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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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6일 22시 25분 등록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의 자아경영 프로젝트)


구본형/휴머니스트


Ⅰ. 감상

‘아아 악’
‘아아 악’
자려고 불 끄고 누웠는데, 잠을 잘 수가 없다.
‘아아 악’
소리를 질러도 풀리지 않는다. 자려고 누워서는 연신 발로는 이불들을 차대고 짜증을 부려댄다. 속에서부터 화가 나기 때문이다. 소리지르고 발길질 하고 웅얼대는 것 뱉어버리고, 머리를 벅벅 긁어서 흐트려버려도 가시지 않는 부아가 인다. 사부님은 성공하신 것이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꾹 찌르고 들어와 내 마음에 불을 당겨 놓으셨다.

사부님의 책에서 기술하셨듯이 나는 적대적인 청중의 한 사람이 된 것이다. 책을 읽고 화가났다. 그것은 어디로 분출해야 할지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 아니었다. 사부님은 책을 통해 마음으로 무찔러 들어오셨다.

책의 앞구절을 읽을 때는
‘아, 왜 이러시나?’ 했다. 연구원들이 읽어야 할 목록에 이 책이 끼어 있는 것은 반칙이었다. 나는 아직 나이를 먹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직 늙고 싶지 않았다. 책 제목 [마흔세 살에 시작하다.]라는 내용을 순전히 따라가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다. 나는 아직 서른다섯이다. 젊음의 마법이 아직 풀리지 않기를 바라는 나이이다. 그러나 사회의 자를 들이대면 젊음의 마법을 잃을 시기인 것이다. 남자 나이 마흔이 건강으로 자신에게 지금 뭐하냐고 물어오고 불면의 밤을 가져온다면, 여자나이 서른다섯도 그쯤에 해당될 것이다. 나는 사부님처럼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브라보!’ 라고 탄성을 지를 만큼은 못되었다.
사부님이 옆에 계셨다면 실컷 눈을 흘겨주었을 것이다. 이 시기에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뒤편으로 갈수록 마음은 차분해지며 다른 분노로 휩싸인다. 사팔뜨기 되기 전에 방향을 찾은 것이다. 그것은 방향을 가지기 시작한다.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된다. 분노는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과거에 대한 것이고,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였고,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지 않는 자에 대한 분노였다.

책에는 남의 속을 뒤집는 데, 멋진 묘사가 절절하다. 책은 온통 접혀져 있고 밑줄이 가득하다. 밑줄 치면서도 나는 심통을 부린다. 진실 앞에서 조금 더 악을 쓰고 심통을 부릴까보다.
사부님의 이야기 옆에 내 이야기를 조금씩 적기 시작한다. 나의 가족이야기, 내 기질, 황홀하게 만들었던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온갖 것들이 덤벼든다. 이 책이 사부님의 마흔의 10년 이야기 이다. 11개의 장으로 나뉘어 기술된 것들 속에서 나는 내게 덥쳐오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나의 과거와 미래를 받아낸다.

뒷 부분의 ‘학습’과 ‘일’은 더 지독하다. 자신이 평생 하고 싶은 일의 최초의 고객은 자신이 되어야 하고, 그리고 반드시 만족시켜야 한다고 역설하신다. 그리고, 자신은 그 모습을 직접 보이셨다. 자신이 실천하지 않는 것은 힘을 잃게 마련이라고. 그렇게, 책 읽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서른다섯이라고 아직은 좀 더 남았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억울하냐고. 그렇다. 억울하다. 지금 변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억울하다. 마법 지팡이 버릴 시기라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몇 년은 더 가지고 놀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서 이건 반칙이라고.

사부님과 나란히 걷고 싶다. 지금은 한두발 짝 물러서 따라간다. 언젠가는 사부님과 나란히 걷고 싶다. 그때에도 여전히 사부님께서는 나의 스승님이시고 나는 제자 이지만 그때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좀 다듬어지고 자신을 수용한 모습으로 편안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사부님을 앞서 걸을 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가는 길은 사부님이 가시는 길과는 다를 것이다. 사부님은 닮고 싶으면서도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이고, 기질적으로 다른 사람임을 알기에 나는 내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어쩌면 그 길은 남해에서 서른 다섯 번째의 생일 케익에 불을 끌 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촛불 끄며 소원 뭐라고 빌었었지? 아아, 그래 그거. 그거다. 올 한해동안 잊지 말아야 할 그거다.

Ⅱ. 저자에 대하여
1. 비전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We are helping people be a better person than ever before.

2. 전문 연구 분야
-글로벌 경영 표준에 비추어 본 한국 기업의 경영 건강 진단
Management Quality Assessment based on Baldrige Model as global Standards

-기업의 변화 촉진과 가속화
Change Acceleration

-개인의 내적 동기 유인과 자기 혁신
Self-Motivation and Human Transition

3. 주요 저서
‘사람에게서 구하라’(을유문화사, 2007년 2월 출간)
'코리아니티 경영' (휴머니스트, 2005년 12월 출간 )
'일상의 황홀'(을유문화사, 2004년 11월 출간)
'나 구본형의 변화이야기' ( 휴머니스트, 2004년 3월 출간)
'사자같이 젊은 놈들' ( 김영사, 2002년 5월 출간)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휴머니스트, 2001년 12월 출간)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2001)
"떠남과 만남 " (2000)
"월드클래스를 향하여" (2000)
'낯선 곳에서의 아침' (1999)
'익숙한 것과의 결별' (1998)

파란색은 읽은 것들이고 나머지는 읽지 않은 것들이다. 아마도 서점에 서서 혹은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몇 권은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억이 없다.

첫 번째 접한 책은 ‘사자같이 젊은 놈들’이었다. 읽고는 많이 흥분했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첫 번째 직장을 그만 둘 때, 나 스스로를 설명할 길을 찾아야 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었다. 세 번째 접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변화를 시도하면서 읽은 구본형 사부님의 첫 번째 책이 되었다.

4. 5천만의 역사, 5천만의 꿈

메일을 받았다. 메일 내용은 너무도 아름답고 도발적이었다.
메일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 내용을 담은 글이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 http://www.bhgoo.com의 <5천만의 역사, 5천만의 꿈>이라는 게시판의 상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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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아름다운 개인사를 한 장면씩을 사진첩처럼 모아두려고 합니다.
그리고 또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아름다운 꿈 한 장면씩을 모아두려고 합니다.

이 장면들이 모두 모이면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이고, 현세사가
되고 미시적 비전이 아닐까요?

여기에 다음과 같이 당신의 역사의 한 장면, 꿈의 한 조각을 남겨 놓으세요. 첫째, 당신의 생애 중 지금 생각해도 아름다운 장면 하나를 적어주세요. 가장 아름다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있어 당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믿게 하는 그런 환한 이야기 하나 들려주세요.
둘째, 앞으로 당신에게 찾아올 아름다운 장면을 하나만 미리 알려 주세요. 아마 당신의 꿈들 중 하나겠지요. 그래요, 아주 아름다운 꿈 하나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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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일을 보낸이의 뜻이 원대하고 너무 아름다워서 흥분했다. 나는 꿈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늘 흥분했다. 그리고 나는 그 메일에 답장을 보냈다. ‘5천만의 역사, 5천만의 꿈’에 동참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것이 모인 것을 보고 싶었다. 어느 날 메일 내용이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구본형 사부님과는 이렇게 첫 번째 인연을 맺었다.

