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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6일 03시 45분 등록

열정과 기질 (Creating Minds)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글/문용린 감역/임재서 옮김/북스넛

1. ‘저자에 대하여‘ - 저자에 대한 기록과 개인적 평가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1943∼)

1943년 미국 스크랜톤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하워드 가드너는 본인 스스로 말하길 어렸을 때 다소 어리숙한 구석이 있는 소년이었다고 한다. 그는 음악에 관심이 많아 피아노 치는 것을 즐겨했으며, 음악은 그의 인생에 걸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후 하버드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발달심리학과 신경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였고 후에 하버드 대학의 교수로서 임용되었다.

하버드 대학의 교육심리학과 교수이자, 보스턴 의과대학의 신경학 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그 유명한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 이론의 창시자이다. 교육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개념을 바꾼 역작 <마음의 틀>을 통해 다중지능 이론을 처음 제기하면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저자는, 다중지능 이론 발표 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이미 많은 나라에서 그의 이론을 받아들여 기존의 교육 체계를 가드너 식으로 바꾸었으며, 그의 이론에 관한 수많은 연구소와 단체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현재 하버드 대학교의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 연구소의 책임자이자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가드너는 줄곧 인간의 정신능력 발달과 교육에 관한 일관된 연구를 진행해 왔다. 프로젝트 제로는 인간의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의 발달 과정을 근본적으로 파헤치는 인간개발에 관한 야심찬 연구기관이다. 가드너는 25년이 넘게 이 연구소를 이끌어오면서 지능과 창조성, 교육방법론, 두뇌개발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들을 통해 인간의 창조적 기질에 관한 기본 틀을 제시하였다.

가드너의 지난 삼십 여 년간의 연구 성과는 지능과 창의력, 그리고 리더십에 관한 우리의 생각에 혁명을 일으켰으며, 그 탁월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1년 맥아더 상, 2000년에는 구겐하임 재단 펠로십을 수여했다. 또한 세계 20여개 대학으로부터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중지능 이론이 세상에 나온 이래로, 현대의 거장들에 초점을 맞추어 창조성의 조건이 가장 방대하고 심오하게 분석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 열정과 기질(Creating Minds)은 저자의 그동안의 연구의 최종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의 틀>, <20세기를 움직인 11인의 휴먼 파워>, <다중지능 이론>, <다중지능: 인간지능의 새로운 이해>, <비범성의 발견> 등 18권이 있으며, 그가 가장 최근에 지은 책인 『체인징 마인드』는 인간의 정신에 대한 그간의 연구 결과를 리더십과 설득이라는 하나의 주제하에 집대성한 책으로, 그의 이론을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책을 써 달라는 하버드 경영대학 출판부의 제의를 받고 쓰게 되었다고 한다. 2005년에 미국의 국제정책시사지인 「포린 폴리시」와 「Prospect」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지식인 100인에 선정되었다.

●하워드 가드너의 “미래를 위한 5가지 마인드”

① 학습 마인드 - 학문 체계 또는 전공 분야와 관련지어 구조화된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적용하라.
② 통합 마인드 - 다양한 자원에서 핵심 정보를 선택해서 영향을 주고 가치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라.
③ 창조 마인드 - 동일한 분야에서 이전에 한 것을 구성하고 향상시키는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지식을 뛰어넘어라.
④ 포용 마인드 - 정치적 공정성을 넘어 문화적으로 수용 가능하며 불화를 일으키거나 공격적이지 않은 포괄적인 해결책을 발전시켜라.
⑤ 윤리 마인드 - 건전한 판단의 모범이 되고 모든 면에서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라 생각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곱 가지 지렛대

① 이성(Reason),
② 연구조사(Research),
③ 동조(Resonance),
④ 표상의 재구성(Representational Redes.c.r.i.p.tions),
⑤ 자원과 보상(Resources and Rewards),
⑥ 실제 사건들(Real World Events), 그리고
⑦ 저항(Resistances).

마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이 일곱 가지 지렛대를 적절히 활용하여 마음의 내용, 즉 각각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개념(concept)이나 이야기(stories), 이론(theories), 기술(skill) 등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다중지능

언어지능(Linguistic Intelligence : 말하기, 쓰기)
논리 수학지능(Logical-Mathematical Intelligence)
음악지능(Musical Intelligence)
공간지능(Spatial Intelligence : 우주항공, 건축, 디자인, 조각가, 화가, 체스선수, 세트디자이너 등)
신체운동지능(Bodily-Kinesthetic Intelligence : 숙련공, 장인, 예술가, 외과의사, 운동선수, 사냥꾼,
어부,농부등)
자연지능(Naturalist Intelligence : 자연계에 존재하는 필연적인 차이점을 식별해 내는 능력)
대인 지능(Interpersonal Intelligence)
자성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감역자의 글

아놀드 토인비는 이미 20세기 초반에 “역사의 변화는 언제나 창조적인 소수에 의해 주도된다:며 창조성의 중요성을 갈파했다.(5P)

가드너가 보기에 한 개인 속에 잠재한 창조성의 본질은 지능적 요소와 기질적 요소의 특이한 조합이었다.(8P)

창조적 대가를 연구한 결과 그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10년간의 준비를 거쳐 창조성이 성숙하고, 10년간 창조성을 발휘하며, 다음 10년간 그 창조성을 다시 다른 분야로 확산키신다는 것이다.(9P)


들어가는 글

이 책은 내 연구의 정점이자 출발점이다. 창조성이라는 현상과 역사적 실례(개별 사례)에 대한 평생 동안의 관심을 하나로 모았다는 점에서는 정점이며, 인간의 창조적 기질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연구했다는 점에서는 출발점이다.(13P)


제1부 창조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1 취리히에서의 우연한 만남

나는 창조적인 혁신에는 아이다운 천진성과 어른의 원숙함이 결합해 있다고 생각한다. 20세기의 고유한 천재들은 어린 아이의 감수성을 체화하고 있었다.(38P)

나는 유년기에 흔히 품게 마련인 문제와 정교한 지적 분야에서 제기되는 까다로운 도전 사이에 펼쳐지는 지속적인 변증법적 대화를 강조하면서 아인슈타인을 살펴 볼 것이다.(42P)

