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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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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6일 06시 39분 등록
Ⅰ. 저자에 대하여

책 제목 : 열정과 기질
저자 : Howard Gardner
감역 : 문용린
번역 : 임재서

이 책의 저자, 하워드 가드너야 말로 창조성을 발현했다는 천재들의 목록에 삽입이 되
어야 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다중 지능이론’ 이라는 새로운 사회 심리학의 영역을 창시한
학자인데, 그는 그의 시대 이전에 확립이 된 수많은 심리학적인 연구들을 통합한 후 거기에
자신의 창의적인 연구결과를 추가했다. 그리하여 한 인간의 지능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왔던 것들에 비해 훨씬 더 다면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내어 왔다.

1943년 미국의 스크랜톤 이라는 지역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현재 하버드 대학의
교육 심리학 교수이자 보스턴 의과 대학의 신경학 교수이기도 하다. 학자로서 그는 <마음의
틀>이라는 저서로 인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국내외에 수많은 연구
소에서 그의 이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만큼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어린 시절, 한 때 꽤 유망한 피아니스트 였고,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하기로 결심을 한 적도
있으며, 사회학, 역사, 심리학 등 자신의 호기심을 쫓아 폭넓은 공부를 했던 경험이 있는 그
는 자신만의 폭넓은 경험을 다양한 저서에서 녹여 내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는 창의적인 학자로서 현재 교수직 이외에 하버드 대학교의 프로젝
트 제로(Project Zero) 연구소라는 이끌고 있기도 하다. 그는 연구소에서 인간의 예술성과
창의성 발달 과정의 근본을 밝혀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

그의 연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의 역량으로 보아 훨씬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담긴 저서를 그가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볼 수도 있겠다.

<저자의 국내 출판 저서>

<마음을 틀 Frames of Mind> 이경희, 문음사
<20세기를 움직인 11인의 휴먼 파워> 이종인, 살림출판사
<비범성의 발견> 문용린, 해냄출판사
<다중지능: 인간지능이 새로운 이해 Intelligence Reframed> 문용린, 김영사
< Good Work> 문용린, 생각의 나무
<더 오래된 과학, 마음> 조원희, 여시아문
<열정과 기질 Creating Minds> 임재서, 북스넛
<체인징 마인드 Changing Minds> 이현우, 재인
<지능심리학> 김정휘, 시그마프레스
<통찰과 포용 Leading Minds> 송기동, 북스넛
<다중지능 Multiple Intelligence> 문용린, 웅진지식하우스

Ⅱ.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p31] 요즘 예술가가 어떤 사람인가 하면, 무엇이든 자기가 하는 일을 예술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p39]혁신적인 인물이 어린 아이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섬세하게 간파하는 것도 창조성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다.

[p43] 이 책에서 다루는 창조적인 거장들 역시 다양한 문화에 흠뻑 젖는 것이 필요하고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파리나 취리히 같은 국제적인 도시에 이끌린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p45] 반면 정치와 종교, 교육, 상업, 임상 분야 등 ‘인간관계’의 영역에서 창조성을 논하는 일은 왠지 가당치 않다는 느낌을 주곤 한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보다 예술가와 과학자가 창조성 논의에 더 적합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지엽적이다. 다른 이유가 좀더 실질적인데, 정치를 비롯한 인간 관계의 영역에서는 창조적인 도약이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나고, 따라서 어떤 특정한 창조적인 도약을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 활약한 특정한 개인과 동일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p48] 물론 이들 작자는 지능의 전 영역을 골고루 지녔고, 자신의 일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지능을 두루 활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저마다 우수한 지능이 서로 달랐고, 각자의 창조적인 도약 역시 특정 지능의 우수함을 요구하는 해당 분야의 상징과 이미지 및 조작방식을 정교하게 활용한 성과물이다.

