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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1일 20시 23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karl gʊstaf jʊŋ]

 

 1875 7 26, 카를 구스타프 융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과와 문과를 둘 다 매우 좋아하던 그는 커서 진로를 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 몇 년 간 자연과학부를 전전하던 그는 바젤 대학교와 취리히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여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부르크휠츨리 정신병원에서 일하면서 병원의 원장이었던 오이겐 블로일러의 연구를 응용해 심리학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이전 연구자들이 시작한 연상 검사를 응용하면서 자극어에 대한 단어연상을 연구하였다. 이 연상은 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당시 학계에서 자주 금기 시 되고는 하였다. 그는 특정한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지금은 유명해진 '콤플렉스' 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에 관련된 학설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함께 심리학, 정신분석학의 큰 줄기를 만든 학자이다. 프로이트의 수제자라 불릴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결국엔 자신의 독자적인 이론을 창시해냈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다음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로 그는 인간의 내면에는 무의식의 층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개체로 하여금 통일된 전체를 실현하게 하는 자기원형이 있음을 주장했다.

 

두 번째로 인간의 영혼(정신)이란 각각 대극, 대립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요소들은 대립이 아니라 조화를 이룬다는 이야기이다. 건전한 정신이란 조화와 균형을 이룬 상태의 영혼이라는 말. 또한 집단무의식, 콤플렉스, 그림자, 페르소나, 아니마와 아니무스 등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지금이야 심리학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심리치료의 원천과 효용을 인정하는 분위기이지만, 처음 심리학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제대로 된 바탕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융의 학문적 성과가 심리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제대로 된 바탕이 없는데서 시작했기 때문에 잘못된 인식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동안 큰 영향력을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해악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신경증 환자가 그 나름의 법칙을 갖고 있다는 통찰을 입증하기 위해, 융 자신이 치료경험이나 당금의 심리학에서 관계없는 신화, 종교, 연금술, 신비주의 등 여러 분야를 끌고 와서 이론을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의 여지를 보인다는 주장이 있다. 사생활이 다소 문란하고, 약물에도 손을 댔던 것을 생각하면 무언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했었을 수도 있다.

 

융은 동양사상에 대응하는 서구사상의 원류로 연금술을 재발견하였다. 연금술을 물질의 변화가 아닌 영혼의 연성으로 해석하였으며, 상징들이 가진 의미를 추적하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상징들에 대한 해석은 꿈이나 환자에게서 채집할 수 있는 인간 무의식에서 나타는 상징들과 연결되어 사례 해석의 뒷받침이 되었다.

 

프로이트와의 관계는 (교류를 할 당시에 나이 차이가 꽤 났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친했었다. 같이 13시간이나 대화를 나누었고 편지도 자주 했다고 한다. 미국 여행도 같이 갔었다. 하지만 미국 여행 이후에 무슨 이유인지 사이가 나빠져서, 서로 연락도 안 하더니 결국 견해 차이로 결별하게 되었다. 이후 융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부정한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이론을 자신의 학파의 핵심 이론으로 지켜야 한다 했으나, 융은 아니라고 보았고 결국 견해 차이로 결별. 융만이 아니라 프로이트 산하에 있던 다른 제자들도 많이 갈라섰다.

 

그의 집단무의식이라는 개념은 현대 철학이나 (문화)인류학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물론 그의 무의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쓰인 것은 아니며, 같은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신화, 설화, 상징 등의 내포된 의미를 분석하는 개념으로 사용된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조지프 캠벨, 레비스트로스 등에 영향을 미쳤다.

 

중년 이후 자신을 위한 집을 스스로 짓기 시작했다. 조금씩 지어가며 마음 가는 대로 덧붙이고 하는 공사여서, 깔끔하지는 않으나 완결은 지은 듯 하다. 내부는 스스로 그린 상징으로 장식되어 있다 하며,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말년에는 언동이 지리멸렬해진 탓에 정신분열증을 앓은 것은 아닌가하는 의혹이 있는데 검증된 바는 없기 때문에 그대로 믿을 만한 사항은 아니다. 83세 당시 특집으로 기획된 BBC 인터뷰에 정정한 모습이 영상으로 남아있다. 인터뷰 내용은 결코 정신분열증인 사람이 말할 수 없는 통찰력 있는 내용이다.

