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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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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31일 18시 33분 등록
I. 저자에 대하여

이 사람은 도대체 뭐지? 천재인가? 괴물인가?

저자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이 사람이 과연 인간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한 인간이 어찌 그렇게 많은 학문을 섭렵하고, 그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골고루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진정한 엘리트란 어떤 존재인지 그는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개인적 역사

1943년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알제리는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아랍계 국가이다. 이 나라는 1954년부터 민족해방전선(FLN)을 중심으로 8년간 프랑스와의 격렬한 전쟁 끝에 독립을 이루었다. 1956년, 바로 이 알제리 전쟁 중에 그는 파리로 이주하게 된다. 그의 천재성은 그의 학벌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프랑스에서 한 곳만 다녀도 수재 소리를 듣는다는 학교를 그는 네 곳이나 다녔다. 에콜 폴리테크닉에서는 공학을 전공했으며, 에콜 드 민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또한 시앙스포에서 정치경제학 전공했으며, 국립 행정학교(ENA) 졸업하였다. 그는 정치학, 경제학 두 개의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소르본 대학의 프랑스 엘리트 학교를 졸업 하였다. 훗날에는 자신이 공부했던 에콜 폴리테크닉과 파리제9대학에서 강의했으며, 소르본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학벌만큼이나 그의 커리어 또한 눈부실 정도이다. 국무원 심의관으로 근무하였으며, 1974년에는 미테랑 사회당 제일서기인 경제고문으로 취임했다. 그 기간 중 그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학 이론과 사회주의론 전개하여 프랑스 사회당의 스타가 되었다. 1981년 미테랑 대통령의 탄생과 더불어 대통령 특별 보좌관이 되었다. 이후 정치계를 떠나 1991년부터 1993년까지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초대 총재를 역임하기도 하였다. 현재에는 컨설팅 회사인 '아탈리&아소시에' 대표로 재직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의 인터넷 은행 플래닛 뱅크 총재이기도 하다. 또한 2008년에는 대통령 직속 성장촉진위원회(일명 아탈리 위원회)를 이끌며 프랑스 정부의 개혁 보고서를 완성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하였다.

그에게 붙은 수식어

그는 경제학자이며 철학자이다. 또한 문화비평가이며 미래학자이다. 인문, 사회과학, 경제학, 자연과학, 문학, 영화, 연극, 패션 등 갖가지 분야에 걸쳐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뛰어난 저술가이다. '호모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에서 인류의 역사를 노마드라는 키워드로 꿰뚫어본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방대한 지식을 갖고 드넓은 지적 영역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지적노마드이다. 사람들과 언론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들 또한 다양하다.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보좌관 시절에는 '미테랑 대통령의 휴대용 컴퓨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수재'이며,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이며, '현대판 르네상스맨'이라 불린다. 또한 '21세기의 파우스트'라 불리기도 한다. 그야말로 그는 학문과 예술을 넘나드는 종합적 지식인이다.

그는 평생을 "기술이 지구적 경제 불평등에 어떤 해답을 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가슴에 지닌 채 이를 풀기 위해 살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관심분야의 폭은 정말 평범한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를 넘는다. 그는 국제사회의 권력이동 경로를 연구했으며,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리즘의 위협을 연구했다. 또한 국제정세에 대한 미래의 전망, 기후의 이상변동, 금융의 거품 현상, 휴대폰의 인터넷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전방위에 걸쳐 우리의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연구를 했다.

집필

그의 집필 분야는 인문, 사회과학, 경제학, 자연과학, 심지어는 문학, 영화, 연극을 아우른다. 총 40여권을 집필했으며, 그 중 10여권이 국내에 소개되어있다. 그의 책은 2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600만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지혜에 이르는 길, 미로> 베네치아의 골목길에서 인터넷까지 인류 문명이 남긴 모든 미로를 통해 인간의 지혜를 추적한 경이로운 인문서
<영생>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욕망을 그린 소설
<축약보고 I, II, III> 미테랑 전 대통력의 특별 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당시 국제 정치 상황에 대한 비망록이자 회고록
<마르크스 평전>
<미테랑 평전>
<카니발의 질서, 의학의 정치 경제학>
<21세기의 승자> 그의 최초의 미래서
<21세기 사전> 한국번역서의 제목은 "합리적인 미치광이"
<인간적인 길> 인간 중심의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라는 유토피아 제안
<호모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21세기의 패러다임을 유목민의 역사에서 찾고자 시도
<미래의 물결> 자신의 모든 지식, 정보, 고뇌의 총체
<소리, 음악의 정치경제학> 음악의 역사와 음악만이 갖는 미학적 힘을 사회과학적 해석과 정치적 욕망으로 풀어씀