5. 따뜻한 분 그리고 무서운 분, 그리고 모순을 품으신 분
개인에게 개인적으로 따뜻한 분,
부지깽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 부지깽이처럼 마음에 불을 타오르게 하시는 분, 가끔은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는 제자들에게 부지깽이를 회초리로 휘두르시는 스승님, 그래서 무서운 분.
변화하라고 행동으로 보이시는 분, 기다려주시는 분, 변화하라고 종용하시는 분.

Ⅲ. 내가 저자라면
1. 간단한 구성
곧 Me-story를 50페이지로 늘려 쓰게 된다.
이 책의 구성에서 몇 가지를 따갈 것이다. 11개의 장으로 구성된 것 중에 내게도 해당되는 것을 따서 장을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미리 적어본다면 ‘지난 10년, 마흔살(서른살), 직장생활, 얼굴, 가족, 그림, 일, 신앙, 꿈’ 정도가 될 것이다.

2. 두개의 흐름, 한개의 흐름
이 책은 2개의 줄기를 넣고 있다. 앞부분에 소설형식을 이용하여 자신의 죽음과 그 후의 이야기를 반페이지 정도씩 각 장에 포함했다. 그리고, 장 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상세히 기술했다. 꼬임이 절묘하다. 나는 이런 꼬임을 좋아한다. 베르베르의 개미나, 박흥용이 ‘구름을 버서난 달처럼’에서 사용한 것에 마음을 홀딱 빼앗겼었다. 하나의 이야기가 풀리면 다른 것들도 모두 풀려버리는 화두처럼 이야기를 끌고가고 묶어주는 맛이 강하다. 간단한 소설 형식의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를 정리해 주고 있다. 이 꼬임 언젠가 사용해 보고 싶다.

3. 자신의 생각으로 정의된 용어들
사부님의 책은 새로 정의된 용어들이 많다. 정신을 놓지 않고 잘 따라가야 한다. 사부님의 용어를 이해하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을 때, 사부님의 생각에 따라갈 수 있다. 그러면 사부님의 세상을 보게 된다.
그래서, 사부님의 책을 읽는 것은 힘겹다. 언제 쉬어야 하지? 하나 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따라가다 보면 머리 속이 과부하다.
이 책은 상당히 무거운 책이다.

4. Me-Story 자신에게 진실하기
나는 내 삶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Me-story를 쓸 것이다. 쓸 때, 내부 검열자를 저 한쪽으로 밀쳐 둘 것이다. 자유롭고 싶다. 내부 검열자로부터도.
쓰면서 나는 화가 날지도 모른다. 또 울지도 모른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거다.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는 화나게 만들었고, 또 울게 만들었다.

Ⅳ. 인용
개정판 서문 중에서
[6] 과거를 충분히 썩혀 소화해내지 못하면 과거가 살아서 미래를 지배하게 된다. 즉 과거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관성, 과거의 습관, 과거의 자취와 흔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과거의 온갖 흔적, 그 영욕을 묻어 깊이 썩혀두면 우리는 지혜를 얻게 된다. 그것이 앞길을 밝히는 불빛이 된다.

[6] 마음을 무찔러 들어온 생각이다.
* 수동적인 사람은 감동을 받았다는 표현을 어떻게 할까? 사부님의 경우에는 ‘마음을 무찔어 들어온다’라고 표현하신다. 사부님께서는 늘 마음으로 들어오는 것은 이렇게 표현하신다. 아마도 그것들은 자신이 거부하지(방어하지) 못하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나 보다. 그 감동 앞에서 자신은 무너지시나 보다.

[7] ‘타도, 구본형!’ 이것이 이 책속에 숨어있는 정신이다. 나는 나의 문화사, 이 개인의 시록을 통해 내가 넘어서고 극복해야 할 나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다.’는 나의 비전을 먼저 이렇게 나에게 적용되었다. 내가 내 직업의 첫 번째 고객인 것이다.

[8] 이 책의 부제는 그래서 평범한 인간의 결코 평범치 않는 이야기라 불러 마땅하다.

[14]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웠다. 내 생각지고 오리지널 내 생각이라는 것이 있을까? 문화는 처음 만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일 상 속에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 프롤로그

[15] 모든 좋은 것들은 웃는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지 그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걷는 것을 보라. 자신의 목표에 다가서는 자는 춤을 춘다. - 니체

[16] ‘무릇 심오함을 가장하는 자들은 가면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17] 과거가 날 만들었으니, 과거를 버리고 벗어나는 것이 또한 내 미래의 과제다. 죽어야 할 자리에는 늘 혁명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였다. 살면서 나는 여러 번 죽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번 다시 태어나야 한다.

[21] 불행한 시기에 철학을 시작해서는 안된다. 철학을 오히려 행복할 때, 용감하고 성공적인 정년기의 열렬한 명랑함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 니체
* 불행한 시기에 그림을 시작해서는 안된다. 그림은 오히려 행복할 때,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정년기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꿈틀대는 생명력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 한정화

[25] 동물은 자신의 신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은 반드시 자도록 만들어졌으니까.

[27] 서서히 육체의 쇠락이 팽팽한 낚싯줄처럼 감지되고, 은은한 불안이 검은 동굴처럼 다가오면, 여자와 불처럼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아직 젊음이 늦여름처럼 무더운 이 40대에 마지막 폭염 같은 사랑으로 성년의 절정을 매듭짓고 싶어한다.

[29] 밤이 한참 지나 해운대의 호텔로 돌아왔다. 바다는 검었다. 창문을 조금 열자 바다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파도의 끝이 부서지는 흰 포말도 보였다. 한참 그렇게 서 있었다. 여자를 남겨두고 온 것을 후회했다.

2장 마흔 살

[48] 마흔 살이 되면 인생의 마법을 떠나 보낸다. 좀더 순수하고 자유로우며 장난기 어렸던 젊은 시절을 떠나보내고, 사회적 관습이나 책임, 자의식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 예전에 서른을 맞기 싫었던 것처럼, 지금 마흔을 맞고 싶지 않다.
사부님 왜 이러시나? 난 이 책을 읽기가 싫어졌다. 나는 아직 젊고 싶은데, 자꾸 늙음에 대해서 이야기하신다. 사부님과 함께 요리여행 다니면서 먹어본 것들 중에 내게 해가 되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정말이지 먹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이번이 그렇다. 나는 늙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은 마음으로부터 늙음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젠장. 이걸 소화시키고 나면 나는 폭삭 늙어버릴까?
나는 아직 늙고 싶지 않다. 젊음을 누려보지 못했는데, 이건 너무 억울하다. 이 책 안 읽고 싶다.
그래도 읽는다. 사부님은 해가 되는 것을 먹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옆에 계셨으면 왜냐고 한번 물어볼 것을, 아니 눈을 한번 흘겼을 것 같다.