[p49]나는 이와 같은 시대 정신, 즉 특정한 개인들이 우연히 그것을 일깨우고 결과적으로 (어쩌면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것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시대정신이 존재한다는 견해를 신봉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역사를 우연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미리 앞서서 미래에 생길 일을 규정하는 정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장 극적인 역사적 변동을 일으키는 요인은 빗나간 총탄이라든가 화산 폭발과 같은 우연적인 사건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p53]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걸쳐 서유럽과 동유럽에 만연한 것은, 한편으로는 기존 사회제도의 퇴조와 공통 지식의 소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대개는 불온하다 싶을 정도로 낯설고 때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무모한 창조적 열정이었다.

[p111]프로이트가 수수께끼나 퍼즐과 같은 곤란한 문제를 푸는 데 몰두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그는 분명 역설적인 문제에 골몰하는 것을 좋아했고, 해답이 풀릴 때까지 곰곰히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p132] 나 같은 사람은 무언가에 열정을 쏟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마침내 한 가지를 찾아냈다……심리학이다. 항상 나를 유혹하는 목표였는데 신경증이라는 주제를 만난 지금은 한층 더 마음이 끌린다.

[p137]”내가 내린 결론에 망설임과 의심이 생길 때마다, 아무 뜻도 없고 뒤죽박죽으로 뒤엉킨 꿈을 분석해서 꿈 속에서도 논리적이고 뜻이 분명한 심리 과정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훌륭하게 밝혀 낸다는 것은, 내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는 자신감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

[p144]소원은 전의식으로 표출되고자 하는데, 낮에는 검열에 의해 왜곡되지만 저항이 약해지는 밤에는 다양한 위장과 타협 형성을 통해 꿈으로 분출된다.

[p165]그는 특정 지능을 활용하여 창조성의 절정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인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성찰하는 자선 지능을 통해, 그리고 아무도 공감과 이해를 보이지 않을 때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통해 그런 성과를 보였던 것이다. 그런 다음에 프로이트는 에너지를 새로운 방향으로 돌려, 자신을 적대하는 세상에게 자기 이론의 진실성을 납득시켰다. 처음엔 세상에 매료되었고, 다음엔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처지가 되어 비밀스런 탐구 작업을 계속했으며, 결국 다시 세상에 돌아와 다양한 집단의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프로이트는 창조성의 이원적 성격을 새삼 환기시킨다.

[p169]내가 어떻게 상대성 이론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보통 어른이라면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생각하느라 길을 멈추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유가 아니라 싶다. 이런 문제는 아이 적에나 골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지능 발달이 더뎌서 어른이 된 뒤에나 겨우 시간과 공간에 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나는 보통 능력을 가진 아이보다 그 문제를 더 깊이 파고 들 수 있었다.

[p171]물리학자들이란 인간 피터팬이다. 그들은 결코 어른이 되지 않으며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있다. 세상 물정에 밝아지면, 호기심을 갖기에는 너무 많이, 지나치게 알게 된다.
[p191] 좀더 정확히 말하면 프로이트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매료되었던 데 비해, 아인슈타인은 객관적 사물 간의 관계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성공을 위해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팔았으며, ‘나’와 ‘우리’의 세계에서 ‘그것(사물)’의 세계로 날아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다소 역설적이게도 아인슈타인은 오랫동안 좋은 친구들과 사귀었고, 말년에 프로이트보다는 훨씬 호감가는 인물이었다.

[p193]이론적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면서 “나는 시골에서 고독하게 살았으며, 단조롭고 조용한 삶이야말로 창조적인 정신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아인슈타인은 회고 한다. 곧이어 그는 향수 어린 심정으로 이렇게도 말한다. “현대의 여러 조직 중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노력을 하지 않고도 그처럼 고독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 등대나 등대선에서 근무하는 것이 그런 직업이 아닌가 싶다.”

[p194]아인슈타인은 남다른 집중력이 소유자였다. 그는 몇 시간, 심지어 몇 일 동안이나 중단 없이 같은 문제를 숙고할 수 있었다. 그가 관심을 두었던 주제 중에는 수십 년 동안 마음 속에 담아 둔 것도 있었다.

