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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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석영중에 대하여 >
1959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 학사,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대학원 문학 박사
현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2013.01 ~ 2013.12 제15대 한국슬라브학회 회장
2010.01 ~ 2011 제11대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
네이버 [열린연단] -제30강 : 톨스토이, 문명과 인간 강의
도스토예프스키가 머물렀던 곳을 저자가 수년간 직접 찾아다니며 대 소설가의 머릿속 ‘뇌 지도’를 다시 그린 적도 있었다.
저서로는 저서와 번역서로 47 권이 있다.
<매핑 도스토옙스키 :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열린 책들/2019.03.15
<고전 강연 7 (근대 현대 소설2) >/민음사/2018.03.23.
<인간만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읽기)/ 세창출판사/ 2018.03.02.
<지루한 이야기> /창비 /2016.12.05.
<어떻게 살 것인가>(성장하고 치유하는 삶을 위한 근원적 질문,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21세기북스/2016.09.28.
<자유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운다)/예담/ 2015.11.27.
<어떻게 살 것인가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플라톤 아카데미 총서)/21세기북스/2015.02.27.
<첫걸음 (뿌쉬낀의 서재 1,레프 똘스또이 단편집)/뿌쉬낀하우스/2014.02.03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푸슈킨에서 솔제니친까지)/예담출판사/2013.03.18.
<인문학자, 과학기술을 탐하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고즈윈/2012.04.05.
<석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번역교실/나의학교 쉬꼴라/2011.10.27
<뇌를 훔친 소설가 (문학이 공감을 주는 과학적 이유)>/예담/2011.08.12
<사람은 무엇으로 건강하게 사는가/(현대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똘스또이의 웰빙 철학 에세이)/ 뿌쉬낀하우스/2010.11.20.
<백야 외 (열린 책들 세계문학 126)/ 2010.06.10.
<친구와의 서신 교환선> <마야꼬프스끼 선집><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분신 가난한 사람들>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벨낀 이야기> <청동 기마상> <잠 안오는 밤에 쓴 시><보리스 고두노프>
<세상이 끝날 때가지 아직 10억년> <잠 안 오는 밤에 쓴 시> <보리스 고두노프>
<러시아 현대시학> <우리들> <러시아 시의 리듬>
뿌시낀 작품집 번역에 대한 공로로 1999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뿌시낀 메달을, 2000년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상을 받았다.
프롤로그
톨스토이는 왜 안나를 죽였나?
7
한 인간이 무언가 90권이나 썼다는데 존경 말고 뭘 어떻게 하겠는가
요컨대 쉰 살 이전의 톨스토이가 위대한 작가라면 쉰 살 이후의 톨스토이는 위대한 교사다.
9
참회록을 기점으로 하여 위대한 예술가 톨스토이는 위대한 스승 톨스토이를 거듭난다. 평론가들은 이를 가리켜 회심이라 부른다. 쉽게 말해서 어느 날 마음을 확 바꿔버렸다는 뜻이다.
10
톨스토이의 나쁜 사랑은 사랑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쁜 생각, 나쁜 결혼, 나쁜 공간, 나쁜 예술, 나쁜 음식 등과 엮이면서 인간의 삶 전체를 아우른다.
11
이 소설을 마친 이후 톨스토이는 실제로 그가 소설 속에서 비판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소박한 삶을 살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다.
톨스토이는 인류에게 도덕적인 삶을 전수하기 위해 스스로를 까발리고 스스로의 삶에 난도질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12
그는 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올바른 삶의 방법을 모색했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해답 찾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다. 절제해야 한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이것이 그가 찾은 해답의 핵심이다.
톨스토이의 생각에 동조하든 안 하든 그것은 개인의 문제다. 어떤 이는 그의 가르침에 깊이 공감할지 모른다. 어떤 이는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삶의 의미에 의문을 던졌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위대한 고통에 경의를 표할 것이다.
