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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19일 13시 18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42) - 프롤로그

1) 식당비즈니스가 너무 힘들었던 지난날의 기억들

마흔이 되던 해 정월 어느 날 눈이 많이 내렸다. 내가 운영하고 있던 고깃집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식당으로 들어오는 길에 언덕이 있어 눈을 치우기 않고는 식당으로 들어올 수 없는 길이었다. 언덕길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염화칼슘을 뿌리기 시작했다. 건장한 남정네 둘이서 해도 근 1시간은 작업을 해야 눈을 치울 수 있을 만큼 눈이 많이 내렸다. 근근히 제설작업을 마치고 식당으로 들어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다 말고 다시 제설 작업을 하러 나갔다. 눈이 많이 쌓이면 점심장사를 놓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 날 제설작업을 네 번이나 해야 했다. 저녁에도 눈이 내렸기 때문이었다. 결국에는 문을 일찍 닫아야 했다. 쏟아지는 눈발을 몇몇 사람이 막기에는 너무 힘겨웠었다. 그 날 저녁 폭음을 하며 내 처지를 원망하였다.

먹는 장사를 업으로 한지가 벌써 10년이 지나간다. IMF가 터지던 그해 1월에 시작했으니 강산이 한번은 바뀐 세월이다. 서른 셋 한참 청춘이던 시절에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들어 세치같던 머리카락이 흰머리가 꽤나 나버린 마흔을 훌쩍 넘겼으니 인생 팔십 세월중의 한 가닥을 송두리째 바친 셈이다. 돈을 많이 벌어보기도 하였지만 돌이켜 보면 번 돈보다 까먹은 돈이 더 많다. 돈보다도 10년의 시간동안 이 바닥에서 나름대로 먹고 살 방도라도 찾았으면 그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텐데 세월이 무심하기만 하다.

2005년 여름, 더 이상 먹는 장사는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식당을 정리하였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무엇이든지 식당만 아니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진 것도, 남다른 재주도 없었지만 적어도 식당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반년을 찾아 다녔다. 변화경영전문가 구 본형 선생을 만나 공부를 하기로 하였다. 매일 조금씩 일정한 시간을 자신을 위해 투자하리라 마음먹고 독하게 공부를 하였다. 드디어 새로운 운명을 만나는구나 싶어 하루 하루가 즐거웠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조금씩 배웠던 마라톤도 드디어 완주를 했다. 15년 만에 보름동안 외국여행도 다녀왔다. 아! 이것이 진정 그토록 바랬던 행복이었던가.

그러나 운명은 그렇게 쉽게 내 인생을 바꾸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질긴 인연만큼이나 다시 식당을 하게 되었다. 피할 수 있었지만 해야만 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자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내 운명인가 싶어 참 서글펐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큰 손해를 보면서도 접었던 식당을 불과 반 년 만에 다시 시작하다니 내 몸 속에는 식당피가 흐르는 게 아닐까? 집사람마저 무척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귀신에 홀린 것 마냥 이 길로 돌아왔으니 아마 내 삶의 길은 이것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쨌던 다시 시작한 식당이라서 야무지게 덤벼들었다. 다시 시작한 만큼 더 이상 실패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시장을 보고 메뉴를 바꾸고 소스를 다시 만들었다. 예전에 알고 지냈던 요리 선생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많이 도와 주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싫은 기색 하나 하지 않고 몇일이고 주방에서 요리를 실험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주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직원들도 나를 많이 도와 주었다. 그들은 다니던 식당을 그만 두고 내게와 와 주었다. 짜증섞인 잔소리도 군말없이 견뎌 주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몇 달 지나지 않아 식당은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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