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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9일 18시 40분 등록

자유북리뷰 첫번째 도서로 두권의 책을 선정했다. 한권이 아닌 무려 두권을 리뷰하는 것은 오버하는 것은 아니고, 두권을 함께 리뷰하는 것이 가치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책의 분량을 합쳐봤자, 지금까지 리뷰해왔던 책들보다 두껍지 않다는 것도 호기롭게 두 권을 리뷰하게된 이유이기도 하다.



언어의 온도

저자연구

이기주

작가이자 출판인이다.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경제신문 등에서 사회부, 문화부, 경제부, 정치부 기자로 근무했다. 8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전업작가 및 출판인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오랜 무명생활을 거쳐 7번째 책 '언어의 온도'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발돋움했다. '언어의 온도'는 출간 직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작가가 직접 책을 리어카에 싣고 6개월간 전국의 서점을 돌아다니는 노력 끝에 독자들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책은 SNS에서 폭발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몇년새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자기매김했다. 다른 저작으로는 <말의 품격>,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 있다.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서문 당신의 언어온도는 몇도쯤 될까요

8
그렇다면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언어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 글쎄요.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것은 아닐까요.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당신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22
환자에서 환이 아플 환이잖아요. 자꾸 환자라고 하면 더 아파요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의술이 될 수도 있어요

25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당신 말 잘 들을게요"라는 어르신의 한마디가 내 귀에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오"라는 문장으로 들렸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31
말 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 건 아닌지...

33
그냥 걸었다는 말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고 표현의 온도는 자못 따듯하다

34
그냥이라는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잔잔하게 다가오는 통찰이다. 결국 독자들이 원한 것은 거대한 담론이나 폐부를 찌르는 예리한 인사이트만은 아녀였던 것이다

54
먹는 사과의 당도가 중요하듯이 말로 하는 사과 역시 그 순도가 중요하다.
사과의 질을 떨어뜨리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하지만'이다

63
이 세상 모든 풍경이, 풀 한 포기가, 햇살 한 줌이 남편에겐 경이로움 그 자체일 겁니다

65
거짓말이다. 부모의 한쪽 어깨는 이미 흠뻑 젖어 있다

자식이 세상 풍파를 겪을수록 빗줄기는 굵어지고 축축한 옷은 납처럼 무거워진다. 그러는 사이 부모는 우산 밖으로 밀려난다. 조금씩 조금씩, 어쩔 수 없이

69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짦은 생각과 설익은 말로 건네는 위로는 필시 부작용을 낳는다

72
다만 전에는 나를 위한 결혼을 하려 했던 것 같아. 이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우리를 위한 결혼을 생각하게 됐지

75
나는 자동차 타이어에 어떤 자국을 새겨 놓았을까. 마모된 흔적을 복원하면 내가 지나온 길과 그 여정에서 취한 삶의 태도를 짚어볼 수 있을까

94
눈치와 코치에만 연연하다 재치 있는 결정을 내리기는 커녕 삶을 그르치는 이들을 나는 수없이 봐 왔다

101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어찌 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 재치있는 선배의 말이다. 앞의 내용과는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 툭 떨어져 나온 문장이지만, 이미 독자는 책을 논리적으로 읽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아무런 거슬림이 없다.

121
몇몇 언어학자는 사람, 사랑, 삶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본류를 만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세 단어 모두 하나의 어원에서 파생했다는 것이다

122
사람이 사랑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삶이 아닐까?

135
머릿속에 잠복해 있던 단어가 문장으로 변하는 순간 물 밖으로 나온 생선처럼 신선함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글을 쓰는 작업은 실패할 줄 알면서도 시도하는 과정,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적지를 찾아 나서는 행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152
사내는 늘 분주했다. 책을 쓰고 글을 읽느나 가족을 챙기지 못했다. 사내의 일에 방해가 될까봐 아내는 아이를 업고 엄동설한에 골목을 서성였다.
사내는 명성을 얻은 후에도 항상 글을 썼고 챍만 읽었다. 동시대를 사는 많은 이들에게 고언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그사이 가족이 겪어야 했을 고통은 헤아리지 못하였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야기다

> 남의 이야기를 자기만의 언어로 잘 표현한 것 같다. 