[55] 순수한 이성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용적이지 못하다.

[56] 막 부모가 된 젊은 성인들은 모호함과 불안정한 상태를 참기 어렵다. 그들은 전통에 기대고 과거의 지혜, 어쩌면 그동안 거부했던 부모들의 지혜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마흔이 되면 단순한 이분법과 전통은 더 이상 들불이 되지 못한다. 그들은 스스로 해석한 세상을 가지게 된다.

[56] 유머
40대의 중년도 시회의 불만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분노를 표시할 수 없다. 그들 자신이 바로 그 무능하고 부패한 권위 체계의 일부이며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싸울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을 때 유머는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다. 유머는 적개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환성적인 속임수이다.

[59] 1막에서 엑스트라였던 사람이 2막에서 돌연 주연으로 바뀌는 연극을 본 적이 잇는가? 마흔 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연극의 지루한 2막이 아니다. 오히려 연극을 끝내고 진짜 현실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파괴와 창조, 죽음과 재생이라는 이미지와 직결되며, 죽어야 살 수 있다. 이 치열한 반전을 사람들은 일부러 잊으려고 하는 것인가?

[62] 마흔 살은 가진 것을 다 걸어서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63] 죽어야 할 자리에는 늘 혁명이 있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바로 이 자리가 내가 죽어야 하는 자리라는 점이었다 한 세상이 어둠에 싸이게 될 때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은 어둠 속에서 새로운 빛으로 빛난다.

* 어젯밤에 자신의 기질을 찾는다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INTJ 성격을 기술한 글을 읽었읍니다.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나와 똑 맞아 떨어질까하면서 두렵더라구요. 젠장, 그런 나를 가지고 평생을 같이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더군요. 자신답게 사는 것에서 진지함.... 그리고 독립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오만함까지.... 그것들은 제 숙명인가 봅니다.

3장 직장생활

[66] 내가 빠져나온 도랑 속에 어떤 길쭉한 물체 하나가 누워 있는 듯했다. 아주 낯익은 모습이었다. 자세히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나였다. 나의 시체였다. 나는 당황했다. 나는 죽은 것인가?

[69] 변화는 한가한 사람들의 과제였을 뿐이다. 변화는 바쁘지 않은 사람들의 일이었다. 벼화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진 불행한 자들, 또는 불행을 인식하는 자들의 과제였다.
* 사부께서는 강연에서 청중 중 몇몇을 슬프게 만드신다. 자신의 불행을 인식하게 만드시고는 불을 지피신다.

[70]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가지고 평가하게 마련이다.

[78-80] 조직에 필요한 자리에 있는 처신이 특별한 사람의 공통점
1. 자신의 분야에 전문가이다.
2. 적절한 휴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3. 늘 학습한다.
4. 세상의 흐름을 감지하고 있다.

[80] 니체는 가장 위험한 조직원은 ‘그의 이탈로 조직 자체가 파괴되는 조직원’이라고 불렀다.

[85] 유혹이란 설득 이전에 이미 설득당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설득이란 언제나 스스로 이미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 설득할 수 있다. 이것이 설득의 제1법칙이다. 설득은 늘 미리 이루어진다. 미리 이루어진 설득, 무너진 자기방어를 유혹이라고 부른다.

[86] 매력이 없는 리더란 없다. 리더는 반드시 자신의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유혹은 매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매력은 가장 자기다운 것에서 발산되는 페로몬이다.

[88] 전문가는 과거에 의해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며, 오직 끊임없는 자기학습에 의해 날마다 새로워질 뿐이다.

[89] 나는 내가 ‘경계선을 걷는 사람(edge walker)'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91] 나무들은 가장 추울 때 그렇게 서 있다. 죽지 않고 새로워지는 것은 없다. 죽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새로워질 수 없는 것이다.

[91] 평범함과 군중의 품을 떠나면서 외로워졌다. 이제 스스로의 작은 나라를 세워야 했다.
내 안에서 ‘군주적 본능’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나의 나라, 나의 세계, 나의 꽃을 피워야 했다. 그것은 겨울보다 더 추운 봄이었다. 그러나 꽃 터지는 봄은 왔다. 피워야 할 꽃, 만들어야 할 세계가 생긴 것이다.

4장 얼굴 - 페르소나

[96] 마음을 잡아끄는 이 두려움과 부옇게 떠올라 점점 확실해지는 저 익숙한 모습은 그렇다면 무엇이란 말인가? 어둠에 익숙해졌고 도랑 속의 시체는 점점 더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틀림없이 나였다. 내가 죽은 것이다. 브라보!
* 자신의 죽음을 기뻐할 수 있다니......

[98]얼굴은 놀랄만큼 유연한 물체다. 교교한 달보다 더 요염할 수도 있고, 얼음보다 더 차가울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우리 신체 가운데 늘 벌거벗고 나타나는 부위다.
* 나는 내 얼굴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질 않았다. 진지해지면서 차분해지고, 나는 아무 표정없는 사람이 되곤 했다. 가끔씩 떠오르는 웃은 얼굴은 얼굴이라고 보다는 ‘웃는 모습’ 그 자체였다.

[99] 안만 제대로 그려지면 밖은 저절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100] 생각은 머리를 통해 눈에 나타난다. 눈은 엄밀히 말하면 두뇌가 밖으로 나온 기관이다. 그러니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눈에 표현되게 된다. 눈이 인상을 결정하기도 한다.
* 나는 생각이 온통 얼굴에 드러나 버리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히히히. 그래서 주의를 해야 한다. 좋은 사람 만나면 이 놈의 눈이 먼저 웃고 있다. 미치것다.

[100] 사람은 행동으로 말하게 된다. 바보 같은 행동은 바로를 만들고, 사악한 행동은 사악한 얼굴을 만든다. 그래서 내 얼굴도 매일 변한다.

[103] 내가 모자를 사는 이유를 짐작하고 난 다음부터는 내가 새로운 모자를 사서 쓰고 들어오면 웃어준다.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길들게 마련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서로에게’라는 말이다. ‘나이게 길들게’하면, 그것이 목적이 되면, 함께 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구두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내가 구두를 사면 웃어준다. 그래서 나는 모자가 많고 아내는 신발이 많다.

[107] 나는 절대로 아부 같은 것을 못 한다. 나이 들고 교활해져 이제는 가끔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건 좋을 말 정도일 뿐이고, 아부라 할 만한 정도는 못 된다. 이런 비사교성과 비사회성도 내 코가 우뚝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코가 점점 우뚝해졌는지도 모르지만.
* 나는 사부님의 이 말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사부님의 얼굴을 볼 때마다 이 말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113] 욕망이 자신을 충족해가는 것은 개인혁명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욕망은 부숴뜨려 땅에 묻어야 하는 끔찍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힘과 에너지다.

