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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2일 19시 36분 등록
[저자에 대하여]

저서: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휴머니스트 (2004)
저자: 구본형

2007년도 봄에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로 새롭게 발행된 이 책은 원래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저자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 대신 가까이에서 본 저자를 나의 개인적인 시각에서 써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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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그의 홈페이지에서는 부지깽이라고도 하고 일해나 일산이란 호를 쓰기도 하며 상황에 따라 사악 사부니 눈치 사부 등등을 사용한다. 요즘 들어 이런 이름 바꾸기가 상당히 맘에 드신 듯 변화 경영 전문가답게 창의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스스로 계속 변화를 실천하시고 계신다. 덕택에 보는 이가 즐겁다.

얼마 전에 만났던 그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선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눈, 때때로 커다란 눈물 방울이 뚝 떨어질 것 같은 눈, 아름다운 눈빛이다. 현재 겉에서 보는 그의 외모는 딱 보기 좋다. 중년의 상징을 두루두루 갖추고 계시지만 뭐 하나 딱히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없다. 통통한 체형의 임산부 육 개월 정도의 배, 옷만 잘 입으면 그다지 표가 안 나는 시기겠다. 그 나이에 만삭이 아니면 양반이지 않은가. 게다가 요즘 들어 귀밑머리의 화려한 변신들. 그것 역시 브리지 효과 만점이다.

이마, 그래 그의 말을 빌자면 니콜라스 케이지의 이마다. 이 비유가 케이지의 마음에도 들기를 바란다. 헐리우드까지 진출한 이마의 명성을 참작하여 그의 원대로 멋있다고 봐 주기로 한다. 영역을 확장한다던가 세안 시 손 동작의 분포도가 넓겠구나 하는 나의 쫌스런 걱정은 그냥 그에게 맡기기로 하자. 참 코가 그리 잘 생겼던가? 몹시 만족하고 계시는데 다음에 만나면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본인은 콧털 가위 사용 여부도 확인 하는 스타일인데 가능할런지 모르겠다. (이렇게 쓰다 보니 혹시 내 상태가 괜찮은지 의심하게 되는데 나에 대한 건 넘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내 남자가 아니니 더 이상의 결벽증은 내세우지 말자.)


식당이나 술집에 가면 사부의 손놀림은 멈춤이 없다. 그의 목소리처럼 부드럽게 손, 그것 또한 잔잔한 파도와 같다. 팔을 뻗는 동작은 느림의 극치예술이다.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이는 다섯 손가락들. 성질 급한 사람들 같으면 한 입에 털어 넣고 말 것 같은데 특유의 미소를 띄우며 땅콩이나 팝콘등의 안주를 손가락으로 아주 조용히 천천히 잡아 당겨서는 앞에 앉은 상대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역시 슬로우 모션으로 입으로 가져가시곤 오물오물 그렇게 천천히 씹으신다.

멈출 듯 멈출 듯 하면서도 연회가 파하는 마지막까지 손가락의 호기심은 한창 성장하는 아이와 같다. 은근슬쩍 왕(王)자를 희망하시는 듯 한데 운동매니아인 본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죄송하오나 요원해 보인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아마도 왕(王)자는 속에 있는데 노출은 불허한다는 살들의 의지가 강한 듯하다.

그는 언덕 위의 그림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그의 문하에 있는 연구원들은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그의 집에 쳐들어가자는 작당을 곧잘 한다. 그리고 뱃속의 걸신들을 다 깨워선 밥 내놔라, 라면 내놔라 강짜를 부린다. 그러면 “밥 없어” 하시면서도 창고와 부엌을 들락날락 하시며 연신 걸신들의 입에 넣어 주신다. 몇 번이나 당하시면서도 꽃 피는 봄이나 시원한 여름에는 집으로 데려가 주셨다. 아마 단풍 드는 가을에도 또 그렇게 해 주시리라 믿는다.

이번 3기 연구원들은 유난히 단결심이 강하고 따로 또 작전을 잘 펼치는 지라 깜박하는 사이에 사부도 모르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가끔 그것을 즐기시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특히 3기 연구원들은 더욱 사부를 즐겁게 할 일이다.

사부는 술자리에서 꼭 협찬을 해 주신다. 회비라고 하시며 지갑에서 뭉탱이를 꺼내 내미시는데 매번 송구하지만 그의 사악 제자들은 낙장불입이라고 입을 벌리고 좋아라 한다. 수업료도 안받으시는데 참으로 민망할 따름이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일탈을 꿈꾸는 중년답게 그런 원망은 여행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MBTI에서 기질을 살펴보자면 P들이 많이 그렇다고 한다. 나도 P인지라 수긍되는 부분이나 딱 한가지가 맞지 않는데 그것은 고속버스에서 에코도 없는 데 노래를 시키는 일이다. 세월과 더불어 취향이 변하셨다는 추측인데 그 취향만큼은 다시 한번 바뀌기를 희망한다. (본인 딱 한 곡밖에 없는 데 그거 이미 써 먹었음이다.)

