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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일 12시 14분 등록

인간적인 길

La Voie Humaine
자크 아탈리 저, 주세열 역, 에디터


1. 저자에 대하여

자크 아탈리

개인적 약력
1980년대, 프랑스인들 사이에 이런 농담이 있었다. 만일 시험 성적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누가 가장 유리할까. 답은 자크 아탈리였다. 그는 한 군데만 합격해도 수재 소리를 듣는다는 프랑스의 그랑제콜을 네 군데나 나왔다. 수학. 과학 분야 최고 영재들이 몰리는 에콜폴리테크니크를 시작으로 에콜데민(토목학), 시앙스포 파리(정치학)를 거쳐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이어 소르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40여 권의 저서를 냈고,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전 세계적으로 600만 부 이상 팔렸다. 우리는 보통 그를 세계적 석학, 문명비평가, 미래학자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부른다. 그와 같은 '지적 유목민'에게 어울리는 마땅한 호칭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탈리는 38세가 되던 해인 1981년부터 1991년까지 미테랑 사회당 정부의 특별 보좌관을 역임하였다. 재임시 미테랑은 아탈리를 두고 '개인용 컴퓨터(PC)'로 부를 만큼 그의 지적 능력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유럽부흥개발은행의 초대 총재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컨설팅 회사인 '아탈리 & 아소시에'(Attali & Assocoes) 대표 겸 세계 최초의 인터넷 은행으로 창설된 플레닛 뱅크 총재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학에서 그의 작업은 주로 인간 역사에서 메가트랜드를 발견하고 이것을 이용해서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그는 음악, 의료, 재산권, 그리고 인간행위의 다른 측면에 대해서도 이같은 방법을 적용하여 왔다. 특히 그는 미래 문명의 경향을 특징짓기 위하여 '신 유목민(new nomadism)'이란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가 저술한 소설은 주로 넌픽션 혹은 초현실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탈리의 저서
<소리: 음악의 정치경제학 Bruits, conomie politique de la musique)>(1977) 음악의 역사와 음악만이 갖는 미학적 힘을 사회과학적 해석과 정치적 욕망으로 풀어헤친 미학과 음악이론의 걸작,
<지혜에 이르는 길-미로 Chemins de sagesse-Trait du labyrinthe>(1996) 베네치아의 골목길에서 인터넷까지 인류 문명이 남긴 모든 미로를 통해 인간의 지혜를 추적한 경이로운 인문서,
<축약 보고Ⅰ,Ⅱ,Ⅲ Verbatim Ⅰ,II,III>(1993~1996) 미테랑 전 대통령 특별 보좌관으로서 재직하면서 경험한 당시 국제 정치 상황에 대한 비망록이자 회고록,
<영생 La Vie ternelle>(1989)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욕망을 그린 소설,
<카니발의 질서-의학의 정치경제학 La Nouvelle conomie fran aise)>(1978)
<21세기 사전>과 <박애(博愛)>(한국에서는 <합리적 미치광이>라는 제목으로 출판),
<인간적인 길> 시간 재화를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프랑스 사화민주주의 경험을 토대로 유럽과 세계 차원의 새로운 사회 민주주의를 제한함으로써 21세기형 중도적 온건좌파의 새 모델을 창출했다.
<복제인간의 사랑을 위하여> 미래를 예측한 단편 소설에서 2037년 세계주식시장이 붕괴한다고 예고했다.
<21세기 사전> 인류가 1만년의 정착생활을 끝내고 첨단 통신장비로 무장해 지구촌을 떠도는 유목민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래의 물결> 아탈리의 전체 사상을 한데 묶은 집약서. 미국 제국의 종말과, 하이퍼 제국, 하이퍼 분쟁, 하이퍼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물결을 설명하고 있다.


아탈리와 한국
한국의 미래에 대한 그의 전망은 밝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번 방한을 앞두고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금의 두 배가 되는 2025년께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되고, 2050년께는 세계 최강국 대열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통신.로봇.인터넷 등 미래를 선도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역량,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혁신능력, 문화적 역동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처럼 아탈리에게 열광하는 국민도 드물다. 그의 저서 중 이미 열 권이 번역됐고, 대부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한마디라도 듣고 배우겠다며 앞다퉈 초청장을 보내오는 한국인들이 그로서는 놀라울 것이다. 한국인에 대한 '팬 서비스'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미래에 대한 그의 찬사는 듣기 민망할 정도다.