[116] ‘어떤 행위가 칭찬받게 될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생에서 그 무엇이라도 성취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 기대로부터 자유롭기가 어렵다.

[117] 나는 나답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나다운 것에 천착하고 매달렸다. 니체가 말한 ‘거리에 대한 파토스’를 추구했다. 이것은 차이에 대한 열정이었다. 차이는 다름이다. 그것은 다른 것, 다른 사람의 것을 자신의 것과 구별 짓는 다름에 대한 열정이다.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은 어설픔과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자랑스러움과 긍정의 표상이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더 다르게 만들려는 열정이다. 더 많은 차이를 만들기 위해, 차이를 끊임없이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은 사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나타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달라야 한다. 자기경영의 근간이 되는 것은 실천의 철학이다. 바로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118] 나는 이런 사람도 저선 사람도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는 바로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여기에 왔다.

5장 가족

[124]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도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도 아니다.’
* 나는 사부님과 걸을 때 조금 뒤에서 걷는다. 언젠가는 나란히 걸어도 괜찮을 만큼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앞서서 걷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사부님께서는 여전히 내 사부님이기겠지만, 나는 과거의 제자가 아니길 바란다.

[125] 갈등은 마음이 스스로의 길을 결정하는 순간이다. 나침반이 북쪽을 찾고, 그곳을 가리키는 순간 부르르 떨리는 것, 이것을 나는 갈등이라고 부른다. 갈등 없는 판단이란 반복하여 익숙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새로운 것에는 갈등이 따라다닌다. 흥분과 두려움 속에서, 세상의 기대와 자신의 기대 사이에서, 이익과 마땅함 사이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편함과 재려 사이에서 우리는 늘 잠시 망설이게 돈다.
* 사부님께서는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신다.

[130] 함께 먹는다는 것은 - 아마 그래서 식구라는 단어가 생겼겠지만 - 감정을 공유하게 만든다. 쉽게 친해지기 위해서는 밥을 같이 먹는 것이 꽤 중요한 일이다.
*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은 미워할 수가 없다. 그래 한솥밥을 먹는 사람은 식구다.

[134] 내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큰딸을 데리고 가거나 아내와 같이 가면 된다. 작은 딸과 나는 같은 부류이기 때문에 둘 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처세술과는 거리가 먼 족속이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려는 축이고, 아내와 큰딸은 세상을 즐기고 거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녀들은 ‘다윈적 적자’들이고, 우리는 ‘돌연변한 변종’들이다.
* 하하하. 나도 아버지와 같이 다니면 잘 맞는다. 나는 아버지 앞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흥분하는 일에는 아버지께서도 흥분하시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는 한발 물러서실 줄 아신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래서 완벽한 커플이시다.

[138] 나는 시간의 불모지를 내게 불하했다. 그리고 가장 귀중한 나만의 시간대로 만들었다.

[140] 에머슨의 말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이 그 사람의 성격임을 종종 잊고 지낸 것’ 같다. 누구의 삶이든 그것은 늘 주인을 닮게 마련이다.

[147] 삶의 어둠을 견디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고통 역시 개인의 몫이다. 각자에게는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가 있고 나눌 수 없다. 우리는 각자의 짐을 지고 인생의 길을 가고 있다. 친구들끼리 나눌 수 있는 것은 짐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혼자 그 긴 길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짐을 각자 지고 함께 가는 것이다. 외로움은 함께 있으면 훨씬 낫다.
* 자전거 전국일주에 참가했을 때, 우리는 마이산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서는 타고 내려왔다. 각자의 짐과 자전거는 각자의 몫이었다. 일생 모두의 손에는 각자의 자전거가 쥐어져 있어 다른 이의 자전거를 끌어줄 수 없었다. 모두들 그렇게 각자 자기 몫을 다해서 힘겹게 넘었다. 자신의 힘으로 구르지 않으면 자신의 힘으로 밀지 않으면 자전거는 가지 않는다. 그것은 그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 중의 하나로 남았다.

[148] 친구란 함께 어울림이다. 서로에 대한 애정 없이는 그 어울림이 빛날 수 없다.

6장 자연

[152] 할머니는 나지막한 소리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볍게 내 가슴과 배를 쓰다듬어주었다.
손은 아주 따뜻했으며 손이 닿는 곳이 편안해졌다. 안으로 뜨거운 기운이 들어가 창백한 장기들을 녹여주는 듯했다.
어렸을 때 할머니 손은 약손이었다. 손이 가만히 쓸고 지나간 곳은 어느덧 통증이 완화되고, 이내 아이는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 하나를 조르곤 했다. 그 할머니 같았다. 오래 살아 인생의 지혜를 가지게 된 사람,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 자연의 마음을 가지게 된, 자연을 닮게 된 사람, 그리고 머지 않아 자연 속으로 돌아갈 사람, 그것이 할머니였다.

[159] 사람은 왜 변화해야 하는 것인가요? 왜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어떤 것도 쉽지 않다. 아이들이 커가며 ‘왜, 왜, 왜’라고 물어오면 당황하지 않는 어른들은 없다.

[160] 나는 석양의 호숫가에 오리 한 마리가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은 존재 자체에서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61] 그녀가 존재한다는 것 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던 시절이 있다. 그녀의 존재가 모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161] 왜 변해야 하느냐고? 흐르는 강물에게 물어보라. 왜 변해야 하느냐고? 하늘의 구름에게 물어보라. 왜 변해야 하느냐고? 바다의 물결에게 물어보라 그것이 존재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163] 곽박의 시에 “숲에선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없고, 냇물에는 멈춰선 물결이 없다.”라고 했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변화에 대한 묘사는 찾기 어렵다.

[164] 모든 꽃은 ‘그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스스로를 축복하며’ 피어난다.

‘산유화(山有花)’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나는 이 시를 가장 좋아한다. 늘 변화하는 산이 좋고, 늘 피는 꽃이 좋고, 늘 지는 꽃이 좋다. 저만치 멀리 있어 아무도 보는 이 없어도 산에는 꽃이 핀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가 좋다.

[169] 자라는 방법은 스스로를 죽이고 다시 탄생하는 과정이다. 죽지 못하면 다시 태어남도 없다. 죽음과 삶을 반복하는 것이다. 파괴와 생성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장이다.

[169] 나도 죽어야 한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죽어야 한다. 나무가 죽을 때 나도 죽어야 한다. 나에게 낙엽은 내 책이다. 꽃과 나뭇잎, 그리고 열매는 나의 일 년의 삶이다. 내 책도 내 일 년의 삶의 기록이다. 나뭇잎이 떨어지면 내 일 년도 떨어진다. 그리고 열매를 남기듯 나도 내 책을 남긴다. 책 한 권이 쓰여지면 내 일 년도 지난다. 나무가 다음 해에도 똑같은 나무처럼 보이지만이 혹독한 죽음과 재생의 의식을 거친 나무는 이미 전 해의 그 나무가 아니다. 나도 그렇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영원히 죽은 것이다. 살아 있으나 이미 죽어버린 정신을 나는 수없이 보아왔다.