그는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의 홈 페이지를 간이역이라 부른다. 소탈한 역이지만 꽤 많은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바로 창조적 부적응자라는 꿈 벗들과 수 십 명의 연구원들이 있으며 어느 날 벼락처럼 운명적으로 결성되고 만 변경사모 함성 등이 있다. 그들 모두 처음 이 역에 들어 설 때의 처진 모습과는 달리 기차를 탈 즈음에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변하는 게 특징이다.

역장은 간이역 사용에 대해 자율에 맡기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사용하는 승객들도 떼밀거나 새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 계절마다 피는 꽃에 둘러싸여 변함없이 은은한 향기가 맴도는 이 간이역, 그래서 그런지 가끔 노숙자들이 제 집 인양 머물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구본형의 외적인 모습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다음에서는 그가 40대에 쓴 그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내면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자.

[내 마음에 들어 온 글귀들]

반란이란 성공한 혁명을 꿈꾸는 것이다. 5p

역사의 가장자리에 존재했던 무수히 작고 개별적인 인간들이 증발해서 사라져버린 역사학, “ 인간이 없는 인간에 대한 기술” 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6p

나는 나의 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나의 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평범한 개인에게 있어 개인사의 편찬은 본인의 과제다. 6p

개인의 역사는 스스로에 의해 편찬되어야 한다. 이것이 군중 속에서, 군중으로, 흔적 없이 매몰 되는 자신을 잊지 않는 길이다. 7p

과거는 늘 엄격하고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적 감옥이기도 했다. 과거가 날 만들었으니 과거를 버리고 벗어나는 거시 또한 내 미래의 과제다. 죽어야 할 자리에는 늘 혁명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였다. 살면서 나는 여러 번 죽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번 다시 태어나야 한다. 13p

육체는 쉽게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다. 생명은 힘줄처럼 질기다. 그러나 육체 역시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안으로부터 비대해지고 느슨해진다. 모든 것의 궤멸은 늘 내부로부터 온다. 18p

불면은 또 다른 고독을 즐기게 해주는 방법이며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20p

고독은 비 같은 것이다. 식물을 밤 사이에 자라게 하는 그런 것이다. 20p

인생은 결국 짧은 꿈이었다는 것을 모든 죽어가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26p

공자에게는 불혹의 나이였던 것이 2500년이 지나 유혹의 나이가 되었다. 27p

과거가 사라진 상태에서 미래조차 만들어낼 수 없다면 갈 곳이 없다. 이것이 어쩌면 내 불면의 원인이었는지 모른다. 32p

마흔 살은 남녀 모두에게 운명이나 숙명의 힘을 깨닫게 해준다. 일어난 일에 대해 전혀 속수무책이거나 극히 제한적인 통제력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통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도 엷어진다. 어떤 책임이나 비난을 짊어지기에는 그저 연약한 존재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냉정한 통찰력은 결국 과거를 용서하게 해준다. 47p

고귀하고 능숙하게 비껴가는 방법 가운데 최고의 것은 유머다. 유머는 일종의 여유와 휴식이다…….싸울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을 때 유머는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다. 유머는 적개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환상적인 속임수다. 50p

전환과 변곡, 이 두 단어야말로 사 십대를 묘사하는 가장 적합한 언어이다. 53p

마흔 살은 가진 것을 다 걸어서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다만 내가 거는 것은 돈이 아니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나 자신을 건다. 나는 이 길을 택했다. 내가 도박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길 밖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흔이 익어가면서 나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계획했다. 나는 비장했다. 나의 40대는 죽음과 친근해진 10년이었다. 54p

지금의 하기 싫은 일을 버리고 싶지만 동시에 그 일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 직장 속에는 그런 사람들이 적어도 80퍼센트는 되어 보였다. 67p

애정 없이는 자신을 불태울 수 없다. 어떤 분야든 자신을 불사르지 않고는 핵심에 다가갈 수 없다. 71p

설득이란 언제나 스스로 이미 설득 당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만 설득할 수 있다. 이것이 설득의 제1법칙이다. 설득은 늘 미리미리 이루어진다. 미리 이루어진 설득, 무너진 자기 방어를 유혹이라고 부른다. 모든 위대한 리더는 유혹에 능한 사람들이다. 76p

매력이 없는 리더란 없다. 리더는 반드시 자신의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유혹은 매력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매력은 가장 자기다운 것에서 발산되는 페로몬이다. 76p

