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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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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4일 12시 19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29) - 싼 맛에 교포 아줌마 쓴다고?

식당업이 3D업종으로 취급되어서 사람구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교포 아주머니를 채용하는 사례는 드문 일이 아니다. 거의 모든 식당에서 한 두 번씩은 일급으로든, 직원으로든 고용해 보았던 경험이 있다. 그만큼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식당 종업원들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닐 바이지만 조금은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식당만큼 종업원에 의존하는 업종도 드물기 때문이다.

식당 종업원들은 평균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한다. 꼬박 12시간을 근무한다. 출퇴근하는 시간에다가 집에서 가족들의 식사며 집안 정리까지 하는 상황이면 거의 잠자는 시간 말고는 일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것이 식당 종업원들의 일상이다. 집안일이 힘들면 식당 일이라도 좀 편해야 하련만 식당은 그렇지 못하다. 출근하자마자 어제 남은 잔 일거리에다 낮 장사할 음식 만들거나 식당 청소를 하고 밥 한 숟갈 뜨자마자 점심 장사를 시작한다. 점심 장사 후 식사를 하고 한 두 시간 쉬는 시간이 있는데 이것이 하루 중에 거의 유일한 휴식이다. 그리고는 퇴근할 때까지 일하고 정신없이 퇴근해서 집에 오면 11시가 가까워진다. 집안일이 밀린 것을 정리하다 보면 12시를 넘기기는 다반시인 일상이 식당 종업원들의 하루다.

식당일이 이렇다 보니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것을 꺼려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들어온 중국 교포아주머니들을 채용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자본주의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 푼이라도 덜 줄려고 하니 다른 식당에서 5만원 더 준다고 하면 두 말없이 이직하는 세태가 남의 식당 이야기가 아니다. 더군다나 식당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지 구인난은 갈수록 심해지니 자연 사람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건국대 주변에 낙지볶음을 주 메뉴로 하는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의 사장인 B씨는 주 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건설회사에서 16년간 일을 하다 식당을 창업한 B사장은 안정된 일자리를 박차고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시기에 일을 시작하였다. 식당을 하기 전 몇 년 동안을 식당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식당이 자리를 잡지까지 2년 동안 고생을 하고 난 후 지금은 주5일제를 시행했다. 종업원들의 질이 식당의 질을 좌우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업소 점장에게 내부 일을 거의 위임한다고 한다. 그는 벌써 3개의 업장을 확장할 만큼 식당 비즈니스에 열정적이다.

대부분의 식당은 종업원들의 휴무를 주1회가 아닌 월 2회 내지는 3회인 경우가 많다. 정기휴일이 있는 식당이면 더욱 좋겠지만 하루 장사를 쉰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쉬는 날이 없이 장사를 하는 식당이 대부분이다. 직장인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대도시 시내권 식당은 일요일을 쉬는 곳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다수의 식당은 장사가 잘 되던 그렇지 않던지 간에 식당 문을 열어놓는다. 그러니 특별한 날이 아니면 쉬는 날도 맘대로 정하지 못한다. 다행히 요즘은 주1회 휴무를 시행하는 업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하루 12시간을 월 28일 정도를 일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식당의 현실이다.

몇 해 전 고깃집을 할 때였다. 우리 식당은 단체 손님이 오기에 적합한 식당구조로 되어 있어 단체로 예약이 많은 식당이었다. 어느 날 지역의 대기업체인 S전자에서 60명 예약을 하였다. 서빙을 보는 직원이 적어서 일급 직원까지 부르다 못해 와이프까지 불러내 카운터를 보게 하였다. 공교롭게도 바쁜 날 손님이 몰린다고 일반 손님까지 많이 와서 식당이 정신이 없었다. 단체 손님방에 세 명의 서버를 배치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교포아주머니였다. 일한 적이 얼마 되지 않아 서둘러서 뒤에서 도와주는 것만 하라고 지시했는데도 바쁜 나머지 직접 서빙을 본다고 하다가 손님한테 실수를 하였다. 고기를 잘라주다 손님 앞에 있는 물을 엎질러 버린 것이다. 죄송하다고 했지만 손님은 큰 소리로 혼을 냈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교포아주머니는 울면서 나가버렸다. 그 손님은 그런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술자리는 썰렁해져 버렸다. 서둘러 다른 서버를 투입해서 무마하긴 했지만 그 손님이 있는 부서는 한동안 우리 식당을 찾아주지 않았다. 나 역시 그 이후부터는 교포 아주머니를 서버로 고용하지 않는다.

종업원에 대한 식당 경영주들의 인식은 다시 제고되어야 한다. 그리 맛이 있어 보이지 않는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번성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다른 식당들이 잘 되고 있는 식당을 따라하려고 해도 할 수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는가? 이들 식당은 특별히 운이 좋은 경우인가? 아니면 당신의 식당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당신의 식당은 이런 식당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인가? 물론 종업원을 잘 고용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어떤 식당이든지 식당 구성원들의 숨은 가치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할수록 그 식당의 성공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경영주와 종업원간의 신뢰는 절대적으로 경영주에 달려 있다. 작은 식당일수록 더 그렇다. 이는 단순히 직장을 보장해 준다는 개념이 아니다. 종업원과 식당 사이에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에 대하야 강조하는 것만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식당이라는 매개체를 놓고 경영자와 종업원 사이의 ‘지루하고 끊임없는’ 상호간의 노력이 경영주의 의지에 주로 달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노력이 없다면 식당은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고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손님들이 그것을 안다. 식당 안에 들어서면 금방 느낀다. 종업원의 손님을 맞는 목소리에서,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에서 느낄 수 있다. 신뢰는 경영주와 종업원을 넘어 손님에게까지 흘러들게 된다. 손님은 그 신뢰를 먹는 것이다. 경영주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처음처럼 지루하고 끊임없이 종업원들과의 신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교포 종업원을 채용하지 않고서도 잘 운영할 수 있다면 더 좋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면 방법을 잘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일반 직원들과도 잘 지낼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며 교육도 잘 시켜야 한다. 싼 맛에 교포종업원을 채용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용시장이 더 힘들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에 대한 대비책을 잘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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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6.07.05 11:15:55 *.120.97.46
글에 힘도 있고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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