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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4일 11시 06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괴테가 사랑한 여자들

 

남자에게 있어 여자는 무엇인가? 단정할 수 있는건 여자 없는 세상은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온통 남자들로만 가득찬 세상을 상상하기도 싫어진다. 그리고 여자가 없었다면 소설, 수필, 희곡, , 철학 등에서 지금까지 위대한 책들이 존재했을까. 남자를 위대하게 만들기도 하고 한없이 초라하게도 만드는 그런 존재다. 누가 한없이 약한 존재가 여자라고 하나. 여자는 어떻게 보면 남자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닐까. 남자를 조종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오늘날 괴테를 있게 한 존재가 여자가 아닐까. 18세기 유럽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는 이 소설만으로도 평생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죽을 때까지 돈이 없어 고민한 적 없는 그였다고 한다. 예전에도 책 한권을 내고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것이 가능했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그는 '지갑이 가벼우면 마음이 무겁다'는 돈에 대한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 책으로 인해 전 유럽이눈물바다가 됐고 애독자 중에는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1769~1821)도 포함됐다. 괴테는 1808년 나폴레옹으로부터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작품 속 주인공 복장이 크게 유행한 것은 물론, 2,000여명의 젊은이가 권총으로 모방 자살을 했다는 추산도 있다. 일부 도시와 지역에서는 금서목록에 올랐다. 20세기에는 유명인이 사망하면 따라 죽는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가 사회학 용어로 등장했다.

 

프랑크푸르트에 보존돼 있는 괴테의 생가는 20여개의 방으로 이뤄진 웅장한 4층짜리 건물로 관광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괴테는 25세의 젊은 나이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출간, 독일 최초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으며 구상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60년이 걸린 대작 <파우스트>로 독일 문학 최고봉이 됐다.

 

하지만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게 된 것은 놀랍게도 소설 속 남자주인공처럼 약혼자가 있는 여성 샤를로테 부프를 사랑한 체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외교관 케스트너와 이미 약혼한 샤를로테는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괴테에게 친구 사이 이상의 관계를 거절했다. 실연 당한 괴테는 샤를로테와 케스트너에게 편지를 남긴 채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대학에서 괴테와 함께 공부했던 예루잘렘이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다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예루잘렘에 공감한 괴테는 그에게 권총을 빌려준 사람이 케스트너임을 알고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괴테 자신의 실제 체험을 녹여낸 소설은 관습과 규범에 종속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감수성이 풍부한 청년 베르테르가 즐겨 쓰던 서간체 문장, 그가 읽던 책, 입던 옷 등을 그대로 따라하는 젊은이가 생겨났다. 소설 속 베르테르는 열렬히 사랑한 로테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실의와 고독감에 빠져 끝내 권총자살을 하는데 이러한 권총자살까지 따라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 책을 읽고 자살을 생각한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하니 나도 한번 보고 싶다. 40대의 감성에도 불을 지필수 있을까.

현대 심리학에서는 유명인이 자살한 후 같은 방식의 잇단 자살이 발생하는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른다고 하니 책이 주는 효과가 엄청난 것 을 알수 있다.

인기 있는 소설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파장까지 몰고온 이 작품은 시공간을 초월해 오늘날까지도 전세계 젊은이의 사랑을 받는, 살아있는 고전이 됐다. 연극과 뮤지컬로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며 여주인공 이름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이름으로 영원히 살아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감명 받아 샤를로테처럼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고자 '롯데'를 회사 이름으로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웅호색이라고 하던가.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는 평생 동안 여러 여성들을 사랑했다. 게다가 이뤄질 수 없는 사랑, 남의 여자를 사랑하는 불륜 등 다채로운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나이와 무관하게 거침없이 많은 여성을 만나는 남성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여자를 사랑한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세간의 비난을 받는 사랑도 예술가에게는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원동력이 되는 듯하다. 어떻게 보면 사랑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자신의 작품을 구상하고 쓰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역시 경험에서 나오는 글만큼 심금을 울리는 것은 없으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괴테의 여인.JPG


 

그레트헨 : 괴테의 첫사랑은 1315세 무렵 첫눈에 반한 그레트헨이다. 술집 심부름을 하는 여성이었고 자서전 <시와 진실>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묘사했다. <파우스트>에서는 늙은 학자 파우스트가 악마의 유혹으로 젊어지는 약을 먹고 회춘해 그레트헨이라고 하는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와 사이에서 일어나는 극적인 사건들이 파우스트 1부의 내용이다.


케트헨 쇤코프 : 16세 때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학공부를 하러 라이프치히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3살 연상의 여성. 괴테가 점심식사 하던 식당의 딸이었다. 그녀와 사랑에 빠졌지만 신분적 제약에 대한 괴로움으로 헤어진다. 당시는 서로 다른 계급 간 결혼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녀에게 바친 많은 시가 괴테 최초의 시집 <아네트>에 수록됐다.


수산나 폰 클레텐베르크 : 19세 때 가까이 한 26살이나 연상인 여성이다. 어머니의 친구로서 깊은 신앙심을 갖고 독신으로 살았다. 괴테가 중병에 걸려 라이프치히대학에서의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에 돌아와 힘들어 할 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줬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도제시대> 6'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은 클레텐베르크의 편지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프리데리케 브리온 : 21세에 정신적 위기를 극복하고 스트라스부르대학에 입학해 법 공부를 하던 시기에 만난 여성. 마을 목사의 딸인 그녀를 사랑해 만든 <제젠하임 시가집>은 독일 서정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러나 괴테는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었다. 충격을 받은 그녀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순수한 여성에게 큰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은 훗날 괴테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전형적인 나쁜남자)


샤를로테 부프: 23세에 법률견습생으로 베츨라에서 일하던 시절 무도회에서 만난 여성. 괴테는 첫눈에 그녀의 지성과 미모에 반했다. 그녀는 친구와 이미 약혼한 상태였고 뒤에 결혼을 했기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됐다. 괴테는 편지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확답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라고 고백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로테의 모델이 한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는 설도 있다.


막시밀리아네 폰 라 로슈 : 샤를로테와 결별한 후 베츨라를 떠나 귀향하는 도중 만나서 23~25세 때 사귀었다. 하지만 그녀는 프랑크푸르트의 유명 상인과 결혼했다. 그녀가 결혼한 뒤에도 집으로 찾아갔고 그녀는 옆에서 피아노를 쳐줬다고 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로테의 검은 눈동자는 막시밀리아네가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를 여자로 잊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샤를로테 폰 슈타인 부인 : 바이마르에서 정치생활을 하던 중 26세 때 만난 7살 연상의 유부녀다. 그녀는 슈타인 남작의 부인으로 7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괴테는 부인으로부터 인간적·예술적 완성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37세에 이탈리아로 떠나면서 12년간의 연애가 끝난다. <타우리스섬의 이피게니에>, <타소> 등의 작품에 그녀의 모습을 그렸다.


릴리 쇠네만 : 프랑크푸르트의 부유한 상류 귀족 집안의 딸로 그녀가 열 여섯살이던 1774(괴테는 당시 25) 어느 파티에서 그녀를 만났고 바로 반해 버렸다. 그녀는 성격이 응석받이고 자유분방하며 색기가 있었지만, 상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우아함과 매너가 있었다. 그녀는 순종적이지 않았고 변덕스러움으로 괴테를 괴롭혔는데 연애에 있어서 밀당(?) 경험이 없던 괴테에게는 새로운 여성상이었다. 괴테는 1775년 그녀와 정식 약혼했다. 그러나 그녀의 사회적 환경(가문)이 자신을 노예처럼 끌고 다닌다는 생각도 했다. 그녀의 가문은 괴테의 태생적 비귀족에 불편해 했고, 결국 4월에 파혼했다. 그녀는 3년 뒤, 스트라스부르의 은행가와 재혼했다.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 : 1786년 돌연 이태리로 떠났던 괴테가 2년 뒤인 1788년 경 이태리에서 바이마르로 돌아온 직 후, 만난 여성으로 가난한 집안의 처녀로 조화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 당시 괴테는 39세의 노총각이었고 불피어스는 무려 23세였다. 신분 차이가 있던 두 사람의 만남은 당대의 큰 스캔들이었다고 한다. 1788년부터 동거하였고 17891225이 장남 아우구스트를 낳았다. 괴테의 연작 시 로마의 비가 (Roman Elegies, 1788-1790)은 크리스티아네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18061013일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가 예나를 침공한 다음 날, 프랑스 병사가 괴테의 집에 들이닥쳤는데, 이 때 크리스티아네의 임기응변으로 괴테가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있다. 그후 5일 뒤인 1019일 교회에서 정식 결혼했다. 그녀는 181651세의 나이로 괴테보다 먼저 사망했다. 그래도 멋지다. 사랑만 보고 선택한 것 아닌가. 신분의 차이를 극복한 사랑과 결혼.

 

베티나 폰 아르님 빌레머 부인 : 독일의 여류작가이자 출판가이자 작곡가, 가수, 비주얼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후원가이기도 했다. 괴테가 한 때 흠모했던 여성인 막시 밀리아네의 딸이기도 하며, 그녀의 외할머니는 여류작가 소피아 폰 라 로슈다. 그녀는 사춘기 시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괴테를 흠모하게 되었으며, 자신의 집(외가)에서 우연히 괴테가 그녀의 어머니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궁금증으로 괴테의 어머니가 있는 프랑크푸르트로 찾아가 그의 어머니를 만나고 괴테의 어린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부탁한다. (이 때 많은 기록이 훗 날 베티나가 괴테에 관한 글을 쓰는 밑바탕이 됨) 괴테의 어머니는 베티나를 딸처럼 아꼈고 괴테의 어머니에 주선으로 1807년 베티나는 괴테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 때 그녀는 28, 괴테는 58) 둘은 편지를 주고 받았으나, 괴테는 그녀의 연정에 크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베티나는 괴테의 부인 크리스티아네와 다투게 되면서 괴테와 멀어지게 된다. 그 후 베티나가 사모한 남성으로는 베토벤이 있는데, 괴테에게 베토벤을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하였고, 그녀의 주선으로 괴테와 베토벤이 만나기도 했다. 그녀는 베토벤, 괴테, 퓌클러 등의 유명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했고, 브람스, 리스트, 슈만 등 당대의 유명 음악가들이 그녀의 재능과 정신을 칭찬했다. (심지어 1991-2001년까지 독일의 5마르크 지폐에는 그녀의 초상화가 들어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독일 저명한 낭만주의 문학가 아힘 폰 아르님이고, 그녀의 오빠는 클레멘스 브렌타노로 유명한 시인이었다.