한때는 공부를 더 해볼까도 고려했지만 그만두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해놓은 것들을 읽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것을 가지고 싶었다. 79p

내가 믿는 것은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뿐이다. 무엇을 하든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사람들만이 전문가로 존경 받을 자격이 있다. 80p

나는 제2의 인생 속으로 들어갔다. 조직에게 양도했던 힘과 권리를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평범한 군중의 품을 떠나면서 외로워졌다. 이제 스스로 작은 나라를 세워야 했다. 내 안에서 “군주적 본능”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82p

얼굴은 놀랄 만큼 유연한 물체다. 교교한 달보다 더 요염할 수 있고 얼음보다 더 차가울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우리 신체 중 늘 벌거벗고 나타나는 부위다. 햇빛이 너무 강한 날이면 선글라스를 끼기도 하는 데, 가린 몸이 더 성적이 듯 더욱 은밀해진다. 86p

내가 일상의 여울 속에서, 그 작고 미세한 감정의 파도들이 쌓아놓은 퇴적물로 화장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87p

눈썹을 볼 때마다 내가 반대머리가 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이 많은 숱이 눈썹으로 내려왔으니 머리에 날 털이 조금은 감소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92p

악쓰는 소리는 싸움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소리기도 했다. 94p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은 어설픔과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자랑스러움과 긍정의 표상이다. 103p

내가 마흔이 되어 한 일은 그런 나의 숨통을 끊어놓는 것이었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은 “ 오랜 세월과 수 많은 공간’을 지나야 한다. 나는 이런 사람도 되고 저런 사람도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바로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여기에 왔다. 104p

나는 갈등에 대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갈등은 마음이 스스로의 길을 결정하는 순간이다. 나침반이 북쪽을 찾고, 그 곳을 가리키는 순간 부르르 떨리는 것, 이것을 나는 갈등이라 부른다. 갈등 없는 판단이란 반복하여 익숙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새로운 것에는 갈등이 따라다닌다. 109p

인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기쁨을 위해 산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기쁨과 나의 기쁨은 늘 섞여 있었다. 114p

친구들끼리 나눌 수 있는 것은 짐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129p

꽃샘바람은 이른 봄 옷을 걸친 성급한 사람들의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134p

홀로 산에 있으면 아름다움에 취하게 마련이다. 홀로 있음에 취하고, 바로 그 때문에 고독너머에 있는 연결 끈을 더듬더듬 찾아내게 된다. 언어의 표현 방식을 넘어 교류되는 정신적인 교감은 자연이 우리의 마음을 여는 방식이다.
자연이 우리를 설득하는 방식은 늘 같다. 먼저 우리를 감탄하게 하여 혼을 빼놓는다. 상상너머의 매력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다음 아주 “자연”스럽게 마음을 굴복시키고 무릎 꿇게 한 후 신의 음성을 불어 넣는다. 138p

변화 자체가 우리의 일상이고 삶이다. 생명이 주어진 순간 삶은 시작되고 삶이 주어진 순간 죽음의 시계도 카운트되기 시작한다. 왜 살아야 하는가? 삶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왜 변화해야 하는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140p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삶을 시작하지도 못하는 바보들이기도 하다. 144p

나는 자연의 방식을 추구했다. 자연 속으로 숨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방식을 나의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데려왔다. 146p

세상을 향해 많은 시그널을 날려야 누군가 대답하게 된다. 154p

스승인 플라톤과 결별하고 제자인 알렉산드로스에게도 배척을 받았다. 처세술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군계일학이어서 자꾸 머리통 하나만큼씩 돋보였던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보면 제자가 스승을 어떻게 빛나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영원히 스승의 빛에 가려진 제자는 결국 스승을 욕보이게 한다. 160p

문명의 본질은 오랫동안 뿌리깊게 자리잡은 사냥꾼의 습성과 겨우 최근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사회적 본능 사이의 갈등인 것이다. 165p

문명은 욕망이 과도한 탐욕과 결함을 지닌 불완전한 복제를 시도할 때 제동을 걸어준다. 166p

죽음은 모멸 속에 그렇게 놓여있었다. 175p

벌레는 새의 몸을 티끌로 먼지로 만들어 한 번의 바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든다. 묘지도 비명도 없이 그들은 사라진다. 176p

아직 살 시간이 남아 있을 때는 과거의 일들이 추억으로, 현실과 이어지는 원인으로 남아 있다고 인식하겠지만, 마지막 숨은 이런 모든 것들 역시 한 순간에 일어난 찰나의 것들임을 증명해 줄 것이다. 원인도 결과도 없이 느닷없는 장면들의 중첩으로 떠 오를 것이다. 183p