14
레빈은 특히 톨스토이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여서 중요한 메시지는 모두 그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제 1부 나쁜 삶
1. 나쁜 사랑
21
이 생명력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발생하는 안나의 죽음을 더욱 더 충격적으로 만들어준다
22
그는 사냥을 즐겼고 여인을 사랑했다. 책도 엄청나게 읽었고 공부도 부지런히 했고 쓰기도 많이 썼다. 이토록 살을 철저하게 살았던 사람이기에 쉰 살 이후 인생의 모든 낙을 부정한 채 단손하고 소박한 삶을 부르짖었다는 것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진다.
그는 세부적인 것, 자질구레한 것, 소소한 것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다.
32
도덕가 톨스토이는 불륜 커플도 나쁘고 사교계도 나쁘다고 대답한다. 사교계의 위선은 추악하다, 그들은 나쁜 사회에서 나쁜 사랑을 저지르다가 고약한 파멸을 맞이할 뿐이다.
37
톨스토이가 참 대단한 설교사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불륜을 저지르지 말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안나 카레리나를 한번 읽으라고 권하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40
여인처럼 아름다운 말의 죽음이 아름다운 안나의 죽음을 위한 복선이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자명하다.
41
그들의 사랑이 죽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육체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육체는 톨스토이가 청소년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하는 짐이었다.
45
그는 식을 줄 모르는 육체의 욕구에 시달리는 동시에 육체에 대한 증오로 시달렸다.
50
톨스토이만큼 육체의 활력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육체의 음탕함을 지긋지긋하게 표사한 작가도 없을 것이다.
51
육체적인 방탕에 대한 톨스토이의 심판은 언제나 준엄하다.
52
톨스토이가 만년에 집필한 <인생의 >길은 아예 영혼과 육체의 전쟁이라는 말로 요약하기까지 한다.
53
육체에 대한 그의 혐오감 내지 공포는 1890년 전후에 쓴 <악마>라는 중편소설에서 절정에 이른다.
56
톨스토이는 그 아름답고 추잡한 여자를 그냥 확 죽여 버린다. 매우 톨스토이답다.
59
상대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는 그 생각 자체가 무서운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시점에서는 상대방에게도 꼭 그만큼의 목숨 건 사랑을 기대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61
부모와 자식 관계부터 동성의 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관계에서 목숨 건 사랑은 폭력이 될 수 있다. 이 책임감과 죄책감은 물론 그녀의 ‘너는 내 모든 것’ 시나리오가 심어준 것이다.
65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압도적인 사랑은 거짓 관계를 만들어낸다. 상대방을 위로하고 다독여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70
나쁜 사랑이 나쁜 이유는 그것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톨스토이가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2. 나쁜 결혼과 아주 나쁜 결혼
74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가지각색으로 불행하다.-톨스토이
85
안나 카레리나에 나타나는 이혼의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이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혼도 이혼의 보류도 사실상 나쁜 결혼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아니 나쁜 결혼에는 대책이 없다.
88
안나와 카레닌 커플의 이혼 공방은 한번 망가진 결혼을 수선할 수 있는 길은 아예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아주 불쾌하고 허무한 에피소드다.
89
톨스토이는 매일 가장 방탕한 농부처럼 죄를 지었고 다윗 왕처럼 장엄하게 회개했다.
92
톨스토이같이 이상한 사람과 살면서 그녀의 성격도 거기에 걸맞게 단련되어 갔다. 일각에서는 소피야 부인이 거칠고 막 돼먹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어쩌고 하지만 톨스토이 같은 사람이랑 살다보면 아무리 천사 같은 여자도 그렇게 되고 말지 싶은 생각이 든다.
93
톨스토이는 이전까지의 삶을 처절하게 반성한 후 단순하고 소박하고 착하게 살기로 작정한다. 그러면서 인류를 향해 온갖 종류의 충고를 해대기 시작한다. 그는 술과 담배를 끊으라고 설교했고 야채만 먹으라고 설교했고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라고 설교했다. 사이비 종단의 교주가 따로 없다. 어떤 평론가는 그의 회심을 지성의 자살이라고 아주 혹독하게 비난했다.
