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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일 14시 00분 등록
자크 아탈리 : 미래의 물결

1 저자에 관하여

칼 만하임은 그의 저서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에서 ‘자유에 따라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특정 관념속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를 통찰하는 힘과 실천성(praxis)을 아우러는 말로 해석된다.

자크 아탈리와 같은 지식인과 동시대를 살아감은 행복한 일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방향성을 잃고 있거나 현재가 버거울 때 아탈리는 어김없이 나타나 우리에게 positive illosion을 선사한다. 우리가 그에게 열광적인 찬사를 보내는 것은 그의 명석함이나 비범함이 아니다. 우리곁에서 함께 숨쉬며 동시대인의 운명을 함께 나누고 해결의 방향을 모색하고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며 우리 속에서 함께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가 미래를 설계하고 직접 행동하는 지식인임을 확인하는일은 어렵지 않다.
먼저 그가 현재 총재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인터넷 은행으로 창설된 플래닛 뱅크의 성격에서다. 이 은행은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그라민은행‘의 운영방식에 기초를 둔다. 인트넷으로 소액 대출전문가를 양성하고 소상공인들의 자립을 돕는 비영리기관이다.
다음은 그의 저서‘ 미래의 물결의 서문이다.
“그러므로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러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가 어디에서 오며 미래를 밎이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따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테랑 집권당시 나타난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에서다.
이는 객관적인 사실이라기 보다는 나의 유추지만 미테랑 집권 당시 아탈리가 특별 보좌관을 역임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코바시옹은 조화와 균형의 상징이다. 이념이 다른 정파가 공동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프랑스의 정치제도인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이 1986년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아탈리의 ‘조화와 배려의 철학’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탈리는 1943년 알제리의 알제에서 태어나 알제리 독립이 한창이던 열네살 무렵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파리공과대학,파리고등정치학교,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의 명문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치, 경제,인문,예술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와 저작으로 ‘파우스트에 가장 근접한 유럽 지식인’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그의 저작은 학문의 지형을 넓혔고 미래사회를 여는 예리한 통찰력은 새로운 화두를 생산해냈다. 특히 그가 긴 시간 연구해온 노마드연구는 세계사의 흐름에 획을 긋는다.
정착이 아닌 끝없는 유랑의 역사로 바라보는 인간에의 시선은 그의 통찰적 시각과 비범함에서 비롯한 것이라 하고 싶다. 그의 노마디즘은 공간적인 이동만 가르키는 것이 아니다. 버려진 불모지를 새로운 생성의 땅으로 바궈 가는것, 곧 한자리에 앉아서도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없이 자신을 바구어 가는 창조적 행위를 말한다.

2007년 2월에 아탈리는 4번째 우리 나라를 방문했다. 매일경제가 주최한 ‘세계지식포럼’ 참가를 위해서 온 아탈리는 우리에게 희망과 미래비젼을 제시했다. 물론 그 뒤에는 우리가 풀고 가야할 숙제를 명쾌하게 지적해 주는것도 잊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는 2050년에는 한국이 세계최강국의 대열에 서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적 역량, 혁신능력과 문화적 역동성에 그 근거를 찾아내는 그의 치말한 분석은 단순이 그에게 열광하는 한국민에 대한 펜 서비스의 차원이 아님이 명백하다. 그가 제시하는 우리 나라의 미래는 찬란함을 지나서 눈부시기 까지 하다. 그는 우리에게 권고한다. 중국과 일본이라는강대국 사이의 샌드위치 한국으로의 시선이 아니라 이들 두 나라와 ‘친하게 지냄’을 통해 최대한의 것을 이끌어 내기를, 우리 문화의 특수성과 탁월함의 세계화를 위해 한국어 동시 통역 번역기를 만들어 내기를 그는 간곡히 권유하고 있다. 그가 우리 보다 우리를 더 명확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일일까?

아탈리의 노마디즘에 나타난 철학은 나에게 매력적이다 못해 마력적이다. 각 학문의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삶을 탐구하는 사유로의 여행’은 나의 행복의 근원임과 동시에. 현재에 틀을 두고 미래의 노마디즘을 항해 유영하는 힘찬 출발선상이다.