[p209]”1900년이 지나고 얼마 후에 …..나는 기지의 사실을 토대로 추론을 통해 참된 법칙을 발견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더 오랫동안 더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할수록, 오직 보편적인 공식(원리)를 발견했을 때만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커졌다.”

[p210]이런 대답함은 나이가 들면 사라지게 마련이다. 아인슈타인은 기꺼이 미지의 세계로 발은 내딛고자 했는데, 어린 아이의 중요한 정신적 성향이랄 수 있는 이런 특징을 그는 꽤 오랫동안 보유했다.

[p230]아인슈타인의 외모와 몸가짐, 그리고 마음 속으로 ‘어른’의 기준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태도에는 아이다운 천진성이 담겨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는 걱정 없이 살아가는 낙천적인 아이(아이들이란 자기 행동을 규율하려는 사회의 관습이나 기성 세대의 잔소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법이다)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p230]신은 우주를 가지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p231]어쩌면 아인슈타인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과거에도 그는 홀로였지만 결국 자신이 옳았다는 사실과, 모종이 장대한 설게도(비록 인간은 일시적으로, 아니 영원히 이 설계도에 접근할 수 없다고 증명된다 하더라도)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의 종교에 가까운 믿음 덕분 이었는지도 모른다.

[p233] 젊음과 원숙함이 훌륭하게 결합한 아인슈타인의 지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선 그는 세상의 흥미로운 현상에 대한 관심을 평생 잃지 않았다. 호프만은 이렇게 쓴다.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나 그의 마음 속에는 과학이 있었다. 그는 차를 저으면서 차 찌꺼기가 컵 바닥의 가장자기가 아니라 가운데로 모인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를 전혀 뜻밖의 사실, 즉 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모습과 연결시켜서 설명했다. 모래 위를 걸울 때도 그는 우리가 보통 아무 생각 없이 알고 있는 사실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즉, 마른 모래나 물에 잠긴 모래는 그렇지 않은데 젖은 모래는 딱딱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 현상에 대해서도 그는 과학적 설명을 찾아냈다.

[p237]오랫동안 아인슈타인의 비서로 지냈던 헬렌 뒤카스는 “아인슈타인은 만약 북극곰으로 태어났더라면 여전히 아인슈타인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다른 분야에서도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똑같이 발현되었으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20세기 초반에 발달한 이론 물리학은 그의 재능(그리고 한계)을 지닌 사람이 천착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였다. 하지만 그가 음악가나 랍비 혹은 기술자가 되었어요, 항상 자신이 생각한 문제에 끈질기게 관심을 두는 모습과 삶의 다양한 영역들 간의 관계를 인식하고자 하는 열망이 나타났을 것이다.

[p256] 신기에 가까운 예술적 재능과 빈약한 학습 능력 간의 불일치(내 용어로는 능력간의 비동시성)는 분명 어린 피카소를 괴롭히는 문제였을 것이다.

[p159] 내가 보기에 이 같은 실험적 성향이 생긴 이유는 좀 더 내생적인 요인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피카소의 실험적인 성향은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기질, 미술 소재로 작업하는 일에서 느끼는 순순한 즐거움, 점점 커지는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좀 더 불행한 일이지만 미술 소재를 다루는 데는 익숙하고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지만 표준적인 학과 공부를 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끼는 능력 감의 불균형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학생이면 마땅히 잘 해내야 하는 일을 잘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자기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맹렬하게 파고들어서 개인적인 좌절감을 극복하고 가족들에게 자기의 진면목을 보이고자 하는 법이다.

[p260]당시 피카소는 콘치타가 살아날 수만 있다면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림 그리기를 그만두겠다고 신에게 약속까지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 거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미신적인 성향이 강했던 피카소는 전문 분야에서나 개인적인 삶에서나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느꼈고, 이런 만용에 가까운 힘을 가졌다는 사실에 응분의 죄책감도 느꼈다. 이와 같은 ‘신과의 거래’는 우리가 다루는 일곱 명의 창조적인 인물들의 삶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p271]피카소는 긴 생애 내내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대개의 경우는 죽음을 아예 부정하려고 했다. 죽은 사람에 대해 입을 다물었고,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질병과 노화, 죽음을 야기하는 사람이나 요인을 두려워했다.