 

한국 분석심리학의 선구자인 이부영 교수는 아쉽게도 근소한 차이로 융 본인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당시 장학생 신분으로 유학 중이던 이부영 교수는 우연에 가까운 이유로 분석심리학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도착 당시 융 본인은 몇 개월 전에 사망. 따라서 지도교수는 마리아 폰 프란츠가 되었다.

 

 

 2. 가슴을 무질러 들어오는 이야기

9. 자기실현(Selfstverwirklichung)은 ‘자아’가 무의식 밑바닥 중심 부분에 있는 ‘자기’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그 소리를 듣고 그 지시를 받아 나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10. ‘위대한 위험’ (신과 인간)
12. 그 이야기들이 사실 그대로인가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 ‘나의’ 옛이야기, ‘나의’ 진실인가 하는 것이다.
12. 인간은 자신이 제어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지배하는 일종의 심적 과정이다.
13. 인간의 생애는 일종의 애매한 실험이다.
14. 내적 사건들
15. 심적 과정 = 내적 사건
*이제 반항아가 가까이 오도다 - 학창시절
나를 다른 길로 유혹한 것은 혼자 있고 싶은 열망, 고독이 주는 황홀감이었다. 자연은 내게 경이로 가득 찬 대상으로 보였고 나는 거기에 깊이 빠져들고 싶었다.
51. 전통을 거치지 않고도 개인의 마음속으로 침투해 들어올 수 있는 영혼의 고태적 구성요소가 있다는 확신이 처음으로 나에게 생겼다.
52. 사람들은 우선 행동을 하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거기에 대해 숙고해보는 것이다.
67. 나는 나 자신에게 분노했고 동시에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다. 왜냐하면 내가 나 자신에게 옳지 않은 일을 했으며 나 자신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67. 신경증은 나의 또 다른 비밀이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부끄러운 비밀, 일종의 패배였다. 그럼에도 신경증은 나를 결국 아주 꼼꼼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특히 부지런한 사람이 되게 했다. 그럴 무렵 나는 성실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무언가 덕을 보려고 하는 외관상의 성실성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성실성이었다.
72. 나는 두시대에 살고 있고 서로 다른 두 개의 인격이라는 것이었다.
78. 그러므로 그들이 죄를 지어야만 하는 것이 하느님의 의도였다.
80. 나는 지옥의 불길 속으로 즉시 뛰어들려고 하는 것처럼 용기를 끌어모아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나는 내 앞에 대성당과 푸른 하늘이 있는 것을 보았다. 하느님은 세상 저 위 높은 곳에서 황금보좌에 앉아 있고, 보좌 밑으로부터 거대한 똥덩어리 하나가 화려하게 채색된 새 지붕에 떨어져 지붕을 산산조각내고 대성당의 벽들을 모조리 부수고 있다.
82. 그 타락한 자들이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다소 만족감을 느꼈다.
82. 내가 착한 아이라고?
83. 타락한 정신만이 우리를 구해준다.
83-84.. 누군가에게 그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낸 것이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여겨진다.
84. 외로움에 대하여
85. 돌이 온갖 의혹에서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85. 돌에게 불확실한 것은 없다. 자기를 알려고 하는 욕구가 없다. 돌은 영원해서 수천년을 산다. 나는 지나가는 일시적 현상이며, 급히 타올랐다 꺼지는 불꽃 같은 감정에 불과하다. 내 안의 다른 존재는 시간을 초월한…
89. 잠재적인 잘못 그 둘을 다 알고 있었다.
90. 여기에 그 ‘다른 인물’이 살고 있었는데…
91. 은총은 오직 하느님의 의지를 철저히 실현하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95. 이런 생각들과 이미지들을 고안해내는 주체가 나 자신의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96. 홀로 하느님과 함께 있다는 느낌 (신앙)
102. 그가 내면의 눈으로 인지했기 때문이다.
102. 2012년 6월 19일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 누군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신청했는데, 정해진 날 다른 일정이 있어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의견을 번복하고 참석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104. 사람들은 삼위일체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그것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그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109. 그러므로 하느님은 위대한 위험이다.
111. 바쁘다로는 불충분하다. 개미와 벌도 바쁘다. 무엇 때문에 바쁜지가 중요하다. (D. 소로우)