그는 한국이 정보기술(IT)을 통해 아시아의 리더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이 IT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인적 자원이 풍부하며 기업 가치도 높다”면서 “한국은 확실히 세계 최대 강국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매우 높아서 유럽 많은 나라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의 GDP가 20년 안에 현재의 2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한다. 또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비관적 전망을 받아들여 변화를 추구한다면 미래의 발전을 자극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다.

아탈리는 그러나 한국사회의 사회안전망 확충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저출산•고령화를 꼽는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며 이것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가족 정책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탈리 회장은 “이민 문제 등과 관련해 개방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는다.

아울러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한국의 빈곤층 비율이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사회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동성(Mobility) 시대, 노마디즘(Nomadism)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이에 따라 사회적 약자는 더욱 약해지고 부자는 더 많은 부를 쌓게 된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복지 비용 지출 규모가 2015년에도 GDP의 15%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국은 복지 비용 지출을 많이 하는 국가가 아니지만 현재 GDP 대비 15%를 사회 복지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재원 확충 방안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방법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실업 급여 강화,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2.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문구

(16) 사람들은 좌파와 우파를 구별하는 것이 이제 무슨 의미를 갖는지 의아해하고, 우리를 휩쓸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정치가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거나 조정하거나 뒤집어버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며, 다가올 엄청난 혼란을 자유로운 행위, 다시 말해서 정치행위에 의해 피할 수 있다고 바라는 것 또한 부질없는 짓이라고 치부한다.

(19) 좌파에겐 더 이상 추구할 ‘모델’이 없다. 오늘날 아무도 공산주의가 이상 사회라고 믿지 않는다.

(23)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엄청난 부를 가장 적절히 사용하고 가장 적절히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하며,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에 과감히 맞서 투쟁하고, 인간사회를 좀더 고귀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모든 것이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국가는 새로이 도전할 권리를 여전히 갖고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정치적 도덕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24) 경제라는 ‘게임’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싶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뭔가 달리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26) 집권 가능성을 가진 정당들이 현재 가진 유일한 계획은 ‘현상 유지’인 듯 하다. 우파는 기존 질서 유지를, 좌파는 이미 획득한 권리의 보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우파는 폭력과의 투쟁을, 좌파는 빈곤과 싸우는 것을 중시한다.

(30) 사회민주주의 정당은 사회복지에서만 우파보다 좀더 강한 집착을 보일 뿐 신상은 여타 정당과 다를 바 없는 ‘자유주의적’ 정당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어설픈 좌파’인 것이다.

(33) 정당활동이 명예롭고 필요한 일긴 하나 내가 지향하는 삶의 스타일과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청소년 시절부터 한편으로 작가와 학자, 교수가 되어 내적 자유를 지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 활동에 대한 의욕을 그것과 적절히 조화시키기를 원했다. 전자는 어느 정도의 고독과 오해를 필연적으로 전제한다. 후자는 우리에게 집단행동을 통한 연대 책임을 요구한다. 나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한쪽에 자신을 묶어둘 수가 없었다.

(36) “과연 우리는 지금과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가?”

(37)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적소유를 넘어서는 것이 집단 소유가 아니라 무상제공 이며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것은 프로레타리아 독재가 아니라 책임과 지식의 공유라는 점, 맹목적 권력인 시장을 넘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적인 길이 아직도 존재함을 알게 될 것이다.

도래할 세계의 모습
(42) 시장과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강화하며 이를 통해 양자가 서로를 강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44) 시장과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서 평화를 가져온다. 시장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수록 사회체제는 그만큼 더 민주화되며 내전이든 국제전이든 전쟁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두 체제가 서로 무기를 들고 싸운 적은 결코 없었다.

(46) 하지만 지난 산어혁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오늘의 권력은 그 같은 기술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도전을 받는 입장에 놓일 것이다.

(49) 사이처럼 시장 민주주의는 부정할 수 없는 삶의 형식이 된 것으로 보인다.

