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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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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4일 04시 25분 등록

역사 속 영웅들과의 대화


죽게 되리란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자기가 죽는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네.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 텐데..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네”

- 모리 슈워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삶은 무엇일까요. 죽음은 또한 무엇일까요. 진정 인간은 무엇인가요.
현재 살고 있는 60억.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셀수 없는 숫자의 사람들.
그 많은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글을 쓰고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이 태어나고, 죽음으로 뭍히는 많은 사람들.. 그 속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하늘의 별 하나의 비율이라도 좋으련만, 역사 속의 작디 작은 모래알 같은 존재로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힘차게 달리다가도 먼저 걸어온 선배들의 뒤를 돌아보면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하게 됩니다. 일장춘몽(一場春夢), 인생이 한낮 하룻밤 긴 꿈일진데 우리는 왜 아둥바둥 사는 것입니까.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며, 무엇이 그들은 빛나게 해주는 것인가요?

제자가 물었습니다.
“인생은 왜 사는 것입니까?”
스승이 답했습니다.
“삶이 주어졌으니 사는 것이다. 이유가 있겠는가 ? 주어진 초대니 마다할 리 없고, 주어진 프로그램은 선택하여 즐기면 되고, 없는 프로그램은 만들어 가며 즐기다보면 하루가 다 지나게 된다. 놀이에 빠진 아이가 자러가면 하루도 지는 것이다. 배우고 사랑하고 잘 놀면 잘 산 것이다.”

삶이 주어졌으니 사는 것이다.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굵고 나직한 그 목소리가 묵직하게 가슴을 누릅니다. 수많은 존재 속에 선 자신을 알고, 잘 살고, 서로 사랑하며, 힘껏 배우고, 재미있게 일하며 놀다가,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남기고 떠나는 것. 그것으로 족한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인생의 다섯가지 측면이지요.

조만간 있을 인물 인터뷰를 위해 정리해둔 책들을 보고 있던 중이었나 봅니다.
구름 속에서 몇 줄기의 빛이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받으며, 관악산의 시원스런 향기를 맞으며 깜빡 잠이 들었던가요. 갑자기 책 속에서 인물들이 하나둘 일어나며 찬찬히 말을 걸어오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들을 위해 다섯가지 질문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우선, 당신의 가족에 대하여 설명해 주세요.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십니까? 돌이켜보면 누가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하나요?

이순신 : 허허. 가슴아픈 사랑이라면 내가 으뜸일 것일세.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지? 나는 울보라네. 연구원이었다면 승완이나 경빈, 옹박에 이어 4기 조교를 하지 않았을까. 조교는 ‘뗀 놈’들만 할 수 있다면서? ㅎㅎ 전장에서도 어머니 때문에 목놓아 운 적이 몇번이던가.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눈물이 솟구친다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러지 않으셨지. 명나라와 일본의 강화가 진행되던 해, 어머니를 찾아 뵈었었지.

아침을 먹은 뒤 어머니께 돌아가겠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잘 가서 나라의 욕됨을 속히 씻어라” 하고 말씀하시며 몇번이고 거듭 타이르셨지. 헤어지는 데 대하여서는 조금도 슬픔을 나타내지 않으셨다네. 아마도 가슴 여린 아들 더 슬프지 않게 하려고 속으로만 뜨겁게 우셨을테지.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네.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나도 자식들에게는 다정한 아빠가 되지 못했다네. 자식이라면 다산 선생이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떠시오?

다산 : 저도 자식들에게 살갑게 대해주지는 못했습니다. 부인 홍(洪)씨와의 사이에서 6남3녀를 낳았으나 모두 잃고 겨우 2남1녀인 3남매만 키웠지요. 저는 아들들이 학문에 크게 힘써주기를 바랬습니다. 독서야말로 인간의 제일가는 깨끗한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식들은 아빠 닮아서인지 돌대가리인데다가, 스스로를 벼슬길이 막힌 페족(族) 이라 생각하여 노력까지 하지 않았지요. 바보 같은 노릇입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과거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으로 독서할 훌륭한 기회를 만난 것인데 말입니다.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러졌다 하여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지요. 만약 하루아침의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정진하지 않는 사람은 천한 무지렁이로 끝나고 말 뿐입니다.

