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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2일 23시 5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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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돼지꿈

 글쓴이 : 기무라 유이치 / 그린이 : 다시마 세이조 / 옮긴이 : 박이엽 / 출판사 : 현암사 

 


그림책 리뷰를 여기에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올립니다. 

제가 앞으로 깊이있게 보게될 책이 그림책을 많이 포함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빼면 심심할 것 같습니다.


그림책을 

사건이라는 요소로 이야기로 나누고 보고,

그림 장면으로 나누어가며 보는 것은 그림책을 읽는 재미를 해치지만, 

그림책을 보며 배우고 싶은 게 있어서 

페이지에 따라서(그림장면)에 따라서 이야기를 토막내어 가며 봅니다.   


32쪽의 페이지(16장면) 구성에서 어떻게 재미를 넣고,

어떻게 이야기와 그림으로 전개해 가는지 찾아봅니다.


그러니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소개 리뷰는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연구원 공부할 때 쓰는 리뷰쓰기 방식도 따르지 않습니다.


이야기(사건)를 따라가는 것인지,

그림을 따라가는 것인지,

작가의 전하려는 의도를 찾으려는지... 

그런 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림책은 한 권에 3가지의 이야기 전개가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텍스트) 자체로 전하는 이야기,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

그 둘을 함께 읽어나가면서 독자가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


그러니 어느 이야기를 따라가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 * 


글작가 기무라 유이치를 검색하니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유명한 그림책이 나오네요.

영화로도 만들어졌나봅니다. 아직 이 그림책은 보지 못했습니다. 

어디선가 이 내용이 보았습니다.

폭풍우치는 밤에 늑대는 아기양을 만났고, 

아기양은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양이고,

늑대는 자신이 양을 잡아먹는 존재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고,

그리고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그 양을 먹어야 하는 것을 알지만,

잡아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늑대의 고민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저는 글작가보다는 이 책의 그림에 반했습니다.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들을 찾아보니, 그림이 여러풍이 나옵니다. 

이 책과 같은 분위기는 몇 편 안되네요.

이 그림작가는 편안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면서도,

스토리에 따라서 그림의 스타일을 바꿔가는 사람인가 봅니다.



얼마전 전시회에서 만난 만화작가는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위해서 

(독자가 더 잘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

독자의 심리적 장벽을 부수는 일로 초반에 무겁게 잔뜩 힘을 주어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어린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주인공의 성장과 더불어 공감을 쌓아가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대중적인 것을 넣기도 한다고. 

그 또한 오직 더 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 이유로 말입니다. 


* * *  


그림책에는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있기에 

그 둘의 조화로, 편집으로 이루어지기에 

이야기의 전개를 글과 그림 양쪽을 모두 봐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저는 그림에 빠져 버렸습니다.  


그림책-늑대의돼지꿈-1.jpg

(1장면 : 늑대의 등장)

 

 

그림과 내용이 재미있어서 서가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뒤적거리다가 단숨에 읽어버리고는 다시 보려고 빌려왔다.

책을 정리하는 사람이 다니는 그 좁은 서가에서 바닥에 책을 펴놓고 그림을 넘겨가면서 보는 재미, 키득키득하는 맛.

 

동물들이 우스꽝스러우면서 생생하다. 이중에 단연 으뜸은 주인공 늑대다. 늑대는 늑대처럼 생겼다. ​그런데 새끼 돼지는 새끼 돼지같지 않다. 늑대는 무서운 존재라고 여겨서인지 털이 차분하지 않다. 이빨도 강조했고, 입도 엄청나게 크다. 무서운 늑대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있지만 굉장히 우습게 생겼다. 새끼돼지는 늑대가 본 모습 그대로였다가 늑대의 상상으로 계속 살이 쪄간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겨갈 때마다 새끼돼지가 계속 살찌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늑대가 말라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함께한다.