94
사십팔 년간의 결혼생활을 마무리 하며 이 거장이 내린 결론은 ‘결혼 절대로 하지 마라’였다.
95
그들의 일기는 이 놀라운 부부가 어떻게 서로를 미칠 듯이 사랑하고 어떻게 서로를 죽일 듯이 미워했는가를 상세히 알려준다.
96
이 분야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사랑과 증오>, <소피야와 레오 톨스토이 부부의 파란만장한 결혼생활>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98
이후 톨스토이는 실제로 아내와 자식과 가정생활 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다른 차원의 행복을 향해 나아갔다.
99
그녀가 남편을 돕기 위해 수천 쪽에 이르는 <전쟁과 평화> 원고를 정서해 준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녀를 악처라 불러서는 안 된다. 그녀의 소유욕과 독점욕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톨스토이 같은 거물을 향해 그런 욕망을 펼친 것 자체가 실수였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남편과 유혈이 낭자한 전투를 계속해 나갔다.
101
톨스토이는 참회록을 계기로 인생의 많은 것, 아니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그가 누려왔던 삶은 다 거짓이었다. 온통 다 구역질나는 허위였다. 그는 특히 게으로고 나태한 삶, 호의호식하는 삶, 하인을 부리는 삶, 재산을 불리는 삶 등을 버리기로 했다.
103
그가 참회록에서 가장 반성했던 죄악 중 하나는 ‘허접스러운 글’을 써서 그 수익으로 호화롭게 살아온 죄악이었기 때문이다.
이 무렵 나는 허영심과 욕심과 교만에서 저술 활동을 하겠다고 펜을 들기 시작했다. 내 글의 목적인 명예와 금전을 얻기 위해 나는 선을 감추고 악을 드러내야만 했다. 나는 그 추잡한 행동을 감행했다. 나는 이미 저술 활동에 대한 유혹과 보잘것없는 내 작품에 대한 막대한 금전적 보수와 박수갈채의 우혹에 사로잡혀 있었다.
105
톨스토이 같은 똑똑한 사람이 자기모순을 몰랐을 리 없다. 따라서 아내의 지적은 그를 아주 슬프고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는 아내를 증오했다. 자신의 깊은 뜻을 몰라주는 아내는 지긋지긋한 속물이었다.
107
남편은 이상한 동지들로 빙 둘러싸여 있다. 그들은 자기네를 그의 제자라 부른다.
111
당대에나 후대에나 많은 사람들이 톨스토이의 교훈적인 저술들에 경악했다.
115
자신이 손수 정서했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에 대하나ㅡ 그녀의 애착은 금전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녀는 대 문호의 미망인으로서 거기에 걸맞은 품위를 누리고 싶었다.
119
톨스토이는 11월 6일 밤에 ‘진리를 ...나는 ...사랑한다’ 라고 중얼거린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
사십팔 년 동안 함께 살았던 아내가 수치와 분노와 슬픔과 추위에 몸을 떨고 있는 동안 거장은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120
인생은 참 허무한 것이다. 아내에게 저작권을 주기 싫어 그토록 노심초사하며 몰래 ...중략..그가 사망한지 7년 후에 러시아에서 공산 혁명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알 수 없었다. 공산혁명은 저작권싸움, 일기장 싸움, 유언장 싸움, 이 모든 것을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다. 공산주의 나라에서 모든 것은 국가로 귀속되었다.
여기저기 세워졌던 소위 톨스토이 공동체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알렉산드리아가 그들에게 염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보기에 그들은 빈둥거리면서 영혼이 어떻다는 둥, 정신이 어떻다는 둥 씨도 안 먹히는 소리만 해대는 게으름뱅이들이었다.
125
톨스토이는 음악을 사랑했다. 그의 피아노 연주 솜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정도였다.