(52) 즉각성과 개인주의의 이 같은 승리를 구가하는 국가에선 국민 인구 구성에 위기가 오고 있다.

(53) 많은 점에서 시장과 민주주의는 서로 모순된 주장을 내세우며 상호 대립적으로 움직인다. 전자가 개인의 고독을 사적 용도의 사물로써 메우는 방식으로 개인생활을 꾸려가도록 하는 반면, 후자는 공공서비스를 기초로 하여 공동체 생활을 설계하고자 한다... 전자는 저마다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사회가 이상적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음을 전제하며, 후자는 그와 반대로 소수자가 다수자의 결정에 승복할 때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개인적 성공을 옹호하나, 후자의 논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데서 오는 이로움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자주 그렇지 못하여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제압한다.

(57) 민주주의에 대한 시장의 승리로 인해 국가는 시장이 조장하는 소득과 자산의 불공평한 분배구조를 바로잡을 수단을 박탈당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원칙상 각 시민에게 같은 권리를 인정하지만, 시장의 다양한 주제들 사이의 역학적 관계는 국민 전체 소득 중 임금 노동자의 몫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인다. 민주주의는 정치권력을 가난한 다수에게 주려고 하는 반면, 시장은 부유한 소수에게 경제적 권력을 부여한다.

(61) 시장사회는 ‘쇼 비즈니스’ 사회가 될 것이며, 사회의 지배자는 상품 유통의 조직자 역할을 맡은 흥행 전문업체가 될 것이다.

(65) 상품화는 인간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있어, 세계는 서로 적대적인 무리들이 휩쓸고 다니는 장터로 변해갈 것이다. 나는 이것을 ‘시장 사회’로 부른다.

(67) 시장사회는 상품사회로 옮겨 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든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 자신조차 점진적으로 상업적 거래의 대싱이 될 것이다.

(68) 시장에 대한 집착은 더 커질 것이다. 고독을 느끼면 느낄 수록 인간은 더욱더 소비에 몰두하며, 또한 고독을 메우기 위해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

(70) 모든 형태의 인간관계가 조금씩 상품화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장사회’는 상업적 목적으로 모든 것이 거래 가능한 ‘상품사회’로 이전해 간다.

(72) 장기적 차원의 도덕성을 자유의 변덕과 대립시키면서 매우 복고적인 권력의 회복을 주장한다. 나는 이를 ‘도덕적 전체주의’라고 부른다.

(73) 이리하여 네 갈래 세력으로 찢긴 세계가 등장한다…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두 민주주의 체제가 전쟁을 벌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나, 시장사회와 도덕적 전체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 전체 지구촌 규모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도덕적 전체주의 신봉자들은 다른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손에 쥘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사용화되, 우선적으로 테러 방식의 공격을 할 것이다. 이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75) 유럽인들이 보기에 미국은 자기네의 부족한 국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대상인 세계 여타 국가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배하고자 전쟁광 노릇을 하고 있을 뿐이다.

(76) 유럽은 식민 지배자 콤플렉스를, 미국은 탈식민지 콤플렉스를 앓고 있다. 유럽은 지배자 위쳉서 밀려난 비관주의를, 미국은 새로운 부국의 낙관주의를 보인다. 하지만 양쪽 모두 자신들이 지금까지 별다른 양심의 가책 없이 더불어 약탈을 범해 온 지구라는 행성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입장을 잊고 있다.

어설픈 좌파
(99) 사회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것은 부를 최대한 잘 분배함으로써 시장 체제의 유해한 결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는 단순하고도 간단한 목표다.

(102) (현대의 사회 민주주의자들은) 모두가 극히 일시적인 효과나 보여줄 게 뻔한 사실만 거론할 뿐 역사적 혹은 이념적 근거를 묻지 않는다. 세계의 본질이나 세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 깊이 사고하지 않고, 쉽게 집행 가능한 것 위에 올리거나 거기서 당장 얻는 결과를 자랑할 뿐이다.

(125) 오늘날 좌파 지도자 대부분은 상상력이 배제된 현실주의와 무책임한 유토피아 사이에 묶여 있을 뿐이다.

