흐름은 탈레반 같은 무장으로 강렬한 저주를 언제라도 퍼부을 기세로 거칠게 날이 섰다. 그럴 것이다. 많은 날들 묵묵히 지켜내며 무던히도 참아오던 육체의 억눌린 대항을 전혀 예상치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쯤에서 나도 너희들에게 진정 화해를 청하고 싶었다.


나를 구성하는 낱낱의 섬세하고 정교한, 육신의 미세하고 든든하며 거대한 조화의 신들아! 어느 장기 하나, 어느 가닥의 실핏줄 하나, 박힌 자국조차 희미한 작은 뼈다귀 하나, 그 사이를 돌고 도는 수분 하나, 내 이성의 창대한 꿈을 품은, 그러나 이토록 초라하기 그지없는 허세마저 아우르는 너의 작은 기의 흐름 하나를 등한시할 아무런 힘이 없는, 내 영혼과 육체의 덧없음을 안다.


그러므로 나를 지배하는 육체의 하나하나 부분 부분을 연결하며 아우르는 위대하고 장엄한 영감靈感의 신神들아, 이 육체와 영혼을 넘나드는 무량억겁無量億劫 통섭通涉의 떨림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시라. 나를 온전히 받드시라. 나 그대들의 터럭만한 짧은 숨결에도 화들짝 놀라 소스라치고야 마는 세상에 한숨으로 존재하는 미물의 덧없음이 아니던가. 거대한 그대들의 한갓 어울림의 절정으로 겨우 살아가는 사랑스런 肉과 靈의 맹아盲啞가 아니던가.


나, 내 영혼에 귀먹고 내 육체의 속삭임에 눈 멀어 살아가네. 그리운 내 낱낱의 영혼과 올올한 육신의 정령精靈들이시여! 나를 이끌어 세상 헛바퀴에서 구원하사 몸과 맘 하나로 강건한 일체를 이루게 하소서!
IP *.75.1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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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8.06 10:15:01 *.73.2.94
ㅋㅋ.. 언니야. 춤판에 입성한것을 축하해.
신고식 찐~~하게 치르고 있구나.
언니의 몸의 언어는 정말 색다르고 멋지다.
이거 까페에도 올려주. 다른 친구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다아~~
써니 몸 마니마니 사랑해주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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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8.06 13:17:49 *.75.15.205
가벼운 Flowing 리듬이겠거니 했습니다. 웬걸 날 잡아 먹어버립니다. 꿀꺽 삼켜버린 몸의 흐름에는 정신의 고착 그대로, 사고의 협소함 그대로, 생각의 옹졸함과 생활의 편견이 다 담겨 있더이다. 좁은 길, 막히고 닫힌 숨통들이 아우성을 치는 그 모습은 물론 조용한 소리 없는 반란이었습니다. 종일 일어나지 못하고 시체처럼 뻗어 있었으니까요.

잠시 컴퓨터 앞을 서성이다 폭삭 주저앉아 버리고 책을 펼쳐들고 다른 방에 가서는 이내 누워버리며, 몸은 마다하는 황량한 정신을 부여잡고 외쳐댑디다. "나 살려내. 내가 네 것 인 줄 알아? 나는 단지 너의 혼을 뒤집어 쓰고 있는 거라고. 이 병신 머저리야. 그러니 나, 네 갈등과 허세 속에서 꼭꼭 묶여 숨통터지게 뭉쳐놓은 내 氣의 흐름, 원래의 유연함과 부드러움 살려내. 살려내란 말이얏."

하루종일 나를 패대기쳐버리는 통에 그저 꼼짝 못하고 말았습니다. 머리끄덩이을 잡힌 듯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폭삭 가라앉거나 쓰러져버리는 내가 기가 찬 듯이 오늘 아침에야 겨우 안간힘으로 일어나게 해 세상밖으로 밀어내 줍디다. 이런 젠장, 몸둥아리가 왜 이 모양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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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8.07 09:00:49 *.72.153.12
언니 다 쏟아내고 얼른 일어나소.
너무 힘들면 내가 갑옷도 하나 챙겨주리다. 짚고설 칼이라도 하나 챙겨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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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8.07 13:06:56 *.99.242.60
우리의 몸은 섬세한 반면 무척 단순하다고 하더군요.
지난 여름에 놓았던 선풍기는 전기만 공급되면 다시 모터가 윙윙돌지만
사람몸은 그렇게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사용하지 않는 근육은 뇌 회로의 기억도 없어지고, 근육을 통제하는 신경도 거의 손을 놓아 버리기 때문에 준비운동을 거치고, 한번은 근육통을 꼭 한번 하고 꾸준히 사용해야 원상태대로 돌아온다고 하더군요. 한달동안 팔에 기부스 하고 나면 놀라울 정도로 가늘어진 팔처럼요. 다시 원상태로 돌릴려고 하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지요.

그냥 나이트에 가설라무니 몸을 한번 풀고 갔으면 좋았을 것을..

빨리 원상복구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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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08.08 12:53:34 *.128.229.230
괜찮은가 ? 일어나서 밥먹고 걸어다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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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8.08 13:05:40 *.75.15.205
앗, 사부님!!!
찔끔...

밥 잘 먹고 걸어다니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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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8.08 14:49:26 *.46.151.24
써니!
빙이다... 빙...
날 만도 하것다... 몸조리 잘 하소...

낫그들랑 연락도 하고. ..
그란디 그래가꼬 몽고에 갈 수 있긋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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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8.09 01:17:15 *.70.72.121
백산 성은 무슨 걱정이 그리 많소. 그것도 빙이다. ㅋㅋ

못난 간난이들 건사하기로 작정이라도 하였소? 그럴라믄 확실하게 하던가. 설마 폼잡고 쿠사리 줄려고 하는 것은 아니것재? 어째 수상탄 말씨.

그란디, 나가 도둑질 한 것도 아닌디 불호령 떨어진 것 같으요. 와요? 꽁지머리 성!
나가 거슬려도 용서 하시오. 은백발님 나름 멋지게 각인(?)하고 있는디 찬물 끼얹덜 말고.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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