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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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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9일 11시 59분 등록

언젠가 수강생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100% 원하고 100% 노력하면 사람들은 ‘열심히 한다’고 말하고
300% 원하고 300% 노력하면 사람들은 ‘재능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재능’이라 불리는 것의 비밀이다.”

재능이란 게으른 사람들의 핑계일 뿐이라는 것 - 당시에는 일리가 있는 말이라 행각했었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재능이란 노력한 사람들에게 질투심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우상화의 표현일 뿐인가? 열심히 한다면 사람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가? 나이가 들면서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장과정에서 뇌의 시냅스(Synaps) 변화를 들어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확신하고 있다. 재능은 존재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재능은 있다.

카네기 연구소의 강사 양성 과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강사가 되기 위해 이곳에서 일년 반을 준비했다. 전국의 ‘한 강의’ 한다는 쟁쟁한 사람들이 다 모였다. 아침부터 밤까지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모두들 열성이다. 다행히도, 이번주 첫 강의에서 사람들의 평이 좋았다. ‘다행히도’ 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내가 강의에 재능이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재능의 중요성을 일찍 알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때로 그것이 나를 가슴아프게 한다.

책을 읽으며 삼십대 후반의 세명의 사람이 머리에 떠올랐다.


인물 하나 : 재능은 부족하지만 그 일에 열광하는 사람

그녀는 카네기에 입사한지 11년차이다.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고 싶어 신문을 뒤적거리다 ‘데일카네기 트레이닝’ 이라는 광고를 보고 왠지 미국기업인 것 같아 보여 원서를 넣었다. 그녀는 처음에 무역회사인줄 알았다. 트레이닝(Training)을 트레이딩(Trading)으로 잘못 본 것이었다. 면접관이었던 소장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잘못 판단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면접관의 설명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람들의 리더십과 인간관계 능력을 개발해 주는 곳이라니!

수줍은 그녀였지만 약점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것은 짜릿한 일이었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점점 자신감을 얻었다. 강의는 훌륭하진 않았지만 좋은 강의를 할 정도가 되었다. 일을 할수록 점점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의 강의는 화려하다. 10년이 넘는 경력이 그녀에게 가져다 준 것은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스팟(Spot) 강의 기법들과, 짤막한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능수능란한 강의 테크닉이다. 그녀는 강의란 일종의 퍼포먼스이자 콘서트라고 믿는다. 앉은 자리에서 사람들은 그녀의 강의에 감탄하며 감동을 얻는다. 때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러나 가슴뭉클한 순간 뒤에는 메시지가 부족하다. 강의가 끝나면 수강생들은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강의장 문을 열고 나가면서 ‘오늘 무엇을 배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열렬한 열정은 수강생들에게 고스란히 전염되었지만, 핵심을 짚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코치로서 뒤에서 앉아서 보는 나로서는 답답하다.


돌이켜보면, ‘강의하는 것은 힘들지만 행복하다’는 그녀의 말은 늘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녀는 다정다감하고 공감적이다. 그녀의 맑은 눈과 적절한 맞장구를 마주대하고 있노라면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어진다. 처음 입사했을 때 고민하는 문제들을 속시원히 들어주고 스스로 문제를 풀도록 도와준 것은 그녀였다. 그녀는 강의보다는 상담에 큰 재능이 있는 듯하다.

그녀는 아마도 강의에서 최고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인생에서 꼭 최고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녀는 늘 <세계 최고의 강사>를 꿈꾼다는 것이다.