[173] 인간의 진보는 ‘사고의 혁명’에 의해 이루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변화에 대한 생각들’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날려 보내는 일이다.

7장 건강

[183] 여전히 스승의 빛에 가려진 제자는 결국 스승을 욕보이게 한다. 뒷물이 앞물을 뛰어넘으려고 해야 비로소 강물이 힘차게 흐를 수 있다. 제자가 잘나야 스승이 위대해진다.

[184] “섬유질이 생성되고 모든 기관에 생명이 부여되는 순간에 나타난 최초의 맥박 그 자체가 죽음의 근원이다. 신체 조직들이 채 형성되기도 전에 이미 그 조직들이 들어가 묻힐 무덤이 마련되는 것이다.
* 절망이라는 시를 읽는 젊은이. 왜 시인이 자꾸 ‘절망, 절망, 절망, 절망......’하고 부르짖는지 알지 못했다. 짜증이 나리 만치 절망이란 단어로 가득한 시였다. 젊은이는 절망이라는 절절한 외침속에서 시인이 간절히 희망을 원하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사부님이 싫다. 왜? 이 책을 통해서 사부님은 나에게 내 나이가 35세임을 알게 하셨다. 나는 아직 마법을 잃고 싶지 않다. 나는 책을 읽는 사이에 폭삭 늙어버렸다. 우이씨~ 아직은 늙고 싶지 않은데..... 옆에 계시면 실컷 눈을 흘겨줄테다.

[198] 생명을 잃으며 사라져가는 것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미 죽어버린 것들은 그 허망함으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 나는 사부님이 죽음을 얘기하는 게 싫다. 가을에 이 구절을 읽었다면 나는 지금 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거 같다. 칼로 뭔가를 베어낼 수는 있는 데, 그것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수는 없다. 생명을 허망하게 죽게 할 수는 있지만, 죽은 생명을 살릴 수는 없다. 멀쩡한 눈을 멀게 할 수는 있지만, 먼 눈을 뜨게 할 수는 없다. 그 한계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 자연은 경이로운 존재로 우리를 기쁘게도 하지만 한없이 슬프게도 만든다.
* 시로 쓰여질 언어들이 산문으로 나열되어 있다.

[201] “신이여, 우리 각자에게 합당한 삶을 주소서,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 삶에 걸맞는 ‘합당한 죽음’을 주소서.”

8장 길에서

[206] 추억과 꿈은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마흔 아홉이 되어 지나온 삶을 되새겨보니 실제로 일어난 것과 상상 속에 존재했던 것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 모두 한 중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207] 사람들은 과거에 갇히는 것만큼 미래에 갇힌다. 추억으로서의 역사와 꿈이라는 소설은 둘 다 인생에 중요한 것이다.

[209] 내 인생의 결말, 그것은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졌다. 그것이 무엇이든 꿈꾸었기 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꿈꾸지 못한 것들만이 내 인생이 아니다. 꿈꾸지 못한 것 가운데 더 아름다운 인생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된다.

[209] 가끔 나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나는 내가 바라는 그 꿈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회의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내 굼에 대한 믿음이 있다. 다만 훌륭한 상상과 꿈이 이루어지지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지금의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종종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을 때가 있다. 모르기 때문에 그 일을 실천하기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 해야 할 일을 놓치는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강박관념으로 다가오는 두려움이다.
* 사부님께서는 늘 깨어있기를 원하시는 구나.

[210] 추억과 꿈은 같은 것이다. 하나는 일어났다고 믿는 꿈이고, 다른 하나는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꿈이다. 하나는 이미 깨어난 꿈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꿀 꿈이다. 둘 다 지금이라는 현실을 속박한다. 또는 지금을 구원해준다. 때때로 그 역학을 바꾸기도 한다.

[217] 그해 발간된 책은 일 년 동안의 내 관심사였다. 책 한권이 나오면 내 일 년 동안의 정신적 여정이 정리된 것이다.

[220] ‘내가 다시 살 수 있다면 많은 착오를 범하고 싶다. 지금 살았던 것보다 더 어리석게 행동하고 싶다. 사실 인생을 살며 심각한 일이 어디 그렇게 많겠는가? 그러니 더 미친 척 행동하고 싶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질 것이며, 더 많은 여행을 할 것이며,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건널 것이다....... 더 많은 일출을 보고, 더 많은 아이들과 놀 것이다. 내가 다시 한 번 살 수만 있다면.’

[221] 다른 사람이란 결국 왜곡된 거울에 불과하다. 늘 자신에게 비추어 자신을 발견하려는 사람은 행복하다.

[222]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 안에서 죽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 속에서 죽는다.‘
-플루타르크

9장 집 공간

[226] 오늘은 대단한 날이었다. 도랑에 빠져 죽을 뻔했고 커다란 상처를 입고 돌아왔다. 그러나 내 과거를 죽여 묻은 위대한 날이기도 하다. 숲은 한잔하고 싶은 날이기도 하다. 아주 독한 것으로, 아주 큰 잔으로.

[237] 뱃속의 아기가 달이 차서 어쩔 수 없이 쏟아져 내려야 나올 수 있듯 꽃들도 제 힘으로 터져야 한다.

[238] 어머니 나무에서 나와 가지 위에 핀 꽃들은 모두 나무의 자식들이다. 끙 하고 힘을 줄 때마다 한 놈씩 나와 가지 끝에 달려있다. 아름다움으로. 꽃은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참는다. 참다 참다 참지 못하고 터지는 것이 바로 꽃이다. 민감한 시인들은 그래서 꽃 터지는 밤에는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 그렇겠다. 출산의 시기에 어떻게 잠을 잘 수가 있을까.

[241] 위선은 ‘악덕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숨기는 악덕’이다. 꽁꽁 숨길 수 있으면 유능한 것이다. 잡초는 잔디 속에 숨는다. 그리고 잔디의 모습을 빌려 입고 결국은 잔디의 영토를 잠식한다. 문명은 이질적인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재배하는 품종만 밭에 키운다. 수박밭에는 수박만 허용된다. 토마토 밭에는 토마토만 용납된다.

[241] 유사한 욕망들로 점령된 밭을 묵정밭이라고 하고, 그 밭의 소유자를 게으른 농부라고 말한다. 키우려고 한 것 외에는 모두 잡초이다. 이것이 기준이다. 나는 왜 하나의 욕망이 그렇게 중요한지, 동시에 왜 다른 욕망들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하는지, 뜨거운 날 잡초를 뽑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 이것이 젊음의 마법을 스스로 깨는 방법이라고 나는 느낀다. 나는 아직 이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일을 스스로 할 것 같다. 맞닥뜨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삶은 다른 길로 돌아와서 내 앞을 가로 막고 서서 묻는다. 이런 상황이 가장 두려운 상황이다.

