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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0일 11시 50분 등록

유발 노아 하라리 역사학자라는 이름으로 온 예언자

 

유발 노아 하라리. 1976년 생으로 이스라엘 태생의 유대인 역사학자. 저자연구를 하면서 두 번 놀란 바, ‘사피엔스를 썼을 때의 나이가 고작 35세였다는 것과 그가 이스라엘 태생의 유대인이라는 사실이었다. 35세에 이런 거시적인 관점과 통찰력이 형성되려면 도대체 어떤 성장배경을 가진 것일까. 게다가 다른 곳도 아니고 이스라엘에서 나고 자란 유대인으로서 창조론에 반하는 논조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다니! 그는 우리의 역사를 까마득히 먼 지점에서부터 알려주는 반면 정작 자신의 짧은 역사는 공개하지 않는다. 그의 가족관계는 검색되지 않는다. 그에게도 아버지가 있음은 서문 앞 사랑하는 아버지 슐로모 하라리를 추억하며라는 한 구절에서만 짐작할 뿐이다. 마치 그는 맥락 없이 갑자기 등장한 것만 같다. 그런 면에서 그에게서 예수의 등장이 오버랩된다면 너무 멀리 가는 것일까? 


예수가 인간의 몸을 빌어 2천년 전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듯이 그리고 자손을 남기지 않고 이 세상에 복음만 남겼듯이, ‘유발 노아 하라리역시 잠시 유대인 부모의 육신을 빌려 태어나 인류에 대한 메시지를 알리려고 온 예언자같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는 학자라기보다는 현자에 가깝다. 말과 글로 전 세계에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큰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큰 그림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이 즈음 되면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오라는 메시야는 안오고 왜 자꾸 예수니 유발 하라리니 하는 것들이 이 땅에 태어나 전 세계를 시끄럽게 하는가라고 투덜댈 것만 같다. 그만큼 유발 노아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이스라엘 태생의 유대인이 썼다고 하기엔 충격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다. 부모 모두 세속적인 유대인이었고 오히려 무신론자였다. 친가와 외가 모두 1920-1930년대 동유럽에서 이스라엘로 온 유대인들로 대개의 동유럽 출신 유대인들은 신이나 성경을 믿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주의를 믿었던 것이다. 이러한 가정 환경과 함께 그는 석유화학산업이 위치한 이스라엘 하이파의 작은 교외공업단지에서 성장한다.


호기심 많은 아이였던 그는 언제나 커다란 질문에 관심이 있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그러나 그러한 질문은 무신론자 부모님과 작은 교외공업단지에서는 응답되지 않았다. 5살 무렵 히브리어로 된 세계사 책을 몇 시간이나 보며 스스로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는 10대 시절에는 인간은 왜 고통 받는가, 인간은 왜 신을 믿는가, 세상은 왜 지금같은가, 인생의 목표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비슷한 맥락의 근원적이고 큰 질문을 여전히 품고 있었다. 부모, 선생님 등 어른들에게도 물어봤지만 그들 역시 그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답을 할 수 없는 것 뿐만 아니라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살아가는 것에 놀란 그는 어른이 되면 일상적인 세상사에 함몰되지 않고 커다란 질문에 답이 될 커다란 그림을 이해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마음 먹는다. ‘사피엔스는 그가 10대 시절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옥스퍼드 유학시절에도 그는 석박사 과정도 답할 수 없는 근원적 질문을 품고 있던 차, 친한 친구를 통해 위파사나 명상을 접하게 된다. 위파사나 명상을 통해 오랫동안 품어온 자신만의 질문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그의 삶을 바꾼 계기가 된다. 그가 비교적 어린 나이에 믿을 수 없는 통찰력과 혜안을 갖출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 위파사나 명상에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그가 히브리 대학교 교수로 발령받고 처음 맡은 강의에서 7-8년 간 학생들과 실제로 나눈 대화가 더해져 사피엔스가 완성된다. 그에게 있어 수업은 학생들이 어떤 지점에서 지루해하고 어떤 지점에서 흥미를 보이는지를 알 수 있는 일종의 실험이기도 했다. 그는 책을 쓸 때 그 자신이 그랬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탐구욕 있는 익명의 지적인 10대 독자를 상상하고 쓴다고 한다..


5살 어린 아이의 호기심, 단순하지만 매우 큰 질문. 그 질문을 끈질기게 품고 명상을 통해 집중하여 얻어낸 통찰.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하여 이렇게 막대한 힘을 갖게 되었는가. 이 힘은 미래에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이며, 우리는 그 힘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역사학자로서 과거를 이야기 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예언하는 그의 책 사피엔스를 읽고, 현재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이 책을 통해 명상해보자 



내 마음 속 책갈피


 

6 우리 종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인간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의 진로는 전면적으로 바뀔 것이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역사는 내가 통상 생각하는 역사와는 그 스케일이 다르더라. 민족의 역사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이며, 국가의 역사가 아니라 지구의 역사로 다루고자 하는 시간과 공간의 스케일이 상당하다. 우리 앞에 열린 다양한 미래의 가능성 중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 지, 아니 선택할 수 없다면 어떤 경우의 수가 펼쳐져 있는지라도 가늠하기 위한 역사적 통찰을 얻기 위해 역사를 이해할 것을 권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다루는 것이 사피엔스라면, 앞으로의 가능성 있는 미래를 다루는 것이 호모데우스일 것이다. 그 흐름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자.

 

7 오늘 날의 과학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재설계할 수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 21세기 경제의 주요한 생산물이 될 것이다.

 

8 생명의 미래에 관한 우리의 결정은 지금껏 시장의 맹목적인 힘과 덧없는 유행이 좌우해왔다. 우리는 무모한 소비에 열중한 나머지 우리 행성의 많은 부분을 파괴하고 있다.

 

9 나는 이 책이 성공한 이유를 진정한 필요에 답을 주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내가 책을 내게 된다면 나 역시 진정한 필요에 답을 주는 책 또는 생각지 못했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책을 내야겠다 싶었다. 책을 쓴 의도와 책의 성공이유가 맞아 떨어진다는 건 의미 있고 부러운 일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 같은 범인은 책을 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인생을 걸고 써야 한다. 또는 인생을 걸고 산 사람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건 의미 있겠다 싶다.

 

9 이 세상에 독립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행성은 여전히 2백여 개의 각기 다른 국가로 나뉘어 있지만,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전 지국적인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힘에 의존하고 있다. à 지구의 춘추전국시대

 

9 가난한 자와 부자 간에 진정한 생물학적 격차가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제력을 기준으로 외모의 격차, 건강 및 수명의 격차, 학벌에 대한 격차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예쁘고 잘생기고 집안도 넉넉한 집 자녀들이 대학도 잘 가고 취업도 잘 되며 건강상태 역시 좋다. 조만간 만날 고아 청소년이 있는데, 18만원짜리 고시원에 살며 제대로 식사도 못하니 역류성 식도염을 비롯한 여러 질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빈곤과 건강상태의 관계에 대해 새삼 주목하게 되었다.

 

10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경제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기르자.

