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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7일 09시 51분 등록

저자 연구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04.26~ 1616.04.23)

영국, 스트랫퍼드 어펀 에이번에서 출생. 지금까지 리뷰한 책의 작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름은 들어봤고, 제목 정도는 안 들어 봤을 수 없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 대문호라는 명성이 어울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작가 중의 한 명이다.

그가 태어난 마을은 상업과 농업이 모두 흥성한 곳이었으며 이 곳에서도 셰익스피어는 부유한 상인이자 중농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또한 그의 아버지는 그곳의 시장으로 선출될 정도로 지역 유지여서 그는 풍족한 유년시절을 보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환경 덕에 그는 라틴어를 중심으로한 훌륭한 고전교육을 받았으며 이 때 극작가로서 필요한 고전 소양을 배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대학은 가지 못했고, 집안일을 돕다 런던으로 진출해 배우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1580년대 말에 시작한 것으로 보임)

 

1590년대의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통치하면서 정치적으로 안정되었고,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아 영국의 문화가 자신의 고유한 성격을 형성하고 발달하려고 시동을 걸던 시기였다. 특히 당시의 연극은 그리스, 로마 고전의 부활과 민중적, 토착적 전통이 결합되어 더욱 세련되어지고 새로운 민족적 형식과 내용의 드라마를 창출해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1592~1594년에 페스트가 창궐하며 극장이 폐쇄하는 등 연극이 무너지는 듯 했으나 신예작가인 셰익스피어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되어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때에도 그는 극단에서 배우로서도 활동했지만 전속 극작가가 되어 작품 활동에 더 주력하였다. 그가 극작가로서 집중적으로 활동했던 시기는 1590~1613년으로 작품의 특성에 따라 시기를 구분할 수 있다. 초기는 습작적 경향을 보이는 시기로 영국사를 중심으로한 역사극과 낭만희극을 쓰던 시기다. 이때 썼던 작품이 <헨리 6> 시리즈, <리처드 2>, <실수의 희극>, <말괄량이 길들이기>,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밤의 꿈> 등이다.

두번째는 그의 대표적 비극이 발표된 비극의 시기로 그의 후원자와 가족 등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때 발표한 작품이 이번에 읽은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 <햄릿> 등이다.

마지막으로 희극과 비극이 화해의 경지를 보여주는 로맨스극을 발표한 희비극 시기. 이 때 그는 새로운 왕, 제임스 1세의 후원으로 국왕 극단소속 전속 극작가가 되었으며 “Groom of the Chambers”라는 명예로운 계급도 하사받았다. 이 때 발표한 작품이 <겨울 이야기>, <폭풍우> 등이다.

 

이후 어머니, 동생 등이 차례로 사망하고 극장이 화재로 소실되는 등의 아픔을 겪다가 1616 4 23일에 사망한다. 그리고 그가 태어났던 스트랫퍼드 어펀 에이번의 트리니티 교회에 묻힌다.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머리말

7 고전이란, 당대를 대표하면서도 후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가치를 여전히 지니고 있는 훌륭한 문학작품믈 뜻합니다. 세대가 지나면 드높았던 인기도 덧없이 잊혀지고 마는 대중문학과 달리, 고전 문학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변함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전합니다.

지금 우리가 클래식문학이든 음악이든이라고 부르는 작품들도 당대에는 대중 예술이었다. 현재 대중 예술(문학)이라고 해서 후세에 길이 남을 고전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게 많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리어왕

1

제1장     리어왕의 궁전

14 리어왕: 이미 왕국을 삼등분해 놓은 것을 너희들도 알 것이다. 젊고 활기에 찬 너희들에게 왕국을 넘겨주고 나는 번뇌에서 벗어나 여생을 깃털처럼 가볍게 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위 콘월과 알바니, 난 훗날 분쟁의 씨를 없애기 위해 딸들이 각각 상속받을 재산을 발표하려고 한다. ~ 자 사랑하는 딸들아, 말해 다오. 오늘 나는 내가 가진 권력과 땅을 모두 너희에게 양도할 것이다. 세상의 근심 걱정까지 말이다. , 너희들 중 누가 나를 제일 사랑하느냐? 나는 너희들이 이 애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따라 재산을 나누어줄 것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판단력이 떨어졌다고 판단이 될 때,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넘겨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아니면 그냥 쉬고 싶어졌을 때, 현업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에게 넘겨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리어왕은 이 때 이미 판단력이 매우 떨어졌었나 보다. 재산을 분배하는 방식이 매우 잘못 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래서 죽을 때까지 돈을 꼭 쥐고 자식들한테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들 말하는가 보다.

 

15 코델리아: (방백) 난 뭐라고 말하지? 난 진정 마음에서 우러난 사랑을 해야지. ~ 다음은 가엾게도 내 차례로구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한담? 아버지에 대한 내 효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데. ~

드릴 말이 없습니다, 아버지. ~ ,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 불행하게도 저는 제 속마음을 입 밖에 낼 줄 모릅니다.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딸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인 걸요. ~ 아버지, 아버지는 저를 낳으시고 기르시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런 아버님께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아버지를 사랑할 것입니다. 그런데 언니는 아버지를 최고로 사랑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결혼할 수 있었나요? 만일 제가 결혼을 한다면, 저는 남편에게 제 사랑의 반을 바쳐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언니들처럼 결혼을 하면 아버지를 온전히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진정으로 마음에 있는 말을 겉으로 하기 어려운, 또는 싫은 경우가 있다. 그냥 평소에 하는 행동을 보면 모를까? 구차하게 꼭 말로 표현해야 하나? 싶어서 오히려 말로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미련퉁이. 꼭 나 같아서 공감이 되고 동정심이 생긴다.

 

20 프랑스 왕: 참으로 해괴한 일이군요. 조금 전까지도 폐하에게 최고로 가치 있는 존재였고 지극한 사랑을 받는 따님으로 자랑거리가 되었던 공주님이 무슨 대죄를 지어 이렇게 되었나요? 연로하신 폐하의 위로가 되었던 착하고 사랑스런 공주님이 죄를 범했다면 분명히 악마의 짓이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폐하의 말씀이 거짓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을 어떻게 이성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그나마 이성이 작용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

 

20 코델리아: 폐하, 제발 제가 마음에 없는 소리를 못한다는 것을 말씀해 주세요. 하지만 저는 일단 마음을 먹으면 꼭 실천을 한답니다. 제가 아버지의 총애를 잃은 까닭은 무슨 악덕이나 불미스런 행실, 부정하고 불명예스런 행동 때문이 아니라 아첨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씀해 주세요. 그래서 아버지의 총애를 잃었다는 걸요.

평소에 과장된 칭찬을 잘 하고 별로 쓸모 없는 경우에 마음에 없는 소리를 잘 하다가도, 막상 그런 일이 꼭 필요한 경우, 마음에 없는 소리가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경우에 못 했던 일이 허다하다. 나랑 친했던, 그러나 인사 평가 등에 별 영향을 못 미쳤던 한 상사는, 내가 자기에게 하는 것처럼 부서장이나 다른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께 했더라면 이미 이사 정도는 하고 있을 거라며 농담을 하곤 했었다. 그냥 헛똑똑이에 미련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친절 내지 했던 게 내 나름의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로 인한 (회사 내에서의 진급이나 라인 등에서의) 손해는 자존심을 갖추며 품위 있는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지불해야할 대가라고 나름 생각했었다.

 

21 코델리아: 버건디 공은 안심하십시오! 재산을 탐내어 결혼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저도 시집가지 않을 테니까요.

자신에 대한 믿음, 자존감 등이 있는 사람임이 보인다.

 

제2장     글로스터 백작의 성

27 글로스터: 요즘 일어난 일식과 월식이 모두 불길한 징조였구나. 천지 이변은 언제나 인심을 들뜨게 하는 법이다. 사랑은 식고, 우정은 금이 가고, 형제들은 서로 반목하고, 도시는 폭동이 일어나고, 농촌은 봉기하며, 궁중에서는 모반이 발생하고, 부자간의 인연이 끊어진다. 천하의 몹쓸 놈이 된 내 아들놈에게도 이 예언은 적중한 거야. 아들은 어버이에게 등을 돌리고, 왕은 정도를 벗어나고, 어버이는 아들을 학대한다. 세상이 말세가 되니 음모와 거짓, 배신 등 우리의 몸을 망칠 모든 비행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무덤에까지 우리를 몰아세운다. ~ 기품 있고 고결한 켄트가 추방되다니! 그것도 정직하다는 죄목으로!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참으로 해괴한 일은 몇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많이 일어나고 있다.

 

27 에드먼드: 참으로 우스꽝스럽구나. 인간이 재난을 당하는 걸 해나 달, 별 등 자연 탓으로만 돌리니 말야. 대부분 자업자득으로 생기는 게 재난 아닌가. 하늘의 뜻에 따라 바보가 되고 주정뱅이, 사기꾼, 악당, 음탕한 인간이 되는 것처럼 여기다니. 마치 자신의 나쁜 성질을 자연 탓으로만 돌리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책임 회피로구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큰곰자리 밑에서 서로 사랑해서 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내 성정이 거칠고 음탕하다 이거지. 하긴 사생아가 태어날 때 하늘에서 가장 순결한 처녀성이 빛나고 있었다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요 모양 요 꼴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

 

29 에드먼드: 남을 잘 믿는 아버지, 그리고 고상한 성격의 형님은 천성적으로 남을 해칠 줄을 몰라 의심할 줄 모르지. 그러한 성격이 내가 노리는 거야. 이제 책략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결말이 눈에 훤히 보이는구나. 혈통으로 안되면 머리를 써서 땅을 차지해야지. 일만 잘되면 무슨 상관이야.

그래서 남을 잘 믿고 고상한 사람들이 헛 똑똑해 보이지만 많은 경우에 이번 이야기 포함 진실은 드러나더라. 소설이나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렇더라고 믿고 싶다.

 

제3장     알바니 공작 저택의 어느 밤

30 고네릴: 가능하면 게으름을 피우거라. 아버지가 그것을 문제삼을 수 있도록. 그게 못마땅하시면 동생한테 가겠지. 하지만 동생도 마찬가지일 거야. 한번 양도한 권력을 다시 휘두르겠다는 심사는 망령된 생각이야. 늙은이는 꼭 어린애 같다니까. 비위만 맞춰 주면 꼭 도가 지나쳐 혼내야 하니까 말야.

 

제4장     같은 집의 큰 방

32 켄트: 무엇보다 비밀을 지킬 수 있습니다. ~ 보통 인간이 할 수 잇는 일은 무엇이든 합니다. 뭐니뭐니 해도 소인의 장점은 부지런한 점입니다.

어렸을 때는 부지런함이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은 머리가 좋고 똑똑한 사람의 천재성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나이가 들고 그때보다는 조금 지혜로워진 지금, 부지런함, 성실함이야말로 가장 큰 장점이자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부지런한 것도 아무나 할 수 없다.

 

35 광대: 속을 다 보이지 말고, 아는 걸 다 말하지 말라.

가진 것 이상으로 꾸어 주지 말고 걷느니 보다는 말을 타라.

들어도 전부 믿지 말고 내기엔 적게 걸어라.

주색을 가까이 하지 말고 집에 들어앉으면

열의 두 배인 스물보다 돈이 더 많이 모인다.

 

40 리엉왕: 만약 부득이 애를 낳게 될 경우에는 미움으로 뭉쳐진 아이를 낳게 해 한평생 심통 사나운 불효의 고통을 받게 하라! 그 자식으로 인해 이마에 주름이 잡히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두 뺨에 고랑이 파여 어미로서의 모든 노고와 자애를 모멸과 비웃음으로 바꾸어다오. 그리하여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자식을 두는 건 독사의 이빨에 물리는 것보다 더 아프다는 걸 깨닫게 하라!

정말 화가 많이 나셨나 보다. 그래도 자식인데이렇게 엄청난 저주를 할 수가…… 엄마들이 자식한테 화났을 때 하는 딱 너 같은 딸년 낳아서 키워봐라는 저주와 비슷하다.

 

제5장     같은 저택의 앞 뜰

45 광대: 아저씨가 광대였다면 난 때려주었을거야. 때가 되기 전에 빨리 늙어버렸으니까. ~

현명해지기 전에 늙어 버리면 안 되잖아요.

셰익스피어는 광대의 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현명해지기 전에 늙어버리는 것. 나에게 하는 얘기 같다. 애늙은이도 싫지만 나이값 못하는 사람들은 정말 싫다.