 

 

도서관에 갔을 때는 배탈이 난 뒤라서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다보니 힘이 났다. 우울할 때 보면 에너지가 충전될 듯 하다. 

 

그림 속에 식물들도 늑대처럼 생기발랄하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후에 그 느낌을 아이와 함께 그려본다면 이렇게 재미나게 그릴 것 같다. 늑대가 달려가고 뒤집어지고, 닭을 잡고, 돼지를 잡아서 입속에 넣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그리고 그것이 그림으로 그려진다면 어떤 장면이 나올까. 머리 속에 크게 떠오르는 가장 중요한 그 장면이 그려진다면 이 책에 나온 그림과 같을 것 같다. 늑대는 커다랗게, 도망가는 돼지는 귀엽고 작게.

 

놀라서 잡힌 닭은 그 화다닥하는 모습이, 멀뚱멀뚱한 토끼와 사슴은 뻥찐 모습으로.

 

* 이 이야기의 첫번째 장면을 주인공인 늑대를 등장시키는 것으로 하고 있다. (책 속의 주요 장면이 아니다. 책 제목이 있는 페이지가 첫장면 늑대의 등장이다.)

 

 그림책-늑대의돼지꿈-2.jpg

(2장면: 2쪽 - 3쪽)

늑대가 새끼 돼지를 발견한 곳은 상수리나무 숲 속이었어요.

"게 섰거라. 나한테 걸린 이상, 

너는 도망치지 못한다."

 

* 주요 등장인물과 사건이 단숨에 등장해 버린다. 첫번째 장면에서 첫번째 사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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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면 : 4쪽 -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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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면 : 6쪽 - 7쪽)

'그거 참,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놈이었는데....'

 

늑대는 놓쳐 버린 새끼 돼지를 머리속에 그려 보았어요.

'아, 맛있는 새끼 돼지.

그놈을 꼭 먹어야 해.....'

 

늑대의 뱃 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 달아다는 새끼 돼지는 저 멀리 있고, 늑대는 놓친 돼지 생각을 한다. 늑대의 머리 속에는 맛있는 새끼 돼지 생각뿐이다. 

 

(5장면 : 8쪽 - 9 쪽 : 늑대가 언덕을 올라가고 토끼들이 늑대를 보고 놀라서 달아닌다.)

 

(6장면 : 10쪽 - 11 쪽 : 늑대는 토끼를 뒤로하고 언덕을 계속 올라간다. 늑대의 머리 속에는 통통한 새끼돼지를 입에 넣는 생각뿐이다.)

"흥, 그 새끼 돼지에 비하면 네 놈들은....."

늑대는 토끼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고 씩씩하게 언덕 위로 올라갔어요.


그림책-늑대의돼지꿈-12.jpg

 (7장면 : 12쪽 - 13 쪽 : 늑대가 싸우러 오는 줄 알고 커다란 뿔로 위협하여 버티는 어미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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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면 : 14쪽 - 15 쪽 : 사슴들을 뒤에 두고 계속 언덕을 오르는 늑대)

"아냐, 이따위 시시한 먹이로 배를 채워버리면 그 새끼 돼지를 못 먹잖아? 안 돼!"

어미 사슴을 본 척도 하지 않고 늑대는 다시 터벅터벅 산길로 올라았어요.

 

* 돼지가 이전 페이지보다 더 통통하게 살이 쪘다.


 (9장면 : 16쪽 - 17 쪽 : 산닭을 맞추친 늑대, 산닭은 놀라서 호들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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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면 : 18쪽 - 19 쪽 : 산닭을 본 체 만 체하는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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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면 : 20쪽 - 21 쪽 : 늑대를 만난 동물들의 호들갑)

* 늑대의 모습은 다른 동물이 늑대를  볼 때 이렇게 두려운 존재인가 보다. 입이 크고 털까지 곤두서서 괴물같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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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면 : 22쪽 - 23 쪽 : 새끼돼지 생각이 더욱 커진 늑대.)