 

10 기술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가전제품은 가사노동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여가를 안겨주었을까? 로봇청소기를 비롯하여 기술의 발전만큼 가전제품의 가격도 치솟고 있는데, 그렇게 지불한 대가로 과연 여유와 행복을 누리고 있는걸까?

 

11 유전공학, 인공지능 그리고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을 건설할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

 

1부 인지혁명

 

18 135억 년 전 빅뱅이라는 사건이 일어나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역사의 시작이 이러하다. 통상 기원 전을 기준으로 한 역사적 시간 개념이 머리 속에 잡혀 있었는데 사피엔스를 읽으며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최장거리 과거시점까지 여행을 하게 되었다.

 

19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

 

20 당시에는 아무도 이들 원시인류의 후손이 언젠가 달 위를 걷고 원자를 쪼개고 유전자 코드를 해독하며 역사책을 쓰리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엄마 빨리 오라고 문자 보내는 큰 아이를 보며, 옹알이를 하던 그 시절이 있었나 새삼스러웠다. 한 인간의 생애를 봐도 태어난 후 7-8년의 발전도 놀라운데 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된 인류의 발전이야 말할 것도 없다. 거꾸로 앞으로의 발전상은 경이를 넘어선 경외, 두려움이 될 것임을 유발 하라리는 암시한다.

 

22 불과 6백만 년 전 단 한 마리의 암컷 유인원(꼬리 없는 원숭이)이 딸 둘을 낳았다. 이 중 한 마리는 모든 침팬지의 조상이,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종의 할머니가 되었다.

 

26 우리 종의 범죄를 암시하는 것일지 모른다. 곧 살펴보겠지만, 우리 사피엔스 종에게는 사촌들에 관한 기억을 억압할 이유가 있다.

 

27 과연 무엇이 지난 2백만 년간 인간의 엄청난 뇌 용량 증가를 일으켰을까? 솔직히 우리는 모른다.

 

28 인간은 높은 시야와 부지런한 손을 얻은 대가로 오늘날 허리가 아프고 목이 뻣뻣해졌다.

 

29 인간의 사회적 능력이 뛰어난 것도 이 덕이요, 특유의 사회적 문제를 안게 된 것도 이 탓이다.

 

29 인간은 용광로에서 막 꺼낸 녹은 유리덩어리 같은 상태로 자궁에서 나온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게 가공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아이를 교육시켜 기독교인이나 불교도로도, 자본주의자나 사회주의자로도, 호전적 인물이나 평화를 사랑하는 인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30 초기 석기의 가장 흔한 용도는 뼈를 쪼개 골수를 빼내는 일이었다.

 

31 이에 비해 인간은 너무나 빨리 정점에 올랐기 때문에, 생태계가 그에 맞춰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인간 자신도 적응에 실패했다./ 치명적인 전쟁에서 생태계 파괴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참사 중 많은 수가 이처럼 너무 빠른 도약에서 유래했다.

 

35 호모 사피엔스가 아라비아 반도에 상륙했을 당시 대부분의 유라시아 지역에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이미 정착해 있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35 병자와 약자를 돌본 것으로 보인다. (네안데르탈인)

유골에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도 영화 같은 장면이다. 그런 종이 사라졌다는 것이 비극적 현실이고. 이기적인 종들만 살아 남으니 이 세상이 지옥인 것이다.

 

36 그렇다면 중국인과 한국인은 사피엔스와 에렉투스의 혼합이다./ 모든 현대 인류의 조상은 하나같이 7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기원을 두고 있다. 우리는 모두 순수한 사피엔스.

 

38 일부 운 좋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사피엔스 특급에 편승한 것이었다.

 

39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마주친 결과는 틀림없이 역사상 최초이자 가장 심각한 인종청소였을 것이다.

 

40 지난 1만 년간 호모 사피엔스는 유일한 인간 종이었다./ 그들이 우리가 무시하기에는 너무 친숙하고 관용하기에는 너무 달랐다는 것.

 

43 하지만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매우 특별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무리를 지어 두 번째로 아프리카를 벗어난 것이다.

 

43 그들은 약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까지 배, 기름 등잔, 활과 화살, 바늘(따듯한 옷을 짓는 데 필수도구)를 발명했다. 예술품이나 장신구라고 분명하게 이름 붙일 만한 최초의 물건들도 이 시기를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종교와 상업, 사회의 계층화가 일어났다는 명백한 증거 역시 이 시기의 것이다.

 

44 인지혁명이란 약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 배선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전에 없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하지 않나.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 중 어떤 것이 먼저였을까.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싶은 훈련으로 외국어를 익히는 것이 그래서 유익하다고 생각해오던 터.

 

44 새로운 사피엔스의 언어에 어떤 특별한 점이 있었기에 사피엔스는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영화 ‘Arrival’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섞인 시재가 없는 언어를 쓰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그런 외계어로 미래를 볼 수 있는 외계인이 사피엔스를 정복하게 될까? 지금의 사피엔스가 호모데우스가 되어 우주를 정복할 지, 아니면 외계인이 사피엔스를 정복하게 될 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미래.

 

46 인간의 언어가 진화한 것은 소문을 이야기하고 수다를 떨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47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 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카페에서 수다 떠는 소리, 술 자리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 다 거슬리던데. 그 수다가 약 7만 년의 장구한 역사가 있고 게다가 나름의 큰 역할도 했구나. 이런 측면에서라면 드라마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거구나. 드라마를 보지 못하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식으로들 이야기 하는데.  결국 허구가 실제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48 언론인은 원래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었고, 언론인들은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무임승차자인지를 사회에 알려서 사회를 이들로부터 보호한다.

 

48 우리 언어의 진정한 특이성은……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다./ 전설, 신화, , 종교는 인지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49 원숭이를 설득하여 지금 우리에게 바나나 한 개를 준다면 죽은 뒤 원숭이 천국에서 무한히 많은 바나나를 갖게 될 거라고 믿게끔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얼마 전 IS가 자폭테러범들에게 천국행 여권을 발급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순교자가 되면 천국에서 처녀 72명의 대접을 받는다며 자폭테러를 유혹했다 한다.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 전달을 통해 의도한 행동을 이끌어내니 가히 사피엔스의 후손이다.

 

49 하지만 허구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57 우리는 그 존재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이들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곧잘 잊는다. 미국에서 유한회사를 일컫는 기술적 용어는 ‘corporation(법인, 기업)’인데, 이는 아이러니다. 그 어원인 라틴어 ‘corpus’이라는 뜻인데 법인데 딱 하나 없는 것이 바로 몸이기 때문이다. 실제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법은 이들 기업을 마치 뼈와 살을 가진 인간처럼 법인으로 취급한다.

 

59 가상의 실재는 현실세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60 인권도 우리의 풍부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일지라도 말이다./ 사피엔스는 이중의 실재 속에서 살게 되었다./ 다른 한쪽에는 신, 국가, 법인이라는 가상의 실재가 존재한다.