사람들은 과거에 갇히는 것만큼 미래에 갇힌다. 183p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 해야 할 일을 놓치는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강박관념으로 다가오는 두려움이다. 186p

추억과 꿈은 같은 거이다. 하나는 일어났다고 믿는 꿈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꿀 꿈이다. 둘 다 지금이라는 현실을 속박한다. 혹은 지금 구원해준다. 때때로 그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186p

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욕망이다. 욕망을 버리는 것이 꿈이기도 하지만 “욕망을 버리는 것” 역시 욕망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욕망의 특별한 모습이라 부를 수 있다. 186p

욕망이 꿈을 만들고 꿈은 믿음에 의해 현실적 개념이 된다. 미래를 현실로 인식하는 능력은 정신적 여행자들이 가지는 힘이다. 187p

글쓰기는 꿈을 현실로 데리고 오는 나의 방식이다. 나에게 책이란 꿈과 현실을 잇는 통로다. 187p

그 때 나는 한 마리의 늑대였다. 절벽의 끝에 서서 달을 보고 울부짖는 울음소리였다. 대상이 없는 분노 때문에 그저 달을 보고 길게 우는 울음소리 속의 외로움이었다. 189p

과거 역시 그 잔해 속에서 새로 복원되어야 비로소 원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미래처럼 모호한 것이기도 하다. 191p

지나간 것들 속에 내 인생이 담겨있다. 나는 그 위대한 순간의 주인이며 또한 그 초라한 순간들의 책임자였다. 192p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자신을 알려고 하지 않으면 행복하다. 다른 사람이란 결국 왜곡된 거울에 불과하다. 늘 자신에게 비추어 자신을 발견하려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196p

누구에게나 맞는 객관적인 삶의 의미란 없다. 나에게 주어진 구체적인 삶, 이 유일무이한 구체성이 바로 내 삶이고 따라서 그 의미 역시 나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것이다. 197p

시간이 나그네가 되어 가벼운 투명외투를 걸치고 젊고 푸른 청년의 옆으로 기척도 없이 다가가 그 때의 나를 지켜보기도 한다. 옛 책을 꺼내 읽다 얻게 되는 우연한 횡재다. 203p

뱃속의 아기가 달이 차서 어쩔 수 없이 쏟아져 내려야 나올 수 있듯 꽃들도 제 힘으로 터져야 한다. 210p

멀리 두고 그리는 마음은 그리움이고 가까이 두고 만질 수 있는 것은 행복이다. 217p

다른 수놈과의 결투, 암놈과의 사랑을 통해 개는 의젓해지고 무게 있어졌다. 그 전의 천방지축 1살 반짜리 아이가 아니다.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고 앉아 있는 모습이 제법 의젓해졌다. 개 역시 사랑과 싸움을 통해 자라난다. 224p

책을 읽다가 “두려움은 곧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고 무엇이랴’” 라는 칼릴 지브란의 글을 발견했다. “씨팔” 어쩌면 말을 이렇게 잘한단 말인가? 욕! 그거 참 좋은 것이다. 속에 콱 막혀 있다가 가래처럼 올라오는데 뱉고 나면 후련하다. 230p

나는 공부하고 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창조적이어야 했고 더 열심히 학습해야 했다. 나 이외의 다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하거니와 나를 보호해 줄 아무런 울타리도 없었다. 232p

성공은 채찍이다. 쉬지 못하게 날카롭게 살을 파고들어 찢어놓는 주마가편의 바로 그 채찍이다. 채찍을 잊은 성공은 반복과 진부함 속에서 퇴락하게 된다. 232p

심심함이야 말로 모든 창조적 발상의 원천이었다………..문화는 한가한 사람들의 작품이다. 234p

우리는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다가 죽는다. 한 번도 살기 위해 일을 버린 적이 없다. 놀기 위해 산 적도 없다. 그래서 살기 위해 산 적이 없는 것이다. 235p

아침 저녁으로 시간을 내어 개를 데리고 산에 간다. 산 속에서 개는 살아난다. 눈빛이 살고 뒷다리의 근육이 살고 코끝이 날카로운 면도칼처럼 예민해지고 귀가 열려 모든 소리에 반응한다. 이때 개는 털끝까지 살아있다. 자연과 하나가 되고 외부와 자신 사이의 벽을 인정하지 않는다.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때 존재 자체가 아름답다………………... 밥 한 사발에 즐거워하고 산 속을 걷는다는 것 때문에 털 하나까지 긴장하고 살아 있는 개..그 개를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36p

독자는 작가와 같다. 그들 역시 책을 읽으면서 자신들의 책을 쓴다. 그들은 자신들의 체험과 사유의 한계 속에서만 저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 권의 책이 읽힐 때마다 다시 한 권의 책이 독자에 의해 쓰여진다. 책은 그 독자 수만큼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모든 독자는 자신이 읽은 책의 또 다른 저자이기도 하다. 239p