피카소는 일찍이 눈부신 솜씨를 발휘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불후의 업적을 남기게 된 ‘신동’에 대한 훌륭한 연구 대상이다. 우리 시대의 ‘모차르트 수수께끼’라고 할 수 있다.(42P)

하나의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기꺼이 이주하는 것은 현대의 두드러진 현상이며, 이 책에서 다루는 창조적인 거장들 역시 다양한 문화에 흠뻑 젖는 것이 필요하고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43P)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眞理把持)는 소모적인 대결과 비열한 복종, 그리고 폭력에 대한 호소 없이 귀중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도를 찾는다.(46P)

헤겔적 사고방식의 핵심만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즉, 역사에는 고유한 추동력이 있어서 일정한 시대에는 특정한 시대정신과 주제가 전면에 나서고 시대가 바뀌면 다른시대 정신에게 자리를 내주는 식으로 역사가 나선형적(변증법적)으로 진행한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특정한 시대정신을 예측할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과거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한 시대의 고유한 모습이 결정된다는 것이다.(49P)

최근 프랑스의 혁신적인 이론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역사적 시대는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지식의 본성에 관한(보통은 무의식적인) 가설들에 의해 특징지워진다고 주장했다.(49P)

관습에 도전한다는 것은 사실 모든 혁명적 시대의 특징으로서, 그 도전의 성격은 별개의 문제이다.(55P)

2 창조성의 연구방법

길포드가 생각한 창조성의 핵심 개념은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였다.(59P)

길포드의 도전적인 시도 이후 수십 년 동안 심리학자들은 상당한 논쟁과 실험을 거친 후에 다음 세 가지 결론에 도전했다. 첫째, 창조성은 지능과 다르다는 점이다. 창조성과 지능은 서로 관련되어 있지만, 지능이 우수하지 않아도 창조성이 풍부한 사람이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둘째, 창조성 검사는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종이 시험(paper-and-pencil test)으로 창조성을 검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소 파멸적인(devastating) 진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59-60P)

우선 무의식 과정에 대한 프로이트의 명료한 설명은 창조적인 행동이 창조자의 사려깊은 의도를 직접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는 점에 그 핵심이 있다. 창조적인 행동의 원동력과 의미는 창조자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속한 공동체 사람들에게도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66P)

창조적인 작가와 놀고 있는 아이가 하는 일은 똑같다. 창조적인 작가는 환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즉, 작가의 환상세계에는 그의 감정이 충전돼 있다. 물론 그는 환상의 세계와 현실을 날카롭게 구별한다.(67P)

스키너(B. F. Skinner)의 행동과학적 관점에서 말하면, 사람들이 창조 행위에 나서는 것은 이전에 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긍정적인 강화’가 주어졌기 때문이다.(68P)

사회심리학자 테레사 아마빌라(Teresa Amabile)는 일련의 탁월한 실험을 통해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의 중요성에 주목하도록 했다. 아마빌라는 고전적인 심리학의 설명과는 반대로, 사람들이 외적인 보상을 노릴 때보다 순수한 즐거움만으로 행동을 할 때 창조적인 해법을 발견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보여주었다.(68P)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해서 몰입 상태(flow state) 혹은 몰입 경험(flow experience)이라는 감정 상태에 관해 설명한 바 있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내재적으로 동기화된 경험(intrinsically motivating experience)에서 자신이 관심을 쏟는 대상에 완전히 몰입되고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69P)

실상 창조적인 인물이란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에 품었던 수많은 의문점과 문제의식, 그리고 주변 사물을 관찰하는 섬세한 감수성을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가장 선진적인 이해 방식과 ‘결혼’시키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다.(78P)

창조적인 인물이란 어떤 분야에서 처음에는 참신하게만 여겨지지만 종국적으로느 특정한 문화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작품을 창조하고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을 말한다.(83P)

창조적인 인물은 끊임없이 창조성을 추구하며 지속적으로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조정한다.(84P)

창조성은 새로운 유형의 작품을 제작하는 것, 혹은 지금까지 무시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문제의식이나 주제를 발견하는 것과 관련된다.(84P)

창조적인 행위는 특정한 문화에서 받아들여질 때에만 제대로 인식된다.(84P)


제2부 현대의 창조적 거장들

3 지그문트 프로이드
세상에 홀로 맞선 사람

프로이트 스스로 가장 중요한 저작이라고 생각하는 『꿈의 해석(Die Traumdeutung)』이 출간된 후에야, 그는 다른 사람들도 자기의 이론을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일 터이고, 어쩌면 그들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인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것이다.(105P)

프로이트는 법학을 전공할 생각이었다가, 괴테의 『자연론』에 관한 강의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 자연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 묘사한 세상 만물에 대한 이 위대한 송가(頌歌)는 프로이트가 의학을 공부하고 자연학도가 되는 데 촉매 역할을 했다.(108P)

프로이트는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의학 학위를 받을 때까지 8년 동안 지식의 세계에 흠뻑 젖었다. 그는 성경, 고대의 고전, 독일어나 영어로 출판된 셰익스피어 작품, 세르반테스, 몰리에르, 레싱(Gotthold Lessing), 괴테, 실러 등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를 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익혔고, 세르반테를 원어로 읽기 위해 스페인어를 배웠다. 미술과 연글을 좋아해서 자주 전시회나 극장에 들렀고, 자신이 본 작품을 날카롭게 비평했다.(108-109P)

젊은 시절부터 그는 자신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중요한 성취를 이루리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문제가 있다면, 자신이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그런 성취를 이룰 것인가였다.(110P)

프로이트의 20대는 일종의 ‘심리사회적 유예기간(psychosocial moratorium)'이었다.(117P)

이 치료법(대화 치료(talking cure))은 말을 통해 억압된 감정을 발산하게 함으로써, 처음에는 소산되지 못했던 관념들의 작용력을 제거한다. 또한 그런 관념을 (가벼운 최면 상태에서) 정상 의식으로 끌어들이거나 치료자의 암시를 통해 제거함으로써, 그것을 연상 효과에 의해 교정(associative correction)하는 것이다.(119P)