 

60 단어를 통해 가상의 실재를 창조하는 능력은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일도 했다.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신화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로 신화를 바꾸면 인간의 협력방식도 바뀔 수 있다. 상황이 맞아떨어지면 신화는 급속하게 바뀐다. 1789년 프랑스인들은 왕권의 신성함이라는 신화를 믿다가 거의 하룻밤 새 국민의 주권이라는 신화로 돌아섰다.

공산주의를 종교라 하고, 인권을 신화라 하고, 문화를 정신적 기생충이라고 표현하면서 머리 속 딱딱하게 굳었던 편견을 깨버린다! 세상에! 인간의 대규모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신화의 역할이라니.

 

62 사피엔스는 인지혁명 이래 행태를 신속하게 바꾸고 새로운 행태를 유전자나 환경의 변화가 없이도 미래 세대에 전달할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가톨릭 신부, 불교의 승려, 중국의 환관처럼 아이를 갖지 않는 엘리트가 계속 등장했던 것이다. 이런 엘리트의 존재는 자연선택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에 모순된다. 사회를 지배하는 계층이 아이 낳기를 기꺼이 포기했으니 말이다.

 

62 1900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사람이 1백 세까지 장수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녀는 어린시절을 빌헬름 2세의 호엔촐레른 제국에서 보냈고, 성년기에는 바이마르 공화국, 나치 제3제국 그리고 공산주의 동독에서 살았고, 죽을 때는 재통일된 민주주의 독일의 시민이었다. 그녀는 매우 다른 다섯 가지 사회 정치 체제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그녀의 DNA는 계속 똑같았는 데도 말이다.

 

63 픽션을 창작할 능력이 없어 대규모의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없었다.

 

64 오늘날 전 지구적 교역망은 달러, 연방준비은행, 기업의 토템적 상표와 같은 허구의 실체들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67 인간은 교역망이나 대중적 축하행사, 정치제도 등의 질서 있는 패턴을 함께 창조한다. 혼자서는 결코 만들 수 없었던 것들을 말이다. 우리와 침팬지의 진정한 차이는 수많은 개인과 가족과 집단을 결속하는 가공의 접착제에 있다. 이 접착제는 인간을 창조의 대가로 만들었다.

 

70 식습관, 분쟁, 성적 특질 모두, 우리의 수렵채집 마인드가 후기 산업사회의 환경과 그 대도시, 여객기, 전화, 컴퓨터와 상호작용한 결과다.

 

75 이들의 정신적, 종교적, 감정적 삶의 태반은 인공물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뤄졌다고 가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나그네는 집이 가볍다. 방랑하는 자의 기동성을 위해서는 인공물이 적어야 하는 게 맞고. 최근의 미니멀 라이프 유행은 그 옛날 수렵채집인의 삶에의 무의식적 동경일까.

 

77 하나의 사회나 개인이 각자의 가능성의 지평 안에서 실제로 탐색하는 범위는 매우 좁게 마련이다.

 

79 같은 무리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매우 잘 알았으며, 평생을 친구와 친척에게 둘러싸인 채 살아갔다. 고독과 프라이버시는 없었다.

고독과 프라이버시가 없었다니, 나 같은 사람은 살기 힘들었겠다. 저번에 호주 갔을 때 보니 무리에서 나와 외딴 동굴에서 혼자 살았던 사람의 흔적이 있던데. 그 옛날에도 은둔형 인간은 있었을 것이고 나름의 동굴을 찾아 고독을 즐겼을 것이다.

 

80 평균적인 개인은 몇 달 동안 자기 집단 외의 사람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며 살았고, 평생 만나는 사람도 불과 몇백 명을 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내는 것, 다양한 사람들을 알고 지내는 것이 좋아 보이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인생의 풍요로움은 인간관계의 넓이보다 깊이에 있더라. 

 

80 대부분의 사피엔스 무리는 먹을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떠돌며 길 위의 삶을 살았다.

여행하는 상인, 방랑작가..이런 거에 대한 로망 있는데.

 

81 이르면 45,000년 전부터 어촌은 인도네시아 제도의 연안에 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 마을은 호모 사피엔스가 최초의 대양 횡단사업 호주 침략 을 시작하는 기지였을지 모른다.

 

82 이들이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영토에 대한 마음속 지도가 필요했다.

인생지도도 마음 속에 새겨야겠다.

 

83 ‘바보들을 위한 생태적 지위’/ 별 볼 일 없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 물품을 배달하거나 조립라인에서 단순노동을 하면서 그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되었다.

 

86 영향을 덜 받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었다.

미세먼지로 하늘이 엉망이니 기후이민도 생각하게 되더라.

 

87 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다양하게 먹고, 주당 일하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으며, 전염병도 드물었으니,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는 농경 이전 수렵채집 사회를 최초의 풍요사회라고 불렀다.

 

87 삶은 거칠고 힘든 것/ 무리 내에서 적개심이나 비웃음을 받는 사람들은 끔찍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88 “나는 나이 든 여자를 상습적으로 죽였다. 나는 숙모들을 죽이곤 했다……여자들은 나를 두려워했다……이제 백인들이 이곳에 오고 나니 나는 약해졌다.”

 

88 남을 지배하려 드는 사람을 대체로 기피했다. 얼마 되지 않는 소유물에 대해 극도로 관대했으며, 성공이나 부에 집착하지 않았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좋은 사회적 상호관계와 높은 수준의 우정이었다. 이들은 어린이나 병자, 노인을 살해하는 행위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낙태나 안락사를 보는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89 아체족이 무리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예외적으로 가혹한 태도를 취한 이유는 적을 피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발각되지 않기 위해 우는 갓난 아기를 죽여야 했던 어떤 유태인 부부의 절박함이 생각난다.

 

89 생각과 믿음과 느낌의 세계는 훨씬 더 파악하기 어려운 법이다.

 

90 사냥꾼은 한 무리의 사슴에게 말을 걸어 그중 한 마리에게 스스로 희생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비슷한 내용을 조셉 캠벨의 책에서 접했던 거 같다. 인디언과 들소였던가. 그 옛날에는 사람과 동물 사이도 이렇게 아름다웠는데.

 

91 이 모든 소통행위의 특징은 말을 거는 대상이 국지적 존재라는 점이다. 우주적인 신들이 아니라 특정한 사슴, 나무, 시냇물, 유령이다.

아이들은 모두 애니미스트인가보다. 모든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거니까. 그건 세뇌된 종교도 아닌 걸 보면 타고난 심성인 거 같은데 커 가면서 그 심성을 잃는다.

 

91 세계에 대한 접근법과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92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지어냈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인류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난 가장 큰 구멍 중 하나다.

 

93 엄격하고 긴장/ 느긋하고 문란

 

98 고대 다뉴브 강 유역의 사망자 중 4.5퍼센트가 인간의 폭력으로 죽었다는 말이다. 오늘 날 전쟁 및 범죄에 의한 사망률은 세계 평균 1.5 퍼센트에 불과하다.

 

99 특정 시기, 특정 지역의 사람들은 평화와 고요를 즐긴 반면 다른 무리들은 격렬한 폭력으로 고통을 당했을지 모른다.

 

100 기껏해야 몇 안되는 뼈 화석과 한 움쿰의 석기만 남아, 학자들의 면밀한 심문에도 침묵만 지킬 뿐이다.