 

2

제1장     글로스터 백작의 저택 뜰

제2장     글로스터 백작의 저택 앞

53 켄트: 너처럼 비겁한 악당은 자연도 만들지 않았다고 부인할 거다. 네 놈은 아마 재봉사가 만들었을 거야. ~

석공이든 화가든 두 시간만 일을 했어도 저토록 서투른 작품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54 콘월: 솔직함을 칭찬받으면 금세 오만방자해져서 정직한 천성을 저버리는 놈이로구나. 이런 녀석은 아첨할 줄도 모르고, 정직하고 솔직하여 진실만을 이야기하지! 사람들한테 받아들여지면 좋은 거고, 아니더라도 솔직한 거야. 내가 알기론, 이런 부류의 악당들은 솔직합네 하면서, 머리를 조아리며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아첨꾼 시종 20명보다 더 교묘한 악의를 숨기고 있지.

 

제3장     숲 속

57 에드가: ,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해. 차라리 짐승과 같은 거지꼴로 변장을 해서라도 살아야 해. ~ 정신병자 수용소에 있는 미친 거지들처럼 신음소리를 질러가면서 바늘, 나무꼬챙이, , 들장미의 잔가지 등을 무감각한 맨살 팔뚝에다 꽂아야겠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며 기발한 표현에 놀라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웃기도 했다. 너무 웃겼던문장 중의 하나.

 

제4장     글로스터 백작의 저택

59 광대: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장님이 되어 모르는 척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은 전부 효자가 되지.

운명의 여신은 매춘부처럼 가난한 사람에게는 문을 잠그네.

하지만, 당신은 따님들 덕택에 1년 내내 근심주머니를 얻게 되었네요.

그때나 요즘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하네. 요즘에도 통하는 너무 맞는 말이라 씁쓸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뭐라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다. 이런걸 어떤 시인은 레바논 감정이라 부르기도 했다. 무슨 말인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아마도 이런 뭔 소리야?’하는 심정을 말하고자 한 것 같다.

 

60 광대: 이익을 찾아 겉으로만 따르는 놈은

폭풍우가 내리면 달아난다네.

그러나 나는 바보니까 남으리.

영특한 놈은 뺑소니쳐도 놓다.

달아나는 소인배는 바보가 되지만

광대는 절대 악당이 될 수 없다네.

 

61 광대: 아저씨, 가슴에 대고 호통을 지세요. 아저씬 칠칠맞은 부엌데기가 만두 속에 산 뱀장어를 넣고 구시렁거리는 것 같아요. 그 부엌데기는 뱀장어의 머리통을 부지깽이로 치면서 요놈, 들어가. 버르장머리 없는 것아, 들어가라니까!” 하는 것처럼 말예요. 그런데 그 부엌데기 오라비 역시 물건이라, 말이 귀엽다고 건초에다 버터를 발라줬다지 뭡니까.

 

63 리어왕: ~ 하늘에 저장해 놓은 벌이라는 벌은 은혜도 모르는 그년의 뻔뻔스런 낯짝 위에 모두 쏟아지소서! 하늘의 질병이여, 그년한테서 태어나는 자식들의 뼈가 오그라지도록 하소서! ~

날쌘 번개여, 그년의 눈을 멀게 하소서. 강렬한 햇살을 받아 늪에서 피어나는 독기여, 그년의 젊음을 시들게 하소서.

셰익스피어가 속에 화가 많았었나 보다. 이렇게 생생하고 다양한 욕과 저주를 많이 알고 있었던 걸 보면……

 

66 리어왕: 악한 자 옆에 더 흉악한 자가 있으면, 그 악한 자가 선하게 보일수도 있다더니. 최악이 아니라는 것이 위안이 될까.

 

67 리어왕: 필요를 따지지 마라! 아무리 찢어지게 가난한 거지라도 사치를 누리는 부분은 있는 법이다. 인간이 삶에 필요한 것 말고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면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지. ~ 만약 옷이란 추위를 막는 것으로만 필요하다고 한다면 네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왜 필요하단 말이냐? 그러나 정말 인간에게는 필요한 것이 있다.

그렇다. 먹고 입고 쉴 장소 말고 그 이상의 사치가 필요하다. 남들 눈에는 쓸데 없어 보이지만 나만 이해하는 사치, 때로는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사치. 그런 사치가 필요 없다면 문학이나 음악 등 예술도 탄생하지 않았겠지. 그러니 지금처럼 최소한의 간단한 삶을 지향하더라도 마티네 등 싸게 볼 수 있는 공연을 찾아 보고 필요 없어 보이는 옷도 가끔은 사고 해야지. 너무 참으면 오래 못 갈 것 같다.

 

67 고네릴: 자업자득이야. ~ 어리석은 소행이 어떤 것인지 맛 좀 보셔야 해.

나도 예전에 엄마한테, ‘엄마가 자식 잘못 키워서 그런거야. 자업자득이야라고 말해서 가슴을 후벼팠던 적이 있다. 다 잊으셨겠지. 반성한다.

 

3

제1장     황량한 들판

69 기사: 광대뿐입니다. 심장이 찢어지는 국왕의 아픔을 광대는 익살로 위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제2장     들판의 다른 쪽

71 광대: 칠흑같이 캄캄한 이런 밤에는 현명한 사람이나 바보나 똑같이 보인다니까요. ~

머리를 넣어둘 수 있는 집 한 칸이라도 있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지.

집은 없어도 음낭을 넣을 바지가 있다면 음낭에 이가 들끓는다오.

마음 속에 맺힌 분노를 발가락에 매고 다닌다면

발가락이 아파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지.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거울 앞에서는 입을 삐죽거리지.

 

73 리어왕: 내가 드디어 미쳐가나 보다. (광대에게) 이 바보야, 넌 어떠냐? 추우냐? 나도 춥다. (켄트에게) 여보게, 그 쉴 곳이라는 게 어디 있느냐? 가난이라는 게 참으로 신기하구나. 비천한 것도 고귀하게 만드니. ~

광대: 재주가 미천한 자들은 비바람이 불면

운명이려니 만족하고 살아야 하지.

날이면 날마다 비가 내린다 해도

 

제3장     글로스터 성안, 어느 방

75 에드먼드: 이런 아버지, 당신은 그만 큰 실수를 하고 말았군요. , 아버지의 왕에 대한 비밀스런 충성을 공작부인에게 알려야 해. 그럼 아버지의 재산이 모두 내 것이 되겠지. 이것이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야. 노인이 쓰러지면 젊은이가 일어나는 법이지.

노인이 쓰러지면 젊은이가 일어나는 법이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말이 더 공감이 되고 동의했었다. 그런데 점점 나이든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고, 그런 사람들의 말에 공감이 더 된다. 늙어가는 것 같다.

 

제4장     황량한 들판, 오두막 앞

76 리어왕: 하지만 인간이란 큰 병을 앓으면 작은 병쯤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곰을 보면 누구나 피하지. 하지만 눈앞에 성난 바다가 가로 놓여 있다면 곰과 사생결단을 할 수밖에 도리가 없을 것이다. 마음이 편안해야 몸의 고통도 느끼는 법 아닌가. 내 마음속에 폭풍이 이렇게 부는데 심장의 고동 소리 외에 어떤 감각이 있겠느냐. 불효막심한 것들! 입에 먹을 것을 넣어준 손을 물어뜯는 것과 다를 바 없지. ~ 하지만 절대로 눈물만은 흘리지 않겠다. ~ 아낌없이 모든 걸 주었건만.

갑판이 불타 오르면 바다로 뛰어 내릴 수 밖에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갑판이 불타 오르고 있는데 아직도 모르고 있거나, 더 한심한 건 그럼에도 뛰어 내리기를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것. 언제까지 이럴건지…… 남의 일은 잘도 보고 온갖 평가를 하면서 자신의 일을 제대로 보는 건 정말 어렵다.

 

77 리어왕: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아, 이 몰인정한 폭풍우를 맞으면서도 굶주린 배를 졸라매고 누더기를 걸친 채 밤낮 없이 유랑을 했겠구나. 그동안 내가 너희들에게 너무 무심했구나! 영화를 누리는 자들아, 이 일을 교훈으로 삼아라. 남은 것이 있거든 이들에게 나눠주어라. 하느님이 공평하다는 걸 보여주어라.

역시나 그 입장이 되어 봐야 알 수 있다. 내가 직접 겪었거나 그 비슷한 경험이라도 해보지 않으면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알아듣기 힘들다. 그래서 성공 뿐 아니라 실패도 겪어 본 사람이 진정으로 큰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78 에드가: 악마를 조심해요. 부모 말은 잘 듣고 약속은 반드시 지키세요. 맹세를 함부로 하지 말고, 남의 부인을 범하지 말고 좋은 옷에 한눈 팔지 말아요.

 

제5장     글로스터 백작의 저택 어느 방

제6장     성 부근에 있는 농가의 방

85 광대: 서울 신사가 된 아들을 가진 사람은 시골 농부야. 자기를 신사로 만들 수 없으니까 아들을 신사로 만든 거지. ~

늑대의 온순함을 믿고, 말의 건강을 믿고, 또 소년의 사랑이나 창녀의 맹세를 믿는 사람은 정말 미친놈이지.

어렸을 때, 너무 예쁘고 좋은 옷만 입고 다녀서 부잣집 딸인 줄 알았던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 친구네 동네에 놀러 갔다가, 그 애네 집이 엄청 가난하고 엄마는 너무도 촌스럽고 낡은 옷을 입고 있었던, 우아하고 아름다운 부잣집 사모님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런 분인 걸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아마도 자신은 그렇게 될 수 없었기에 딸에게 모든 걸 투자해서 공주처럼 키웠던 것 같다. 요즘에도 그런 엄마들을 간혹 볼 수 있다. 자식에게 아낌없이 주는 건 좋지만 본인을 너무 안 돌보는 건 별로 안 좋은 것 같다. 본인에게도 자식에게도……

 

88 에드가: 신분이 높은 분이 저렇게 고통받고 있는 것을 보니 내 불행은 새 발의 피로구나. 세상의 즐거운 일이나 행복한 광경 뒤에는 저토록 마음의 고통을 받는 사람이 있지. 하지만 벗이 같이 슬퍼한다면 마음의 고통도 줄어들리라. 국왕 폐하께서 저토록 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내게 닥친 고통을 쉽게 견딜 수가 있겠다.

 

제7장     글로스터의 성

94 시종2: 저런 것들이 잘 산다면 나도 무슨 악행이든지 저지르리라.

 

4

제1장     거친 들판

95 에드가: 이렇게 드러내놓고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게 속으로 욕을 얻어먹으며 입에 발린 아첨을 받는 것보다 낫지. 불행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가장 비천한 처지에 빠지면 다시 올라갈 수도 있는게 아닌가. 인생의 절정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이야말로 슬픈 일이야. 그러나 최악의 사태에서 희망이 솟아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수용하리라. 보이지 않는 바람이여, 불어라. 너로 인해 불행의 구렁텅이로 떨어졌지만 이젠 하나도 두렵지 않다.

최악의 사태를 겪는 모든 사람이 이렇게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이런 사람이 있나 하면, 비슷한 상황에서 모든 걸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희망을 갖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타고난)재능인 듯 싶다.

 

96 글로스터: 마땅히 가야 할 곳도 없으니 눈도 필요 없네. 눈이 보일 때에도 나는 헛디딘 적이 많았어. 하지만 의지할 게 없으면 오히려 더 강해지지.

 

96 에드가: (방백) 누가 지금이 최악의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조금 전보다 더 최악의 상태에 놓인 것을. ~

더 나빠질 수도 있으니, ‘이것이 최악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한은 최악이 아니다.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나쁜 일이 생길 때 마지막 희망까지 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히려 잠시 포기하고 쉬는 게, 너무 노력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97 글로스터: 미친 놈이 장님의 길잡이가 되는 것도 이 시대의 저주 아니겠나?

역시나 너무 기발하고 몇 백 년을 앞서 꿰똟어 보고 쓴 표현인 것 같아서 한참 웃었다.

 

제2장     알바니 공작의 저택 앞

102 알바니: 하늘도 무심치 않다는 증거구나. 요즘은 하늘도 속전속결로 해결을 하시지.

 

제3장     도버 근처의 프랑스군 진영

103 신사: 마치 다이아몬드에서 진주가 뚝뚝 떨어지듯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란! , 슬픔이야말로 진실로 아름다운 것으로 보였습니다.

실생활에서 이런 표현을 쓰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이렇게 창의적인 표현을 생각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104 켄트: 부끄러움이 왕의 마음을 억누르기 때문이겠죠. 당신의 현명치 못한 처사로 왕비에게 주어야 할 권리를 개만도 못한 다른 딸들에게 준 자책이 독사의 혓바닥처럼 마음을 찔러서 차마 코델리아 왕비를 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104 켄트: 훗날 내 이름을 밝힐 때가 오면 당신이 날 알게 된 걸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멋지다. 나도 이런 말을 자신있게 하게 될 때가 있을까? 연습해 봐야겠다.