인물 둘 : 재능은 있지만 재능을 알지 못하는 사람

그는 카네기 연구소의 팀장이다. 젊었을 적 생명보험회사의 영업지원팀에서 일했다. 각 영업점의 통계치를 분석하여 윗사람에게 보고하는 것이 그의 직무였는데, 매번 수치가 틀려 상사에게 면박을 당했다. 엑셀(Excel)이 그를 싫어하고, 그도 엑셀을 싫어했기에 그는 회사를 떠났다. 카네기 연구소에 먼저 입사한 교회 선배가 사람 좋아하고, 말 잘하는 그에게 ‘넌 사람들과 함께하는 직업을 하는 것이 좋겠어’라고 권유하여 입사하게 되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카네기 최고의 강사이다. 나이가 제법 있음에도 귀엽고 편안한 인상의 그는, 항상 겸손하게 자신을 오픈하며 강의를 시작한다. 그의 강의는 늘 유쾌하다. 쉽게 설명하되 묵직한 메시지로 영감을 준다. 재미있고 생생하게 설명하지만 결코 핵심을 잃지 않는다. 수강생들은 편안함 속에서 가슴을 파고드는 그의 말에 감동, 또 감동이다. 그는 강의에 재능이 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재능을 잘 알지 못한다. 몇 번 그에게 ‘팀장님은 강의에 재능이 있다’고 말해주어도 그는 ‘웃기지 말라’며 코웃음 치고는 인정하지 않으려한다. 그는 컨설팅 회사로 옮기고 싶어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분석하고 획기적인 전략을 짜는 일은, 그가 잘 하지 못하는 일은 아니나 탁월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강의하는 사람들이 단지 노력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다른 이에게는 어려운 일임을 그는 모르고 있다. 재능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실마리를 최대한 이용하여 계속해서 실험하고 모색해야 한다. 재능이 있건 없건 치열하게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신은 공평하다.


인물 셋 :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억지로 믿으려는 사람

그녀는 간호사로 17년간 일했다. 그러던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기계발 강사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Life’s Changing. 삶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강사의 재주에 현혹되었다. 그렇게 되니 그 다음 그녀도 그와 같이 되자는 욕망이 강하게 일었다. 그녀는 강의를 해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라고 그와 같이 못한다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화려한 무대에서 혀 하나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내 삶이 변화했듯 나도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간절한 마음에 그녀는 국내에서 유명한 강사를 찾아갔다. 강사는 좋은 강사가 되기 위해선 우선 세일즈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가장 힘든 영업이라는 보험 영업을 하고 있다.

카네기 강사들과 나는 그녀가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안다. 단순히 말을 더듬는 것을 넘어, 그녀는 늘 너무 긴장한다. 2분짜리 짤막한 발표를 위해서 그녀는 종이 한 장을 빽빽히 채워 그것을 기억하려 한다.

그녀는 400만원을 내고 강남의 유명 스피치 학원의 평생회원증을 끊어 수년간 수강했다. 실제로 다른 코스의 강의도 2년넘게 해 오고 있다 한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심을 잘 전달하지 못한다면, 안타깝지만, 강의에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닐까. 우연히 그녀와 대화하다 그녀의 애절한 말을 들었다. “전 강사가 못되면 안돼요. 제가 지금까지 투자한 돈과 시간이 얼마인데요!”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재능은 중요치 않다고 말하는 이유는 아닐까 하다. 쌓아온 것을 버리기 아깝기 때문에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며 노력의 힘을 지나치게 믿는거나, 또는 재능이 있다고 억지로 믿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조용한 속삭임을 무시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길현모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억하자.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스스로 모색하라. 헌신하고 모든 것을 걸어라. 그러나 그 길이 아니라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라. 앞에 다른 길이 나오면 슬퍼하지 말고 새 길로 가라. 어느 길로 가든 훌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다.”

나는? 나는 어떨까. 각기 다른 이 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자, 나를 객관적으로 다시금 돌아보아야 했다.

어렸을 적 형이 가진 재주가 부러웠다. 형처럼 수학과 물리학 공부를 잘하고 싶었고,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KAIST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서야 알았다. 공학, 특히 학자의 길은 내가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을 직업으로 선택했다. 가르치고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 강의를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이 어쩌면 내가 제일 잘 할수 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은 나의 강점 테마가 아니다. 어쩌면 나는 카네기에서 요구하는대로 강의를 활동적이고 재미있게 하지 못할 것이다. 종윤이형처럼 재미있고 생생하게 쓰는 글을 내가 어려워하는 것이다. 나는 결코 훌륭한 문학 작가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략을 짜는 것에 탁월하다. 언제나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독특한 시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좋아, 그런데 또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며 대안의 시나리오들을 탐색하는 것에 익숙하다. 나는 나의 이러한 특성을 강의에 잘 접목할 수 있다. 이미 짜여진 강의를 ‘전달’하는 것은 어렵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창의적으로 강의하는 것은 잘 할 수 있다. 살아있고 풍부한 글을 쓰는 것은 어렵지만 실험적인 많은 대안들과 풍부한 생각들을 조리있고 편안하게 쓸 수 있다. 다양한 주제는 어렵다. 하나의 주제를 깊이있게 파고드는 것은 잘한다. 초점(Focus)은 나를 설명해주는 또 다른 단어이다.