 

마리안네 폰 빌레머 : 친구 요한 야콥 폰 빌레머의 양녀였다가 후에 빌레머의 부인이 된 여성. 1814년 괴테는 고향인 푸랑크푸르트 암마인에 갔다가 빌레머의 약혼녀였던 그녀를 만나게 되었으며, 그 때 그녀의 나이 30세에 괴테의 나이 65세였다. 그녀를 알게 된지 얼마 안 있다가 그녀는 빌레머와 결혼 했지만 그 후로도 괴테는 그녀를 사모하여 은밀하게 시와 편지를 썼고 문학적인 재능이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진 그녀 역시 하피스의 시를 암호로 답장하고는 했다. 괴테의 서동시집에는 그녀가 지은 시들도 들어있다고 한다. 65세에 30세 여성이라 휴~~

 

울리케 폰레베초 : 괴테는 1821년 마리엔바트에서 17세의 레베초프를 보고 사랑에 빠져서 그녀에게 여러가지 선물을 주는 등 가까워졌으며, 그녀가 19세가 되던 1823년에 청혼했다고 한다. 이 때 괴테의 나이는 74세였다. 당시 괴테의 아들은 청혼에 대해 고민하는 아버지에게 무척 화를 내며 반대했다고 한다. 놀란 그녀는 고심 끝에 정중히 거절하였고, 그 후 그녀의 가족은 마리엔바트를 떠났다고 한다. 괴테는 그녀의 거절에 실연의 아픔과 체념의 마음이 담긴 마리엔바트의 비가(Marienbader Elegie 1823)를 썼다.

 

괴테의 생애

괴테의 지능지수(IQ)210~230으로 추정된다. 좋은 머리를 타고 났으면서도 괴테는 항상 만족하지 않고 발전과 변화를 추구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뱀과 같다. 허물을 벗고 새로 시작한다. 결국 괴테는 예외가 규칙을 입증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출세의 시점, 금수저·흑수저, 재능 유무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3가지 불행이건 4가지 불행이건, 불행을 막으려면 항상 발전하고 변화하면 된다.

이런 점에서 괴테는 충분히 입지적인 인물이다. 실제로 그를 보여줬으니까.

 

엄청나게 생산적인 인생을 살았다는 측면에서 괴테는 모든 CEO의 표상이다. 원도 한도 없는, 부러울 게 없는 인생이었다. 근대라는 시대에 뒤늦게태어난 르네상스적 인간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연상된다. 괴테 전집은 143권 규모다. 한때 연금술·점성술·신비철학에 심취하기도 했지만, 과학자로서는 식물학·생물학·비교해부학·광물학·지질학 등 분야의 저서도 14권을 펴냈다. 화가로서는 그림 3000점을 남겼다. 서신 2만 건을 보냈다. 플라토닉·에로틱을 가리지 않고 전설적인 염문을 뿌렸다. 1809년에 18세 소녀에게, 182172세가 됐을 때에도 17세 소녀에게 연정을 품었다.

 

괴테는 벼락 출세도 했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를 읽고 감동한 바이마르 공국의 어린 군주(당시 18) 카를 아우구스트 공()1775년 괴테를 초빙한 것이다. 바이마르에서 괴테는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군주의 최고 측근이 됐다. 괴테는 행정의 천재였다. 정부 예산, 군비 지출, 도로·광산·관개시설 관리 등의 일을 솜씨 있게 처리한 괴테는 인구 10만에 불과한 바이마르가 독일의 지성계 수도로 발전하는데 일조했다. 괴테를 보려고 신·구 대륙의 순례자들이 바이마르로 몰려들었다. 괴테는 바이마르의 관광자원이 된 것이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1919~1933)의 제헌의회가 1919년 바이마르에서 개최된 것도 괴테와 무관하지 않다.

 

집안 배경으로 보면, 괴테는 다이아몬드 수저는 아니더라도 금수저는 물고 태어났다. 귀족은 아니고 부르주아 계급에 속했다. 아버지는 법률가 출신의 황실 고문이었다. 어머니의 아버지는 시장이었다. 신분상승을 달성했다. 1782년 요제프 2세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아 귀족을 표시하는 (von)’을 이름에 붙이게 됐다.

 

괴테는 인문교육의 힘을 증명했다. 괴테 사상의 중심인 빌둥(Bildung)’은 수양(修養)이나 도야(陶冶)와 거의 동의어 관계다. 그는 아버지의 모교인 라이프치히대학과 슈트라스부르크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잠시 변호사 개업을 했지만, 어려서는 집에서 아버지와 가정교사에게 인문과 과학을 배웠다. 특히 고전 연구에 필요한 외국어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교육이었다. 프랑스어·이탈리아어·영어·라틴어·그리스어·히브리어를 공부했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모국어도 전혀 모르는 것이다.” 승마·펜싱··그림도 배웠다. 한마디로 전인교육을 받았다. 그는 또 성찰하는 인간이었다. 52년동안 일기를 쓴 일기 작가(diarist)’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를 싫어했던 바이마르의 귀족들도 그를 좋아하게 됐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1786~88)에서 돌아온 후에 연구와 집필에 전념했는데 이탈리아에서 생활했을 때가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했던 유일한 시기라고 술회한 적이 있다. 그는 바이마르에서는 아무런 작품도 완성하지 못했다. 창작의 기쁨을 맞볼 수 없는 게 그에겐 큰 고통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살 이야기가 출세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뿐만 아니라 파우스트에 나오는 것을 보면 괴테 자신이 자살 충동을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괴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단어는 그리스도교와 파우스트. 파우스트는 평생을 바친 역작이다. 어렸을 때 민담에서 유래한 인형극 형태의 파우스트공연을 봤다. 24살에 구상을 시작해 별세 1년 전에야 완성했다. 1권과 2권이 각각 1808, 1832년에 출간됐다. 작업 기간은 1771년에서 1831년까지 60년 걸렸다. 사실 괴테는 마치 파우스트를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같았다. 얄궂게도 당시 사람들은 괴테 하면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떠올렸다.

 

괴테는 셰익스피어(1564~1616)를 상당히 의식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괴테의 삶을 재구성하는데 문제는 셰익스피어에 비하면 알려진 게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정치적으로는 당시에도 보수·진보가 서로 적대했다. 괴테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였다

그리스도교에 대한 괴테의 태도는 평생을 통해 좀 왔다갔다한 면도 있다. 하지만파우스트는 의심 없이 그리스도교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역작이다.파우스트에서는 신()과 악마가 인간을 사이에 두고 내기를 하는욥기(Job)와 에로틱한 신비주의 성향이 있는 솔로몬의아가(雅歌)와 동일한 이야기 구조가 느껴진다. 특히욥기에서와 마찬가지로파우스트에서도 악마·마귀또한 신께서 창조한 질서의 일부로 묘사된다.

 

지식과 행복에 대한 욕구 때문에 인간이 영원한 지옥살이(damnation)의 수렁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파우스트가 던지는 메시지 중 하나는 몸부림치는(struggling)자가 멸망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괴테에게 영원한 지옥살이란 절대(the absolute)에 대한 몸부림이 멈추는 것이었다.

 

파우스트는 자신이 이룩한 탁월한 지식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절망한다. 자살까지 생각한다. 허무주의적이며 파괴적인 힘을 상징하는 메피스토펠레스가 그에게 접근했다. 둘은 계약을 맺는다. 파우스트가 요구한 것은 어떤 초능력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의 가능성이었다. 그 가능성을 펼치다가 파우스트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체험을 하면 메피스토펠레스가 영혼을 가져가기로 했다. 사실은 애초에 불공정계약이었다. 인간은 만족하지 않고 항상 더 높은 곳을 향하기 때문이다

 

괴테의 말 중에서 음미할만한 몇 가지

 

사랑이 없는 세상은 세상이 아니다.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뭔가가 되어야 한다.

능력은 조용한 곳에서, 인품은 세파(世波) 속에서 발전한다.

자신이 자유롭다고 잘못 믿는 사람만큼 절망적인 노예는 없다.

삶은 우리에게 우리 스스로와 타인을 덜 가혹하게 대하라고 가르친다.

사람들을 분열시켜 지배하는 것은 좌우명으로서 타당하다. 단결시켜 이끄는 것은 더욱 타당하다.

 

[참고] MONEYWEEK 346호 및 본인 편집 및 BL.CAT BLOG / Forbes(2016. 5)


2.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105. 파우스트 만일 자네가 감언이설로 나를 속여, 나를 내로라하게 할 수 있고,

환락에 취해 떨어지도록 농락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내게는 마지막 날이지! 내기를 하자꾸나!

 

105. 파우스트 내가 어느순간을 보고, 섰거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하고 말한다면,

너는 나를 꽁꽁 묶어도 좋다. 그대로 나는 망해도 좋다.

 

106. 파우스트 자넨 대장부를, 대장부의 일언이 어떻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냐.

나의 입에서 나온 말이 영원히

나의 일생을 지배한다는 것으로 충분치 않단 말이냐?

세계는 무수한 물줄기로 갈라져서 흘러가는데 나는 한 가지 계약에 매여 있어야 한단 말이냐? ....

그러나 신의를 깨끗이 가슴 속에 지니고 있는 자는 행복하다.

어떤 희생을 치러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글씨를 쓰고 도장을 찍은 양피지는 누구나가 두려워하는 도깨비와 같은 것이다.

문자는 붓끝에서 이미 생명을 잃게 되고,

장정이나 뚜껑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악마조차도 사람을 못 믿으면 이런 계약을 요구할까.

 

107. 파우스트 내가 이 계약을 깨뜨릴까 겁낼 건 없다.

누구나 시작은 그렇다. 마지막의 파우스트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107. 파우스트 일체의 지식에 대하여는 이미 구역질이 난 지 오래다. .... 꿰뚫어 볼 수도 없었던 마법의 장막 속에 온갖 기적을 곧 마련해 다오.

 

108. 파우스트 나는 오직 도취와 흥분에 몸을 던져 보고 싶을 뿐일세.

비통한 향락도, 사랑에 눈이 먼 증오도, 속이 후련히 풀리는 화풀이도 좋네.

지식에 대한 욕구에서 벗어난 나의 가슴은,

이제부턴 어떤 고통일지라도 사양하지 않겠네.

전 인류에게 주어진 것을 나는 내부의 자아로서 맛보겠네.

나는 정신을 가지고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휘어잡고

인류의 행복과 인류의 고통을 이 가슴에 쌓아 올려, 내 자신의 자아를 인류의 자아에까지 넗히고 끝내는 인류 그 자체와 더불어 나도 멸망하고자 하는 것이다.

 

108. 메피스토펠레스 신은 자기만 영원한 광명 속에 있으면서 우리네는 암흑 속에다 쳐박아 넣었소

당신네 인간에게만 낮과 밤을 마련해 준 것이오.