강력한 정서를 마치 물의 흐름을 막아놓은 댐처럼 막아버리면 히스테리 증상이 생기는데, 이 때 증상은 정서를 억누르지 않았을 경우에 소모되는 에너지와 똑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치료는 카타르시스를 이용하는 방식인데, 억제된 에너지를 발산시켜 증상을 제거하려고 했다.(120P)

대담하게도 프로이트는 이렇게 단언했다. “어떤 원인이나 증상을 출발점으로 삼든, 종국적으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성적 체험이다.”(121P)

『정신분석학 운동의 역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그 외로웠던 시절, 요즘과 같은 압박감이나 분망한 일이 없었던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영광스러운 ‘영웅시대’처럼 느껴진다. 나의 ‘찬란한 고립’에는 분명 장점도 있었고 매력도 있었다.” 다른 혁신가들도 위대한 비약을 이루기 직전의 정신 상태를 회고할 때면, 감정상의 절정과 추락이라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127P)

프로이트의 이론은 바로 이 개념을 중심축으로 해서 여러 주요 개념들이 유기적인 전체를 이룬 것이다. 그 핵심 개념은 억압(repression)이다. 좀더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면 방어 기제(defense mechanism)라고 하는데, 이는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표상(Vorstellung)들을 의식 아래로 억누르는 심리 과정을 일컫는다. 프로이트 자신도 이 개념의 중요성을 확언한 바 있다. “억압이라는 교의는 정신분석학 이론 전체가 서 있는 주춧돌이다.”(129P)

만약 억압이 프로이트 이론 체계의 중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면, 꿈은 억압 과정을 이해하고 그 밖의 정신 생활(psychic life)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130P)

그는 꿈을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王道)’라고 불렀으며, 그 비밀을 밝히는 것은 ‘한 사람의 생애에 평생 한 번 허용될까 말까 한 통찰’이라고 말했다.(130P)

신경증은 다양한 방어 기제에 의존한다. 방어 기제란 두려운 생각이나 정서적 불안을 야기할 만한 관념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심리 기제이다.(131P)

모든 심리 기제는 신경의 연결과 에너지 상태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기술되었다. 프로이트가 경험적으로 입증할 수 잇는 마음의 기본 법칙(예를 들어, 뉴런 양(量)의 줄어드는 경향)을 기술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뉴턴적인 관점을 갖는다고 여겨졌다.(134P)

프로이트는 모든 꿈에는 모종의 소원이나 환상이 담겨 있다고 믿게 되었다. 꿈은 억압된 소원이 위장 실현되는 과정이며, 예전의 결심이나 근심 혹은 욕망을 마음속에서 지속적으로 처리하는 수단이다.(137P)

확실히 가장 많이 쓰여진 주제이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함직한 것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인간의 심리 발달에 중심 역할을 한다는 점이었다.(140P)

해소되지 않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바로 성인 신경증의 뿌리이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여성의 경우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모든 인간의 무의식에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140P)

꿈분석과 자기분석을 통해 그는 어린 아이들은 유아기부터 강한 성욕(육체적인 쾌락뿐 아니라 정신적인 쾌락 추구)을 갖는다고 확신했다.(142P)

프로이트는 기억 조직을 자세하게 탐구하면서 새로운 기반을 닦았다. 기억은 그 자체로는 무의식적이지만, 꿈은 무의식이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144P)

꿈의 동인(動因)은 무의식에서 생기며, 꿈에는 무의식적 소원이 잠복해 있다. 소원은 전의식으로 표출되고자 하는데, 낮에는 검열에 의해 왜곡되지만 저항이 약해지는 밤에는 다양한 위장과 타협형성(compromise formation)을 통해 꿈으로 분출된다.(144P)

프로이트의 과학적 사유는 그 본질이 언어적이며, 공간적 요소는 거의 없고 논리적 요소가 얼마간 담겨 있을 뿐이다.(145P)

"고요한 확신이 내 마음에 들어차기 위해선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가 내게 응답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바로 자네라네.“-융에게 보내는 편지, 프로이트-(155P)

프로이트는 그가 흠모하는 영웅인 셰익스피어나 소포클레스와 비등하게 인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넓히는 데 공헌했으며, 프리드리히 니체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처럼 인간 사회의 본성에 대해 통찰했다.(164-165P)


4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영원한 아이

19세기 중반에 활약했던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Chrles-Pierre Baudelaire)는 어린 아이의 그림과 어른 화가의 그림을 연관지었고, 아이를 ‘근대 생활의 화가’라 부르기도 했다.(170P)

보들레르는 예술가의 “천재성이란 의지로 되찾은 유년기이자, 이제는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어른의 육체적인 능력을 갖춘 유년기, 그리고 무의지적으로 축적된 경험의 총합에 질서를 부여하는 분석적인 정신을 갖춘 유년기”라고 말한다.(170P)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아는 물리학이란 세 살 무렵이면 알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171P)

또 한 명의 존경스러운 물리학자 라바이(I. I. Rabi)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물리학자들은 인간 피터팬이다. 그들은 결코 어른이 되지 않으며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있다. 세상 물정에 밝아지면, 호기심을 갖기에는 너무 많이, 지나치게 많이 알게 된다.”(171P)

어린 아인슈타인에게 종교적 성향이 강했다는 점은, 그가 영혼의 진한 갈증을 느꼈으며, 궁극적인 의문에 사로잡혀 있었고, 관습적인 지혜에 반발할 수 있는 능력(충동적인 반발이 아니다)을 가지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173P)

"나 같은 사람에게 발달의 전환점이란, 그저 덧없을 뿐인 개인적 관심사를 서서히 뒤로 하고 사물을 관념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관심을 집중한다는 사실에 있다.“-아인슈타인-(194-195P)

내가 생각을 전개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한 심적 요소는, 마음 속에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서로 결합되곤 하는 특정 기호와 다소 명징한 이미지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결합과 연상 작용이야말로 생산적인 사고에서 가장 본질적인 측면이 아닌가 싶다. ……내 경우에는 시각적 요소와 근육 감각적인 요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아인슈타인-(196P)

