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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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1일 17시 53분 등록
이 어수선한 와중에 이런 글을 올려야 한다니 정말 면목없습니다. 이번 주는 기부해야겠습니다. 절대 변명하고 싶지는 않사오나 여느 때와 달리 빡셌던 출장에서 돌아오니 이상하게 계속 골치가 아프고 허리는 펴지지가 않는군요. 구부정한 할마씨 모습으로 반쯤 기어 다니고 있는 상황입니다. 추간판 탈출인지 압솔롬 탈출인지…………..
게다가 눈도 간질간질 한 게 전국에서 단체로 몰려와 거센 항의를 하고 있는 지라 이번만큼은 몸의 한계를 인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다들 열심히 하시는 데 이런 글을 올리게 되어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아프니깐 눈물도 나고 돌봐줄 사람도 없어 서럽고 그래서 혼자 잠시 눈물 콧물 찍어내고 있습니다. 진짜입니다. 흑흑흑.. 누군가 그립기도 하지만 저 필요할 때만 그러는 꼬락서니를 보니 아직도 수양이 덜 되어 남 엄청 고생시킬 사람이라는 자각 다시 한번 합니다. 에구 그냥 혼자 살아야지, 이러다가 낫겠지, 설마 죽기야 하것어……끙끙..

그나저나 라텍스 베개 아니면 오리털 베개였고 타인의 다리에 상해를 가한 적도 없는데 얄궂은 허리는 왜 쑤시고 애꿎은 무릎은 왜 삐걱거리는지요? 그리고 등짝에는 아무 흔적도 없는데 아주 뼈가 시릴 만큼 몹시 따끔따끔 하옵니다. 것두 왜 그런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모진 인생입니다.


[내 꼭 살아서 돌아오리]

짐 싸고 떠나는 인생
어디 하루 이틀이더냐.
그래도 집 떠나기 전 날은
미련한 헛헛함에
심장 근처에 돌 하나를 얹는다.

지나간 정들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다들 잘 살고 있을까
미움도 서러움도 한데 뭉쳐서
술 한잔에 글썽이는데..

늙은 괭이만 알아차린 듯
문이 다 닫힐 때까지
나만큼은 참아 보겠노라
허연 눈을 그렁그렁..
매일 문만 바라 보았다네.

열쇠를 잠그고 돌아서는 데
뒤통수가 간질간질
싱크대의 설거지가 See you
널브러진 옷가지가 See you
구겨진 침대보가 See you

알았다.
미안하다.
살아서 돌아오마.
징그럽지만 서두
기다린다 소리 하난 반갑구나.

비행기에 들어서면
요리조리 엄지족들
머리를 파묻고 있다.
먹통인 전화기
귀에다 대보기도 하고
만지작 만지작..
종료버튼을 그냥 꾹 누른다.

……………………………..

입국장에 도착하면
지금 왔다 열불 전화
사랑인지 안부인지 고래 고래 확인하는 인간들
있어도 난 저렇게 안 할 거라 굳게 맹서를 한다.

문 열고 들어가면
오직 그대만을 기다렸다
목젖을 보여주는 고양이
먼지 뽀얀 세간 살이
나플 나플 반기는 데
그래, 너희 땜에 죽을 수가 없었다.

출장을 갈 때는
집을 어질러 놓고 가자.
반드시 살아 돌아와야 할 의무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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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11.11 19:04:23 *.128.229.81
저런저런 향인아 돌베개를 베고 왔어야 할 것을 등이 너무 편했구나. 몽골 갔던 자전거 복장하고 이리 쭉 저리 쭉 이리저리 쭉쭉하거라
그러면 허리가 쫘~악 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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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11.11 20:24:03 *.48.32.95
싸부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리도 저를 헤아려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저라도 왜 아니 그렇치 않았겠사옵니까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답니다. 스물이 넘는 남정네들이 저를 소 닭 보듯 하더이다. 써글 인간덜…….
쫌만 기둘리소서. 연구원만 끝내면 전국의 돌베게에게 전부 아는 척 할 생각입니다. 그 생생한 스토리, 수위 조절하며 감질나게 전하겠사옵나이다. 그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요? ㅋㅋ 그나저나 사부님 말씀대로 쫄 바지 입고 그찮아도 섹시포즈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 스코어 아무도 눈길 주지 않습니다. 얼굴에 공주가면이라도 쓸까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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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11.12 00:04:01 *.232.147.17
ㅋㅋㅋㅋ 누나 이 시 몇분만에 맹근 것이오?
아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이번 책 '강의'에 나온 "사무사(思無邪) - 거짓이 없는 생각"과 저항성을 고루 갖춘 시라 하겠소이다.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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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11.12 09:16:32 *.48.32.95
옹박아, 나의 시를 좋게 평가해주니 정말 누나는 기쁘구나. 내가 원래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아니더냐. 약간 뚱딴지같은 부분도 있다고들 하지만 그것이 "사무사(思無邪)"란 말에 해당되는가보구나. 이 시는 줄창 입으로 지껄이던 것을 시어(?)로 변형한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야 뚝딱이지만 내공은 만만치 않았다는 말로 질문에 답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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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잭
2007.11.13 01:17:52 *.140.145.26
다른 것도 아니고 몸에 탈이 왔다 하니 살짝꿍 걱정이 되는군요. 제가 아는 향인님이 웬만해서는 이렇게 표현하지 않으실 분인데 오죽하면 이렇게 적나라하게 말씀하실까 하는 생각에 아주 올만에 향인님 걱정을 했답니다. 항상 그렇듯이 쿨하고 대차고 자연스럽게 털어 버리실 것을 믿지만 옥체 보존하심에 조금 더 신경써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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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11.13 08:37:16 *.48.32.95
연구권 과제도 제출하지 못한 저에게 이리 따땃한 말씀을 해주시니...원잭님, 분명 복 받으실겁니다. 한 며칠 고생했는데 이제 다시 부활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틀을 내리 잤더니 좀 견딜만 하답니다. 내일 레인보우 파티 때 너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도 부디 오해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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