방한기록

그는 2007년 4월 1일 한국을 찾았다.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비전2030 글로벌 포럼"에 참가하여, 한국은 2030년에도 여전히 10대 주요국가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한국의 새 대통령은 사회정책을 탄탄히 강화하고 한국이 세계의 큰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거대한 비전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가족정책과 저출산 문제가 우선 해결과제임을 언급하였다.


II.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제1장 노마드, 여행자의 삶

16) 걸인이나 정복자들은 언제나 정착민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이다.

21) 이때부터(4만 5천 년 전쯤) 인간은 공간을 걸어간 날들의 수로써 측량했다. 거리란 얼마간의 시간일 뿐이었다.

22) 서로 갈망하고 있는 것을 상대로 하여금 가능한 한 빨리 포기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 무엇도 허용되었다.

32) 모든 노마드들이 꼭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반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은 사람들은 모두 결국 노마드가 되고야 만다.

제2장 노마드적 인간의 기원

75) 노마드는 집단으로밖에 생존할 수 없다. 자연선택 법칙은 일을 분업하고 경험을 전수하는 데 뛰어난 자들에게 유리하다.

78) 오늘날까지도 어떤 이누이트족은 정기적으로 이름을 바꾸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성으로 재탄생되어 상징적인 환생을 겪게 된다.

80) 노마드는 하루 보행을 단위로 공간을 측정한다. 그들에게 거리란 시간일 뿐이다.

83) 배두인족의 한 격언에 따르면, “손님이란 그가 환영을 받을 때면 왕이고, 그저 재워주는 것이라면 포로이며, 그가 떠나게 되면 사절이 된다."

86) 노마드는 모아두지 않고 아끼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자신들이 기생하며 살고 있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다.

제3장 제국의 말(馬) I

100) 처음 역사를 주도한 주체도 오늘날 그토록 으스대고 있는 오만한 국가들이 아니라, 떠돌아 다니다가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린 고도의 문명들이다.

112) 노마드의 발명품인 민주주의와 시장은 교역 확대의 원동력이 되었다.

117) 정착민의 시간은 기다림의 시간이고, 노마드의 시간은 이야기의 시간이다. 약속의 땅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성경이 그러하듯이.

118) 선(善)은 노마든적이고 악(惡)은 정착민적이다.

119) 헤브루인은 가장 간단하고, 가장 세련되며, 가장 완벽한 노마드적 해결 방법을 찾아냈다. 즉 그들은 자기들이 통과하는 지역의 신들을 자신들의 신들이 공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신은 하나뿐이라고 공표했다. 그리고 그 신은 자신들을 받아들여주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신이며, 모든 인간들의 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신은 자신들을 맞아주는 사람들에게 어떤 봉헌물이나 제물, 또는 '역병'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헤브루인들은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의 환대를 기대했다.

121) 인도에서는 다른 왕자가 순수의 길을 찾기 위해 노마드가 된다. 그는 후에 붓다가 된다.

121) 성경은 당시 정착민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선(善)은 노마드적이고 악(惡)이 정착민적이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진정한 야만인은 자신들의 땅에 대해 질투하는 농민들이며, 그저 통과해 갈 뿐인 목축민들만이 문명인이라는 것을 성경은 증명해 보인다.

제4장 제국의 말(馬) II

185) 기독교는 기존 종교들에 접목되어 서로 다른 종족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제5장 새로운 노마드, 주변인과 발견가

238) "유해는 짐바리 짐승위에 실었다. 그 짐승의 한쪽에는 유해가, 다른 쪽에는 그가 쓴 책들이 실려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라고 썼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박식한 노마드의 이미지인가!

