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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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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6일 02시 24분 등록

스물 아홉 살의 나는 매우 우울했던 기억이 난다. 매일 밤 침대에 누어 마치 낙엽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눈물을 흘린다던 사춘기 소녀처럼, 나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매일 울며 잠이 들곤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서른 살을 앞두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서른 살의 나는 마냥 멋진 커리어우먼이자,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있으며, 무엇이든지 척척 잘 해내고 더 없이 성숙한 인격의 여성일 줄 알았는데 실상은 다크써클이 가득하고 까칠한 성격의 노처녀 신세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궁상을 떨고 하루에도 수백번씩 울고 웃으며 감정기복의 끝을 보여주던 나는 결국 서른 살을 넘기고 나서 나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인생의 황금기가 지났다는데 이제는 뭐 그저 즐겁게 살아야지라는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오히려 다양한 일들을 지르면서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생각이 난다. 내가 먼저 고백했다가 차이는 경험도 하고 술을 마시고 길바닥에 넘어져보는 소위 망가지는 경험들도 하며 안된다 라고 생각해왔던 틀을 깨면서 자유로움을 느껴보기도 했다. 여러 곳에 여행을 다니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면서, 소심하고 겁 많은 내가 조금 더 담대해짐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도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조금씩 철은 드는 구나 라는 생각에 나의 서른 초반은 행복했던 것만 같다. 물론 남편과 알콩달콩 연애를 했던 것도 내가 서른 초반을 핑크빛으로 기억하는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서른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나는 스물 아홉의 내가 떠오르면서 가슴이 답답하다. 물론 지금 느끼는 감정은 내가 꿈꾸던 삶에 이르지 못한 패배감과 나만 빼고 모든 사람이 행복해보이는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그 때의 감정과는 조금 다르다. 그러나 앞길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내가 살고 싶은 인생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찾겠으며, 이를 밝혀 줄 이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답답함은 스물 아홉의 그것 보다는 더한 것 같다. 또한 그 시절, 적어도 닮고 싶은 선배와 부러운 선배가 있었고 저렇게 되어야지 라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방황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회사에서는 꿈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후배들, 워킹맘의 비애를 너무나 온전히 느끼면서 삶의 신조까지 바꾸려고 하는 선배들을 보며 나는 현재 나의 상황도, 앞으로 올 미래도 모두 안갯 속이라 더욱 갑갑증이 도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나는 그저 저렇게 뛰어난, 나보다 더 열혈 커리어 우먼이던 저 언니도 힘들다는데 나는 그 자리에 가면 얼마나 더 힘들까라는 생각에 잠겨 또 다시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 바쁜 것이다. 또한 모두가 입을 모아 지금 아니면 다른 옵션들을 생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work & life balance를 맞출 수 있는, 조금이라도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환경으로 움직여 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니, 더욱 답답해져만 간다. 조금 더 열정적으로, 조금 더 자신감 있게 회사 일을 열심히 해보고 싶었던 나의 소망과는 다른 길이 제시되기에 더 그러한 것 같다.

 

올해 유달리 얼어 붙은 취업시장을 앞두고 학교에서도 우리는 고민이 많다. 물론 개중에는 자신의 꿈을 찾아 나아가고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 일부는 나와 같이 매일 팔랑귀가 되어 이 분야가 유망하다고 하면 그 쪽을 알아보다가 또 저 분야가 유망하다고 하면 그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곤 한다. 나 또한 책을 읽으면서, 꿈이 없으면 어떠리, 그저 지금 현재에만 충실하다 보면 길이 내 앞에 펼쳐 질꺼야 라고 거듭 다짐해보지만,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 혹은 내가 꼭 달성하고 싶은 그 어떤 목표가 없는 이 상태는 여전히 매우 불안하다. ‘언제 쓸 지 모르니까라며 중국어를 배우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등 부산한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있으면 뭐라도 더 도움이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지만 마음은 늘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생 일대의 큰 목표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그저 관심 가고 왠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렇게 쉽지 않을지는 몰랐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 대신 잘하는 일을 해보면 어떠냐는 질문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껏 찾은 나의 강점은 남들과는 뚜렷하게 차별화 되거나 정말 내세울 수 있는 강점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자니 나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인 것이라는 현실을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밤늦도록 성토대회와 신세한탄을 하다가 잠이 든다. 물론 일부 책의 말마따나 너무 신중한 나머지 선택지를 많이 나열하는 바람에 결정 장애가 온 것 일수도 있고, 그저 조금이나마 관심이 가는 곳에 뛰어들어보기 보다는 머릿 속으로만 주판알을 굴리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혹은 완벽한 결정을 하기 위해 이것저것 재는 일이 많아져서 일수도 있고, 아니면 결정을 회피하기 위해 이것저것 핑계를 늘어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들러는 계속해서 나에게 네가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고 어떤 상황을 받아들이는 네 자신의 자세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나를 자극한다. 그러나 답답한 현실에, 그리고 아무도 정답을 알려줄 수 없는 이 상황에 그저 하소연만을 해보고 싶은 오늘 밤이다. 그래도 내일은 다시 하루 만큼 더 성장하는 나를 위해 새로운 마인드를 가져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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