132
이 소설을 읽으면 일단 기분이 대단히 나빠진다. 인간 남녀를 오로지 성적인 존재만으로 본다는 것에 반발하고 싶어진다. 게다가 톨스토이의 마음속에 누적된 분노, 적개심, 증오 혐오 그런 부정적인 것들이 전해져 불쾌해진다. 환갑의 나이에 이런 내용의 소설을 썼다는 것은 톨스토이가 정말 최악의 결혼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3. 좋은 결혼
134
좋은 결혼의 주역은 처음부터 생각이 올바르다. 성욕의 만족을 위해서도 아니고 관례를 따르기 위해서도 아니고 진실한 사랑으로 결합된 완전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은 축복을 받게 되어 있다.
135
결혼은 육체적인 행복, 정신적인 행복, 도덕적인 평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장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다. 가정의 행복을 개인의 행복보다 높이 둔 것, 가정을 모든 행복의 시작이자 완성이라 본 것, 여기에는 그 어떤 거짓도 없었다. 그들은 많은 걸 원했던 것이 아니다. 그저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삶, 적절한 노동과 휴식과 감사와 평화가 깃든 삶, 자식 낳아 잘 키우며 시골에서 오순도순 사는 삶 이것이 전부였다.
137
나이 서른에 이미 톨스토이는 이상적인 결혼의 꿈과 동시에 그 꿈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에 대한 자각심까지 갖고 있었다는 듯이다. 톨스토이는 거의 모든 거짓을 증오했다. 보통사람들은 그냥 지나치는 말과 행동에서 그는 어김없이 거짓을 찾아냈다.
140
현실의 톨스토이에게 이혼을 불허하는 억지 춘향 이념이었던 부부 일심동체 사상은 소설 속에서는 부부의 완벽한 결합을 보장해주는 고상한 이념이 되었다.
141
톨스토이는 그렇게 많이 썼건만 말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말은 기본적으로 거짓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말로서 표현된 생각은 거짓이고
샘물은 휘저으면 흐려지는 법이니
침묵하라—표도르 추체프
그는 90권씩이나 말로 가득한 책을 썼으면서도 항상 말보다는 다른 의사소통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146
인간은 타인에 대해 완벽하게 꿰뚫고 있을 수가 없다. 내 마음 나도 모르는데 내가 어찌 남의 속을 알 수 있을까. 타인과 완전히 하나가 된다는 생각, 완전한 소통, 이런 것 자체가 어쩌면 미망인지도 모른다.
진짜로 좋은 결혼이라면 남자와 여자 모두 행복하고 편안해야 할 것이다.
150
이 커플의 결혼이 소설 속에서 가장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그들이 지금 현재 행복하기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의 행복과 평화를 향해 부단히 나아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싸우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화해와 용서를 통해 더욱 더 상대방을 사랑하게 된다.
155
삶의 어떤 부분은 파헤치거나 분석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지 않을까
제 2부 좋은 삶
1. 채소만 먹자
167
톨스토이에게 음식은 주린 배를 채워주는 식량이 아니라 인간의 품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172
사람은 그가 먹는 것으로 그 존재를 정의할 수 있다- 포이에르바흐
173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식성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임이 분명해진다.
174
톨스토이가 인물을 묘사하는 방식은 참으로 놀랍다. 특히 쉰 살 이전에 쓴 문학작품은 대단하다. 그의 설교사적인 면모를 싫어하는 독자라 하더라도 그의 문학적인 위대함은 반드시 인정해주어야 한다.
180
톨스토이는 소박한 음식의 도덕적인 우월성을 첫걸음이라는 에세이에서 조목조목 설명한다.
181
일체의 도덕적인 가르침에 따르자면 절제를 향한 몸부림은 탐식이라는 욕망과의 투쟁에서 시작돼야 한다. 즉 절식이야말로 절제의 첫걸음이다.-톨스토이
186
톨스토이에게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먹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와 ‘어떻게 먹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에 흡수된다. 즉 궁극적으로는 음식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187
그는 <인생의 길>에서 음주, 흡연, 육식을 ‘저주의 삼총사’라 부르기까지 한다.
