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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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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8일 10시 22분 등록

5일간 20시간의 집단상담을 마쳤습니다. 성격에 따라 참여도가 달랐지만 그새 정이 들어 직접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상담도 아닌 구조화된 집단상담이라 개개인의 상황에 대해 더 접근할 수도 없고 자신에 대해 개방하는 정도도 달라 쉽지 않았습니다. 집단상담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리더 상담사는 직접 경험이 없어 피상적으로만 대할 수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그 아이들의 감정 기복이 심한 이유와 무기력해보이려 하는 태도도 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소년재판과정 중에 분명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입니다. 저와 아들이 그랬습니다. 판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남습니다. 죄를 지어 간 곳이기에 자기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 아이들은 분명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장 클 것입니다. 이는 공통점입니다.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 부모,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상처 많은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반성의 역설』에 의하면 자신의 아픔이 더 크기에 상대의 아픔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자신이 상처받았던 것들을 다 쏟아내고 나서야 상대의 아픔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해자이지만 그들은 부모로부터, 학교 교사로부터, 사회로부터 부정적인 반응과 표현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자신이 한 행동이 그러니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누구나 지속적으로 비난만을 받는다면 상처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날엔 즐거운 활동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럴 때 아이들의 모습은 천상 그 또래의 보통의 아이들과 같습니다. 물론 그 아이들 중엔 말도 안 되는 가치관의 왜곡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 역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기에 생겨난 결과입니다. 그래서 좀 더 그 아이들에게 직접 다가가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다시는 재범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해봤습니다. 보호관찰소에서 하는 수강명령을 알아봤습니다. 법무부 소속이기에 법에 대해 교육을 더 중요시 시킨다고 했습니다. 같은 죄를 지을 때 어떤 처벌을 받는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인 것이지요.

그래서 보호관찰소 수강명령을 참관하러 갈까 하다가 보호관찰소에 상담활동하는 상담사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각당복지재단’에서 파견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각당복지재판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니 상반기 6개월 과정의 기본교육과 하반기 6개월 과정의 심화교육을 받고 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했습니다. 1년 과정 공부를 하고 아이들을 만나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제 나이에 1년간의 공부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런 나의 고민을 듣고, 청예단에 상담봉사자가 가정법원에서 운영하는 위탁위원제도를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집을 하지 않는지 공고조차 없었습니다.

 

법원 3호 처분인 수강명령을 집단상담 리더로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수밖에 없어보였습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도 10년 전에 알던 분을 만났습니다. 사단법인 단체를 만들어 위탁기관에 6개월 생활을 끝낸 아이들 3명을 2년간 같이 생활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한다고 했습니다. 작년엔 1명이었다고 하더군요. 그 아이들에게 독서와 글쓰기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제가 고민하고 있던, 직접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던 저에게 어쩜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 만남이 되었는지 신기할 뿐입니다.

 

 

2월부터 12차시로 그 아이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쓸 것입니다. 한 명의 아이라도 살리고 싶다는 저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그 아이들과 책을 매개로 변화되는 모습을 볼 거라 생각하니 벌써 기대가 됩니다. 물론 제 기대와는 별개로 변화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도 기쁩니다. 그 이야기도 계속 글로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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