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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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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3일 06시 07분 등록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10년마다 자신의 삶을 결산하는
자아경영 프로젝트
구본형 저, 휴머니스트


1. 저자에 대하여



1954년 1월 15일 생, 딸 둘의 아버지. IBM에서 20년간 근무, 변화경영혁신팀에 16년간 몸담으며 ‘변화 경영’을 선도.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로 시작하여 ‘사람에게서 구하라’까지 열세권이 저서를 출판, 변화경영 분야의 손꼽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을 돕는’ 변화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며, ‘꿈’이라는 단어에 환장하며 자지러지는 80명 내외의 꿈벗들과, 자신의 분야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연구활동을 펼치는 열다섯명의 연구원들의 스승이다.

내가 가장 동경하는 것은 그의 무수한 자기실험이다. 그의 ‘알려진 비밀’은 바로 자신에게 먼저 적용해 보고 스스로를 구원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그는 점점 깊어지고 그윽해진다. 카네기 연구소에 일하면서 만난 많은 명강사들은 대부분 너무 바빠서 충분한 시간을 R&D에 쓰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가르치는 원칙이 개인적 경험과 결합되어 생명력을 가지지 못한 강의는 그저 '앵무새 떠들기'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확실한 근거는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실험하고, 맛을 보고, 정리하여, 일반화시킬 수 있는 이론과 모델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믿음이다”라고 말하며 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다.

그는 균형과 조화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일과 가족, 이상과 현실, 성취와 여가, 생산과 R&D 등을 조화롭게 이루어내는 사람이다. 그는 “강연은 쏟아내는 작업이다. 쏟아내는 것이 들어오는 것보다 많으면 이내 밑천이 딸리게 마련이다. 이것은 치명적 결함이다. 지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너무 바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새벽에 일어나 매일 두 시간씩 읽고 쓰는 사람이며, 평일 오후에 북한산을 오르며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다. 특히, 나는 사부님의 ‘현실적 이상주의’ 혹은 ‘이상적 현실주의’가 좋다. 그의 역설(paradox)을 관리하는 능력은 나를 흥분시킨다. 그의 생각 속에서 현실과 이상의 역설은 각각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 둘은 심장부에서 신비스러운 결합체로 하나가 된다. 그는 결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재능과 세상의 요구가 기쁨으로 만나는 곳에서 시작하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고수의 ‘눈빛’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극적인 표현을 위해 쓴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의 반짝거리는 눈을 통해 나는 그 순수함과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으며 진실로 그 말을 믿게 되었다. 나는 그가 세속의 지혜 보다는 인간의 순수한 마음에 귀 기울이는 사람임을 알고 있다. ‘엄길청의 성공시대’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성공에 대한 정의가 어제보다 더 나아졌냐고 묻는 것이라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모습, 생선 머리를 먹을 때 아무 말 없이 입을 오물거리며 감탄하는 모습, ‘학문이 세상에 머리 숙여서는 안 된다’고 부드럽게 조언하는 때묻지 않은 모습, 나는 그의 그런 순수함이 좋다.

나는 “영원히 그 스승을 빛나게 하는 제자야말로 가장 나쁜 제자이다”라는 말을 알고 있고 공감한다. 그러나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팔로워(Follower)가 되어야 함도 알고 있다. 그가 은사인 길현모 선생님을 통해 배운 것처럼, 나 또한 그를 통해 삶의 중요한 통찰들을 얻을 것이다.


2.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문구들

(17) 마흔 살은 오래 끓어 걸쭉해지기 시작한 매운탕이다. 바야흐로 인생의 뼛속 진국이 우러나오는 시기다. 마지막 젊음이 펄펄 끓어 오르고, 온갖 양념과 야채들의 진수가 고기 맛에 배고 어울리는 먹기 딱 좋은 시절이다.

(17) 불행한 시기에 철학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철학은 오히려 행복할 때, 용감하고 성공적인 장년기의 열렬한 명랑함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니체

(20) 고독은 비 같은 것이다. 식물을 밤 사이에 자라게 하는 그런 것이다.

(22) 지식은 지식에 적용됨으로써 증식된다. 지식을 자신에게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체험한다.

