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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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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30일 23시 36분 등록

12월이면 다들 연말 모임 계획이 한참이시죠? 저 역시 6개의 약속이 있습니다. 청예단의 상담전화도 마찬가지로 연말이면 너무 많습니다. 일 년을 넘게 상담을 해보니 상담이 많은 시기와 상담이 없는 시기가 있습니다. 우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상담이 적습니다. 당연하겠죠.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으니 부딪힐 일이 그만큼 줄기 때문입니다.

 

그럼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많아질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학기 초에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르니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그 기간에 사건이 있어도 어느 정도는 수면 아래에 있습니다. 선생님조차도 조금 더 지내보자고 종용하기도 합니다. 3월이 지나 4월부터 조금씩 상담이 늘어갑니다. 상담이 늘어간다는 것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신고 됐거나 신고하고 싶다는, 혹은 열린다는 이야기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학교폭력 상담은 늘어만 가는 달입니다. 그동안 수면 아래 있었던 일들이 하나 둘 씩 올라오고 서로에 대해 조심하고 탐색만 하던 것이 힘의 위아래가 결정 나면서 부딪힘이 생겨나고 주위에 알려지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방학동안 주춤했던 학폭은 2학기는 시작하자마자 다시 많아집니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1년 동안 곪을 대로 곪은 것에서부터 새로 발생하는 것까지 너무도 많아집니다. 심지어 졸업반인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까지 진학과 관련해서 생기부 기재 때문에, 혹은 같은 학교에 진학할까 우려해서 상담을 해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을 그냥 넘겨야 하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뭐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부모는 버티다 졸업하자하는데 아이는 그 기간조차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보통 3명 정도의 상담원이 전화를 받습니다. 4시간에 3명이 5~6건의 상담전화를 받으니 4시간 만에 15건 이상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찌보면 지금의 학폭은 오프라인상의 관계 맺기를 잘 못해서 오는 관계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마치 ADHD(주의력결핍장애)의 약 처방이 방학에는 현저히 주는 것과 같습니다. 학교생활의 적응을 위해 약을 복용하는 것이지요.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고 충돌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사람과의 갈등이 비단 상대의 잘못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 양쪽이 함께할 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협동보다 경쟁을 독려하고 같이할 때 즐거움보다 나 혼자 잘하는 것을 좋아하게 한 것은 어른들이고 교육입니다. 모둠활동을 기피하고 무임승차하는 것을 봐주지 않겠다고 하는 아이들, 먹는 것조차 공평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니 치킨은 싫다는 아이들. 그러다보니 잘하는 아이를 부러워하는 것을 넘어 시기하고 질투하고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됩니다. 피해자 중에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유를 모르겠어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 누군가에게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었을 수 있을 겁니다.

 

부모나 어른은 학폭문제를 신고와 처벌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집에서 보이는 모습이 아이의 전부가 아닙니다. 내 아이의 어떤 행동들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데 방해가 되는 모습인지 살펴보시고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내가 노력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인 교사와 부모가 나서서 감정이 아닌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면 좀 더 지혜로운 해결책이 나올 것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어른도 아이들도 문제해결 하는 법을 배우게 되겠지요. 그 경험이 이후에 다른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잘못을 원천봉쇄해서 없애버리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원천봉쇄하고 없앨 수는 없습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고민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없애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 문제점을 어떻게 하면 잘 조절할 수 있을지를 같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러다보면 분명 시행착오가 생길 겁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다면 그 시행착오는 값진 것입니다.

 

지금까지 학교폭력을 가해자 처분에 중심을 두고 해왔습니다. 그것의 한계를 모두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럼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다른 방법들을 모색해야할 때입니다. 아마 근본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논의는 없이 결과만을 가지고 처분했기 때문에 바뀐 것이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제라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다 같이 논의하고 그러기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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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1 08:53:50 *.170.174.217

자라나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 입니다.

그 아이들이 행과 불행은

우리 미래의 행과 불행이겠지요.


쉽지않은 그들의 고민을 외면한다면

우리의 미래 또한 밝지 않을것입니다.

이렇게 좋은 글로 함께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올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다가오는 한해에도 뜻하시는바 이루실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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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8 11:48:26 *.210.132.101

감사합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값진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고 그러기에 나서야한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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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5 14:36:07 *.48.44.227

오로지 성적에만 집중하다보면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모르게 되는 수가 많지요.

 더 나아가서는 우리애는 잘못할 리가 없다며 우기는 학부형돌도 많아요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일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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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8 11:49:56 *.210.132.101

맞아요. 점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어지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웨버님이 교직에서 받았을 상처가 이해돼요. 학폭 책임교사는 교사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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