242) 수도사, 걸인이나 설교가들이 저마다 신앙의 노마드가 되어 길을 나섰다.

249)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오래전부터 정착민들의 발명품인 국가는 모든 노마들에 대항해 싸우는 것을 첫째 임무로 삼고 있었다. 군주제적 관료제의 최고 적은 바로 불행한 여행자인 가난한 사람이었다.

260) 흑사병은 교훈 하나를 남겼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다른 데 가서 병을 퍼뜨릴 수 있다면 추방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그러니까 그들을 가두어야 한다. 병원에, 감옥에, 또는 일터에

264) "우리는 그들의 떠돌이라고 해서 감옥에 처넣는다. 그들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들에게 일을 주고 싶어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266) 나중에 오게 될 세계화와 마찬가지로, 최초의 세계화로 인해 상품, 상인, 사상의 유통은 더 용이해진다. 하지만 바로 그 세계화가 유발시킨 가난한 자들의 이동에는 전과 똑같이 적대적이었다.

제6장 산업적 노마디즘

298) 유일하게 좋은 인디언이란 죽은 인디언이다

302) 인디언들에게 영어와 개신교를 동시에 강요하였는데, 그 목적은 "인디언을 죽이고 인간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311) 제국의 경찰총장이던 푸세는 "반체제 인사, 다양한 주변인, 동맹 노동자, 불복종자, 탈영병"을 감시한다는 핑계를 내세워 이주 노동자들의 모든 이동을 내부 여권 체계에 따르게 만들었다. 이것이 신분증의 시작이었으며, 경제 생활을 조절하는 데 쓰이기도 한 '종이로 된 정체성'의 시작이기도 했다.

324) 육상은 18세기 말에 귀족 신사들이 말에게 길을 터주는 일을 맡기려고 고용한 하인들 간에 벌어지던 경주에 내기를 거는 형식으로 생겨났다.

348) 동시에 영화는 지배적인 대중예술로서, 실제 세계에서 도피할 수 있는 주요한 방법으로서, 상상 여행의 주요 양식으로서 자리 잡는다. 도시 노마드들이 도시 안에서 밀집되어가고 있을 때, 움직이는 영상은 현실이 그들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모험과 이야기 속에서 여행할 수 있게 해주었다.

351) 지구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욕구 중 첫 번째는 통행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제7장 노마드를 구해야 한다.

377) "우리가 유일하게 확인한 진보라는 것은 벌목된 나무들이 죽 늘어선 먼지 나는 길과 이동 주민을 위한 수용소뿐이다. 우리로서는 그들의 자칭 진보라는 것이 그저 기근, 종속, 무력감, 우리 문화의 파괴, 우리 민족의 사기 저하를 의미할 뿐이다."

378) "우리에게는 날개가 달린 새처럼 행운이 있다. 만약 우리가 집을 지은 곳이 더럽고, 진흙투성이이며, 미끄러워서 우리에게 적당치 못하다면, 우리는 그냥 이사해버린다.... 걸어가다가 멈추고 싶어질 때면 우리는 1년이건 이삼일이건 한 장소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이동하고 있다."

399) 말리의 주민들은 가축을 현대 의학보다 더 잘 치료해주는 토속 약초와 나무를 이용할 줄 안다.

401) 노마드들의 땅에 장벽들을 세우거나, 아니면 그들의 땅으로 적극 침투를 위한 주요 진입망을 지나가게 하거나 하면서 노마드들을 뒤흔들어놓거나 부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마드들의 정착화를 진보의 한 요인처럼 떠벌리고 있다.

제8장 한 명의 정착민, 세 명의 노마드

427) 현재 지구상에는 해마다 9천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고 있는데, 해마다 정치적, 경제적, 또는 문화적인 이유로 자기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의 수는 1천만 명이다.