(26) 사랑은 늘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사랑은 그 자체로 증식되는 능력이다. 그것은 영혼의 갈망같은 것이다. 모파상은 '진실한 사랑은 영혼이 육체를 감싸안는다.'라고 표현했다.

(26) 훌륭한 작품은 그것이 어떤 표현방식을 가졌든 인생에 대한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현실보다 극적이고 현실보다 교훈적이고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27)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마흔 살은 성취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시절이라는 점이다.

(32) 40대의 10년은 급격한 감가상각이 이루어지는 시기다. 완숙한 성취의 시기가 아니라 정리의 시기가 된 것이다. 이때 우리에게 명령하는 것은 먹고사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것이 우리에게 명령했다. 그러나 마흔이 넘으면 그것이 모든 것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40대 최대의 위기를 불러온다. 과거가 사라진 상태에서 미래조차 만들어낼 수 없다면 갈 곳이 없다. 40대는 이제 특별한 사회적 상징을 담은 단어가 되었다. 그것은 가장 정력적인 나이에 버려진 나이다.

(39) 누군가의 칭찬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무엇인가 정말 괜찮은 것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52) 나는 삶을 연극에 비유하는 것을 싫어한다. 삶은 연극이 아니다. 우리는 극장 안의 배우도 관객도 아니다. 배우란 짜여진 배역에 따를 뿐이다.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배역은 결국 내가 아니다. 극본과 연출, 그리고 배역까지 맡아야 비로소 삶으로 비유될 수 있다.

(54) 그들은(복권사는 사람) 위험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잃어도 좋은 푼돈만 투자했다. 위대한 하루가 없이는 위대한 인생도 없건만 하루하루는 잃어도 아까울 것 없는 푼돈처럼 낭비되었다.

(61) 변화는 바쁘지 않은 사람들의 일이다. 변화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진 불행한 자들, 혹은 불행을 인식하는 자들의 과제였다.

(62)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가지고 평가하게 마련이다.

(70~71) 어느 조직도 필요한 사람은 떠나보내지 않는다. 어려울 때일수록 잡아두고 싶은 사람이 이런 사람들이다. 이것이 ‘필요의 원칙’이다. 필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늘 그 처신에 특별한 공유점이 있었다. ... 첫째,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자신의 특별함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고, 일을 처리하는 자신만의 좋은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유능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그들은 적절한 휴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 폐쇄회로를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셋째, 그들은 늘 학습한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와 경쟁한다. ... 어떤 분야든 자신을 불사르지 않고서는 핵심에 다가갈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귿르은 세상의 흐름에 대한 대략을 알고 있다. ...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떠남으로써 남겨진 조직의 힘이 격감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놓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75) 유전자는 바뀌지 않는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은 괴로운 과정에 비해 지극히 평범한 성과를 돌려줄 뿐이다.

(76) 매력이 없는 리더란 없다. 리더는 반드시 자신의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유혹은 매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매력은 가장 가기다운 것에서 발산되는 페로몬이다.

(90) 난 가발은 싫어한다. 가발을 쓰면 처참해질 것같다. 다른 사람처럼 평균이 되기 위해 노심초사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91)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길들게 마련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서로에게'라는 말이다. '나에게 길들게'하면, 그것이 목적이 되면, 함께 살 수 없다.

(100) 욕망은 부숴뜨려 땅에 묻어야 하는 끔찍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힘과 에너지다.

(101~102) 평범한 사람들의 범상치 않은 이야기, 나는 이것을 인류의 미시적 역사라고 생각한다. 개인은 각자 그 안에 자신의 역사를 안고 산다. 부끄러움도 있고 후회도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도 있고 당당하고 장엄한 순간도 있게 마련이다. 산다는 것은 자신을 재료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103~104)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달라야 한다. 자기경영의 근간이 되는 것은 실천의 철학이다. 바로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104)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은 ‘오랜 세월과 수많은 공간’을 지나야 한다.