 

제4장     같은 장소, 천막 속

105 의사: 사람의 생명을 지탱해 주는 것은 오로지 충분한 수면입니다. 폐하께서는 지금 그것이 부족합니다. 다행히 마음이 아픈 사람의 눈을 스르르 감겨주는 효과 만능의 약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 몸은, 적어도 내 몸은 잠이 부족할 때 알아서 많이 자는 것 같다. 지난 2주간 정말 많이 잤는데, 감기로 힘들었던 게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일요일 밤에는 알아서 이렇게 잠이 안 온다. 인체의 신비??

 

제5장     글로스터의 성 안, 어느 방

제6장     도버 근처의 들판

112 리어왕: 저것들은 나한테 알랑거리면서 내게 수염도 나기 전에 흰 수염이 난 늙은이처럼 지혜롭다고 했지. 내가 하는 말에는 무턱대고 맞장구치면서 말야. ‘’, ‘아니오라며 맞장구치는 건 하늘을 우러른 진심이 아니었어.

그걸 이제야 알다니, 이런 바보 같은 늙은이 같으니라구…… 라고 남의 일은 잘 보는데, 막상 내게 하는 좋은 말은 전부 사실로 들린다. 사실에 기반한 칭찬과 아첨을 구분하는 지혜를 갖자.

 

117 에드가: 저는 운명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하찮은 몸이지요. 여러 가지 슬픔을 겪은 탓에 남의 불행에도 쉽게 동정심을 갖게 되었소.

 

119 글로스터: 폐하께서는 실성하셨는데 내 하찮은 목숨은 얼마나 모질기에 이렇게 엄청나게 큰 슬픔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버티고 있단 말인가! 차라리 나도 미치는 게 훨씬 낫겠구나. 그렇게 되면 슬픔에 빠지지도 않을 것이고, 숱한 괴로움에 빠지지도 않을 텐데.

어쩔 때는 살짝 정신을 놓는게 낫지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나이가 많이 들면 정신을 조금씩 놓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제7장     프랑스 군 진영의 천막 속

121 코델리아: 설사 친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저 흰머리를 보면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어찌 이 얼굴이 그 사나운 비바람을 맞으셔야 했나요? 어찌 천지를 진동하는 그 무서운 천둥과 번개가 치는 벌판에서 계셔서 그 소리를 들으셨나요? ~ 자기를 물어뜯은 원수네 집 개라도 그런 밤에는 난로 곁에서 불을 쬐게 내버려두었을 거예요.

 

5

제1장     도버 근처의 영국군 진영

126 에드먼드: 둘은 독사에 물린 사람이 독사를 경계하듯 서로 경계를 하고 있지.

 

제2장     양 진영 사이의 들판

128 에드가: 인간의 생과 사는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니 참으세요. 때가 무르익어야 하죠.

 

제3장     도버 근처의 영국군 진영

129 코델리아: 최선을 다하고도 최악의 사태를 맞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 아닙니다.

세상일이 이런데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불평하는 건 뭔지일단 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평하고 신을 원망하기 전에 잘 해보자.

 

131 리건: 엉뚱한 농담이 진담 되는 일이 많지요.

그렇더라. 농담도 가려서 하고, 바라는 일을 하는 걸로……

 

135 에드가: , 목숨에 대한 끈질긴 애착이여! 죽음의 고통을 맛볼지라도 산다는 것은 죽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니까요. 누더기 차림으로, 개조차 멸시할 그런 차림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했지요. ~ 그런데 기쁨과 슬픔의 극단적인 충격이 미이 찢길 대로 찢어진 아버님의 가슴을 찢어놓은 것입니다. 아버지는 그만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141 켄트: 폐하를 가시도록 내버려둡시다! 이토록 쓰라린 세상이라는 형틀에 앉힌다면 폐하께서는 더욱 분노하실 거요.

에드가: 폐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켄트: 오히려 이상하오. 이렇게 견디신 것이. 무리하게 목숨을 이어가셨던 게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는 하지만, 무작정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죽음보다 못한 삶도, 차라리 죽는 게 나은 삶도 있는 것 같다. 문제는 그걸 누가 판단하냐는 것. 그래서 그냥 죽지 못해 살기도 하는 것 같다.

 

맥베스

1

제1장     스코들랜드의 황야

제2장     포레스 부근의 진영

146 장교: 전투는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상막하였습니다. 마치 물에 빠진 두 사람이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서로 부둥켜안았지만 빠져나오지는 못하고 함께 물을 먹는 꼴이었죠.

 

제3장     포레스 부근의 황야

153 맥베스: (밴쿠오에게 작은 소리로) 장군의 자손이 왕이 된다는 말도 이젠 믿어야 할 듯하오. 내게 코더 영주라 했던 마녀들이 그렇게 예언했으니 말이오.

밴쿠오: (맥베스에게 작은 소리로) 그걸 믿으시면 코더 영주뿐만 아니라 왕관까지 바라게 될 거요. 좀 염려가 되는구려. 악마의 사자들이 우릴 파멸로 이끌려고 일부러 그런 예언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소.

불행의 시작. 역시 남의 말을 들을 때는 가려서 들어야 한다.

 

153 맥베스: (방백) 처음 두 가지는 맞았구나. 그럼 이제 찬란한 등극의 서막만 열리면 되는구나. ~ 이런 유혹이 나쁜 징조일 리가 없어. 좋을 리도 없지. 만일 그게 나쁜 징조라면, 어째서 내게 성공의 단맛을 미리 보여주었겠는가? 나는 이제 코더의 영주야. 그런데 왜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며 무서운 환영이 떠오른단 말인가. 정녕 좋은 징조라면 이럴 리가 없잖은가? 눈앞에 전개되는 두려움은 마음의 공포와는 비할 바가 못 되구나. 그런데도 마음은 완전히 들떠서 이성을 마비시키니, 보이는 건 환상뿐이니 못 견딜 노릇이로다! ~

만일 내가 왕이 될 운명이라면 내가 애쓰지 않아도 언젠가는 왕관을 쓸 게 아닌가. ~

될 대로 되라지. 아무리 폭풍우가 치는 날씨라 하더라도 잔잔해질 때가 있은 법이니까.

나쁜 느낌은 무시해서는 안 된다. 역시 신은 우리에게 기회를 주시는 것 같다.

 

제4장     포레스 궁전

155 맥베스: 폐하, 소신이 충성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옵니다. 저에게 충성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이 바로 포상이옵니다. 소신은 왕국의 신하로서 마땅히 해야 할 바를 수행한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폐하의 은총을 입은 바가 되었사옵니다. 그러니 소신의 충성을 받기만 하소서! ~

폐하를 위해 쓰지 않는 휴식은 고통일 뿐입니다.

아부의 정석이다. 이렇게 말하는 부하(직원) 또는 후배 등을 어떻게 예뻐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제5장     인베네스의 맥베스 성

160 맥베스 부인: 당신의 얼굴은 뭔가 수상한 내용이 담긴 한 권의 책 같군요.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과 똑 같은 표정을 지으세요. 눈에도 손에도 혀끝에도 환영의 표시를 하세요. 겉으로는 청초한 한 떨기 꽃처럼 보이되, 그 꽃 속에는 독사를 숨기세요. ~

그저 당신은 밝은 표정을 지으시면 돼요. 얼굴빛이 좋지 않으면 뭔가 공포가 있다는 표시예요.

이번에는 사기의 정석.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과 똑 같은 표정을 지어야 한다. 요즘 즐겨보는 막장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의 주인공 박복자의 표정과 말이 떠오른다. 사기를 치려면 그녀처럼……

 

제6장     같은 장소, 맥베스 성 앞

161 밴쿠오: 여름의 길손인 저 제비가 이 성에 기꺼이 둥지를 트는 것을 보면, 이 곳의 바람이 얼마나 향기로운지 알 수 있습니다. 추녀 끝이나 서까래 옆 벽 등 사방에 둥지를 짓고 있군요. 제비가 둥지를 트는 곳은 어디나 공기가 좋은 곳이지요.

어렸을 때 살던 기와집에도 봄마다 제비가 와서 둥지를 만들었었다. 오가면서 머리에 똥을 싸기도 해서 나는 제비가 싫었지만 할아버지는 언제나 반가워하셨던 것 같다. 30여 년 전에는 부천도 제비가 둥지를 틀만큼 공기가 좋은 곳이었나 보다.

 

161 던컨: (맥베스 부인에게) 호의도 지나치면 때로 폐가 되지만, 호의는 늘 좋은 것이지요. 그러니 호의를 베풀 기회를 드린 우리에게 부인께서도 신의 축복을 빌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오.

왕이라지만 참 뻔뻔하다

 

제7장     같은 장소, 맥베스 성 안

163 맥베스 (방백) 만일 왕을 암살해 모든 일이 매듭되어진다면, 내세의 재앙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뭐 있겠는가. 문제는 현세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거야. 살인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반드시 가르쳐 준 사람에게 되갚고 마는 법이거든. 공평한 정의의 신은 독배를 준비한 자의 입술에 독이 닿게 하지.

 

2

제1장     맥베스 성 안의 뜰

제2장     같은 장소

169 맥베스 부인: 이 술은 저들을 곯아떨어지게 하더니 날 대담하게 만드는구나. 내 맘이 이리 불붙는 걸 보니 말이야.

술의 단점이자 장점(?), 양면성을 보여준다. 잘 마시면 약주이지만 잘 못 마시면 독주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이런 의미겠지.

 

170 맥베스: “이젠 잠을 잘 수가 없다! 맥베스가 잠을 죽여 버렸다.” 아 무심한 잠이여, 근심 걱정으로 얽힌 실타래를 곱게 풀어주는 잠이여. 힘겨운 노동 뒤에 하는 목욕이여,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이여, 생명을 위한 향연의 최고의 자양분인 잠이여! ~

이젠 잠을 잘 수가 없다! 글래미스가 잠을 죽여 버렸다. 그러므로 코더는 영원히 잠을 잘 수가 없다. 맥베스는 이제 잘 수가 없다!”

불면의 고통을 아는 사람이라면 너무도 공감할 거다. 잠을 잘 수 없는 고통. 셰익스피어도 불면증을 겪었던 걸까? ‘리어왕에서는 잠의 긍정적인 면을 잘 표현했는데, 여기서는 잠을 못 자는 고통을 너무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죽으면 영원히 잘 수 있다는 둥, 우리도 한동안 잠을 조금 자는 게 미덕이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꼭 갖춰야할 습관처럼 얘기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충분한 잠을 자는 게 건강한 삶의 가장 기본이라는 걸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잠이 너무 부족하다며 걱정한다. 역시 잠이 보약이다.

 

제3장     같은 장소

175 맥베스: 즐거워서 하는 수고는 고통스럽지가 않은 법이지요.

 

175 레녹스: 간밤엔 정말 무시무시한 밤이었습니다. 숙소에 있는 굴뚝이 바람에 몽땅 날아갔지 뭡니까. 그리고 사람들 얘기로는 비탄의 소리와 죽어가는 자의 신음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졌다고 합니다. 이 험난한 세상에 혼란과 변란이 일어날 징조를 예언한 소리였다고 사람들은 말들을 햇어요. 올빼미도 울고 대지가 열병에 걸린 것처럼 진동했다는 말들을 하더군요.

 

176 맥더프: 어서 가짜 죽음 같은 잠을 떨쳐 버리고 깨어나시오! 그리하여 진짜 죽음을 직시하시요! 빨리 일어나서 세상의 종말을, 끔찍한 죽음의 광경을 보시오!

역시나 여기서도 잠과 죽음을 비교하는 표현이 등장한다.

 

177 맥베스: 차분하면서 동시에 대경실색하고 다정하면서 동시에 진노할 수 있으며, 충성심에 불타면서 동시에 무덤덤한 인간이 대체 어디 있겠소? 폐하에 대한 내 열정적인 충성심이 그만 분별력을 앞지르고 만 것입니다.

 

179 맬컴: 마음에도 없는 슬픔을 겉으로 크게 나타내는 일은 배반자들의 상투적인 수법 아니냐?~

살육의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나 공중을 날고 있으니, 그 과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안전하지. 어서 말에 오르자. 한가하게 작별 인사할 시간이 없구나. 위험한 상황에선 몰래 탈출했다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맬컴은 나이는 어리지만 매우 분별력이 있고 판단력이 뛰어난 왕자였던 것 같다.