학습은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40p

나는 나의 눈으로 책을 본다. 이미 마흔이 넘은 사람이다. 이미 삶의 웬만한 구석들은 혀로 핥아본 사람이다. 저자의 권위에 눌려 살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해한 것을 생활 속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것도 바쁜 일인데, 언제 그들의 중언부언을 들어줄 시간이 있겠는가?
단칼에 내 심장을 찌르지 못하는 자들은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그들의 책을 펼쳤을 때 운명처럼 심장을 찔리게 되면 그때가 그들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명성이 자자한 책이라도 그 명성 때문에 보지는 않는다. 흘러간 시대의 흘러간 흔적이 지금 나를 깨우지 못한다면 나와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이다. 242p

학습은 어느 순간 이질적인 삶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243p

스승을 욕보이는 제자는 바로 영원히 스승을 빛나게 하는 자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245p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은 니체를 주목할 수 밖에 없다. 그는 변신의 힘이며 가장 극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그는 “이 곳에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라는 단호한 유혹에 따라 늘 “떠나야 할 곳은 알지만 도착할 곳을 모르는 배”를 타고 있었다. 그는 한번도 니체로 남은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헤겔과 닮았다. 그러다가 “현존에 지독한 부정을 가했던” 쇼펜하우어가 되었고 바그너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떠났다. 이윽고 자기의 개념을 창조해낸 바로 그 니체가 되었지만 그는 다시 남들이 알고 있는 “니체 씨’를 떠나갔다……그에게 자신을 찾는 일은 “항상 자신을 잃어버리고 부정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이었다……..니체는 그러므로 “미래의 아들”이었다. “미래란 과거와 현재에 이어지는 다음 시간이 아니라 이미 와서 우리 곁에 있지만 감지되지 않거나 오해 받고 있는 시간”이다. 그는 늘 “너무 일찍 와서” 이해 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시대의 아들”이 되지 못하고 시대에 적응한 모든 사람들에 의해 “광인”으로 이해될 수 밖에 없었다. 247p

“새로운 장르의 일상적 삶을 창조하는 것”, 이것이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실천적 개혁이고 혁명이었다. 251p

청중을 통과한 것은 살아남는다. 그러나 청중의 반응을 얻지 못한 것들은 새로운 언어로 고쳐지거나 버려진다. 253p

학습은 뜨거운 무엇이고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것이며 인문학적인 감수성을 건드려야 하는 것이다. 253p

“선비처럼 섬세하고 무사처럼 선이 굵을 것” 이 표현을 학교 다닐 때 소설가 최인훈의 글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늘 가슴 속에 묻어두었다. 254p

나는 내가 어둠과 빛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 들여야 했다. 도전이란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번 다른 실패를 딛고 나일 수 밖에 없는 길로 운명적으로 들어서는 것을 말한다. 첫 번째 도전은 실패를 이기는 것이다. 두 번째 도전은 실패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도전은 매일 실험을 즐기는 것이다. 이때는 이미 실패도 성공도 사라진다. 256p

인생을 파괴하지 않는 직업, 삶을 빛내는 직업만이 훌륭한 직업이다. 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인가는 무의미한 질문이다. 눈부신 삶을 살게 하는 일, 그 일 때문에 삶을 즐길 수 있는 일, 그것이 위대한 직업이다. 263p

변화는 오직 스스로 시작할 때만 효과적이며 그때에만 비로소 행복한 전환이 이루어진다. 263p

글쓰기는 우선 모방이다. 많은 글을 읽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두루두루 알아보는 것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사업가들은 그것을 정보를 얻는다고 표현하고 글 쓰는 사람은 그것을 책 읽기라고 부를 뿐이다………………..모방할 때의 요령은 두 가지라는 점에서 사업과 글 쓰기는 일치한다. 얼마나 많이 모방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감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업이든 글쓰기든 가슴이 설득 당하지 않고는 자신의 철학이나 깨달음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265p

설득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설득은 감정의 폭우를 필요로 한다. 감정을 담지 못하면 설득에 성공하기 어렵다. 열정을 가진 사람처럼 믿어보고 싶은 사람이 없다. 266p

죽어있는 정신을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흥미가 살아나고 삶이 살아난다. 266p

지금 돈을 벌었다고 훌륭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듯이 베스트 셀러 작가가 다 훌륭한 작가는 아니다. 이것 역시 돈과 관련하여 사업과 글 쓰기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다. 인간이 하는 일들은 바로 그 인간이라는 주체 때문에 종류와 관계없이 서로 닮아 있다. 267p