---표현이 하하하.
188
톨스토이는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다. 그래선지 그 두 가지 해악에 관한 그의 지적에는 현실감이 절절이 묻어난다.
188
수백만 농부들이 오로지 인류를 마취시키기 위해 평생 그 밭에서 땀 흘리며 일해야 한다는 사실에 그는 더욱 더 광분한다.
190
톨스토이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를 오로지 양심을 뒤덮기 위해서라고 단언한다. 마음 속에 있는 양심을 눈멀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마취 물질을 이용해 뇌를 독살한다는 것이다.
알코올중독은 러시아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그토록 강력한 지도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조차 러시아의 알코올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고 한다.
192
금연도 도덕적 이유에서였다. 담배 같은 기호품은 영혼을 마비시키는 향락의 소도구이므로 그런 소도구를 사용하여 육체에 쾌락을 주는 것을 당장 중단하고 담배 밭을 농경지로 전환함으로써 더 많은 곡물을 생산하여 굶주린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194
만약 칸트가 심한 골초가 아니었다면 그의 글은 그토록 괴상하고 지루한 문체로 쓰이지 않았으리라는 것이 톨스토이의 생각이다.
196
노동, 소박한 음식, 마음 맞는 가족 톨스토이가 원했던 것은 이게 전부였다. 한 사내의 꿈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소박하다.
197
행복한 밥상의 주역은 먹을거리가 아니라 사람이다.
2. 시골에서 살자
201
가정의 행복은 톨스토이가 서른한 살에 쓴 중편이다. 특히 여자의 입장에서 느ㄲ는 결혼의 행복과 권태와 회한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 톨스토이의 필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톨스토이에게 도시는 타락의 공간이고 죄악의 공간이다.
206
그에게 시골에서의 삶이란 무위도식, 허례허식, 도덕적인 타락의 생활과 반대되는 건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의미했다.
209
어떤 농부라도 도시에 사는 친척이 농번기 때 찾아와 빈둥거리며 꽃 타령, 새타령을 하면 정말 짜증날 것이다.
213
레빈의 풀베기 장면은 19세기 러시아 작가가 쓴 어떤 문학작품 속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강렬한 현실감과 깊은 지혜를 전달해준다.
214
톨스토이가 그토록 모든 것을 비판만 하지 말고 조용히 초야에 파묻혀 땀 흘려 일하고 조물주에게 하루 일과를 감사하며 마무리 짓는 삶을 살았더라면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215
이때의 인상을 토대로 1886년에 쓴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는 톨스토이의 교훈적인 저술 중에서도 단연 백미로 손꼽힌다. 왜냐하면 가장 고결한 사상과 가장 황당한 생각이 긴밀하게 뒤얽혀 있어 대단히 기이한데다가 분노에 찬 도덕가의 씨근덕거리는 숨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과격한 문체가 독자를 단박에 사로잡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고도의 천재성과 저 믿을 수 없는 뒤틀린 바보스러움을 도저히 동시에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18
이런 식으로 톨스토이는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게으른 인간들에 대한 분노로 얼룩진 계단을 하나씩 밟으면서 도덕의 절정을 향해 나아갔다.
221
그는 진정 자연 속에 파묻혀 노동하는 삶을 원했다. 그는 진짜로 귀족의 무위도식하는 삶을 버리고 가난한 농부처럼 살고 싶었다.
222
그를 정 비난하고 싶다면 그 소망의 진실성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소망의 실천 가능성을 너무도 가벼이 생각한 그의 교만을 비난해야 할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톨스토이의 사상이 공산주의에 가깝다고 혹은 공산주의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했다. 톨스토이는 어떤 공산주의 사상가보다도 훨씬 그럴 듯하게 기득권 계층과 기존하는 정부와 교회와 체제의 해악을 폭로했다. 그러나 그는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모두 거부했다.