428) 미국에서는 근로자의 3분의 2가 조만간 5년마다 한 번씩 이사를 하게 되고, 평생 직장은 그 누구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일자리에 대한 권리를 유지하고자 투쟁하고 집을 사느라 빚을 지고 있는 유럽인들도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점점 더 불안정한 정착민으로 살다가 이어서 체념하고 더 자주 이동하는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

429) 정착민들은 어디서나 여행을 학업 과정과 경력 과정의 필수로 여긴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고용할 만한 사람'으로 남아 있으려면 여행자로서의 자질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431) 하이퍼노마드들은 인프라노마드들이 자신들을 방해할 경우에만 그들에게 신경을 쓴다. 특히 겨울이면 수세기 전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 탄압과 통합을 뒤섞어가며 그들을 관리한다.

433) 오늘날, 남쪽 국가의 16개 도시들은 인구가 1천만 명 이상이다. 여기에 상파울루, 멕시코시티, 봄베이, 상해, 리우데자네이루, 캘커다, 델리, 서울, 라고스, 카이로가 포함되어 있다. 2015년에는 인구가 1천만 이상인 도시가 24개가 될 것이다.

438) 이제 사람들은 가상적 이민자, 대학의 원거리 학생, 박물관의 움직이지 않는 방문잭, 다른 대륙의 병원에서 치료 받는 환자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가상적 정착민이 되어 실제로는 이동 중인데도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믿게 할 수도 있다. 정착성과 노마디즘은 이제 하이퍼월드 속에서 서로 결합되기도 하고 혼동되기도 한다. 각자는 이 하이퍼월드에 살명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선택할 필요도 알릴 필요도 없이 살 수 있다. 가면의 장소인 이 하이퍼월드는 자기가 이동하였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도 없이 온갖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 혹은 적어도 그렇다고 믿는다.

439) 하이퍼월드는 역사가 없는 새로운 장소, 새로운 세계이다. 하지만 뒤에 보면 알겠지만 사실상은 모든 행위의 초감시 장소이기도 하다.

439) 노마드는 여행을 할 때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다닌다. 그런 노마드 물건들 중 첫째는 두말할 것도 없이 불이다. 그 다음으로 의상, 도구, 무기, 귀금속, 악기, 노예이며, 그 다음으로는 말, 파피루스, 종이이며, 그 다음에는 정착민적 물건들을 소형화하거나 휴대할 수 있게 만든 것들로서 시계, 사진기, 라디오, 전화기, 카세트, 노트북 컴퓨터 등이다. 그런 다음에 노마드적인 이름을 가진 첫 번째 노마드적 물건이 생겨났다. 바로 워크맨이다. 소니의 창립자 아키오 모리타가 골프를 치면서 음악을 듣기 위해 고안한 물건이다. 그도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도시 여행을 하고 싶어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440) 휴대전화는 스칸디나비아 북극지방 노마드들의 필요에 의해 널리 장려되었고, 인터넷은 굉장히 많은 교환이 필요한 하이퍼노마드 계층의 연구자들을 위해 확산된 것이었다. 이런 노마드적 물건들은 정착민들에게는 여행의 대용품이지만, 노마드들에게는 노마드들 사이뿐만 아니라 정착민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441) 각자는 자신이 더 자유로워졌다고 믿게 될 테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감시하는 것일 뿐이며, 하이퍼월드 속에서 각자의 감시 하에 자신의 움직임이 감시당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노마디즘과 정착성이 가상적으로 한데 수렴된 물건들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443) 별장이 주거지가 되고 유일한 고정점이 되어갈 것이다. 관광은 침묵이나 고독을 찾아나서는 것이 될 것이다. 종교적이든 아니든 간에 은거, 고립, 명상의 장소들, 행동하지 않으며 지내는 장소들이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449) 쿨라란 귀금속을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여행하게 만들면서 그 귀금속의 임시 소유자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는 의식이다.

451) 만약 빛의 속도와 비슷한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면, 프록시마 켄타우리라 불리는 가장 가까운 별에 도달하는 데 4년 3개월이 걸린다.