(107) 진정으로 사랑했던 마음은 결초 그 사랑을 잊지 않는다. -토마스 무어

(108)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 이탁오(李卓吾)

(114) 인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기쁨을 위해 산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기쁨과 나의 기쁨은 섞여 있었다. 작은 수고들은 이런 기쁨을 위해 동반되는 선물의 포장지거나 아름다운 포장 끈이나 리본 같은 것들이다.

(118) 우리는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니 부딪히는 때가 많다. 그러나 싸운후 다시 웃고 떠드는 데까지 가는 시간은 10분을 넘지 않는다.

(129) 나이가 들어 돈벌이를 하게 되면 친구들에게는 결코 아쉬운 소리를 해서는 안된다. 또한 친구들에게는 절대로 잘난 척해서도 안된다. 친구들끼리 나눌 수 있는 것은 짐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혼자 그 긴 길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짐을 각자 지고 함께 가는 것이다.

(140) 우리가 왜 변화해야 하느냐고? 그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작은 세포가 아이가 되고 젊은이가 되고 장년이 되고 노인이 되고, 그리고 죽는 것이 삶이다. 순수한 아이의 생각이 야망으로 가득한 젊은이의 생각이 되고 이내 세상의 한계에 지쳐버린 장년이 되고 노회한 노인이 되고 이윽고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다. 변화 자체가 우리의 일상이고 삶이다. 생명이 주어진 순간 삶은 시작되고, 삶이 주어진 순간 죽음의 시계도 카운트되기 시작한다. 왜 살아야 하는가? 삶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왜 변화해야 하는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143) “숲에는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없고, 냇물에는 멈춰선 물결이 없다.” - 곽박(郭璞)의 시 중에서

(144) G.K. 체스터턴의 말대로 참으로 이 세상에서 부족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감탄이다. 기쁨은 도처에 있고 '늘 활동 중'이다.

(152) 나는 나무와 같은 사람이다. 나는 날마다 내게 귀화한 생각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육에 담아 수천개씩, 수만개씩, 수백만 개씩 퍼트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야 한다. 사람들은 그 씨앗을 마음속에서 키우면서 '자신의 생각으로 귀화한 생각'이라고 믿게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도처에서 번영할 수 있는 전략이다.

(153) 로댕의 말을 잊지 마라. '사랑하고 감동하고 전율하면' 그 삶은 매혹적인 것이다. 날마다 그렇게 살아라.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 좋은 인생이다. 그러므로 하루를 바뿌지 못하면 변화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153) 스스로 좋은 나무가 되는 것은 좋은 씨앗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하루를 보내도록 해야 한다.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시간이 쓰일 곳을 마음대로 배분하고, 그 일의 가치가 빛나는 일을 하며, 스스로의 삶을 즐겨라. 삶 자체가 유혹이 되게 하라.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 좋은 인생이다. 그러므로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변화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160~161) 영원히 스승의 빛에 가려진 제자는 결국 스승을 욕보이게 한다. 뒷물이 앞물을 뛰어넘으려고 해야 비로소 강물이 힘차게 흐를 수 있다. 제자가 잘나야 스승이 위대해진다.

(183) 근거없는 이야기, 뿌리를 알 수 없는 낙관, 유치한 전개, 더덕더덕 기운 미덕과 잠언의 누더기로 치유가 아닌 잠시의 진통효과를 과장하는 시시한 돌팔이들의 이야기를 싫어한다.

(183) 사람들은 과거에 갇히는 것만큼 미래에 갇힌다. 추억으로서의 역사와 꿈이라는 소설은 둘 다 인생에 중요한 것이다.

(190) 그러나 나는 그곳에 도착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정 자체로 훌륭한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끝나는 여행도 위대한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93) 손님이 돌아간 만찬처럼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그러나 잔치를 준비하는 것은 늘 마음 설레는 일이었다.

(196)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건만 행복한 사람이 드문 것은 행복해지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197) 사소한 일이 주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면 언제나 행복할 수 있다. 인생의 대부분은 아주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자신을 용서하고 동정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증오로부터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많이 얻으면 그만큼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베풀 수 있는 만큼 행복하다. 베풂은 씨앗같은 것이라 주위에 뿌리면 수많은 결실과 함께 되돌아온다. 더 많은 씨앗을 얻게 된다.