 

110. 파우스트 인간 정신의 온갖 보물을 긁어 모아 보았지만 결국 이런 꼴로 앉아 있으니,

아무런 새로운 힘도 안에서 솟아나오지 않는다. 나는 털끝만큼도 키가 자라지 않았고 한 뼘도 무한에 다가서지도 못했다.

그의 절망과 고뇌가 느껴진다. 정신적 성장

 

111. 메피스토펠레스 이성이니 학문이니 하는 따위 인간 최고의 힘을 마구 멸시하는구나.

 

113. 학생 바로 말씀드려, 사실은 벌써 떠나 버리고 싶었습니다.

저 성벽과 강당은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리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학생이 부럽기만 하다. 나는 왜 젊은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113. 메피스토펠레스 갓 낳은 아이도 어머니의 젓을 처음부터 다짜고짜 물고 늘어지는 것은 아닐세.

하지만 곧 맛있게 먹게 되지. 그와 마찬가지로 날이 갈수록 지식의 젖가슴을 그리워하게 될걸세

멋진 표현이다.

 

113. 학생 저는 훌륭한 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지상의 일과 천국의 모든 것을 다 배워서,

학문과 자연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나도 그랬었는데 분수를 알면서부터는 하나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115. 메피스토펠레스 그런데 훌륭한 방직공이 된 자는 없단 말일세

살아 있는 것을 인식하고 기술하려는 자들이 우선 정신을 그 속에서 내몰고자 한단 말이야.

그래서 부분적인 것은 손에 넣고 있지만, 딱하게도 정신적인 유대가 없게 마련이거든.

이것을 화학에서는 앵케레진 나투레(自然操作)라고 부르지만

전부

 

115. 학생 하시는 말씀을 잘 알아들을수가 없는데요.

학생이나 내 수준이 똑같구나.

 

117. 학생 3년이라면 짧은 세월입니다. 그런데 정말 학문의 분야는 넓기만 하군요.

 

118. 메피스토펠레스 누구나 제가 배울 수 있는 것밖에는 못 배우는 법이니까.

 

119. 메피스토펠레스 소중한 일곱 군데를 손으로 더듬어 보게나. 맥을 집어 보는 것도 잘 알아서 해야 하네.

 

119. 메피스토펠레스 언젠가는 네가 신과 닮은 것이 두려워질 게다.

 

120. 파우스트로 가장한 메피스토는 모든 이론은 회색이요. 푸른 것은 인생의 황금빛 나무일뿐이라고 말한다.

배움의 회의에 대한 내용인가. 그냥 즐기라는 뜻인가?

 

125. 메피스토펠레스 즐겁게 놀아나는 친구들한테로 끌고 가야겠소. 그래야 얼마나 편히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젊은이들의 술잔치에 파우스트를 데리고 간 메피스토는 왜 이 장면을 굳이 왜 보여줬을까? 파우스트에게 음산한 연구실을 나와 밖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데리고 간 곳이 라이프치히 아우어바흐 지하실 술집이다. 서재 즉 학교 안에서 보는 대학생들과 다른 학생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삶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술을 마시며 향락을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니다. 참고로 이 식당은 괴테가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공부할 당시 자주 찾은 곳이라고 한다. 지금도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 가게 되면 한번 가보고 싶다.) 여기서 파우스트에게 보여주고자 했든 것은 보통사람들은 당신(파우스트)와 달리 얼마나 쉽게 인생을 살아가고 큰 고민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너무 심각하게 살지말라는 뜻인가. 고민은 하되 거기에 빠지지 말라는.

 

126. 지벨 이자는 한 발은 절름발이 아냐?

악마를 나타내는 말인데 지벨은 어떻게 알았을까?

 

136. 메피스토펠레스 그런 틈이 있으면 요술다리를 천 개라도 놓겠소

기암이나 다리 따위는 악마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고 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서 그런가.

 

136. 메피스토펠레스 이놈이 시녀이고 저놈은 머슴이랍니다.

원숭이를 얘기하는데 원숭이는 지옥의 악마가 만든 것이라고 함. 결국 원숭이의 돌연변이가 인간인데...

 

138. 원숭이 수놈 이것이 지구(地球). 올라갔다. 내려갔다. 끊임없이 도는구나. 유리같이 소리가 나는구나. 참 깨지기도 잘하지. 속은 빈털터리지.

세계의 역사가 순환되고 흘러가고 있음을 원숭이의 손에서 풍자되고 있다.

 

146. 메피스토펠레스 그럴 것이 완전히 모순된 것은 현자한테건 우자한테건 똑같이 신비롭게 마련이니까요. 여보세요. 학술이란 낡고도 새로운 것이란 말이오.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단 말이죠. 셋이 하나라느니. 하나가 셋이라느니 하며, 진리 대신에 오류를 퍼뜨리고 있단 말씀이오.

삼위일체를 뜻하는 말. 이런 식으로 기독교를 비판하고 풍자하네. 진리탐구에 대한 덧없음??

 

146. 마녀 애태움없이 차지하리라

젊어지는 영약은, 과학적 사고의 산물이 아니라. 사고하지 않는 자에게는 우연하게 주어진다. 과학만이 답은 아니다. 이런 것인가.

 

148. 메피스토펠레스 그 약이 몸에 들어간 이상 네 놈은 모든 여자가 헬레네로 보이리라.

 

149. 파우스트 그래도 열네 살은 넘었을테지

열네 살 이하의 소녀와의 결혼이나 성교는 당시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고 한다. 파우스트는 거기까지 생각한 것이었고 그래도 최소한 지켜야 할 도덕은 생각하고 있네.

 

150. 파우스트 나를 도덕의 율법으로 괴롭히지는 말아 주게. 그기고 잘라서 말해 두네만, 만일 귀여운 젊은 애가 오늘 밤에 내 품 안에서 잠들게 해 주지 않는다면 오늘 밤 우리는 헤어질 테니 그리 알아두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파우스트. 진리를 찾기 위해 떠났지만 여자를 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괴테 자신이 많은 여자를 사랑한 것처럼. 하긴 남자가 여자를 찾는 것은 어쩌면 남자의 당연한 본성.

 

150. 파우스트 그런 짓을 안 하고 빨리 먹고 싶단 말이다.

너무 직설적이지 않은가. 이 표현은 좀 은유적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155. 파우스트 가련한 파우스트여! 너는 아주 몹쓸 놈이 되어 버렸구나. 여기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이상한 숨길이다. 오직 외곬으로 향락할 욕심에서 여기를 찾아왔는데.

 

159. 마르가레테를 보고 파우스트는 그 애가 눈을 살짝 감는 모습은 내 가슴에 깊이 아로새겨졌다.”라고 감탄한다.

 

160. 마르가레테 얼굴이 잘나고 젊어야 무슨 소용이 있담. 그것도 물론 다 좋기야 하겠지만. 사람들은 단지 그뿐이라고 생각할 거야. 칭찬을 하면서도 반은 가엾게 여기는걸. 모두가 돈 때문에 모여들고, 돈에 달려 있는 거지 뭐. 아아! 우리처럼 이렇게 가난해서야!

예나 지금이나 돈, 가난에 대한 감정은 똑같다. 돈 없이 지낸다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한 괴테가 그런 일을 얘기하고 있다는 건 좀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161. 메피스토펠레스 애야하고 어미가 이렇게 불러 놓고는 부정한 보물이란 영혼을 해치고 피를 좀먹는단다. 이것을 성모님께 드리기로 하자.”

나라면 부모에게 얘기하지 않음은 물론 일정시간이 지나도 별일 없으면 내다 팔텐데. 순진한 사람들. 괴테는 여기서도 종교의 문제점을 얘기하고 있는 것일지도.

 

162. 메피스토펠레스 옳은 생각이십니다! 욕심을 이겨 내는 분은 득을 보게 될 겁니다. 교회는 튼튼한 위장을 가졌으니, 허다한 나라들을 집어삼켰지만 아직 한 번도 체한 적이 없소이다. 사랑하는 부인네들, 오직 교회만이 불의의 재물이라도 소화시킬 수가 있는 거요.”

기독교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이다. 그 시대에 괴테는 괜찮았을까?

 

163. 메피스토펠레스 여자한테 홀딱 반한 저런 바보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하는 일이라면, 해건 달이건 별이간 건에 모조리 공중으로 쏘아 올리고 싶어하는 법이지.

 

164. 마르가레테 기겁을 해서 주저앉을 뻔했어요!.... 그리고 속의 물건도 정말 희한하고 전보다도 훨씬 많아요.

두 번째는 어머니에게 가져가지 않고 이웃집 아줌마한테 가는 여인. 더 이상 그냥 교회에 주는 것이 싫고 개인이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보여준다.

 

165. 처음에 발견한 패물은 부정한 보물이라고 여긴 어머니가 교회에 바쳤지만, 또다시 눈부신 패물을 발견한 마르가레테는 이웃의 마르테 아주머니에게만 알리고 절대 어머니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말한다.

 

167. 메피스토펠레스 기쁨 끝에 슬픔이, 슬픔 끝에 기쁨이 따르는 법이지요.

 

168. 메피스토펠레스 사랑하는 이를 품에 안는 것은 하늘이 주시는 그지없는 선물의 하나니까요.

 

168. 마르가레테 그런 짓은 이 고장 풍습이 아니에요.

 

168. 메피스토펠레스 풍습이건 아니건!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사람들은 너무나 풍습에 얽매인다.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닌데.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과감히 깨자.

 

170. 마르테 타향의 계집들, 타향의 술, 게다가 그 망할 놈의 노름을 좋아한게 탈이었지요.

 

170. 메피스토펠레스 그런 조건이라면 저도 한번 당신하고 반지를 교환하고 싶군요.

 

170. 마르테 전 제 남편이 어디서 어떻게 죽어서 묻혔는지 증명을 한 장 받았으면 하는데요.

왜 굳이 증명서까지. 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는 뜻에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기 위한 과정

 

173. 메피스토펠레스 당신이 허위 증언을 하는 것이 당신 생전에 이번이 처음이란 말이요?

당신은 신,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이라든가 그 머리나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자신만만하게 정의를 내린 적이 없단 말이오? 그것도 뻔뻔한 얼굴로, 대담스럽게 가슴을 내밀고 말이오. 하지만 당신이 곰곰 생각해 보면 솔직하게 말해서 당신의 그런 것에 대한 지식은 슈베르트라인 씨의 죽음에 대한 것보다도 더 많이 아는 것이 없지 않소.

 

173. 파우스트 자네는 언제나 변함없이 거짓말쟁이자 궤변가군.