나를 깨우는 일에 능숙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깨어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자기를 깨우고 난 후에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271p

모든 성공 뒤에는 경쟁에 대한 에너지, 시기와 질투가 있다. 그것들이 끊임없이 모방하게 하고 배우게 하고 연습하게 한다. 273p

누구든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인물을 얻어야 한다. 그 첫 번째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자신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살려내지 않고는 내면에 숨어 있는 영웅을 얻을 수 없다. 자신의 욕망을 불태우는 것, 이것이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이다. 278p

나는 내가 될 수 있는 것, 그렇게 예정된 바로 그 사람밖에는 될 수 없다. 내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했던 소심한 자아는, 밖으로 나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사람의 작은 영웅이 되고 싶어했다. 280p

자신의 목에 감긴 밧줄을 자신의 손으로 잡아당기는 행위가 바로 쏟아냄이 들어옴을 초과하는 지식 유출을 방관하는 행위다. 284p

모든 숨겨진 욕망은 개인적이다. 따라서 개인적 관심사와 맞지 않으면 객관적으로 좋은 내용이라도 진심으로 끌어 들일 수 없다. 285p

때때로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이 두려움이거나 스트레스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간혹 호전적이 된다. 그들이 그 날 내가 쓰러뜨려야 하는 투우였기 때문이다. 286p

인기라는 것은 덧없는 것이며 언젠가 떠나는 것이다. 떠나는 것에 의지한 자는 불안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늘 변하고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기의 속성이다. 그러므로 인기를 추구하는 자는 인기를 잃음으로 결국 불행해지거나 스스로의 왜곡에 빠지기 쉽다. 지지자로 둘러싸인다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모든 화려한 자들은 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근신할 줄 알아야 한다. 인기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은 것이다. 289p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만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나는 웃고 말았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은 탐이 나더라도 마음을 접는 것이 좋다. 290p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면 강연은 실패한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좋다. 그러나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좋을 것이다. 295p

적절한 적대감은 결국 본인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사용하게 된다.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공격하지 않고는 과거를 떠날 수 없다. 297p

나는 그들이 시시한 삶, 평범한 일상에 대한 분노의 불길을 부추기고 타오르게 하는 묘한 입김으로 속삭이는 자여야 한다. 299p

변화는 달콤한 과정으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변화 속에는 늘 피의 냄새가 난다. 299p

진정한 변화는 자신에 대한 치열한 사랑이다. 치열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다. 300p

나는 변화의 대상이 되면 필연적으로 공격을 받게 되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 상황의 먹이가 되어 쫓기기 전에 자신이 상황을 주도하는 주인이 된다는 것이 변화의 요결임을 강조한다. 그 길은 어려운 길이다. 그 길은 껍데기를 버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붙잡고 일어서야만 하는 자기 존중과 애정이 필요한 대장정이다. 300p

정신적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늘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정신을 새롭게 닦아놓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 인간은 모두 다 잘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밀리면 정신적 타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다른 것을 잘하지 못할 때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는다.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잘 하는 분야에서 실수하거나 마음에 차지 않으면 매우 불쾌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이 때 자신의 분야가 나를 찌르는 비수가 된다. 그러므로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303p

누구든 자신의 길을 갈 때는 내면의 등불을 밝히고 가야 한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등불이나 등대가 될 수 없다. 우리가 가는 여행은 우리 속으로의 여행이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수록 오직 자신을 태우는 등불로 길을 밝혀야 한다. 305p

나는 조용한 선동가다. 모든 씨앗들에게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속삭인다. 그 꽃이 무슨 꽃인지는 피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꽃이 다른 꽃들과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을 선동한다. 그리고 그 꽃을 피워내 이 세상에 그 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바로 삶이라고 선동한다.
꽃씨와 불씨가 되는 것…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하는 비즈니스다. 내가 자연으로부터 배운 방식이다. 306p

하루는 물결처럼 사라지고 물결처럼 다시 생성된다. 모든 하루는 우리가 살아있다는 상징이다. 이 속절없음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물결은 부침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바다로 남는다. 질서와 변화는 바다와 물결처럼 공존한다. 이것이 바로 그것들의 존재방식이다. 또한 우리의 존재방식이다. 310p

이제 누구도 내게 명령하지 못하게 하리라. 다시는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것이다. 이것이 내 첫 번째 계획이었다. 그리고 유일한 계획이었다. 310p

모든 위대한 것들이 다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에 나에게 고정된 우상은 없다. 315p