"나 자신과 나의 사고 방법에 관해 살펴보노라면, 공상하는 재능이 실증적인 지식을 흡수하는 재능보다 나한테는 더 큰 의미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196P)

실제로 그의 혁신적인 업적은 공간적 이미지와 수학 공식, 경험 현상 그리고 기본적인 철학 주제를 통합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필립 프랭크가 지적한 대로 아인슈타인은 자기 생각을 다양한 표상(representation) 방법을 통해 나타내는 일을 즐겼던 것이다.(197P)

아인슈타인은 어떤 문제에 관해 사고할 때 항상 이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정식화해서 사고방식이나 교육 배경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필립 프랭크-(197P)

“1900년이 지나고 얼마 후에…… 나는 기지(旣知)의 사실을 토대로 추론을 통해 참된 법칙을 발견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더 오랫동안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할수록, 오직 보편적인 공식(원리)을 발견했을 때만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커졌다.”(209P)

철학자 에른스트 카시러(Ernst Cassirer)가 논평하듯이, 상대성 이론에서는 어떤 요소의 불변성이나 wfj대성은 상대성 법칙의 영속성과 필연성을 위해 포기되는 것이다.(211P)

"신은 우주를 가지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아인슈타인-(230P)

"나는 신이 어떻게 우주를 창조했는지 알고 싶다. 이런저런 현상이나 이런저런 요소에 대한 각양각색의 견해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신의 생각이다. 나머지는 지엽적인 것이다.“(236P)

오랫동안 아인슈타인의 비서로 지냈던 헬렌 뒤카스(Helen Dukas)는 “아인슈타인은 만약 북극곰으로 태어났더라도 여전히 아인슈타인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237P)

간주곡 1

자신들의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 프로이트는 금욕적으로 성관계를 단념했고, 아인슈타인은 충만한 가정 생활을 일부러 혹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246P)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이 유년기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는 점은 현대에 대한 이 책의 연구에 적절한 면이 있다. 프로이트는 유아기의 사건을 성년의 감정과 인격을 좌우하는 주된 추진력으로 여겼다. 아인슈타인은 어린 아이의 마음을 중시해서 아이들이 물리학에 대한 직관적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246P)


5 파블로 피카소
신동과 천재

신동의 출현은 특정 분야에 대한 어떤 문화권의 관심과 지원 이외에도, 언제나 여러 요인들이 ‘우연히 맞아 떨어져야(co-incidence)’ 가능한 현상이다. 그러니까, ‘재능이 갖춰진’ 아이와 그 분야에 ‘우호적인 문화’뿐만 아니라, 풍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252P)

오랜 친구인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은 “피카소는 다른 아이들이 abc를 쓸 때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언제나 그가 말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254P)

피카소는 아동 전시회에 관해 다소 수수께끼 같은 말을 농담처럼 던지기도 했다. “그 나이 적에 이미 나는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지만, 그 아이들처럼 그리는 법을 배우기까지는 평생이 걸렸습니다.”(263P)

피카소는 상징과 지능의 광맥을 채굴하여, 풍부한 의미망을 만들어냈고 궁극적으로 유례없이 독특한 예술적 업적을 응축해냈던 것이다.(277P)

피카소의 중요한 작품들은 거의 모두 하나의 정점이자 선취(先取, anticipation)이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그가 이전에 보았던 것, 그리고 최근까지 작업해 왔던 것을 훌륭하면서도 독창적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인생」은 이 재능있는 스페인 예술가의 작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상징이자 징후이며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277P)

피카소에겐 현재의 영예에 만족하는 것을 막는 무언가가, 아마도 어린 시절에 형식을 해체하도록 했던 것과 동일한 충동일 터인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화가라는 전문가로서나 사사로운 개인으로서나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에 맞서 새로운 경지에 오르고자 했으며, 전례가 없는 깊이에 도달하는 모험을 감행했다.(278P)

“그림은 자유다. 도약하면 밧줄을 놓쳐 추락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이 부러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무슨 좋은 점이 있겠는가? 도약하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일깨워야 한다. 그들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피카소-(287P)

내가 나 자신을 반복해서 흉내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과거는 더 이상 내게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 나 자신을 베낄 바에야 차라리 다른 사람을 모방하겠다. 그러면 적어도 새로운 면을 추가할 수는 있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난 새로운 걸 발견하기를 좋아한다. ……화가란 결국 무엇이겠는가? 다른 사람의 소장품에서 본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소장품으로 만들고 싶은 수집가가 아니겠는가. 시작은 이렇게 하더라도 여기서 색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피카소-(307P)

“관람자에게 아무런 감정상의 동요도 일으키지 못하고 관람자가 그저 대충 훑어보는 예술작품은 아무 의미가 없다. ……관람자가 비록 상상 속에서라도 어떤 반응을 보이고 스스로 창조에 대한 열망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어야 한다. ……관람자를 마비 증상에서 일깨워야 한다.”-피카소-(309P)

“‘완성된’ 작품이란 있을 수 없다. 한 작품의 상이한 상태가 있을 뿐이다.”-피카소-(313P)

“내 그림은 탐구다. …이 탐구에는 논리적인 순서가 있다. 내가 번호를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 순서에 따라 실험을 하고, 여기에 번호와 날짜를 적어두었다. 이런 점을 고맙게 생각할 날이 올 것이다.” 이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예술가의 작품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가 언제, 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작업했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언젠가는 과학이 존재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과학이라고 불릴 수도 있을 터다. 창조적인 인물을 탐구해서 인간 일반에 관해 알고자 하는 그런 과학이다.”-피카소-(313P)

“예술가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백치(白痴)이다. ……정치적인 존재이면서 동시에 심장을 뒤흔드는 정열적이거나 행복한 사건에 민감한 사람이다. ……그림은 집 따위를 꾸미는 수단이 아니다. 그림은 적을 공격하고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전쟁의 수단이다.(322P)


6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음악가이자 정치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자서전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음악은 그 본질상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는 무력하다.”(334P)