111. 처음에는 전통적인 견해만을 찾았다. 하지만 내가 찾고 있는 것, 다시 말해 독자적으로 깊이 생각하여 쓴 저자는 보이지 않았다.
114. 그와 같이 행동하는 인간적인 인격은 무엇이란 말인가?
114. 비전 = 북극성 = 내면의 나침반 = 가치관 (지도가 없는 미래의 독법)
126. 너는 이런 작문을 지금까지 한 번도 쓴 적이 없어.
128. 나 자신 이외에 다른 무언가가 거기 있다는 의미심장한 느낌이 늘 있었다. 그것은 마치 별들과 끝없는 우주의 장엄한 세계의 숨결이 나에게 닿는 것 같았으며, 또한 오래전에 죽었으나 아직도 영겁의 시간 속에서 존재하는 사람의 영혼이 보이지 않게 몰래 방 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138. 모든 ‘초인간적’인 것들, 눈부신 빛, 심연의 어두움, 시공의 무한성이 지닌 차가운 무감정, 비합리적인 우연세계의 으스스한 괴기성 등이 ‘신의 세계’에 속했다. ‘신’은 나에게는 모든 것이었지.
151. 결점과 부족함
151. 성자는 은둔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155. 나는 어른이 되어 내 인생을 스스로 꾸려가게 될 것이다.
155. 얼마나 멋지고 든든한 일이냐!
175. 제2의 인격 = 내적인간 = No. 2
175. 우리 존재의 일부는 수세기에 걸쳐서 살아온 것이다.
180. 가족 간의 Disenssion
180. 지극히 이성적인 논의가 어떻게 그와 같은 정서적인 저항에 부딪히게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185. 이렇게도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버리다니.
193. C. G. 카루스의 경우처럼 마음이 언급된 곳에도 마음에 관한 진정한 지식은 없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들릴 수 있는 철학적인 사색만이 있을 뿐이었다.
195. 나는 세계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나에게 불같이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부질없는 것이며, 심지어 불안을 자아내는 원인이 되기까지 했다.
200. 과장된 문체. 도가 지나친 우위. 환희의 송가.
200. 우스운 비극처럼 니체 자신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204. 그런데 여름방학 동안 나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날 나는 내 공부방에 앉아 교과서들을 공부하고 있었다. 옆방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그 방에서 어머니가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그 방은 호두나무로 만든 둥근 식탁이 놓인 우리집 식당이었다. 그 식탁은 친할머니가 혼수로 가져온 것인데 그 당시 이미 70년이나 되어 낡아 있었다. 어머니는 식탁에서 1미터가량 떨어진 창가에 앉아 있었다. 누이동생은 학교에 갔고 가정부는 부엌에 있었다.
그때 갑자기 권총이 발사된 듯 폭음이 들렸다. 나는 벌떡 일어나 폭음이 들려온 옆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어머니는 뜨개질감을 떨어뜨린 채 넋을 잃고 팔걸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무, 무슨 일이야? 바로 내 옆에서 소리가 났는데.” 어머니가 말을 더듬으며 식탁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곧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식탁판이 한가운데를 지나서까지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데는 접합한 부분도 아니고 완전 통나무판이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204. 왜 이렇게 된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현실에 침범한 꿈이 되다.
210. “정신의학 교과서들이 다소 주관적인 특색을 띠는 것은 아마도 그 분야의 특이성과 학문 형성의 불완전성에 기인하고 있을 것이다.” 몇 줄 더 나가자 저자는 정신병을 ‘인격의 병’이라 일컫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가슴이 격렬하게 두근거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심호흡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211. 나는 아무도 나를 따라오려고도 하지 않고 따라올 수도 없는 옆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분명히 다시 한번 깨달았다.
211. 통합된 이중성
217. 인간이란 스스로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좋든 나쁘든 다른 사람들의 판결에 맡겨진 하나의 사건인 셈이다.
261. 종종 관찰되는 전형적인 동시성
261. 무의식에서 시간과 공간을 상대화함으로써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떤 일을 지각할 수 있었다. 집단무의식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으로, 고대에서 ‘만물의 공감’이라고 불렀던 것의 기초다.
261. 6월 18일 강신부님은 내가 전과 같지 않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걱정말라 했다. 잘 될 것이라 했다. 느닷없음에 놀랐지만 위로가 되었다.
264. 상징의 삶과 체험
264. 너무나 좁은 정신적인 한계에 갇혀 지낸다.