[p287]그림은 자유다. 도약하면 밧줄을 놓쳐 추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이 부러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무슨 좋은 점이 있겠는가? 도약하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일깨워야 한다. 그들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

[p300]적어도 피카소의 경우는 얼마 동안이라도 새로운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사고방식을 일신했던 경험이 중요했다. 실제로 피카소는 여러 차례 이런 가벼운 여행을 통해 지친 심신을 달래고 낙천성과 삶에 대한 애정을 되찾았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도시 환경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p307]내가 나 자신을 반복해서 흉내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과거는 더 이상 내게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 나 자신을 베낄 바에야 차라리 다른 사람을 모방하겠다. 그러면 적어도 새로운 면을 추가할 수는 있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난 새로운 것 발견하기를 좋아한다. …….화가란 결국 무엇이겠는가? 다른 사람의 소장품에서 본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소장품으로 만들고 싶은 수집가가 아니겠는가. 시작은 이렇게 하더라고 여기서 색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p335]스트라빈스키가 은행가와 브로커, 변호사, 부동산 중개인 등에게 보낸 편지가 그의’분열된 인격’을 입증하는 증거로 충분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업상의 문제에 그토록 세세하게 관심을 쏟고 자기 논리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 어지 됐든 그가 위대한 음악가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을 때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 스트라빈스키의 정신은 천재 음악가와 대금업자로 거의 정확히 양분된 것 같다.

[p348]스트라빈스키는 배움에는 열심이어서 무엇이든 빨리 익혔고 활발하게 반응했다. 그는 융통성 있는 성격을 지닌데다 호기심도 남달랐고 다방면에 재주가 있어서, 무대 장치가나 무용수, 안무가, 심지어는 사업상의 일을 책임지는 사람들과도 무리 없이 어울려 일할 수 있었다.

[p355]새롭게 움트고 있지만 아직 분명하게 표현하기 힘든 예술적 이상을 서툴지만 진지하게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징체계로 전달하고자 했던 시도였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대중의 평범한 평가 기준에 의해 실패할 수는 있을지언정, 창조자 자신에게는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자신이 그 작품을 통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으며, 무엇을 성취하고자 했는지, 나아가서 그러한 목표를 미래의 작품 속에 가장 훌륭하게 담아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p366]분명히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처음 듣는 청중을 소외시킨 면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와 똑 같은 이유로 결국에는 수용되오 인정받았던 것이다. 물론 변한 것은 작품이 아니라 장이었다. 실험적인 리듬은 그 자체로 청중을 자극하고 흥분시키면서 봄의 새 기운을 넌지시 알리는 묘한 느낌을 주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 이와 신비롭고 엄격한 현자와 불행한 처녀가 한꺼번에 뿜어내는 긴장된 분위기가 서려있었다.

[p399] 기력이 쇠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일 수 없겠지만, 세기의 저장에게는 더욱 더 쓰라린 일일 될 것이다. 그러나 스트라빈스키는 우리 시대의 거장 누구 못지않게 늙어가는 현실에 잘 대처했고, 부인과 ‘양자’ 크래프트와 함께 개인적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다른 창조자들과 부대끼며 치러야 하는 갈등과 분쟁을 스스로 단념할 줄도 알았다. 결국 그는 마지막 안식을 찾아 땅에 묻혔다. 그가 사랑했던 도시 베네치아에, 반세기 전에는 언쟁을 벌였지만 이제는 단체를 세우고 예술적 촉매 역할을 하는 데 남다른 재능을 보인 그와 화해를 원한다는 듯이 디아길레프 옆에 묻혔다.