스트라빈스키의 정신은 천재 음악가와 대금업자로 거의 정확히 양분된 것 같다. ……1912년 11월의 어느 날 아침 그는 「봄의 제전」을 완성하고는 투자 재산에 관한 편지를 쓰는 일로 오후 시간을 보냈다.(336P)

"무엇을 배우든 신참자가 걸어야 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 처음에는 학습 과정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지만, 이것은 자기만의 표현 방법을 자유롭고 힘차게 추구할 수 있는 수단으로만 삼아야 한다.“-스트라빈스키-(342P)

공전의 성공을 거듭하는 가운데서 이례적인 실패를 맛보았다는 점은 꼭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아무리 창조성이 뛰어난 혁신가라 해도 길을 잘못 들어설 수가 있는 법이며, 이들은 본래부터 오류 따위는 범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만 그 실패를 딛고 재기하는 방식이 보통 예술가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우는 사실인 까닭이다.(355P)

분명히 이 작품은 여러 이유로 처음 듣는 청중을 소외시킨 면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와 똑같은 이유로 결국에는 수용되고 인정받았던 것이다. 물론 변한 것은 작품이 아니라 장(場)이었다.(366P)

「봄의 제전」에 대한 드뷔시의 평이 정곡을 찌른다. “기상천외하고 난폭한 음악이다. 현대 문명의 이기를 모두 갖춘 원시 음악 같다.”(367P)

"흥정이 격렬한 것은 짜낼 이익이 얼마 안되기 때문이다.“(374P)

탁월한 창조자들은 언제나 완벽주의자이다. 처음의 구상을 세목 그대로 애써 실현하고자 하며, 수정이 꼭 필요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경도 가하지 않으려고 한다. 용기 있는 창조자들은 어떤 권리도 타인에게 양도하지 않으려 하며, 설사 의식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도 무의식적으로는 원래의 착상을 그대로 고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타인의 말을 듣기를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374P)

부쿠레슐리프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음악사 전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 당시 그가 매혹되고 영감을 받은 것은 무엇이든 때와 여건을 불문하고 활용하여 스트라빈스키 자신의 색깔이 담긴 새로운 작품으로 창조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이다.”(381P)

"「풀치넬라」는 과거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 발견이 있었기에 나의 모든 후기 작품이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처음으로 뒤를 돌아다보는 일이긴 했지만,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했다.“-스트라빈스키-(382P)

“시간상으로 우리와 더 가까운 시기가 더 먼 시기보다 일시적으로는 우리와 더 많이 떨어져 있는 게 세상 이치다.”(383P)

스트라빈스키와 피카소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를 재창조함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한층 더 심화시킬 수 있었다. 만약 그들이 이런 식으로 과거와 유희하지 않았다면 훨씬 개인적이고 급진적인 작품은 창조했겠지만, 이는 기껏해야 창조력을 갉아먹은 곤란한 재주에 불과했을 것이다.(383P)

“엘리엇과 내가 낡은 배를 수리하지 않았는가? 낡은 배를 수리하는 것이야말로 예술가의 진정한 임무다. 예술가는 이미 말해진 것을 그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말할 수 있을 뿐이다.”-스트라빈스키-(384P)

“나의 재능은 신이 주신 것이다. 나는 매일 그 재능을 활용할 수 잇는 힘을 달라고 신에게 기도한다. 어린 시절에 이미 이 재능은 내가 잠시 보관하는 것에 불과함을 깨달았을 때, 내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맨 처음에 말한 생각이 중요하다. 재능은 신이 주신 것이라는.”-스트라빈스키-(386P)

종교적인 음악을 작곡하려면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악마도 믿어야 하고 교회의 기적도 믿어야 한다.”(386P)

스트라빈스키는 자신의 작곡 행위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성찰했다.
“창조적인 음악가로서 나는 매일매일 짐을 풀 듯이 내 마음 속의 아이디어를 표출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나는 작곡가라는 운명을 타고났고 다른 것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작곡을 했다. ……나는 영감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을 하다 보면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잘 모를 수도 있다.”(프로이트 역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영감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나는 그것을 맞으러 마중나간다.”)(388P)

『음악의 시학』의 마지막 대목에서 스트라빈스키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의 행동 반경을 좁힐수록, 그리고 내 주위에 장애물을 더 많이 쌓아둘수록, 나의 자유 역시 더욱 커지고 풍부해진다. 속박을 없애면 그만큼 내가 발휘할 힘도 줄어든다. 더 많은 제한을 부과할수록 우리는 영혼을 구속하는 사슬에서 더 자유로와진다.”(390P)

스트라빈스키는 20대에는 디아길레프와 교제하면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고, 중년에는 고전 음악을 사숙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었으며, 만년에는 음렬주의 음악을 접하면서 창조력의 원천을 얻었다.(394P)


7 T. S. 엘리엇
경계선에 위치한 거장

소설가 마샤 데이븐포트(Marcia Davenport)는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시인은 모두 요절했다. 소설은 중년의 예술이고, 에세이는 노년의 예술이다.”(437P)

엘리엇은 시를 정서나 개성의 표출이 아니라, 오히려 정서와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로 여겼다. 그는 개성과 정서를 소유한 사람만이 거기서 도피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완벽한 예술가일수록, 번민하는 자아와 창조하는 자아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그는 미숙한 시인은 선배의 작품을 그저 모방만 할 뿐이지만 성숙한 시인은 그 핵심을 훔쳐내서 더욱 개성적이고 훌륭한 작품으로 빚어낸다고 지적했다.(443P)

그의 생각대로 시인은 어떤 종류의 경험도 소화할 수 있는 감수성을 지닌 존재이다. 시인의 마음은 무수한 감정과 말씨와 이미지 등을 붙잡아 저장해둘 수 있는 용기(容器)와 같다. 이러한 요소들이 무의식적이고 정리되지 않는 산만한 형태로 남아있다가,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화합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444P)

