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2007년 7월 23일 11시 11분 등록
■ 저자에 대하여

● 구본형


#1. 구본형 씨를 만나다

2002년 1월, 강릉으로 가는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동생과 함께 하는 1박 2일간의 여행이었다. 아마도 동생과 단 둘이 떠나기는 처음이었을 게다. 기차 안에서 6시간 가까이 보내야 했다. 얘기를 나누다가 동생이 잠들었다. 가방 안에는 몇 권의 책이 들어있었다. 한 권을 꺼내 읽었다. 그리고 그 책에 빠져들었다. 재미있고 놀라웠다. 돌아와서 나는 간략하게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썼다.

“간결하고 여백이 많고, 분량이 적절하게 적다는 이유로 난 이 책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가볍게 쓰여진 허다한 처세술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었다. 나의 기대를 넘칠 만큼 채워버린 참 좋은 책이었다.
구본형씨는 자신의 강점인 인문학적 지식, 뛰어난 통찰력, 따뜻한 인간미를 전혀 포기하지 않고서도 일반 독자들의 취향에 맞게 이 책을 써냈다. 더구나 자신의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일반 처세술이나 자기 경영 책들과는 다른 느낌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잘 전달하고 있다. 곧, 구본형씨의 팬이 될 것 같다. 그의 왕성한 독서력으로 인해 더욱 믿음이 간다.”

나는 『눈부신 하루』를 참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는 김OO 팀장님을 비롯한 여럿에게 선물을 했다. 구본형씨의 한 마디 말을 마중물로 삼고, 사고의 펌프질을 하는 것은 즐거움이었다. 144페이지에 나오는 ‘변화의 핵심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구본형씨의 얘기는 참 많은 생각을 하도록 도왔고, 강연 때 가장 많이 인용한 명제 중의 하나였다.

그 후, 나는 구본형씨의 또 다른 책을 읽었다. 『사자같이 젊은 놈들』과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었다. 어렴풋이 이 사람은 길게 갈 것 같다는 느낌을 가졌다. 그리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렇게, 구본형 씨를 독자로서 좋아한 것이 4년이 흘렀다.

#2. 구본형 소장님께 강연을 의뢰하다

2005년 12월, 구본형 소장님이 회사 행사에 오셨다. 매년 연말에 진행되는 시간관리 페스티발에 오프닝 강사로 오셨던 것이다. 나는 행사 PM이었고, 오프닝 강사 섭외를 담당하였다. 자연히 소장님께 연락을 하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몇 번의 전화와 이메일 끝에서야 강연이 확정되었다. 한 번에 결정되지 못한 것은 회사 예산이 조금 적었던 탓이다. 나는 소장님을 모시고 싶었고, 회사에서는 더 이상의 예산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냥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소장님께 여러 번 연락을 하여 부탁의 말씀을 정성스레 드렸다. 소장님께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그대의 노력이 지극하오.
그렇게 합시다.”

이렇게 하여 소장님이 행사장인 세종문화회관에 오셨다. 사진이 아닌 실제의 소장님을 뵙게 된 것이다. 첫 만남이다. 나는 조금 흥분했었고, 그래서인지 첫만남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 소장님께서 짙은 베이지색 바바리코트를 입으셨던 것, 나의 인사를 받으시고 느린 말투로 강연 시작이 언제냐고 물으셨던 것, 그리고 어색하기도, 예쁘시기도 한 눈빛이 고작이다. 남성에게 어울리지 않게 예뻐서(?) 어색함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그날 강연 중 “시간, 먼저 여러분 자신에게 투자하십시오.”라는 말씀만큼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으며, 나는 강연 도중 소장님의 이 말씀을 곧잘 인용한다.

#3 구본형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다

3기 연구원이 되기 전, 나는 구본형 소장님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선생님이다. 처음에는 익숙치 않았던 ‘선생님’이란 호칭은 지금은 퍽 자연스럽다. 곁에서 본 그는 퍽이나 예리하신 느낌이다. 선생님은 무림의 고수처럼 말씀이 없다. 가끔씩, 들을 수 있는 선생님의 한 마디는 촌철살인 그 자체다. ‘촌철살인’! 나는 감히 이 단어를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남해에 가신 분들이라면, 남해에서의 자기소개 시간을 모두 기억하시리라.

2007년 3월 31일, 3기 연구원의 첫 수업이 남해 바다협주곡 펜션에서 시작된 날이다.
한 사람씩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에 선생님은 딱 한 사람에게만 당신의 입술을 떼셨다. 그 사람은 3기 연구원 합격을 위한 레이스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지 못했음을 자백(?)하며, 앞으로는 연구원 활동의 우선 순위를 조금 더 높이겠다고 결연히 다짐(!)했다. “조금 더 우선순위를 높이겠습니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선생님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그 사람을 쳐다보셨다. 불행히도(^^) 그 사람은 선생님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당신께서는 특유의 느린 말투로 “지금 우선순위를 ‘조금’ 높인다고 했나? 그래서는 연구원 못할거다.” 라고 하셨다. 그 말은 그 사람의 가슴으로 갔다. 그리고 꽂혔다. 그 사람의 표정은 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그 때의 감정과 기분은 너무나 잘 안다. 그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므로.