452) 가난의 문턱 안쪽에 살고 있는 인프라노마드들의 숫자는 1940년대 말에는 5억이었다고 2003년에는 25억으로 증가했으며, 2040년이면 50억으로 늘어날 것이다. 설사 중산층 정착민이 인도와 중국에서 확대된다 하더라도 인류의 대부분은 점점 더 불안정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457) 모든 북쪽 국가들에서 정착민들의 지출(교육, 건강, 안정)이 아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 지출들은 노마디즘을 점점 더 거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459) 노마드가 되기에 너무 어린 아이들은 부모들의 불안정화에 의해 또는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아주 일찍이 일종의 상징적인 좌정 시위를 통해 반발한다. 그들은 장벽을 친 좁은 세계 속에 폐쇄적으로 있으면서 거기에 나오지 않는다. 노마드적 물건 중 하나인 이어폰의 자폐증 속에서, 비디오게임의 작은 창 속에서, 일본의 '오타쿠'를 모방하면서 이 가상적 노마디즘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모니터만을 집착하며 실제 세계 속에서는 부재 생태로 있다.
이런 좌정 시위는 점점 더 '비만'과 같은 질병이나 '마약'과 같은 일탈로 표출된다.

460) 비만은 사람들이 보통 얘기하는 것처럼 정착성을 떠안아서 생긴 질병이 아니라, 노마디즘에 대한 절망적인 거부의 표현이며, 노마드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을 실어 옮길 수 없는 상태로 만들려는 무의식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461)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정착민이 될 수밖에 없는 이들은 특별한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한다. 미용이나 다이어트 제품, 부동성 스포츠, 병원, 의료시설을 갖춘 집, 사회복자시 등. 사실상 그들은 어린 부동층의 동맹자가 되어 손자들과 조부모 간의 연대의식 속에서 때때로 함께 살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성인들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노마드가 되어 계속해서 돌아다닌다.

464) 사실상, 미제국의 전 지구적 라이벌은 세 가지 범주의 노마드 세력들로서, 시장, 종교, 민주주의이다. 각각은 제국과 국가들을 깨부수려는 세계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465) 노마드 기업은 그 어떤 국적도 표방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익이라는 준거에만 따를 것이다.

465) 건강, 교육, 국방의 민간 서비스 분야가 지금까지는 국가가 제공하던 것들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다른 회사들처럼 노마드적이 될 것이다. 법들은 계약들로 대체될 것이고, 사법은 중재로 대체될 것이다.

473) 국내 인프라노마드의 '관리' 비용은 창출된 부의 20분의 1을 넘지 않는다.
반명, 외부 인프라노마드로부터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쓰이는 비용은 훨씬 많다. 미제국은 그렇게 해서 시장을 지배하고, 상업 지대를 보호하며, 자원들에 확실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미국의 전략적인 영향력을 확실히 하고, 농업을 지원하며, 첨단산업을 보호하고, 동맹국가 정부들을 도와주며, 이슬람의 정치사회적 영향과 투쟁하려 하는 것이다.

제9장 트랜스휴먼

503) 명상, 평정, 침묵, 미소, 체념, 모든 삶들의 모든 행위의 상속자인 개인은 이제 무관심, 평온함 또는 초월 속에서 정신의 보편적 영원성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해온 인간적 방황을 피하게 될 것이다.

옮긴이의 말

508) 이제 우리는 노마드와 정착민이 대치하는 세계가 아니라, 누구든 노마드이면서 정착민이 되어야 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할 것이라는 이 책의 마지막 제언도 오늘날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해준다.


III. 내가 저자라면

"이걸 계속 봐야 되는 것일까?"라는 고민과 함께, 뒷부분에는 기막힌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했다. 느릿한 낙타위에 앉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황량한 사막길을 가는 유목민처럼, 나는 느릿느릿 넘어가지 않는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자크 아탈리, 그가 끊임없이 내뱉는 세계 각지의 유목민의 역사는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래서 뭐?"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숙제를 한 주 쉬었기 때문이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실마리가 나오기 전까지 참으로 고된 책읽기였다. 저자는 나 같은 독자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친절하게도 책의 첫머리에서 '몇 페이지로 말하기'라는 제목으로 전체적인 내용을 충실히 요약해주고 있다. 책의 내용을 제대로 드러내는 그의 요약들 중 몇 가지를 옮겨본다.

