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연구원

연구원들이

2008년 6월 30일 14시 41분 등록


정물 그림을 보고 유리그릇을 연습하다가... 그림을 말고, 실물을 그려보고 싶었다. 과일과 유리그릇. 과일은 순전히 색의 혼합을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이고... 유리르릇은 광택때문이다. 광택을 잘 표현하면 투명함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색을 뭉개지 않는 것을 보시고 화실의 마크 선생님은 그것이 더 어려운 방법이라고 하셨다. 대가들은 그런 방법을 쓴다고 한다. 숙련된 사람들이 주로 쓴다는 말일게다.

나는 이 정물을 시작하기 전에 바로 직전에 색을 혼합하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색을 칠한 위에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넓게 펴서 바른 후에 다시 그 위에 색을 얻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깊고, 풍부한 맛이 난다고 했다. 그럴 것이다. 꼼꼼하게 넓게 펴진 색들은 깊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많은 색들이 혼합되면서 죽어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문지르지 않았다.

유리병의 투명감은, 광택은 날카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포도주 병의 야무지고 조그만 광택들은 단숨에 점을 찍듯이 혼합히 없이 스윽하고 칼로 무언가를 베듯이 찍혀져야 할 것 같다.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보다, 실물을 보고 그리니 더욱 풍부하게 느껴진다. 관찰을 할 때 실물의 물체들이 그림 속의 물체보다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더하다. 만지고 싶다라는 느낌. 관찰하는 도중에 몇번 느낀 것들이다. 잘 보다보면 어느새 만지고 싶어진다.

만지고 싶은 그 기분을 간직한 채..... 나는 의자에 앉은 채 색연필로 종이위에서 더듬는 것이다.

========================================================
화실일기를 쓸 때마다, 아니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내 경우 글쓰기에는 설명이 별로 없다. 나중에 고쳐쓰거나 옮기려다 보면 처음 쓸 때의 관점, 기분, 뉘앙스.. 뭐랄까 느낌이라고 하는 것들은 많이 사라져버린다.
몇번을 읽고 고쳐쓰다보면, 전달하기 위해 설명을 덧붙이게 되는데... 어느정도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난 설명하고 싶지 않다. 첫 느낌을 기록해 두고 싶은 마음이 전달보다는 더 큰 것 같다.

내 경우의 글쓰기의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고,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나중에 읽어보고 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정리가 안됐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이미 지난 일이라서 잊었다 할까...

성격검사에서...(이렇게 자신에 대해 단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내 경우는 N형이다. 1에 그에 대응하는 하나의 이름을 붙이는 형이 아니다. 1에 1의 설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 경우는 오픈된 채로 두는 편이다. 1에는 내가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다. 난 그것을 정확히 말로 설명할 수 없다. 1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미안한... 그래서 설명할 수 없는 채로 두고 싶다.

친절한 글이 아닌데 화실일기를 계속 읽는 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화실일기는 무척이도 개인적인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난 지금 어디쯤의 길을 가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흔들리며 가고 있다는 것은 안다. 딱 지금 서있는 곳에서 앞뒤로 약간만이 보일 뿐이다.
길 위에 있고 걷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갖고 싶다.
IP *.247.80.52

프로필 이미지
홍스
2008.06.30 19:59:44 *.117.68.202
마지막 문장
"길 위에 있고 걷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갖고 싶다."
그림같은 문장이네요..^)^
프로필 이미지
2008.07.01 01:34:15 *.41.62.236

글도 그림도 맑아 보여 좋네요. 그림 완성한 거면 내년 생일때 저 주실래요? ㅎㅎㅎ 선배님. 찜!
프로필 이미지
한정화
2008.07.01 09:11:19 *.247.80.52
미리서 내년 생일 축하합니다. 내년 생일에는 다른 것을 선물해도 될까요?
프로필 이미지
2008.07.02 02:15:38 *.41.62.236

네 물론, 한 작가님의 작품이라면, 영광이지요.
제 막내딸아이가 여기 들어와 그림을 보고 있어요.
그 아이도 그림을 좋아하거든요.
ㅎㅎㅎ 생일 지난 게 지난 주인지라.
내년 생일로.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8 [화실일기] 언제? / 어떻게? [2] 校瀞 한정화 2008.06.23 2934
427 [화실일기] 자두- 색혼합에 대해서 [2] 교정 한정화 2008.06.30 3944
» [화실일기] 관찰하다, 느끼다 [4] 校瀞 한정화 2008.06.30 2330
425 [화실일기]보이는 것과 그리는 것의 차이 [4] 교정 한정화 2008.07.06 2966
424 사부님의 방귀 file [6] 2008.07.11 3013
423 [화실일기] 용기가 필요해 [2] 교정 한정화 2008.07.11 2416
422 홍현웅 커리큘럼_8월 이후(안) [5] 현웅 2008.07.15 3508
421 [화실일기] 벚꽃 그림과 벚꽃 사진 [1] 교정 한정화 2008.07.18 4012
420 [화실일기] 마음에 드는 그림들 한정화 2008.07.31 2772
419 [화실일기] 그림으로 나를 읽는다 한정화 2008.07.31 2981
418 이번 하계 연수에 대해 점검할 사항 없을까요? [2] 써니 2008.08.05 2646
417 [화실일기] 보이지 않는 것을 그대로 둔다 교정 한정화 2008.08.07 2763
416 낯선 공간에서 들뜸 흥분 [3] 교정 한정화 2008.08.07 2638
415 껄쩍지근 4기 [7] 현정 2008.08.10 3462
414 4기 연수 [2] 2008.08.14 3025
413 [화실일기] 만화 베껴 그리다가..... 한정화 2008.08.14 3356
412 책속의 메모에서 - 다양성 [1] 한정화 2008.08.26 2299
411 [화실일기]-전쟁장면 그리기 연습 [1] 한정화 2008.08.29 3020
410 혼자였다면 그 여행이 행복했을까? [5] 우주정복 2008.08.30 3481
409 [화실일기] 그리기 전에 이미지를 마음으로 먼저 보기 한정화 2008.09.01 2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