내가 아탈리에 흠뻑 취한 것은 그가 ‘지식인’임 것 이상에 있다.
그의 40여권에 달하는 저서의 하나인 <소리: 음악의 정치경제학 Bruits, conomie politique de la musique)>(1977)에서 발견하는 그의 미학적 안목은 대단하다. 진중권의 미학 분석에 감탄했고 김병종 교수의 탐미적인 미학에 행복해 했지만 아탈리가 음악에 보내는 시선에서 또다른 새로움을 발견한다. 음악의 역사와 음악만이 갖는 미학적 힘을 사회과학적 해석과 정치적 욕망으로 풀어헤친 미학과 음악이론의 걸작을 읽어가는 일은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하는 일만으로도 가슴벅찬일이다.

우리 사회에 지식인 없음에 대해 분노한 적이 있다. 누구나 지식전문가가 되기는 갈망하나 진정한 지식인이 되기는 꺼려한다. 지식인은 통찰력과 실천성을 지닌 동시대인의 운명과 미래세대의 운명에 까지 깊이 인식하는 사람이다. 내 곁에 지식인 없음을 탓하기에 앞서서 생활인으로서 ‘나’의 실천적 역량 부족에 먼저 악수를 청하는 것은 아탈리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아탈리는 나에게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의 주요 저서

- <소리: 음악의 정치경제학 Bruits, conomie politique de la musique)>(1977)
- <지혜에 이르는 길-미로 Chemins de sagesse-Trait du labyrinthe>(1996) 베네치아의 골목길에서 인터넷지 인류 문명이 남긴 모든 미로를 통해 인간의 지혜를 추적한 경이로 운 인문서
- <축약 보고Ⅰ,Ⅱ,Ⅲ Verbatim Ⅰ,II,III>(1993~1996) 미테랑 전 대통령 특별 보좌관으로 서 재직하면서 경험한 당시 국제 정치 상황에 대한 비망록이자 회고록
- <영생 La Vie ternelle>(1989)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욕망을 그린 소설,
- <카니발의 질서-의학의 정치경제학 La Nouvelle conomie fran aise)>(1978)
21세기 사전
4백여 주제어가 사전 식으로 나열되며 각 주제어와 연관된 미래의 의미를 에세이처럼 엮어나가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사전풀이는 21세기에도 성, 전쟁, 사랑, 음악 등이 존재하며 대신 키보드는 사라질 것이라 내어놓는다.

인간적인 길
시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분석과 통찰이 담긴 책.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세상을 어떤 지향과 대안을 가지고 어떻게 변화 시켜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시한다. 양질의 시간을 확대하는 것이 인간적인 길이라는 주장을 볼 수 있다.

합리적인 미치광이
운명의 주인이 되기 위해 새로운 유토피아를 창안해야 하며 그 바탕이 바로 '형제애'임을 제시한다. 유토피아의 의무를 상기시켜 사람들이 역사의 완성을 생각하는 때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때에 새로운 유토피아가 출현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노마드(nomad)는 '유목민', '유랑자'를 뜻하며 노마드의 세계를 '시각이 돌아다니는 세계'라고 묘사하면서 현대 철학의 개념으로 자리잡은 용어이다. 디지털 노마드란 정보기술을 갖추고 지구를 떠도는 시대를 상징한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호모 노마드는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파괴와 창조를 거듭하는 창조인의 전형으로 21세기를 열어갈 새로운 인간형이 될 것이다.

마르크스 전기
학문의 경계를 초월한 연구와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마르크스에 대해 새롭게 논한 이 책은 저자 자크 아탈리가 추구하는 창조적 인간형, 창의적 자유인의 표상을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테랑 평전
1981년 대통령선거에서 65세의 나이로 프랑스 사상 최초의 사회당 출신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1996년 타계할 때까지 프랑스는 물론 세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프랑수아 미테랑!
그가 탄생시킨 유럽연합은 세계 역학을 바꾼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적으론 끊임없이 정치적 도전에 직면해야 했고, 이를 '좌우연정'이란 탁월한 협상과 타협으로 풀어가 세계 정치학자들의 부단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30대 초반인 1974년부터 17년 간 미테랑의 지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했던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가 미테랑 사망 10주기를 맞아 펴낸 책으로 오늘의 한국에 많은 귀감을 줄 것이다.


