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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9일 08시 24분 등록


5월은 어머니와 관련이 깊은 달이다. 먼저 누구라도 1년에 하루만큼은 효자, 효녀가 되게 하는 어버이의 날이 있어서 어머니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카톨릭에서는 아예 5월 한달을 우리들의 어머니(Notre Dame)”의 달, ‘성모성월로 지정해서 어머니를 위해서 기도하고 축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어찌된 일인지 5월에는 독재 정권에 자식을 잃은 아픔을 가진 어머니들도 많아, 우리나라에서는 <오월 어머니의 눈물>, 아르헨티나에서는 ‘5월 광장의 어머니들(Madres de Plaza Mayo)’ 등을 떠올리며 5월의 희생과 어머니를 기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엄마의 생신이 있고, 엄마의 엄마가 돌아가신 달이라 5월은 어머니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달이다.

 

5월을 약 열흘 정도 남긴 지난 주말, “우리들의 어머니라는 이름의 미국 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가 미국은 물론 한국 매체에도 뉴스거리로 등장했다.

나의 모교(母校)이기도 한 이 학교는 5월 졸업식에 현직 미국 대통령이 방문해서 축하 연설을 하는 전통이 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 56년간의 전통을 깨고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아니라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Mike Pence)가 축하 연설을 위해 졸업식에 참석했다는 소식이었다. 처음에는 전통에 따라 새 대통령을 초청하려고 했으나 그의 반 무슬림, 반 이민 정책 등 인종차별적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가족, 교직원의 요청과, 반대 시위 등으로 인해 학생들의 축제가 변질될 수 있어, 그를 초청하는 대신 부통령을 초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통령도 환영 받지 못한 연사였다. 그가 연단에 오르자 100여 명의 졸업생이 항의 표시로 자리에서 일어나 졸업식장 밖으로 나갔고, 짧지만 야유가 섞인 함성도 있었다고 한다. 하필이면 그는 학교가 위치한 인디애나 주에서 하원 의원을 했었고,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주지사직을 맡았었다. 그리고 4년 간의 주지사 시절, 그는 난민, 성소수자 등 약자의 인권을 탄압하는 정책을 취했었다. 그의 이런 과거 행적과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저항으로, 학생들은 그들이 주인공이어야 할 졸업식장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

 

학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이번 졸업 축하 연설에 대해 네이버 댓글 저리 가라할 정도로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학생들의 선택에 대한 응원과 지지도 있었지만, 정부 수반에 대한 무례함을 지적하거나 그동안의 전통이 깨졌음을 아쉬워하는 소리도 높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립 대학교의 졸업식에 와서 축하 연설을 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특별한, 지키고 싶은 전통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약자의 인권을 탄압하고 인종에 따라 차별하는 등 학교가 추구하는, 그리고 보편적으로 타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정책을 하는 대통령이라도 초대해서 축하 연설을 듣는 것이 진정으로 전통을 지키는 것이었을까?

비록 대통령의 축하 연설을 듣는 56년의 전통은 깨졌을지 모르지만, 보편적 가치에 어긋나는 정책을 펼치는 정치인은 반대하고 저항하겠다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낸 후배들에게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아름다운 전통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한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5. 그래서 어머니의 달(성모성월)로 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5월을 보내며 지켜서 아름다운, 그러나 깨트리고 새로 만들어서 더욱 아름다워지는 전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IP *.222.2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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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1:45:38 *.124.22.184

수정씨 칼럼보니 지키고자 하는, 지켜내고자 하는 전통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제가 요즘 계획을 지키는 것만 집중하고 있는 나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시점에 보니 더 의미 있게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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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0 05:24:30 *.106.204.231

모든 전통은 거듭남이 필수인것 같습니다. 그래야 전통다워질수 있는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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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1 18:47:49 *.120.85.98

멋진 사람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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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2 21:32:01 *.39.23.224

그대의 세상에 대한 애정이 느껴짐은 나만의 생각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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