알겠다. 재능 하나에 직업 하나를 연결하려는 노력은 헛된 것이다. 재능은 직업의 분야를 결정하지 못한다. 직업에서 자신이 초점을 두어야 할 역할을 말해줄 뿐이다. 워렌 버핏은 성공적인 투자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재능을 하나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는 신속한 대처능력도, 개념적 사고 능력도, 사람을 평가하는 능력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여 그들과 ‘정확히 반대로’ 했다. 느긋한 성격은 그 유명한 20년 전망(Twenty-year perspective)를, 실제적 사고는 이해 가능한 사업에만 투자하는 습관을 만들었고, 그것 때문에 최고가 될 수 있었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차별성인데, 자신의 강점이 성공의 일반 모델과 달랐기에 차별성이 만들어 진 것이다.

그래, 직업을 또 다시 바꿀 필요는 없겠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겠다. 강점을 잘 알고, 그것을 활용하면 되겠다. 나는 타고난 전략가이며, 나에게는 핵심을 잃지 않으며 좋은 것을 훌륭하게 만드는 재능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교육일에 활용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나의 기질이 자연스럽게 발현되게 할수 있을까? 이것이 남은 연구원 기간동안의 중요한 질문이다. 다음번 꿈 프로그램에 꼭 게스트로 참여해야겠다.


덧붙여서 :
연구원 여러분,
8월의 활동은 연구원 각자의 5가지 강점 테마에 대한 서로의 피드백이 되면 어떨까요? 테마 각각의 내용은 알지만, 그것들이 조합되면 어떤 시너지가 날 지가 무척 궁금합니다.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이미 많은 상담 경험이 있는 기찬이형을 게스트로 초대하고, 우리가 아이디어를 모아 각자에게 풍부한 아이디어를 주는 것이죠. 각자의 다섯가지 테마가 결합되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서로 조언해주는 것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둘 다 가능할 것 같은데요? 발표자 적어도 열 네개의 후보 ‘길’을 가지게 되는 것이네요!

IP *.218.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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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7.09 11:57:42 *.218.205.7
겨우 시간 맞췄습니다. ^^; 도장 쾅 찍고 편집 좀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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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세공사
2007.07.09 12:12:25 *.140.145.80
개별상담을 원칙으로 하나 좋은 아이디어라서 기꺼이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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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7.09 14:16:55 *.99.241.60
고생하고 노력하는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이는 구나.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건강관리 잘하고.
강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강사의 신체적인 상태도 중요한 것 같아.
그럼 좋은 결과 기대하며,
과정이 끝나면 막걸리 한잔 거하게 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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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07.09 21:58:02 *.142.243.87
'이 모든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조용한 속삭임을 무시하는 것은 어렵다.'

난 비현실적인 무모함과 빛나는 용기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나의 문제에 있어서는.

그러나저러나, 박옹은 정말 풀어내는 데 재능이 있는 듯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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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7.07.10 08:26:51 *.249.167.156
시간이 많이 부족할 터인데 참 대견하다^^

영훈 형님 말씀처럼 건강도 챙겨가면서 해라. 하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너무 내달리진 말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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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7.11 00:00:18 *.70.72.121
옹박아! 나 세 번째 같아. “전 강사가 못되면 안돼요. 제가 지금까지 투자한 돈과 시간이 얼마인데요!” 딱 써니과다. 그치?

너의 전망이 비관적이네. 이 책은 재능에 촛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인생이 재능으로만 해결될까? 그녀를 관찰해 보자. 서당 개 삼년이면 풍얼을 읊는다는 데, 풍얼이 그럴듯 해지면 재능일까 아닐까? 개만도 못한 인간이 되기에는 너무 슬프다. 멍멍~ 연수 잘 받아. 1등 하지말고.ㅋㅋ 그냥 잘 받아. 몸 마음 건강하게. 알라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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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7.11 16:25:03 *.55.55.188
아.. 써놓은걸 이제야 다시 봤네요.