2. 내 마음에 등어온 글귀

[6]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가 어디에서오며 미래를 맞이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예측 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15] 이렇듯 수천 년을 이어 온 역사가 앞으로 반세기가량 더 지속된다면 시장과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정복하지 못한 영역까지도 모두 통합하게 될 것이다.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고 생활수준은 향상될 것이며 독재는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는 불안정해질 것이고 물과 에너지는 귀해질 것이며 기후는 점점 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불평등과 좌절의 골이 깊어지고 갈등이 증폭되며 인구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19] 이 책의 목적은 내가 원하는 미래상을 보여 주는 데 있지 않다. 나는 미래가, 내가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멋진 잠재적 가능성들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한다.

[26] 과거는 역사의 구조로 작용함으로써 다가올 몇 십 년 후가 어떤 식으로 조직될지 예측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46] 미래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경이로움을 선사할지 이해하고 싶다면, 그에 앞서서 과거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경이로움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능한 것과 변화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를 안다는 것은 역사가 지닌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확실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50] 민주주의로 인하여 왕조 위주의 제국은 종말을 고하게 되며, 화폐를 발명한 덕분에 똑같은 기준에 의거해서 모든 물건의 가치를 측정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민주주의와 화폐, 이 두 가지는 성직자와 군인에게 편중되어 있던 권력이 상인에게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156] 미래란, 너무도 많은 변수가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선험적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너무도 많은 우연으로 인하여 지엽적이고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 전 지구를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너무도 많은 주역들이 지정학, 문화, 이데올로기, 경제게 대해서 저마다 한마디씩 할 수 있으므로, 미래에 대해서는 누구나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답을 얻기란 지극히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조차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158] 앞에서도 보았듯이 기나긴 인류의 역사는 몇 가지 아주 단순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이 출현한 이래로 모든 진화는 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요컨대 세기를 거듭할수록 정치적 자유가 일반화되며, 욕망이 상업화한다는 사실이다.

[161] 미국은 현재 세계 생산에서 자국이 차지하는 비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적자는, 미국 내부에서는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는 동력으로, 국외에서는 생산을 촉진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앞으로 20년 동안은, 설사 미국의 성장률이 금융 위기나 경제 불황, 국내외 갈등으로 인하여 간헐적으로 둔화된다고 하더라도, 범지구적인 문화 정치 군사 미 윤리 사회적 이변들이 세계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강화시킬 것이다.

[165] 세계는 아시아가 지배할 것이다. 세계 무역의 3분의 2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정도만 지나면, 아시아의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다. 이미 세계 20대 컨테이너 항구들 중 13개의 항구가 아시아에 포진하고 있다. 부산과 싱사포르는 지금도 벌써 시간당 90대의 컨테이너선을 처리할 수 있다.

[167] 단선적인 정세 변화의 시나리오에 의거하면, 인도는 2025년에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것이며, 경제력 면에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다.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2010년 이후 중국을 앞지르겠지만, 1인당 총생산은 인구 증가로 말미암아 중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

[171] 2025년이면 인구가 2억1천만 명까지 늘어나게 될 브라질은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 경제대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브라질은 농업과 식품산업 분야의 절대적인 ‘거인’으로 군림할 것이다.

[174] 각 분야에서 혁신의 속도는 좀 더 빨라질 것이다. 가령 제품, 특히 식료품과 의류의 경우, 기획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는 주기가 한 달에서 나흘 정도로 짧아질 것이며, 자동차나 가전제품은 이미 5년에서 2년으로 단축되었는데, 향후 6개월 정도 더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의 생명 역시 점점 짧아질 것이다.

[177] 전 세대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별장이 이제는 주 거주지가 될 것이며, 도시인들에게는 이곳만이 유일한 정착지 역할을 할 것이다. 관광은 침묵과 명상을 주제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적이건 세속적이건, 명상할 수 있고 고독을 즐길 수 있으며 현실과 거리를 두고 은둔할 수 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장소들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179] 두 가지 종류의 산업이 상품화된 시간을 지배적으로 경영하게 될 것이다. 바로 보험산업과 오락산업이다. 이 두 가지 산업은 지금 이미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80] 모든 기업, 모든 국가들은 앞으로 보호와 오락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하여 재편성될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고 세계에 대한 공포로 인하여 발생하는 긴장감을 해소시키기 위하여.