(198)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 안에서 죽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 속에서 죽는다.’ - 플루타르크

(198) 길은 없다. 이것이 길이다. 하루가 길이다. 하루가 늘 새로운 여정이다. 오늘 새롭게 주어진 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세상이 되지 못한다면 어디에 행복이 있을 수 있겠는가? 변화란 불행한 자의 행복 찾기 아니겠는가.

(216) 무엇인지 정체를 잘 모르는 식물이 자라나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자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처럼, 나도 잎만 가지고는 내가 어떤 나무인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221) 노동은 노동안으로 우리를 불러들인다. 노동자체가 참선이고 수련이다. 다만 전혀 수련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하는 정신적 수련이다. 나는 빠져들었고 몰두했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노동처럼 그 성과가 눈에 잘 나타나는 것도 없다.

(221) 우리는 증거를 필요로 하는 존재다. 일을 하면 한 티가 나야 그 기쁨이 배가 된다.

(226) 명상은 나를 즐기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괴로움으로 가득 찬 현실에 갇힌 내가 아니라, 원래 있었던 아름다운 나를 찾아내는 것이다. 명상은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다른 사람에게서 평화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부에서 평화를 건져내는 것이다.

(229) 책을 통해서만 사상을 더듬는 일당들 책을 짓눌러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일당들 머리를 종이 위에 처박고 있는 일당들 부디 '문밖에서 사유하는 법'을 배우시라 그리하여 '진리의 노예'가 되지 말고, '지혜의 친구'가 되시라 - (니체+@)

(230) 책을 읽다가 '두려움은 곧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고 무엇이랴'라는 칼릴 지브란의 글을 발견했다. '씨팔'. 어쩌면 말을 이렇게 잘한단 말인가?

(233) 나는 한 가지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을 자제했다. 읽기 싫으면 읽지 않았다. 그러나 매일 썼다. 나는 어느 책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와 느낌과 생각을 내 일상 속에서 매일 조금씩 찾아내고 표현해보려고 했다.

(233) 의무는 아무 것도 창조하지 않는다. 의무란 재미없는 것이다. 의무감이란 일상화되는 것이고, 지겨운 것이고, 반복되는 것이고, 아무런 생명도 살 수 없는 무덤이기 때문이다.

(235) 바쁘다는 것은 지우개와 같다. 모든 기억을 지우고 그리움을 지우고 의미를 지우고 생각을 지운다. 바쁘다는 것은 사람을 그저 움직이게 한다. 우리는 먹기 위해 일하고 일하다가 죽는다. 한 번도 살기 위해 일을 버린 적이 없다. 놀기 위해 산 적도 없다. 그래서 살기 위해 산 적이 없는 것이다.

(236) 존재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녀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처럼 가슴 뛰는 일이 없을 때 그녀에 대한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239) 나는 천천히 배워갔다. 한 번에 조금밖에 배우지 못하는 더딘 깨달음이 이제 부끄럽지 않았다. 어쨌든 나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는가?

(240) 교육이란 '어떻게 배우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지적은 옳다. 학습이란 지식의 습득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학습의 하위기능일 뿐이다. 학습의 핵심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답에 접근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 내는 것이다.

(242) 나는 배움이란, 이해와 인식으로부터 시작할지 모르지만, 그 너머에 있는 다른 차원의 무엇인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42) 학습은 지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획득하는 것이다.

(245) 스승은 등불이 되어 우리를 인도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불을 끄고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을 보게 되길 바란다. 제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별빛을 보게 하는 스승만이 위대한 스승이다.

(251) 깨달음이 하루의 일상으로 쳐들어와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실천되지 않은 것이다.

(251)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혁명도 없다. 자신만의 하루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신의 세계를 가질 수 없다.

(252) 어제 읽던 책을 끝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보게 되면 보는 것이고, 오늘 못보면 언젠가 보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나는 나만의 방식이다.

(253) 하루는 실험장이다. 실험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실험장. 실험이 목적 그 자체가 되어버린 실험...내겐 이것이 하루다.