 

175. 파우스트 당신의 눈초리, 당신의 말 한마디가 이 세계의 모든 지식보다 더욱 즐겁습니다.

그녀 앞에서 그녀를 유혹하기 위한 최고의 찬사.

 

176. 마르가레테 그래요. 안 보면 정도 떨어지는 거에요.

 

176. 파우스트 그 총명하다는 것이 자칫하면 오히려 허영심이나 천박한 경우가 많지요.

저마다 사람들을 보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우리가 지성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본연의 모습.

 

176. 파우스트 , 이렇게 단순하고 순진한 아이란, 자신의 신성한 가치를 조금도 모르는구나.

겸양지덕이란, 지혜롭게 분배하는 이 자연의 지고의 보물인 것을.

파우스트는 인간적이다. 단순히 자기의 욕망을 채우는데 급급하지 않다.

 

177. 마르가레테 저는 오래오래 당신을 잊을 수가 없을 거에요.

꼭 그렇게 알뜰히 살아가야 할 필요는 없어요. 남들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다고도 할수 있거든요

 

180. 마르가레테 나를 사랑하신다-안하신다-하신다-안하신다. 그이는 나를 사랑하는구나!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이런건 미신이지 하고 넘어간다. 우리는 파우스트와 마르가레테의 사랑의 감정이 이렇게 금방생기는 걸 보고 놀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젊은이로 변했지만 피끓는 젊은이들이 사랑하는데는 3초면 되지 않을까.

 

180. 파우스트 그럼. 사랑하고말고! 그 꽃 점을 신들의 말씀이라고 생각하오. 당신을 사랑하지

진정 파우스트는 여자의 마음을 잘안다.

 

181. 들국화 꽃잎을 따서 꽃 점을 치는 마르가레테의 순진함을 보면서 파우스튼 마음을 빼앗긴다. 파우스트는 사랑의 감정은 영원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니 젊은이로 바뀌기 전의 파우스트 개인에 대한 언급이 없네. 아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자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이런 사랑꾼이 사랑을 모르고 서재와 학문에 빠져있다니

 

183. 메피스토펠레스 아가씨도 그렇고요. 세상 일이 다 그렇죠.

 

183. 마르가레테 (파우스트를 안고 그에게 키스를 해 주며) 내 사랑!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요!

 

184. 마르가레테 그분 앞에선 부끄럽기만 하고 무슨 일에겐 그저 네네 할 수밖에 없으니,

나야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앤데 왜 나를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어.

 

185. 파우스트 너는 나를 안전한 동굴로 인도하여, 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였다. 그러면 내 스스로의 가슴 속에는, 남모르는 깊은 기적이 드러나곤 했던 것이다.

 

186. 파우스트 나는 욕망에서 향락으로 비틀거리며, 또한 향락 속에서 새로운 욕망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186. 메피스토펠레스 당신 같은 불쌍한 지상의 아들이, 내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사시겠소?

공상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을 잠시라도 구해 준 것은 내가 아니었소? 그리고 만일 내가 없었던들 당신은 벌써 이 지구에서 사라진 지 오랠 것이오.

그래 악마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면 그게 정말 재미없는 삶인줄 모른다.

 

187. 파우스트 이렇게 황야를 헤매고 있노라면, 어떤 새로운 생활력이 내게 생기는지 자네는 모를걸세.

만일 자네가 어렴풋이나마 그것을 알 수 있다면 점점 악마의 본성을 발휘하여 나의 행복을 빼앗아 갈걸세.

 

189. 메피스토펠레스 사내와 계집을 만들어 낸 신도 스스로 뚜쟁이 노릇을 하는 것이

가장 고귀한 사명이라고 곧 깨달았단 말씀이에요.

 

190. 파우스트 미치광이처럼 날뛰며 정욕에 끌려서 심연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구나.

그러면서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인간적이지 않지.

 

191. 그레첸 님 안 계신 마을 무덤이나 다름없네, 이 세상 넓다 해도 내게는 쓰디쓸 뿐. ......마음의 평화 사라지고 내 가슴 무거워요. ..... 행여나 님 오실까 영창으로 내다보고 혹시나 님 뵈올까 문 밖으로 뛰어가죠.

 

193. 파우스트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사로잡히게 된다. 혼자 물레실에 틀혀박혀 있어도 파우스트의 모습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마음은 어지럽고 가슴은 답답하다.

 

194. 마르가레테 종교는 별로 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 아녜요?

 

194. 파우스트 그런 것은 내버려 둬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은 느낄 테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선 살도 피도 아끼지 않소. 또 누구한테서건 그 사람의 감정이나 교회를 빼앗을 생각은 없소.

사랑에 왜 종교를 끌어다 들이지.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결혼은 쉽지 않은 것이다.

 

195. 마르가레테 그것은 옳지 않아요. 그걸 믿으셔야 해요!

 

195. 파우스트 믿어야만 되나?

 

195. 파우스트 나는 신을 믿는다하고 감히 누가 터놓고 말할 수 있을까?

마음엔 무엇인지 느끼고 있지만 그렇다고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고, 감히 잘라서 말할 사람은 누군가 말이다. 만물을 품고 있는 자, 만물을 떠받치고 있는 자, 그자는 나도 너도 자기 자신까지도

 

196. 파우스트 당신과 이렇게 눈과 눈을 마주 보고 있으면 온갖 것이 당신 머릿속으로, 당신 가슴속으로 치밀고 들어가, 영원한 신비에 싸여 당신 곁에서 눈에 보일 듯 안 보일 듯 움직이고 있지 않소?

.... 그것은 행복, 진정, 사랑 혹은 신이라고 하든, 당신 좋을 대로 이름을 붙이면 되는 거요.

정말 괜찮은 남자다. 이 남자.

 

197. 마르가레테 그 사람을 보면 저는 피가 끓어요.

착한 사람한테는 악마가 보인다고 하더니.

 

197. 마르가레테 어떤 인간이고 사랑할 수는 없다고 그의 이마에 역력이 적혀 있는 것 같아요. 당신 품에 안겨 있으면 후련하고 모든 것을 내맡겨 버린 듯 포근한데, 그 사람이 있으면 제 마음이 조이는 것 같아요.

 

198. 파우스트 아아, 단 한시간이라도 마음 놓고 당신 몸에 안겨 가슴과 가슴, 마음과 마음이 맞부딪칠 수도 없단 말이오?

 

199. 마르가레테 아이, 참 전 당신을 보기만 해도 당신의 뜻대로 하게 되니 나도 모르겠어요. 벌써 당신을 위해 하도 일을 많이 해 버려서, 이젠 할 일이 별로 남은 것 같지가 않아요.

 

199. 메피스토펠레스 색을 초월한 듯하면서도 색을 쓰는 색골이구료! 그러다간 어린 계집한테까지 놀림감이 될걸요.

 

209. 발렌틴 너는 한 놈하고 남몰래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놈들이 점점 늘어갈 거다. 그것인 한 다스쯤 되면 이제 너는 온 장안의 노리개감이 될 거다.

오빠는 늘 이렇다. 여동생이 남자를 사귀면 자가기 부모가 된 냥 전면에 나서는 것이다.

 

210. 발렌틴 어떻든 죄의 씨는 신통하게 되지는 않는 법이다.

 

220. 마녀의 두목 계집들은 모조리 앞질러 가고 악마의 집을 찾아갈 때엔 계집은 천 걸음을 앞장서거든

여자는 일단 악에 발을 들여놓으면 맹목적으로 돌진한다. 남자는 오히려 얼마간 양심을 갖는다는 것이 괴테의 의견이다. 한마디로 괴테의 여성관을 보여준다.

 

222. 메피스토펠레스 하도 지랄들이라 나 같은 악마까지도 질색이구료.

 

222. 파우스트 많은 무리들이 마왕의 잔치로 밀어닥치고 있다. 거기면 많은 수수께끼가 풀리겠지.

 

223. 메피스토펠레스 풀리기도 하지만 많은 수수께끼가 생길 수도 있지요.

학문은 답이 없다. 알면 알수록 더 아는 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226. 예쁜 마녀 능금은 옛날 옛적 극락 시절부터, 당신네 남자들이 탐내던 물건, 우리 집 뜰에도 그것이 열렸으니

우리 집에도 열렸다. 여성의 대표적 상징이라 할수 있다. 거기서 생명수가 나온다.

 

227. 메피스토펠레스 그 나무에는 000 00아 났는데 하도 00 나는 마음에 들었더라오.

왜 굳이 빈칸을 만들었을까?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하는 글자를 넣어보라고. 대단한 머리다.

 

227. 궁둥이 마술사 : 니콜라이에 대한 풍자. 그는 레싱의 친구로서 베를린의 계몽주의자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해서 <장년의 베르테르의 슬픔과 기쁨>이란 어리석은 패러디를 썼다. 몰이해와 악의로 가득찬 책이다. 괴테는 숭고한 정신을 상실한 불쌍한 계몽주의자로서 니콜라이를 브로켄 산의 마귀로 만든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최대의 공격이 아닐까.

 

227. 파우스트 남이 춤을 추면 비평이란 걸 안 하면 못 배기니까. 어떤 스텝이건 저놈이 한마디 하지 않으면 그 스텝은 밟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지.

위대한 작가도 비평가의 비평은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227. 궁둥이 마술사 우리는 세상을 계몽하고 있는 것이다. 악마들이란 규칙을 무시하는 놈들이란 말이다.

 

228. 궁둥이 마술사 여행기만은 늘 가지고 다니다가 마지막 한 걸음을 디디기 전까지는 악마와 시인놈들 혼을 내 주고 말테다.

역작인 <파우스트>에서 니콜라이에 대해 풍자하는 걸 보면 원한이 가슴에 많이 쌓였나 보다.

 

229. 파우스트 사실 저 눈은 죽었을 때 사랑하는 이의 손이 감겨주지 않은 눈이다. 저 가슴은 그레첸이 내게 바친 가슴이다. 저 육체는 내가 즐기던 그리운 육체다.

 

230. 발푸르기스 밤의 꿈

이것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모방한 것이다. 셰익스피어를 항상 의식했다던 괴테의 태도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231. 오베론 두 사람이 서로서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헤어져서 살아 볼 필요가 있단 말이다.

 

236. 곤경에 빠진 사람들 아첨으로 알랑알랑 단물을 빨았건만, 이젠 정말 망해버렸소! 춤만 추고 살아서 신발은 해지고 맨발로 걸어 다니는 신세랍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인한 망명자들의 처량한 신세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38. 파우스트 그동안에 네놈은 재미도 없는 심심풀이로 나를 끌어 놓고 하루하루 늘어 가는 그애의 괴로움을 감쪽같이 숨기고, 그 애를 구원할 길도 없이 파멸의 구렁텅이 속에 떨어뜨렸구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파우스트의 깊은 애정을 느낄수 있다.