그 때의 감정은 으악!, 기분은 이크!였다. 나는 꽤 놀랐고,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마냥 불안했다. 하지만, 스승을 제대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든 분들의 자기소개가 끝난 후, 선생님께서는 짧게 멘트를 하셨다.
“연구원은 내가 놀려고 만든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2.5명은 또 잘못 뽑은 것 같다.” 2.5명이 누구라는 말인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선생님께서 자리에 일어나시자 몇몇 선배들이 내가 그 주인공일 것이라고 말하였다. 나는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생님 주위를 서성였다. 기회가 왔다.

“선생님 그 2.5명 중에 한 사람이 저 맞지요?”

선생님은 잔잔한 미소만 지으시고 별다른 말씀은 안 하셨다. 승오는 내가 염려되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그냥 하신 말일 수도 있어.” 그의 말은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 말씀은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가슴에만 꽂히는 유도탄이다. 우선순위를 많이(!) 높여야만 하는 내게 꽂혔음은 물론이다. 승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정말 사부다. 고수다. 그런데 2명도 아니고 3명도 아닌 2.5명은 무엇을 의미할까? 너무 많은 의미부여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참 궁금하다.

7월 수업 후에는 선생님 댁에서 밤을 새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꽃은 선생님께서 직접 피워내셨고, 그 어느 날 보다도 활짝 피워내셨다. ‘한 줄의 가르침’이 아닌 ‘몇 마디의 가르침’을 많이 주셨다. 선생님에게 그것은 수다였다. 늘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그 날의 수다가 참 반가웠다. 그래, 나는 수다 구본형을 만나고 싶었나보다.

여기서 잠시, ‘수다’라는 표현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야겠다. 수다는 쓸데없이 말이 많음을 뜻한다. 이 뜻으로 나의 ‘수다 구본형’을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선생님의 모든 말은 아주 적절하고 요긴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말이 없으신 편이다. 이 역시 천하가 안다. 가끔씩 내뱉으시는 선생님의 한 마디는 가뭄의 단비처럼 시원하고 반갑다. 왜 자꾸 식상한 말만 할까? 어쨌든, 수다 구본형이라는 표현은 말수가 적으신 선생님의 평상시와 비교하여 그렇다는 말이다. 결코 사전적 정의가 아니다. 오히려, 수다 구본형을 만난 그 날, 나는 사부님을 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고, 따뜻하게 느끼게 되었다.

연구원 생활 3개월이 지났다. 3개월 만에 겨우 만날 수 있었던 ‘수다 구본형’ 선생님, 이 모습은 언제 다시 뵐 수 있을까? 운 좋으면 몽골에서...? ^^
앞으로는 선생님의 또 어떤 면을 알아가게 될지 기대된다.

■ 내 마음에 들어온 글 귀

[책날개] (구본형은) 특히 평범한 사람들이 소시민적 수동성은 넘어서서 변화의 주체로서, 수많은 개별적 중심을 지닌 다면적 물결로서 미래의 창조에 참여하는 적극적 과정을 중요시한다.

그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밖에 없던 세상에 나의 이야기(me-story)가 생겨났다. 그리하여 나의 역사, 나의 문명이 존재하게 되었다. 나의 세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개정판 서문]

과거를 기록하면서 미래를 얻었다는 점이 이 책을 쓰면서 얻어 낸 최고의 수확이다. 마흔 살 10년을 쓰면서 나는 내가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냈다. 이것이 역사의 위대한 힘이다. 미래는 지금 서 있는 이 자리를 딛고 이 자리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충분히 썩어 비옥해진 과거가 미래의 수확량을 결정한다는 것은 농사를 한 번이라도 지어본 사람은 금방 알 수 있다. 과거를 충분히 썩혀 소화해내지 못하면 과거가 살아서 미래를 지배하게 된다. 즉 과거에 닫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아름다운 미래를 ‘회고’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회고’, 이것이 개인사를 정리하면서 내 마음을 무찔러 들어온 생각이다. 나는 10년 앞을 달려나가, 그곳에서 거꾸로 10년 동안 펼쳐지게 될 내 인생 최고의 장면들을 되돌아보았다.

[책을 펴내며]

자신에 대해 쓰다보면, 해보지 못해 안타까운 일들이 밝혀지고 절실해진다. 이때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은 그 일들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기회로 전환된다.

평범한 개인의 미시사는 본인이 남기지 않으면 유실된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고 자신의 세계도 없다.