[181] 한 가지 유목민적 상품이 전화, 수첩, 컴퓨터, 음악 재생기, TV, 수표책, 신분증, 열쇠꾸러미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게 될 것이다. 리눅스같이 무료로 제공되는 운영체제를 탑재함으로써 가격이 대폭 저렴해진 컴퓨터 덕분에 이 같은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비용은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로 내려갈 것이다.

[184] 2030년이 되기 전에, 기존의 모든 매체와 모든 유통구조를 혼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품들이 선보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화와 조각, 영화나 문학 등 장르의 구분은 무의미해지며 경계 또한 불투명해질 것이다.

[185] 이처럼 누구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연결이 되어 있으므로,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은 2030년 무렵 극단적인 감시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187] 양육해야 할 자녀의 수가 감소함에 따라 여성들은 보다 손쉽게 남성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그만큼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확대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특히 이슬람 문화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유일신 종교가 지배하는 다른 지역도 비슷한 이유로 이슬람에 앞서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190] 만일 이 같은 도시의 진화가 앞에서 단순하게 짚어 본 것처럼 엄청난 규모로 진행되지 않거나, 그저 기존 도시들이 중간 규모 정도의 수준에서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현실 안주적인 생각이 팽배할 경우, 대규모 도시들 대다수는 사설 경비업체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는 몇몇 부자들의 거주지와, 벙커처럼 보호되는 거주지 주변을 에워싼 도로, 그리고 하수처리시설과 경찰 치안력, 병원 등의 기반시설의 혜택이라고는 전혀 받을 수 없는 임시 거주지의 병렬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199] 결국 에너지는 더 비싸질 것이며, 따라서 에너지 절약은 점점 더 중요한 화두로 부상할 것이고, 물리적은 교류는 점점 더 빗물질적인 교류로 전환될 것이다. 에너지 부족을 피부로 느끼기 전에 보다 시급하게 극복해야 할 것은 바로 농업 생산품 부족과 숲의 고갈 문제다.

[202] 이보다 더욱 심각한 현상들도 나타날 것이다. 가령, 사람이 살 수 없는 해안이 속출하게 될 것인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10대 도시들 중에서 7개는 항구이며, 지구 인구의 3분의 1이 해안에 모여 살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는 굉장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207] 특히 무수히 많은 과정을 소형화하는 분야에서 시급하게 진전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점점 더 작은 공간에 점점 더 많은 에너지와 정보를 축적한다는 의미에서의 소형화가 아니라, 생물체나 무생물체의 구별 없이 무한소의 개념을 도입한 기계를 활용한다는 의미에서의 소형화를 뜻한다.

[209] 이처럼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시간을 효율적으로 쪼개 Tm더라도 사람들은 절대로 모든 것을 다 읽을 수도 들을 수도 볼 수도 방문할 수도 배울 수도 없음을, 그렇게 할 시간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10] 이 논리를 좀 더 극단적으로 발전시킨다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내재적인 기능, 즉 태어나고 잠으로 자고 학습하며 몸을 관리하고 사랑을 나누며 모든 일을 결정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선험적으로’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이 시간이라는 장애물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212] ‘일레븐’ 중에서 일부 국가들과 유럽은 이와 같은 미국의 정책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이들은 자국의 방어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할 필요 없이 경제성장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호적인 국가들에게 원조를 계속할 것이며, 적대적인 국가들의 정치 사회적 영향으로부터 이들을 지켜 낼 것이다.

[213] 하지만 가히 일곱 번째 대륙이라고 할 수 있을 인터넷 공간은 아마도 언젠가 완전한 자율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권력이며, 모국인 미국의 땅을 벗어난 곳에서 거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자율적인 실체로 발전할 것이다.