 

239. 메피스토펠레스 , 이쯤이면 우리들이 가진 지혜의 한계도 끊어지고 당신들 인간이 자칫하면 미쳐 버릴 지경이 되지요. 하지만 끝까지 해 낼수도 없는데 왜 나와 한 패가 되고자 했지요? 날고 싶지만 눈앞이 어지럽다는 말씀이신가요? 대체 내가 당신한테 억지로 매달렸나요? 아니면 당신이 우리한테 졸라 댔나요?

 

239. 파우스트 나를 보고 네놈의 그 흉악한 그 이빨을 드러내지 말아라! 구역이 난다! 위대하고 장엄한 지령이여, 그대는 감사하게도 내게 모습을 나타내 주었고 또한 내 마음도 영혼도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이런 인간의 화를 좋다 하고, 인간의 파멸을 즐겨 핥아먹으려는 비열한 놈을 내게 친구로 붙여 주었느냐?

 

239. 메피스토펠레스 그 애를 구해 내라고 하지만 그 애를 이렇게 파멸시킨 것은 누구지요? 난가요, 당신인가요?

 

239. 메피스토펠레스 당신이 당하게 될 위험은 어떻게 하지요? 알고 있어야 해요. 그 고을에는 당신의 손으로 저지른 살인죄가 그대로 남아 있단 말씀에요.

 

241. 파우스트 이런 습기 찬 담벼락 속에 그 애가 잡혀 있다. 한데 그 애가 저지른 죄란 한갓 악의 없는 망상이 아니었더냐! 너는 그 애한테로 가기를 망설이고 있구나! 그 애하고 다시 만나는 것이 겁이 나는구나! 빨리 가라! 어물어물하다가는 그 애의 죽음을 재촉할 뿐이다.

 

242. 마르가레테 당신도 인간이라면 저의 고초를 살펴 주세요!

 

242. 마르가레테 누가 형리인 당신에게 나를 마음대로 다루는 권리를 줬지요. 아직 오밤중인데 나를 벌써 끌어내다니요, 제발 불쌍히 여겨 나를 살려 두세요! 내일 아침에도 시간은 많지 않아요!

 

244. 마르가레테 난 아직도 이렇게 젊은데, 이렇레도 젊은데요! 벌써 죽어야 하다니요! 그리고 저는 예쁘기도 했지요. 그것이 화가 된 거지요.

자기 입으로 얘기하기 쉽지 않은 부분인데.

 

244. 파우스트 이런 비참한 꼴을 보고 어찌 참을 수 있으랴!

 

244. 마르가레테 제발 어린애 젖이나 좀 먹이게 해주세요! 밤새도록 아이를 꼭 끼고 있었는데 날 괴롭히려고 그 애를 빼앗아 갔어요. 그리고 내가 그 애를 죽였다는거에요. ..... 어떤 옛날 이야기가 그렇게 끝났더군요. 그렇지만 그것을 내 이야기였다고 할 건 없잖아요?

 

245. 마르가레테 그이로구나! 내 몸의 괴로움은 모두 어디로 갔지? 감옥살이의 불안은 어디로 갔지? 쇠사슬은 어디로 갔을까? 당신이구료! 나를 살려 주려고 왔군요

 

246. 마르가레테 당신 목을 끌어안고 있는데 왜 이렇게 무서울까요? 전에는 당신이 말씀하시거나 쳐다만 보셔도 하늘이 온통 나를 덮어 씌우는 것 같았는데요.

 

247. 마르가레테 당신은 사슬을 풀어 주시고 다시 나를 당신 품에 안아 주시는군요. 당신은 어째서 무섭지 않나요? 당신은 도대체 누구를 살려 주신다는 걸 알고 있나요?

 

247. 마르가레테 우리 어머닐 나는 죽였어요. 어린애는 물 속에 던져 버렸고요. 그 앤 당신하고 나한테서 생긴 애예요. 정말로 당신인가요! 어째 믿을 수가 없군요. 당신의 손을 이리 내세요! 꿈이 아니로군요! 당신의 사랑스러운 손!-아이 축축해라! 씻어버리세요! 어째 피가 묻은 것 같군요. 아이구. 맙소사! 무슨 일을 저질렀군요! 제발 소원이니 그 칼을 집어넣으세요!

 

248. 파우스트 지나간 일은 지나가 버린 것으로 해 두어요. 그런 말 하면 나는 죽고만 싶소

 

248. 마르가레테 아니에요! 당신은 살아남아야 해요! 난 당신한테 묘자리를 부탁하고 싶어요. .... 난 당신 곁에 꼭 붙어 있던 일이 즐거웠고 말할 수 없는 행복이었어요!

그녀에게 파우스트와의 사랑은 행복이었을까? 죽는 그녀는 행복하게 갈 수 있지만 남아있는 파우스트는 오히려 괴로움에 사무칠 것이다.

 

249. 파우스트 가자고만 마음먹으면! 문은 열려 있소

 

249. 마르가레테 전 갈 수 없어요. 앞날이 없는 몸인걸요

 

251. 파우스트 나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251. 마르가레테 하인리히 씨, 나는 당신이 무서워요.

 

252. 죽음을 각오한 마르가레테에게 파우스트의 목소리는 공허하기만 하다. 그녀는 말한다. “하나님! 저는 당신의 심판에 몸을 맡기겠나이다메피스토에게 이끌려 혼자 감옥을 빠져나가는 파우스트에게 필사적으로 하인리히! 하인리히!”를 부르는 절규의 목소리가 들린다.

 

비극 제 2

256. 파우스트, 지쳐버리고 안정을 잃은 채 꽃이 피어 있는 잔디밭에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다.

그냥 자는 것이 아니라. 망각을 위한 잠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257. 아리엘 우선 이 사람의 머리를 시원한 베개 위에 눕히고, 다음에 그를 레테 강물로 목욕시켜주렴.

그레첸과의 기억을 씻어내기 위한 레테의 강

258. 합창 세상 사람들은 주저하고 방황하더라도, 그대 늦지 않게 분연히 일어나라. 사리에 밝고 재빠르게 손을 쓰는 위대한 인물은 못할 것이 없느니라.

 

259. 파우스트 생명의 맥박은 새로운 기운으로 생생히 고동치고, 대기의 어스름에 부드러운 인사를 드린다. 대지여, 그대는 간밤도 변함없더니, 새로이 기운을 얻어 내 발밑에서 숨쉬고, 벌서 기쁨으로 나를 감싸기 시작하는구나. 그리고 나를 자극하여 힘찬 결심을 고무시켜, 지고의 존재로 줄곧 치닫게 하려는 구나!

한편의 그림이 연상되는 시같이 느껴진다. 60년의 힘이 느껴진다.

 

262. 메피스토펠레스 괴상하고 고약한 놈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언제나 환영받는 놈이 누구이겠습니까!

와주었으면 싶은데 언제나 쫓겨 나는 놈은 누구이겠습니까? 줄곧 보호를 받게 되는 놈은 누구이겠습니까? 지독하게 욕을 먹고 잔소리만 듣는 놈은 누구이겠습니까? 폐하가 불러내서 안 될 사람은 누구입니까? 누구나 그 이름을 듣고 좋아하는 놈은 누구입니까?

 

264. 황제 불법이 합법적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그릇된 것투성이의 세계가 벌어지고 있는 꼴을 보면, 마치 흉몽과 같은 생각이 들 것입니다. .... 판관들이 높은 의자 위에 앉아 쓸데없이 위엄만 떨고 있는 동안에.... 청렴한 인간이라도 끝내는 아첨하고 뇌물이나 쓰는 인간으로 기울고. .... 국민 모두가 가해자이고 국민 모두가 피해자인 꼴일 되면 지존의 체통마저 빼앗기게 될 것이 아니옵니까?

역사의 순환이라는게 돌고도는 것이지만 인간사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배경만 달라질뿐

 

266. 재무대신 지나치게 여러 가지 권리를 내어 주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은 권리는 하나도 없을 지경입니다.

 

283. 나무꾼들 일하는 천한 놈이 나라 안에 없다가는 양반네들 혼자서 아무리 약은 체해도 어떻게 살아가리오? 이것만은 명심해 두라. 우리네가 땀 안 흘리면 당신네는 얼어 죽어요.

 

287. 풍자시인 사람마다 듣기를 꺼리는 것을 나는 노래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290. 적의의 여신 메게라 그 한없이 아름다운 행복을 변덕을 부려서 넌더리를 내게 만들어 놓지요. 인간은 변하는 것이며 시간도 변하는 것이니까요.

 

291. 생명을 빼앗는 복수의 여신 티시포네 배반자에겐 독약을 타고 칼날을 세우리라. 딴 여자를 사랑하면 조만간에 파멸이 그대에게 닥쳐오리라. 순식간의 꿀 같은 재미가 그대로 거품 이는 쓰디쓴 독약으로 변하리라! 흥정도 없고 에누리도 없다. 저지른 죗값은 치러야 하지. .... 여자를 바꾸는 자는 살려 두지 않으리라.

배반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 그것이 플라토닉이든 에로스적이든 뭐든 간에 그것은 누가 하지말라고 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293. 지혜 공포와 희망이란 인간의 가장 큰 두 가지 적이지요. 그래서 이 두가지를 사슬에 묶어 사람들한테 떼어 놓고 있습니다.

 

310. 흙의 신령 놈들 우리는 착한 인간들의 편이올시다. 하지만 이렇게 파내 온 황금 때문에, 도둑질 하는 놈, 여자를 파는 놈, 그리고 대량 살인을 꾸미는 거드름 피우는 사나이들도 이 쇠붙이가 없으면 안되게 마련. 십계 중에 삼계를 범하는 놈은 다른 계율도 중히 여기지 않는 법

훔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312. 흙의 신령 놈들의 대표 당신만은 이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주여, 모든 것을 당신의 지배하에 거두시지요. 어떤 보물이건 당신의 손에 들어가서 비로소 온 세상에 복을 가져올 것입니다.

 

321. 파우스트 무진장의 보물이 폐하의 영토 내 깊은 땅 속에 묻혀서 때를 기다리며 이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웅대한 사상이라도 이러한 재물에 비하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울안의 물건이며, 아무리 사상이 그 날개를 펴고 높이 난다 해도 헛되이 노력할 뿐이며 미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깊이 통찰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인간은, 무한한 재물에 대해서 무한한 신뢰감을 갖는 거지요.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와닿는 것이 바로 돈이다. 그들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사상보다는 재물이다. 나도 그렇겠지만

 

324. 파우스트 황제가 헬레네와 파리스를 눈앞에 놓고 보고 싶다고, 그것도 당장에 보아야겠다고 한단 말일세. 남자와 여자의 이상적인 모습을 산 채로 보시고 싶다는 말일세

 

325. 메피스토펠레스 깊은 고독 속에 여신들은 거룩하게 살고 있소이다. 거기에는 공간도 없고 시간도 없습니다. 그 여신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그것은 어머니들입니다.