163
기다림은 그런 것이다.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미래를 향해 뜀박질하는 일

173
단테의 신곡 지옥 편을 보면, 지옥문 입구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곳에 들어오는 자여,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189
길을 잃어봐야 자신만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길을 잃은 것과 잠시 길을 잊은 것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219
일부 조류는 비바람이 부는 날을 일부러 골라 둥지를 짓는다고 했다. 바보 같아서가 아니다.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는 튼실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270
다만 '낡음'이 '늙음'의 동의어라는 주장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겠다

292
살다 보면 싸워야 할 대상이 차고 넘치는데 굳이 '나'를 향해 칼끝을 겨눌 필요가 있을까 싶다.

306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때 우린 행복하다"

> 멋진 마무리 문장이다.


내가 저자라면

책이 작다. 글씨도 작다. 휴대성은 좋다. 이것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아닐 것이다.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에피소드들도 있었으나,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상과 자신의 일상과 삶을 잘 표현해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담론이나 폐부를 찌르는 역발상과 통찰은 없다. 하지만 평범함에서 발견한 평범하지 않은 일상은 독자를 공감시킨다. 각박한 현실에서 따뜻함을 얻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야기의 진위성보다는 작가의 진정성있는 호소력이 더 중요하다. 오래전 유명했던 영혼의 닭고기 스프와 같은 컨셉이 아닐까.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문장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첫번째 장은 말에 대한 챕터이고, 두번째 장은 글에 대한 챕터인데 글쓰기, 책쓰기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사실 언어의 온도라는 주제와 컨셉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보이지 않는 꼭지글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따듯함이라는 기조는 끝까지 유지된다. 그것이 독자들에게 일관성 있는 독서를 가능하게 해준다. 흔한 말마따나 독자 자신도 무엇을 읽고 싶어하는 지 잘 모른다는 사실이 잘 활용된 케이스가 아닐까. 감성적인 에세이다.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거나 맥락이 안 맞는 내용 전개도 따듯함이라는 무기에게는 맥을 출 수 없다. 어렵지도 않다. 거창한 얘기도 없다. 결국 독자는 무장해제된 채 책을 읽게 된다.  이 책은 인간의 체온 36.5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한다. 바로 그것이 베스트셀러의 비결이 아닐까.



회사어로 말하라

김범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K, 삼성, LG 등 대기업에서 근무해오고 있다. LG그룹의 사내 커뮤니티인 'LG커뮤니케이션연구회'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직장을 다니며 13권의 책을 출간했다.  현재는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공부 중이다. 저서로는 《저도 눈치 없는 사람과 대화는 어렵습니다만》,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하루 30분의 힘》, 《회사어로 말하라》, 《내 아이를 바꾸는 아빠의 말》 등이 있다.


좋은 글귀들

Lesson 1 긍정어 - 회사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일단, 무조건, 긍정으로 말하라

28
회사도 알고 있다. 그것이 부당한 명령이라는 것을. 하지만 일이 언제 '일 생겼소'하고 드러나는 것을 봤나

36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신의 얘기와 입장에 상대가 긍정적으로 공감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 이 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40
안되는 이유 백 가지를 들기는 너무 쉽지. 하지만 나는 반드시 되는 이유 한가지를 말하는 직원이 필요하다

42
세상은 변명하는 사람을 무시하죠. 변명을 믿어서가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어차피 도태될 거니까 무시하는 겁니다

47
상사의 업무 지시나 부탁을 면전이나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거절한다면 그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저 사람과 적이 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 중 하나다

49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개인적인 자리에서 하는 말은 다소 부정적인 말이라도 합리적인 회사어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Lesson 2 세심어 - 회사에 사소한 일 따위는 없다
81
경력사원도 마찬가지다. 마흔이 가까운 사람이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하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

> 배움에는 때가 없지만, 직장에서의 배움은 은밀하게 이루어질수밖에 없다

82
'열심히 배우겠다', '노력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회사가 원하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회사어가 아니라 학교어에 불과하다

83
공식적인 업무보고에서 '솔직히'라는 말은 당신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신뢰를 모두 무너뜨리는 말입니다

> 이런 것까지 신경쓰면서 회사생활 하겠나...말 꼬투리 잡는 것도 아니고. 이건 '솔직히'라는 단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전달한 정보와 상황의 문제다. 단어 하나의 오용으로 판세를 그르친 것 마냥 확대 해석했을 뿐.