[p457]이렇듯 엘리엇은 앞에서 다룬 현대의 거장들 모두에게 내재한 성향을 집약하고 있다. 경계인이라는 느낌과 인생 전부를 걸고 경계성을 탐구하는 능력이 그에겐 있었다. 게다가 엘리엇은 저절로 경계인이 될 수 없는 처지였기에, 생산적인 비동시성의 수준에 이르기 위해 스스로 경계인이 되기로 선택한 인물이었다. 경계인이란 오직 공동체를 전제하고서야 성립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창조적인 인물의 생애에서는 경계인이라는 느낌을 갖는 순간과 공동체에 속한다는 느낌을 갖는 순간이 시계추처럼 왕복하는 궤적을 엿볼 수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창조성이 매우 뛰어난 인물들은 어느 정도는 세계 전체에 속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으로만 홀로 남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양극을 오가는 모습이야말로 창조자의 생애에 긍정적인 비동시성과 부정적인 비동시성을 동시에 가능케 한 요인일 것이다.

[p457] 마침내 비비언과 헤어지고 시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발레리와 결혼했을 때 엘리었음 마음의 평화와 만족감을 얻었다. 이와 동시에 문학적 생산능력은 현저하게 퇴조했는데…….엘리엇의 뛰어난 작품은 경계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출현했거니와, 그런 빛나는 업적을 계속 쌓기 위해서는 그가 원하지도 않았고 감당할 수도 없었더라고 경계인의 자리를 줄곧 지켰어야 했을지 모를 일이다.

[p470]네가 거짓말을 하면 내가 모를 줄 아니? 네가 나를 속인다는 걸 항상 네 몸짓이 말해 준단다. 네가 말하는 내용과는 상관 없이 네 모습에 다 써있어. 주먹을 쥐면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들이 뻣뻣해지고 발을 끌거나 눈을 내리깔고 있잖니. 몸짓은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란다.

[p472] 1914년 그레이엄이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그레이엄은 이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자유를 느꼈다.

[p474]나는 정사에 오를 것이다. 누구도 아무것도 나를 막지 못한다. 그리고 나 홀로 그 길을 갈 것이다.

[p480]모든 것을 잃을 걸 각오하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했고, 각자가 우리의 모든 전통을 바다에 내던진 지 오래였다.
……이런 창조의 순간에 내가 참여했다는 사실이 기쁘다. 사본이 따로 없는 유일무이한 작품을 처음 보는 것은 감동적이고 경이로운 일이었다. 더 위대한 무용가, 더 섬세한 안무가도 나올 테지만, 그 때 우리는 기존이 양식이나 선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거대한 재즈 즉흥 연주회나 다름 없던 그 시절은 9년 동안 지속되었다.

[p482]그레이엄은 어떤 춤을 어떻게 출지에 관해서 미리 정하는 법이 없었다. 무대 배경이나 의상을 언제까지 준비 완료해야 하는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공연 당일까지 프로그램이 계속 바뀌었다. 완벽주의와 혼란이 나란히 존재했다. 물론 공영 자체는 대개 강한 인상을 주었지만, 덕분에 막이 오르고 내리는 그 순간까지 전체 단원이 엄청난 긴장을 견뎌야 했다.

[p489]하지만 그레이엄은 창조력이 풍부한 여느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반복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어떤 종류든 자기 모방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p502]그녀는 언제나 위험을 감수할 태세가 되어 있었고, 가끔은 신랄한 비판에 의욕이 꺾이기는 했어도 다시 도전할 용기를 잃은 것이 없었다.

[p508]그레이엄은 여성 혹은 미국인으로서의 자신을 옹호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녀는 겉으로 비치는 자기 모습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고, 비판을 견뎌내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창조 활동에 전념했다.

[p519]300년 도안 발전된 발레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시간 낭비다. 나는 발레 자체와 싸운 적이 없다. 다만 고전 발레의 경우는 뭔가 충분히 말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강렬한 극적 상황이나 열정의 문제에 관해서는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는 것이고, 이런 부족함 때문에 내가 하는 종류의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p524]여러분을 위해서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 활기찬 인생을 사는 길이 하나뿐이라면, 그길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삶, 그리고 작품 활동은 필연입니다……마치 동물처럼 다른 생각 하나 없이 오직 이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선책은 없습니다. 동물이 일체의 속임수나 야망 없이 먹고 마시고 새끼를 치는 것처럼 말이죠.

