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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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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1일 06시 45분 등록

[8차 오프 모임 후기]

 

2017-11-18

티올(윤정욱)

 

 어느 바닷가 달리기 시합. 나는 죽어라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컨디션도 좋았던 나는 앞선 사람들을 모두 기세 좋게 제치고 있었다. 그런데 꼭 한 사람만큼은 따라 잡을 수 없었다. 도착한 결승점에서 확인을 해보니, 배우 권상우(?)였다. 나는 2등이었다. 잠시 쉬고 있던 나는 다시 돌아가야 했다. 잠시 도착한 그 곳에서 수영을 하기로 했다. 높은 건물 옥상 같은 곳에 바닷물이 들어찬 그 곳은 수영하기 그만이었다. 파도가 친다. 옥상 난간에 앉아 있던 나는 울렁이는 파도 때문에 건물 밑으로 떨어질까 위태위태 하다. 그러다 그곳에서 옛날 친구 권성진을 만났다. 초등학교 졸업 후 단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생각해 본적도 없지만 이름과 얼굴이 또렷하게 생각나는 친구다. 어디서 사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말을 건네지 않는 나, 주저주저 하는 그였다. 옥상에서 내려 온 나는 다시 해변가에서 깊게 파인 구덩이 여럿을 발견한다. 가까이 가 보니, 그 안에는 썩은 고기와 개구리들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나는 이 달리기 시합을 얼른 마무리 해야 할 것만 같았다.

 

  8차 오프 모임을 전후로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꿈이었지만, 쉽게 놓쳐버리고 싶지 않은 이 꿈을 꾼 나는 일어나자 마자 받아 쉴새 없이 종이에 그 내용을 받아 적었다. 나중에라도 그 꿈 속의 의미들을 곱씹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꿈 속에서 나는 강박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컨디션은 매우 좋았고, 몸도 가벼웠지만 나는 그 시합에서 2등을 했다. 나는 결과에 만족할 수 없었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꿈 속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지금의 연구원 과정을 달리기 시합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나는 달리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시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 결과라는 것은 바로 책을 내는 것이다. 나는 어쩌면 연구원 과정을 통해 성장하기 보다는 책 한 권을 결과물을 빨리 만들기 위해 조바심을 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건물 옥상에서 잠시 수영을 하는 와중에도 나는 편하게 쉴 수가 없었다. 그 옛날 초등학교 때 나의 라이벌이었던 친구를 만났기 때문이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나는 나의 안정된 직장 그리고 집, 차 등 나는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그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친구는 아마도 내가 되고 싶어한 나의 이상적인 모습, 즉 페르소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달리기 시합에서 2등을 하고 온 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앞에서 변명을 늘어놓기 급급해 했다. 1등은 못했지만 나에겐 직장이 있고, 집이 있고, 차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그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마 부끄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해변가로 돌아온 나는 다시 달릴 준비를 한다. 이곳 저곳에 파인 구덩이 속에는 썩은 고기와 개구리들이 가득했다. 그 썩은 고기와 개구리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었을까? 나는 아직 지난 책 쓰기 과정 속에서 나만의 명확한 주제를 잡지 못했다. 지난 10월 모임은 물론, 이번 11월 모임에서도 내가 준비한 과제물들은 모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아마 그 결과물들이 나에게는 썩은 고기처럼 보였나 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썩은 고기가 때로는 더 큰 과실을 맺기 위한 거름이 될 수 도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희망을 가지는 수 밖에 없다.

 

꿈에서 깨어나며 무엇보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썩은 고기와 개구리로 가득찬 구덩이 해변에서도 나는 다시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달릴 것이다. 이 해변가가 얼마나 넓은지, 또 발은 얼마나 깊게 빠질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그래도 다시 달릴 것이다. 처음 이 해변가를 달릴 때와는 다르게 달리고 있는 매 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 순간을 즐기면서 달리려 한다. 1등과 2등이 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매일 조금씩 달리는 나의 어깨 너머로 아침 해가 밝게 떠오르는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 빠샤! 빠샤! 빠샤!!

 

) 회사원 이야기는 접고, 다시 다문화로 돌아 갑니다..

IP *.39.1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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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2 14:45:14 *.18.187.152

꿈이 남다른데요! 그만 달리고 해변가에 앉아서 여유있게 일몰을 감상하는 꿈 꾸셔요. 

'옥상 위 수영'은 싱가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서 수영하는(시합이 아닌) 여유로운 미래 순간의 암시이길. (혹시 인턴 가기로 했던 곳이 그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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