[243] 특별한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그러다 우연히 글 쓰고 강연하는 사람이 되었다. 무엇인지 정체를 잘 모르는 식물이 자라나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자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알 게 되는 것처럼, 나도 잎만 가지고는 내가 어떤 나무인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이때부터 나는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나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도 내가 아니다. 유일함이라니, 얼마나 황홀한 이야기인가!

10장 학습

[259] 책을 통해서만 사상을 더듬는 일당들.
책을 짓눌러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일당들.
머리를 종이 위에 처박고 있는 일당들.
부디
‘문 밖에서 사유하는 법'을 배우시라.
그리하여 ‘진리의 노예’가 되지 말고, ‘지혜의 친구’가 되시라
- 니체 + &

[260] 책을 읽다가 “두려움이란 곧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무엇이라.” 라는 칼릴 지브란의 글을 발견했다. ‘씨팔.’ 어쩌면 말을 이렇게 잘한단 말인가?
* 욕 한마디로 모든 상황이 설명된다. 시원하다.

[262] 그러나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 서게 되면서부터 무협지를 읽지 않게 되었다. 시간의 낭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나는 무협지를 즐길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나는 공부하고 생각하고 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창조적이어야 했고, 더 열심히 학습해야 했다. 나 이외의 다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하거니와 나를 보호해줄 아무런 울타리도 없었다.

[263] 나는 사라지는 것들에 내 성공을 의존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믿었다.

[264] 나는 나를 찾아오는 어떠한 것들과도 가능한 한 싸우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매우 호전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싸움조차 즐기려 하는 경우가 있다. 적과 논다는 것이 싸움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266] 가끔 대단한 존경심을 가지고 개를 대하기도 한다. 비록 먹다 남은 밥 한덩이에 된장국을 섞은 것이지만 밥 한 그릇에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모른다. 개가 지르는 나직한 환성을 이해라 수 있다. “아, 밥이다. 밥. 맛있는 밥.” 다리 네 개가 따로 놀며 춤추는 것처럼 겅중댄다. 그리고 아주 귀엽게 코를 떨며 ‘우후’하고 외쳐 만족감을 표현한다.

[267] 밥 한 사발 때문에 즐거워하고 산속을 걷는다는 것 때문에 털 하나까지 긴장하고 살아있는 개....... 그 개를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70] 독자는 작가와 같다. 그들 역시 책을 읽으면서 자신들의 책을 쓴다. 그들은 자신들의 체험과 사유의 한계 속에서 저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 권의 책이 읽힐 때마다 다시 한 권의 책이 독자에 의해 쓰여’진다. 책은 그 독자 수만큼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모든 독자는 자신이 읽은 책의 또 다른 저자이기도 하다.
* 점점 사부님을 닮아감을 느낀다. 난 아직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나를 지킬 만한 힘이 없을 때, 강력한 무언가 누군가를 만나서 나를 잃고 싶지 않다. 내가 닮기를 원하지 않은 상태라면 닮아서는 안된다. 누구를 닮았다는 말보다는 그와는 이런 공통점이 있다로 평가받는 사람이고 싶다. 원본보다 나은 복사본은 없다. 나는 복사본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가장 나답게 남아서 살고 싶다.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아직 가장 나 다운 것을 찾지 못했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누구누구를 닮아가게 될 것이다. 때로는 원해서, 때로는 원하지 않고도. 그리고 나는 내 자신이 될 것이다.

[273] 단칼에 내 심장을 찌르지 못하는 자들은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그들의 책을 펼쳤을 때 운명처럼 심장을 질리게 되면 그때가 그들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273] 나는 살고 싶다. 삶만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 역시 내 운명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하다. 삶을 사랑하는 것은 건장한 변모의 예술이다. 학습은 지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획득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늘 버리고 늘 떠나는 것이기도 하다.

[273] 나는 배움이란, 이해와 인식으로부터 시작할지 모르지만, 그 너머에 있는 다른 차원의 무엇인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74] 학습은 어느 순간 이질적인 삶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배움은 학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이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역사든 또는 과학이든, 배움은 알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던 것을 알게 되고 가슴에 안는 것이다. 낯선 소리, 낯선 얼굴, 낯선 삶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곧 학습의 즐거움이다. 나는 모든 배움을 삶의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 삶이 아니면 음악이 아니고 소설이 아니고 철학이 아니고 경영도 아니고 이윽고 삶도 아니다.

[276] 이성의 작은 촛불을 끄지 않고는 대우주의 별빛을 볼 수 없다. 가까운 작은 산이 먼 큰 산을 가리고 있듯이 작은 지식은 늘 큰 지혜를 가리고 있다.

[277]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허물을 벗을 줄 모르는 죽어버린다. 생각을 바꿀 수 없도록 방해하는 인간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정신들은 이미 정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는 가장 자유로운 미친놈이었다.

[277] 그(니체)의 본질은 넘실대는 불꽃같은 변화였다. 그에게 있어 완성에 이르는 길은 살인적인 자기파괴와 가지고 있던 믿음의 상실, 자기해체로부터 생겨났다. ‘자기처형’ 없이는 새로운 자기가 있을 수 없다. 단순한 자기 변화로부터 스스로에게 반대하고 자신의 적이 되려는 데서 그의 기쁨이 생겨났다.
* 니체의 이야기에 두근거린다. 떨린다.

[278] 들뢰즈는 철학사를 연구하는 철학자였는데, 자신은 철학자를 뒤적이다가 마음에 드는 철학자를 만나면 뒤에서 덮쳐 ‘계간(鷄姦)을 했다’고 한다. 그것이 들뢰즈가 철학을 사유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이 사랑과 나의 것을 접속하여 사생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들뢰즈의 취미였다는 것이다.

[279] “니체의 뒤를 덮쳐 사생아를 만들어내려고 하니까, 어느새 니체가 자신을 덮치더라”
- 들되즈

[279]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은 니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279]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은 니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는 변신의 힘이며, 가장 극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에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라는 단호한 유혹에 따라 늘 ‘떠나야 할 곳은 알지만 도착할 곳을 모르는 배’를 타고 있었다. 그는 한 번도 니체로 남은 적이 없다. 처음에는 헤겔과 닮았다. 그러다가 ‘현존에 지독한 부정을 가했던’ 쇼펜하우어가 되었고, 바그너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을 떠났다. 이윽고 자기의 개념을 창조해낸 바로 그 니체가 되었지만, 그는 다시 남들이 알고 있는 ‘니체 씨’를 떠나갔다.
그는 ‘다이너머아트’였으며, ‘광대’였으며, ‘모든 금지된 곳을 찾아나서는’ 유목민었으며, 외부인이었고, 방랑자였다. 늘 ‘떠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자신을 찾는 일은 ‘항상 자신을 잃어버리고 부정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었다.

[283]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혁명도 없다. 자신만의 하루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신의 세계를 자리 수 없다.

[284] 자주 잊기 때문에, 어제를 잊지 때문에,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는 듯한 기분이 든다.

[286] ‘선비처럼 섬세하고 무사처럼 선이 굵을 것.’