 

  1.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101 이야기를 지어내 말할 줄 아는 사피엔스의 방랑하는 무리들은 동물계가 이제껏 만들어낸 것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 길 위의 작가.

 

102 예컨대 인도네시아 소순다 열도의 플로레스 섬은 85만 년 전에 이미 거주지로 개척되었다.

 

103 기술과 조직의 방법을 터득/ 외부세계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전망

 

103 항해사회/ 장거리 어부, 교역자, 탐험가가 되었다.

 

104 최초의 인류가 호주까지 여행을 한 것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하거나 아폴로 11호 탐험대가 달에 착륙한 것 못지 않다. 이것은 인류가 어떻게 해서든 아프로아시아 생태계를 떠나는 데 성공한 최초의 사례다.

 

104 다양한 서식지에 침투해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서식지를 극적으로 바꿔놓지는 않았다.

 

105 호주 해안 모래밭에 찍힌 인간의 첫 발자국은 곧바로 파도에 씻겨버렸다. 하지만 침입자들은 내륙으로 진격하면서 결코 지울 수 없는 발자국을 남겼다.

 

106 이런 경우 전형적인 희생양인 기후변화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마치 지금까지의 정권이 툭하면 북한을 언급했던 것처럼.

 

109 먹고 있던 잎을 마저 씹는 일에 열중했을 것이다. 이들 동물은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진화시켜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채 사라졌다.

새들만 봐도 산 속의 새들과 도시의 새들은 사람이 다가갈 때 날아가는 속도가 다르긴 하다. 동물들에게도 그러한 기억이 전해지고 새겨진다는 것이 신기하다.

 

110 하지만 이 결정적 국면에 인간이 등장함으로써 가뜩이나 연약한 생태계를 심연으로 밀어 넣었다. / 여러 위협에 두루 적용될 훌륭한 생존전략을 찾기는 어려운 법이다.

 

111 최초의 아메리카인은 걸어서 그곳에 도착했다. 당시 해수면은 걸어서 건너기 충분할 만큼 낮아서 시베리아 북동부와 알래스카 북서부가 육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113 인류의 이런 진격전은 호모 사피엔스의 뛰어난 창의력과 적응력을 증언한다.

나도 창의력과 적응력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생각하는데, 이걸 어디 써먹나?

 

115 호모 사피엔스는 바퀴, 문자, 금속도구를 발명하기 한참 전부터 지구 대형동물의 절반가량을 멸종으로 몰아갔다.

 

115 우리가 조사해본 섬마다 고고학적 기록은 늘 똑 같은 슬픈 이야기를 전한다. 비극은 풍부하고 다양한 대형동물 집단들을 보여주면서 막을 연다. 인간의 흔적은 전혀 없다. 2장에서는 사피엔스가 등장한다. 인간의 뼈, 창촉, 도자기 파편 같은 것이 증거다. 3장이 서둘러 이어진다. 인간 남녀가 무대 중앙을 차지하고 대부분의 대형동물은 좀 더 작은 수많은 동물과 함께 무대에서 사라진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와 철학가 윌 듀란트의 공통점이 있다면 정보 전달의 형태로 이야기를 중시한다는 것, 그러한 마인드가 이러한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117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의 물결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만일 우리가 이미 얼마나 많은 종을 절멸시켰는지를 안다면, 아직 살아남은 종들을 보호하려는 의욕이 좀 더 생길 것이다./ 오늘날 많은 종이 산업공해와 인간의 해양자원 남용 탓에 멸종의 기로에 서 있다.

동물들의 멸종의 역사, 식품으로서의 과한 번식사 등을 바라보며 유발 하라리가 채식주의자로 돌아선 심정을 알 수 있을 거 같다. 나도 육식은 덜하게 되긴 했는데 해산물도 그만 먹어야 하나.

 

118 세상의 대형동물 중 인간이 초래한 대홍수에서 살아남는 것은 오직 인간 자신과 노아의 방주에서 노예선의 노잡이들로 노동하는 가축들 뿐일 것이다.

 

2부 농업혁명

 

122 오늘날 우리의 마음의 수렵채집인 시대의 것이라면, 우리의 부엌은 고대 농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124 수렵채집인들은 그보다 더 활기차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126 인간의 척추와 무릎, 목과 발바닥의 장심이 대가를 치렀다. 고대 유골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농업으로 이행하면서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등 수많은 병이 생겨났다.

 

127 밀은 인간 사이의 폭력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하지도 않았다. 초기 농부들은 수렵채집인 조상보다 더하진 않았을지언정 그 못지않게 폭력적이었다.

 

128 수천 년의 역사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판단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신영복 선생님도 비슷한 맥락에서 공자를 언급했지. 개인을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

 

129 농업혁명의 핵심이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하지만 이런 진화적 계산법에 왜 개인이 신경을 써야 하는가?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호모 사피엔스 DNA 복사본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삶의 질을 포기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거래에 동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농업혁명은 덫이었다.

농업혁명이 희대의 사기극이자 덫이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으로 그간의 머리 속 궂은 살이 벗겨지고 있다.

 

133 땀에 젖은 빵/ 역설적이게도 일련의 개선이 합쳐져서 농부들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으로 얹혔다. 각각의 개선은 삶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열심히 사는 것, 부지런히 사는 것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계단을 좌우로 왔다 갔다 달리는 사람은 일견 부지런해 보이지만 방향성 없이 좌우 진자운동일 뿐이라면 그 열심은 의미가 없다. 계단을 오르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 그 위에 무엇이 있을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꼭대기에는 낭떠러지가 있을 수도 역시 의미 없는 몸짓. 일상에서의 열심과 부지런함은 어떤 통찰이 없이는 오히려 덫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독서와 명상 또는 여행을 통한 일상으로부터의 소외는 이런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33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파악할 능력, 그 통찰력은 독서와 명상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을까? 어떤 훈련을 하면 좋을까? 지금까지는 과거를 살피는 것이 의미 있다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는 과거를 통해 미래의 경우의 수를 여러 개 살피는 훈련, A라는 결정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여러 결과들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이번 휴가 때 생각해보자, 미래 시뮬레이션 툴!

 

133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삶이 더 나아지겠지.’ 계획은 그랬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일은 열심히 한 편이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그랬던 것은 아니고 그저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을 뿐. 머리 속에서는 언제나 ‘1년에 3개월 일해서 남은 9개월 생계 걱정 안하고 여행하는 삶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지금도 그런 모델, 기동성 있는 직업에 대한 생각을 계속 고민 중이다. 자고로 생계를 위한 일에 많은 시간이 쓰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34 자신들이 과거에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는 것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기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사에서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의 삶을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다 생각한다. 나라면 일제시대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라면 신분의 제한이 있는 조선시대 어떻게 행동했을까?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과거에 어떤 방식으로 살았을까? 그 대답은 실제로 그 과거를 살아낸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할아버지의 경우 나라 잃은 상황에서도 유연성 있게 살며 사업을 했고, 할머니의 경우 이미 상실한 것에 대한 회환과 분노로 행복하지 못하게 살았다. 할아버지의 인간관계 방식을 배워야 하는데 나의 성격과 기질은 할머니에 가깝다. 체질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폐가 약하고, 기질은 할머니한테 물려 받아 심장에 화가 많다. 폐병으로 생을 마감할 것이냐 홧병으로 생을 마감할 것이냐는 나의 선택.