 

327. 파우스트 어머니들한테로! 듣기만 해도 몸이 오싹해지는구나! 정말 듣고 싶지 않은 그 말은 무슨 뜻일까?

파우스트는 왜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

 

329. 파우스트 하지만 무감동한 데서 나는 행복을 찾지는 않겠다. 전율이라는 것은 인간의 가장 깊은 정신의 부분이다. 하긴 세상은 이런 감동을 여간해서 인간에게 주지 않지만, 이런 감동에 사로잡혀 봐야 비로소 비상한 것을 깊이 느끼는 법일세.

 

342. 파우스트 내가 저 여자를 구하겠다. 그러면 저 여자는 이중으로 내것이 된다. , 덤비자, 어머니들이여, 용서해 주시시오! 한번 저 여자를 알게 된 이상 다시는 헤어질 수 없다.

여자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갖추었으니 모든 남자라면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345. 메피스토펠레스 여기 누워 있거라, 풀기 어려운, 사랑의 굴레에 묶인 불행한 친구여! 헬레네에게 맥을 못 추게 된 인간은 그리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354. 메피스토펠레스 배우는 데는 물론 때라는 것이 있네. 자네는 벌서 남을 가르칠 나이가 되었군.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자네도 제법 풍부한 경험을 쌓았을 것으로 아네.

 

354. 학사 경험이라고요! 그 따위는 거품 아니면 연기지요. 정신과는 격이 워낙 다릅니다. 솔직하게 털어놓으시죠! 여태까지의 인간의 지식은 전혀 알 만한 가치조차 없는 것이었다고 말이에요.

 

355. 학사 인간이 서른이 지나면 이미 죽은거나 진배없죠. 당신 같은 사람은 적시에 때려 죽이는게 상책이겠죠.

 

356. 학사 내가 원하지 않으면 어떤 악마도 존재 할 수 없소이다.

주관적 관념론자들은 일체의 존재는 자아의 관념의 소산이라고 주장

 

358. 바그너 사람을 만들어 냅니다.

 

359. 바그너 우선 수백의 물질을 혼합해서 - 하긴 이 혼합에 문제가 되지만 인간의 원료를 빚어내서 시험관 속에 넣고 밀봉합니다. 그것을 알맞게 증류합니다. 그렇게 해서 남모르게 일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창조한다. 신의 창조론에 대한 도전으로 봐야 하나.

 

364. 메피스토펠레스 놈들은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운다고 야단들이지만, 자세히 보면 노예와 노예들끼리의 싸움이란 말일세

 

365. 호문쿨루스 인간들의 고집통이 성품은 그대로 내버려 두시구료. 누구나 어린 소년 시절부터 될수 있는 한 제 몸은 지켜 그래서 한몫의 어른이 되는 법이지요. 하나 여기서의 문제는 오직 어떻게 이 사람을 고칠 수 있을까 하는 거요.

 

371. 파우스트 헬레네는 어디 있지? 이제 더 이상 물어 볼 필요는 없다.... 이 흙덩이가 그녀가 밟던 흙덩이가 아닐지라도, 이 물결이 그녀를 맞아 출렁이던 파도가 아닐지라도, 이 공기는 그녀의 말을 전하던 공기가 아니냐. 기적으로 나는 여기 그리스 땅에 와 있다. 내가 서 있는 땅이 어딘지를 나는 곧 알았다. 잠자코 있던 나에게 새로운 정신이 불타오르자, 나는 대지에 닿아 힘을 얻은 안타이오스와도 같이 여기 땅에 섰노라. 그리고 여기 어떤 기괴한 것이 한데 모여 있다 해도, 나는 진정 이 불길의 미로를 찾아다니지 않을 수 없다.

 

376. 파우스트 진정 희한한 일이군!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흐뭇하구나. 추악한 것 속에서도 위대하고 굳건한 모습이 있구나.

 

384. 파우스트 당신은 당신 시대의 위대한 영웅들을 만났으며 고결한 분들의 행위를 보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반은 신들과 같이 성실하게 세상을 살았다는 것을, 한데 영웅들 중에서 어떤 이를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십니까?

 

385. 파우스트 이제 제일 잘난 여자의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여자에 대한 관심은 끊이질 않는구나.

 

385. 케이론 뭐요!... 여인의 아름다움이란 별 것이 못 되오. 자칫하면 굳어 버린 모습이 되기가 일쑤지. 내가 찬양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오직 즐겁고 인생을 즐기는 데서 솟아나오는 모습이오. 아름다움이란 자기 만족으로 도취해 버리기 쉬운데, 애교가 있어서 비로소 거역하기 힘들게 되는 법이오. 마치 내가 태워다 주었던 헬레네와 같이

 

387. 파우스트 아킬레우스가 펠레에서 그 사람과 만난 것도 세월을 초월한 이야기지요. 얼마나 드문 행복일까요. 운명을 거역하고 사랑을 얻었다니! 그러니 나도 간절하게 사무치는 힘으로 그 비길 데 없는 모습을 살려 낼 수 없을까? 그 상냥하고 위대하며 귀엽고 고결한 신들에 못지 않는 영원한 사랑의 모습을 말이다.

 

389. 케이론 헬레네를, 미친 듯이

헬레네를 손에 넣고 싶어한다네.

그런데 어디 가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고 있어. 누구보다도 아스클레피오스의 치료가 필요한 사내지

 

389. 만토 그런 불가능한 것을 탐내는 사람이 저는 좋아요

 

403. 호문쿨루스 지금 나는 두 사람의 철학자의 뒤를 밟고 있소이다. 귀를 기울이자니 자연, 자연이라고 합니다. 나는 이 두사람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요. 어쨌든 이 지상 세계의 일은 잘 알고 있을테니까요. 아마 끝내는 내가 어디에 몸을 의탁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 저 사람들한테서 배우게 될 테니까 말이오.

 

414. 네레우스 내 귀에 들리는 것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가? 이거 당장에 마음속부터 화가 치밀어 못 견디겠군, 저놈들이 신들의 영역까지 도달하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은 제 자신밖에는 닮을 수 없는 저주받은 것들이지. 나는 옛날부터 신들처럼 편안히 살 수 있는 몸이지만, 뛰어난 놈에겐 잘해 주고 싶어 못 견디었지. 하지만 마지막에 그놈들이 해 놓은 일을 보면 내가 충고를 안 한것이니 조금도 다를게 없단 말야.

 

415. 네레우스 파리스만 해도 그랬지. 이방의 여자가 그의 욕정에 올가미를 씌우기 전에, 내가 얼마나 저의 아비처럼 경고를 했는가 말이다! ..... 그래 정욕에 몸을 내맡겨, 일리오스의 서울은 멸망했네. 트로이는 오랜 신고 끝에 뻗어 버린 거인의 시체였네. 그것은 핀도스의 독수리들한테는 아주 반가운 먹이였지.

그의 경고를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트로이는 계속 존재했을까? 언젠가는 붙을 상대였고 하나가 없어져야 했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달라졌을 뿐일 것이다.

 

421. 탈레스 하지만 좀 힘이 들어도 싫다 하지 말고, 인간답게 두 발로 선 모습으로 나타나란 말일세.‘

우리가 감추고 있는 것을 보고 싶다면, 그것은 우리들의 호의와 자유의사니까 말입니다.

 

421. 프로테우스 너야말로 진정한 처녀의 아들이로구나. 아직 태어나서 안 될 것이 태어났으니 말이다!

 

424. 탈레스 생명의 창조를 무에서 시작하려는 자네의 장한소원을 이루어 주고 싶네. 신속하게 행동할 준비는 되었는가? 영원의 규범을 따라 활동하고 수천 아니 수만의 형태를 거쳐서 인간이 되기까지엔 시간이 걸릴걸세

 

425. 프로테우스 정신만의 인간으로 넓은 물의 세계로 가자. 거기선 곧 자네의 생명은 곧 종횡으로 뻗어서 마음 내키는 대로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위에 있는 축에 끼이려고 기를 쓰지만 말아라. 일단 이간 따위가 되어 버리고 나면 이젠 너도 완전히 마지막이니 말이다.

 

425. 탈레스 그때의 사정에 달렸지요. 그 시대 그 시대에 있어서, 훌륭한 사나이가 되는 것도 나쁠 것은 없지 않나요.

 

429. 탈레스 삼라만상은 물에서 생겨나왔다. 삼라만상은 물에 의해 생명이 유지된다. 대양이여, 그대의 영원한 삶을 계속해 다오. 그대가 구름을 보내어 수많은 여울을 마련하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개울을 굽이치지 않게 하고, 강물을 이루어 놓지 않았다면 산들과 평화와 세계는 어찌 되었겠느냐! 싱싱한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그대뿐이다.

 

431. 일동 물과 불과 바람과, , 네가지 모두 다 찬양하리라!

 

432. 헬레네 칭찬도 많이 받고 욕도 많이 먹은 헬레네입니다. 간신히 우리가 상륙한 바닷가에서 오는 길입니다. 아직도 거센 파도에 뒤흔들리는 듯 취해 있습니다.

자기를 잘 아는 여자이다. 트로이에서 스파르타로 귀환하는 길이다. 역시 그리스 신화를 모르면 이 책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 같다.

 

433. 헬레네 나는 남편과 배를 타고 와서 이제 남편의 분부로 먼저 서울에 오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는 아내로 왔나요? 왕비로서 왔나요? 그렇지 않으면 왕의 쓰라린 상처나 그리스인들이 오랫동안 참아 온 재앙을 메우기 위한 희생물로서 오게 된 것일까요

헷갈릴 것이다. 혼란도 겪을 것이다. 이후 메넬라오스와 헬레네의 삶은 행복했을까? 원래 메넬라오스는 승리 후 헬레네를 죽일 계획이었으나 그녀의 아름다움에 재차 감동해 결국 다시 스파르타로 돌아왔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그녀 때문에 큰 전쟁을 일으켰음에도 용서해주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

 

436. 헬레네 죽어야 할 운명을 지닌 인간은 참을 수 밖에 없지요. 여태까지도 신들에게 희생을 바치기 위해 육중한 자귀를 땅에 꿇어 박힌 짐승의 목덜미 위에 치켜 올렸어도 죽이지 않은 일이 여러 번 있었지요. 그것은 적들의 갑작스런 습격을 받거나 신이 희생을 마다하셨기 때문이지요.