무엇이 되었든 개인의 역사는 스스로에 의해 편찬되어야 한다. 이것이 군중 속에서, 군중으로, 흔적 없이 매몰되는 자신을 잊지 않는 길이다.

[프롤로그]

“모든 좋은 것들은 웃는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 그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걷는 것을 보라. 자신의 목표에 다가서는 자는 춤을 춘다.” - 니체

[15] 시간이 다 되어 그 많던 모래알들이 다 떨어지고 마지막 촛농이 숨을 다할 때…… 이때 인생을 돌아본들 무엇을 어찌하겠는가! 후회 속에서 긴 한숨을 지어본들 갈 길을 재촉받을 뿐이다.
→ 지금 당장 나의 인생을 돌아보자. 후회가 되는 일은 고치고, 아쉬운 일은 최선으로 채우자.

[17] 과거는 늘 엄격하고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적 감옥이기도 했다. 과거가 날 만들었으니 과거를 버리고 벗어나는 거시 또한 내 미래의 과제다. 죽어야 할 자리에는 늘 혁명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였다. 살면서 나는 여러 번 죽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번 다시 태어나야 한다.

1장 지난 10년

[21] 불행한 시기에 철학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철학은 오히려 행복할 때, 용감하고 성공적인 장년기의 열렬한 명랑함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 니체

[21] 마흔 살은 오래 끓어 걸쭉해지기 시작한 매운탕이다. 바야흐로 인생의 뼛속 진국이 우러나오는 시기다. 마지막 젊은 펄펄 끓어오르고, 온갖 양념과 채소들의 진수가 고기 맛에 배고 어울리는 먹기 딱 좋은 시절이다.

[24] 번잡함이 주위에서 서성거리면 나는 조용히 혼자 있는 방법을 취한다. 방송이 나를 괴롭히면 출연에 응하지 않는다. 모임이 나를 괴롭히면 나가지 않는다. 원고를 써야 하는 강박감을 느낄 때는 언제고 거절한다. 어쨌거나 고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고독은 비 같은 것이다. 식물을 밤 사이에 자라게 하는 그런 것이다.

[25] 고독은 비 같은 것이다. 식물을 밤 사이에 자라게 하는 그런 것이다. 20p

[26] 지식은 지식에 적용됨으로써 증식된다. 그리고 지식을 자신에게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체험한다.

[27] 40대가 천천히 지나가면 청춘도 지나간다. 서서히 육체의 쇠락이 팽팽한 낚싯줄처럼 감지되고, 은은한 불안이 검은 동굴처럼 다가오면, 여자와 불처럼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인생을 드라마처럼 전환시키고 싶어 하고, 마음을 누르는 이 초라한 공허 속에 긴장과 갈등, 그리고 비극적 사랑을 담고 싶어 한다.

[30] 마르셸 프루스트는 이것을 ‘사랑하는 여자에게서 모든 만족을 얻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함께 그녀를 배신한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사랑은 다른 애인을 찾아냄으로써 진보하지 않는다. 그저 새로운 감정으로 위장된 반복 속에서 소모될 뿐이다. 사랑은 늘 새로운 방식으로 찾아내야 한다. 사랑은 그 자체로 증식되는 능력이다. 그것은 영혼의 갈망 같은 것이다. 모파상은 “진실한 사랑은 영혼이 육체를 감싸안는다.”라고 표현했다.

[31]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은 현실적으로밖에 살지 못했던 그 초라한 현실을 후회한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32] 공자에게는 불혹의 나이였던 것이 2,500년이 지나 유혹의 나이가 되었다.

[32] 마흔 살은 성취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시절
→서른 살은 방향 감각 없이는 견디기 힘겨운 시절

[36] 나는 비관적인 상황 속에서 곧잘 낙관적인 정신적 전환에 성공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 이것이 나의 강점 가운데 하나일지 모른다.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문제에 끌려다니는 것을 더욱 싫어한다. 나는 문제를 일상에 던져진 예기치 않은 모험과 도전으로 인식하곤 했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면 새로운 단면과 만날 수 있다. 최선의 해결책에 도달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제가 던져주는 여러 상징을 해석하고 가능한 여러 해결 방법 가운데서 내게 적합한 방법을 하나를 찾아내는 것이니까. 물론 모든 문제가 다 풀리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안고 살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안고 살면 되는 거지.
→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내게 적합한 방법 하나를 찾자, 라는 제안은 “차선이 아닌 최선을 구하자”는 내면의 목소리보다 위로가 되고 현실적이다. 하지만, 내게 가장 적합한 벙법이 곧 최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구 선생님은 만인이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해결책을 ‘최선’이라고 표현하신 것 같다. 그렇다면 나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삶 속에서 차선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 삶은 정체한다!


[37] 40대의 10년은 급격한 감가상각이 이루어지는 시기다. 완숙한 성취의 시기가 아니라 정리의 시기가 된 것이다.