인간적인 길
(135) 오늘날 우리는 생산 수단의 소유에 관한 입장이나 국가에 대한 태도, 혹은 경제정책에 의해서 더 이상 좌파, 우파를 구분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보건대 좌우의 진정한 차이는 시간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 있다.

(136) ‘양질의 시간’이란 의미 있는 시간이고 ‘불량한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되지 않는 시간이다. 양질의 시간은 세계를 풍성하게 되고 불량한 시간은 세계를 타락시킨다. 양질의 시간은 생명을 향해 활동하며 불량한 시간은 죽음을 촉진한다.

(137) 정치의 주된 사명은 하나의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저마다 지상에서 허용된 시간을최대한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말은 시민들이 그들의 사적 시간으ㅢ 관리를 정치에 맡긴다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그럴 의사가 전혀 없다. 정치는 다만 그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시간을 사용하도록 많은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시간의 양만이 아니라 질이기도 하다... 노동의 시간의 질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139) 시장 우파의 주된 목표는 양질의 시간을 상품 소비에 집중케 하기 위해 개인의 이기적 행위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현재 미국 사회는 소비하고 일하고 적당히 즐기고, 지식 획득과 의료 혜택은 비용 부담을 하는 사람만이 누리며, 오락, 의료, 교육에 바치는 시간의 사적 사용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 따위가 바로 그것이다.

(144) 유토피아에 대한 고찰은 노동에서 출발해야 한다. 노동이 만일 노동자의 생산품에서 얻는 소득을 위해서만 행해진다면, 노동자는 자신이 생산 수단의 소유주가 되더라도 소외될 수 밖에 없다. 그럴 경우 시장경제에서 노동이란 고통스러운 작업과정에 불과하여, 노동자는 그 대가로 바라는 것을 살수 있게 해주는 돈을 받는 셈이 된다.

(145) 따라서 유토피아란 저마다 ‘양질의 시간’, 진정으로 ‘충만한 시간’,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곳에 있다. 나는 이를 ‘인간적인 길’이라고 부른다. 저마다 삶의 잠재성을 부단히 극대활 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가 성공에 대한 자신의 이상을 선택하고 스스로 알지 못하는 재능을 포함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가능성을 보유할 수는 있다. 누구든 자신이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시장 민주주의는 이러한 유토피아를 실현할 수 없으며, 인간적인 길로 읶르 수도 없다.

(146) 사람들이 그들의 시간을 더 주도적으로 사용하고 시장 민주주의가 상품사회로 발전하는 것을 돌리기 위해 시장이나 민주주의를 축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시장에 대해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더 복잡한 세 가지 메커니즘으로 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저쪽에는 생산재화의 집단소유가 아니라 ‘무상제공’이 있다. 민주주의의 저쪽에는 전체에 대한 소수 혹은 소수에 대한 전체의 독재가 아니라 ‘책임성’이 있다. 쇼의 저쪽에는 선전이 아니라 ‘지식’이 있다. 이것이 세 가지 메커니즘이다.

(148) 시장 민주주의를 넘어 무상제공과 지식과 책임성은 하나로 수렴될 수 있으며, 전적으로 새로운 사회 속에서 ‘인간적인 길’로 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저마다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살아가므로’ 양질의 시간, 지식, 건강 등에 애해 자기 나름의 정의를 내릴 여지를 갖게 되고, 또 자신에게 적합한 성공 모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150) 인간적인 길은 노력 없이는 열리지 않는다. 지식과 책임과 무상제공은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153) 인간적인 길로 가기 위한 전략은 시장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며 그 뒤에 이 둘을 동시에 넘어서는 것이다.

(155) 자유 속에서 인간적일 길로 나아가게 하고, ‘양질의 시간’을 지향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새롭게 나아가게 하고, 이것이 의미를 창조하며 시장사회에서 해방되게 해주는 그런 시간, 나는 이것을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라고 명명할 것이다.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의 핵심 개념
(166) 소비 행위든 노동이든 가릴 것 없이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유용하기만 하다면 보수 지급이 가능하다. 활동 하나하나에 대한 보수액은 민간영역인 경우 시장 논리에 따라, 민간영역이 아닐 경우 민주주의 방식에 따라 정하면 된다

(167) 가난함이란 지금까지는 ‘갖지’못한 것이었으나, 가까운 장래에는 ‘소속되지’못한 것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첫째가는 자산이 네트워크에의 소속이 될 것이다. 이것은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우선적 조건이 될 것이다.