(253) 학습의 문화 속으로 자신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은 좋은 전문가의 필수적인 수련과정이다. 학습은 종종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 냉정하고 감정이 배제될 때 잘 배우는 영역이 있다. ... 그러나 학습의 또 하나의 얼굴은 뜨겁다. 혼이라든가 열정, 몰입, 감성, 직관 같은 단어들이 중요한 개념이 되기도 한다. 학습은 뜨거운 무엇이고,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것이며, 인문학적인 감수성을 건드려야 하는 것이다.

(254) '선비처럼 섬세하고 무사처럼 선이 굵을 것' 최인훈 : 자신을 닦는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나를 닦아 선비와 같고 무사와 같아진다면 아름다운 일이다. 나는 수신의 방법을 찾아내고 싶었다. 자제와 절제라는 방법보다는 내 마음이 흐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255~256) 변화의 철학과 기술, 이 두 개의 축을 나에게 적용해봄으로써 변화경영을 하나의 예술로 만들어보려 한다. 아마 내 50대는 변화경영의 예술가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이 될 것 같다.

(256) 첫 번째 도전은 실패를 이기는 것이다. 두 번째 도전은 실패를 마음에 담아주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도전은 매일 실험을 즐기는 것이다.

(260) 내가 하는 일의 첫번째 고객은 나다. 내가 내 일의 가장 최우선적인 목적이다. 따라서 내 일은 반드시 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263) 인생을 파괴하지 않는 직업, 삶을 빛내는 직업만이 훌륭한 직업이다. 어떤 이론도 어떤 조언도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설득하기는 어렵다. 변화는 오직 스스로 시작할 때만 효과적이며 그때에만 비로소 행복한 전환이 이루어 진다.

(263~264) 어떤 이론도 어떤 조언도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설득하기는 어렵다. ... 변화경영이라는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스스로의 변화에 성공해야 한다. 이것이 자격요건이다. 이것은 내가 깨달은 통렬한 아픔이었다. 변화경영 전문가로서 나에게 적용되는 엄격한 규율을 만들었다. 먼저 나에게 적용할 것. 반드시 성공할 것. 그 다음 상이한 조건에서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할 것.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을 나누어주려는 잘못을 범하지 말 것. 이것이 내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이다. 지식을 먼저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 이것이 내 원칙이다. 나를 변화시켰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내 하루가 바뀌었는지를 물으면 확실해진다. 오늘을 놓치면 삶을 놓치는 것이다.

(266) 글쓰기 : 모방의 요령 : 1. 얼마나 많이 모방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감동하느냐가 중요하다. 2. '한 작품을 모방하면 표절이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 연구다.'라는 노회한 충고를 기억하는 것이다.

(266) 죽어 있는 정신을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269) 처음 해본다는 것은 기회를 선점한다는 것이다. 기회의 선점만큼 강력한 브랜드 전략은 없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라는 재능과 변화경영이라는 전문경력을 결합시켜 이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만들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늘 읽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정리해야 한다. 정리된 강력한 핵심개념들을 연결함으로써 미래를 현실적 의미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해석할 수 있을때 비로소 일상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일상의 이야기가 되어야 실천할 수 있다.

(277) 유일한 사람이 되는 길은 신의 쪽지, 즉 '자신에 대한 기록'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자신만이 유일함의 원천이다. 자신을 활용하지 않고는 유일함에 도달할 수 없다. 유일함을 수련하는 방식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깊숙한 곳에서 잠에 취해 있는 자신을 깨워내는 것이다.

(278) 누구든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인물을 얻어야 한다. 그 첫 번째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281) ‘유일한 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숙달해야 한다. 손과 머리 사이에 자연스러운 교감과 조화가 이루어지면 익숙해진 것이다. 그러나 최고는 늘 기계적 익숙함에 다시 한 번 저항한다. 일단 숙달하면 일탈한다. ‘불온한 재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다른 방식을 찾아보고 새로운 방식을 다시 익힌다. 다시 배우는 불편과 새로 배우는 흥미를 반죽하면 일상은 다시 깨어나고, 일은 같은 일이지만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다.

