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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6일 08시 34분 등록

마지막 수업

 

마지막 수업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발표자였다. 비록 마지막이라는 수업에 걸맞게 책 수업이 잘 끝나지 않아 유쾌하지 않았지만 지나간 시간이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날 뻔 한걸 겨우 참았고 말을 아꼈다. 누구는 자기를 살린 곳이 변경연이라고 했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이 변경연 덕분에 나를 알게 된 행복한 시간이었다.

 

장례식을 시작으로 한 달에 한번은 모였으니 10번을 만났다. 따지고 보면 우린 겨우 10번 밖에 만나지 못했다. 이 나이가 되면 사람을 가까이 하게 되는건 사실 어렵다. 그저 그런 계산에 의해  만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진심으로 대했고 진심을 느꼈다. 8명마다 각자의 가슴속에 느껴지는게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나. 나에게 지난 1년은 너무나 급격한 변화의 시기였다. 직장인에서 전업주부로, 군인에서 민간인으로 전환을 한 시기였다. 선배들에게 수없이 얘기를 들었다. 군인이 민간인이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이다. 많은 선배들은 전역 후 관련업체에 취업을 했다. 후배들 역시 그 길을 따라 걸었다. 나는 그 길이 싫었다. 이만큼 이 길을 걸었으면 다음 길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른 길을 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밥벌이의 안정이었을 것이다. 외벌이였다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이 땅의 많은 가장들이 가고 있는 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쁜 와이프 덕분에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잠을 이루지 못한 새벽녘에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무심코 책장을 서성거리다가 눈에 띈 책을 집어 들었다.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였다. 2009 30대 나이에 이 책을 샀다 , 이런 책이 있었지하고 진짜 43살이었던 나는 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된 11기 모집공고를 보고는 이 기막힌 우연에 홀로 감동했다. 이것은 무슨 계시인가?

 

그 계시의 부름에 대답하듯이 난생 처음 그렇게 글을 미친 듯이 썼고 되든 안되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합격소식에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했다. 정말 무슨 뜻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를 생각했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매주 한 권의 책과 칼럼을 썼다. 무엇이 변했고 무엇을 얻었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은 하지 못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적어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는 알게 되었다. 가장 큰 수확이다. 그리고 삶에 대한 자세 역시 얻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면 가장 행복하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살야야 하는지는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과정이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다. 1년의 과정이 함께하는 것이라면 이제부터는 혼자서 가야하는 시간이다. 외롭고 힘든 길이고 무한한 심연으로 입문하는 시간이라고도 얘기한다. 그래도 난 준비가 되어 있다. 1년 동안의 배움과 7명의 도반과 선배들이 있다. 내가 필요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진심으로 도와줄 사람들이다. 그리고 내가 도움이 된다면 언제라도 도움을 드릴 준비도 되어 있다. 정신없이 지나간 1년이라면 이제부터는 천천히 오랫동안 가야할 시간들이다. 1년동안 와이프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시간들이 많았다. 그것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동안 같이 해 주신 교육팀 선배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1년 과정을 블리븐 11기, 우리 동기들 전원이 같이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고마웠습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원하시는 일들 이루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IP *.187.21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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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6 10:09:16 *.7.20.129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분리해서 사고하지 마시길. 이 두가지는 보통 같습니다. 올곳게 잘 걸어가실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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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6 10:45:52 *.129.240.30

1월 오프수업, 마지막 수업에 가족들과 함께 온 기상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


얼마나 지난 과정에 집중했었는지 보여주는거 같아서

그 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누구보다 우리 수업과 과정에 집중했던 기상이 있었기에

나 역시 반성하면서 내 스스로를 다 잡으면서 왔던 같아서 고맙고


그날 밤새우지는 못했지만.. 이야기했던 데로 2년차 과정을 같이 한번 만들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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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6 14:35:01 *.18.187.152

가장 성실한 북리뷰 동기로 기억될 거예요. 북리뷰를 보면서 기상씨 자세가 느껴져 항상 자극이 되고 반성을 했어요. 그 내공은 어떻게든 글쓰기에 반영이 될 거라 믿습니다~ 


군복에 '사람의 무늬(인문학)'를 입히는 멋진 군출신 작가가 되시길 바랍니다. (어랏? 쓰고 보니 괜찮은데? 군복에 사람의 무늬를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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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6 16:15:17 *.226.22.183

그대도 혼자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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