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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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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1일 18시 10분 등록

요즘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시간을 내어 종종 지난 생활을 되짚어 보게 된다. 많은 것이 변화될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가슴 뛰게 만드는 것과 손도 대기 싫은 것은 무엇인지? 여전히 유효한 것과 의미가 없어진 것들은 무엇인지? 무엇을 갖고 가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쉽지 않은 질문들이고 늘 고민하지만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던 것들이다. 살면서 자꾸 잊혀져 가는 질문들이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신은 있는가? 육백만 불의 사나이와 헐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태권브이와 마징가 중 누가 이길까? 왜 돌은 돌이 되었을까? 궁금한 것도 많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많고 호기심을 갖고 보던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잊혀진 질문들이다. 왜 그럴까? 더 이상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질문들이 차고 넘쳐서 묻혀버린 것일까? 하지만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은 언제까지나 답을 기다리면 누워있었다.

 

질문 중에서도 내가 존재한 이유와 소명에 대한 질문이 가장 우선인데 이제는 아무도 이에 대해 내게 질문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도 나의 존재와 소명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나도 어느덧 그들의 존재와 소명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무수히 태양을 돌아 지금으로 왔다. 늘 지금은 여기 있는데 나의 존재와 소명은 달아나고 없다. 여전히 뒤쫓아 다가가지만 언제부터인가 가고 있는 길도 어딘지 모르고 있고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있다. 문득 마주치는 누워있는 질문들이 살아나면 그때서야 나의 앞에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문득 자문하게 된다. 지금 어디쯤 와있니? 그리고 다음은 어디로 가고 있지?

 

질문에 답하기 쉬웠던 때가 있었다. 무엇인가를 막연한 것일지라도 내 답이라고 여기면 되는 것이었다. 불분명한 채로 왜 좋아하는지도 왜 그것이 답인지도 사실 더 묻지 않았다. 괴로운 날 술에 취해 터벅터벅 걷던 길에서 마주치는 가로등에 기웃거리는 나의 그림자와 점점 줄어드는 사람들을 비껴가며 찾아가던 나는 누구를 만나고 있었을까? 그렇게 내 길이라 믿고 걷던 삶의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또 하루는 지나가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에만 매달려 해야 할 것에 대한 질문을 밟으며 그렇게 한 걸음씩 살아왔다. 해야 할 질문들이 누워있다. 어쩌면 잊어야 할 지도.

 

최근 잠들기 전에 심장이 두근거려 잠에 들지 못하는 밤이 몇 번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라 생소하였다. 진정하려 찬물을 마시면 다시 정신이 또렷해지고 심장은 더 날뛰었다. 이제 남은 시간을 계산해서 미쳐 못 뛴 거리를 달리고 있는지도? 그렇게 숨가쁘게 달렸건만 심장은 아직도 더 두근거린다. 무엇인가 설렘을 주는 것인지? 두려움인지? 정체를 알 수 없고 대상도 없던 그 외로운 두근거림은 왜 그때 나를 깨웠을까? 미쳐 하지 못한 말들이 심장 위를 달리며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하는 듯 온 심장을 두드리며 묻어둔 질문들이 일어 난다. 정말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나의 발자국 속에 박힌 질문들.

 

현실에는 질문이 없는 것이다. 그저 사실만이 존재한다. 만물이 있고 만물의 규칙 속에 상호 작용 속에 인과 속에 영향력이 미치는 한계 속에 존재할 뿐이다. 나는 오직 세계 안에 인식한 것만으로 세상을 만들고 또 행복해 지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아 하루를 꾸며가고 있다. 하루하루 꾸며온 삶이다. 꾸며진 삶이 발아래 놓여 있다.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수없이 찍힌 발자국들이 계속 뒤꿈치를 물어온다. 어디로 가느냐고. 삶은 거짓말같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뚝 잘라버렸다. 허리춤인지 꼬리인지 어딘지 모를 삶이 퍼덕인다. 발아래 퍼덕이는 질문들. 현실에는 질문이 없다. 오늘도 꾸며본다. 행복한 하루. 이리 저리 분주히 찍힌 발자국 위에 놓인 작은 하루를.

 

잠시 머물 것이다. 흙 속에 묻혀 있던 질문들에 대해 한 번쯤 답해야 할 시간이 왔다. 그리고 지워야 할 질문들에 되물어야 한다. 왜 답해야 하느냐고 그리고 답해버려야 한다. 더 이상 심장을 두들기지 않는 질문은 이제 지워야겠기에. 문득문득 뒷덜미를 잡고 나를 흔들던 의미 없는 질문들을 놓아줘야 한다. 홀가분하게 다음 한 걸음을 딛기 위해 말이다. 지난 밤 이유 없이 뛰던 가슴은 나를 잠에서 불러 세웠다. 무수한 심장 박동소리에 모든 적막이 깨어나듯 하였고 삶의 뿌리를 찾아 다시 떠나야 함을 암시하듯 북소리를 울렸다. 잊혀진 질문들과 마주하는 것은 그 너머의 새로움을 향해 떠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IP *.105.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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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2 21:07:57 *.70.220.99

깊은 고뇌가 문장에 묻어나네요. 릴케가 말한대로 질문을 품고 잊지 않으면 언젠가는 해답속으로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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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12:57:57 *.247.149.239

저도 릴케 생각했는데 같은 생각하신 분이 계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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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3 05:34:23 *.215.153.2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 기분으로 변경연 꿈벗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났는데 문 밖에 있을때 보다 제 자신을 좀 더 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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