[214] 2차 도전은 가상 기업이 아닌 미국의 실제 기업들이 미국으로부터 분리되는 양상으로 가시화 될 것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 자리잡은 기업이나 연구소들과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점점 더 극심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미국 전략 산업체들은 점차 생산시설 및 연구시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218] 캘리포니아는 2030년 무렵이 되면 더 이상 창조적 계급을 품 안에 끌어안지 못 할 것이고 주요 산업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 중심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상업적 체제의 아홉 번째 형태는 이렇게 해서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219] 역사가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계속된다면 앞으로 30년 뒤 상업적 체제의 아홉 번째 형태가 내외부의 적들은 상대로 싸움을 벌이느라 지치고 고단한 나머지 사라지게 될 때, 다른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권력자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대륙들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지정학적 위치를 점유할 수 있는 새로운 ‘거점’을 형성할 것이다.

[220] 열 번째 형태가 아홈 번째 형태와 닮은꼴이라면 그 형태는 국가 간에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낼 것이며 풍습의 자유를 확대시킬 것이다.

[221] 이렇듯 미국의 한 도시가 열 번째 거점으로 부상할 확률이 높다면, 그 ‘거점’은 아마도 캘리포니아 해안에 위치한 도시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캘리포니아 는 지구상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바다에 면하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향후 50년 정도는 계속해서 미국에서 가장 활기찬 주가 될 것이며, 다른 어느 주도 감히 캘리포니아 주의 아성을 넘보지 못할 것이다.

[224] 이들 도시들은 ‘거점’ 이 되기 위해서 자기 안에서 에너지와 창의력, 혁신하려는 의지, 대량생산 가능한 체제 등을 만들어냈으며, 세계를 상대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 보이고, 그 결과 세계를 지배했던 것이다.

[226] 사실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함께 생존하고 함께 리드하며 함께 세계 각지로부터 인재를 모으려는 의지가 필요할 뿐 아니라, 부족함에 자극받아 그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목숨걸고 함께 세계를 지배하려는 욕망과, 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227] 유럽의 어느 도시도 거점이 되기 위해 방위바용 지출 부담을 늘리기를 원치 않으며, 따라서 거점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옮겨 앉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33] 2050년 무렵, 시장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체제가 전 지구적 규모로 성장한 시장을 중심으로 통합 될 것이며, 그 때가 되면 국가란 이미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내가 하이퍼 제국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이퍼 제국은 우선 공공 서비스를 파괴하고, 뒤이어 민주주의와 정부조직, 국가의 구분을 차례로 파괴할 것이다.

[234] 이어서 하이퍼 제국과 하이퍼 분쟁으로 인한 실패에 당면하여 새로운 가치가 부상하게 되어. 세계적인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에 다시금 균형이 생겨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전 지구적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241] 2040년 무렵이 되면 사회 다방면에 걸쳐 본질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며, 이로 인하여 시장민주주의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경비는 대폭 줄어들고, 산업체는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다. 국가의 역할은 점진적으로 약해지다가 거의 사라질 것이며, 다중심적인 체제는 서서히 붕괴될 것이다.

[242] 하지만 이 모든 서비스들이 국가와 민족을 구성하고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서비스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변화로 말미암아 개인과 집단이 정체성이나 인생관, 국가주권, 지식, 권력, 문화 등과 맺고 있던 관계는 필연적으로 심각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245] 언젠가는 하이퍼 감시가 출현할 것이다. 신기술의 발달로 상품의 전유통 과정, 각 개인의 이동 경로 등이 백일 하에 드러나게 될 것이며, 이는 조금 더 먼 미래에는 군사적으로 지극히 중요하게 응용될 것이다. 모든 공공장소에는 포획자나 소형 카메라가 배치되고, 이는 점점 사무실이나 휴식 장소 등의 사적인 공간까지 확대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유목미적 상품에까지 정착되어 각 개인의 움직임을 감시하게 될 것이다.

[249] 이렇듯 국가에서 제공하던 공공 서비스가 다시 한 번 대량 생산 가능한 상품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점진적으로 실시되어 온 정책들이 이제 목적지에 도착하는 셈이다. 각 개인은 자기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의 간수가 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개인의 자유는 절정에 도달한다. 적어도 그렇다고 상상할 수 있다.

[252] 본질적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본질적으로 한 지역에 국한될 수 밖에 없는 민주주의의 법칙을 서서히 무시하게 될 것이다.