223
톨스토이에게 모든 제도는 폭력이었다. 공산주의가 추구하는 부의 재분배는 강제에 의한 것인데 강제로는 어떤 것도 이룩할 수 없다고 보았다.
224
사회주의자들은 결코 능력의 불균형에서 오는 불의와 빈곤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가장 강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언제나 더 약하고 더 어리석은 자들을 이용할 것이다. 폭력은 사회의 아주 일부분만 바꿀 수 있지만 비폭력적이고 자발적인 자기 향상은 사회구조 자체를 뿌리부터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오로지 모든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선하게 살고 타인을 위해 자기 옷을 벗어주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도덕적인 자기완성의 경지에 오름으로써만 지상의 낙원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정의와 평등은 그리스도교 정신 이외의 것으로는 결코 취득할 수 없다. 즉 스스로를 부정하고 타인을 위한 봉사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 만이 답이다.’
225
그는 철학이나 형이상학이나 종교가 아닌 실생활의 영역을 위해 글을 썼다. 그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잘 살 것인가, 어떻게 제대로 살 것인가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 글을 썼다. 그야말로 실용의 원조다.
229
소설 속에서 레빈은 자기 사상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낡은 생각을 부정하기
무용한 지식을 부정하기
쓸모없는 교양을 부정하기
3. 예술을 박멸하자
231
그것들이 인생의 다양한 해악들을 향한 일종의 집중사격과도 같은 것이었다면 1897년에 발표한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가히 핵 폭격이라 할 만하다.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예술과 예술가들을 한 방에 몰살했다.
232
이 책을 몰두해서 읽다보면 판단력이 마비될 지경이다.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맞는 말인 것 같아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다.
234
그러고는 분노에 치를 덜며 대부분의 예술이 추잡하고 부도덕한 쓰레기라고 폭로한다.
특히 보들레르 베를렌 같은 프랑스 시인들에 이르면 톨스토이의 분노는 하늘을 지를 듯이 높아져 각종 예문과 더불어 그들의 죄성을 민망하리만큼 낱낱이 까발린다. 만일 말로써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분명 톨스토이는 그들을 죽였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분노에 객관성을 더하기 위해 자신의 예술도 스스로 가차 없이 비판하는데 ....자신의 모든 소설은 아주 나쁜 예술이라고 고백한다.
235
톨스토이의 예술론은 말이 예술론이지 도덕론이나 다름없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사실상 <예술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되게 사는 것인가> 다. 예술은 음식이나 담배나 사교계 같은 것들처럼 참된 삶을 방해하는 요소일 뿐이다. 그는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도덕적인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236
그의 훌륭한 소설들에는 대부분 예술에 대한 지독한 혐오감과 경멸이 발견된다.
‘예술은 거짓말입니다. 나는 아름다운 거짓말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예술에 대한 불신을 가슴에 품은 이 청년이 훗날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로 성장하게 된 것은 진정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는 고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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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예술을 바라본다. 그러니 그와 싸울 수 없다.
어린 아이를 가장한 사람과 함께 뭔가에 관해 논쟁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상대방의 주장이 단순 무식을 가장한 경우에는 따지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그 주장을 훑어보고 싶어지는 것은 가끔씩 정곡을 지르는 대목이 눈에 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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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술을 바이러스로 보는 입장은 예술에 대한 진지한 사고를 토대로 한다. 톨스토이의 출발점은 사실상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는 예술을 오락이나 취미 활동이 아니라 진지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바라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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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무수한 예술가와 예술작품에 대해 광분하는 이유는 그들이 아주 나쁜 것을 전염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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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오락이나 취미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것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감염시킨다는 대단히 거룩한 사명을 띠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기준에 미흡한 예술 -그러니까 거의 모든 예술이 여기에 해당 된다- 은 죄다 아주 나쁜 예술이 된다.