(170) ‘인간관계성 기업’은 상품성을 갖고 있거나 그렇지 않은 인간 관계성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한다. ‘인간관계성 시장’은 도움을 줄 기회를 찾는 사람과 도움을 찾는 사람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실재의 혹은 가상적 장소이다.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열 가지 개혁 과제
(182) 노동은 ‘양질의 시간’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조건, 곧 자기통찰, 무상제공, 책임성 같은 것을 구현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185) 인간관계성 기업의 창설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인간 관계성 기업은 일종의 시민단체로서, 세계화와 그로 말미암아 유발되는 고용불안 및 생계취약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사회연대 실현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교육이나 사고 예방과 서비스에 재정 혜택을 주고 ‘무상제공’을 목표로 하여 ‘비영리 인간관계성 기업’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189) ‘지식에 대한 권리’,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인간관계성 자산에 대한 권리, 특히 그곳에서 성숙하고 ‘양질의 시간’을 누리며 ‘주도적으로 성취해 가는 삶’을 살아갈 수단을 확보해 줄 지식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211) 우선 오늘날 민주주의자들이 테러리즘과 벌이고 있는 투쟁에서 승리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전반적인 국제 관계가 이 같은 투쟁의 문제만 둘러싸고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세계를 지금과 전혀 달리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217) 이러한 개혁 영역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또한 인간적인 길을 따르기 위해서는 우선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매우 위험한 충고자인 두려움은 우리를 이기주의와 폐쇄적 태도로 몰고 가거나 순진한 평화주의에 빠뜨리든지 맹목적 보복을 부치긱 쉽다.

(221)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유토피아에 진입하기 위한 선사단계, 다시 말해서 인간적인 길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 있다. 순간의 폭력과 일상의 조촐함과 이상의 과잉 속에서 이제 우리에게는 이 길에서 앞으로 나갈 일만 남았다.


3. 내가 저자라면

평소 정치나 정책과 관련해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책의 내용과 관련해서 직접적인 코멘트할 수가 없다. 그럴만한 능력이 안된다. 다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책의 구성과 가독성과 관련하여 몇 가지만 짚어보았다.

짜임새 있는 구성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구성의 간결함이다. “미래를 읽는데 중요한 현재의 핵심 키워드(1장)-현재의 철저한 비판(3장)-현재에서 미래로: 새로운 이론(4장)- 새로운 대안의 설명(5장)-새로운 대안의 구체사항(6장)”의 순으로 전개되어 구성이 간결하고 짜임새있다. 글 전체의 흐름이 매끄러운 이유는 현재에서 미래로, 문제에서 구체적 대안으로 이어지는 책의 전체적 논리 때문이다.

핵심적 키워드 정리
1장에서 설명된 키워드(시장 민주주의, 시장사회, 상품사회, 전체주의, 3차 세계대전)를 통해 책 전체를 일관성 있게 설명하고 있어 난해한 주제의 이해를 돕고 있다. 중간 중간에 개념을 정리해주고, 정리된 개념으로부터 다시 출발하는 구도가 좋다. 4장 ‘인간적인 길’에서는 시간 재화에 대한 의미를, 5장의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에서는 관계, 언어, 네트워크등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여 6장의 구체적 대안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의 진단, 새로운 청사진.. 그러나
현재의 문제점으로부터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다. 리프킨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개입하고, 질문하며, 새로운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그러나 역자가 밝혔듯, 그러한 ‘인간적인 길’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하다. 토머스 모어가 예측했던 유토피아가 300년이 흐른 지금 영국에서 실현되었듯, 아탈리의 신유토피아도 언젠가는 이 세상에 빛으로 환하게 발할 것이라 말 할수 있겠다. 하지만 도달해야 할 청사진만 제공하고 중간의 설계와 기초는 무시한 느낌이다.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열 가지의 대안들은 ‘어떻게’ 라기 보다는 ‘왜’에 대한 대답임음 알 수 있다.