 

제4장     맥베스 성 밖

180 로스: 시간은 낮인데도 아직 어두운 밤이 태양을 가리고 있습니다. 밤이 판을 치는 세상인지, 아니면 낮이 부끄러워 그러는지, 생명의 빛이 지상을 부드럽게 비출 시간에 어둠이 내려앉아 있습니다그려.

역시나 매우 연극적이고 고전적인, 요즘 말로 오그라 드는표현이지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게 기발한 표현이다.

 

3

제1장     포레스 궁정

182 밴쿠오: 글래미스 영주, 코더 영주, 그리고 왕위까지. 모든 게 마녀들이 예언한 대로 되었구나. 그것들을 손에 넣기 위해 네가 몹쓸 짓을 했겠지. 그렇다면 맥베스, 네 머리 위에 또 하나의 예언이 찬란히 빛나고 있다는 걸 명심해라. 왕위는 네 후손에게 계승되지 않고, 바로 내 자손에게로 넘겨질 거라는 걸! 너한테 딱 맞아 떨어졌듯이 내가 받은 신탁도 이루어지겠지.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풀기. 내 손에 피 안 묻히고 모든 것을 얻기.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밴쿠오의 자손이 왕이 되는 부분까지는 안 나온다. 그랬더라면 매우 배가 아팠을 것 같다.

요즘의 막장 드라마라면 맬컴 왕자가 사실은 밴쿠오의 아들이었다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마녀의 예언이 맞았다는 것이 증명되었을지도 모르겠다.

 

184 맥베스: 그러자 마녀들은 그를 가리켜 당신의 자손이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을 하며 만세를 불렀지. 그들의 예언이 여태껏 맞는 걸로 보아 난 열매 맺지 못할 왕관을 썼을 뿐 남의 자손에게 상속될 왕홀을 헛되이 쥐고 있는 셈이야. 결국 밴쿠오의 자손을 위해 내 영혼과 손에 던컨의 피를 묻힌 꼴이 되는 게지. , 결국 내가 그들을 위해 내 평화로운 잔에 원한의 독주를 따른 셈이야. 소중한 영혼을 악마에게 넘겨준 거고. 이 무슨 사악하고 짓궂은 운명이란 말인가! 좋다, 운명이여 오너라, 내 최후의 순간까지 너와 싸워줄 테니! 누구냐?

 

제2장     같은 장소, 다른 방

187 맥베스 부인: 모든 일이 허사로다. 허망할 뿐이로구나. 뜻은 이루었으나 마음에는 만족이 없으니! 살인을 하고 이렇게 불안하게 사느니 차라리 살해당하는 편이 낫겠다.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러면 정말 배신이다. 죄 짓고 못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187 맥베스: 우리는 독사를 칼로 쳤지만 죽이는 데는 실패한 거요. 독사가 언제 다시 살아나 우리를 물지 걱정하고 있잖소. 이렇게 밤낮으로 불안의 외줄을 타고 악몽의 벼랑을 건널 바에야 차라리 죽은 던컨의 뒤를 따르는 것이 낫지 않겠소? 우리는 끝없는 고문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는 우리 덕에 평화롭게 쉬고 있소. 열병 같은 고통스러운 삶을 마치고 안식의 세계에서 쉬고 있잖소. 최악의 반역 행위에 쓰러진 던컨에겐 칼도, 독약도, 내란도, 외침도 미치지 못하니 평화롭기만 하오!

 

제3장     같은 장소, 궁전에 이르는 길가의 정원

제4장     궁전의 홀

196 맥베스: 아무래도 피를 보고야 말 것 같소. 피는 피를 부른다고 하지 않소. 나무가 말을 하고 묘석이 움직인다는 말이 있잖소. 까치와 까마귀의 음성을 빌려 살인의 비밀을 밝혀낸다는 말도 있잖소.

정말 많이 불안하고 초조했나 보다. 다시 한번 죄 짓고 못 산다는 말을 보여주고 있다.

 

196 맥베스: 비록 최악의 말을 듣게 되더라도, 두려울 게 없소. 나의 안위를 위한 일이라면 모두가 대의명분에 합당한 일이오. 한번 피를 본 이상, 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전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소. 뒤로 되돌아가는 것은 전진하는 것보다 더 어렵겠지.

 

제5장     황야

197 해커트: 그럼 그 놈은 정령에게 현혹되어 스스로 몸을 망칠 것이다. 운명을 무시하고 죽음을 조롱한 놈, 오로지 욕망에 사로잡혀 지혜와 덕망을 잃은 놈에게 참혹한 파멸의 맛을 보여주리라.

 

제6장     포레스 궁정

198 레녹스: 그런데 문제는 맥베스가 호위병들을 죽였다는 것입니다.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자고 있는 두 사람을 단번에 죽여버린 거예요. 만일 이들이 그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러한 이유로 맥베스가 아주 교묘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완전 범죄를 위해 그렇게 일을 꾸몄겠지만 결국 그 일이 맥베스의 발목을 잡는다.

 

4

제1장     동굴

203 환영2: 피를 무서워하지 말고 잔인하고 대담하게 마음껏 행동하라. 인간의 힘 따위는 코웃음쳐라. 여자의 뱃속에서 태어난 자로서 맥베스를 쓰러뜨릴 자는 하나도 없다. ~

환영3: 사자처럼 용감하게 행동하라. 어느 누가 화를 내건 괴로워하건 반역을 꾀하건 결코 걱정할 필요가 없느니라. 맥베스는 결코 멸망하지 않으리라. 버남의 숲이 던시네인 언덕으로 옮겨지기 전에는.

 

206 맥베스: (방백) 시간아, 그대가 먼저 나를 앞질러가는구나. 아무리 계략이 좋다 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모든 게 허사로다. 이제부터 생각을 하면 즉시 실천에 옮겨야겠구나. ,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생각을 모두 행동으로 옮기자.

맥베스는 나쁜 짓을 저지르기 위해 그랬지만, 사실 그의 말은 현재 내가 명심하고 실천해야 할 말이다. “아무리 계략이 좋다 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모든 게 허사로다. 이제부터 생각을 하면 즉시 실천에 옮겨야겠구나.”

 

제2장     파이프, 맥더프 성의 한 방

207 맥더프 부인: 지혜로운 판단이라고요? 아내도 자식도 집도 땅도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 혼자 도망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고요? ~ 새 중에서 가장 작은 굴뚝새조차도 자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올빼미와도 싸우지요. 그런데, 그분은 사랑은커녕 겁만 있는 사람이에요. 생각없이 그렇게 달아나다니 분별력도 없군요.

 

208 맥더프 부인: 얘야, 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이제 어쩌겠느냐?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산단 말이냐?

소년: 새처럼 살죠, 엄마.

맥더프 부인: 그럼 벌레와 파리를 잡아먹어야겠구나.

소년: 뭐든지 잡히면 먹고 살아야죠. 새들도 그러잖아요.

맥더프 부인: 가여워라, 너처럼 어리면 그물이나 끈끈이나 올가미가 무섭지 않겠지?

소년: 무섭긴요? 가여운 어린 새에게 누가 그런 걸로 해코지하겠어요.

슬프고 답답한 비극에서도 쉴 틈을 주기 위해서 그런걸까? 아니면 철없고 순진한 아이를 등장시켜서 슬픔과 비극을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런걸까? 덕분에 등장인물과 배경은 늘어났지만 재미있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제3장     잉글랜드, 에드워드 왕의 궁정 앞

211 맬컴: 권력 앞에선 대꼬창이 같은 의지나 덕 있는 인물도 변절하지요. 용서하시지요. 경의 인품은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천사가 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여전히 빛을 발하지요. 또한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정직한 척한다 해도 정직한 사람들이 새삼 얼굴을 바꾸지는 않겠지요.

 

213 맥더프: 탐욕은 여름철의 욕정보다도 더 뿌리가 깊고 훨씬 독이 많습니다. 그 칼에 찔려 여러 제왕들이 목숨을 잃었지요.

 

216 로스: 조국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무덤이라고 하는 게 낫습니다. 바보나 미친 사람이 아닌 한 웃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하늘을 찢는 탄식과 신음, 아우성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지요. 너무나 흔한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비통한 슬픔의 절규를 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장례의 종소리가 들려도 누가 죽었는지 묻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저 선량한 사람이 아프지도 않은데 죽어갑니다. 모자에 꽂은 꽃이 시들 겨를도 없이 숨을 거두지요.

 

219 맬컴: 하늘도 우리편이 되어 돕고 있으니 기운을 내서 전진합시다. 아무리 긴 밤이라도 새벽은 오는 법이니.

요즘에도 많이 쓰는 표현. “아무리 긴 밤이라도 새벽은 오는 법이니”.

시간이 흘러도 진리, 맞는 말은 맞는 말인가 보다.

 

5

제1장     던시네인, 맥세스 성

221 아직도 여기 흔적이 있네. ~ 지워져 버려라, 이 망할 얼룩아! 저주받은 얼룩아, 지워져 버려! (종소리를 세듯이) 한시, 두시, 아아, 이제 단행할 시간이다. 지옥은 깜깜하기도 하구나. 여보, 그게 뭐예요? 장군인 주제에 겁을 내다뇨? 우리가 겁날 게 뭐 있어요? 하지만 그 늙은이에게 이렇게 피가 많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요. ~

, 아직도 손에서 피비린내가 나는군. 당신 그러다 모든 일을 망치겠어요. ~

아직도 피 냄새가 진동하는구나. 아라비아의 향수를 다 쏟는다 해도 이 손에 밴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구나. , 아아!

 

222 시녀: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오른다 해도 저런 고통을 받는다면 싫어요.

222 시의: 자연을 거역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하오. 독으로 병든 마음은 귀가 없는 베개에 대고라도 말하고 싶는게 인간이오. 왕비님께서 지금 필요로 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성직자요. 신이시여, 우리들의 무력함을 용서해 주소서. 상처를 입힐 만한 물건은 다 치워 버리고 항상 지켜보시오. 그럼 잘자요. 왕비님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하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구려. 물론 생각하는 것을 입 밖으로 내선 안 되겠지요.

다시 한번 죄 짓고는 못산다는 걸 보여준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할 것 없이 다 죽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나쁜 사람이 다 벌을 받아 죽거나 감옥에 가서, 어쨌든 정의가 실현 된다는 것. 그래서 비극이면서도 다 보고 나서 찝찝하거나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제2장     던시네인 부근의 촌락

제3장     던시네인, 성안의 한 방

225 맥베스: 도망갈 놈은 모조리 도망가도록 내버려 두어라. 버넘의 숲이 던시네인으로 옮겨오기 전에는 난 두려울 게 없다. 애송이 맬컴이 누구더냐? 여자의 뱃속에서 나온 인간이 아니냐? 인간의 운명을 훤히 꿰뚫는 정령들이 내게 말했다. “두려워 말라, 맥베스여. 여자에게서 태어난 자는 아무도 너를 대적할 자가 없노라.”

 

226 맥베스: 마음속에서 슬픔의 뿌리를 캐고 기억에서 뿌리깊은 근심을 뽑아낼 수는 없는가? 뭔가 상쾌한 망각의 약을 써서 마음을 짓누르는 독소를 일시에 제거하란 말이다.

시의: 그것은 환자 자신의 마음에 달린 일입니다.

 

제4장     버넘 숲 근처의 촌락

228 시워드: 저 앞에 보이는 숲이 무슨 숲이오?

맨티스: 버넘 숲이라고 합니다.

맬컴: 병사들은 나뭇가지를 잘라 위장하고 진군하라. 이것으로 우리의 군세를 숨기고 적의 눈을 속이도록 하라.

 

제5장     던시네인 성안

229 맥베스: 인간은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왕비도 인간이니 비껴갈 수야 없겠지. 내일, 내일, 내일, 시간이 천천히 발을 끌면서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할 때까지 걸어가는구나. 과거의 세월은 어리석은 우리들이 무덤으로 들어가는 데 소모되었다. 꺼져라! 눈깜짝할 사이의 촛불이여! 인생은 비틀거리는 허황한 그림자일 뿐, 얼마 있으면 영영 잊혀지는 가련한 배우가 아니더냐. 자신이 할당받은 시간만큼 무대 위에서 서성거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디론가 사라져야 하지. 백치들이나 지껄이는 소리를 하지만 아무런 뜻도 없다.

맥베스는 악인이지만 매우 공감이 가는 맞는 말을 많이 했다. 그 중의 하나

 

230 사신: 제가 망루에서 망을 보는데 버넘 숲이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

4킬로미터쯤 되는 것에서 숲이 움직여 오고 있습니다.