아비의 걱정 덕분인지, 다행히 아들들은 훌륭한 학자로 성장했습니다. 큰 아들 학연은 시인으로 큰 명성을 얻었고, 비록 낮은 벼슬이지만 몇몇 벼슬도 지냈지요. 학유는 「농가월령가」의 저자였고, 추사 김정희와 동갑나기로 조선왕조 말엽 시와 문학, 학문과 사상을 심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던 지식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죽고보니 아들녀석들의 재능을 알아주지 못했다는 후회스러움이 듭니다. 특히 큰아이 학연의 어렸을 적을 보면 성품이 온유하고 쾌할하여,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고장난 무언가를 다시 새롭게 하는데 재주가 있었지요. 어쩌면 타고난 의사였을진데, 그 녀석이 의원이 되었을 때 “의술을 빙자해서 요즘의 재상들과 교의를 맺어 너의 아비가 죄에서 풀려날 수 있도록 도모하려는 것이냐?” 고 심하게 꾸짖었었지요. 휴… 어찌보면 아들보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태어난 대로 살게 되어 있는 것을. 하늘이 준 재능을 아비가 썩혀버렸군요.

(침묵) (…그리고 눈치없이 껴드는 옹박)

옹박 : …저는 아버지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이상하죠? 전 어머니를 늘 더 좋아했었어요. 어머니는 늘 다정다감하셨고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죠. 반면 아버지는 가끔 심한 역정을 내셨죠. 어렸을 적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 어머니께 화를 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미워한 적도 많았고, 때로 심하게 반항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기억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요즘 아버지에 관한 글을 자주쓰는 것은, 그만큼 그분을 이해해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 아무리 봐도 아버지를 많이 닮았어요. 서른이 되니 당신의 모습이 제 안에서 느껴지고, 그래서 아버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피는 못속이나봐요.

저는 자녀교육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당신들은 늘 ‘조금 어려운 경제 사정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거라’라고 말씀해 주셨지요. 아들이 무엇을 하든 든든하게 지지해 주셨습니다. 세상에는 그런 부모가 없다는 것을 요즘에서야 절실히 깨닫습니다. 제 10대 풍광 중에서 가장 간절한 것 중 하나가 있다면 가족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에요. 제가 잘 아는 태국에서, 제가 가이드 하며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는 것이죠. 그 때까지 부모님께서 건강하셔야 할텐데.. 건강하세요 아빠, 엄마!


듣고 보니 다산 선생님의 말씀이 와닿네요. 아들이 자신의 강점을 알고 그것을 활용하여 사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는 말씀 말입니다. 그래서 여쭙습니다. 선생님들의 기질과 강점,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셨습니까? 혹은 치명적인 약점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보완하셨습니까? 말씀이 없으신 백범 선생님?

백범 : (화들짝 깨며) 아, 아이쿠. 제가 깜빡.. 허허. 간밤에 봉길이, 봉창이와 늦게까지 예전에 폭탄 만들던 도시락통에 막걸리를 부어 마시느라.. 하하하 -_-; 무슨 말씀을 하고 계셨지요?

옹박 : 자신의 기질과 강점, 그리고 약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백범 : 아, 그래요? 저는 할 말이 많지요. 제가봐도 제 인생은 파란만장, 좌충우돌, 개과천선 그 자체이지요. 저승에서 심리 상담가를 만났는데 MBTI라는 검사 도구를 알려 주더군요. 제 유형이 ESTP에요. SP형이라 자유롭고 현실에 충실한 기질이죠. 제가 하나의 일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유연한 기질 때문이었어요. 강점에도 행동주의자(Activator) 테마가 있어요. 만약 스승님인 고능선 선생의 집에서 공부만 하고 머물렀다면 몸이 근질거려 못견뎠겠죠. 외향적이라 사람을 쉽게 사귀는 편이라 언제 어디서든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어요. 동학 의병에 실패하고 도망 다닐 시절에 만나 필담을 나눈 청나라의 서씨가 첫 만남에서 집에 가자고 한 것이나, 내가 옥에 같혀 있을 때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나를 빼내려고 한 김주경을 만난 것은 모두 제 천성적인 기질 덕분이었죠. ESTP는 상당히 충동적인 기질이라서 치하포에서 일본인을 죽인 것, 동학 운동을 했던 것도 그런 기질때문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이런 행동가적 기질 덕분에 일본인들의 감시를 피해 이곳저곳에서 대한 독립을 위해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죠.