[p538]현재의 영예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위험을 감수할 태세가 되어 있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실패하면 새로운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다시 도전할 자세가 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른 창조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한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하면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더욱 과감하게 밀고 나갈 줄 알았다.

[p538]몸도 젊었고 마음은 더욱 젊었던 그레이엄은 피카소만큼이나 오랫동안 창조활동을 계속 할 수 있었다.

[p544]나는 보통 이하의 능력밖에 갖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다. 날카로운 지성을 지닌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난 괘념치 않는다. 지성의 발달에는 한계가 있지만 마음의 성장에는 그런 한계가 없다.

[p566]다른 식으로 행동했다면 내가 신봉하는 하느님과 대의에 충실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에게는 신성한 순간이었다. 나의 믿음이 시험에 든 것이었다. 나는 주저 없이 불쑥 일어나 그들에게 선언했다. 그처럼 엄숙하게 맹세한 약속을 그들이 조금이라도 어기는 기색이 있는 것은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며, 35퍼센트의 임금 인상이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그들 모두가 나가 떨어질 때까지 어떤 음식도 손대지 않겠노라고, 거의 반응이 없었던 지난 집회와는 달리 이번엔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모두가 깨어났다.

[p600]인도는 칼로 지배 받고 있습니다. 나는 한 순간도 칼의 힘으로 인도를 지배할 수 있는 대영제국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것일까요? 노예 상태이지만 반역적인 인도와 존경 받는 대영제국의 동반자인 인도 중에 영국의 슬픔에 공감하고 불행에 빠진 영국을 도와줄 인도는 어느 쪽이겠습니까? 자유 의지가 있는 인도인은 필요하다면 영국과 함께 힘을 합쳐 싸울 수 있습니다. 어떤 한 인종이나 한 사람을 착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의 공동선을 위해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p607]네루는 간디가 “마치 정신분석학의 전문가가 환자의 과거를 깊이 조사해서 그의 콤플렉스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환자에게 알려주어서 병증을 제거한 것처럼 사람들의 심리적인 변화를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p610]”나의 전문 분야는 행동이다” 마하트마 간디

[p629]창조성의 현저한 특징은 아이다운 천진성과 어른의 원숙함의 결합에 있다. 이런 결합은 성격만이 아니라 사고방식(관념)에서도 나타난다. 아이다운 특성이 순진함과 참신함에서 나타나면 긍정적인 색채를 띠게 되지만, 반대로 이기심과 보복 심리로 나타나면 부정적인 색채를 띠게 된다.

[p633] “남들이 도착이라 할지 모르나 나는 내 작품을 미친 듯이 사랑한다. 마치 고행자가 배를 할퀴는 마모직 셔츠를 사랑하듯이 말이다.” –구스타프 플로베르-

[p635] 우리의 창조적인 인물들은 모두 인구통계상 경계인이었음은 물론 이려니와 그러한 경계인이라는 위치를 창조활동의 지렛대로 삼았다.

[p637]정당한 근거 없이 숫자의 마술을 부릴 생각이 없었음에도 본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창조성의 10년 규칙을 발견했다. 일곱 명의 창조적인 인물들은 물론 분야마다 약간씩 기간은 달라도 대략 10년은 사이에 두고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었다.

[p656]하지만 비동시성의 즐거움과 고통을 느낀 자는 다른 많은 이들이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주류라는 안락한 지위를 찾아 돌진하는 가운데서도 대개는 계속해서 비동시성을 추구한다는 사실도 그에 못지 않은 진실이다.