 

제6장     던시네인 성 앞 전장

제7장     전장의 다른 장소

제8장      전장의 다른 장소

234 맥더프: 그까짓 마술도 이젠 끝장이다! 네놈이 극진히 모신 마녀한테 가서 이 맥더프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물어봐라. 어머님이 낳기 전에 배를 가르고 꺼냈다고 하겠지.

맥베스: 그 가증스런 혀에 저주가 있을지어다. 그 말 한마디에 이 사나이의 용기가 꺾였도다. 이 협잠꾼 같은 마녀들아, 애매 모호한 말로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고 약속을 지키듯이 속삭이면서, 실제로는 그 희망을 깨뜨려 버리는 이 마녀들아! 다시는 너희들을 믿지 않겠다.

잘 되면 내 덕이고 못 되면 남 탓. 결국 맥베스는 본인의 악행과 그로 인한 파멸을 잘못된 믿음을 준 마녀에게로 돌린다. 오랫동안 왕위를 유지하고 잘 먹고 잘 살았더라면 본인의 정확한 판단과 빠른 실행의 덕이라고 자화자찬했겠지.

 

제9장     성 안

236 시워드: 비록 인생을 짧게 살다 갔어도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237 맬컴: 그리고 새로 시작되는 이 시대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외국으로 망명한 친구들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일이오. 그리고 이미 죽은 이 살인마와 그에 못지 않은 마녀 같은 왕비의 앞잡이 노릇을 한 흉악범을 잡아내는 일이오. 그 박에도 필요한 여러 일들은 하느님의 가호 아래 수단과 시간과 장소를 가려 곧 실행하겠소.

악인, 선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그래도 악인은 모두 죽었다. 그리고 힘은 결국 원래 갖기로 한 사람에게로 돌아왔다. 그런 면에서 완벽히 비극이라기 보다는 희망과 권선징악이 있는 비극인 것 같다.

 

오셀로

1

제1장     베니스의 거리

241 이아고: 남의 수발을 들려면 별별 수모를 다 겪어야 하는 법이죠. 출세를 하려면 줄을 잘 타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이니, 제 능력대로, 순서에 맞춰 승진한다는 건 다 흘러간 유행가에 지나지 않은 거지요.

400년 전 이야기가 맞나? 이 대사만 보면 요즘 얘기 같다.

 

242 이아고: 그들은 설령 나라님의 영이라 해도 여물로 소금 섬을 끄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따로 주판알을 퉁기지요. 겉으로는 죽는 시늉을 하면서도 뒤로는 제 욕심을 한껏 채우고, 그러다가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주인의 뒤통수를 친단 말입니다. 이런 자들은 제법 심지가 깊고 눈여겨봐 줄 만한 것들이지요.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고요. ~ 그러니 만일 내가 무어 놈의 입장이라면, 나 같은 비범한 자는 결코 옆에 두지 않을 겁니다. 내가 무어 아래서 있지만, 그저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흑심을 품고 잇는 이 속을 하늘은 알겠지요. 박으로 드러나는 내 행동을 보고 내 마음을 짐작했다간 정말 큰코 다치고 말 겁니다. 이런 사실을 함부로 자랑했다가는 갈가마귀 앞에다 내 심장을 끄집어 내 놓은 꼴이 되겠지요. 내 속은 겉과는 다르단 말씀입니다. 아랫것들이라고 해서 모두 충성을 바치는 건 아니지요.

 

제2장     세지터리 여관 앞

248 오셀로: 나는 아름다운 데스데모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네. 그런 여자를 답답한 조롱 속과 같은 가정 안에다 가둬둘 이유가 뭔가 말이네? 자네도 생각해 보게. 끔찍한 일이지 않은가. 그 어떤 보물도 자유로운 생활보다는 좋을 수 없다네.

이 대사만 보면 오셀로는 나름 깨인 사람이고 데스데모나를 여자로서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대하고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 같다. 그런 진정한 사랑도 한 사람의 말만 듣고 질투에 사로잡혀 금방 깨지고 만다. 셰익스피어는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생각했던걸까?

 

제3장     회의실

252 공작: 착오가 있다 해서 외면할 수는 없는 일.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소.

 

257 오셀로: 얘기가 끝나자 그녀는 저의 수난에 동정을 표시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더군요. 상상도 못할 이야기라느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다느니,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불쌍하다느니 그런 말들까지 늘어 놓았답니다. 차라리 안 들었으면 좋았을 걸 하면서도, 하늘이 자신을 그런 남자로 태어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 친구 중에서 혹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기 마음을 송두리째 얻을 수 있을 거라고도 말했습니다. 이 암시에 저는 용기를 얻어 고백했지요. 그러자 그녀는 숱한 난관을 이겨낸 저를 사랑해 주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쓴 유일한 마법입니다.

이 부분만 보면 오셀로도 멋있는 사람이지만 데스데모나도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사랑하면서도 불안해 했던 것 같다.

 

258 브라반쇼: 그러니까 키프로스 섬을 터키 놈들에게 빼앗기고도 웃는다면 다시 찾아진다는 말씀입니까? 충고도 충고 나름으로,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나 받아들일 수 있지, 마음의 고통을 참을 수 없는 사람에겐 듣기 거북한 말에 불과하지요. 도무지 충고라는 말은 달고 쓴 양면이 있어서 아무렇게나 쓸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말일 뿐이죠. 요컨대, 위로의 말만 듣고 멍든 가슴이 아물었다는 얘기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 충고도 좋은 말도 알아 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 해야 한다. 나에게 도움이 됐다고 해서 다른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런 말을 하는 수고조차 아까운, 시간낭비일 뿐인 사람도 있다.

 

262 이아고: 이 팔자 저 팔자 따지지만 모두가 내 탓이죠. 우리의 육체가 정원이라면, 우리의 의지는 정원사랍니다. 쐐기풀을 심든, 상추를 심든, 우슬초를 심어서 백리향을 내든, 한 가지 종류의 풀을 기르든, 여러 가지 풀을 심든, 혹은 게을리 묵히든지, 거름을 주어 부지런히 거름을 주든 다 우리 의지의 소산이란 말씀입니다. 인생을 저울이라 칩시다. 그 저울 한 쪽에 정욕의 접시가 매달려 있고, 다른 쪽에는 이성의 접시가 매달려 있는데, 이것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는 비열한 본능에 사로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 쉽죠.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이성이 있어서 욕정을 억제할 수 있답니다. 당신이 말하고 있는 사랑도 결국은 이런 욕정의 한 토막이라 할 수 있죠.

 

2

제1장     키프로스 섬의 항구, 부둣가 광장

269 이아고: 당신은 문 밖에 나오면 그림처럼 조용하지만, 방안에만 들어갔다 하면 방울처럼 시끄러워지고, 부엌에선 아예 살쾡이 같이 굴잖아. 남을 해칠 때도 성자 얼굴을 하다가 화가 났다 하면 악마를 뺨치지. 그리고 집안일은 제대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잠자리에서는 더없이 부지런해지거든.

아무리 아내를 싫어하고 원수같이 생각한다 해도 어떻게 이런 말을 다른 사람 앞에서 할 수가 있을까?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인데…… 이런 말을 할 정도의 인성인 사람이라면, 그가 하는 말을 믿기는커녕 가까이 하지도 않을 것 같다. 오셀로가 사람보는 눈이 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271 이아고: 언제나 아름다우면서도 결코 오만하지 않으며, 말을 잘하면서도 절대 떠벌리지 않고, 궁색하거나 인색하지 않으면서도 사치스럽지도 않고, 원망을 멈추고 분노를 날려 보낼 줄 알고, 대구 대가리가 좋다고 연어 꼬리를 내주지는 않는 분별력을 갖추고 마음속을 다스릴 줄 아는 여자, 남자들이 꽁무니를 줄줄 쫓아와도 뒤돌아보지 않는 여자에게는 구혼자가 따르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설사 그런 여자가 있더라도 그 여자는…… ~

바보 아기 젖 먹이고, 가계부나 적고 있겠죠.

그 시대의 여자에 대한 사회적 또는 셰익스피어의 개인적 인식이 매우 잘 드러난다.

 

272 오셀로: 내 지금 죽더라도 이 이상의 기쁨은 없을 만큼 행복하리. 왜냐하면 내 영혼은 절대 만족을 맛보았으므로, 이런 감정이 앞날에도 계속될까 두렵기 때문이오.

 

276 이아고: 결국 마누라엔 마누라로 되갚기 전까지는 그 무엇으로도 내 멍든 영혼이 만족할 리가 없지. 되갚지 못할 바에는 무어놈이 강렬한 질투심으로 분별력을 잃게 만들어야 해. 그러려면 무엇보다 그 불쌍한 베니스의 쓰레기 같은 인간이 사냥개처럼 뛰어다니도록 마음을 잔뜩 달아오르게 해야 해. 내 생각대로 움직여 준다면, 마이클 카시오 녀석쯤이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지. 그놈도 내 여편네와 잔 것 같거든. 어쨌든 그놈이 무어 놈에게 음탕한 욕을 해대면 무어 놈은 지독한 멍청이로 변해 돌아버릴 때까지 마음의 평온을 잃은 대가로 내게 감사와 보답을 아끼지 않을 걸. 계략은 이렇게 다 세웠건만 아직은 불투명하군. 악행이란 범행 전에는 전모가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제2장     같은 장소

제3장     성 안의 총독 관사 대청

278 오셀로: 마음껏 놀고 마시는 것도 좋지만 무분별한 것은 질색이니 명예롭게 자제하는 법을 배우세.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 “명예롭게 자제하는 법”. 어렸을 때는 술 취하고 무슨 짓을 해도 실수려니, 귀엽게 봐줄 수 있고, 어떻게든 집에는 갔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나이가 아닌 것 같다.

 

279 카시오: 오늘밤은 아 되겠네, 이아고. 나는 술에 약해서 금세 취해 버리는데다 실수를 잘 하거든. 다른 접대법을 알면 결례가 안 될 텐데 딱하게 됐네. ~

나는 아까 딱 한 잔만 했는데도, 그나마 몸 생각해서 물에 탄 술을 마셨는데 벌써 이렇게 된 거라네. 그러니 이 불행한 약점을 더 이상 시험해 볼 필요가 있겠나. ~

그다지 내키진 않지만 그러지.

그 불행한 약점을 시험해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279 이아고: 놈에게 한 잔만 더 먹이면 이미 마신 술 기운도 있으니 철없는 아가씨의 버릇없는 하룻강아지처럼 툭하면 허연 이를 드러내고 싸우려고 덤비겠지? ~ 이 주정꾼들 틈에 카시오를 풀어놓으면 그가 섬 전체를 욕보이는 행동으로 온 섬을 발칵 뒤집어 놓겠지.

 

287 이아고: 명예보다는 몸의 상처가 더 아프지 않습니까? 명예라는 건 그저 헛된 짐이며, 공도 없이 얻기도 했다가 이유도 없이 잃기도 하는 것이죠. 스스로 잃었다고 자책만 않으신다면 잃으신 것도 전혀 없는 것 같은데요. 보십시오, 마음을 돌리는 게 어떻습니까? ~ 마치 도망친 사자를 혼내 주기 위하여 죄 없는 개를 패는 것과 같은 이치죠.

사실 마음먹기 나름이다. 명예 또는 마음의 상처는 정말 헛되고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몸의 상처보다 훨씬 아플 수도 없다. 마음이 뭐길래

 

287 카시오: , 눈에 보이지 않는 술귀신아, 너한테 아직 이름이 없다면 이제부터는 널 악마라고 불러 주마! ~

인간이란 이해 못할 종자지. 흥청망청 즐기며 박수 치면서 스스로 짐승으로 변신하니 말이야! ~

멀쩡한 사람이 어느새 바보가 되어서 금세 짐승처럼 되어 버리다니! 분수를 모르는 술잔은 모두 저주받은 것이고, 그 안에 든 것은 악마야!

그 때보다 몇 백 년이나 흐른 지금도 통하는 말인 걸 보면 술은 정말 악마의 선물일지도……

 

290 이아고: 이게 바로 지옥의 신학이라는 거지! 악마가 인간에게 가장 검은 죄악을 부추길 때는 지금 내가 그러듯이 우선 천사 같은 모습으로 유혹을 하는 법이거든. 이 정직한 바보가 행운을 되찾으려고 데스데모나를 조르고, 그녀가 그에 응하는 동안 나는 무어 인의 귓속으로 독을 부어 넣겠어. ~

난 그녀의 미덕에 먹칠을 하고 그녀 자신의 덕행으로 그들 모두를 얽어맬 그물을 만드는 거야.

알면서도 매번 걸려들고 마는걸까?