 

135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 하지만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정재승 교수 왈, 우리가 필수품‘MUST HAVE ITEM’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 꼭 갖지 않아도되는 것을 ‘MUST HAVE ITEM’이라고 하며 소비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의무에 관해서는, 카톡은 한의원 상담도 많고 해서 어쩔 수 없지만 네이버 밴드는 진짜 안하려고 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안할 수 없게 되더라.

 

136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생이 돌아가는 속도를 과거보다 열 배 빠르게 만들었다.

 

136 변화의 힘/ 아무도 예상하거나 희망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점

 

137 다른 열망이 있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삶을 힘들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141 인간의 통제에 가장 크게 반항하는 양을 먼저 도살했다. 비쩍 마르고 호기심이 많은 암컷도 마찬가지였다(호기심이 많아서 무리에서 멀리 떨어진 양을 양치기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양으로 태어났으면 이래 저래 먼저 도살당했을 듯. 갈매기로 태어났으면 높이 날았을 거고.

 

142 오늘날 세계에는 10억 마리의 양, 10억 마리의 돼지, 10억 마리 이상의 소, 250억 마리 이상의 닭이 존재한다.

진짜 끔찍하다..말 그대로 식품으로서의 생명체의 대량생산이다. 그나마 돼지는 이슬람교로부터 보호받고, 소는 힌두교로부터 보호받지만, 닭을 금하는 종교는 없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닭을 좋아했지만 최근에는 잘 안먹는다.

 

143 그것이 경제적 관점에서 가장 적절한 도살 연령이기 때문이다(생후 3개월이면 몸무게가 최대가 되는 수탉을 3년씩 먹여 살릴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가장 무서운 관점이 경제적 관점이다. 그래서 장사치라고 경멸을 했던 걸까? 다단계를 하는 사람들이 무서운 건, 인간관계를 이해관계로 보고 다가오기 때문이다.

 

143 그 대가로 동물은 자신의 욕망 및 충동과 전혀 맞지 않는 생활방식에 복종해야 한다.

수렵채집인의 피가 흐르는 우리가 9시에서 5시까지 출퇴근을 한다는 것 역시 맞지 않는 생활방식일 것 같다. 인간과 동물 모두가 이렇게 맞지 않는 생활방식을 하게 된 것은 결국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143 황소와 말, 당나귀와 낙타를 순종적인 짐끌이 동물로 바꾸려면, 이들의 자연적 본능과 사회적 유대를 파괴하고 공격성과 성적 특질을 억누르고 행동의 자유를 빼앗아야 했다.

 

145 역사상 가장 널리 쓰인 방법은 출생 직후 새끼를 도살하고 어미의 젖을 가능한 한 오래 짜낸 뒤 다시 임신시키는 것이었다.

작년인가 이런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두유를 먹어야 하나 고민했다. 우유가 나오려면 당연히 우유가 필요한 새끼의 존재가 전제가 됨을 모른 채 그간 우유를 먹어왔다. 중국인들처럼 두유 먹는 습관 들여야겠다. 두유 만드는 기계 있던데. 그런데 정말이지 알고 나면 먹을 게 없다.

 

145 일부 양치기 부족은 새끼를 도살하고 살코기를 먹은 다음 새끼의 가족에 속을 채워 박제하는 관습이 있었다. 박제된 새끼를 어미에게 들이밀어 우유 생산을 촉진하는 것이다.

 

147 만족한 코뿔소는 자신이 자기 종족의 마지막 개체라는 데 아무 불만이 없다. 송아지의 종이 수적으로 성공한 것은 개별 개체들이 겪는 고통에 그다지 위안이 되지 못한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출산장려책도 알고 보면 어이 없는 신화라 하겠다. 그렇쟎아도 인간 많은데 저출산이 오히려 해답이다. 출산율이 적어서 큰 일이라는 둥 하며 출산장려를 하는 것도 개체의 삶의 질을 생각하지 않는 진화의 관점과 동일한 것.

 

147 진화적 성공과 개체의 고통 간의 이런 괴리는 우리가 농업혁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147 진화적 성공이란 것이 개체의 경험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 종이 집단적으로 힘을 키우고 외견상 성공을 구가한 것이 개개인의 큰 고통과 나란히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될 것이다.

 

148 사피엔스가 자연과의 긴밀한 공생을 내던지고 탐욕과 소외를 향해 달려간 일대 전환점이었다는 것이다.

 

149 이리하여 내 집에 대한 집착과 이웃으로부터의 분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자기중심적이 된 존재의 심리적 특징이 되었다. à , 한국사람들만 그런 게 아니었어?

 

150 지표면의 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좁디 좁은 지역이 이후 역사가 펼쳐지는 무대역할을 했던 것이다/ 축적/ 한 장소에 매였다.

다시 나그네는 짐이 가볍다는 말을 기억하자. 쌓이는 것=매이는 것, 짐이 가벼운 것=방랑자

 

151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걱정하는 시간이 확장되었고 여기에서 다양한 보험상품과 백신 등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152 그 결과 농업의 도래와 함께 비로소 인간의 마음속 극장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주연배우가 되었다. à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는 실재하지 않는 이 허구조차 보험상품과 백신 등의 시장이 되었다.

 

157 기원전 1776년경의 함무라비 법전/ 1776년의 미국 독립선언문

 

163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사상 또한 신화다./ 평등사상은 창조사상과 뗄 수 없게 얽혀 있다.

 

164 진화는 평등이 아니라 차이에 기반을 둔다./ 따라서 평등한 창조란 말은 각기 다르도록 진화했다는 표현으로 번역되어야 할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맹목적인 진화과정뿐이며 개인은 어떤 목적도 없는 그 과정에서 탄생한다. ‘창조주에게 부여받았다는 단순히 태어났다고 번역되어야 할 것이다.

 

165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르게 진화했으며, 이들은 변이가 가능한 모종의 특질을 지니고 태어났고 여기에는 생명과 쾌락의 추구가 포함된다.

 

167 1860년 미국인 대다수가 아프리카인 노예 또한 사람이며 자유권을 누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 남부 주들이 이를 지키게 하기 위해서 피비린내 나는 내란을 치러야만 했다.

 

170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조직화하는 질서가 자신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주된 요인은 세 가지이다.

 

172 태어날 때부터 지배적인 신화에 의해 욕망의 형태가 결정되었다./ 마음은 이중간첩으로 당대의 지배적인 신화의 지시에 따르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하라는 권유 자체가 우리 마음에 새겨진 것은 19세기 낭만주의 신화와 20세기 소비자주의 신화의 결합을 통해서였다.