266. 치유에 효과적인 것은 독일수도 있어 모든 사람이 다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66-267. 종교적인 것에 가깝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나 교리에 속박되어 있다.
270. 실제로 체험하는 자연과 연결되어 있는 그러한 시대와 환경에서 살았다면, 그들은 자기 자신과의 불일치를 면했을 것이다. 문제는, 신화의 상실을 견디지 못하고, 외적인 것에 불과한 세계, 즉 자연과학의 세계상으로 향한 길을 찾을 수도 없고, 지혜와는 조금도 상관헚는 언어의 지적인 즉흥연주로 만족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271. 체험은 그릇에 담긴 스프 한 사발이다. 개념은 그 그릇에 ‘스프’라는 이름을 쓴 종이 하나를 집어 넣은 것이다. 스프라는 이름이 곧 입속으로 들어가는 스프는 아니다.
271. 개념적인 것으로 옮기는 것은 체험으로부터 실체를 빼앗고 그 대신 단지 이름들만 붙이는 셈이다.
272. 나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답고 큰 성과가 있었던 대화들은 이름없는 사람들과의 대화였다.
*프로이트와의 만남 - 나의 전존재는 진부한 생활에 의미를 부여해줄 수도 있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 무엇을 찾고 있었다.
전존재를 건다. 이것이 바로 모험이 아니면 무엇이랴?
276. 억압기제 - 환자는 어떤 자극어에 대해서는 연상어를 전혀 떠올리지 못하거나 반응시간이 무척 길어지곤 했다.
278. 사람은 인생을 거짓 위에 세울 수 없다.
281. 교리 - 의심을 단번에 눌러버리려고 할 때 사람들이 내세우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과학적 판단과는 더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개인적인 권력충동과 관계가 있을 뿐이다.
281-282. 과학적 진리는 얼마 동안만 만족스러운 가설이지 모든 시대에 걸친 교리는 아니었다.
287. 니체도 인간존재의 바탕을 좀더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면, 아마도 감정의 과잉으로 세계의 가장자리 밖으로 나가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287. 신성한 힘의 체험으로 마음이 격렬히 동요하게 되면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실이 끊어질 위험이 항상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사람은 절대적인 긍정으로, 또 다른 사람은 그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부정으로 빠지게 된다.
287. 동양에서는 ‘니르드반드바(Nirdvandva: 양쪽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한다. 나는 이것을 명심하고 있다. 마음의 진동추는 바른 것과 그른 것 사이가 아니라 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신성한 힘은 사람을 극단으로 잘못 인도하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그것은 작은 진리를 진리의 전부인 양 여기도록 하고 작은 잘못을 치명적인 잘못으로 여기도록 한다.
295. 그러면서 그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의 권위를 위태롭게 할 수는 없어!”
295-297. 그 꿈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어느 낯선 2층집에 있었다. 그것은 나의 집이었다. 나는 2층에 있었는데 그곳은 로코코양식의 훌륭한 고가구들이 갖추어진 일종의 거실이었다. 벽에는 값진 옛그림이 많이 걸려 있었다. 나는 이 집이 정말 내 집일까 의아해하면서도 ‘나쁘지는 않군’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아래층이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층계를 거쳐 1층으로 내려왔다. 그곳에는 더 오래된 온갖 가구가 갖추어져 있었다. 나는 이 집의 1층 이 부분은 15~16세기의 물건들로 꾸며져 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가구들은 중세풍이었고 마룻바닥에는 빨간 벽돌이 깔려 있었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편이었다.
나는 “이제부터 정말 집 전체를 둘러보아야겠군” 하며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다녀모았다. 그러다가 육중한 문과 마주쳐 그 문을 열었다. 그 뒤에서 지하실로 통하는 돌계단을 발견했다. 그 방은 아주 고풍스러워 보였다. 나는 벽을 조사하다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석재 사이에서 벽돌층을 발견했다. 그 벽돌들은 모르타르에 묻혀 있었다. 나는 이것을 보자마자 벽이 로마시대 것임을 알았다.
이쯤 되자 나의 흥미는 더해갔다. 나는 마룻바닥을 더욱 면밀히 조사했다. 마룻바닥은 석판으로 되어 있었다. 그중 한 개의 석판에 고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그 고리를 잡아당기자 석판이 들어올려졌다. 그리고 그 밑으로도 아래쪽으로 향하는 좁은 돌계단이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또 그 돌계단을 내려가 바위를 뚫어 만든 나지막한 동굴로 들어섰다. 바닥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 먼지더미 속에 원시문화의 유물들처럼 뼈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고 깨진 도자기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나는 매우 오래된 것이 분명한, 반쯤 삭아버린 두개골 두 개를 발견했다.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296. 멋진 꿈이다. 신화와 집단무의식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좋다.