 

3

제1장     성 앞

제2장     같은 장소

제3장     같은 장소

299 오셀로: , 귀여워서 미치겠군! 내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 영혼은 파멸되어도 좋소. 만일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면 그 때는 세상에 혼돈이 오리.

 

302 이아고: 명예는 남녀를 불문하고 소중한 법입니다. 우리 영혼의 값진 보배니까요. 지갑이야 도난당해 봤자 별겁니까, 돈이란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내 것이 다른 사람 수중으로 들어간 것에 불과하지요. 원래 돈이란 돌고 도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만 명예라는 것은 한번 도둑 맞으면 훔친 놈은 부자가 되지 못하지만 빼앗긴 쪽은 가난해지기 마련입니다. ~

부디 질투심을 경계하십시오! 질투심이란 희생물을 맘대로 조롱하고 잡아먹는 푸른 눈의 괴물이랍니다. 희생을 당한 자가 죄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괴물은 더없이 행복해 한다더군요. , 그러나 사랑에 푹 빠진 상태에서 상대를 의심하면서도 강렬하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저주받은 시간이 얼마나 길게 여겨지겠습니까! ~

가난하나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어떤 부자도 부러워하지 않는 법이지만, 제아무리 부자라도 가난해질까 봐 항상 두려워하는 사람의 마음은 한겨울처럼 쓸쓸하게 마련입니다.

이 글이 희곡, 즉 연극을 하기 위해서 쓰여진 글이란 걸 생각하면, 이 긴 대사를 외우고 자연스럽게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웠을지…… 나는 읽는 걸로도 지치는데. 대단하다.

 

308 이아고: 아무리 공기처럼 가볍고 보잘것없는 물건일지라도 질투심에 사로 잡힌 자에게는 성경 말씀만큼이나 강력한 확증이 될 수 있다는 걸 이게 증명해 주겠지. 무어 녀석은 벌써 내가 준 독약에 맛이 갔어. 억측이라는 건 본질이 독약이라서 처음에는 맛이 고약한 줄 거의 느끼지 못하다가도, 차츰 핏속으로 퍼지면 온몸이 유황불처럼 타오르게 되는 거지.

 

제4장     같은 장소

320 에밀리아: 의심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런 대답이 통하지 않는 법이죠. 이유가 있어서 의심하는 게 아니라, 의심하기 때문에 의심하는 거니까요. 의심이란 스스로 생기고 스스로 태어나는 괴물이랍니다.

맞다. 의심도 그렇지만 걱정도 마찬가지다. 걱정이 많은 사람은 걱정하기 위해서 걱정한다. 걱정도 의심처럼 스스로 생기고 스스로 태어나는 괴물이다.

 

4

제1장     성 앞

324 이아고: 내 약이 드디어 말을 듣는구나. 남의 말을 쉽게 믿는 바보들은 이렇게 무너지고, 수많은 정숙한 귀부인들은 또 아무런 죄도 없이 이런 식으로 치욕을 당하고 쓰러지는 거지.

 

329 오셀로: 돌처럼 굳어진 내 마음을 손으로 내려친다면 아마 손이 아프겠지?

정말 신선하고 창의적인 표현이다. 어느 TV CF에 나오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된 느낌이다. 얼마나 마음이 아파야 손으로 내리치면 손이 아플 정도로 굳어질까?

인간의 마음이 뭐길래…?”

 

353 로도비코: 저 고결한 무어인이 바로 우리 상원 전체가 이구동성으로 완벽하다고 격찬했던 바로 그분인가? 저런 것이 격정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결한 성품인가? 빗발치는 총알이나 난데없이 날아드는 환란의 화살로도 해칠 수 없었다는 바로 그 대단한 덕망을 갖췄다는 그분 맞나?

 

제2장     성 안의 방

337 오셀로: 없애자마자 바로 나타나는 여름철 쉬파리처럼 그대는 정숙하지. , 잡초 같은 여자여! 그대는 왜 그리 향기롭고 아름다운가? 냄새가 너무 달콤하여 코를 찌르는구나. 아예 태어나지 말았더라면 좋았을걸!

 

340 에밀리아: 틀림없이 남의 일에 쓸데없이 나서고 속여먹고 사기나 치는 어떤 흉악한 놈이 한자리 얻어 볼까 하고 꾸며낸 험담일 거예요. ~

용서를 해도 목을 매단 다음에 해야겠죠. 지옥으로 떨어져 썩어 문드러져라! ~ 장군님은 비열하고 악명 높은 불한당에게 속으신 게 틀림없어요. , 하늘이시여! 그런 불한당들을 가려 내어 밝고 환한 곳에서 발가벗긴 다음 정직한 사람들이 이 세상 끝에서부터 끝까지 질질 끌고 다니며 채찍질하게 해주소서!

남편과는 다르게 그래도 분별력이 있고 지혜롭다. 첫 부분에서 묘사된 캐릭터와는 좀 달라진 것 같다. 아니면 남편의 악행을 더 이상 보고 참을 수 없었던가.

 

제3장     성 안의 다른 방

345 데스데모나: 그분을 진정 사랑하기 때문이겠지만 거친 성품도, 고집과 찡그린 얼굴조차 멋있어 보이고 매력으로 보여.

우리말에도 사랑에 눈이 멀면 얼굴에 패인 자국도 보조개로 보인다고 했다.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348 에밀리아: 나쁜 일이라 해봐야 이 세상에서 저지른 일에 불과하죠. 수고의 대가로 세상을 얻는다면 어차피 자기 세상이니 퍼뜩 옳게 만들어 놓으면 되잖아요. ~

그러나 부인이 타락하는 건 결국 남편들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 아무리 덕이 있는 여자라도 성깔은 있는 법이니까요. 남편들은 여자들도 자기네랑 똑 같은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단것과 짠 것을 맛볼 줄 아는 혓바닥도 가졌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요. ~ 그러나 여자들이라고 정이 없을까요? 우리들도 자기들과 똑같다는 걸 남편들도 알아야 해요. 따라서 우리한테 잘해 줘야죠.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잘못 행동한 결과로 우리도 잘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요.

 

5

제1장     거리

349 이아고: 저놈이 카시오를 죽이든지, 카시오가 저놈을 죽이든지, 아니면 둘이 함께 죽든지 어쨌든 내 판이 되겠구나. 하지만 두 놈이 다 살아남으면 나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거든. 만일 로데리고가 살아 남으면 데스데모나에게 선물한다는 구실로 내가 속여 뺏은 황금과 보석을 당장 배상해 달라고 요구할 게 아닌가. 그건 안 되지. 하지만 그렇다고 카시오가 살아남으면 그의 삶과는 대조적인 내 꼴이 더욱 추하게 보일 수 있거든. 게다가 무어인이 그에게 내 얘기를 털어놓을 수도 있으니 내가 위험해진단 말씀이야. 안 돼, 그는 반드시 죽어야 돼.

 

제2장     성 안의 침실

356 오셀로: 타오르는 불꽃은 꺼졌다가도 환한 빛을 되살릴 수도 있지만, 위대한 조물주의 절묘한 걸작품인 너는 한번 꺼 버리면 다시 불붙여 줄 길이 없구나. 프로메테우스의 불씨를 내 어디에서 찾아낼 수 있겠는가? 한번 꺾어 버린 장미는 내가 생명을 주지 못하는 한 시들 수밖에 없는 법. 숨이 붙어 있는 동안 향기나 맡아 보자. (키스 한다) 이 향기로운 숨결 정의의 여신조차 향기에 홀려 칼을 꺾을 법하구나. 한 번만 더…… 죽어서도 이렇듯 향기롭다면 나는 너를 죽인 다음 다시 사랑하리.

셰익스피어의 글에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 여러 곳에서 적절하게 등장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지 않았더라면 누구인지는 알았더라도 정확한 의미(행간)를 읽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

 

364 그라반쇼: 네 아버지가 세상을 뜬 게 다행이다. 네 결혼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순전히 슬픔 때문에 숨을 거두었던 게 차라리 다행이구나. 살아서 지금 이 광경을 보았다면 절망한 끝에 천사마저 저주했을 것이다.

 

367 오셀로: 하지만 모두가 헛된 자랑이지요. 자기 운명을 뜻대로 다스리지 못했으니 모든 게 끝장난 거지요.

 

368 오셀로: 네놈을 살려 두는 게 나을 테니까. 죽는 것이 오히려 행복한 일로 여겨질 것이다.

369 로도비코: 이놈에게는 오랫동안 살려 두면서 교묘하고 잔인하게 고문을 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리 할 것이고, 장군은 베니스 정부가 당신 과오를 낱낱이 알아낼 때까지 엄중한 감시를 가둬 둘 것이오.

죽이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로도비코의 말처럼 오히려 살려 두면서 괴롭히는 것이 더 잔인한 형벌일 것이다. 앞에서와 의미는 다르지만 여기서도 해당되겠다. 죽음보다 못한 삶도 있다.

 

370 로도비코: , 피비린내의 종지부로군!

371 오셀로: 그대를 죽이기 전에도 입을 맞추었는데. 이 길 밖에 없어. 자살하고 키스하며 죽는 길밖에는 없구나. (데스데모나 위에 넘어져 죽는다)

 

햄릿

1

제1장     엘시노 성 망대

377 버나도: 누군가 말을 걸어주길 바라는 것 같지 않나? ~

이 일을 어떻게 갈피를 잡아야 할지 모르지만, 내 생각엔 이 나라에 큰 변이 일어나려는 흉조임에는 분명한 것 같아.

379 호레이쇼: 허깨비야, 게 섰거라. 거기 서라! 입이 있거든 말을 해봐. 네 원한을 풀어주면 나한테도 복이 될 테니, 어서 말을 해봐. 혹시 이 나라의 재앙을 알고 잇는 건 아니냐? 미리 피할 수 있도록 말하라! , 말하라. 아니면 생전에 땅속에 재물을 파묻어 둔 것이라도 있어서 죽어 유령이 되어서까지 지상을 떠돌아다니는 거냐?

 

380 호레이쇼: 해가 붉은 망토를 걸치고 이슬을 밟으며 동녘 산마루로 솟아오르고 있군.

역시나 시적인 표현이다. 셰익스피어는 시 형식의 소네트도 많이 썼다고 하는데, 이런 표현을 보면 그가 쓴 소네트들도 훌륭할 것 같다.

 

제2장     성 안의 회의실

381 : 그야말로 한쪽 눈에는 눈물을, 다른 쪽 눈에는 웃음을 띤 채 장례식은 즐겁게, 결혼식은 슬프게, 기쁨과 슬픔을 똑같이 저울질하면서 왕비를 맞아들인 셈이오.

 

383 햄릿: 보이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습니다. ~ 이 새까만 외투나 이 검은 상복이나 억지로 내쉬는 과장된 한숨으로 어찌 제 심정을 드러낼 수 있겠습니까. 냇물처럼 흐르는 눈물과 슬픔으로 일그러진 표정 등은 그저 꾸밀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제 마음속에 있는 것은 그렇게 꾸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드러내는 슬픔은 겉으로만 장식하는 옷이나 다를 바가 없지요.

리어왕의 코델리아와 비슷한 성격인 것 같다.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서 과장하지 않는다. 진심은 꾸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니 꾸밀 수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잘 안보일 수도 있다.

 

383 : 유족들은 자식 된 도리를 하느라 일정 기간 동안 상복을 입고 애도를 표하지. 그러나 그것도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신을 모독하는 행위이며, 남자답지 못한 태도다. 다시 말해 신의 섭리에 역행하는 행위이며, 다 신앙이 부족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이라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일, 어찌 부질 없이 반항하며 슬퍼해야 하는가. 그것은 하늘을 배반하는 일이며 망자에게도 옳지 못한 행동이고, 자연을 거역하는 일이다.

이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왕이 악인이라서 그렇지 사실 햄릿을 비롯한 다른 비극의 악인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맞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햄릿의 왕은 아주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도 다른 악인 캐릭터들과는 달리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 보인다.

 

385 햄릿: , 생각하기도 싫구나. 약한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인가! 한 달도 되기 전에, 니오베 여신처럼 온통 눈물에 젖어 아버지의 상여를 따라가던 신발이 채 닳기도 전에 숙부의 품에 안기다니. , 신이시여! 이성이 없는 짐승이라 해도 그분보다 더 오래 슬퍼했으련만. ~ 내가 헤라클레스와 전혀 닮지 않았듯이 아버지와 조금도 닮지 않은 자와 한 달도 안 되어 결혼하다니. 하음에도 없이 흘린 눈물의 소금기로 쓰린 눈동자의 핏발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결혼하다니. ~ 이것은 선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하지만 이 가슴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지.