좋은 소재였는데.. 시간에 쫓겨서 너무 허접하게 써버렸어요. ㅎㅎ
언젠가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제대로 써 봐야겠어요.

저 역시도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노력보다 재능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었어요.
욕망과 재능을 뚜렷이 구분하고, 그 두가지가 겹치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의 시대가 원하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주입하는 것이 안타까웠죠. 아메리칸 드림이 '드림 잇셀프'에 멈추는 경우도, 조사해보면 아주 많을거에요.

제 생각엔 우리 연구원들중에, 그리고 변경연에 들어오시는 분들 중에 이상주의자(MBTI 유형 계층으로 NF)의 모습이 다소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렇구요.

제 경우에는 처음엔 좋아했고, 그래서 열심히 노력해서 겨우겨우 위로 올라가보면, 그제서야 한계를 발견할 때가 많았어요. 공학 공부가 그랬고, 노래 부르는 것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강의가 요즘 정말 내가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된 것이지요.

좋아하는 것(욕망)이 이상이고, 잘하는 것(재능)이 현실이라 볼 때, 우리가 너무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게 될 경향이 있을 것 같아 써 본 글입니다. 혹시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Good to Great에 나오는 스톡데일 패러독스 개념을 좋아합니다.
욕망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은 쉽습니다.
주어진 재능으로 별 노력없이 사는 것 또한 어렵지 않죠.
'현실을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야 말로 자신을 훌륭하게 계발해 내는 사람일 것 같습니다. 두 개의 모순을 끌어 안아야죠. 욕망을 바탕으로 한 노력과 재능을 바탕으로 한 선택의 진기한 조합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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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2007.07.11 23:24:11 *.102.143.55
전략과 초점.
오빠를 보면서 늘 '감탄'했던 부분인데
제대로 정리해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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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7.12 14:29:44 *.75.15.205
옹박아, 칼럼보다 덧글이 더 좋네. MBTI도 어느 정도는 습득된 정보에 의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보여지는 면이 있어.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지만 내 의식은 그것을 필요로 한다거나 선택해야 한다는 뇌작동인 것이지. 아마도 절실하게 구하는 경우 더욱 그러할 것같아. 그것에 집중하다보면 그것에 작용하게 되는 것이지. 학습이란 것이 바로 그런 원리가 아니겠어? 내 경우 예를 들어보면 난 상당히 이상주의야. 공상도 무지 많이 하고, 꿈 속에서 한가하게 놀 때가 아주 많아. 그래서 낙천성이 함께 나오는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내 다른 측면은 현실을 상당히 추구하지. 난 이것이 내가 경험한 것들과 필요로 한 것들 사이에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지속적인 자각으로 뇌에게 심어준 결과 같기도 해. 그 이유는 나의 30년 생활방식과 그후 15년의 생활이 아주 완전히 생판 다르게 연출 되었거든. 물론 많은 면이 기질적으로 잠재되어 있던 것들과의 결부이기도 하겠지만.

네 말마따나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그냥' 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건지도 몰라. 근데 찾는 이유와 절실하게 살고 싶어하는 것 또한 내가 가져보고 싶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은 거 겠지. 가보지 않은 길을 장담할 수 없고, 신께서 인간에게 노린 비밀의 문이 바로 그런 것들로 인해 인간이 함부로 엉기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닐까 하지. 그래, 그래도 너 말대로 기준을 필요로 하고 무언가 목표와 분명한 관점을 갖어 주어야 겠지. 발전을 원하는 이유와 가치 등.

나는 경험이나, 하고 싶었던 갈망, 필요가 반복되고 오래가다보면 그것이 재능이 된다고 생각해. 실제로 나는 내가 그랬다고 봐. 내 일도 나는 아주 하찮게 여기기도 하고 별 의미를 못두기도 해. 그런데 남들은 동경하는 경우도 있어. 내겐 20년 간 내 주위에서 별로 만족을 주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 이 일을 새롭게 하려면 대학을 다시 가야하고 국가고시를 봐야하며 몇 년간 경험을 쌓아야 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나는 기술적이건 사무적이건 최소 그 일에 10년 이상 종사해온 사람들은 그것을 재능으로 삼을 만 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재능이 참으로 헛갈릴 경우가 많지. 그런데 이 일 말고 내가 좀 더 일찍 나의 성향을 알았더라면 좀 더 다른 선택을 고려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사회 우리의 선택은 꿈이나 적성이 아닌 점수지. 그렇다면 그것을 거부할 수도 없는데 그 세계, 그 현실에서는 그것이 재능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람은 무척 탄력성이 뛰어난 동물같아. 그래서 적응하면 또 그대로 되지 않니?
더욱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 뭐냐면 어떤 일이건 계단식의 상향이라고 보여질 때 -나중에 크게 보면 직선이 되더라도- 고비마다 회의가 들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 하거든. 너의 지금 고민은 당연하고 의미가 있다고 여겨져. 잘못된 방향이나 선택이라기보다 명확한 목표설정과 가치부여를 되돌아보며 더 굳혀나가는 계기라고 보여지니까.