다산 : 아 제 기질은 구선생님과 같아요. INFP이지요. 세속을 벗어나 신념을 추구하며, 풍류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예술적인 기질이 있죠. 한번 필을 받으면 마구 써내려 가는 편이라 492권의 책을 만들 수 있었지요. 나의 강점은 탐구심(Input)과 전략(Strategy)입니다. 이 두개의 강점이 합쳐져서 실학을 할 수 있었지요. 책을 많이 읽어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으고, 그것을 전략적으로 현실과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거중기를 발명한 것도 그 두가지의 조합이라 보면 될까요?

이순신 : 저는 MBTI는 안해봐서 기질은 잘 모르지만, 저의 약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겐 관계자(Relator) 테마가 있는지 사람을 깊게 사귀고, 깊이 사귀지 못할 사람은 무관심하거나 비판해버리죠. 사람에 대한 감정이 너무 극단적이었어요. 유성용은 너무 관대한 분, 원균은 가소로운 놈 하는 식이었습니다. 게다가 귀가 얇아 타인에 관한 평을 별로 의심하지 않고 믿어버리는 편이었죠. 저 때문에 원균은 귀가 자주 가려웠을겁니다. 그런 성격을 어떻게 했냐구요? 사내대장부로서 좀 치사하지만 글로 적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풀어야죠.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에 적는 것이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처럼 성격상 면전에서는 말하지 못하는 것을 혼자 삭이느라 몰래 적어 둔 것인데, 맙소사 그 일기를 수백만부 찍어 출판해 버리다니! 망할놈의 후손들. 어쨌든 그런식으로라도 했으니 백의종군 길에서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을 수 있었지요. 저는 약점을 보완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일기에 적음으로서 그것을 관리한 것이지요. 약점을 관리하는 것은 이처럼 중요한 것입니다. 물론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옹박 : 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 스스로가 참 초라해보입니다. 당신들을 대하고 있으면 어떤때에는 용기백배이다가도, 한편으로는 쫒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자포자기하는 심정일 때도 있습니다. 백범선생님의 자서전을 보면서 가장 심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늘 행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자책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솔직히 백범 선생님의 대범함을 닮고 싶습니다. 그래서 핸드폰 앞에다가 ‘백범처럼 대범하게’라고 써 놓았어요.

그러나 저는 제 자신이 되어야 할 거에요. 이 다음에 하늘나라에 가면 ‘너는 왜 김구처럼 살지 못했느냐’라고 묻지 않고 대신 ‘승오야, 너는 왜 박승오답게 살지 못했느냐’라고 꾸짖을 것 같거든요. 저는 기질적으로 INFJ형입니다. 저에겐 김구 선생님의 대범함이 없지요. 허나 저는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책에서 찾아보니 “늘 이상주의와 고상한 목적으로 충만하고, 강력한 내적 통찰력과 타인과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능력, 저술과 대화 구사력이 있다. 타인의 신체적, 정신적, 영적 욕구를 돌보는 것과 관련한 지도력이 있다”라고 나와있더군요. INFJ형은 모든 종류의 교육가와 어울린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행이지요.

그래서 아마도 교육 분야에 이끌려 이곳까지 왔나 봅니다. NF라서 이상적인 기질이지만 가장 관념적인 사람이라 늘 내면이 복잡합니다. 그래서 늘 속으로 대안과 시나리오를 탐색하는 전략(Strategy)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죠. 이러한 특성 덕분에 제가 책을 쓴다면 마커스 버킹엄이나 짐 콜린스 같은 개인의 삶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전략적인 책을 쓸 것 같아요. 이번에 강점혁명 책을 읽으면서 ‘아, 나도 이런 책을 쓰겠구나’하고 감탄했지요. 강의는 제 적성과는 조금 빗나가 보이기도 합니다.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보다는 글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오히려 과정을 개발하는 것에 더 큰 강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바닥에서 구르면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더 탐색해 봐야겠지요.