[38] 너무 어린 나이에 뒷방 노인이 된 마흔이여.

2장 마흔 살

[44] 나는 그런 그를 싫어했다. 그러나 내가 혐오하는 그가 나와 동질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든가, 동질성을 인정하고 적어도 그를 혐오하는 것을 중단해야 했다.

[51] 어쨌든 젊은이들이 어느 날 나이를 먹어 성인이 되면서 자신의 가슴 속에 있던 ‘신적인 위대성의 흔적’을 지우고 당나귀가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 슬픔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끝나지 않는다. 슬픔은 어느 날 비탄으로 바뀐다.

[51] 그러나 실제로 마흔 살은 무엇인가를 많이 해놓은 시기이기도 하다. 극히 가난한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빚에 쪼들리는 것도 아니고, 감옥에 갇혀 자유를 속박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자라 어엿한 성인이 되고 있다. 작지만 집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 공들인 흔적이 남아 있으며, 큰마음 먹고 장만한 세간들도 있다. 삶은 충분히 의미 있는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젊었을 때의 그 휘황한 상상들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55] 나이는 이성적 능력과 역행된다. 그러나 삶의 문제에 부닥치면 40대의 중년은 젊은이들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결론에 이른다. 순수한 이성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용적이지 못하다. 40대는 실리적인 나이다. 젊은 사람들은 추상적이고 객관적이며 장엄한 절대 진리에 쉽게 빠져든다. 그리나 나이와 함께 성숙하면서 실리적이고 일상적인 정서적 지식과 자신의 이해에 따른 주관적 판단에 익숙해진다. 마흔의 나이에는 철학조차 실용적인 것이 된다. 이때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삶의 지혜다. 지혜란 ‘숭고하고 철학적인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삶을 위해 필요한 실제적인 통찰력을 의미한다.

[61~62] 나는 문득 복권을 생각했다. 복권에는 늘 당첨되는 사람이 있다. 참가자들에게 당첨확률은 중요하지 않다. 푼돈으로 운명을 바꾼 재수 좋은 사람이 매주 나타난다는 점, 바로 그 성공담이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행운이 한 번만 와준다면, 지겨운 회사를 때려치우고 비행기를 타고 빛나는 도시로 아무도 몰래 도망갈 것이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생, 그 황홀함이 기다리는 곳으로.
당첨자가 있다는 사실, 그 행운의 구체적 당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것이 자석처럼 마음을 잡아끌지만 위안에 그칠 뿐이다. 게임의 룰은 분명하다. 당첨확률을 높이려면 건 돈이 커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게임에 참여할 사람은 별로 없다. 잃으면 전 재산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권은 늘 푼돈을 걸게 하는 것이다. 잃어도 그만이니까. 그리고 반드시 잃게 된다.
나는 사람들이 복권을 사듯 살아가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 푼돈을 들여 복권을 사면서 허망한 기대 속에서, 실제로는 복권의 당첨금보다 더 많은 돈을 쪼개며 평생을 궁핍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위험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잃어도 좋은 푼돈만 투자했다. 위대한 하루가 없이는 위대한 인생도 없건만 하루하루는 잃어도 아까울 것 없는 푼돈처럼 낭비되었다.
마흔 살은 가진 것을 다 걸어서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다만 내가 거는 것은 돈이 아니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나 자신을 건다. 나는 이 길을 택했다. 내가 도박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길 밖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흔이 익어가면서 나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계획했다. 나는 비장했다. 나의 40대는 죽음과 친근해진 10년이었다.

3장 직장생활

[69] 나는 할 이야기가 많은데 내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은 너무 적었다. 나는 실망했다. 그들이 들으러 오는 것만 기다리는 것은 소극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팔러 다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나는 결코 세일즈맨이 될 수 없었다.

[70]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가지고 평가하게 마련이다. 그들에게 내 과거는 초라한 것이었다.

[77] 지금의 하기 싫은 일을 버리고 싶지만 동시에 그 일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 직장 속에는 그런 사람들이 적어도 80퍼센트는 되어 보였다.

[84] 유전자는 바뀌지 않는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은 괴로운 과정에 비해 지극히 평범한 성과를 돌려줄 뿐이다.


[80] 셋째, 그들은 늘 학습한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와 경쟁한다. 전문성이 자격증에서 오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식은 변하고 경험은 늘 다르게 적용된다. 자신의 소질을 이해하고 잠재력을 계발한다. 이들은 대체로 겸손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애정 없이는 자신을 불태울 수 없다. 어떤 분야든 자신을 불사르지 않고서는 핵심에 다가갈 수 없다.