추상적인 용어들
전체적으로 추상적이고 난해한 단어들이 많아 가독성이 떨어진다. 용어들은 잘 정리되거나개념화 되지 못한 느낌이다. 예컨대 미래 대안으로 제시한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사회민주주의, 시장민주주의, 사회주의, 시장 사회민주주의 등의 개념을 뛰어넘는 다른 용어로 설명되고 있으나, 단어가 비슷해 책을 읽는 동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차라리 ‘인간적 민주주의’라고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사례의 부족
책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것은 용어뿐만이 아니다. 사례들이 대부분 프랑스와 유럽 몇 개국, 미국의 정치 사례들만 아주 간략히 소개되어 있어 동양의 독자들로써는 난해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마지막 장인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열 가지 개혁 과제’에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장이니만큼, 다른 나라들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이용하여 설명하였다면(그렇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제안이 더욱 와 닿지 않았을까.


배경 지식이 부족한 탓에 책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사실 (몇 가지 적어두긴 했으나) ‘내가 저자라면’에서 건질 것이 별로 없다. 책은 재미없지는 않았으나, 뚜렷이 이해할 수 없었으니 답답하고 아쉽다. ‘내가 저자라면’의 코멘트는 객관적인 내용이라기 보다는 나의 무지함에서 오는 개인적인 불만이 섞여 있음을 인정하며, 미리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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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5.01 16:33:54 *.167.145.56
옹박!
한가지 물어보자. 글은 이렇게 부더러운데 혹시 대인관계는 가다로운 것이 아닌지? 특히 사랑하는 여자에게 말이다. 나는 몹씨 감각적인 놈인데 자네를 생각하면 좀 답답해지는것은 왜 일까?
솔찍히 애길해라, 메일로 보내면 더욱 좋고
쓸데 없이 참견하는 건 아닌지, 고민스럽네,,,
옹박!
큰산은 부더러워. 큰 인물은 주로 공처가이네. 여인을 이해하는 포근한 남자가 되어야 앞으로 행복 할 터인데...

아참. 글이야 최고재!
그런데 뒷판에 처 삼촌 벌초 하듯이 했는데 독자는 다 안데이~~
바쁘제 그래도 끝까지 성의 있게 알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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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5.02 08:40:50 *.99.241.60
그래도 내가 읽은 호모 노마드 보다는 책 선정을 잘한것 같은디..
200여 페이지에 걸쳐서 나오는 신비한 부족들의 이름과 경로들,
그리고 100여페이지에 나오는 말 얘기들...

나도 느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무지의 힘이
앞으로 우리가 배우는 과정에서 하나둘씩 아는 힘이 될 것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기둥이 될 거라고 본다.

그리고 초아 선생님..
제가 지금까지 알아온 옹박은
강한면보다는 부드러운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단앞에서 가르치는 모습이 참 어울리구요.
여자한테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보는데요.
요즘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이성교제를 살펴보니
남자보다 여자가 더 박력있고 적극적인것 같습니다.
이것을 보고 아들한테 딱히 해줄말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계속 관찰하고 풀어봐야할 숙제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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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7.05.02 09:33:31 *.57.36.34
옹박아 연구원생활뿐만 아니라 총무일하랴 무척 힘들지

그러나 세상은 공평해서 감정계좌에 저금이 착착쌓이고
있음을 이해했으면 한다.

원래 선생님의 전략이 어려운 책으로 시작해서 조금쉬운(?)쪽으로
유도하는 듯하다. 점점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으면하는 바람이다.

5월을 맞이하여 다소 색다른 역사의 향기를 맞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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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05.02 22:52:10 *.142.243.73
옹박아, 초아선생님 걱정하신다아.....

나도 이 책 어려웠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빠져드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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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운
2007.09.05 16:08:15 *.134.133.157
뒤늦게 너의 글을 읽었다. 너가 이미 밝혀두었지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때 비평의 날카로움이 떨어짐을 느끼게 되네. 그래도, 우리의 열심이 쌓이면 지성과의 거리는 점점 좁아지겠지? 그걸 믿고 함께 손 잡고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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