* 인간이라는 종(種)을 탄생시킨, 생물체들의 그 엄청난 뒤얽힘은 이동성, 미끄러짐, 이주, 도약, 여행으로 이루어졌다. 인간의 역사가 노마드적인 것이 되기 훨씬 전에, 아메바에서 꽃으로, 생선에서 새로, 말에서 원숭이로 진화한 생명의 역사 자체가 이미 노마드적이었다.
* 인간은 여행을 통해 태어난다. 인간의 몸은 정신과 마찬가지로 노마디즘에 의해 형성된다. 인간의 고유한 특질은 우선 두 발로 달린다는 점이다.
* 노마드들은 그때 중요한 것들을 만들어냈다. 불, 사냥, 언어, 농경, 목축, 신발, 옷, 연장, 제식, 예술, 그림, 조각, 음악, 계산, 바퀴, 글씨, 법, 시장, 세라믹, 야금술, 승마, 배의 키, 항해, 신, 민주주의가 그것들이다. 미래의 정착민들이 발명하도록 남겨놓은 것이라고는 국가, 세금, 감옥, 저축, 총, 대포 화약 등이었는데, 맨 먼저 그런 발명이 이루어진 곳은 로마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속도는 나지 않고 자꾸만 책의 흐름을 놓쳐 앞장으로 뒤돌아가기 일쑤였다. 무엇보다도 역사를 다룬 책을 읽을 때면 항상 나에게 두려움이 대상이 되는 것은 수많은 인명과 지명 등이다. 이 책 역시 전 세계의 지명을 두루 언급하는 것은 물론이며, 듣도 보도 못했던 수많은 종족의 이름으로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과야키족, 멘크라그노티족, 푸난족, 네그리토족, 돌간족, 라칸족, 롬바르드족, 롬적, 와오라니족, 아이누족, 알곤킨족, 아리안족, 쇼숀족, 수메르족, 비지고트족, 보보족, 베르베르족, 바라바이그족, 투아레그족과 같은 낯선 이름의 종족들이 책의 곳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 또한 세계사를 '노마드'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재해석하는 그의 솜씨는 현란하기 그지없지만, 세계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갖추지 못한 나에게는 그저 그의 현란한 솜씨를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한 채 입 벌리고 침만 질질 흘리고 있는 꼴이었다. 조금 과장을 덧붙인다면 없는 울렁증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세계적 석학들의 책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다른 것은 역시 책을 쓰기 위한 그들의 준비와 노력이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 또한 책 뒷부분에 실린 참고문헌의 수만 봐도 400 가지가 넘는다. 실제 집필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알 수 없지만, 참고문헌의 숫자만으로도 저자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의 구성 또한 서양의 다른 석학들의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진다. 책의 대부분을 저자 자신이 얻은 통찰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들로 채우고 있다. 그 방대한 자료의 융단폭격으로 몸이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그 폭격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정신을 차릴만 하면 그 때서야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리고 나는 그때서야 앞선 폭격의 의미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자크 아탈리는 세계사의 흐름은 '노마드'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로 훌륭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 속의 모든 것은 노마드로 시작해서, 노마드로 끝난다. 저자 스스로도 인문, 사회과학, 경제학, 자연과학, 문학, 영화, 연극, 패션 등 모든 분야를 넘나들면서 지적 노마드로서의 삶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역사를 정착민의 역사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상당히 설득력있는 내용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한 사람의 통찰의 깊이에 놀라움을 느낀다. 누구에게나 이 세상은 똑같은 듯이 보이지만, 사실 세상은 그것을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달리 보이기 마련이다. 세상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는가가 그 사람의 모든 생각, 행동, 더 나아가서는 인생을 결정짓기도 한다. 남들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훌륭한 능력일 수 있다. 이 책은 노마드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로 우리의 기나긴 역사와 먼 미래를 미리 둘러보는 재미를 안겨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 세계를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저자의 시각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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