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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12일 09시 55분 등록
리뷰와 칼럼을 제출해야 하는 날.
마감을 몇 시간 앞둔 지금.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난중일기를 읽고 일주일간 나를 따라 다는 것은 ‘충과 효’ 그것 하나 뿐이다. 그것은 모호하고 또 막막하다.

어려운 문제 피해가고 싶은 것은데, 피해지지도 않는다. 일주일 내내 칼럼을 쓸만한 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했고, 다른 생각이 들어오질 못했다.

정리되지 않고,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무엇이 충이고 무엇이 효인지 헛갈리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그것에 대해 가닥들 잡아내지 못하는 것일까? 잘 쓰지는 못하더라도, 매번 성실히 하겠다고 자신과 그리고 동료들과 약속했는데, 머리 속에서는 하얗다.
이순신을 이야기할 때는 충과 효가 빠지지 않는데, 난중일기를 읽다보니 그게 그럴 만한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이것은 건강이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건강한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적당히 잘 먹고, 운동하고, 휴식하고 안정했다는 것만으로는 건강의 조건을 이야기하고나면 너무 덤덤해서 그게 이유인지 다시 한번 묻게 된다. 그러나, 건강하지 않는 이유를 댈 때는 수 만가지를 댈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 운동부족, 근력부족, 잠 못들게 하는 고민, 잔병, 저혈압, 약한 심장, 무슨무슨 병 등.

이순신은 왜적이 침입할 것 같아서 방비했고, 싸움에 나가서는 이기는 것만을 생각했고, 이기기 위해 자신이 가진 지혜를 짜 냈고, 주위의 지형과 상황을 이용했다. 어머니 대한 그리움이 솟아 어머니께 편지를 쓰고, 생각나는 대로 어머니께 유자를 보내고, 미역을 보냈다. 그리움이 솟구쳐 서둘러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그냥 행한 것 같다.

난중일기를 읽는 동안 ‘해방 60주년 기념’이란 수식어가 붙은 독립운동에 관한 다큐도 몇편 보았는데, 어떤 이들은 일어서 자신의 뜻을 말하고 한결같이 자기 길을 가고 어떤 이들은 자신의 노선을 수정해 버리는지 궁금하였다. 다큐에서는 임진왜란의 시기와 일제의 압제 시기가 비슷하다고 하면서, 그 시대 속에서 기억할 만한 인물들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사상의 뿌리를 유학에서의 충과 효로 보았다. 내겐 다큐의 영향이 커서 난중일기를 읽는 동안 그 생각만이 났던 것 같다.
의병장으로 나선 사람들, 자신의 재산을 모두 다 처분해서 연해주, 북간도, 서간도 등지에 마을을 건설해서 독립운동을 지원한 사람들을 이야기 할 때, 그 시대 사람들이 주구장창 읽어대고 배웠던 것이 ‘충과 효’이니 그들은 나라를 위해 일어선 것이 당연했다고 말한다.

그 당연히 해야 할 것들 속에 충과 효가 들어 있나?
어떤 이는 그것이 당연해서 평생에 걸쳐 고뇌하면서도 그것을 그냥 했을 뿐이고,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갈림길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시대에 대한 오판, 공명, 재산의 무게.........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이 가장 어려운 것인가 보다. 그러니 그것을 해낸 이들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할 만한 사람으로 분리해서 상기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하겠다고 했던 것 해야한다는.... 일주일에 하나의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이것저것 써본다. 아프면서도 자신의 슬픔에 억울함에 하늘 향해 원망하며 울면서도 제갈 길을 갔던 약하고 성실하고 독한 인간 하나를 만나고는 안 써진다고 피해가고 싶지는 않아서다.

忠은 내게 여전히 모호하다.
IP *.72.1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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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6.13 11:46:14 *.75.15.205
너무나 평범했던 한 남자의 일기 그러나 너무나 대단하게 일궈낸 삶, 업적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포기하거나 버려야만 했던 일상의 사소한 무게들... (아, 그랬다. 그도 나처럼 차라리 전장에서 싸우는 것(큰 결정), 승리(몰입)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요는 그 이면의 일상의 평범한 고단함 예를 들면 시를 읊으며 그의 감성을 마음껏 펼치거나 유유자적하거나 할 수 없는 한가한 휴식이 아닌 지루하고 찌쁘드한 질척이는 일상들이 어쩌면 더 짜증나고 싫었을지 모르겠다. 또한 유교적 관념에 터부시되는 성에 대한 그리움 어쩌면 이해나 위로 받고 싶은 심정을 어머니로 표현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며 때로는 그의 감성과 이성적 직관에서 오는 차이, 갈등, 불일치적 요소 들에 반항하는 당연함에 대한 고집스런 자기다움에 대한 성찰, 중년의 그에게도 내재했을 법한 그에게 담긴 여성성과 남성성을 함께 생각해 본다. -(그의 눈물과 징징거림과 꿈에 대한 자신과의 대화와 점괘 등을 통해서... ) 한 편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만날 수 없는 현실성(꿈벗처럼 이상의 합일을 이루어낼 수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와도 같은 천형을 경험하거나 뛰어넘어야 하는 즉, 장애물)- 원균으로 나타나는 세상의 부적응을 향한 강한 몸부림과 처세, 처신과 원초적 본능적 자기보호로 살아가야만 하는 처절한 절실함... 그로인해 더욱 용감히 싸워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 분노를 긍정적으로 승화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왜냐면 그의 고뇌, 나약함, 어찌보면 시시할 정도의 징징거림은 너무도 인간적이라서 영웅을 환상적으로 각인시켜온 우리들에게 일침의 깨부숨과 평범한 근사함을 보여준 것 같아서 말이지. 그 점은 우리들의 부지깽이님을 닮았다고나 해야할까? 언제 여쭤볼까? 혹시 부지깽이님도 징징거리는 것은 아니신지... 너무 사악할려나?

3000 년 후 발견된 부지깽이님의 일기 : 2007년 6월 내가 징징거릴 수도 있다고 까발기려드는 사악한 써니에 의해 나의 건전한 의도가 흉악한 루머가 될 뻔 했다. 그 거짓말을 형언 할 수 없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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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07.06.15 01:06:44 *.103.132.133
언니들 수다에 내가 빠질 수 없지..
ㅎㅎㅎㅎㅎ... 나는 그저 웃으며 듣는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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