[85] 설득이란 언제나 스스로 이미 설득 당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만 설득할 수 있다. 이것이 설득의 제1법칙이다. 설득은 늘 미리 이루어진다. 미리 이루어진 설득, 무너진 자기 방어를 유혹이라고 부른다.
모든 위대한 리더는 유혹에 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신을 포장하든지, 크고 부드러운 젖가슴으로 지그시 눌러 이성을 질식시키든지, 위대한 사상을 통해 혼을 빼앗거나 달콤한 꿈속으로 사람들을 몰고 간다. 매력이 없는 리더란 없다. 리더는 반드시 자신의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유혹은 매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매력은 가장 자기다운 것에서 발산되는 페로몬이다.

[88] 한때는 공부를 더 해볼까도 고려했지만 그만두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해놓은 것들을 읽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것을 가지고 싶었다. 박사라는 사회적 인증의 과정과 틀은 내게 아무런 흥분도 주지 못했다. 전문가는 학위와 자격증에 의해 증명되지 않는다. 전문가는 과거에 의 해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며, 오직 끊임없는 자기학습에 의해 날마다 새로워질 뿐이다. 나는 나의 방식으로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다.

[89] 경영 컨설팅 같은 지식산업은 사기와 진실의 경계를 걷는 것이다. 끝없이 학습하는 사람은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계속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든 사기꾼들처럼 ‘달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나는 내가 ‘경계선을 걷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배움을 멈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학위와 자격증은 과거의 영광의 흔적일 뿐이다. 미래를 평가의 잣대로 삼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확실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그물로 된 항아리 속에 물을 담으려는 발상이다. 반대로 미래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바닷물 속에서 식수를 찾는 것과 같다. 온통 가능성의 물로 채워져 있지만, 아직 한 컵의 마실 물도 되지 못한다. 내가 믿는 것은 끊임없이 배우고 실험하는 사람뿐이다. 무엇을 하든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사람들만이 전문가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89] 내가 믿는 것은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뿐이다. 무엇을 하든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사람들만이 전문가로 존경 받을 자격이 있다.

4장 얼굴 - 페르소나

[113] 욕망이 자신을 충족해가는 것은 개인혁명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욕망은 부숴뜨려 땅에 묻어야 하는 끔찍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힘과 에너지다.

[115]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늘 쩨쩨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범상치 않은 이야기, 나는 이것을 인류의 미시적 역사라고 생각한다.

[117]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달라야 한다. 자기경영의 근간이 되는 것은 실천의 철학이다. 바로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118] 나는 이런 사람도 되고 저런 사람도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는 바로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여기에 왔다.

5장 가족

[124]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 이탁오(李卓吾)

[128] 생활 속에서 우리는 매일 한두 시간은 함께 있고 함께 이야기한다. 모두 바쁘고 서로의 세계 속에 빠져 있지만, 공유할 공간과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를 이어주고 서로 생각하게 해 주었다.

[130] 나는 이 아이와 가진 20~30분 정도의 간식 시간을 일 년 반 정도 즐겼다. 그때 오늘은 무엇을 함께 먹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어떤 때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사오곤 했는데, 신이 나서 그 일을 했다. 우스운 일이었지만, 나는 그런 일들을 즐겼다. 인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기쁨을 위해 산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기쁨과 나의 기쁨은 섞여 있었다. 작은 수고들은 이런 기쁨을 위해 동반되는 선물의 포장지거나 아름다운 포장 끈이나 리본 같은 것들이다.

[135] 그녀는 늘 내 옆에 있었다. 내 고민의 옆에, 내 실패의 옆에, 그리고 내 성공의 옆에는 늘 그녀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 죽음 옆에도 있어줄 것이다. 그녀는 늘 내 옆에 있다.

[147] 나이가 들어 돈벌이를 하게 되면 친구들에게는 결코 아쉬운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친구들에게는 절대로 잘난 척해서도 안 된다. 친구의 성공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 사람이다. 순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친구의 성공 속에는 늘 ‘그 동안 나는 뭘 했나.’ 하는 자신에 대한 문책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147] 우리는 각자의 짐을 지고 인생의 길을 가고 있다. 친구들끼리 나눌 수 있는 것은 짐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혼자 그 긴 길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짐을 각자 지고 함께 가는 것이다. 외로움은 함께 있으면 훨씬 낫다.
→ 여기서 선생님과 나의 미묘한 차이가 발생한다.

[148] 평생 가고 싶으면 늘 반갑고 그리운 관계가 되도록 애써야 한다.

[148] 친구란 함께 어울림이다. 서로에 대한 애정 없이는 그 어울림이 빛날 수 없다.