만약 현대에 태어난다면 무슨 직업을 선택할 것 같으세요? 2007년, 당신이 한국에서 태어나 나이 서른이라면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다시 한번 삶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색다르게 살아보고 싶으세요?

징기스칸 :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른 분과는 달리 저는 지옥에서 오느라 늦었습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리지요. 다시 산다면, 저는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전생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이고 약탈했습니다. 어렸을 적의 원한이 커서도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복수를 위해 살다보니 그것이 저를 잡아먹었고, 복수가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승에서 저는 대단한 사람이었을지 모르지만, 존경받는 사람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는 공평(Fairness)과 개인화(Individualization), 그리고 전략(Strategy) 테마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장에서도 출신 성분은 상관하지 않는 능력 제일주의의 채용으로 군대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었고, 역참제도 등으로 더 빠르게 커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자질들은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하는 요즘의 한국 기업들의 전쟁에서 훌륭하게 발휘될 수 있겠군요. 제가 나이 서른이라면 비교적 탄탄한 기업에서 바닥을 박박 기고 있겠지요.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 일과 사람을 동시에 볼 줄 아는 사람으로 기업의 핵심 리더에 속해있지 않을까 합니다. 타고난 관리자적인 자질들을 써서 훌륭한 기업가가 되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순신 : 저는 바다를 노래하는 시인이 되어 홀로 바다를 떠돌며 방랑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눈물을 시로 만들고, 걱정과 한탄은 노래로 만들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겠지요. 시인 김용택이 섬진강을 떠돈다면, 저는 거친 남해바다를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불러들이겠지요.

백범 : 저는 타고난 다혈질을 교육분야에서 발휘하고 있을 것 같아요. 굳이 직업 이름을 말하자면 교육 혁명가 또는 인성 교육 전문가 정도가 되겠군요. 제가 부르짖었던 교육은 현대의 나누고 쪼개어 복잡하게 이해하는 식의 교육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말한 무지함은 수학 공식이나 영단어 몇 개 모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제가 살던 시대와는 달라 너무 많은 지식 때문에 오히려 더 사람들이 무지해 지는 것 같아요. 특히 젊은이들 말입니다.

전 ‘공룡선생’처럼 엉뚱한 선생이 되어 실무에서 개혁하든, 정치적으로 접근하여 교육 정책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사람이건, 저는 대한의 젊은이들이 좀 더 깊어지도록 할 겁니다. 제가 서른 살이라면 아마도 스스로를 먼저 구원하기 위해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최대한 많이 읽고, 써서 우선 스스로가 깊어져야겠지요. 예, 맞아요. ‘읽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 쓰지 못하면 깊어질 수 없다. 깊지 않으면 사이비다’는 구선생님의 말에 뿅 가서 아마도 이곳에서 지지고 볶고 있을겁니다.

옹박 : 하하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예비 선배한테 잘하세요. 연구원 4기 심사는 저희들이 하니까 똑바로 하세요. 아~ 갑자기 어깨가 결리는 것이 누가 좀.. 아 시원하다. 좋네요 하하. 제 이야기 끝날때까지 계속하세요. ㅋㅋ 저는 제 예비 후배의 말에 공감합니다. 그래서 제가 교육분야에서 일하려고 하는 욕심이 듭니다. 자기계발 강사.. 그런것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궁극적으로 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부모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현대의 학교는 쪼개고 나누는 분별지를 다룹니다. 그것은 지나간 제2물결의 지식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미국 공교육의 기초가 다져진 때가 19세기 말이었으니, 당시 공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산업화에 걸맞은 인재들을 길러내는 것이었지요. 아이들을 ‘공장형 인간’으로 교육시키는 게 가장 큰 현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저는 늘 인정받는 엘리트의 길을 걸었습니다. 공부가 딱히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왜 이 과목을 배워야하는지 잘 모르고 배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더 공부하게 되면 알게 될 것 같아 계속 길을 걸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해가 거듭할수록 과목은 쪼개지고, 개념은 오히려 복잡하게 이해해야만 했습니다. 결국엔 길을 잃어 버렸지요. ‘도데체 전체에서 내가 어디쯤 와있는 거야?’라고 질문했습니다. 답은 돌아오지 않았지요. 빠져 나가기엔 너무 깊이 와버렸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저는 독하게 마음먹고 떠났습니다.