[287] 무사처럼 선이 굵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마음속에 이는 두려움에지지 않으면 선이 굵다 할 수 있다. 달랑 칼 한 자루를 메고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면 선이 굵다 할 수 있다.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면 바위 같아진다면 선이 굵다 할 수 있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면 선이 굵다 할 수 있다.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아 관대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선이 굵다 할 수 있다. 때때로 무리 속에 있지만 그들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선이 굻다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하나의 물방울이 이내 바다 속으로 합쳐지듯 자연 속에서 그대로 바람이 될 수 있다면 가히 선이 굵다 할 수 있다.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은 선이 굵다 할 수 있다. 그가 묵묵하면 더욱 그렇다.

[288] 도전이란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번 다른 실패를 딛고 나일 수밖에 없는 길로 운명적으로 들어서는 것을 말한다. 첫 번째 도전은 실패를 이기는 것이다. 두 번째 도전은 실패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도전은 매일 실험을 즐기는 것이다. 이때는 이미 실패도 성공도 사라진다.
* 이 모든 순간이 아름다운 순간이다. 아름답다. 멀리 도미니카에 가 있는 친구에게 편지에 적어보내고 싶다. 이 자식은 왜 메일을 안 보내 오는 거야. 안 그럼 주소를 적어주고 갈 것이지. 잘 사나?

11장 일

[294] 누가 내 일의 첫 번째 고객인가?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의 첫 번째 고객은 나이다. 내가 내 일의 가장 최우선적인 목적이다. 따라서 내 일은 반드시 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 엄청 무서운 말이군.

[294]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소명은 나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깨워 스스로 변화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297] 변화경영이라는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스스로의 변화에 성공해야 한다. 이것이 자격 요건이다. 이것은 내가 개달은 통렬한 아픔이었다. 변화 경영 전문가로서 나에게 적용되는 엄격한 규율을 만들었다.
먼저 나에게 적용할 것. 반드시 성공할 것.
그 다음 상이한 조건에서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할 것,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을 나누어주려는 잘못을 범하지 말 것.

[299] 모방할 때의 요령이 두 가지라는 점에서도 사업과 글쓰기는 일치한다. 얼마나 많이 모방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감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업이든 글쓰기든 가슴이 설득당하지 않고는 자신의 철학이나 깨달음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304] 강점은 꿈을 이루는 도구와 같은 것이다. 어떤 꿈이든 그것을 현실의 세계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적절한 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사나온 괴물을 퇴치해야 하는 영웅들이 신으로부터 빌린 날개달린 신발이며, 뚫리지 않는 방패이며, 잘 드는 칼과 같은 것이다. 신화 속의 영웅들은 그것의 도움을 받아 결국 꿈을 이루고 죽은 후에 하늘의 별이 되어 빛나게 된다.

[307]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는 것은 세상과의 싸움을 의미했다. 생긴 대로 사는 것은 처음에는 규제하고 강압하며 표준을 바라는 세상과의 싸움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원칙이 통용되는 자신의 세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 세계를 침범하려는 ‘일반의 세계, 군중의 세계’와의 오랜 싸움을 전제로 했다. 자신의 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309]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비결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싶어한다. 그 비밀은 니체가 ‘아곤(agon)적 행동’이라고 말한 경쟁의 행동에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선조들과 경쟁하며, 심지어 자기 자신과 경쟁한다.

[311] 나는 이미 성공의 비법을 알고 있다. 그러나 배우고 익히는 것은 모두 당사자의 몫이다. 내가 신으로부터 받은 쪽지, 그리고 연습하고 훈련하면서 내 언어로 고쳐 쓴 쪽지에는 성공에 대해 이렇게 쓰여 있었다.
“유일한 사람이 되어라. 이것은 최고가 된다는 뜻이다. 유일한 자만이 최고로서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 최고가 된다는 것은 무자비한 일이다. 왜냐하면 인생을 모두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만이 성공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 잘하는 매력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성공은 늘 한 길로 간 사람들의 것이다. 적어도 나는 한 길을 가기에도 숨이 차다. 다른 것들을 넘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나는 그저 내 일만 해도 저녁에 이미 탈진한다.”

[313] 누구든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인물을 얻어야 한다. 그 첫 번째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자신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살려내지 않고는 내면에 숨어 있는 영웅을 얻을 수 없다. 자신의 욕망을 불태우는 것, 이것이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이다.

[315] 나는 그들을 읽는다기보다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사유를 기초로 내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좋았다.

[316] ‘유일한 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숙달해야 한다. 손과 머리 사이에 자연스러운 교감과 조화가 이루어지면 익숙해진 것이다. 그러나 최고는 늘 기계적 익숙함에 다시 한번 저항한다. 일단 숙달하면 일탈한다. ‘불온한 재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다른 방식을 찾아보고 새로운 방식을 다시 익힌다.

[317] 가슴이 뛰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가슴이 뛰지 않으면 이미 사랑이 아니다. 일이 사랑이 되지 않으면 그 일은 내 일이 아니다.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다른 여자를 향해 달아나는 애인처럼 한때 사랑했던 그 일은 이제 벗어나고 싶은 지루함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늘 새롭게 사랑하는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322] 그러나 어떤 싸움이든 청중에 대한 애정이 깊어야 한다. 그들 앞에 서서 한번 둘러보면 대략 오늘의 싸움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다. 집단에는 에너지가 있다. 뜨거울 때도 있고 미지근할 때도 있다. 뜨거울 때가 좋다. 그 뜨거움은 강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염된다.

[329] 강연하러 갈 때 나는 가끔 조수미가 한 말을 상기하고는 했다.
“아티스트들은 하나같이 이기적이고 자기가 최고인 줄 알아요. 내 음악으로 관객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확신, 그런 허영 없이는 무엇으로 움직이겠어요? 팬들의 사랑이 없으면 끝이에요. 부인할 수 없어요. 관개의 갈채를 받지 못하는 나를 상상할 수 없어요. 아티스트들은 그래서 항상 젊어야 하고 섹시해야 하고 신선해야 해요. 시들지 않는 에버그린 같은 것이지요. 무대에 설 때마다 떨리고 흥분돼요. 연애하는 것과 비슷해요. 관객과의 데이트 말이에요. 거기서 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무대에 서면 관객들이 다 보여요. 넥타이 색깔까지 다 보여요. 누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싫어요. 귀뿐만 아니라 누까지 나를 응시해주길 바라요. 무대에서만은 나는 살아 있어요. 무대에서 나는 가장 아름답고 당당해요. 나는 노래를 위해 태어났고 노래로만 나를 증명할 수 있어요.”