299. 인간의 원시적인 마음은 동물의 혼외 활동과 가까이 접하고 있다.
300. 그 꿈은 개인정신의 밑바닥에 있는 선험적이고 집단적인 것에 대한 최초의 암시였다.
302. 원시인의 심리학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
303. 국경에서의 아주 엄격한 세관검사는 분석을 암시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306. 나의 전존재는 진부한 생활에 의미를 부여해줄 수도 있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 무엇을 찾고 있었다.
308. 인간은 어떤 삶의 방식도 그것이 다른 것으로 교환되지 않는 한 버릴 수 없다.
309. 대개 근친상간은 고도의 종교적인 내용을 나타낸다. 따라서 그것은 거의 모든 창조신화와 그외 수많은 신화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326. 하지만 그랬다면 어쩔 수 없이 신경증에 걸렸을 것이고, 결국 무의식의 내용이 나를 파괴했을 것이다.
335. 나는 인간의 마음속에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지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지닌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335-336. 필레몬은 내가 아닌 다른 힘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는 환상 속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었고, 그는 내가 의식에서 생각하지 않은 것들을 말했다. 나는 말하고 있는 것이 내가 아니라 그라는 것을 정확히 지각했다.
336. 내가 알지 못하고 내 생각이 아닌 것들을 말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내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것은 심지어 나에게 적대적일 수 있는 것들까지도 말할 수 있었다.
338. 그는 주장했다. “나는 신들이 황금과 보석 속에 숨겨놓은 바로 그것이다.”
340. 내 안에 있는 여성상이 남성 무의식 속에 있는 전형적인, 또는 원형적인 형상
342. 무의식의 대변자인 아니마는 그 변덕스러운 이중성으로 한 남자를 형편없이 파멸시킬 수도 있다. 결정적인 것은 결국 언제나 의식이다. 의식이 무의식의 표현을 이해하고 거기에 대해 자기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
343. 무의식의 이미지를 의식에 전달해주는 것이 바로 아니마다.
345. 언어가 삶을 대체하려고 시도한다면 언어뿐 아니라 삶도 망가지고 말 것이다. 무의식의 전제의 횡포에서 자유를 얻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지적인 작업을 완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윤리적 의무를 갖는 일이다.
345. 그것은 정신병 환자를 치명적인 혼란에 빠뜨리는 무의식 이미지의 세계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합리적인 우리 시대에 사라져버린 신화를 형성하는 환상의 모태이기도 하다. 신화적 환상은 도처에 존재하지만 그것은 금지되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345. “외람되게도 저 문을 열어젖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 문을…”
346. 환상에 관한 작업을 하던 바로 그 무렵. 물론 나는 ‘이승’에 발판이 필요했다. 그것은 가족이며 직업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그 낯선 내면세계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대극으로…
346. 니체는 내면의 사상세계 외에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의 발판을 잃어버렸다. 사실 그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소유했다기보다 오히려 내면세계가 그를 소유한 셈이었다. 그는 뿌리가 뽑혀 땅 위를 떠돌아다녔다. 그리하여 그는 과장하는 습성이 생기고 비현실성에 빠졌다.
347. 나는 저 세상이 아닌 이 세계의 삶을 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350. 나는 나에게 속할 뿐 아니라 보편적 인류에 속한다. 그러므로 공헌하라.
350. 그 환상의 이미지 속에는 나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과도 관계되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로써 내가 나 자신에게만 속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명백해지기 시작했다. 그후로 내 인생은 보편성에 속하게 되었다.
350-351.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 체험은 생명력 없는 주관적 가설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352. 자신의 인식을 윤리적 의미로 바라보지 않는 자는 권력원리에 빠지게 된다.