시를 읽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논리가 개입하면 방해가 될 수 있는 정서적인 체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시를 가장 좋은 시라고 생각했다. 즉, 무의식의 리듬에 기반해서 창조되고, 그 리듬에 부합하는 시를 가장 좋은 시라고 생각한 것이다.(444P)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한 정서를 명확히 표현하는 일련의 객관 대상이나 상황, 사건인데, 해당 정서를 환기하려면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외부적인 상(像)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객관적 상관물을 창조할 수 있는 시인이 가장 훌륭한 시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비상한 감수성과 뛰어난 언어 구사력을 결합시킬 줄 아는 시인이 없다면, 우리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뿐 아니라 그것을 느끼는 능력까지도 퇴화할 것이다”-엘리엇-(444P)

경계인으로 살았던 엘리엇의 생애는 역설적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경계인으로 살았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길을 선택했다. 주류에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일부러 경계인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455P)

그는 일종의 파우스트적인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예술은 인간이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하기를 요구한다. 가족도 버리고 오직 예술 만을 좇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예술은 인간이 어느 가족이나 계급, 당 혹은 동인의 일원이 아니라 그저 그 자신일 뿐이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456P)

경계인이란 오직 공동체를 전제하고서야 성립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창조적인 인물의 생애에서는 경계인이라는 느낌을 갖는 순간과 공동체에 속한다는 느낌을 갖는 순간이 시계추처럼 왕복하는 궤적을 엿볼 수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창조성이 매우 뛰어난 인물들은 어느 정도는 세계 전체에 속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으로만 홀로 남겨져 있다고 할 수 잇다. 그리고 이렇게 양극을 오가는 모습이랴말로 창조자의 생애에 긍정적인 비동시성과 부정적인 비동시성을 동시에 가능케 한 요인일 것이다.(457P)

간주곡 2

특정 장르에서 새로운 예술 작품을 창조하고, 자신들의 변화하는 예술적 비전을 반영하는 창조물을 축적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인 것이다.(461P)

피카소와 세잔, 스트라빈스키와 드뷔시, 엘리엇과 라포르그 사이에는 연속성이 개재한다. 이들 혁신가들 사이에는 인상적인 유사점이 있다. 파편적인 요소와 형태 자체에 대한 관심, 일상의 세속적인 삶에서 겪는 긴장, 원시에의 동경, 과거의 무거운 주제, 세속의 사소한 일들과 고상한 전체 주제 사이를 왕복한다는 점이 그것이다.(462P)

실상 엘리엇이나 스트라빈스키는 좀 뒤늦게 태어났다면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그들의 모든 작품을 창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피카소 역시 그런 것에 익숙하다면, 아예 작품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컴퓨터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세명의 예술가들은 앞 장에서 다루었던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연구실 혹은 작업실의 창조자라고 할 수 있다.(464P)


8 마사 그레이엄
무용계에 혁명을 몰고 온 여자


흔히 이사도라는 신체를 무엇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로 여겼다고 한다. 그녀는 무용을 위대한 음악 작품의 반주에 맞춰 공연하는 진지한 예술 형식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467P)

이사도라의 성공요인은 제자나 ‘양녀’들에게 전수해 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주로 그녀의 카리스마 넘치는 태도와 ‘몸의 본응적인 움직임’에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이사도라는 통상적으로 새로운 무용 전통의 창시자라기보다는 고독한 선구자로 여겨진다. 날카로운 식견을 지닌 무용 비평가 애그니스 드 밀(Agnes de Mille)은 이렇게 말한다. “이사도라는 무대에 널린 쓰레기를 모두 청소했다. 그녀는 거대한 빗자루였다. 그녀로 인해 비로소 무대가 깨끗하게 청소된 것이었다.”(468P)

“그 순간 내 운명은 결정되었다. 나는 여신처럼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을 더 이상은 기다릴 수가 없었다”고 훗날 그레이엄은 회상했다.(474P)

거의 서른 살이 된 이 시점에서 그녀는 마음속에 번지는 모든 의심을 접어두고 프로이트나 피카소에 비견할 만한 태도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나는 정상에 오를 것이다. 누구도 아무 것도 나를 막지 못한다. 그리고 나 홀로 그 길을 갈 것이다.”(474P)

“오늘날의 삶은 신경을 자극하고 날카롭게 후비는, 뒤죽박죽 엉켜 있는 삶이다.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듯 하다. ……내 무용에 표현하려는 것이 바로 이런 삶이다.”-그레이엄-(480P)

가벼운 즐거움과 여흥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해서 돌아갈 것이다. 마사 그레이엄의 무용 프로그램에는 열정과 항의가 생생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용가로는 용서받지 못할 일을 하는 셈이다. ……관객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484P)

“나는 무용가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나는 무용가로 선택된 것이다.”(524P)

“누구나 실패할 권리는 있다. 실패했더라도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용기만 있다면 실패를 발판으로 새로운 단계로 오를 수 있다. ……한 가지 대죄(大罪)가 있다면 그건 범용(mediocrity)이다. 이게 내 믿음이다.”(526P)


9 마하트마 간디
신념을 실천한 정치 지도자

“진정한 치유는 영국이 이기심과 물질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문명을 버리는 것, 아무런 목적도 없고 헛되기만 할 뿐인, 그리고……. 기독교의 정신을 부정하는 그런 현대 문명을 버리는 것에 있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558P)

무엇보다 깊은 영향을 받은 것은 톨스토이의 저작이었다. 톨스토이를 읽은 경험으로 말미암아 그는 영원히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서 폭력에 호소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났을 뿐 아니라, 인간의 권리보다는 의무, 그리고 모든 인간 문제에서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574P)

에릭슨이 그의 간디 연구에서 강조한 것처럼, 종교적인 혁신가란 자신의 개인적인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해답이 궁극적으로는 보다 넓은 공동체의 난국을 해결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575P)

“폭력을 사용해서 정부가 법안을 폐기하도록 강제한다면, 나는 몸의 힘을 사용하는 셈이다. 법에 복종하지 않고 그 대가로 주어지는 처벌을 달게 받는다면, 나는 영혼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엔 자아의 희생이 수반된다.”(578P)

“단식은 적에 대항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단식은 오직 우리의 가장 가까운 사람,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이고, 오직 우리 자신의 복리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단식에는 그 나름의 체계적인 수련법이 있다. 내가 아는 한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585P)