(285) 모든 숨겨진 욕망은 개인적이다. 따라서 개인적 관심사와 맞지 않으면 객관적으로 좋은 내용이라도 진심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

(286) 강연은 결국 전달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장 나다운 방법으로 이를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도 예술가가 자신을 표현할 때의 자세와 유사한 몰입이 있어야 한다. 강연자가 몰입하지 못하는 강연은 좋은 강연이 아니다. 잘해야 말만 난무하고 정신은 결여된 '좋은 이야기'에 불과해진다. 느낌을 전달하지 못하는 강연은 죽은 것이다.

(299) 내가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만 깨닫게 되도 우리는 금방 불행해진다.

(321)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은 채, 든든한 밥그릇 하나 챙겨두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그 째째함의 끝을 묻고 싶었다.

(322) 그러나 정말 나의 목적은 하루를 잘 사는 것이다. 하루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각성과 준비의 제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하루답게 사는 것이다. 어떤 하루도 목적- 그런 것이 있다면-을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하루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희생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 자체를 빛냄으로써 인생 전체를 빛나게 하고 싶었다. 이것이 목적이다. 내겐 좋은 하루 그 자체가 목적이다.

(324) 하루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생활고나 가난 때문이 아니다.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선비처럼 섬세하고, 무사처럼 선이 굵은 책. 사부님의 책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원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휴학을 했을 때였다. 당시 나는 길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나의 개인사 ‘20대, 생의 보고서’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 학교에서 나는 늘 바빴다. 바쁘다는 것은 지우개와 같았다. 스스로와 만나 중요한 질문을하는 시간을 지워버리고, 따뜻한 말이 오고 가는 동료들과의 대화 시간을 지워버리고 사나이의 우정을, 가족과의 정감 가는 통화를, 사제간의 존경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그런 문화에 젖어가고 있었다. 환경은 언제나 의지보다 사람을 더욱 쉽게 변화시켰다. 모두가 경쟁하는 환경에서 혼자 양반인 척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의 불행은 조용히 혼자서 자기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의 결핍에서 시작된다”는 파스칼의 말은 옳았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나는 방해받지 않는 블록타임(Block Time)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어야 했다. 당시 대학원에서의 휴학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의아해하는 동기들에게 둘러대기 위해 몇 가지 핑계를 만들어 두고 나는 학적과를 찾아가 휴학계를 냈다. 나의 실험은 1년간 계속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실험해 보고 싶었던 것은 ‘책을 읽는 것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인가?’였다. 일상을 쪼개어 틈틈이 책을 읽는 것은 좋아했지만 하루 종일 책만 읽어도 좋아해야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겐 나를 옭아맨 매듭들을 풀고 가뿐해진 몸으로 몰입할 공간이 필요했다. 처음 갔던 곳은 강원도 태백의 예수원이란 곳이었다. 한동안 조용하게 숙박비 없이 무료로 지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친구로부터 알게 된 곳이었다.

그러나 찾아간 첫 날 나는 고배를 마셨다. 며칠은 괜찮지만 장기간 체류하려면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 곳에서 노동을 하며 머무는 것도 큰 배움이었을테지만 나는 하고자하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다음날로 인사를 드리고 천안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내려갔다. 떠나기 전 사진 몇 장을 찍어 두었다. 천안의 집 바로 옆에 나사렛 대학교가 있었는데 나는 집과 그곳을 예수원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찍어온 사진을 칼라로 프린트하여 벽에 붙여두었다. 이곳이 또 다른 예수원이었다.

나는 책을 읽었다. 책 읽고 밥 먹고, 잠시 산책하며 기도하는 것이 나의 일상의 전부였다. 단순한 생활이었지만 게을러지는 것이 싫어 바쁘게 보냈다. 나사렛 대학교의 허름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훌쩍거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

그 때 처음 읽은 책이 바로 ‘나, 구본형의 변화이야기’였다. 많이 울었다. 슬퍼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을 눌러 눈을 타고 나오는 수액(樹液)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홍승완 연구원의 이 책에 대한 평에 깊이 공감한다. 아래에 그대로 붙여 두었다.

『 그 다운 책이다.