353. 그러나 감정이 극에 달하게 되면 언제나 감정이 바뀌어 우주적인 고요가 뒤따랐다. 그 순간에는 온갖 것으로부터 내가 멀리 떠나 있었다. 바로 조금 전에 나를 흥분시킨 것은 이미 아득한 과거에 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354. 나는 뼈저린 외로움을 느꼈다… 나는 단지 ‘안’과 ‘밖’의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을 보았을 뿐이었다.
355. 어쨌든 현대예술은 무의식으로부터 예술을 창조해내려고 모색하고 있다.
367. 인류에게 크라터(Kratēr: 섞는 그릇), 즉 정신적 변환의 용기를 부여한 것은 바로 그 보다 높은 신이었다.
367. 연금술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상징의 하나는 물질의 변환이 완성되는 그릇이었다. 나의 심리학적 발견의 핵심도 이와 같은 내면의 변환과정, 즉 개성화였다.
368. 내가 잘 모르는 그 부속건물은 내 인격의 일부, 즉 나 자신의 한 측면이었다. 그것은 내게 속해 있으나 내가 아직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373. 그것들의 전형적인 성격에 대해 신화연구를 하면서 이미 이해하기 시작하긴 했지만 그러한 이해가 이제 더욱 심화되었다. 원초적 이미지와 원형의 본체가 내 연구의 핵심을 이루게 되었다. 역사 없이는 심리학, 특히 무의식의 심리학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76. 나는 리비도를 물리적 에너지의 정신적인 유사물이라고 생각했다. (정신적 에너지)
382. 자주적인 삶의 방식과 정신적인 독립성을 빼앗긴 세계
382. 대중화 = 자극적 삶의 방식과 정신적 독립성의 상실
402. 그 탑에서 내가 누린 휴식과 재생의 느낌은 처음부터 매우 강력했다. 그곳은 나에게 모성적인 장소 같은 의미가 있었다.
403. 사색하고 환상에 몰두하는 은신처
404. 처음부터 탑은 나에게 성숙의 장소였다. 즉, 그 안에서 내가 현재의 나, 과거의 나, 미래의 나로 다시 존재할 수 있는 자궁, 모성적 이미지의 장소였다. 탑은 내가 돌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405. 또 살아갈 제2의 인격이었다.
405. 모성적 무의식의 아들이다.
405. ‘태고’는 필레몬의 형상을 취했고, 볼링겐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406. 여기 돌이 있네. 보잘것없는 것.
값도 아주 싸고…
바보들로부터 무시당할수록
현자들로부터는 더욱 사랑을 받는다네
409.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무의식과 함께하는 삶이 전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무의식이 얼마나 낯선 것인지, 나에게는 그것이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다.
413. 나의 체험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다. 그것은 고독현상으로, 외적인 공허와 정적을 사람들 무리의 이미지로 보상하려는 것이라고 말이다.
413. 우리가 내적 감각으로 지각하거나 예감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외부의 현실과 자주 상응하게 되는 것을 동시성 현상이라고 한다.
433. 그것은 나에게 하나의 교훈이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격정으로 살고 있다. 다시 말해 그 격정에 의해 그들의 생이 영위되고 있다. 그들의 의식은 한편으로는 공간에서의 방향설정과 외부에서 받은 인상을 전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적인 충동과 격정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그 의식은 성찰을 하지 않고 자아는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러나 그 의식은 성찰을 하지 않고 자아는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다. 유럽인도 그들과 아주 다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약간 더 복잡한 셈이다. 아무튼 우리는 어느 정도는 의지와 숙고된 의도에 따라 자의적으로 행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강렬함이다.
434. 나는 늘 동시에 두 개의 영역에서 사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하나는 의식적인 면에서 그것을 이해하고 싶으나 할 수 없었고, 또 하나는 무의식적인 면에서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꿈의 형태 이외로는 더 잘 표현할 길이 없었다.
436. 격정적이고 기분대로 살아가며 생 그 자체에 한층 가까이 있으면서도 성찰을 모르는 이러한 인간존재가 우리 안에 있는 저 역사적 충에 강력한 암시효과를 주었다.
437. 어린이답다는 것은 다른 한편 그 순진성과 무의식성 덕분에 훨씬 완벽한 ‘자기’의 이미지. 즉 꾸밈없는 개성을 갖춘 전인격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437.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안에서 그 인격부분을 발견해내고 싶었던 것이다.
438. 합리적인 특성을 가진 유럽인에게 인간적인 것은 무척 낯설다. 유럽인은 합리적인 특성을 꽤 자랑하고 있지만, 그것이 생의 열정을 희생하고 얻은 것이며, 그로 말미암아 원시적 인격 부분이 국부적인 지하존재로 떨어지는 운명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3. 내가 저자라면