나는 피폐한 시선을 미워한다. 우리의 세대가 끝난 것처럼 조로한 시선을 미워한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준 세계 속에서 그 세계의 끝을 예견하는 참담한 현실주의를 증오한다. 현실이란 결국 “주어진 상황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 에 불과한 것이다. 나의 의견을 말하라. 나의 의견,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라. 319p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은 채, 든든한 밥그릇 하나 챙겨두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그 쩨쩨함의 끝을 묻고 싶었다. 새로운 인생을 건설해야 하는 시점에서 여전히 망설이기만 하는 나에게 무엇을 더 기다리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321p

하루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희생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 자체를 빛냄으로써 인생 전체를 빛나게 하고 싶었다. 이것이 목적이다. 내겐 좋은 하루 그 자체가 목적이다. 322p

하루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생활고나 가난 때문이 아니다.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324p

돈만 추구하는 기업이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번 돈의 일부를 사회기금으로 내 놓았다고 선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더 큰 범죄를 위한 사소한 속죄의 형식일 뿐이다. 돈이 면죄부 역할을 하는 것을 타락이라 부른다. 본업으로 사회를 도와야 그 일 자체로 의미와 보람이 된다. 324p

인생은 결국 자신의 주인을 닮게 되어 있다. 325p

[내가 저자라면]

내가 마흔이 되던 날 처음 내뱉은 말은 “모야? 공자가 사기 쳤네..” 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마흔이 되면 불혹이 저절로 올 것이라고 믿었었다. 기다리던 그것은 당연히 오지 않았다. 아직도 대전 정도에서 머물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도착하지 않는 불혹을 찾으러 가는 책, 스스로를 삶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는 책, 그런 책이다.

일전에 한번 읽은 책이니 하며 가볍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길 때마다 침이 마르면서 변변히 먹은 것도 없는 데 명치 끝의 둔통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들끼리만 아는 사 십대의 비밀 장소를 거니는 듯 하더니 이윽고 그 입구에서 웃고 있다. 그 특유의 필터를 작동시키자 마치 마법의 지팡이를 흔든 것처럼 환하고 아름답고 반짝이기 시작한다.

누가 사 십대를 초라하다 하는가? 누가 아름다움을 청춘에게만 헌사 하는가? 자기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삶. 그 황홀함을 향해 그가 손짓하고 있다. 너무 행복할 때는 읽지 마라. 무엇인가가 당신을 취하게 만들 때도 읽어선 안 된다. 오로지 당신 하나로 인해 물음표의 회오리가 치는 날. 그런 날 비로소 이 책은 그대에게 온전하게 다가갈 것이다.

직장 생활
월급을 받는 이라면 누구나가 겪는 일, 그 중에 한 사람이 일어나 뚜벅뚜벅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아픈 곳을 툭 하고 건드린다. 나중에 상처가 곪아 손 쓸 수 없기 전에 그의 말을 들어보자. 그리고 자신에 대한 애정 척도를 확인해보자. 점수가 높은 사람은 심장박동소리가 요란해질 것이다. 새벽을 맞는 기분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다 문득 매일 떠 오르는 태양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질 것이다.

얼굴-페르소나
이 장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그를 아는 사람은 알아서,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그의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에는 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가족
그의 속삭임을 들으면 따뜻함이 있는 가정이 정말 있을 것 같다는 환상을 부채질한다. 있을까? 가질 수 있을 까? 덮어 둔 문제가 다시 맹렬한 기세로 머리를 쳐든다. 그저 이 문제만큼은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도록 노력 할 뿐이다. 이건 건드리면 안될 것 같다. 그처럼 사는 아름다운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사는 나쁘지 않은 인생도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가정을 10대 풍광에는 넣고 싶다는 느낌이 강렬해지는 장이다.

자연
“나는 자연의 방식을 추구했다. 자연 속으로 숨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방식을 나의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데려왔다.” 돌구와의 산책이 즐거워 보인다.

건강.
죽음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사는 게 인생이라면 죽는 것 또한 인생이다. 받아들인 이가 보여주는 부드럽지만 장렬한 대목들이다. 바케트 빵처럼 딱딱해 보이지만 속은 부드러운 것. 그것이 죽음일 것이다.

길에서
적절한 인용 적절한 묘사가 특징이다. 한 마리 늑대라는 표현에 또 놀란다. 나도 그랬는데..
인생은 여행 길, 우리는 여행자, 길 위에서 죽는 여행자처럼 완벽한 여행자. 누구나가 같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우리들의 삶이고 나의 삶이고 당신의 삶이라는 말. 그렇다 나는 나이다. 세상에서 오로지 하나인 나이다. 그 자체로 위대하다.