세상에 용을 잡고 싶어하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간절하여 용을 사냥하는 기술을 연마하러 산을 올랐지요. 그 곳에는 그 기술을 가르치는 도사가 있었는데, 청년은 그 도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그의 밑에서 기술을 연마했습니다. 기본적인 무술에서부터 창술, 봉술, 검술.. 고되고 힘든 훈련이었습니다. 10년이 흘렀지요. 그는 스승을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스승은 그에게 그만 하산(下山)하라 했습니다. 부푼 기대를 가지고 세상에 내려왔다. 그는 곧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엔 용이 없구나.’
고민하던 그가 무엇이 되었는지 아세요? 그는 산으로 다시 올라가 ‘용 잡는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네.

저는 이것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비유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한 이 이야기에서 일반적인 학문의 한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배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식이 많다는 것, 유명한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저도 모르게 교만함을 만들어 내어 나의 ‘참배움’을 방해하고 있다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8년간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학교는 나를 정신적으로 성장시키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지금 학교가 아닌 새로운 교육분야에서 바닥을 박박 기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학교를 세우건, 교육 정책을 관장하는 사람이 되건, 부모님 또는 선생을 교육하는 사람이 되건 어쨌든 교육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기업에 들어가서 많이 배우고, 자기 사업을 하여 돈을 많이 번 후에 학교를 세운 다음, 제 마음대로 정책을 바꿀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나중에 하려다가 결국 현실에 안주하며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돈보다 앞서 준비되어야 할 것은 저 스스로의 깊이입니다. 지금은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할 시기이므로, 돈이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스스로를 먼저 구원하지 못하면 남을 구원할 수 없으니까요. 내 비즈니스의 첫번째 수혜자는 바로 저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연구원을 지원해서 깊어지려고 하고 있고, 카네기 강사 과정도 배우고 있습니다.


도데체 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당신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지켜온 가치는 무엇입니까?

백범 : 완전한 독립과 그 사이에서의 어울림. 두 개의 가치가 어쩌면 상반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스러운 어울림 속에서는 개인의 독립과 자유는 일정부분 속박되어야 한다는 것 말이지요. 일리 있는 말입니다. 허나 저는 그 둘이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제 평생의 소원은 대한 독립이었습니다. 그것은 일제 치하에서 물리적으로 독립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진시로 제가 바랬던 것은 대한의 자주 독립, 국민 모두가 성인(聖人)이 되어 대한 사람이라면 가는 데마다 신용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때로 사람들은 ‘세계는 하나’라는 표어 아래, 선진문물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받아들일 때가 있습니다. 세계의 인류가 네요 내요 없이 한 집이 되어 사는 것은 좋은 일이요, 인류의 희망이요 이상입니다. 허나 이것은 멀고 먼 장래에 바랄 것이고 현실은 다릅니다. 현실의 진리는 민족마다 최선의 국가를 이루어 최선의 문화를 낳아 길러서 다른 민족과 서로 바꾸고 서로 돕는 것입니다. 먼저 스스로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어 남의 간섭도 아니 받고 남에게 의지도 아니 하는, 완전한 자주 독립을 이루어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리하여 각자의 문화적 DNA 코드 속에 있는 재능을 살려 흥겹게 어울리는 것. 그것이 제가 지켜가고 싶었던 가치입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전한 두 독립체가 한 가정을 이루지 않으면 싸움이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첫째로 성품을 갈고 닦아 완전한 독립을 이루는 것이요, 둘째로 독립적인 각자의 색깔을 바탕으로 한데 어우러져 무지개를 이루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먼저 어제의 나와 경쟁하고, 스스로와 힘겹게 경쟁하고 있는 친구를 돌보아 함께 어울리는 것. 그것이 인간의 도리라 생각합니다.