(1) 뼈대

목차

옮긴이 서문 - 자서전 문학의 백미

프롤로그

 

일생을 사로잡은 꿈 - 유년시절

이제 반항아가 가까이 오도다 - 학창시절

아름다운 시간 - 대학시절

상처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프로이트와의 만남

내 안의 여인 아니마

연금술을 발견하다

, 내 가슴에 두 영혼이 살고 있다

여행

환상들

사후의 삶에 관하여

만년의 사상

회고

 

편집자의 말

 

자서전에서의 획기적인 구성은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이런 전대기적인 구성을 통해 각 나이대의 나를 돌이켜보거나 할 수 있는 점에서는 괜찮은 방식이었다.

 

(2) 잘된 점

 자아와 무의식을 나누어 두 명의 인격이 서로 같은 경험을 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나누어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의 자서전을 읽고 나니 심리학을 깊게 들어온 것이 왜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융이었을까?’라는 의문이 해결되었다. 물론, 그가 계속해서 지적하는 것처럼 죽기 전에 회고해본바 기억이 편리한대로 바뀌어버린 부분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큰 골자는 변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3) 보완점

보완점이라기보다는, 단시간 안에 읽으면서 책이 만만치가 않았다. 편집상에 꿈에 대한 부분을 표시를 해주거나 한다면 이 혼란스러움이 좀 정돈되지 않을까 한다.

 

(4) 키워드

, 무의식, 집단무의식, 아니마 아니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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