이 대사에서도 니오베’, ‘헤라클레스등 그리스 신화의 캐릭터가 나온다. 특히 햄릿에서 신화 속의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햄릿이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임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런걸까?

 

386 햄릿: 제사상 음식을 차린 뒤에 그것으로 잔칫상을 차리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제3장     플로니어스의 저택

390 레어티스: 하지만 문제는 그분의 신분이 너무 높아,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일을 처리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거야. 왕실의 체통을 지켜야 하고, 보통 사람들처럼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는 분이지. 게다가 이 나라의 안정과 번영이 그분의 선택 여하에 따라 좌우되거든. 그러니 자신의 배우자를 간택하는 것도 자신이 다스리는 백성의 의사에 따라 좌우된다는 거야.

높은 신분이 되고 많은 돈을 갖고 힘을 갖는 것은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데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신분이 높아지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지기도 한다. “왕실의 체통을 지켜야 하고, 보통 사람들처럼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는”. 똑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많이 배우고 경력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나기도 한다. 겉으로 좋아보이는 일들이 실제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392 플로니어스: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 것. ~ 그리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말을 삼갈 것, 어떠한 판단이든 신중할 것, 옷맵시를 내되 눈에 띌 정도로 내지 말 것, 품위가 있도록 말야. 옷은 인격을 나타내니까. ~ 돈은 빌리지도 말고 꾸지도 말 것, 돈을 빌려주면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다는 걸 명심하거라. 게다가 돈을 빌리면 절약하는 마음이 무뎌진다는 걸 잊지 말고.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게 충실할 것, 그렇게 하면 밤이 지나 낮이 오듯이 다른 사람에게도 충실해지게 마련이란다. ~ 내 충고가 네 마음속에 무르익기를 기도하마.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제대로 실천하기는 어려우며, 제대로 실천한다면 정말 훌륭한 사람일 것이다. 나도 이 중에서 몇 가지 꼭 실천해야할 일들이 보인다.

 

393 플로니어스: 맹세란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다가 금세 사라지는 거야. 그 불길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야. ~ 그러니 왕자님의 맹세를 믿어선 안 돼. 그런 맹세 따위는 겉과 속이 다르단다. 가당찮은 청원을 하는 사람들처럼 입으로는 그럴 듯하게 말을 하지만, 실상은 자기들의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할 뿐이야.

 

제4장     망대의 한 통로

394 햄릿: 저런 관습은 차라리 없애 버리는 것이 좋겠어. 엄청나게 술을 마셔대니까 세계로부터 우리나라가 비난을 받고 있어. 돼지처럼 주정을 부린다고 욕을 해대는 거야. 참으로 망신스런 관습이지. 저래서 우리가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쌓는다 해도 말짱 도루묵이 되지. 말하자면 어던 사람이 선천적으로 결함을 갖고 태어났다 해도 그건 그 사람 잘못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거든. 그런데 그 결함을 더욱 부각시켜 봐. 아마 그 사람이 아무리 빼어난 미덕이 있다 해도 그 결함이 더욱 드러나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게 될 거야. 이처럼 티끌 만한 결점이라 해도 평판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거지. 왜 그런 말 있잖은가. 백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잘못한 것만 눈에 띄고 잘한 건 모두 없어지는 것 말야.

재미있게도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술을 가장 많이() 마신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그런데 독일(맥주), 러시아(보드카), 영국(위스키, 맥주), 프랑스(와인), 중국 등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술을 가장 많이 마신다고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말한다. 세상에는 정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제5장     망대 아래의 빈터

398 유령: 네 아비를 죽인 독사는 지금 머리 위에 왕관을 쓴 자니라. ~

게다가 죄업이 한창일 때 죽는 바람에 성찬식도 못하고 최우의 참회 기도도 없이 하나님 앞에 끌려나가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 정말로 끔찍한 일이다! 정말로 무서운 일이다. ~ 그러나 이 일에 대한 복수를 하되 네 마음을 더럽히지는 말아라. 그리고 아무리 분노하더라도 어머니를 해치지 말고 하늘의 심판에 맡겨 둬라. 그녀의 마음속에 가책이 일어나 고통을 받도록 내버려두거라.

 

402 햄릿: 세상에는 우리들의 학식으로도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네. ~

이 무슨 저주받은 운명이란 말인가. 하필이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태어나다니

 

2

제1장     플로니어스의 저택

405 플로니어스: 그러니까 내가 바라는 바는 바로 이거야. 이 방법이야말로 최상의 방법이라고 믿고 있거든. 우선 자네가 레어티스의 흉을 보면서 슬쩍 물고 늘어지면, 아마 상대방은 맞장구를 치거나 반박을 할거야. 불미스런 행위를 목격했다면 틀림없이 맞장구를 치겠지. ‘, 그렇습니다요, 어르신하거나, 아니면 여보시요하면서 마구 험담을 늘어놓겠지. ~

어쨌든 자네가 아는 척을 하면 상대방은 자기가 아는 얘기를 술술 털어놓을 거야. ~ 내 말 알겠나? 다시 말해 자네는 거짓말을 미끼로 진짜 대어를 낚는 셈이지. 원래 지혜롭고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은 으레 먼발치에서 뒤통수를 치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직접적인 진실을 알아내는 법이야.

낚시의 정석.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배우고 있다.

 

408 플로니어스: 늙으면 괜스레 사서 걱정을 한다더니, 의심부터 하는 게 잘못이야. 정반대로 젊은이들은 너무 분별이 없어서 탈이고.

 

제2장     성안의 알현실

411 플로니어스: 도대체 왕권이란 무엇이며 신하의 본분은 무엇인지, 어째서 낮은 낮이며 밤은 밤인지, 시간은 왜 있는 것인지 따지는 것은 낮과 밤과 시간의 낭비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간결한 건 지혜의 핵심이요, 외관상의 장황함은 포장일 뿐입니다.

 

421 로즌크랜츠: 요즘엔 어린 배우들이 나와서 꽥꽥 소리를 질러대야만 박수갈채를 받거든요. 그게 유행이죠. 이제 예전 연극들은 통속극이라 해서 배척을 당하는 시대가 되었지요. 점잖은 신사들도 비평가들의 악담이 두려워 극장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는답니다.

몇 천 년 전에 쓰여진 글에도 요즘 아이들 ~가 문제다라는 말이 있다고 하던데…… 400년 전의 시대상이 바로 요즘의 시대상 같다. 이게 햄릿에 나온 대사라는 말이 없다면 요즘 얘기를 하는 걸로 알겠다.

 

425 햄릿: 자고로 배우는 시대의 축소판이자, 연대기야. 죽은 후에 고양한 묘비명을 얻는 것보다는 살아 생전에 배우들의 혹평을 듣는 게 더 괴로운 법이니까.

 

426 햄릿: 난 어쩌면 이렇게 못났을까! 저 배우는 한낱 꾸며낸 얘기에 몰입해 갖은 감정을 표출해 내는데 난 내 감정 하나 다스리지 못하다니.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헤카베 때문에 창백한 얼굴로 눈물짓지 않았는가! 그에게 헤카베가 뭐길래? 헤카베에게 그가 어떤 존재길래 운단 말인가? 만약 나만큼 고민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저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무대를 눈물로 흠뻑 적셨겠지. 무시무시한 대사로 관객들이 고막을 찢었을 거고, 죄 지은 자는 미치게 하고, 죄 없는 자는 두렵게 하며, 무지한 자는 당혹케 했겠지. 관객들은 넋을 잃고 눈과 귀가 먹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이 미련한 인간인 나는 그저 몽유병자처럼 서성대며, 해야 할 말은 한 마디도 못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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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엘시노 성

429 플로니어스: ~ 악마의 본성을 사탕발림으로 감추는 일이어서 찔리지만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니라.

: (방백) 저 한 마디가 내 양심을 찌르는 구나. 분칠한 창부의 얼굴이라한들 내 행실보다는 추악하지 않으리라. , 죄악의 무거운 짐이여!

왕이 나쁜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양심이 있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그냥 권력 욕심에 눈이 멀었던 것 같다.

 

429 햄릿: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도 죽은 듯 참아야 하는가. 아니면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재앙과 싸워 물리쳐야 하는가. 죽는 건 그저 잠자는 것일 뿐, 잠들면 마음의 고통과 육신에 따라붙는 무수한 고통은 사라지지.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결말이 아닌가. 그러면 또 꿈도 꾸겠지. , 그게 문제로다. 이 세상의 고민에서 벗어나 죽음 속에 잠든 때에 어떤 악몽이 나타날지 생각하면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지. 그래서 결국 괴로운 인생을 그대로 이끌고 가는가. 그렇지 않으면 누가 이 세상의 채찍과 모욕을 참겠는가. 폭군의 횡포와 권력자의 오만함, 좌절한 사랑의 고통과 오만방자한 관리들, 소인배가 덕망 있는 사람을 모욕하는 이 비극을 누가 참겠는가. 그저 칼 한 자루면 이 모든 것을 깨끗하게 끝장낼 수 있는데.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우리는 이 세상에 남아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디는구나. 결국 분별심은 우리를 겁쟁이로 만드는구나.

리어왕, 맥세스, 오셀로에 이어 햄릿에도 죽음에 관한 성찰과 깊은 고민이 드러난다. 아마도 셰익스피어는 아들 등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불행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했던 것 같다. 삶이 죽음보다 못한 고통인 경우에도 또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신의 삶을 합리화하려했던 건 아닐까? 그냥 사유의 결과라기엔 너무도 자세하고 생생해서 많은 부분이 공감된다.

 

432 오필리아: 옛날 그 아름다운 일을 보았던 눈으로 참혹한 현재를 봐야 하다니. 아아, 이 불행이여!

 

제2장     성안의 홀

434 햄릿: 연기는 대사에, 대사는 연기에 조화시켜야 되느니라. 특히 명심해 둘 건 자연의 절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해.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연극의 목적은 벗어나는 법, 연극의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말하자면 자연을 거울에 비추어 보이는 일이지. 옳은 건 옳은 대로, 그른 건 그른 대로 고스란히 비추어, 그 시대의 시대상과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만일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어설픈 관객을 웃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식견이 있는 관객은 분노마저 느끼게 돼.

 

436 햄릿: 가진 것 없는 자에겐 아첨할 이유가 없지. ~ 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자네를 진정한 벗으로 정했다네. 실상, 허다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자네는 조금도 마음의 동요가 없었어. 운명의 고난과 영광을 똑같이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자네는 감정과 이성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운명의 여신의 손끝에 놀아나서 우둔한 소리를 울려주는 패거리들하고는 본질부터 다르네. 격정의 노예가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에게는 필요하네.

칭찬과 아첨을 구분하는 방법중의 한가지. 나에게서 가져갈 것이 없는 사람이 한 좋은 말이라면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칭찬인지 아첨인지 구분하기 쉬운, 좋은 때이다

 

440 극중 왕: 하지만 인간이란 아무리 결심을 해도 그걸 깨뜨리기는 아주 쉬운 법이오. 의지는 단지 기억의 노예에 불과하기 때문이오. 태어날 때의 기세는 강해도 금세 사라져 버리는 것. 마치 설익은 과실처럼 지금은 가지에 매달려 있지만 익으면 흔들지 않아도 땅에 떨어지게 마련이오. ~ 격정에 사로잡혀 한 맹세도 격정이 사그라지면 함께 꺼져가듯 세상에 영원이란 없는 것이오.

 

447 햄릿: 아무리 가혹한 짓을 하더라도 자식으로서의 정은 잊지 말자. 말로는 칼끝처럼 날카롭게 찌를지라도 진짜 칼을 휘둘러서는 안 되지. 혀와 마음을 따로 분간하자. 말로 어머니를 매질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겨서는 안 되지.

자식들의 한계…?? 어쩔 수 없이 정말 아픈 말은 안() 하게 되는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제3장     같은 장소

449 : , 내 죄의 악취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인류 최초의 무서운 저주를 받은 카인의 형제 살인죄. , 기도 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정작 기도를 드릴 수는 없구나. , 이 손에 하늘이 은혜로운 비를 내려 눈처럼 희게 해줄 수는 없을까? 죄인을 구제해 주지 못한다면 어찌 자비라 할 수 있는가? 죄를 미연에 방지하고 또 저지른 죄를 용서해 주는 이중의 공덕이 없다면 기도를 드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서양 문학을 잘 이해하려면 그리스 신화와 더불어 성경에 대한 기초 지식도 있어야 함을 보여주는 대사. 역시나 양심은 있다 했더니 기독교이으로서 신에 대한 죄의식이었던 것 같다.