 

436. 합창 ()이건 흉()이건 느닷없이 인간에게 닥쳐오게 마련입니다. 미리 알게 되어도 인간은 믿지 않아요. 트로이는 불타 없어지고, 우리는 목전에서, 죽음을, 그 치욕의 죽음을 보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우리는 여기서 당신을 따르고 기꺼이 섬기며 하늘의 눈부신 태양을, 그리고 지상에서 가장 예쁜이를 보고, 그런 당신이 우리를 인자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을 아시지 않나요?

이쁘면 용서되는 것인가.

 

437. 헬레네 이 왕궁이 또다시 내 눈앞에 서 있게 되니 내 마음 말할수 없구나.

 

442. 합창 하지만 슬프게도 서러운 운명은 죽어 가게 마련인 인간들을 강요하여 말할 수 없는 눈의 고통을 느끼게 합니다. 그것은 추악하고 영원히 저주받은 것들이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인간에게 주는 고통이오.

 

444. 헬레네 주부의 면전에서 하비들을 욕하는 것은 주제넘게도 가정 주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오. 칭찬할 것은 칭찬하고 못된 것을 처발하는 일은 오직 주부에게만 주어진 권한이란 말이오. ..... 주인은 하인이 일하는 것만이 문제지. 사람이 어떻다는 것은 묻지 않는 법이오.

헬레네의 인간성을 엿볼수 있는 장면. 얼굴만 이쁜 것은 아니였다.

 

448. 헬레네 내 거친 마음의 어지러움을 속속들이 어지럽히진 말아요. 지금까지도 어느 쪽이 나인지 모르는 판인데

 

448. 헬레네 환상인 내가 환상인 그분과 인연을 맺었을 뿐, 전설에도 그것은 꿈이었다고 말하고 있다오. 나는 이대로 없어져서 스스로 환상이 돼 버리고 싶군요.

 

450. 포르키스 정신을 가다듬고 기운을 차리는 것이 여왕으로서 인간으로서 어울리는 태도겠지

 

452. 헬레네 이 애들은 겁이 나겠지요. 나는 슬프기는 하지만 두렵지는 않소. 하지만 살아날 길이 있다면 고맙게 받아들이겠소. 현명하고 시야가 넓은 이는 불가능한 것도 때로는 가능하게 되지요. 어디 말 좀 해보구료!

 

456. 헬레네 뭐라고? 메넬라오스 왕이 나를 해치다니! 그런 참혹한 짓을 할까 의심이 된단 말이냐!

 

456. 포르키스 그 남자 때문에 당신께도 같은 짓을 할 것입니다. 미인은 둘이 나눌 수는 없지요. 미인을 독점한 이는 공유하는 것을 저주하는 나머지 차라리 죽여 버립니다.

 

460. 헬레네 만일 그대가 불가사의한 영주에게 내가 온 것을 전하고 환영할 차비를 하려고 갔다면 고마운 일이다. 냉큼 나를 그에게로 인도하거라! 나는 방랑생활을 끝장내고 쉬고 싶을 따름이다.

 

465. 헬레네 이내 몸이! 어디를 가나 사내들의 가슴을 이렇게 유혹해서, 자기 자신도 그 밖의 귀한 소임마저 등한시하게 하다니 얼마나 혹독한 운명이 저를 따라다니는지요.... 이제 삼중, 사중의 몸이 되어 재앙에 재앙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착한 사람을 데려다가 풀어 주십시오! 신에게 유혹당한 사람이 어찌 치욕을 받겠습니까?

 

467. 파우스트 당신의 발 앞에 엎드려 자진해서 충성을 다하여 당신을 주인으로 섬기게 해 주십시오. 당신은 오시자마자, 재산과 옥좌를 차지하셨습니다.

 

470. 탑지기 린케우스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은 사라지고 베어서 시들은 풀잎이 되었습니다.

제발 명랑하게 한번 굽어보소서. 원래 지닌 값어치를 보여 주소서!

 

471. 파우스트 우선 꿇어앉아 진심으로 몸을 바칠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 나는 당신 곁으로 끌어올리는 그 손에 입을 맞추게 하여 주십시오!

그레첸은 어떻게 하고 이렇게 쉽게 헬레네에게 몸을 바치는가.

 

472. 헬레네 대체 어떻게 하면 저도 그렇게 아름답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나도 묻고 싶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도 그렇게 뛰어난 글을 쓸수 있나요? 타고나야 하는건가요? 노력으로 되는건가요?

 

472. 파우스트 아주 쉬운 일입니다. 가슴에서 우러나면 되지요. 그리고 가슴에 그리운 정이 넘쳐 흐르면 돌아보고 묻지요.

그렇구나 가슴에서 우러나와야 하는구나. 정말 말은 쉬운데..

 

472. 합창 사나이들의 사랑에 익숙한 여자는 좋다 나쁘다 가리지는 않지만 사나이의 진가를 아는 법이에요.

그래서 남자, 여자는 연애를 많이 해봐야 한다.

 

473. 헬레네 저는 아주 멀리 있는듯해도 가까이 있는 듯 느껴요. 하여간 기꺼이 말하겠어요. 나는 여기 있다. 여기 있다고.

 

473. 파우스트 저는 숨이 막히고 몸이 떨리고 말이 막힙니다. 이것은 꿈입니다. 시간도 장소도 사라졌습니다.

 

473. 헬레네 저는 다 산 것도 같고 새로 시작한 것 같기도 해요. 낯설은 당신에게 정성을 바치고 당신과 하나가 된 듯도 합니다.

 

473. 파우스트 이 둘도 없는 이 운명을 너무 따지지 마십시오. 사는 것이 의무지요. 비록 순간일망정

그래 사는 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말자. 그저 태어나서 사는 것 자체가 의무이다.

 

477. 합창 최고 미인을 수중에 넣으려는 자는 무엇보다 실력이 있어야 하며

 

478. 파우스트 이 나라는 당신만을 향하여 이 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 것입니다.

 

480. 파우스트 이런 뜻에서 저도 당신도 잘되었습니다. 지나간 세월은 뒤에 내버려 두십시다.

당신은 지고의 신에서 태어난 것을 깨달으십시오. 당신의 최초의 세계에만 속한 몸입니다.

 

487. 헬레네 인간답게 복을 누리기 위하여 사랑은 고결한 두 사람을 가깝게 합니다. 하지만 신과 같은 황홀감을 주려면 사랑은 세 사람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놓지요.

 

487. 파우스트 이렇게 이젠 모든 것이 갖추어졌소. 나는 당신의 것, 당신의 나의 것, 그래서 이렇게 우리는 인연을 맺었으니. 이것이 변해서는 안 되겠소!

 

488. 헬레네 훌륭하게 손에 넣은 내것, 그대의 것, 그이의 것을 그대가 파괴해 버리면, 그대가 누구의 것인가. 그것이 우리를 얼마나 슬프게 하는지, 아아. 생각해봐요! 생각해 보란 말이오!

 

488. 헬레네와 파우스트 억제해다오! 지나치게 발랄한 억센 충동을 어버이를 위go 억제해 다오! 소박하고 평화롭게, 이 숲 속의 한가로운 고장의 자랑이 되어 다오!

 

494. 헬레네와 파우스트 겨우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맑은 날을 구경하자마자 너는 어지러운 바위 층계 위에서 고난의 전장을 그리워하는구나. 그렇다면 우리들은 네게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냐. 즐거운 인연도 꿈이란 말이냐?

 

495. 합창 이카로스다! 이카로스다! 아이고 딱하기도 하여라

(아름다운 젊은 것이 양친의 발부리 앞에 떨어진다. 사람들은 그 죽은 자의 몸에서 누구나 잘 아는 모습이 나타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형태는 이내 사라지고, 후광이 혜성처럼 하늘로 오르고, 옷과 외투와 칠현금만이 남는다.)

 

496. 헬레네와 파우스트 기쁨을 뒤따라서 당장에 무서운 슬픔이 따라왔구나.

기쁨은 잠시, 자식이 죽은 헬레네와 파우스트는 어떤 심정일까.

 

496. 오이포리온의 목소리 어머니, 어두운 나라에 저를 혼자 버려 두지 마십시오!

 

497. 헬레네 행복과 아름다움은 줄곧 함께 있지 못한다는, 옛말이 섭섭하게도 제 한 몸으로 증명이 되었습니다. 명줄도 사랑의 줄도 끊어져 나갔으니, 두 가지를 모두 서러워하면서 쓰라린 이별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한 번만 당신의 팔에 안기게 해 주세요. 황천의 여신이여, 어린애와 저를 받아 주소서!

(파우스트를 포옹하자 그 여자의 육신은 사라지고 의상과 면사포만이 그의 팔에 남는다.)

 

507. 메피스토펠레스 당신은 끝없는 넓은 세상을 돌면서, 온갖 나라들과 그 영화를 내다보았습지요. 그래도 만족이란 것을 당신은 모르는 사람이니 아마 욕심 나는 것도 없었을 테지요?

 

507. 파우스트 그런데, 있고말고, 굉장한 것이 마음을 끌었지, 무엇인지 알아맞혀 보게나?

 

508. 파우스트 나는 그런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백성들의 수가 불어서 누구나 자기대로, 편안히 살아가고, 더구나 교양과 학식이나 쌓으면 세상에선 부러운 노릇이라고 하지만 그러면 오로지 반역자를 만들어 낼 뿐이지.

 

509. 파우스트 당치도 않은 소리! 이 지구에는 아직도, 위대한 일을 할 여지가 남아 있다. 놀랄 만한 일을 해내야겠단 말이다. 나는 대담한 노력을 해야 할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사랑에 힘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하는데 파우스트는 망각의 덕분인지 다음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모든 인간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아니겠나.

 

509. 파우스트 지배하고 소유하는 것이다. 사업이 일체이며, 명성은 필요없다.

 

509. 파우스트 무엇을 인간이 갈망하고 있는지 자네는 아는가? 자네와 같이 심술궂고 혹독하고 악랄한 성질을 가진 자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겠나?

 

510. 파우스트 비생산적인 파도는 그 비생산적인 힘을 가는 곳마다 펼치려고 밀려든다. ...... 때 내 정신은 감히 자신을 뛰어넘고 말았지. 여기서 나는 싸우고 싶다. 나는 그것을 이기고 싶다.

 

511. 파우스트는 아들 오이포리온과 아내 헬레네마저 잃고 그리스에서 다시 독일의 높은 산정으로 돌아와 메피스토에게 인간의 지혜로 광대한 해안 일대에 자유의 신천지를 건설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한다.