6장 자연

[160] 우리가 왜 변화해야 하느냐고? 그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작은 세포가 아이가 되고 젊은이가 되고 장년이 되고 노인이 되고, 그리고 죽는 것이 삶이다. 순수한 아이의 생각이 야망으로 가득한 젊은이의 생각이 되고 이내 세상의 한계에 지쳐버린 장년이 되고 노회한 노인이 되고 이윽고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다. 변화 자체가 우리의 일상이고 삶이다. 생명이 주어진 순간 삶은 시작되고, 삶이 주어진 순간 죽음의 시계도 카운트되기 시작한다. 왜 살아야 하는가? 삶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왜 변화해야 하는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161] 왜 변해야 하느냐고? 흐르는 강물에게 물어보라. 왜 변해야 하느냐고? 하늘의 구름에게 물어보라. 왜 변해야 하느냐고? 바다의 물결에게 물어보라. 그것이 존재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164] G.K.체스터턴의 말대로 참으로 이 세상에서 부족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감탄이다. 기쁨은 도처에 있고 '늘 활동 중'이다. 그들에게 좋은 일이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다.

7장 건강

의학기술이란 자연이 질병을 치료해주는 동안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 볼테르

[183] 영원히 스승의 빛에 가려진 제자는 결국 스승을 욕보이게 한다. 뒷물이 앞물을 뛰어넘으려고 해야 비로소 강물이 힘차게 흐를 수 있다. 제자가 잘나야 스승이 위대해진다.

[185] ‘좋은 브레이크는 좋은 액셀러레이터만큼 중요한 것’

8장 길에서

[205] 하루의 질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예술

[209] 내 인생의 결말, 그것은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졌다. 그것이 무엇이든 꿈꾸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꿈꾸지 못한 것들만이 내 인생이 아니다. 꿈꾸지 못한 것 가운데 더 아름다운 인생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된다.

[210] 나에게는 내 꿈에 대한 믿음이 있다. 다만 훌륭한 상상과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지금의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종종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을 때가 있다. 모르기 때문에 그 일을 지금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 해야 할 일을 놓치는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강박관념으로 다가오는 두려움이다.

[211] 욕망이 꿈을 만들고 꿈은 믿음에 의해 현실적 개념이 된다. 미래를 현실로 인식하는 능력은 정신적 여행자들이 가지는 힘이다. 그들은 상상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상상과 더불어 그 속에서 산다. 그것이 생활의 일부이기도 하다.

[217] 앞으로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책을 낼 수 있다면 죽기 전에 어쩌면 수십 권의 책을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수십 권의 저자로 알려진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말 내 인생은 그 책들이 아니라 그 책에서 표현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내 하루하루였다. 나의 하루들은 책으로 표현되기도 했지만, 대개는 물처럼 흘러갔다.

9장 집, 공간

“집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그 주인을 닮는다.” - 칭기즈칸

[229] 나는 늘 책이 가득한 서가가 있는 서재 속에 앉아 있는 나를 그리워했다.

[241] 공간이 인간을 만든다는 말은 맞다. 이곳에서 나는 인간의 마음에 흡착되는 자연의 마음을 익히게 되었다. 북한산자락에 앉아 있으니 위대한 스승의 품에 안겨 있는 셈이다.

[249] 우리는 증거를 필요로 하는 존재다. 일을 하면 한 티가 나야 그 기쁨이 배가 된다.

10장 학습

[260] 욕! 그거 참 좋은 것이다. 속에 꽉 막혀 있다가 가래처럼 올라오는데 뱉고 나면 후련하다.

[261] 두려움은 서서히 옥죄는 고통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또한 강렬한 힘으로 작동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금 열심히 일하도록 했다. 계속 책을 쓰도록 했고, 계속 일게 했으며, 그저 빈둥거리며 사는 것을 불편하게 했다.

[262] 회사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창조적이어야 했고, 더 열심히 학습해야 했다. 나 이외의 다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하거니와 나를 보호해줄 아무런 울타리도 없었다.

[263] 채찍을 잊은 성공은 반복과 진부함 속에서 퇴락하게 된다.

[265] 바쁘다는 것은 지우개와 같다.

[270] 그들의 지식은 나라는 특별한 여과기를 거쳐 새로운 표현법을 얻게 된다.

[270] 책은 그 독자 수만큼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모든 독자는 자신이 읽은 책의 또 다른 저자이기도 하다.

[271] 학습의 핵심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 답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273] 단칼에 내 심장을 찌르지 못하는 자들은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이다.

[276] 이성의 작은 촛불을 끄지 않고는 대우주의 별빛을 볼 수 없다. 가까운 작은 산이 먼 큰 산을 가리고 있듯이 작은 지식은 늘 큰 지혜를 가리고 있다.

[276] 어둠이 가장 짙을 때 깨달음의 길이 열린다.

[276] 스승은 등불이 되어 우리를 인도하지만, 어는 순간 우리는 그 불을 끄고 칠흑같은 암흑 속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을 보게 되길 바란다. 제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별빛을 보게 하는 스승만이 위대한 스승이다.

[280] 그에게 자신을 찾는 일은 ‘항상 자신을 잃어버리고 부정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었다.

[281] 배움은 결국 삶의 실천에 의해 가장 잘 얻어진다.