“자유는 여러분의 생득권(生得權)이듯 우리의 생득권입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 피를 흘리는 것을 우리는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께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자유를 얻는 데 희생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갠지스 강을 피로 물들인다 해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600P)

아인슈타인은 좀더 시적인 말로 이런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마도 후세대인들은 이런 인물이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으로서 이 지구상에 걸어다녔다는 사실조차 믿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609P)

간주곡 3

“나의 전문 분야는 행동이다”-마하트마 간디-(610P)

간디와 그레이엄은 아주 구체적인 의미에서 그들의 육체로서 창조 활동을 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적인 외양, 그리고 자신들의 몸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그들의 창조 활동의 핵심이다.(611P)

그레이엄에게 공연은 그 자체로 목적이 있었던 반면, 간디에게 실행이란 정치와 사회 및 종교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었다.(614P)


제3부 창조성의 조건

10 다양한 분야의 창조성

창조성의 현저한 특징은 아이다운 천진성과 어른의 원숙함의 결합에 있다. 이런 결합은 성격만이 아니라 사고방식(관념)에서도 나타난다. 아이다운 특성이 순진함과 참신함으로 나타나면 긍정적인 색채를 띠게 되지만, 반대로 이기심과 보복심리로 나타나면 부정적인 색채를 띠게 된다.(629P)

프랑스의 소설가 구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남들은 도착이라 할지 모르나 나는 내 작품을 미친 듯이 사랑한다. 마치 고행자가 배를 할퀴는 마모직 셔츠(hairshirts)를 사랑하듯이 말이다.”(633P)
『『
10년간의 견습 기간을 거쳐야 중대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약은 대개 일련의 시험적인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는 편이지만, 일단 도약을 하게 되면 과거로부터 결정적인 단절을 이룬다.(637P)

프로이트의 「프로젝트」와 아이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엘리엇의 『황무지』, 그레이엄의 「프론티어」, 간디의 아메다바드 파업을 결정적인 도약으로 간주한다.(638P)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혹은 『토템과 터부』), 아이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 피카소의 「게르니카」, 스트라빈스키의 「결혼」, 엘리엇의 「4개의 사중주」, 그레이엄의 「애팔래치아의 봄」, 간디의 소금행진 등이 두 번째로 정점에 오른 도약이라 할 수 있다.(638P)

에필로그
현대와 현대 이후

새로운 세기의 시작이란, 기회의 시간이자 과거의 짐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뜻에 따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며 표면 아래에 꿈틀거리고 있는 긴장과 불확실성을 표현해야 하는 시간이었다.(675P)

이 급진적인 작품은 마치 인생의 의미란 오직 죽음에서만 찾을 수 있고 죽음은 황홀경과 다를 바 없으며 창조는 파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676P)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예술의 현대적인 특질을 “현대성이란 파편화된 삶이며 시간의 급속한 변화이고 조각난 경험이다.” “현대성이란 덧없고 우연한 것이다. 이게 예술의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다.”(677P)

현대 예술은 끊임없는 변화라는 맥락에서 탄생한다. 그것은 전통을 송두리째 거부하고 비평가 해럴드 로젠버그(Harold Rosenberg)의 말대로 ‘새로움의 전통’을 창조하려는 단호한 노력이다.(678P)

내 생각에 모든 창조적인 도약에는 겉보기엔 전혀 이질적인 두 영역의 결합이 있다. 하나는 관련 분야에 대한 철저하고 조숙한 통달이고, 다른 하나는 유년기의 의식과 관련된 이해 방식과 직관이다. 창조적인 도약은 이런 두 영역의 성공적인 결합에 있으며, 이런 결합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그 도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682P)

창조자가 젊은 시절에 해당 분야를 거의 터득하고 그 정점에 오르지 못하면 창조적인 업적을 이루기는 불가능하다. 그들의 창조적인 도약은 원숙한 인물의 원숙한 작업의 결과이다. 그러나 아주 어린 시절, 거의 유아기의 감각과 시점을 보유할 수 있는 자만이 창조적인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들레르가 말한 대로 천재란 유년기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685P)

인간이란 어쩌면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방향, 장르 혼융의 방향으로 무한정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전통, 모더니즘과 역사주의, 창조적인 도약의 시기와 인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정체 혹은 퇴행적인 시기를 시계추처럼 왕복하는 운명일지도 모른다.(691P)

옮긴이의 글

저자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 이론으로 유명한 교육학자다. 우리는 흔히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보고 “똑똑하다”거나 “지능이 우수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가드너는 이런 발상이 틀렸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지능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서 “어떤 한 사람이 무조건 지능이 우수하다거나 열등하다고 단정짓는 생각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처럼 언어 지능과 논리 지능이 우수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피카소처럼 공간 지능과 신체 지능이 우수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능이 다원적이라면 창조성(혹은 창의성creativity) 역시 다원적이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692P)

창조성이란 바로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힘”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평생 동안 지닐 수 있었기에 이 책에서 다루는 거장들은 그토록 열정적으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다는 게 저자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것 같다.(693P)

창조성은 단지 한 개인의 탁월한 재능만으로 실현되거나 발휘될 수는 없고, “오직 재능이 갖춰진 아이와 그 분야에 우호적인 문화, 그리고 풍부한 사회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694P)

각자 자신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우리에게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상상력이 중요시되는 방침이 교육계나 일반 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생각이다.(695P)



3. ‘내가 저자라면’

위대한 도전

이 책은 내 연구의 정점이자 출발점이다. 창조성이라는 현상과 역사적 실례(개별 사례)에 대한 평생 동안의 관심을 하나로 모았다는 점에서는 정점이며, 인간의 창조적 기질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연구했다는 점에서는 출발점이다.(13P)

저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들어가는 글에서 윗글로 글을 시작하고 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주제이자 어려운 연구가 되었음을 본인 스스로 인정하고 있으며 그 만큼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어 창조성을 밝히고자 노력했음을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러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유명한 이론인 ‘다중지능’이 있기 때문임은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러한 방법 즉, 7명의 성공한 위인들을 비교, 분석하고 공통점을 뽑아냄과 동시에 차별화 그리고 그 시대의 배경까지 여러 가지의 요인을 가지고 위인들의 창조성을 끌어내기 위한 시도는 상당히 난해한 도전이였으리라 생각된다. 이 위대한 도전을 통해 상당히 양호한 결론을 도출한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이 책의 구성은