"아, 그 토실토실한 장딴지, 아삭아삭한 귓밤, 

폭신폭신한 뱃가죽.......

에그, 생각만 해도 군침이 되네."

 

* 늑대의 머리 속에 새끼 돼지는 이제 정말 뚱뚱해져 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냄새만 맡고 아직 먹어보지 못해 그것을 먹은 것을 상상한 음식이라고 한다. 

며칠 전 복날 무척이나 닭고기가 먹고 싶었다. 닭다리가 엄청 굵게 느껴지고, 잘 구워진 다리가 통통하고 갈색껍질에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상상 속에서 먹는 음식은 최고의 맛이다. 늑대의 머리속에는 새끼 돼지가 그럴 것이다. 그 다리를 오독오독 싶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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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면 : 24쪽 - 25 쪽 : 넘술 속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새끼돼지를 발견한 늑대)

"의잉?"

* 늑대의 이 당혹감은 뭘까? 눈이 땡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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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면 : 26쪽 - 27 쪽 : 늑대가 막 새끼 돼지를 먹으려는 장면)

 

"드디어, 잡았구나!"

늑대는 새끼 돼지를 냉큼 집어 들고 입을 커다랗게 벌렸어요.

무시무시한 이빨들이 하향게 빛났어요.

 

"캬악-!"

겁에 질린 새끼 돼지는 정신없이 비명을 질렀어요.

 

* 이 장면은 글이 재미있다. 글이 장면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무시무시한 이빨이 하얗게 빛났어요. '캬악-!"

이 장면을 그림책을 얼굴 가까이 들고 본다면 늑대는 엄청나게 커보이고, 이빨도 엄청나게 크고, 혀는 곧 돼지에 닿을 듯 하다. 아이가 무릎에 책을 펼쳐놓고 본다면 눈에 한가득 늑대가 들어올 것이다. 여기에 새끼돼지의 입장이 되어 감정이 이입된다면 난리 날 것 같다.  이 부분을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다면 몸짓, 눈, 입, 손짓을 해댈 것이고, 새끼돼지처럼 소리를 지르고 몸을 흔들어 댈 것이다. 

* 이 장면이 크라이막스가 될 듯 싶다. 이야기 전개로는 더 남았지만, 이 장면을 극적으로 하기 위해 자꾸만 언덕을 오르는 늑대와 별 군말없이 다른 동물들을 모른채하는 장면들이 등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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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면 : 28쪽 - 29 쪽 : 상상속의 새끼 돼지와 달라서 의아해 하는 늑대)

"가만 있자. 아까 본 그 새끼 돼지가 이렇게 작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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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장면 : 30쪽 - 31 쪽 : 새끼 돼지를 놓고 가는 늑대)

"아냐..... 하마터면

엉뚱한 놈을 먹을 뻔했군.

 

그놈을 잡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안 먹고 참아야지."

 

이렇게 말하면서 늑대는 잡았던 새끼 돼지를 놓아주고

터벅터벅 산을 내려갔어요.

 

* 여기 이 장면의 늑대는 이전보다 훨씬 말라 보인다. 그리고 늑대의 눈에 약간 눈물이 베어있다.

어후 불쌍한 늑대. 쫄쫄 굶어서 배가고픈 늑대가 참 안돼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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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면 : 32 쪽 : 새끼 돼지를 먹는 꿈을 꾸는 늑대. 새끼돼지는 이전보다 훨씬 살이 쪄서 이제는 한입에 다 안들어갈 정도로 비대해졌다.

늑대의 눈에 맺힌 눈물이 배고픈 늑대를 더 불쌍하게 보이게 한다.)

 

* 과연 늑대는 새끼돼지를 잡아 먹을 수 있을까?

 

* * 

이 책의 그림과 내용의 배치를 보다가,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고심해서 함께 작업했을까, 아님 그림작가가 글을 읽고 그 내용을 이렇게 살렸을까를 짐작해봤다.