11장 일

[296] 일은 삶과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일이 품삯이어서도 안 되고 삶의 다른 요소들을 희생시켜서도 안 된다.

[298] 먼저 나에게 적용할 것. 반드시 성공할 것. 그 다음 상이한 조건에서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할 것.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을 나누어주려는 잘못을 범하지 말 것.

[299] 모방할 때의 요령이 두 가지라는 점에서도 사업과 글쓰기는 일치한다. 얼마나 많이 모방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감동하느냐가 중요하다. 모방의 또 하나의 요령은‘한 작품을 모방하면 표절이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 연구이다.’

[316] 우리는 유일함을 통해 평범한 사람으로부터 비범한 사람으로 자신을 안내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치 않은 위대한 이야기로 전환된다.

[319] 쏟아내는 것이 들어오는 것보다 많으면 이내 밑천이 딸리게 마련이다. 이것은 치명적 결함이다. 지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너무 바쁘면 안 된다.

[331] 모든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목표여서는 안 된다. 내 목표는 그 이상이다. 모든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표, 그것은 반드시 청중 속의 누군가를 움직여 스스로 자신의 고뇌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337] 진정한 변화는 자신에 대한 치열한 사랑이다. 치열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다.

[363] 하루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생활고나 가난 때문이 아니다.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읽고 & 내가 저자라면

선생님의 책을 읽고 깨달았다. 한 사람의 개인사가 인류사만큼 장엄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있는 모든 것을 하나도 거절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음에 대하여 확신하게 되었다. 자신의 모든 특성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배웠다.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삶이 얼마나 강력한지 절절히 느꼈다. 동시에 자신의 과거를 통해 미래를 창조하는 방법을 얻었다.

선생님이 일하고 학습하는 일상은 내가 걸어야 할 길의 한 장면을 본 듯하다. 그 장면은 뚜렷하고 분명했다. 선생님의 화려한 업적의 비결은 그의 일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의 일상이 이 책 곳곳에 있었다. 좀 더 파고 들어가 여쭈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일단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싶을 만큼 선생님은 당신에 대해 적지 않은 것을 보여 주셨다. 이번에 옛다, 하며 던져주신 가르침이 바로 당신의 삶, 그것이었다. 책에는 표현되지 않은 선생님의 일상, 물처럼 흘러간 그 일상이 궁금하긴 하지만, 이 책에도 결국 선생님이 담겨 있었다. 이 책에서 나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지는 장면을 보았다. 비전을 가진 자는 술 취하지 않고서 춤을 춘다. 나는 이 책이 좋다. 그리고, 이 책을 쓰신 선생님이 좋다.

선생님의 책을 덮으며 내 안에 용기를 심었다. 무럭무럭 자라나 울창한 인생이 될 씨앗 말이다. 선생님이 준 용기의 씨앗은 생명력이 강했다. 나에게 무엇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었다. 그저 내부의 자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니 새로 습득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강력한 것이다. 선생님도 언젠가는 평범한 씨앗이었으리라. 나는 해리포터의 힘을 얻는다. 해리포터가 말했다. "위대한 마법사들도, 옛날에는 우리와 같은 학생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도 힘이 나!"

내가 저자라면

이번만큼은 내가 저자라면, 이 아니라 내가 바로 저자다. 나의 20대 10년을 돌아보아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시간이 다 되어 그 많던 모래알들이 다 떨어지고 마지막 촛농이 숨을 다할 때 인생을 돌아본들 무엇을 어찌하겠는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후회를 걷어내고, 한숨지었던 일은 오늘의 최선으로 채워 넣자. 나는 일 년 안에 20대 10년을 위한 글을 쓰겠다. 20대라는 시기가 갖는 특성과 책임을 연구하기도 하고, 나의 10년을 면밀히 들여다보기도 하며 글을 쓰겠다. 내가 저자다. 그러니 내 사유의 흐름을 따라 글을 쓰면 된다.

선생님은 “무엇이 되었든 개인의 역사는 스스로에 의해 편찬되어야 한다”는 말로 독자에게, 그리고 나에게 가볍지 않은 책임감을 지워주셨다. 과거의 사실 모두가 역사가 될 수는 없으리라. 의미 있는 것만 역사가에 의하여 선택된다. 과거의 사실도 이희석이고, 역사가도 이희석이다. 의미있는 과거를 만드는 사람도 이희석이고, 그것을 기술하는 사람도 이희석이다. 선생님이 주신 책임감보다 더 무거운 두려움이 살짝 찾아든다. 나는 과연 기술할 만한 삶을 살아왔던가!

그러니, 내가 저자다, 라고 선언하기 이전에 진지하게 저자로서 내가 적합한지 대하여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어떤 주제의 책보다 엄격할 수 있는 물음이다. 지식이 아닌 삶으로 자격을 따져야 하니까 말이다. 나의 개인사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첫 번째는 나를 구원하는지부터 따져야 할 것이다.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 같다. 실험의 결과는 자명할 것이다. 제일 먼저 나의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니.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여러 사람이 보는 책의 저자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만 보는 책의 저자가 되면 된다.

