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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6일 09시 55분 등록

 

9월 수업의 주제는 역사 속 인물과의 가상 인터뷰이다. 주제를 듣고 동기들 모두 너무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몸과 마음이 힘들었고 슬럼프를 겪고 있던 터라 과제를 선뜻 시작하지 못했다. 인물 선정이 먼저인지, 질문 선정이 먼저인지 마지막날까지 고민하다 결국 인물을 먼저 고르기로 했다.

먼저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의 저자이기도 하고, 내게 큰 영감과 우울감을 준 동.서양의 두 천재, 괴테와 사마천을 선택했다. 둘에게 할 질문은 그들의 삶과 죽음이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니체가 떠올랐다. 니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 빠질 수가 없다. 그리고 춤이라면 진 애드먼이 빠질 수 없지. 조셉 캠벨의 부인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무용가 중의 한 사람인 진 애드먼. 사실 나는 <신화의 힘><신화와 인생>을 읽으면서 저자인 조셉 캠벨을 연구할 때 그보다 그의 부인인 진 애드먼에게 더 관심이 갔었다. 조셉 캠벨과 진 애드먼은 같이 있었기에 더 좋은 사람들이 되었고, 서로를 빛나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 둘을 이상적인 부부관계라고 생각한다.

 

<파우스트><사기열전>은 나에게 매우 어려운 책이었다. 두 책 모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며 읽었는데 내가 받아들이는 방식은 전혀 달랐다.

<파우스트>는 어렵고 재미없었지만, 나는 저자인 괴테의 인간적인 매력과 그의 삶에 강하게 끌렸다. 그는 타고난 재능을 모두 발휘하며 온전한 삶을 살았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에 가깝다. 그가 60년에 걸쳐 <파우스트>를 완성했다는 걸 알고, 나도 5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영감을 얻기도 했다.

반면에 <사기열전>을 읽을 때는 <파우스트>를 읽으면서 얻었던 영감과 의욕이 사라지고 우울감이 몰려왔다. 아마도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책을 읽으면서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몰입해서 그랬던 것 같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때 나를 우울하게 했던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 우울감에 대한 극복 방법, 그리고 춤과 그들의 인생에 대한 질문과 답을 이번 달에도 밤을 새어가며 완성했다. 전날 낮에 시간이 있었는데도 미루고 안 했다. 시험 앞둔 중학생처럼 낮에 딴 짓 하다가, 왜 꼭 밤을 새야만 글이 써질까? 이번에도 기어이 해가 뜨는 걸 보고 말았다.

때로는 그들이 쓴 책과 자료를 찾아가며, 때로는 나의 생각을 그들의 입을 통해 쓰다 보니 어느새 질문에 대한 나의 입장이 정리가 되었다. 정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다시 답을 찾아갈 힘을 얻고 있었다. 그리고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동기와 선배들의 질문과 피드백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는 누구나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을 이제서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늦게 시작한 만큼 잘 찾아보자.

 

이번 과제를 하면서 왜 저자 연구를 해야하는지 진심으로 이해가 됐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는 걸 실제로 경험했다. 그동안 치유하는 글쓰기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사실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었다.

이번 과제와 수업은 나에게 가장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알고, 이런 과제를 준비하신 교육팀 선배들의 혜안에 박수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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