집, 공간
이 부분은 빨리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며칠 동안 북한산 자락의 집값을 알아보게 되고 정원 달린 주택에서의 삶을 상상하느라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그래서 몇 번이나 읽었다는 핑계로 부리나케 넘어간다. 잘못하다간 그의 서재 밖으로 나있는 나무데크의 풍경에 사로잡혀 상상의 나래 속으로 들어가 과제도 잊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학습
이 장은 처음엔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에 취하지만 나중엔 그 차가움에 이가 덜덜 떨리는 것처럼 몸이 떨려온다. 학습, 변화, 삶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 가지 어둠과 빛, 선비처럼 섬세하며 무사처럼 선이 굵은 사람에 관한 묘사가 머리 속에 남는다. 바로 그 사람, 구본형.


성공, 부자의 정의는 제대로 된 시각. 도로 쪽으로만 문이 나 있다고 알았는데 뒷산으로 통하는 문이 진짜 문이라는 것. 욕망의 불꽃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조용한 선동가다. 모든 씨앗들에게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속삭인다. 그 꽃이 무슨 꽃인지는 피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꽃이 다른 꽃들과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을 선동한다. 그리고 그 꽃을 피워내 이 세상에 그 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바로 삶이라고 선동한다.
꽃씨와 불씨가 되는 것…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하는 비즈니스다. 내가 자연으로부터 배운 방식이다.”


사부를 안지 이제 한 삼 년 째, 가끔 제자를 약 올리고 골탕 먹이고 혼자 웃는 것도 알지만 부드러우면서 강요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여간 해선 화를 내시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은 더 어렵기도 하다. 한번 읽었던 책이라 여유 있게 다시 잡곤 한 반쯤 읽는데 “음..왜케 폼나냐? 이 아자씨. 우리 사부 맞아?” 혼잣말이 나온다. 내가 쓸 말 다 써버렸다. “우리더러 책 쓰라 해놓곤 자기가 벌써 이런 거 다 써놓으면 우린 뭘로 쓴다냐.”

멀쩡한 사람의 무장을 살며시 풀게 해놓고 그 안에 들어와 이 방 저 방 커튼을 다 열어 젖히고 있다. 방 한 칸에 짜리 집인 줄 알았는데 웬 방이 이렇게 많은 거지? 내 집인데 나보다 더 잘 안다. 좁은 집이 아니었군, 나 저택에 살고 있었구나.
그의 방문에 빙산의 하부에서 쉬고 있던 열정들이 잠을 깨기 시작한다.

--------------
사부는 가끔 니체의 말을 빌어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장 훌륭한 제자는 스승을 뛰어넘어 그를 빛나게 하는 제자다”라고…..
왜 이렇게 쉬운 주문을 하신 걸까? 여기에 혹시 다른 의중이 계신 걸까? 사실 이 이야기를들을 때마다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난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정말 가능할 듯하다. 우리 집 유전자는 머리숱만큼은 비교적 수북한 편이다. 아버지도 삼촌도 다 그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부의 바램은 내게 너무 쉽다.
(휘리릭..후닥닥..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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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7.22 19:48:09 *.70.72.121
사부와 한나절 산책 실컷 하셨구먼. 그새 집에 들어감 심심하지 않으쇼? 벌써 50페이지 개인사 돌입하시게? 오늘 밤 그 집 술독 허벌나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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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7.22 22:46:31 *.232.147.203
ㅋㅋㅋㅋㅋㅋ 누나. 머리숯이 적어야지 스승을 "빛나게" 비춰주죠.
누난 안되겠다. 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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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2007.07.23 12:29:04 *.72.153.12
ㅋㅋㅋㅋㅎㅎㅎ 언니 하이 코미디에 웃다가 죽어.

옹박 우리집 유전자는 머리숱이 적어지는 거다. 빛나게 하는게 가능할지도 몰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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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7.23 12:46:15 *.48.41.28
진지한 글에 여러분들 왜 이러십니까?
고정들 하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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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수
2007.07.23 13:44:33 *.84.5.37
이은남님... 글 잘 읽었습니다.
도입부 자연스럽게 사부님을 소개한 글... 좋았습니다.
마지막부분 사부님을 더욱 빛나게(?) 하셨습니다.
더욱 빛나게 하실려면 1년간 개인대학이라는 연구원으로 일하게 하신 사부님과 머리카락 끄잡아 당기면서 싸우는 것이 사부님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죠?(이 싸움은 이은남님이 유리합니다. 숱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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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7.24 11:49:43 *.48.41.28
양수님의 사부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 잘 전달됩니다.제자로서 노력해야 할 일이 많아 가슴이 벅차오르는 군요. 양수님이 주신 미션은 속 깊이 간직하고 살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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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
2007.07.24 18:19:31 *.143.170.4
향인님~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향인님이 피워내실 꽃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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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7.25 02:17:27 *.48.41.28
잘 지내시지요? 경환님. 반가워요. 꽃은 무슨..
좋은 글이라니 약간 갸우뚱하지만 그렇게 봐주시니 그저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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