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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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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9일 21시 06분 등록
정화 누나에게

누나가 요즘 올리는 그림들을 보면서, 한번 쯤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 같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야 늘 없는 거니깐, 누나가 말한 두 번째 그림의 선처럼 조금 거칠지도 모르지만 그냥 쓴다. 우선 그림들을 잠시 보자.



















위 그림들은 이번 봄, 뉴욕 'MOMA'의 피카소 전시실에서 찍어온 사진들…

그 곳에서 나는 재능 있는 화가에서 위대한 화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는 대작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리기 위해 피카소가 이리저리 궁리하며 그렸을 습작들과 스케치들을 살펴보았다. 이 방을 둘러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희미한 형태로 뭉뚱그려진 기억들로만 가물거리네…

그림을 그리는 기술은 물론 중요하다. 누군가(마티스였던가?) 이런 말을 했다. '5층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남자를 그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그려내지 못하면 위대한 화가가 될 수 없다.' 머리 속에 순간적으로 스친 심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그걸 낚아챌 수 있는 재빠른 손이 필요하니깐…

내가 생각하기에 선을 그린다는 건 무언가의 영혼을 낚아채는 것이고, 면을 그린다는 건 3차원을 2차원으로 옮기기 위해 빛과 공간을 담아내는 것… 그런데 여기서 진짜 중요한 것은 선과 면, 그리고 공간 너머의 새로운 무언가를 볼 수 있는 눈을 갖는 것. 왜냐면 보지 못한 건 결코 그려낼 수 없는 것일테니...

'남들이 보지 않는 그 무엇', '다른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쳐 가는 그 무엇', 그러나 누구나 한번쯤은 어렴풋이 느껴보았던 그 진실의 순간, 가슴 시린 밤하늘, 코 끝을 스치는 서늘한 가을 바람, 물방울 무늬 치마를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봄바람 뒤의 여백 같은 것들…

이렇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남들이 보여주지 못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쩌면 예술이란 내가 느끼거나 보았던 한 순간의 감흥과 분위기를 남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새파란 가을 하늘을 보면서 떠올랐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피카소도 하나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여기 있는 그림들보다 무수히 많은 그림들을 그려냈다는 것, 그리고 그 고독한 연습은 단지 누군가를 따라 하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본 것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서였다는 것.. 심상이 없는 연습은 단지 고통일 뿐이지만, 꿈이 있는 연습은 즐거운 놀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즐거운 그림 놀이가 되길 바라며~ ^^


2007.10.19. 도윤


IP *.249.16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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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10.19 14:53:36 *.132.71.10
그래 즐거운 그림 놀이 그건 나도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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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7.10.19 16:16:40 *.249.162.56
너무 당연한 걸 너무 진지하게 썼나보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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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주
2007.10.27 11:05:41 *.4.156.157
이런 내면의 숨은 끼를 다풀어 그리고 쓰고 한다면 윤이 마음속 응어리가 풀려 조금은 자유로와 질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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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7.10.29 13:11:38 *.249.162.56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씩 풀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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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0.30 15:04:05 *.70.72.121
모자분의 애틋함...
도윤의 흘러넘치는 끼를 어머님은 간절한 믿음과 소망으로 갈구하시는 모습이 이 가을 볕만큼이나 따사롭고 그윽하며 참 아름답습니다.

돈윤선사... 나는 그대만 보면 그 우직한 장인정신과 무게감(일명 후까시)때문에 이렇게 부르게 되네만, 여하튼 그대만의 신선세계와도 같은 동경과 사상, 아름다움과 번득임 등이 자유롭게 표출 되기를 바라네.

정화야, 입 내밀지 말고 기분 좋아 웃을 때처럼 마냥 그리고 또 그려라.
알고 있지? 그림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힘든 훈련이 더 값질 거야. 핫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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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7.10.31 15:32:25 *.249.162.56
선이 누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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