이 책의 구성은 총 3부 10장으로 되어있다. 먼저 가장 큰 부분을 3개의 부로 나누었는데, 제1부는 ‘창조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란 제목으로 뽑아 왜 이 책을 내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하여 창조성을 연구하는 배경, 방법, 인물선정, 여러 가지 기법 등 전체적인 연구의 개념 및 배경에 대하여 할애하고 있다. 제2부는 ‘현대의 창조적 거장들’이란 제목으로 고심하여 선정한 7명의 각 분야별 거장들을 집중 비교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내용이 다른 전기책들과 다른 점은 각 위인들의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부각하였는데 단순히 장단점을 알아보는 수준이 아니라 그것이 창조성과 얼마만큼의 관련성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유로 위인들의 이야기들은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불미스러운 에피소드까지 등장하고 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제3부에서는 ‘창조성의 조건’이라는 타이틀로 제1부와 제2부에 걸쳐 나온 내용에 대하여 다시한번 간략하게 설명함과 동시에 창조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여기서 구성의 특이한 점이 2가지 정도 발견되었다. 첫째는 7명의 위인들을 2명 또는 3명씩 유사한 군(群)으로 묶어 ‘간주곡’이란 쉬어가는 코너 즉, 보충설명의 장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간주곡1에서는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을, 간주곡2에서는 피카소와 스트라빈스키 그리고 엘리엇을, 간주곡3에서는 그레이엄과 간디를 묶어 놓았다. 이 구성은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주었는데 다소 학술적인 느낌의 이 책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통해 복습과 더불어 휴식의 느낌을 줄 수 있어 상당히 좋게 느껴졌다. 둘째는 대개 제1부, 제2부로 나눌 경우 그 안의 장은 제1장, 제2장의 순서로 다시 시작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나눔없이 제1장부터 제10장까지 그냥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별 문제점은 없지만 다른 책과 달라 다소 특이한 느낌을 주었다.

구성에 있어서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각 장의 소제목들이 너무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하다보니 도무지 소제목만 보고 쫓아가다가는 큰 길을 잃을 수도 있을 성 싶었다. 저자는 각 위인들을 분석하기 위해 연구도구를 사용하여 위인간 공통점과 차별성을 구별해 내고 거기서 위인별 창조성을 뽑아내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소제목은 각 위인별에 맞추어 다른 제목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독자가 책을 읽으며 위인간 비교를 하기는 다소 어려웠다. 물론 내용상으로는 알수 있었지만 소제목도 책 읽는데 있어 도움이 되었으면 더 좋았을 듯 싶다.

의문점
왜 이 책의 제목은 <열정과 기질>일까? 책을 처음 펴면서 덮을 때까지 의문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영문제목은 Creating Minds인데 왜, 한국어제목은 <열정과 기질>일까? 이 책에서는 그 설명이 나와있지 않아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그 중에서도 조희정이란 분이 설명한 내용이 있어 소개해 본다.

‘연관성을 따져보면, 열정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기질이 발현되었을 때입니다.
Creating Minds의 뜻은 “창조적인 생각”인데, 자신이 가진 재능(기질)을 위해 열정을 쏟아부을 때
창조적인 생각은 발현된다는 것입니다.‘

글쎄.. 그럴듯 한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출판사에서 제목을 그렇게 정한 이유를 설명해 놓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다, 내가 나중에 출판사에 물어보는게 더 속시원할 듯 싶다. (그래도 생각을 해보자면 열정과 기질이 만났을 때 창조성이 발휘된다? 이런 뜻인가? 위의 글과 같은 생각인가?)

창조성은 무엇일까

저자는 ‘창조성은 무엇일까’란 질문대신 ‘창조성은 어디에 있는가’란 질문으로 바꾸어 연구를 하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창조성은 어디에서 발현되는가’가 맞을 듯 싶다. 창조성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답은 이 말에 있다고 판단된다.

창조자가 젊은 시절에 해당 분야를 거의 터득하고 그 정점에 오르지 못하면 창조적인 업적을 이루기는 불가능하다. 그들의 창조적인 도약은 원숙한 인물의 원숙한 작업의 결과이다. 그러나 아주 어린 시절, 거의 유아기의 감각과 시점을 보유할 수 있는 자만이 창조적인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들레르가 말한 대로 천재란 유년기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685P)

보들레르는 예술가의 “천재성이란 의지로 되찾은 유년기이자, 이제는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어른의 육체적인 능력을 갖춘 유년기, 그리고 무의지적으로 축적된 경험의 총합에 질서를 부여하는 분석적인 정신을 갖춘 유년기”라고 말한다.(170P)

그리고 피카소는 말한다. “그 나이 적에 이미 나는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지만, 그 아이들처럼 그리는 법을 배우기까지는 평생이 걸렸습니다.”(263P)

창조성이란 자신의 기질(분야)에 맞는 일을 열정을 가지고 몰입할 때 발휘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빠져듬을 이러저러한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하기 어렵다. 아니 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유아기적 시절, 그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스키너는 ‘사람들이 창조 행위에 나서는 것은 이전에 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긍정적인 강화’가 주어졌기 때문이다.‘(68P)라고 말한다. 어렸을 적 우리는 조금만 일을 잘해도 칭찬을 받으며 자라왔다. 즉 ’긍적적 강화‘가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환경하에서 있었기 때문에 더욱 ’창조성‘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릴 적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몰입해야만 한다. 7명의 위인들은 공통점은 이것이다. ‘어릴적 순수한 마음, 목표를 잃지 않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어찌보면 아주 쉬운 이것이 지금의 그들의 명성을 만들어 주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을 옆에서 지켜준 조력자와 시대적 배경이 있긴 했지만 결국 성공을 이룬건 결코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그들의 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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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5.26 09:35:15 *.244.220.254
분석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저는 요즘 커리큘럼의 텍스트들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전혀 조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점점~ "저자라면"이라는 부분이 부담 백배로 다가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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