그와 코드가 맞는 사람에게는 가슴 뛰는 경험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읽어도 기존의 자기계발 서적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정신과 창조성을 전해줄 수 있는 책이다.

깊음
이 책이 깊다는 것은 한 사람의 10년 간의 일상의 변화와 정신적 거듭남이 진솔하게 전해진다는 의미이다. 거기에 덧붙여 인문학적 감수성이 배어나는 글들이 머리와 가슴을 적신다. 깊은 경험을 훌륭하게 표현해냈으니, 그 느낌 또한 깊지 않을 수 없다.

절묘함
책의 구성 방식이 독특하다. 간단히 말하면 '단편소설 X 수필'의 결합이다. 이 관계가 곱하기인 이유는 절묘한 결합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하나인데 둘이 만나니 둘 이상이 된다. '장'의 첫 장에 한두 쪽의 단편소설이 등장한다. 그 장의 의미를 압축해서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 방식 또한 문학과 영화, 철학과 역사 그리고 일상을 넘나든다.

아름다움
깨끗한 표지와 출판사의 세심한 정성이 깃든 편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깊고 절묘한 이 책은 읽는 내내 가슴을 뛰게 했다. 따뜻한 햇빛 속에 있는 것처럼 에너지를 주기도 했고 행동하지 않는 나를 질책하듯 가시 방석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른 이에게는 요구하고 나는 하지 못하는 치졸함을 들추어내기도 했다. 겉에 매여 알맹이를 놓치는 나를 자각시켜주기도 했다. ‘언젠가 이런 책을 열심히 한 권 써보고 싶다’는 부러움과 욕망을 안겨주었고 그의 자유로운 삶에 나를 대입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은 경험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아름다움’이다. 인용하는 것과 그것을 몸으로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 가슴이 뛴다. 』

서론이 길었다. 내가 저자라면 10년간의 자서전을 어떻게 썼을지 ‘객관적 애정’으로 생각해 보았다.

유혹하는 소제목
[나의 별명은 ‘미숙이’], [깨달음이 중요하다는 깨달음], [나만의 씨앗]. [인형에서 자유인으로], [욕심이라는 이름의 암세포], [나침반 하나 들고 떠나는 탐험] 등등.

이번 나의 글쓰기 컬럼 주제가 ‘설득하지 말고 유혹하라’ 였는데, 그 말처럼 유혹하는 듯한 소제목들이 특히 눈에 띄였다. 글의 주제를 약간 암시하면서도 ‘뭘까?’라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제목들. 단락을 읽고 나서 다시 소제목을 보았을 때 ‘아하’ 하고 감탄사가 드는 짤막한 문장. 좋은 소제목의 요건은 이러한 약간의 암시와 호기심 유발, 그리고 다시 보았을 때 핵심을 느낄수 있는 응축성이 아닐까. ‘어찌 이리 말을 잘 한단 말인가?’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비유
“마흔 살은 오래 끓어 걸쭉해지기 시작한 매운탕이다. 바야흐로 인생의 뼛속 진국이 우러나오는 시기다. 마지막 젊음이 펄펄 끓어 오르고, 온갖 양념과 야채들의 진수가 고기 맛에 배고 어울리는 먹기 딱 좋은 시절이다.” –p.17

이 책에는 사부님의 여느 책에 비해 유난히도 비유가 많다. 나무 비유. 매운탕 비유. 인형과 끈의 비유, 식물과 씨앗의 비유 등등. 가끔 사부의 이런 능력에 놀란다. 또 누가 ‘마흔 살’을 매운탕에 비유할 수 있을까.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개를 연결함으로써 평범한 이야기는 생명력을 지닌다.