그가 비난하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첫째는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이요 둘째는 외설스러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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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오페라는 남녀 사이의 추잡한 짓거리나 나쁜 사랑을 위한 배경음악을 제공해 줄 따름인 것이다. 온갖 타락한 군상들이 모여들어 온갖 타락한 구경거리를 구경하는 곳이 극장이다. 극장은 톨스토이가 그토록 혐오했던 사교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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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세익스피어가 재능은 있지만 이류 문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좌우간 세익스피어는 이상도 없고 인류에 대한 책임의식도 없고 도덕성도 없어서 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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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지막에 가서는 아예 예술이 매춘부라는 이상한 논리에 도달한다. 우리 시대 및 우리 사회의 예술은 매춘부가 되어 버렸다.
매춘부와 같이 어떤 일정한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늘 곱게 장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을 유혹해서 파멸시킨다는 점에서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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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첫 소설을 쓰는 시점부터 문학이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거짓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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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아이들의 가치관 자체를 오염시킨다. 아이들은 예술가라는 작자들이 성자나 용사도 아닌데 존경을 받는 것을 보고는 혼란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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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톨스토이는 온갖 장르의 예술, 온갖 시대, 온갖 나라의 예술가를 비난하고 예술의 직업화, 예술비평, 예술 학교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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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답은 간결하다. 인간과 신의 결합 및 인간 상호간의 결합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좋은 감정이다. 기쁨, 감격, 활기, 평안 같은 극히 단순하면서도 일상적이며 누구에게든 받아들여지는 감정이 좋은 감정이다. 이렇게 좋은 감정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예술의 대표적인 예는 창세기의 서사시와 복음서의 우화, 민간 전설, 옛날이야기, 민요 등이다.
그 밖의 예술로 인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굳이 고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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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실러의 <군도>, 빅토르 위고의 <가난한 사람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스토 부인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 중 특히 죽음의 집의 기록, 밀레의 그림, 음악에서는 행진곡, 춤곡 민요 등을 제외하면 바흐의 바이롤린 협주곡 및 하이든과 모차르트와 쇼팽과 베토벤의 극히 일부 작품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이 밖의 예술작품은 다 나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훌륭한 주인공 레빈은 농부 아낙네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감격한다. 그것은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바, 만인이 이해하고 만인에게 좋은 감정을 고취하고 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훌흉한 예술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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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은 아주 감동적이다. 톨스토이의 천재적인 필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렇다. 농부들의 노래도 한 편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문제는 그것만이 훌륭한 예술이라고 우기는 데 있다.
그리고 이토록 훌륭한 대목이 삽입된 소설을 쓰고도 자신이 쓴 소설이 쓰레기라고 우기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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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에 따르면 예술은 우리 인류를 학대하는 가장 잔악한 악 중 하나다. 따라서 ‘가짜든 훌륭한 것이든 현재 존재하는 예술이라 하는 것은 모두 매장해 버리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교 세계를 위해서는 오히려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도덕에 미친 노인’만이 할 수 있는 주장이다.
4.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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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이 현실적인 청년을 철학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톨스토이는 평생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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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죽음은 삶을 방해하는 가장 막강한 적이었다. 결국 사람이란 오직 이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냥이나 노동으로 마음을 달래면서 일생을 보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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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보다 두렵고 이상한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것, 더불어 삶이라는 것 역시 알 수 없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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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이야말로 그 수 약 삼십 년간 그를 인류의 스승이라는 어려운 자리에 올려좋은 가장 직접적인 동인이었다. 죽음 앞에서의 허무 바로 이것이야말로 톨스토이로 하여금 온갖 것을 다 뒤로하고 거대하면서도 기괴한 도덕가로 거듭나게 한 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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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에게 신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 영혼과 영혼의 교류를 위해 있어야만 하는 존재였다. 신앙심이라는 것을 배제하면 그의 저술은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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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톨스토이처럼 극도로 이성적인 인간이 뭔가를 전적으로 믿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신앙에서 ‘신비’‘기적’이라는 부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가르침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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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죽음 앞에서 대문호는 완전한 허무를 체험했다. 그러나 그는 그 허무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했다. 살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 이 두 가지 모두를 그는 도덕에서 찾아냈다. 그의 도덕은 지극히 실용적인 정신과 여러 종교에 대한 학습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육체에 대한 혐오감이 합쳐져 나온 결과물이었다.