 

450 햄릿: 기도 중이니 해치우기에는 지금이 가장 좋구나. 해치우자. (칼을 뺀다) 가만, 지금 죽이면 저자는 천당에 가고 나는 복수를 하게 된다? 아냐, 아버지를 죽인 악당을 천당으로 보낸다? 그러면 복수라고 할 수 없지. 저 악당이 스스로의 영혼을 깨끗이 씻으며 죽음을 준비하고 있을 때 그를 해치우는 일은 복수가 아니다. ~ 저자가 기도하며 영혼을 깨끗이 씻고 승천할 차비중에 죽여 버리는 일이 복수란 말인가? 어림없는 소리. ~ 저 악당이 불륜의 쾌락을 탐닉할 때, 혹은 도박을 하거나 욕설을 퍼부을 때, 그 밖에 무엇이든 구제받을 수 없는 못된 짓에 빠져있을 때 복수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의 영혼은 지옥의 저주를 받게 되겠지. ~ 너를 지금 살려 두는 것은 너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위해서다.

 

450 : 나의 기도는 하늘로 날아갔지만, 나의 마음은 지상에 남아 있구나. 마음이 따르지 않는 빈말이 어찌 하늘에 닿겠는가.

 

제4장     왕비의 내실

453 햄릿: , 이분의 고귀한 모습을 보시란 말이에요. 아폴론의 머리카락, 주피터 같은 훤칠한 이마, 전쟁의 신 마르스의 눈, 신의 전령 헤르메스가 막 내려앉은 듯한 모습을요.

 

455 햄릿: 제발 부탁드리오니 양심에다 그렇게 위안의 고약을 바르지 마세요. 속은 썩어 문드러지니까요. ~

습관이라고 하는 괴물은 악습에 대한 감각을 죄다 먹어 버리지만 또한 천사와 같은 일면도 있어 항상 점잖고 착한 행동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어색한 옷 같아도 어느새 쉽게 몸에 어울리게 해준답니다. ~ 이와 같이 습관은 인간의 천성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악마를 아주 극복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경이로운 힘으로써 우리의 정신 밖으로 내쫓을 수도 있는 거예요.

처음 읽을 때는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됐었다. 몇 번 읽으니 이해도 되고 공감도 된다. 재미있고 잘 읽힌다 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란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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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같은 장소

제2장     궁성 안의 다른 방

462 햄릿: 머저리 귀엔 독설도 우이독경이라고 했겠다.

 

제3장     궁성 안의 홀

464 햄릿: 먹고 있는 중이 아니라 먹히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구더기 같은 정치꾼들이 모여 그 늙은이를 먹어대는 중이지요. 구더기란 먹는 일에는 제왕이거든요. 우리가 다른 동물들을 살찌게 해서 잡아먹듯이 우리 자신을 살찌우는 것은 바로 구더기를 위해서죠. 살찐 왕이나 야윈 거지나 결국은 둘 다 같은 식탁에 오르지요. 그렇게 끝장이 나는 겁니다.

끔찍하고 슬픈 내용인데 참 재미있고 의미있게 표현한 것 같다. 역시 세계 최고의 대문호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제4장     엘시노 근처의 평야

467 햄릿: 인간의 하루하루가 단지 먹고 자는 것뿐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짐승과 다를 게 무엇인가? 신이 인간에게 이토록 위대한 사고력을 주신 것은 미래와 과거를 내다보라고 한 것이 아닌가. ~ ‘이 일은 꼭 해야 한다고 하면서 입으로만 떠들어대고 허송세월하고 있느냐 말이다. 내 그 일을 실행할 만한 대의명분도 의지도 힘도 수단도 모두 다 갖추고 있지 아니한가. ~ 그런데 도대체 내 꼴은 뭔가? ~ , 이제부터는 내 마음아, 잔인해져야 한다.

나에게 하는 말 같다.

, 이제부터는 내 마음아 독해져야 한다.

 

제5장     궁성 안의 홀

469 왕비: 죄의 시달림을 받는 자들은 하찮은 일조차도 큰 재앙의 전주곡처럼 들리지. 그래서 죄진 마음은 숨기면 숨길수록 더욱 드러난단 말야.

죄 짓고는 못 산다는 셰익스피어의 죄와 벌에 대한 의식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

 

475 레어티스: 저애한테 가면 슬픔도 번민도 지옥의 형벌까지도 아름답고 사랑스런 것으로 바뀌는 구나.

 

제6장     같은 장소

제7장     같은 장소

478 : 그들은 그의 결점까지도 사랑해. 마치 나무를 돌로 변질시키는 광천수처럼 그에게 족쇄를 채워도 오히려 장식인 것처럼 찬양해. 그러니 과인이 쏜 화살은 다시 부메랑처럼 표적에 닿지도 못한 채 내 손끝으로 돌아와 버리기 때문이야.

 

481 : 그러나 사랑도 다 때가 있는 법 아닌가. 적당한 때야말로 사랑의 불꽃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약화시키기도 하지. 무슨 일이든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좋은 일도 막바지로 치달으면 쉽게 기우는 법. 따라서 일단 마음먹은 것은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해. 조금 지나면 하고픈 마음도 해야 한다는 결심 자체도 변하니까. 세상 사람들의 말, 행동 또는 여러가지 사건으로 약해지고 흔들리기 때문이지. 그래서 이 같은 결심은 과용하는 한숨처럼 토해낼 때마다 상쾌하지만 몸에는 해로운 법이지.

여러 다른 캐릭터를 통해서 반복되는 표현이 있다. “일단 마음먹은 것은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해. 조금 지나면 하고픈 마음도 해야 한다는 결심 자체도 변하니까.”도 그 중의 하나다. 맥베스도 심지어 햄릿도 비슷한 말을 했다. 셰익스피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일까? 오늘은 내게 해주는 말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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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엘시노의 묘지

487 햄릿: 지금 저 바보 같은 위인에게 천대받는 저 해골의 주인공은 한 때 잘 나가는 정치가였을지도 모르지. ~ 아니면 궁정의 아첨꾼이었는지도 모르고. 그는 떠벌렸겠지. ~ 틀림없이 그럴거야. 하지만 지금은 구더기의 밥이 되고 산역꾼들의 삽날에 얻어맞는 신세가 되었군. 눈에 뵈지 않아서 그렇지 참으로 오묘한 변화야! 인간의 유골이 던지고 노는 놀이감의 값어치밖에 안 된단 말인가? ~ 머리통 속에 이렇게 진흙만 가득 차 있는 걸! ~ 땅을 집어삼킨 이 자에게 결국 남은 건 이 골통밖에 없지 않느냐 말야, 안 그래? ~

이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재담꾼이었다네. 나를 언제나 등에 없고 다녔는데, 지금 이 꼴을 보니 소름이 끼치네. 여기쯤 내가 수없이 입맞춤했던 입술이 달려 있었겠지. 모두를 웃게 만들던 너의 익살, 광대춤, 노래는 어디로 갔느냐? 이를 드러낸 해골 바가지, 너는 내꼴을 비웃지도 못하겠구나.

살아있을 때 아무리 위대했던 사람이나 천대받았던 사람도 죽으면 마찬가지. 여기서도 삶과 죽음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의식이 엿보인다.

 

제2장     궁성 안의 홀

499 호레이쇼: 저 사람 말은 주석 없이 못 알아듣겠군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 정말 공감된다.

 

502 햄릿: 내 가 한 짓에 자네의 효성과 명예, 감정이 몹시 상했을 거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광기로 인해 빚어진 거였네. 레어티스를 모욕한 것이 햄릿이었던가? 아냐. 결코 햄릿이 아니었네 그렇다면 누구지? 그의 광기지. 그렇게 따지고 보면 햄릿도 피해자가 되는 셈이네. 그의 광기는 가여운 햄릿 자신의 적이기도 하네. ~ 지붕 너머로 쏘아 올린 화살이 우연히 형제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라고 생각해 주게.

 

505 레어티스: 내가 친 덫에 스스로 걸리고 말았네. 오즈릭, 내 자신의 흉계에 내가 목숨을 잃으니 할말이 없군.

 

작가 소개

510 인간의 오욕칠정을 주무르고 영혼을 후려치는 깊고 넓은 시적인 울림, 그리하여 시대와 공간을 넘어 재해석되고 재음미되는 불멸의 울림을 낳았다.

 

515 각기 다른 소재들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4대 비극을 한데 묶어 정리하기는 쉽지 않지만, 인간 삶에 편재하는 거대한 악에 의해 개인의 선량한 의지와 행위들이 속절없이 유린되고 파괴당하는 비극적 상황에 대한 작가의 침울하고 침통한 시선이 네 작품 모두에서 고스란히, 훌륭하게 관철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진실을 얻기 위해 반드시 그에 갚음할 만한 커다란 대가를 치르는 인간 세상의 비극성을 제시하고, 죽음에 대한 감수성을 내내 견지하면서 인간적인 가치 탐구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 셰익스피어의 뛰어난 창작력이 세계 연극사상 최고의 비극을 만들어낸 것이다.

비극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끝내는 정의가 실현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감수성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이 작품의 공통점인 것 같다. 그래서 슬프지만 그래도 요즘 말로 사이다같은 느낌이 조금은 있다. 완전 통쾌하고 시원한 사이다는 아니고 살짝 미지근한 사이다 같다.

 

 

내가 저자라면

 

l  목차에 대하여

l  보완이 필요한 점

교정을 제대로 안 본건가? 오타와 비문이 너무 많다. 국어 문법에 아주 뛰어나지 못한 나도 이만큼 발견했다. 뛰어난 사람이라면 띄어쓰기 등 더 많이 찾았을 것 같다. 이 정도 두께의 책을 쓰거나 번역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오타나 비문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읽을 때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많았다. 출판사에 정리해서 보내고 싶다. 반영만 한다면……

80 고착 -> 고작

103 ‘켄트와 신사 한 사람 등장외 여러 건 (리어왕)

: 신사와 사신을 헷갈린 게 아닐까? 등장인물에는 신사가 없고 사신만 있는데 극 중에는 신사가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문맥상으로 볼 때 사신이 맞는 것 같다.

217 깨드리지 -> 깨뜨리지

222 싶는 게 -> 싶은 게

229 어떤 무서움을 나를 놀라게 하지는 못한다 -> 무서움도

256 저는 그녀가 청을 받아들여 젊은 시절에 ~ -> 그녀의

269 그런 쓸데없는 말은 소리 그만 해요. -> 그런 쓸데없는 말은 그만 해요.

336 우리는 그 짓을 할거니가 -> 할거니까

349 단검을 들고 계시가 푹 찌르시면 돼요 -> 계시다가

360 에밀리라 -> 에밀리아

364 난 집에 여영 돌아가지 않을지도 몰라요. -> 영영

369 엄중한 감시를 가둬 둘 것이오. -> ???

380 솟아오르는고 있군. -> 솟아오르고

384 내 뒤를 이은 왕위를 계승자다 -> 이을 왕위

392 돈은 빌리지도 말고 꾸지도 말 것 -> 빌려주지도

415 나를 생선장사라고 하는 것을 보면 -> 생선장수

418 왕과 영웅들의 거지의 그림자이고 -> 영웅들과

499 나 자신도 모르면서 어찌 남은 안다 있겠소 -> 안다 할 수 있겠소.

 

l  이 책의 장점

희곡으로 쓰여져서인지, 요즘의 구어체와는 거리가 먼데도 잘 읽힌다. 처음에는 소설 읽듯이 그냥 읽다가 어느덧 배우처럼 감정을 넣어서 읽게 되면서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고 그가 처한 상황이나 입장도 잘 이해가 됐다. 입 밖으로 소리 내서 읽는 데 아닌데도 읽다보면 저절로 그렇게 됐다.

이렇게 나름의 공감각적 독서를 하게 되면서 다른 감각도 일깨우게 됐다. 어렸을 때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공감각적 독서가 가능했었다. 예를 들어 책을 읽으면서 그 장면의 냄새까지 상상하는 게 가능했었다. 지금도 특정 장면을 떠올리면 냄새까지 같이 떠오르는 책들이 있다. 오랜만에 그런 독서가 가능해서 즐거웠다.  

 

l  내가 저자라면 

감히 셰익스피어를 대신해서 내가 저자라면을 쓸 수 있을까? 조금 만만한 옮긴이 셰익스피어 연구회를 대신한다 생각하자. 우선 위에서 지적했듯이 오타, 비문 등을 전면 수정하겠다. 번역서, 특히 희곡인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오타나 비문 등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읽는데 몰입을 방해할 정도라 교정을 안 본 것 같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어투가 너무 옛스럽다. 400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니 당연하다 싶지만 번역해서 우리나라에 출간되는 시점의 어투를 반영하는 건 어떨까 싶다. 내가 번역자라면 한번 그렇게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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