[332] 그때 누군가가 악을 쓰듯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누구나 꿈이 있는 것 아닙니까?”
......
그는 모든 사람이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가정했던 모양이다. 아미 자신의 꿈을 아주 힘겹게 붙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꿈이 정말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왜 화를 냈는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내가 그를 화나게 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내일이 내 일이 매우 위험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짝 덮고 있던 행복의 껍질을 뜯어내는 것은 매우 적대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의 불행은 행복이라는 초콜릿으로 살짝 덮여 있었다. 그들은 그 초콜릿 덮개가 벗겨지는 것에 분개한다. 그리고 적대적이 된다. 솔직한 것이 위험한 이유이다.
내 일은 예민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의무를 주며 일을 주고 숙제를 내줌으로써 그들을 못 견디게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334] 적절한 적대감은 결국 본인의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사용하게 된다.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공격하지 않고는 과거를 떠날 수 없다. 자기의 창조와 생성은 어쨌든 스스로를 공격해야 한다. 씨앗을 쪼개야 싹이 나올 수 있다.

[334] 불행한 사람들만이 변화에 관심이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지금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336] 변화는 달콤한 과정만으로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변화 속에는 늘 피의 냄새가 난다.

[337] 사랑이야말로 많은 흥분과 미움과 증오와 눈물로 짜여진 옷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진정한 변화는 자신에 대한 치열한 사랑이다. 치열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다.

[337]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 상황의 먹이가 되어 좋기기 전에 자신이 상황을 주도하는 주인이 된다는 것이 변화의 요결임을 강조한다. 그 길은 어려운 길이다. 그 길은 껍데기를 버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붙잡고 일어서야만 하는 자기 존중과 애정이 필요한 대장정이다.

세 개의 에필로그

[347] 네 자신의 등불이 되고 피난처가 되라.
다른 피할 곳을 찾지 말라. 내면의 빛에 최대한 다가서라.

[353] 나는 인생을 참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자신에게 분노하며 늘 긴 여행을 선망했다. 언젠가 떠나리라. 언젠가는 말이야. 그러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나는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떠나왔다. 이것이 지난 10년 사이에 내게 일어난 ‘굉장한 일’이었다. 그날은 ‘나의 역사’속에 영원히 기억될 위대한 날이었다.

[362] 약간 멍청한 우리 집 개 돌구를 놀려먹는 것을 좋아한다.

[364] 인생은 결국 자신의 주인을 닮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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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2007.07.24 05:16:19 *.128.229.230
정화야, 사탕은 최선생처럼 빨아먹는 것이다. 와드득 부서뜨리지 마라. 그러나 사탕을 깨물어 먹고 싶지 않은 젊음이 어디 있으랴. 왕사탕이 이빨 사이에서 보석같은 가루가 되고 달콤한 단맛이 입안 가득한데. 인생을 살살 빨아보다가 이거다 싶으면 꽉 물어라. 네 어금니 사이에서 절대로 빠져나가게 하지 말아라. 거기서 끝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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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24 05:49:00 *.72.153.12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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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7.24 14:34:37 *.140.145.80
선생님의 저서중에서 나만의 베스트 3에 들어가는 '내가 직업이다'가 목록에 빠져있네.. 그리고 한권이 더 빠진거 같은데 뭔지 기억이 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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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
2007.07.24 22:12:19 *.86.177.103
정화의 몸부림이 좋다. 두려움이 없어서 좋다. 난 몸부림도 못해 뛰고 또 뛴다. 그것도 인적 드문 밤길을--- 넌 토하고 난 삼키고 있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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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25 05:27:26 *.72.153.12
우제님,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 사부님이 저보다 10살 이상 더 나이를 드셨다는 것을 책을 보다가 실감해요. 우제님도 저보다 10살 이상 나이를 드셨구요. 그걸 느끼는 것은 몹시 언짢은 것이었습니다.

그걸 젊음이라고 하는 걸까요? 방황이라고 하는 걸까요? 몸부림이라고 하는 걸까요? 전 아직 젊음의 마법이 깨지지 않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무모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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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7.26 10:28:28 *.75.15.205
너가 말하는 분노라는게 잘 이해가 안가서 가만있으려다가...
오늘 아침 네 메일받고 용기내어 본다.

내가 홀로서기를 한 시점이 네 나이다. 난 그때 서른 다섯에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몰라. 죽을 것 같은 타는 목마름이란 말이 괜히 생긴게 아니라는 것을 내 경험을 통해 체험했다. 만약 내가 그때 사부를 알았더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확신해.

그리곤 그대로 세상을 등진 채 안간힘으로 살았다. 너가 읽었으니까 알지? 내가 너보다 10살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네가 느끼는 분노라는 것이 정말 이해가 안가거든. 더 젊고 더 젊음을 누리고 싶다고? 거꾸로 가고싶다는 거니? 아직 젊음을 누리지 못했다는 거야? 네 안의 분노와 파괴라는게 ...

이건 어때? 나는 너보다 10년 더 늙었다. 더 나이 많지. 그런데 우리 같이 공부하잖아, 너가 내 나이에 공부한다고 생각해봐. 지금이 10년 젊지 않니? 적어도 나보다 훨씬 멋질 수 있지 않겠어? 네 안의 분노가 기쁨과 환희 그리고 감사와 즐거움으로 치환되며 투덜이가 열정으로 바뀌길 바래.

네가 누리고 싶은 젊음만큼이나 네 중년과 노후도 중요하지 않겠어?
젊음 못지 않은 멋진 인생이 될거야.
복수 하지마라. 나는 평화주의자 이고 싶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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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26 15:28:00 *.72.153.12
써니 언니, 언니가 내 나이 또래 느꼈을 타는 목마름이라는게 지금 내가 느끼는 젊음이 지나가버린다는 아쉬움의 다른 표현일지도 몰라.

실제로 나는 10년정도의 시간을 까먹었어.
무기력하게 그냥 흘려 보냈지. 아쉬운 일이지. 분노할 만해.
그런데, 분노로 나를 불태워도 10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 그래서, 지금 더 치열해지려고 안깐힘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에 대한 생각은 바꿀 수 있고,
현재를 바꿀 수 있고, 그래서 미래를 바꿀 수 있겠지.

나는 내 나이에 겪어야할 것을 지금 겪고 있어.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 방황하고, 자신의 과거에 분노하고, 질투하고... 이런 혼란된 감정이 생기는 지금의 내가 좋아.
사부님처럼 편안하고 느긋한 잔잔한 감정들은 그 나이게 되면 가질래. 그건 그때 가져도 되는 것들이야. 아름다운 중년, 노년은 나중에 가질 수 있는 것들이야. 지금은 지금 것을 가질거야.

책을 통해서는 나보다 앞선 선배들의 인생을 먼저 경험했지.
그것은 머리로 경험한 것이지 내 몸에까지 감정적으로 이해할 만큼 다가 온 것은 아니야.

사부님께서는 실제로 그걸 겪으시고 책을 쓰셨고, 그 나이대에 진입한 몇몇 연구원들은 그것을 절절하게 느끼지.

머리 좋은 10대가 주역을 읽어도 인생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심오한 뜻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지금의 내가 50대가 되시는 사부님이나 몇몇 선배의 인생을 아무런 저항없이 35세에 온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을 거야. 단지 몇몇의 단편들을 이해하겠지.

내가 나중에 어떤 모습의 사람이 될지는 나도 궁금해.
하여간 어제보다 아름다워진다는 것은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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