나는 20대 10년을 돌아보는 일을 YMD 프로젝트라 명명하였다. 오! 나의 꿈~ Yes My Dream 의 약자다. 나의 한메일과 블로그의 주소이기도 하다. 이름을 붙이고 보니, 선생님의 Me-story 프로젝트를 모방한 것이 되었네. 시작은 선생님의 그늘 아래 있지만, 과정과 마무리는 선생님보다 찬란하고 싶다. 나는 선생님을 위대한 스승으로 모시고 싶기 때문이다.
“영원히 스승의 빛에 가려진 제자는 결국 스승을 욕보이게 한다. 뒷물이 앞물을 뛰어넘으려고 해야 비로소 강물이 힘차게 흐를 수 있다. 제자가 잘나야 스승이 위대해진다.” (p.183)
IP *.134.133.26

프로필 이미지
정양수
2007.07.23 13:56:39 *.84.5.37
내가 저자라면, 이 아니라 내가 바로 저자다.
훌륭한 저자가 되어서 훌륭한 제자가 되시기를...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7.07.24 23:16:24 *.70.72.121
나도 볼래. 우리 같이 보자. 그리고 나눠주자.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빛은 그렇게 하나 둘 찬란히 퍼져갈 것이다. 네가 가장 찬란하게 빛날 때 우리가 네게 유혹 당한다는 것 알지? 난 강하게 유혹 받고 싶어.^^
프로필 이미지
다인
2007.07.25 03:04:40 *.102.145.129
희석님 강의에 참석했을 때.
사부님의 이야기를 인용한 걸 들었어요.

그때, 와~이사람과 뭔가 통할 게 있겠구나 생각했었죠.

그리고서 2기에 지원했다는 걸 알게 됐고,
지금은 3기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계신거죠..ㅎ

처음, 그 말을 인용하던 희석씨가 저도 인상적이었답니다.
프로필 이미지
현운
2007.07.26 14:46:42 *.134.133.182
양수형님. 늘 지켜봐 주시어 감사합니다. 형님의 기원을 이루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저도 원하는 삶이니까요~ ^^

써니누나. 제 유혹의 몸짓, 유혹의 언어 기대하셔요~ 강력해서 빠져나갈 수 없을 거예요~ 근데, 제가 먼저 누나에게 유혹 당해 버린 것 같네요. ^^

다인님. 2기에 지원하기도 전에 제 강연에 오셨나 보군요. 인상적으로 기억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살짝(^^) 부끄럽기도 하네요. 부족한 강의였던 것 같은 마음 때문이죠. 그 때도 만나고, 여기서도 만났으니 분명 통하는 게 있을 터인데, 왜 여태껏 제대로 얘기 한 번 못 나누었을까요? ^^ 앞으로 자주 뵈어요~ ^^
프로필 이미지
교정 한정화
2007.07.26 20:22:55 *.72.153.12
연구원 같이 해서 좋아.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2 (19)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2] 時田 김도윤 2007.07.29 1934
971 여행의 기술 (섬세한 여행일지) [2] 산골소년 2007.07.27 2313
970 일주일 만에 흙집짓기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기) [2] 산골소년 2007.07.26 3207
969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 고독, 집착, 충동 [5] 다뎀뵤 2007.07.23 2991
968 마흔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 구본형 [4] 최정희 2007.07.24 2307
967 [독서19] 마흔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2] 素田 최영훈 2007.07.23 1688
»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읽고 [5] 현운 이희석 2007.07.23 2335
965 (19)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 [7] 校瀞 한정화 2007.07.26 2817
964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치 않은 위대한 이야기 [5] [1] 송창용 2007.07.23 2257
963 (18)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14] [1] 時田 김도윤 2007.07.23 11380
962 [19]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2) [7] 써니 2007.07.23 2290
961 [19]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1] 써니 2007.07.23 1871
960 (19)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3] 박승오 2007.07.23 2069
959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구본형 file [2] 海瀞 오윤 2007.07.23 2092
958 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 구본형 [4] 好瀞 2007.07.23 1746
957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구본형 [8] 香仁 이은남 2007.07.22 2258
956 [18]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폴 D.티저와 바버라 배런- 티저 [11] 써니 2007.07.28 8036
955 [리뷰018]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티저 부부 [3] 香山 신종윤 2007.07.17 2460
954 [독서18]사람의 성격을 읽는법/폴D.티져, 바바라 베런-티저 [4] 素田 최영훈 2007.07.17 2669
953 (18) 사람의 성격을 읽는법 - 폴 D. 티저 외 [1] 박승오 2007.07.17 2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