광고의 카피와 슬로건이야 항상 그러했지만 요새 SKII같은 광고 보면 특히 소비자주의 신화가 타겟의 마음을 얼마나 건드리고 조작하는지 보여 낯간지럽더라. 나이 들어도 괜찮아, 결혼 안하면 좀 어때, 남의 시선 신경 쓰지마 그러나 결론은 SKII.

 

173 사람들이 가장 개인적 욕망이라고 여기는 것들조차 상상의 질서에 의해 프로그램 된 것이다.

욕망만이 아니라 욕망하라’, ‘열정적으로 살아라’, ‘하고 싶은 걸 해라’, ‘꿈을 좇아라는 식의 이야기도 좀 주제 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무엇을 위한 상상의 질서일까?

 

174 다양성을 권하는 낭만주의는 소비지상주의와 꼭 들어맞는다. 양자의 결합은 현대 여행산업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무한한 경험의 시장을 탄생시켰다.

 

174 나름대로의 피라미드 건설에 삶을 바쳤다. 문화에 따라 피라미드의 이름과 형태와 크기가 달라질 뿐이다./ 애초에 우리로 하여금 그 피라미드를 욕망하도록 만든 신화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의 욕망, 내가 건설하려는 피라미드의 설계도를 남이 작성했다는 건가? 나는 기동성 있는 삶, 1년 중 3개월을 일하는 삶인데 여기에 뭐 남이 주입한 신화는 없는 거 같은데. 이 또한 내가 신화자체를 아예 의심하지 않고 있어서라고 하면 뭐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190 이를 위해서는 목록 같은 조직화 방법, 복사기 같은 복제수단, 컴퓨터 알고리즘 같은 빠르고 정확한 검색법 그리고 이런 도구들의 사용법을 아는 박식한 체하는(하지만 바라건대 명랑한) 사서가 필요하다.

 

193 즉 인간이 세계를 생각하는 방식과 세계를 보는 방식이 점차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자유연상과 전체론적 사고는 칸막이와 관료제에 자리를 내주었다.

얼마 전 큰 아이가 끝말잇기로 짧은 글을 썼다. <사과는 빨개. 빨가면 딸기. 딸기는 작아. 작은 것은 아기. 아기는 귀여워. 귀여운 것은 곰 인형. 곰 인형은 포근해. 포근한 건 봄> 이런 자유로운 사고와 시적인 표현에 칸막이와 논리와 구조를 덧씌우는 것이 교육이라 하겠지.

 

195 쓰기는 인간의 의식을 돕는 하인으로 탄생했지만, 점점 더 우리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다./ 인간이 반항적인 문자체계를 다시 통제하려고 하자, 그 체계들은 그 반응으로 인류를 쓸어버리려고 한다.

 

203 청결과 불결의 개념은 힌두교의 핵심요소로서, 사회적 피라미드를 지탱하는데 이용되었다. 경건한 힌두교도는 다른 카스트 사람들과 접촉하면 개인적으로 오염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렇게 될 수 있으므로 그런 행위는 혐오해야 한다고 배웠다.

갠지스강 진짜 더럽던데 거기에서 목욕하는 것을 보고 인도인의 청결개념은 남다르다 싶더니만.

 

204 한 사람의 자티는 그의 직업, 먹을 수 있는 음식, 사는 곳, 결혼할 수 있는 상대를 결정한다.

 

206 역설적이게도 유전적 우월성(면역의 관점에서)이 사회적 열등성으로 번역되었다. 아프리카인들은 유럽인들보다 열대 기후에 더 잘 적응한다는 이유 때문에 유럽인 주인의 노예가 되는 운명을 맞았다.

 

208 많은 흑인들도 흑인에 대한 편견을 사실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흑인에게 찍힌 낙인 천성적으로 신뢰할 수 없으며 게으르고 지능이 떨어진다는 이 악영향을 미친 탓이었다.

 

209 이 모든 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명백했다. 흑인은 천하고 게으르고 악하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백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211 이런 악순환은 수세기 수천 년 지속되면서 역사적으로 우연히 발생한 질서에 불과한 상상의 위계질서를 지속시킬 수 있다. 부당한 차별은 시간이 흐르면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사회정치적 차별에는 논리적, 생물학적 근거가 없으며, 우연한 사건이 신화의 뒷받침을 받아 영속화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훌륭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우리는 상상의 산물을 잔인하고 매우 현실적인 사회구조로 바꿔놓은 사건들, 조건들, 권력관계들을 연구해야만 비로소 그런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다.

 

214 모든 사회는 이런 보편적인 핵심 사실 주변에 생물학과 거의 관련 없는 문화적 개념과 규범을 층층이 쌓아 올렸다.

 

215 <<일리아스>>에는 아킬레스가 파트로클로스와 동성애 관계를 맺는 데 대해 엄마인 테티스가 반대했다는 언급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녀는 아들인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저녁을 같이하려고 연인인 헤파이스티온을 집에 데려왔을 때 발작을 일으키지 않았다.

 

216 경험법칙/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는 기준

 

216 생물학은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는 능력을 주었고, 일부 문화는 여성들에게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을 의무로 지웠다./ 가능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연스러움이란 말의 신학적 의미는 자연을 창조한 신의 뜻에 맞는다는 뜻이다.

 

229 마음을 읽는 능력/ 사람들을 조작할 줄 알고,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볼 줄 아는 협동적인 인물(아래 나오는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사물을 보는 능력이라고 해야 협동적인 인물로 이어짐)

 

231 사회적 기술을 발달시켜야 했으며, 협력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231 무엇보다도 협력 덕분에 성공한 종에서 협력성이 더 떨어진다는 개체(남자)들이 협력성이 더 뛰어나다는 개체(여자)들을 통제하는 일이 어떻게 벌어진 걸까?

 

3부 인류의 통합

 

234 상상의 건축물/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다. 이런 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가 바로 문화.

가만 보면 유발 하라리는 정의를 잘 내린다. 아리스토텔레스랑 통했을 듯.

 

236 모순/ 중재/ 변화

문화는 이러하단다. 나 개인은 어떨까? 일단 나의 모순은 무엇인지 시작해보자. 공감과 나눔을 중요한 키워드로 생각하면서도, 타인의 결점에 관대하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너무 강하다.  혼자만의 시공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간섭 받는 것을 싫어해. 여기에 모순이 있다. 이 모순을 중재하기 위한 변화는 무엇일까? 글로 사람들과 만나고 나누는 것이라 타협했다.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네. 어쨌든 이것도 훈련 주제!

 

237 평등과 개인의 자유를 근본적 가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두 가치는 서로 모순된다.

두 가치가 모순된다는 것을 그간 생각하지 못했다. 주입된 신화임을 깨닫지 못했다.

 

237 1789년 이래 세계 정치사는 이 모순을 화해시키려는 일련의 시도로 볼 수 있다.

 

237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19세기 유럽의 자유주의 정부들은 개인의 자유에 우선권을 주었다. 설령 그것이 파산한 빈민층 가족을 감옥에 집어넣고, 고아들에게는 소매치기 학교에 들어가는 것 이외의 선택지를 주지 않는다는 뜻이라도 말이다. 알렉산더 솔제니친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공산주의의 평등주의 이상이 어떻게 일상생활의 모든 면을 통제하려는 야만적인 독재를 생산해냈는지를 알 것이다.