다산 : 제게는 물론 ‘배움’이었지요. 그러나 가족이 모든 것의 근본이었습니다. 인간이 얼만큼의 지식을 소유할 수 있을까요? 얼마큼의 땅을 소유할 있을까요? 인간이 얼만큼의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짧은 인생, 한낮 부질없는 일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지금의 가족을 만나게 한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족이 화평치 아니하여 불행한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닦아 수행하는 일은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에 대한 우애로써 근본을 삼아야 합니다. 이 점에 자기의 본분을 다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비록 학식이 뛰어나고 문장이 아름답다 하더라도 이는 바로 흙 담에다 색칠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효孝와 제悌가 배움의 근본입니다. 모름지기 먼저 효, 제를 힘서 근기를 세운다면 학문은 자연히 몸에 배게 됩니다. 학문이 몸에 배게 되면 독서는 따로이 그 층절層節을 논할 것이 없습니다.

옹박 : 다산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부끄럽습니다. 저 또한 ‘배움’이 저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족들에게 잘 하지 못합니다. 어렸을적부터 기숙사에 나와 살았기 때문에 사실 가족간의 정

저는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겠습니다. 아직도 찾아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릴케의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중요한 질문 한가지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면, 언젠가 그 답속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는 말이지요. 제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는 것은, 이를테면, “인생에서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살고 싶은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입니다.


당신이 세상에 남긴 유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입니까? 편안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징기스칸 : 어떤것도 탓하지 않는 도전정신.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열아홉살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습니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들쥐를 잡아 먹으면서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었고 일이었습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로만 10만, 백성은 어린애와 노인까지 합쳐 2백만도 되지 않았습니다.
배운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내 이름도 쓸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 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 해야겠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습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습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모두 없애 버렸습니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습니다.

다산 : 429권의 책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 지식경영방법. 즉, 공부 방법에 그치지 않고, 정보를 판단하는 버과 지식을 편집하는 방법. 현실과 연결하는 방법.

18세기의 조선의 상황은 21세기의 정보화사회와 그 양상이 비슷합니다. 경전의 구절에 대한 사소한 해석차이를 두고 티격태격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통합의 지식을 추구하여 현실에 반영해야 합니다. 정보는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18세기의 잡식성의 조선 실학의 정신이 현대에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나는 18년간의 강진 유배 생활 동안 수백권의 책들을 남겼습니다. 한 사람이 베껴쓰는 데만도 10년은 족히 거릴 작업일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찬탄보다는 그 과정에 대한 검토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남길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러한 지적 탐구의 작업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입니다.

백범 : 민족의 문화적인 비전,
백범일지의 마지막인 ‘나의 소원’은 제가 품은, 제가 믿는, 우리 민족 철학의 대강령을 적어본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한 편을 주의하여 읽고 저마다의 민족 철학을 찾아 세우는 데 참고를 삼고, 자극을 삼아 주시기를 바랬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합니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외다. 제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합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합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입니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입니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입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최고 문화 건설의 사명을 달할 민족은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 모두 성인(聖人)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대한(大韓)사람이라면 간 데마다 신용을 받고 대접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민족이 주연배우로 세계의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십니까?

옹박 : 그렇군요. 결국은 물질이 아닌 정신이군요. 정신만이 시대를 뛰어넘어 살아남는군요. 저는 아직 시야가 좁아 무엇을 남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언젠가 저에 대한 탐구를 끝내고, 독립적인 존재로서 세상을 밝히고,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정신을 저 또한 남기는 것입니다. 결국은 인간(人間) – 사람 사이가 곧 인생임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소중한 말씀들, 다섯가지의 큰 교훈들 감사합니다. 수많은 존재 속에 어떻게 자신을 찾아가고, 어떻게 살 것이며, 누구를 사랑하며,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일하며,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지에 대한 말씀 하나하나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계속해서 질문하다보면 답 속에 살고 있겠지요.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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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즈막하게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달콤하여 잊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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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14 05:08:44 *.72.153.12
옹박 나도 몇일 전 친구와 '달콤한 인생'이란 비디오 봤다. 거기 나오는 그 아가씨 경국지색이데~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달콤하여 잊지 못하겠습니다."

장자의 꿈을 꾸고 있는 나비인지, 나비의 꿈을 꾼 장자인지 알 수 없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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