[255] 따라서 국가의 지위는 이동 중인 대상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오아시스 정도로 하락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살림은 그곳에 잠시 정착해서 생산이나 상업, 오락 등의 활동을 하는 동안만 머물러 있는 유목민들이 지불하는 몇 푼 되지 않는 돈으로 어렵사리 꾸려가게 될 것이다.
[258] 이 하이퍼 제국은 그보다 앞서 미국 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완전히 자유분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몸담고 사는 사람들을 극단적으로 소외시키는 속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259] 인간은 고독하면 고독할수록 허전함과 고독감을 메우기 위해 점점 더 소비를 늘리고, 점점 더 스스로를 감시하며, 점점 더 오락을 추구할 것이다.

[267] 세력이 약해진 국가에게 강력하게 금지할 아무런 수단이 남아있지 않게 되었을 때 생겨나는 기업이 바로 해적 기업들로, 이들은 상업적 체제가 자리잡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이미 존재해 왔다.

[270] 하이퍼 유목민들은 불안정하고 무관심하며 이기적이고 임시적인 범지구적 사회 속에서 최고의 것과 최악의 것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277] 하이퍼 제국은 시장을 세계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빈민층을 사라지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빈곤층은 여전히 인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점점 커 간다. 내가 하위 유목민이라고 부르는 집단은 빈곤선보다 더 아래, 즉 현재 화폐 가치로 볼때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계층을 가리킨다.

[281] 이렇듯 ‘조정’은 그 자체로서 매우 수익성 높은 경제활동의 한 분야로 성장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태어나게 된 기업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 준 보험회사의 업무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들을 도울 것이다. 이들 ‘조정’ 전문 기업들은 차츰 국내 분쟁 조정에서 전 세계 적인 분쟁 차원으로 영역을 넓혀 가게 될 것이다.

[282] 지구상에서 제일가는 구경거리라고 앞에서 말한 바 있는 축구는 앞으로 하이퍼 제국이 어떤 식으로 조정되어 갈지를 보여주는 가장 완성된 형태의 본보기라고 말할 수 있다.

[287] 다시 말해서 이제 인공물로 만들어질 인간은 죽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더 이상 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태어나지도 않았으니까.

[294]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면, 도저히 힘을 합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대들 사이에서 군사동맹이 체결되기도 할 것이다.

[295] 지역적 야심은 우선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마찰을 일으킨 소지가 있으며, 마찰이 커질 경우 국가 간의 군사적 충돌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303] 상업적 체제는 그러므로 다수를 비참함 속으로 몰아넣고 편파적이며 사회의 불안정과 무질서를 야기하며, 자원 낭비와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고, 도덕과 정체성 파괴, 종교적 규범의 파괴를 재촉할 뿐 아니라 억압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도처에서 공격받을 것이다.

[316] 머지 않아 지구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아시아 대륙 역시 이같은 추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까지 불교나 유교 혹은 힌두교의 이름으로 종교 전쟁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슬람은 현재 이슬람의 세력이 지배적인 모든 아시아 국가, 즉 파키스탄에서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지역에서 완전히 세력을 장악하고자 할 것이다.

[317] 미래의 무기는 거의 대부분 감시를 콘셉트로 하여 개발될 것이다. 군대는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에 적합한 디지털 인프라를 확대시킬 것이며,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포착하는 감시 시스템이나 전략적 기지보호를 위한 효율적인 방위 수단을 발명해낼 것이며, 경제적 지능 네트워크도 고안해 낼 것이다.

[326]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계 구석구석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감시하며, 상황을 분석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당사자들 간에 이루어진 합의가 충실하게 준수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구들이 충분한 권위와 영향역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331] 따라서 세계는 점점 더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초토화의 공포, 초소형 전쟁의 공포, 네트워크를 통한 전쟁이나 자기 파괴적인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하이퍼 분쟁에 앞서 희소성으로 인한 분쟁, 국경 분쟁, 영향력 확대 분쟁, 해적과 정착민 사이의 분쟁. 이렇게 네 가지 부류의 분쟁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37] 과거에도 그랬지만, 일부 국가들은 자기들의 체면과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민심을 국내 문제로부터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또는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이웃 나라에 전쟁을 도발하기도 할 것이다.

