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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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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8일 09시 43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5) - 고객의 불평과 불만

고깃집을 할 당시 새로운 메뉴를 내놓으면서 이벤트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 날은 당연히 손님이 평소보다 20~30% 정도 더 온다. 종업원들도 그에 대비한 준비를 해 놓아야 하는데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그 날 장사를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손님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해 급기야는 대기하는 손님까지 나타났다. 어느 손님이 주문한지 30분이 지나도 음식이 나오지 않자 불만이 폭발해 버렸다. 다른 손님들도 비슷한 불만이 있는 터라 그 손님의 불만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쩔줄을 몰랐다. 그렇지만 내 몸은 음식을 나르는데만 부족해 추운 봄인데도 온 몸이 땀에 절어 있었고 불만에 대한 사과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홀의 서빙하는 종업원만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음식이 늦는 것에 사과하였다. 그러나 한번 기분이 언짢아진 손님은 풀어질 줄 몰랐고 결국 그 손님은 중간에 식당을 나가 버렸다.

얼마 전 한정식집을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개업 초기라 손님이 꽤 많이 온 날이었다. 좀 늦은 시간에 식당에 온 손님은 가족 단위로 온 팀이었고 7명이었다. 마침 방을 사용한 전 손님이 일찍 끝내고 일어선 덕택에 재빨리 방을 청소하고 손님을 모셨다. 대부분의 식당은 4명까지가 한 팀으로 해서 상차림을 한다. 손님은 많고 상이 좁으면 더 끼여 앉기도 하지만 평균 4명까지를 한 테이블 손님으로 보고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손님은 신경을 많이 써줄 것을 부탁했고 직원들에게도 잘해드리라고 말하고는 다른 일로 이 손님을 잊어먹었다. 나중에 계산할 때 손님의 표정은 무척 기분이 언짢아 보였고 서비스가 아주 형편없다는 말을 하고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휑하니 나가 버렸다. 직원을 통해 알아보니 7명이 와서 5인분만 시키고 명수대로의 음식을 요구하더라는 것이다. 어렵다고 사전에 말씀드리고도 몇 가지 추가로 더 드렸다고 했지만 손님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고객의 불평과 불만은 어디서 나오는가? 그리고 그들의 요구에 식당 경영자와 종업원들은 어디까지 들어주어야 하는가? 앞으로 또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종업원 중 한 아주머니는 아침에 출근할 때 간, 쓸개를 집에 놔두고 온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이 어린 손님이나 거만한 손님들의 모습에 속이 탄다고 한다. 비록 식당에서 일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자존심도 있는데 그냥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다간 제 명에 살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반면 손님들의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다. 내 돈 내고 내가 먹는데 이왕이면 서비스 좋은데 가서 먹겠다는 것이다. 이 집 아니면 갈 데가 없냐는 뜻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기분좋게 먹게 해달라고 하는 것인데 그것 하나 신경 못 써주냐는 불평이다.

맞다. 우선 손님의 불평과 불만이 지극히 당연하다. 그게 못마땅한 사람은 식당을 안 하면 되고, 식당에서 일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식당은 많고도 많다. 식당을 하려면, 식당에 취업을 하게 되었으면 간, 쓸개 다 빼놓아야 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식당을 하려면 손님과 맞짱을 떠서는 망한다. 아무리 손님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일단은 예하고 대답해야 한다. 하다못해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음식 값을 외상 하자고 해도 웃으면서 그렇게 하자고 할 정도의 각오를 하지 않으면 식당을 해서 성공할 수 없다.

손님 한 명의 불평과 불만에는 평균 20여명의 불평과 불만이 숨어 있다. TARP의 한 보고서는 기업의 관리자들이 인식하는 고객 불만은 겨우 5%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생각해 보라. 오늘 불만을 터트리는 손님은 달랑 한 명이지만 다른 열아홉 명의 손님도 그런 불만을 가졌다면 섬뜩하지 않는가? 가장 무서운 손님은 불만이 있더라도 다시 안 오면 되지 하고 잘 먹고 갑니다 하고 인사하고 가는 손님이다. 그 손님이 차에 타서 다시는 이 집 오지 말자고 같이 온 손님들에게 말하게 되면 당신의 식당은 몇 달 안에 문을 닫아야 한다. 불만이 있지만 불만을 말하지 않고 조용히 떠나가는 이런 온순한 고객들을 잃어버리는 잘못을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망한 다음에도 손님 탓만 하는 어리석음을 어찌할 것인가.

손님 중에서 차라리 불평과 불만을 어필하는 경우는 차라리 낫다. 그런 손님들의 불만을 해소해 주면 오히려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그러나 지금처럼 말도 없이 사라지는 손님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원인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불친절한 서비스를 지적해 보았자 그것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말해 봤자 그때뿐인 메아리는 아무 효과가 없더라는 것을 손님이 경험을 통해 먼저 알고 있는 것이다. 둘째, 잘되는 식당일수록 조그마한 손님의 불만 따위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기대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애써 말해 보았자 식당 사장이나 관리자에게 올라가지도 않고 서빙직원 차원에서 막혀버리거나 홈페이지 등에 올려도 복잡하다든가 또는 대답이 없다든가 하는 경우이다. 결국 손님들도 반응 없는 식당에 등을 돌리게 되고 무관심해진다. 내가 뱉은 불만이 해결되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다는 점은 바로 그들이 불평이나 불만을 말하지 않고 조용히 떠나는 길을 선택하는 이유인 것이다.

잘 되는 식당일수록 무조건 친절하다. 손님이 많던 적던, 손님의 요구가 아무리 들어주기 힘들어도 일단은 예 하고 돌아선다. 그 다음 조금의 시간이 지난 다음 애초 주문을 받았던 직원이나 그 위의 상급자가 와서 손님이 주문하신 내용이 이러 저러한 연유로 어려우니 다른 것으로 서비스할테니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한다. 세상에 어느 누가 그렇게 말하는데 거기다 대고 고집만 피울 손님은 없는 법이다. 식당의 출발은 맛이 좋아야 하지만 대박이 나는 식당은 서비스가 좋아야 하는 법이 여기에 있다. 불평을 하는 손님은 아직도 그 식당에 미련이 남아 있는 사람이다. 그것만 고쳐지거나 개선되면 그 손님은 다시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불만에 대한 해결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재구매율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 트래벌러스 인슈어런스의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 있다. 이 조사에서는 100만 달러 이상의 보험에 가입한 사람 중에서 불만을 제기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다시 이 회사의 상품을 이용하는 비율은 겨우 9%에 지나지 않았지만, 불만을 제기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받은 경우에는 82%가 다시 이 회사의 상품을 이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역설적으로 식당이 잘되게 하는 고객은 불만을 가진 손님이다. 그러므로 대박을 터트리려고 하는 식당은 이런 손님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당신이 식당의 경영자라면 매일 한 가지씩 손님의 불평과 불만을 적어 보라. 내가 손님이라면 가정하지 말고 손님들 사이를 다니면서, 카운터에서, 손님이 떠나는 주차장에서 고객의 소리를 들어라. 그리고 일단 적어라. 한두 달 이내에 손님의 불평과 불만이 무엇인지 정리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고쳐나가는 일을 진행해라. 종업원도 모르게 손님도 모르게 하나씩 개선해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 틈엔지 손님들로 꽉 찬 식당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손님들의 불만이 식당이 잘되는 밑바탕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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