매운탕 비유를 읽는 순간 예전에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말씀도 없이 매운탕 드시기에 매진(?)하시는 사부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그게 비유가 훌륭한 비법이구나.
매운탕을 먹을 때는 매운탕이 되자. 숲을 거닐 때는 나무가 되고, 이름 모를 꽃이 되고, 별을 볼때는 우주의 먼지가, 되자.
삶의 모든 순간에 충실함으로써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를 연결하는 것.
카드 두 장씩 뽑아 연결성을 고려했다는 사이버뱅크

이곳 저곳을 그저 마음가는 대로: 자기다운 글쓰기
사부는 책 초반의 ‘일러두기’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는 서로 밧줕처럼 엮어줌으로써 굴비처럼 뀌어놓는 상징성을 싫어한다. 규칙이 생기면 즐거움은 줄어든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멋대로 하는 재미와 기쁨을 줄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새처럼 가볍게 변덕을 부리며 쓰는 것 자체를 즐겼다.” – p.10

이 책은 강이다. 흐르는 대로 흐르다 저 쪽이 마음에 들면 힘차게 굽이쳐 흐른다. 그리고 잠시 머물러 날라온 것들을 쌓아두고는 다시 널직한 곳으로 나아간다. 이내 몇갈래로 가느다랗게 갈라져 빠르게 흘러내린다. 모든 줄기가 흐르는 곳은 커다란 관념의 바다이다. 그는 INFP형이다. ‘이상주의 중의 이상주의’이며 예술가적인 기질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 ‘지도 없이 나침반 하나 들고 떠나는 것’이 그에게 어울리는 글쓰기이다. “지도가 있으면 좋다. 그러나 정말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은 지도에 없는 곳이다.” 라고 그는 말한다. 승완형이 말한대로 정말 ‘그 다운 책’이다.

이런 글을 쓸수 있는 사부가 부러울 때가 많다. 허나, 그것은 그의 것이다. 나는 오히려 일정한 주제와 깔끔한 구성이 있을 때 더 잘 쓸수 있다고 보여진다. 지도가 있어야 구석구석 더 잘 다닐 수 있고, 일정한 틀 안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낼 수 있다. ‘전략’과 ‘초점’이 나의 강점이기도 하다. 허나 나는 아직 젊어서 실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가수 신승훈이 ‘자기 목소리’를 찾기 위해 몇백 가수의 모창을 했듯 지금은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험해야 하는 시기일 것이다.

자서전 아닌 것 같은 자서전
이야기를 기술하는 방식이 ‘역사와 소설의 중간형태’라고 밝히고는 있으나, 오히려 편안한 에세이에 가까웠다. 주제가 있는 에세이. 자기를 재료로 한 소설. 자서전 아닌 것 같은 솔직한 자기 이야기. 이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각 장의 처음에 나오는 소설 형식의 글도 아주 좋다. 테마에 맞는 상징성을 픽션으로 표현해내고 그것을 연결시켜 다양한 주제 간의 대략적인 흐름이 숨겨져 있음을 암시하는 듯 하다. 이야기만을 다시 연결해서 읽어보았을 때 약간 허무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게 뭐 대수랴. 어울리지 않는 장르끼리의 만남. 그것 참 좋다.

글의 재료가 경험 그 자체라기 보다는 10년에 대한 소감이나 깨달은 교훈등을 편안하게 풀어내고 있어 ‘평범한 사람의 평범치 않은 이야기’라는 책의 컨셉에 잘 들어맞는다. 김구처럼 스펙터클한 인생을 살아보지 못한 사람도 자신을 재료로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은 평범한 이들의 희망이요, 보통사람 나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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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7.24 09:55:36 *.75.15.205
"사는 법은 죽는 법에 있다." 스승의 모색과 사고의 집결이 느껴져... 그 속에서 간결하고 단순하며 가뿐해지는 정신의 맑음 같은 것, 이것이 삶은 강이라는 자연의 법칙하에서 걸러진 역발상적 모험과 언제나 우연을 동반한 아우름에서는 그의 삶이 놀이가 됨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 승오 역시 가장 스승을 닮고 싶어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라는 것, 누구보다 그가 되어가고 있다는게 느껴지네. 넌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놈이 될거야. 스승을 뛰어넘는 그래서 그가 하얀이를 들어내며 활짝 웃게 만들고 말 거야. 우리도 그러길 바래. 늘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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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25 13:14:11 *.72.153.12
깔끔한 리뷰 잘 보고 간다.
많이 울고도 잘 정리해서 쓸 수 있는 걸 보면, 역시 너는 잘 쓰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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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
2007.07.26 18:12:55 *.143.170.4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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