[348] 인류를 악마의 질곡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두 번째 물결이 인류를 종말로 끌고 가기 전에 세 번째 물결이 밀려와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은 미래를 제때에 맞이할 수 있으려면 예전에 몽상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주 먼 곳, 현재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는 미국 제국을 넘어, 위협적인 다중심적 체제를 넘어, 더 나아가서 하이퍼 제국과 그 사이에 끊임없이 벌어지게 될 무수히 많은 분쟁까지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353] 미래에 이 창조적 계급 가운데 미래의 역사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개인들이 나타나, 자신의 행복이 결국 타인의 행복에 달려 있으며 인간은 단결하여 평화를 사랑해야만 지속해서 생존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상업화된 창의적 계급에 속하지 않으며, 해적을 위해 일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나는 ‘트랜스 휴먼’이라고 부른다.

[358] 노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동은 남에게 베푸는 데에서 기쁨을 찾기 위한 활동이라는 식의 이해가 널리 확산될 것이다.

[365] 세계화와 조정 과정을 거친 시장은 더 이상 민주주의라는 성소를 감히 침범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장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도구들을 개발하고, 도시 인프라를 창조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해 방지 상품, 비만 방지 상품 개발 등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367] 하이퍼 민주주의가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인류 공동의 재산은 거대함이나 부, 행복이 아니라 삶을 가능하게 하며 삶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모든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372] 인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 삶을 행복하에 느낄 때 전체적으로 행복해진다. 이타심은 각 개인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모름지기 트랜스휴먼은 합리적으로 사고한다.

[381] 함께 운명을 짊어지겠다는 공동체 의식은 한국이 지닌 대단한 강점 중의하나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적 도약은 반세기가량 이어진 일본의 강점, 동족끼리 총부리를 들이댄 전쟁의 비국에서 비롯된, 가난과 열강들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집단적인 욕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바로 이 공동의 열망과 의지 덕분에 한국인들은 단결하여 함께 노력한 결과, 불과 30여 년 만에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세계 제 12위 경제대국으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

[384] 교육 개혁은 수업의 양을 줄이면서 노동시장의 현실과 세계 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 개혁은 특히 한국의 대학들을 외국에 알림으로서 외국의 인재들을 한국으로 끌어오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정확히 35년 만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처음에 우리는 서로가 변했기 때문에 누가누군지 알지를 못했지만 서로의 소개가 끝나자 숨어 있는 모습에서 모두 옛날의 그 모습을 잘도 찾아냈다. 변했으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들의 현재 모습에서 그들의 미래 하나하나 그려내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지금의 모습에서 그들의 미래를 유추하는 일은 그렇게 막연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의 모습에서 현재의 삶을 읽어 내듯이 우리 미래의 삶을 또 그렇게 그려나가면 되는 것이다.
자크 아탈리가 미래를 그려내는 일도 바로 이러한 과정이었다. 과거를 돌아보고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큰 흐름을 찾아내며 그 위에 예측되는 미래를 그려나가는 일이다. 그 미래는 우리 미래 세대들이 살아나갈 풍요로운 사회 일 것이라는 낙관적 견지를 지니며 이야기를 전개 해 나가고 있다.

로버트 브래드포드,피터 던컨는 그의 ‘전략기획 노트’에서 10년 전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고 미래를 예측해 보는 방법을 이야기 하고 있다. 과거 10년간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파악하고 나면 향후 10년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좀도 쉬게 짐작할 수 있음에 대한 내용이다.

[46] 미래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경이로움을 선사할지 이해하고 싶다면, 그에 앞서서 과거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경이로움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능한 것과 변화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를 안다는 것은 역사가 지닌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확실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탈리는 우리를 타이머신에 태워 10년 보다 훨씬 더 까마득히 먼 과거로의 스케치 여행을 떠나게 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의 먼 과거로부터 점점 우리의 세계로 다가옴을 그려내는 과정은 정확한 원근법이 적용되었다. 그 과거로의 그림은 현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엿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기서 말하는 ‘수단’이란 향기로운‘감(感)을 품고 있는 것을 말함이며, 미래 엿보기는 현재의 팍팍함을 벗어나기 위함이 아님은 우리는 다음의 대목에서 알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내가 원하는 미래상을 보여주는데 있지 않다. 나는 미래가, 내가 두려워 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멋진 잠재적 가능성이 충분히 발휘 되어야 한다. 이를 돕기 위해서 이 책을 쓴다.