[p660]다른 인물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나는 점차 프로이트와 플리스의 절친한 관계가 예외적인 사례이기는커녕 일종의 규칙임을 깨달았다. 앞 장에서 살펴 보았듯이 브라크와 피카소, 호스트와 그에리엄, 파운드 (및 비비언 엘리엇)와 엘리엇, 디아길레프 발레단(및 로에리헤와 라뮈즈)과 스트라빈스키의 관계 역시 비슷했던 것이다.

[p663]나는 창조적인 인물들이 자신의 재능을 잃지 않기 위해서 미신을 믿거나 비합리적이고 강박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에 상당히 놀랐다.

[p668]걸출한 인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부각되게 마련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Ⅲ. 내가 저자라면

창조성의 조건은 무엇인가?

사실, 몇 년 전에 벌써 나는 이 책을 만났다. 고향을 다녀오던 기차길이었다. 기차 내에 비
치되어 있던 잡지에서 한 명사가 이 책을 추천해 놓은 것이었다. 그 명사는 자신의 열정의
산물들로 인류에게 무언가를 남겨두고 간 천재들이 어떻게 자신의 기질을 발견했는지 또 그
기질의 발견이 그들의 열정과 어떤 연관을 갖는지에 밝혀주는 책이라고 극찬을 해 두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나의 기질이 무엇이며 내가 어떤 곳에 지속적으로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지가 궁금하던 차였던 지라 나는 그 명사의 추천사를 믿고 이 책을 다음 날 구입을 했었다.
그리고 바쁜 일상 중에서 짬을 내어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구입하던 당시에 가
지고 있던 내 기대에는 못 미치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서론과 결론 부분,
마사 그레이엄의 전기 부분만을 읽고서 책장 어딘가에 쳐박아 두고 말았었다.
그 때 내가 이 책에 대해 실망했던 부분은 완독을 하면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가 있었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그것은 한 천재적인 인간이 자신의 기질을 어떻게 발견을 해 내며
그리고 그 기질을 이용해서 자신의 열정을 일생 내내 얼마나 잘 사용을 하는지 즉, 창조성
의 조건에 대한 결론이 너무 싱거웠기 때문이다. 저자가 밝히고자 했던 이 창조성에 관한
핵심 요체가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졌었다면, 이 책은 천재들의 일생을 그리 지루하게 들여
다 보는 데 많은 지면을 낭비하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창조성의 조건을 밝혀보기 위한 저자의 시도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 주고 싶
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천재성이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천재들의 창조성의
조건을 밝혀 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왔었다. 그래서 대중은 그들과 우리는 분리하여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의 새로운 시각과 노고로 인하여 천재들의 창조성
의 조건을 어렴풋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리하여 막연하게 나마 일반인도 천재들과
같은 방식을 삶에 대한 태도로 받아들이면 각자가 부여받은 에너지를 좀 더 창조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하나마 결론 하나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7명의 천재들, 정말로 그들의 창조성에 주목을 했는가?

10장 다양한 분야의 창조성에서 저자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정말로 창조성을 밝히려고 노력했는가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그에 대해서 저자는 자신이 선택한 인물들에 대해서 창조성 그 자체 외에 대중적 평판이나 세속적 성공까지도 포함이 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저자가 대중적인 평판을 고려 하지 않고 천재들의 창조성에 대해서 논의를 할 수 없었을 거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의 논의의 대부분에 대해서 일반화를 시키기가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일반화 시키는 문제를 차치해 두고 저자가 생각하는 창조성에 대해서 그리고 그 창조성이 발현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보여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자가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 – 즉, 학자로서의 위치 – 를 고려했기 때문에 일반화가 되지 못하는, 어쩌면 좀 더 흥미로울 수 있는 부분의 창조성을 보여 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개인적인 궁금증-창조성이 정말 무엇인가-의 해소를 위해, 저자가 학계와 전혀 관련 없이, 객관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발견한 창조성의 비밀에 대해 철저하게 편견을 포함하여 책을 한 권 내 주기를 바래본다. 아마 그 책이야 말로 진짜 창조성의 비밀을 간직한 책이 될 것이다.
IP *.72.22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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