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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4일 09시 44분 등록

얼마 전 미국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대통령의 올해 연차를 다 쓰겠다는 발언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처음 정상회담인 트럼프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문대통령이 미국으로 가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이 발언이 민감한 정치적 이슈들을 물리치고 단연 화제 오른 것이다.

후일담도 재미를 주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기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대통령의 다른 어떤 공약보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왜 일까? 우리나라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보통 대통령이 휴가 가는 때를 맞춰서 휴가를 가곤 한다고 한다. 취재 대상이 대통령이 없으니 취재를 할 것도 기사를 쓸 일도 없어지니 그때 담당기자들도 휴가를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환호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11%는 일년에 하루도 못 쉰다고 하고, 평균 8일 이내를 쉰다고 한다. 직장인들이 이럴 정도인데 자영업자들은 아마도 더 쉬는 날이 적을 것이다. 이는 세계 주요 국가들 중 최하위의 수치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쉬지 못하는 이유는 일이 많고,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이 없으며, 심지어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휴가를 가는데 죄책감이 들다니? 그것도 60% 정도가 약간의 죄책감이 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죄책감이 드는 이유는 휴가를 그냥 일 안하고 노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인생의 가장 큰 목적은 성공이었다. 성공하기 위해선 일을 열심히 해야 했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휴식이란 사치였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쉽게 휴가를 가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이야기해 보자면, 우리가 대통령의 연차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된 것은 휴가, 휴식이 시대적인 화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휴식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내수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현상을 단편적으로만 보고 정책 활성화를 홍보하기 위한 해석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삶과 인생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에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이 대통령의 연차 소진이라는 하나의 상징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인생의 목표를 사회적 성공이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한국사회가 그동안 이뤄 놓은 경제적 성장과 사회안정에 기반한 변화일 것이다. 이제 많은 이들은 인생의 목표를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라고 한다. 이 행복의 정의에는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고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전 시대와는 달리 모두 한가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진 않는다. 지나친 경쟁은 모두를 피폐하게 만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한가지의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깨우침이 생긴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다름과 각각의 개성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사회적 변화는 한 개인의 인생에도 투영된다. 시대적 변화가 개인의 의식을 바뀌고, 바뀐 생각은 기존과는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든다. 나 역시 하나의 변화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일주일 연속 휴가를 냈다. 생각보다 5일 연속 휴가를 내는 것은 쉽지가 않다. 죄책감은 둘째 치고 불안하다. 나 없는 동안 일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없을 것인가? 일이 지연되면서 나에게 불이익은 없을 것인가? 내가 오래 쉰다면 내가 일이 없다고 생각 하진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과 상사의 눈치가 결국 휴가를 짧은 일정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동안 나를 붙잡아 두었던 이 모든 걱정을 뒤로 하고 아이들과 한달 동안 제주도에 머물기로 결심했다. 아직은 제한이 많기에 나는 15일만 아이들과 같이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방학 한달 동안 제주도에서 머물기로 했다. 이렇게 휴가를 보내기로 결심한 것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사회적 변화가 나를 깨어나게 하였고, 그 변화가 삶의 목적과 아이들의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내 인생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았으면 하는 인생에 대해서 고심하게 만들었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을 학원을 안 보내고 과외를 안 시키는 것만큼 힘든 것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을 놀게 하는 것이 더 힘들다. 주위에서 가만두지 않고 그러면 부모가 불안해 진다. 불안해진 부모는 결국 평범하게 아이들 키우고 싶어 진다. 그 평범함이란 것이 학교 끝나고 학원가고 과외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일반적인 길인 것일까? 되 돌아보면 우리도 그 나이 때를 생각해보면 고민이 없었다. 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고민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가르침이 없었다. 그냥 일단 공부만 열심히 하면 나중에 다 해결된다는 식이었다. 그 시절 고민들은 어른들의 눈에 치기 어린 하잖은 고민거리로 치부되어 공부에 방해가 되는 잡 생각일 뿐이었다. 아이들이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본인의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모색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 것이 정말 부모의 역할이란 생각이다 


그 도전을 이번 휴가를 통해서 처음 시작해 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휴가가 나에게 많은 것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아주 거창한 목표도 없고 계획도 없다. 단 한 가지 목표라면 그냥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이 시간 자체가 축복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 자체가 휴식이고 삶의 쉼표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이다. 그리고 노는 동안 아이들은 사고의 폭이 조금이라도 넓어졌으면 한다. 물론 안 그렇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것은 그 아이의 인생인 것이다.

IP *.35.3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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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4 11:24:08 *.124.22.184

15일 동안 과제는 어떡해요? ㅎㅎ

여하튼 부럽 부럽~ 아이들에겐 학원가서 성적올리는 것보다 이 한달이 두고두고 추억이 될거에요. 아마 사춘기가 올때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될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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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4 12:32:17 *.146.87.29

와~!! 이 칼럼 좋아요!

아이들에게 쉼, 놀기 등을 알려주는 것

이것이 진짜 교육 같아요!!

재미있는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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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4 14:16:51 *.18.218.234

정학씨, 기상씨 접선해서 알람시계 빼오고 제주 있는 동안 과제는 제끼는 걸로 앞 날을 도모하시오.

(만약 그대가 기상씨에게 제압당해 둘 다 바다 보며 노트북 켜고 과제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만다면

그 사진도 찍어 공유해요 ㅋ 암턴 두 분 만나긴 할거죠? 부럽다,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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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5 08:35:40 *.71.149.234

형님이 이런 연차를 냄으로써 후배들도 따라가는 겁니다. 다들 원하면서 누군가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선구자가 필요하죠.

오늘 맛있게 같이 점심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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