아탈리는 ‘과거로의 시간여행 스케치’에서 3가지가 담긴 정물화 스케치 강좌를 열었다. 강의의 주 내용은 그 3가지 것들이 어떻게 배열되고 미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살피는 작업인 동시에 한 걸음 물러나 멀리서 현재라는 대상을 직시하고 미래라는 정물화를 우리에게 그려보게 하는 것이다. 그 3가지는 요소는 종교권력, 군사권력, 상업화 시장 권력이다.

[158] 앞에서도 보았듯이 기나긴 인류의 역사는 몇 가지 아주 단순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이 출현한 이래로 모든 진화는 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요컨대 세기를 거듭할수록 정치적 자유가 일반화되며, 욕망이 상업화한다는 사실이다.

사물, 또는 대상을 관찰하고 그려나감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주류는 변하지 않는다. 대상의 ‘존재’는 확실하되 그를 그려내고 담고 표현하는 방식만 달라질 뿐이다. 예술에는 이를 ‘창조’라고 일컫고 자크 아탈리는 이를‘시장’이라고 불렀다. 대상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모든 창조의 세계에서의 기본이다. 나아가서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는 기본 흐름이 된다. 기업은 그 대상을 소비자라 부른다.
아탈리의 사상의 근본은 ‘인간’에 있다. 그의 천재성을 바탕으로 해서 그의 비범한 사고를 우리에게 강요하거나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는 앞장서서 우리에게 깨어있기를 바랄뿐이다 그의 바램은 항상. 희망이라는 것을 동행한다.

[381] 함께 운명을 짊어지겠다는 공동체 의식은 한국이 지닌 대단한 강점 중의하나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적 도약은 반세기가량 이어진 일본의 강점, 동족끼리 총부리를 들이댄 전쟁의 비국에서 비롯된, 가난과 열강들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집단적인 욕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바로 이 공동의 열망과 의지 덕분에 한국인들은 단결하여 함께 노력한 결과, 불과 30여 년 만에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세계 제 12위 경제대국으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

[384] 교육 개혁은 수업의 양을 줄이면서 노동시장의 현실과 세계 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 개혁은 특히 한국의 대학들을 외국에 알림으로서 외국의 인재들을 한국으로 끌어오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아탈리의 4번째 우리 나라 방문은 그의 특별한 한국 사랑에 앞서서 실천적 지식인의 행동이다. 그는 우리에게 긍정의 암시를 바탕으로 한 냉철한 상황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다. 물론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거나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혜안으로, 나아가서는 세계의 흐름이라는 큰 물결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읽고 있다는 사실은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의 천재성과 함께하는 현실 참여는 우리에게는 행운이다.
나는 만약 그의 40여권의 저서를 두루 살펴보지 아니했다면 ‘제 3의 물결’에서 그의 편협성을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학문을 품어 풀어내는 혼합의 예술성을 알고 있다.
그 가운데 제3의 물결을 읽어낸다. 나는 미래에 도도히 흐르는 제 3의 물결을 헤쳐 나갈 우리 미래 세대들을 위해 오늘 하루 무엇을 주어야 할지 즐거운 마음으로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방긋한 미소로 희망을 전할 것이다. 아탈리에게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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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5.01 16:23:49 *.167.145.56
손 끝의 마술사인지?
풍부한 지식과 경륜이 보인다. 그리고 나이에서 옴인지 침착하고 부더럽다. 만났을 때에는 사귀기 힘든 분이였는데...

창작은 어떻는지 보고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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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2007.05.01 19:24:28 *.114.56.245
감사의 말씀을 이제야 드립니다. 선생님께서 우리 변.경을 아낌없이 지지해 주심은 자크 아탈리가 지니고 있는 실천적 지성인의 모습이지요. 부산에 가면 언제 뵈올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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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5.02 08:46:57 *.99.241.60
아탈리에 대한 참으로 다양하면서도 읽기가 참 편안합니다.
정물화를 그리는 방법도 절묘한 표현같습니다.
아직 저에게는 이러한 면보다는 자꾸 사실적인 것과
표면에 나타는 문제들만 가지고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묵직하면서도 전혀 무겁지 않은 서평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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