 

531. 파우스트 그것은 비둘기는 평화에 봉사하는 사신이며, 까마귀는 전쟁에 보내는 사신이라는 것입니다.

 

554. 파우스트 내 눈앞에는 나의 영토가 무한히 넓지만, 배후에선 불쾌감이 나를 조롱하고, 시기에 찬 종소리가 이런 상념을 일으키는구나. 나의 훌륭한 영토도 흠이 있는 것이다.

 

555. 메피스토펠레스 이로써 우리의 실력은 시험이 끝났다. 이제 주인 영감이 칭찬해 주면 그것으로 만족하지.

 

558. 파우스트 부귀한 몸인데도 부족을 느끼는 일처럼 우리를 가혹하게 괴롭히는 것은 없다. 저 조그마한 종소리, 보리수의 향기가 사원이나 묘혈 속에라도 있듯이 나를 에워싼다.

 

559. 신천지를 건설하는 동안 파우스트도 이제 늙었다. 언덕 위 보리수나마 아래의 토지를 수중에 넣고 싶어 하지만 노부부가 살고 있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에게 노부부를 물러나게 하라고 명령한다.

 

560. 파우스트 반항과 고집 때문에 어떤 훌륭한 성공도 이지러진다. 그래서 심각하고 무서운 고통을 느끼는 나머지, 정의를 유지하려는 마음도 지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561. 메피스토펠레스 옛날에 있었던 일이 여기서도 일어나는 것이죠. 나봇의 포도밭이란 고사가 있지 않습니까.

노부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파우스트는 이주시키라고 했는데 죽은 나봇의 포도밭의 고사를 얘기한다.

 

564. 파우스트 게다가 그 늙은 부부들이 들어갈 새로 마련해 준 집도 저기 보이는구나. 그 부부들은 나의 관대한 인정에 감동하여 여생을 즐겁게 보내겠지.

 

565. 파우스트 네놈들은 내가 말할 때는 귀가 먹었더냐? 교환하고 싶었던 것이지, 뺏고 싶진 않았다. 그런 철없는 횡포한 짓을 나는 저주하겠다. 이 내 저주는 네놈들 셋이 나누어 가져라!

 

567. 파우스트 어떻게든지 나의 갈 길에서 마법을 제거하고 주문 따위는 이제 송두리째 잊고 싶구나. 자연이여! 내가 한 사람의 사나이로서 그대 앞에 나설 수가 있다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보람이 있으련만, 나도 어두운 마법을 찾고, 무엄한 언사로 내 몸과 이 세계를 저주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 밤이고 낮이고 미신에 얽매어 있어, 이상한 모습이 보이고, 징조가 나타나며 경고를 듣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나는 홀로 겁을 먹고 있는 것이다. 문 소리가 났는데 아무도 들어오진 않는구나.

 

568. 파우스트 나는 한결같이 세상을 줄달음질쳐 왔다. 온갖 환락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끌었고 흡족하지 않은 것은 놓아 버리고,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것은 내버려 두었다. 나는 오로지 애타게 원했고, 그것을 이룩하였고 또다시 소원을 품고, 그렇게 기운차게 일생을 치달아 왔다. 처음에는 위세 당당했지만 이제는 현명하고 신중하게 해 나가고 있다.

 

570. 파우스트 (눈이 먼다) 밤이 점점 깊어지는 것 같구나. 하지만 마음 속은 밝은 빛이 빛나고 있다.

 

571. 신천지의 완성을 눈앞에 둔 파우스트에게 회색빛 여인이 등장하여 한 번 내게 붙잡히기만 하면 그 사람에겐 온 세상이 소용없이 된다.”고 말한다. 우수의 여인은 파우스트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려 하나 실패하자 파우스트 얼굴에 독을 뿜어 실명하게 한다.

 

574. 메피스토펠레스 어떻게 하든 너는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 , , 바람, 4대원은 우리와 결탁하고 있으니, 끝내는 파멸하고 말 것이다.

 

575. 파우스트 최후의 일이며 최대의 일이다. 그것으로 나는 수백만의 백성에게 안전하지는 못할망정 일하며 자유로이 살 수 있는 땅을 마련하겠다. .... 인간의 예지의 최후의 말은 이렇다. - “자유와 생명은 날마다 싸워서 차지하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만한 값이 있는 것이다.” .... 자유로운 땅에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은 것이다.

 

576. 메피스토펠레스 이 친구는 어떤 향락과 행운에도 만족 못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줄곧 찾아 헤매고 최후의 하찮은 허망한 순간을, 이 불쌍한 놈은 붙잡아 두고자 원했다. 내게는 억세게도 항거를 한 놈이지만 때로는 이기지 못해 늙은 것이 여기 누웠구나. 시계는 멎었다.

 

578. 메피스토펠레스 악마한테서 가로채는 수단이 많아졌다. 그래서 구식으로 했다가는 욕을 먹고, 신식으로 하는 일에는 내가 서툴다. 전 같으면 나는 혼자서 해치웠지만 이젠 조수를 불러와야 할 판이다.

 

583. 메피스토펠레스 (악마들에게) 왜 몸을 움찔하고 떠느냐? 그것도 지옥의 버릇이냐? 딱 버티고 서서, 뿌릴 테면 뿌리라고 내버려 둬라. 모두 제자리를 지키란 말이다. 이 천치 놈들아!

본질적으로 악은 선에 약한 것인가.

 

584. 천사들의 합창 그대들의 것이 아닌 것에는 그대들은 손을 댈 수가 없어요. 그대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은 것을 그대들은 견디어 낼 수 없어요. ... 오직 사랑만이 사랑하는 이를 인도해 드립니다!

 

586. 천사들의 합창 사랑의 불꽃이여! 청명한 하늘로 돌아갑시다. 제 몸을 저주하는 자를 진리의 빛으로 구원해 줍시다.

 

587. 메피스토펠레스 도대체 이것이 어찌 된 일이냐! - 욥처럼 온 몸이 불에 데어 부르텄으니 내가 봐도 소름이 끼치는구나. 그러나 나는 내 마음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나와 나의 혈족들을 믿고 여기서 만세를 부른다. 악마 세계의 귀인 한 사람은 구원이 되었고 사랑의 도깨비 따위는 단지 살갗을 스쳐 갔을 뿐 그 가증스런 불꽃들은 이미 타 버리고 말았다. 나는 천사를 저주한다. 정정당당히 전부를 저주한다.

메피스토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계약에 의한 것인데. 그를 얻기 위해 그렇게 그의 옆에서 명령을 수행했는데. 그러나 그 당신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587. 천사들, 파우스트의 불사의 영혼을 받들어 승천한다.

 

588. 메피스토펠레스 내 물건을 앗아 가지고 하늘로 도망쳐 버렸구나. 그래서 고것들이 무덤 옆에 와서 입맛을 다시고 있었구나. 나는 하나밖에 없는 중요한 보물을 놓치고 말았다. 내가 담보로 잡아 두었던 그 고상한 영혼을 고것들이 엉큼하게도 채어 가 버렸구나. ..... 산전수전 다 겪은 내가 이런 어리석고 허망한 일에 걸려들었으니 결국 내가 걸려는 어리석음이란 정말 어처구니없는 것이로군.

 

593. 천사들 영의 세계의 귀하신 분이 악에서 구원을 받았습니다. 언제나 노력하며 애쓰는 자를 우리는 구할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분에겐 천상에서 사랑의 은혜가 베풀어졌으니 축복받은 사람들의 무리가 진심으로 환대할 것입니다.

 

599. 속죄하는 여인 한 사람 (한때 그레첸이라 불린 여인, 성모에게 매달리며)

굽어보소서, 비길 데 없는 당신이여! 광명에 넘쳐흐르는 당신이시여!

제발 저의 복됨을, 인자하게 얼굴을 돌리시어 보시옵소서.

옛날 사모하던 그 분이 이젠 아무런 더러움 없이 그분이 돌아왔습니다.

그레첸이 여기 와 있었네.

 

600. 속죄하는 여인 한 사람

고귀한 영의 무리에 둘러싸여, 저 새로 오신 분은 자신을 모르시나봐요. 아직 새로운 생명을 짐작도 못하지만 그래도 벌써 거룩한 분들과 닮아 갑니다. 보세요, 이분은 온갖 지상의 인연을 끊고 낡은 껍질을 벗어던지고, 영기 서린 옷자락에서 최초의 젊은 기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분에게 가르쳐 드리는 일을 하게 해 주세요. 아직 새로운 햇빛에 저분은 눈이 부십니다.

이승에서의 연을 잊지 못하는 그레첸. 승천해서 만나는구나.

 

601. 하늘의 신에게 구원을 받은 파우스트의 영혼은 영원히 여성적인 것에 인도되어 높이높이 올라간다.

 

602.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 실현되고

말할 수 없는 것 여기에 이룩되었네. 영원한 여성은 우리를 인도한다.

여기서도 여성신에게 구원을 받는다. 아마 파우스트의 여성관이 보인다.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의 장점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당연히 비극으로 결말이 날줄 알았다. 보통 고전은 거의 비극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피엔딩이었다. 그래서 뻔하지 않았지만 뻔했던 결론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더 많은 지식과 욕구를 추구하는 인간을 파우스트적 인간이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연구원들 모두 파우스트적 인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은 무한히 노력하는 한 발전할 수 있으며, 결국 그런 사람은 구원될 수 있다는 어쩌면 진부하지만 분명한 메시지가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와닿는다. 무한히 노력하는 인간은 발전할 수 있고 구원될 수 있다는 말은 너무 멋진 말 아닌가.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

글쎄 내가 60년간 써온 이 책에 대해 내가 감히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전혀 없다. 내용도 전부 이해하지 못했는데. 다만 결말이 해피엔딩이다. 어쩌면 이것조차 셰익스피어 희곡의 비극과 비교하기 위한 저자의 의도된 장치라는 생각도 들지만 비극이었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결말을 두가지 버전으로 내는 것이다. 또 다른 결론은 메피스토와 계약대로 그에게 영혼을 구속당한 후의 파우스트의 고뇌와 번민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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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7 10:13:06 *.18.187.152

역시 꼼꼼 꿈드림. 괴테의 여인들은 누가 정리 좀 해줬으면 했는데 기상씨가 꼼꼼하게 해주셨네요.

여인들 이름 앞에 ♥ 보고 한참 웃었으. ㅋ

구원 받은 건 해피엔딩인데 왜 제목은 파우스트 비극인지는 저도 생각거리였는데

지상의 관점에서는 비극? 지상의 종말=천상의 구원이라 그런가..싶었어요.

암턴 어려운 책이었어요. ^^ 꼼꼼한 북리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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