소설 속에서 이런 일련의 통찰을! 그런 면에서 소설가는 참 대단한 사람들.

 

238 중세 문화가 기사도와 기독교를 어떻게든 조화시키는 데 실패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세계는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문화의 엔진으로서, 우리 종의 창의성과 활력의 근원이기도 하다.

 

240 역사의 방향을 인식하는 일은 사실상 시점의 문제다. / 그보다는 우주에 떠 있는 정찰위성의 시점을, 즉 수백 년이 아니라 수천년이라는 단위를 스캔하는 시점을 취하는 게 낫다. 이 시각에서 보면 역사가 통일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기독교의 분화와 몽골 제국의 붕괴는 역사라는 고속도로의 과속방지턱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인터뷰에서 10년 후를 묻자, 유발 하라리가 답하길 10년 후는 너무 짧고 40년 후를 말하겠다고 하더라. 이 사람이 생각하는 과거와 미래의 시간단위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 생각했는데, 과연 조감도 수준이 아니라 우주에 떠 있는 정찰위성의 시점을 언급하는구나.

 

240 역사의 전반적인 방향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한 순간에 지구라는 행성 위에 각기 분리된 채 공존했던 인간 세상들의 개수를 세는 것이다.

 

245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는 말이라는 존재가 없었다. 19세기 수족과 아파치족의 문화에는 매력적인 측면이 많았지만, 그것은 고유문화라기보다는 세계적 힘들이 빚어낸 결과인 근대 문화였다./ 기원전 첫 밀레니엄(기원전 1000기원전 1)동안 이루어졌는데, 바로 보편적 질서라는 개념이 뿌리를 내린 시점이었다.

 

246 흥미의 크기는 필요의 크기에 비례했다.

 

247 ‘우리 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진화적 구분을 처음으로 어찌어찌 초월했고 인류의 잠재적 통일을 내다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상인, 정복자, 예언자 들이었다.

여러 면에서 상인은 참 매력적인 존재이고 한 때는 나의 로망이었다. 지금 나의 역할직업은?

 

247 돈은 어떻게 신과 왕이 실패한 곳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249 관용/ …무슬림 상인들은기독교 주화를 이용해 사업을 했다.

 

253 원래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받는다던 것이 현실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일하고 가능한 한 최대로 받아낸다로 바뀌었다.

 

257 세상에는 저장이 되지 않는 귀중한 것이 많은데, 가령 시간이나 미모가 그렇다.

시간이 미모와 건강을 조금씩 가지고 가지. 개인적으로 그 시간을 저장하는 방법(조금이라도 길게)은 여행이라 생각한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1주일은 일상의 1주일과는 그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266 돈은 인류가 지닌 관용성의 정점이다. 돈은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교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 있다. 인간이 창조한 신뢰 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267 돈은 지역 전통, 친밀한 관계, 인간의 가치를 부식시키고 이를 수요와 공급의 냉정한 법칙으로 대체한다./ 인간 공동체와 가족들은 늘 명예, 충성심, 도덕, 사랑처럼 돈으로는 살 수 없는것들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삼았다. 이런 것들은 시장 영역의 바깥에 있었으며

시장 영역의 바깥에 있던 것들이 경제적 관점이라는 관점과 함께 시장 안으로 들어올 때 비극이시작된다. 

 

268 돈이 공동체, 신앙, 국가라는 댐을 무너뜨리면, 세상은 하나의 크고 비정한 시장이 될 위험이 있다. --> 우리가 사는 곳은 시장과 전장이 될 수밖에 없는건가.

 

268 한편으로는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돈과 상업의 이동을 막아온 공동체라는 댐을 기꺼이 파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와 종교와 환경이 시장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막아줄 댐을 건설한다.

 

269 따라서 인류의 통합을 순수하게 경제적인 과정으로만 보아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수천 개의 고립된 문화가 세월이 가면서 점차 합쳐져서 오늘날의 지구촌을 형성했는지를 이해하려면, 물론 금과 은의 역할을 고려해야 하지만 강철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82 중국에서 정치적 분열의 시대는 혼란과 불공정으로 얼룩진 암흑시대로 비쳤다.

 

283 하나의 제국이 붕괴하면, 지배적인 정치이론은 언제나 권력자들에게 하찮은 독립군주에 안주하지 말고 중국의 재통일을 시도해야 한다고 들들 볶았다.

 

291 어떤 학술적, 정치적 외과수술을 한다 해도 환자를 죽이지 않고 제국의 유산만을 도려낼 수는 없다.

 

310 일신론자들은 다신론자들에 비해 훨씬 더 광신적이었고, 전도에 헌신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흑백론자가 되어 그러한가?  

 

313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까?/ 전지전능하며 완벽하게 선한 하느님이 세상에 그토록 많은 고통을 허락하시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만일 그 인물이 자유의지로써 악을 선택하고 그 결과로 지옥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신이 미리 알았다면, 신은 왜 그를 창조했을까?

어릴 때부터 정말 궁금했다. 선악과는 왜 만들었을까? 만들어놓고 먹지 말라고 하고.

 

314 착한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세상이 전지전능하고 완벽하게 선한 신에 의해서만 통치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독립된 악의 힘이 돌아다니고, 악의 힘은 나쁜 일을 저지른다.

 

314 일신론은 질서를 설명하지만 악 앞에서 쩔쩔맨다. 이신론은 악을 설명하지만 질서 앞에서 당황한다. 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논리적 방법이 하나 있다. 온 우주를 창조한 전능한 유일신이 있는데 그 신이 악한 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세상에! 어쨌든 논리적으로는 딱 답이 된다.

 

316 인간에게는 모순을 믿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인간은 선한 영혼과 악한 육체의 전쟁터 역할을 한다.

 

319 번뇌는 사람의 마음이 행동하는 패턴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320 마음은 무엇을 경험하든 대개 집착으로 반응하고 집착은 항상 불만을 낳는다.

 

320 당신이 슬픔을 경험하되 그것이 사라지기를 원하는 집착을 품지 않는다면, 당신은 계속 슬픔을 느끼겠지만 그로부터 고통을 당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슬픔 속에 풍요로움이 있을 수 있다.

슬픔 속에 풍요로움이 있을 수 있다.’ 이거 칼럼 주제 또는 책 주제로 와 닿는다. ‘슬픔 속에서 풍요로운 사람들’, ‘결핍 속에서 풍요로운 사람들’. 부모 없는 고아, 건강 없는 난치질환 아이들 중에는 분명히 타고난 심성과 어쩌면 신의 축복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 행복하게 사는 어린 영혼들이 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을 인터뷰 하는 건 어떨까? 어머님은 암세포는 내가 죽을 때까지 품고 가야 하는 친구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고 암세포를 완전히 없애야지, 사라지게 해야지 하는 집착을 품지 않기에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겪지 않으신다. 같은 맥락. 어쩌면 은 이러한 마음의 훈련을 가능하게 하는 조교일 수 있다.