에필로그-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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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실로 매혹적인 작가다. 그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 광대무변한 성격의 스펙트럼에 놀라게 된다. 한 인간 안에 그토록 섬세한 예술과 그토록 지겨운 설교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인류보편에 대한 그토록 거룩한 사랑과 특정 대상에 대한 그토록 매서운 독설이 공존한다는 것이 놀랍고, 그토록 거대한 지성과 그토록 불가사의한 미련함이 공존할 수 있다나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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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설교에서 과도한 부분, 그리고 실천 불가능한 부분을 다 잘라내고 핵심적인 부분만 간추리면 그것은 결국 절제와 나눔과 베풂이라 요약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톨스토이는 너무나 비실용적으로 들리는 도덕적인 가치들에서 가장 실용적인 삶의 지혜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진리를 사랑했고, 자신이 진리를 발견했다고 믿었다. 세상을 하직하기 직전에 그가 인류에게 남긴 말 역시 ‘진리’라는 단어였다.
톨스토이를 읽고 나면 진리에 관해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것이 스쳐지나가는 한순간일망정...
< 내가 저자라면 >
이 책은 프롤로그 1,2와 좋은 삶, 바쁜 삶이라는 딱 1부 2부의 본문, 그 안에 흥미로운 소제목들, 에필로그, 국내외의 참고문헌으로 이루어져 있다. 톨스토이라는 거장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게 핵심적인 부분들을 명쾌한 문장으로 써 냈다. 저자는 톨스토이의 저서 90권을 읽는 대신 소설 한 권으로 그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 썼다고 밝혔다. ‘톨스토이의 예술과 교훈을 한꺼번에 만끽하고 소설도 읽고 가르침도 얻’으려는 저자가 택한 책이 <안나 카레리나>다. 중년의 위기 이후 톨스토이가 인류에게 전하려고 했던 교훈적인 메시지가 이 소설에 다 담겨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술성 높은 명작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조목조목 읽으면서 톨스토이가 부르짖었던 것들을 곱씹어본다. 저자는 더 욕심을 부려 21세기에도 유효한 거장의 충고를 걸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톨스토이를 설명한 글은 다음과 같다.
그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다.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했다.
90권이나 책을 썼지만 말을 믿지 않았다.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부정했다.
언제나 육체의 욕구에 시달리면서 금욕을 주장했다.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지성을 증오했다.
즉 한마디로 톨스토이는 ‘햄릿처럼 생각하면서 돈키호테처럼 살기로 결심한 사람’이었다.
저자는 톨스토이의 극단적인 생각이 끼치는 폐해를 곳곳에서 지적하긴 했지만 그가 위선자는 아니었으며 도덕적 이상과 욕구 사이에서 투쟁했던 위대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은근히 내린다.
258쪽에 톨스토이의 푸시킨에 대한 비난의 글인 ‘푸시킨은 경박한 인물이었다는 사실, 남을 죽이려고 결투를 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 업적이라고는 단지 연애시를 그것도 종종 외설적인 시를 썼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당황하겠느냐’고 쓴 대목에서는 절로 웃음이 터졌다.
218쪽의 아들과 아들또래의 농부이야기에서도 한 아버지로서의 톨스토이의 생각에도 공감이 갔다. 저자는 실제 톨스토이의 삶과 글을 조목조목 탐구해가면서 매력을 느꼈고 때로는 한숨을 쉬고 때로는 안타까워하면서 느낀 대로 글을 썼고, 독자인 나는 저자의 글을 따라 공감했다. 이 책을 읽은 후 톨스토이하면 석영중이라는 사람이 생각날 것이다. 나는 석영중이라는 사람의 성별도 모른 정도였는데 앞으로 이 저자의 책은 찾고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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