Lesson 3 겸손어 - 회사가 말을 하고 잇다면 절대로 중간에 끼어들지 마라

Lesson 4 음성어 -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보고하거나 변명하지 마라
133
이메일 한 통 보내놓고 회사와 커뮤니케이션 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 반성하자

Lesson 5 조심어 - 사생활 등 확인되지 않은 모든 것은 섣불리 짐작하여 말하지 마라

Lesson 6 순차어 - 회사의 직속상사를 건너뛰고 상사의 상사에게 직접 말하지 말라
188
상사를 보고 도망가는 사람,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무엇을 잘할수 있는지 말하지 않는 사람, 내 욕심은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을 회사는 쳐다보지 않는다

Lesson 7 정치어 - "정치로 출세하는 사람들을 혐오해" 대신 정치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라
195
정치어는 '나는 당신편이다'라고 알리는 데서 시작한다

Lesson 8 유희어 - 회사가 놀기를 원할 때 빼지 말고 적극적으로 놀겠다고 나서라
242
누군가 나를 질책했을 때 먼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는 것, 무척 수준높은 유희어다. 이런 말이야말로 진정으로 회사가 바라는 용기있는 말이다

Lesson 9 공감어 - 회사의 고민과 불안을 함께 느끼고 해결하겠다고 말하라

Lesson 10 비전어 - 당신의 말에 회사의 비전을 가득 담아라


내가 저자라면 / 도서 분석

단호하고 자신감에 찬 어투가 인상적이다. 아직도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면 저자의 현재 직급이 궁금하다. 프로필로만 봐서는 직장내 처세에 대해 역설한 것 치고는 그다지 출세하지는 못한 듯 하다. 허나 작가로서는 주업무가 있는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다작하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다.

보잘것 없어도 당당하게 말하면 안티도 생기겠지만, 팬도 생기는 법이다. 이 책은 일단 컨셉과 목차에서 확 잡고 들어간다. 아이디어와 컨셉이 탁월하다. 책의 내용은 저자의 경험과 직장내 인터뷰, 내지는 여기저기서 들었던 내용들이 섞여 있다. 모두가 흔하게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상황들이다. 회사끈이 비교적 긴 나에게는 '아!'는 없지만 '그렇지..'정도의 공감은 생길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경력이 얼마 안된 직원들에게는 '아!' 내지는 '어?'와 같은 독서경험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통보와 보고에 대한 내용은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지난날 나의 행동들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자신만의 논리로 독자를 끌어오는 필력이 있다.

내가 보고 남에게 권할 마음이 들어야 팔리는 책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회사원들에게 권해도 손색없을 책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 두 책에 대한 총평

이번 북리뷰 도서들의 공통점은 일단 둘다 베스트셀러라는 것이고, 둘다 말과 언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일상의 언어고 다른 하나는 전략적인 회사어라는 차이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언어는 각박해진지 이미 오래다. 메마른 언어 사용과 거칠고 원색적인 언어 환경에 시달려온 이 시대 한국인들을 잘 파고든 것이 <언어의 온도>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 말들과 회사에서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책이 <회사어로 말하라>이다.

둘다 가볍다. 무겁지 않고, 술술 읽힌다. 하나는 에세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계발서인데, 두 책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썼다는 것이다. 또한 작가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글을 썼다는 것이다. <언어의 온도>는 섬세하지만 다소 잔망스럽다. <회사어로 말하라>는 투박한 구어체다. 하지만 누구말마따나 문장을 이어놓은 수준은 아니다. 모르지만 편집을 거쳤을 것이기에 원문장의 완성도를 논할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있는 문체는 저자의 것이다. 에세이는 잔망스러울수 있지만, 자기계발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이기주가 <언어의 온도>이전에 출간했던 자기계발서는 호응을 얻지 못했고, 김범준은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감성적인 에세이와는 거리가 멀다. 

자기 스타일이 있는 법이다. 비록 나만의 문체라는 것을 확고히 갖추지 못한 단계라 하더라도, 내가 모르는 내 스타일이라는 것은 필경 존재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스타일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쓸때 나의 책은 씌여질수 있다. 그것이 독자에게 읽힐 것인지 아닌지는 또다른 문제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내가 아닌 글들이 독자에게 읽히기는 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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