 

321 이 방법은 우리 마음이 지금과 다른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보다 지금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온 관심을 쏟도록 훈련시킨다.

옥주현이 다이어트 명언을 남긴 바, “어차피 내가 아는 그 맛이라고 했다. 그런 마음은 식탐을 누그러뜨린다. 다양한 경험에 대한 로망 역시 탐욕일 수 있다(물론 젊은 시절엔 다양한 경험은 필요하다 본다만). 다양한 경험에 대한 갈구보다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경험의 정체와 의미에 집중하자.

 

322 실재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마음을 훈련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었다.

나를 괴롭게 하는 실재, 그 대상, 그 존재. 그 존재에 대한 집착이 있으니 고통이 있는 것이다. 그 대상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집착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322 한편 신에 대한 믿음은 이들에게 그리 중요치 않다. 일신론적 종교의 제일 원리는 신은 존재한다. 그분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가?”인 반면 불교의 제일 원리는 번뇌는 존재한다. 나는 거기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이다.

고등학교 때였나,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러저러해서 이러한 전공을 하고 싶다고 독실한 기독교인 친구들한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딴에는 왜 그 전공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야무진 이야기였거늘 친구 하나가 장래의 꿈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실망스럽다는 듯이 반응한 적이 있다. 나의 꿈을 굉장히 이기적 성격으로 몰고 가서 황당했었다. 과연 기독교는 인간의 삶을 통해 그 분의 영광을 높이는 것을 지향한다. 지금의 나는 번뇌는 존재한다. 나는 거기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가 더 화두이긴 하다.

 

323 이들은 해탈할 능력을 지닌 인간(보살)과 비인간적 존재(부처)이지만 연민 때문에 해방을 포기했다고 했다. à 오지랖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보살이고 부처인 듯.

 

324 근대는 강력한 종교적 열정의 시대, 전대미문의 포교 노력과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종교전쟁의 시대였다.

펄벅의 대지가 생각난다. 당시의 중국청년들은 혁명에 그들의 청춘과 목숨을 바쳤고, 당시 중국에 있던 젊은 미국인 선교사들은 선교에 그들의 청춘과 목숨을 바쳤다. 이데올로기와 종교가 모두 신화였거늘. 젊은 영혼들의 순수한 열정도 결국은 불나방의 그것이었던건가.

 

325 소련 공산주의는 광적이고 포교에 열심인 종교였다.

이상적인 사회와 세상을 꿈꾸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었을 터인데.

 

328 살인범의 인간성을 존중함으로써 모든 사람은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되새기고, 질서는 회복된다. 우리는 살인범을 보호함으로써 그의 잘못을 바로잡는다.

사회주의의 평등이 그 개념에 집착한 나머지 오류를 낳았듯이, ‘인권역시 그 적용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인간다운 인간에게 인권을 적용해야 한다. 인권의 이름으로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 보호된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332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는 약자를 원조함으로써 적응하지 못한 개인의 생존을 허용할 뿐 아니라 번식할 기회를 주어 자연선택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333 생물학은 우리에게 동식물에 대 알려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따라야 할 법칙도 보여준다. / 삶의 의미는 투쟁이다.

 

334 인본주의를 진화와 연관시키는 것은 금기였다. 생물학적 방법에 의한 호모 사피엔스의 업그레이드를 옹호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335 인간이라는 유기체의 내적 작동방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거기서 아무런 영혼도 발견하지못했다. 인간의 행동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호르몬, 유전자, 시냅스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을 펴는 과학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 불편한 발견

불편한 발견이자 진실일 수도 있다. 나부터도 호르몬과 유전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걸. 물론 그 자유롭지 못한 범주 내에서의 선택과 결정이 중요한 것이겠으나.

 

336 만일 1만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 과정을 다시 진행한다면, 그래도 매번 일신교가 등장하고 이신교가 쇠퇴하는 것을 보게 될까?

이런 인생 시뮬레이션을 개인사에 응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 혁명이 예측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337 역사상 모든 지점은 교차로다. 우리가 과거에서 현재로 밟아온 길을 하나의 갈래였지만, 여기에서부터 미래로는 무수히 많은 갈래의 길이 나 있다./ 선택될 가능성도 더 크지만/ 예상을 벗어나서 움직인다.

그 과거가 열어준 무수히 많은 갈래의 길을 일단 상상해보자.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에 앞서 어떤 길들이 있는지 상상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338 ‘를 설명한다는 것은 왜 다른 사건이 아니라 하필 이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인과관계를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를 개인사에 적용한다면? 내게 있었던 사건 중 하나인 화상을 언급하자면, 바로 그 화상이라는 사건 때문에 지금의 현아를 후원하게 되었다. 그 아이의 고통을 공감하기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렇다 할 대단한 의미는 없는데 아마도 현아가 훌륭한 아이가 되어 이영양성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앓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된다거나 학자가 된다거나 할 때 내가 30여년 전 겪었던 사건이 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으려나.

 

338 학문 분과로서의 역사학이 지닌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특정한 역사 시대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왜 하필 일이 그런 식으로 전개되었으며 다른 식으로는 전개되지 않았는지를 설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338 실제로 진행되지 않은 경과를 훨씬 많이 인식하고 있다.

 

339 아주 희박해 보였던 가능성이 종종 실현되곤 한다.

 

340 하지만 그 제약 속에서도 어떤 결정론적 법칙에도 매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놀라운 일이 전개될 여지는 매우 많다.

 

342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343 좀 더 많은 학자들이 문화를 일종의 정신적 감염이나 기생충처럼 보고 있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새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권이 신화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를 정신적 감염이나 기생충으로 인간을 숙주로 표현하는 통찰력에 놀란다.  

 

344 기독교의 천상의 천국이나 공산주의자의 지상낙원에 대한 믿음 같은 문화적 아이디어는 인간으로 하여금 그것의 전파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걸고서 헌신하게 만든다. 해당 인간은 죽지만, 아이디어는 퍼져 나간다. / 정신의 기생충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갔다. 그 희생들이 이렇게 설명되니 뭔가 좀 가슴 아프다.

 

346 역사의 역학은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진화와 마찬가지로 역사는 개별 유기체의 행복에 무관심하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은 행복이라는 화두에 대해 결국은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다. 죽음은 그 누구도 함께 해줄 수 없는 외로운 경험인 것과 마찬가지로 행복을 대하는 나의 태도의 선택 역시 외로운 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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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0:36:23 *.106.204.231

ㅇ 대단하죠. 35세에 이 책을...... 비교금지이거늘 하라리를 보니 초라해지네요.

ㅇ 위파사니 명상을 하루에 2번 하더군요. 우리나라도 위파사니 코스가 있더라구요. 10일인데 내년에 한번 해보려구요.

ㅇ 북리뷰는 이렇게 하는 거를 보여주네요. 이렇게 읽어야 하는데 아직 저는 여기까지는 올라올 수준은 아니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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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23:22:20 *.18.218.234

유발 하라리를 예언자로 또는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종으로 생각하면 초라할 일이 없음. 이 사람은 걍 외계인이야. 골룸처럼 생겼쟎아. 이름도 유리겔라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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