어느 날엔가 나는 너의 비상함보다 네가 필요로 하고 해야겠다는 것에 아주 맹렬히 열심히 임하는 그것에 너의 의미와 진가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 그 기질이 너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너가 좀 더 나은 어떤 선택, 일테면 의사가 되거나 비지니스맨이 되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거지. 자존심이 강하고 의지가 굳은 네게 세일즈는 덜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삶에는 운명적 요소도 한몫하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이해의 폭과 깊이가 쌓이면서 철학이 생기지 않겠어. 그 철학이 사부님처럼 체화되고 다듬어 질때 우리 중에 누군가 제2, 제3의 구본형으로 거듭 탄생이 되겠지. 그렇지 않으면 신도 아마 정신 없을 껄. 모두 잘났다고 자신에게 쳐들어오는 것을 감당하지 못했을거야. 그래서 시간을 벌면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겠지. 희망과 절망을 적절히 배합하면서.

우리에게 하나씩의 사연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시야를 넓혀가고 그래서 울고 웃고 부대끼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그러나 우리들은 아무리 운명이 거칠더라도 우리의 운명을 다 살아내고 좀 더 내게 적합한 혹은 더 많은 혜안을 가지고 더 크게 누리고 싶은 욕심이 숨어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단순하게 정하고 한가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긴 하잖아. 어떤 경우는 원석이 아름답고 어떤 경우는 갈고 닦아 가공한 모습이 가치와 의미가 더한 경우도 있고 말야. 어쨌거나 여기 모인 우리는 무언가를 찾고 의미를 두며, 현실보다 나아지는 나를 증명하고 그런 계획성과 성취를 갈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봐. 세상은 그런 사람들에 의해 확장되고 경험의 폭과 의미를 넓혀가니까. 때로는 惡하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善이 그것들을 해소해 나가니까 별 문제 없겠지.

젊음도 그렇고 인생도 어쩌면 너무나 불투명한지 모르지. 그 수고를 다소나마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사부님께는 있으셨던 것 같아. 그리고 기질적으로 사람들을 좋아하시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여기까지 오셨겠지.
그래서 솔직하게 만들어가셨고 그 과정을 털어 놓으셨던 게지. 어찌보면 사부님이야말로 신께 가장 도전장을 내미는 사악이(?)맞을 거야.
어쨌든 회의와 좌절을 딛고 너의 길을 가게 되겠지. 나는 바로 그러한 경험들이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라고 생각해. 네가 너무 쉽게 그러한 과정을 점령해 버린다면 그야말로 사람들에게 다그치기만하는 사악한(실제 사악) 모리배가 되지 않을까?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편협성에 빠져 굴림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한 경우라고 봐. 나는 그래서 그렇지 않은 신기한 변.경.연에 호기심을 품었고 확인하고 보고 듣고 느끼며 머물게 되었어. 네 말대로 한쪽으로 몰아서 사는 것은 어쩌면 쉬워. 그러나 균형감을 가지고 '현실을 직시하되 가치있고 바른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야 말로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지식인이 사명감을 가지고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목소리와 실천을 행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치와 의미라고 생각하니까. 나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 대열에 동참해서 나름의 임무를 완수해 나가고 싶어. 옹박이 네가 잘해서 사고뭉치 누이도 도와줄수 있는 역량이 되려무나. 기대할께. 사랑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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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7.13 16:18:45 *.218.205.7
휴.. 한숨에 다 넘기려니 힘들다. ^^;
누나 무슨말인지 알겠어요. 긴 글 고마워요. 좀 생각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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