그림이 양쪽으로 쫙 펼쳐진 페이지에 꼭 맞게 커다랗게 그려져있고, 글 내용이 그림의 곳곳의 작은 여백에 들어있다.

글과 그림이 이야기의 순서와 그림순서가 너무나도 잘 들어맞아서 둘이 동시에 회의하며 같이 작업했나하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가 고조되는 것에 따라 그림의 진행도 고조(그림에서의 구도가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구도)된다.  

늑대의 몸방향, 동작을 봤을 때, 책장을 넘기는 방향으로 늑대가 계속 전진해가고, 그 전진해 가는 것이 언덕을 오르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언덕에 계속 올라서 늑대가 덤불에서 새끼돼지는 찾는 부분이 정점이 된다.  그리고 나서 새끼 돼지는 놔주고는 다시 언덕을 내려온다. 

 

* * * 

이 책의 텍스트의 배치가 그림을 해치지 않으며, 그림을 더욱 세세하게 보게 만든다.

텍스트는 조금 작게 씌여진 편인데, 이 점이 매력이다.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책에 씌여진 텍스트는 별개로 두고, 그림을 보면서 자신이 이야기를 지어서 해주듯이 하면 좋을 듯 싶다. 

아니, 그보다는 그냥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텍스트는 참고만 하고, 자신의 입말체로 바꾸어서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날 것 같다. 


* * * * 

아이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줄 경우.

아이가 늑대가 아닌 새끼돼지에게 감정을 이입한다면, 새끼돼지는 끝까지 잡혀먹히면 안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약한 존재, 새끼, 작은 동물에 감정이입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생쥐라는 말을 보았다. 생쥐는 다 커도 몸집이 작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상이라고.


그런데, 아이가 보는 책에서 늑대가 새끼 돼지를 잡아먹는 것으로 나온다면 아이는 책을 읽다가 패닉에 빠질 수도 있을 듯 하다. 아이들에게 동물은 인간과 동급이다.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을 잡아먹는 것은 호러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덮고 난 나는 아이가 아니다. 

굶은 늑대가 참 안됐다.

거기에다가 헛된 꿈을 꾸는 늑대가 꼭 나같이 느껴진다. 볼 때는 웃으면서 봤지만, 상상속의 새끼돼지 먹자고 실제 돼지를 놔준 그 늑대를 보고 웃을 수만은 없다. 꿈을 쫒는다고 어믄 짓을 하고 있는 내 모습 같다. 


아이가 아닌, 듣는 이가 어른이고, 이 이야기를 해주는 쪽도 어른이라면, 

이야기를 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재미가 아닌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것 같다. 이야기를 하는 쪽이 늑대가 밥굶은 이야기로 한다면, 듣는이가 그렇게 들을 것 같다. 새끼 돼지가 아닌 늑대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이 책을 웃으면서 재미나게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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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3 22:07:45 *.232.42.103

  우리집 쫑공주랑 키득키득 잼나게 읽었어요.ㅎㅎ 몸 아픈것 잊을만 해요.ㅋㅋ

 늑대 녀석 동그란 눈이 첫인상부터 1% 부족해 보이더라니.ㅎ


이 책과 비슷한 그림이 떠올라 올려봐요. 일본작가 미야니시 타츠야 의 <고녀석 맛있겠다>에요.

육식공룡이 초식공룡 새끼를 잡아먹으려는데 아빠라고 불러 잡아먹지 못하고 갈등하는 내용인데 잔잔한 감동이 있어요.

시리즈로 7권. 강추!

그림책 리뷰..재미있어요!

참, 우리집 책 정리해야는데 그림책 아껴서 모아둔거 줄까요?

고녀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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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4 18:39:01 *.131.89.46

고녀석 맛있겠다는 정야님이 제게 빌려주셔서 봤어요. 정말 재미 있었어요. 

아기 공룡 이름이 '맛있겠다' 하하하. 이런 기특한 이름을 붙인 작가라니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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