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장재용
  • 조회 수 3900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2년 6월 4일 11시 15분 등록

데카메론 (Decameron)

* Giovanni Boccaccio 지음, 한형곤 옮김, 동서문화사, 1975.10.01

 

1. ‘피렌체의 보석(저자에 대하여)

보카치오.JPG

보카치오 (Giovanni Boccaccio, 1313~1375)

 

Giovanni Boccaccio   

 

14세기 이탈리아 반도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중심이었다.

중세를 지탱하던 맹목적 신앙, 민족, 집단, 망상, 선입견 등의 모든 가치들이 허물어 지기 시작했다. 근대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 운동을 셈이다. 근대 국가의 가장 높은 가치인 개인이 지구촌에 딛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탈리아 반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는데 무역의 발달과 교회의 몰락, 십자군 전쟁의 폐해와 이로 인한 체력 소진 등은 기존 사회적 시스템을 부정하게 하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13세기 말부터 개성이 넘쳐나기 시작하며 개인주의를 향한 길이 열리게 되는데 그것은 이탈리아가 중세의 억압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서 읽은 단테와 같은 시인, 브루넬레스키 같은 건축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화가들이 역사에 등장하는 시기다. 보카치오는 인간이 인간을 발견한 역사적 소설가다.

 

아마도 근대적 개인은 보카치오 손에서 나온 것은 아니겠는가. 왜냐하면 보카치오의 생애가 그렇다. 그의 출생부터가 자유의 무늬가 보인다. 그는 사생아로 태어났다. 지금으로 치자면

사실혼 관계의 부모에서 태어났지만 공식적이지는 않았고 태어나 가장 먼저 받아 들이는 권위 가족 내에서의 각종 강요, 직업적 강요, 사회적 강요 등에서 그는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많은 강요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갔다.

 

상인이었던 아버지의 일을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고 6년간 공부했던 법학 연구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 믿었다. 결국 문학에 깊게 빠져 들었고 당시 문예 부흥 운동이 한창이던 나폴리에서 각종 사교 모임 참여와 교류로 인해 고전 문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여성에 대한 열렬한 연애 경험은 그의 청년기 문학 창조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즈음 아버지의 파산과 죽음을 맞아 백방으로 직업을 구하다 피렌체 () 정부의 일자리를 얻게 된다.

 

다행히도 그의 학식과 재능, 능변으로 교황이나 밖의 여러 영주에게 사절로 파견되는 행운이 있었다. 즈음 그에게 있어서 가장 뜻있고 사건은 청년 시대로부터 만나고자 소원했던 페트라르카를 만나게 일이었다(1350). 그는 페트라르카를 깊이 사모했다. 그는 어렵게 얻어진 페트라르카와의 친교를 죽을 때까지 이어갔다.

 

페트라르카.JPG

페트라르카 (Francesco Petrarca, 1304~1374)

1362 이후 그는 노령과 빈곤, 질병에 시달린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아서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단테의 신곡을 강의하는 열정적인 그의 행보를 이어간다. 그러나, 1374, 그가 존경했던 페트라르카가 죽었고 이에 그는 크게 충격을 받아 피렌체 정부의 요청에 의해 해오던 신곡강의도 중단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애를 마감한다.

 

 

 

참고) 14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

14세기이탈리아.JPG

르네상스기 이탈리아 지도



 

2. ‘10일간의 이야기(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본문 내용, Ü : 나의 언어)

 

데카메론.JPG 

 

 

이야기.JPG

 

 

A Tale from the Decameron, John William Waterhouse

 

□ 머리말

따라서, 우리가 목격하듯 마음씨 부드러운 부인네에게 도움을 주는 데는 가장 인색한 운명의 불공평함을 어느 정도 바로 잡기 위하여, 사랑을 하고 있는 부인네들에게는 구원도 되고 위안도 되는 또 사랑을 하지 않는 분들은 바느질이나 물렛가락이나 실을 감는 일로도 충분한 위안을 얻겠습니다만, 백 편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동화와 비유와 역사 이야기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것은 무서운 흑사변이 온 거리에 퍼졌을 때 기품 있는 일곱 부인과 세 젊은 남성이 모여 열흘 동안에 이야기한 것들 입니다. 또 몇몇 부인네들이 여흥으로 부른 칸초네도 들어 있지요. (p. 11)

 

Ü 일곱 여인과 세 남자, 어디서 많이 본 line up 이다. 팔팔이!

 

첫째 날 ‘inferno’

 

□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가 태어나신 지 1348년이 되었을 때,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답고 번영한 도시 피렌체에 무서운 흑사병이 덮쳤습니다. (p. 16)

 

Ü Pest, 죽은 시체에 검은 반점과 고름이 남기 때문에 흑사병이라고도 한다. 학계에서는 흑사병의 전파 경로를 몽골 기마병에서 찾고 있다. 몽골군은 초원지대에서 Pest로 죽은 병사의 시체를 제노바의 적진에게 쏘아 올렸다. 화학 테러의 원조 격으로 부패한 시신의 페스트 균이 쥐에 옮아 가고 그 쥐고 곡창과 사람의 음식에 옮기면서 14세기 유럽을 죽음의 대륙으로 만들었다.

 

□ 사람들은 머지 않아 모두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숨은 물론 가진 모든 것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p. 18)

 

□ 이처럼 우리의 도시가 한탄의 바닥에 가라앉고 비참의 바닥에 빠져 있는 동안, 인간의 규범은 물론 하나님의 거룩한 법도의 권위도 거의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p. 18)

 

Ü 당시 교회의 타락이 세속성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흑사병으로 인한 존재와 영적 권위를 다시 생각하게 했을 터였다. 사람들은 사회적 system의 붕괴를 목도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엉뚱하게도 14세기 유럽에서는 신학이 아니라 근대적인 철학이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 자기가 살던 도시를 버리고 집도 땅도 친척도 재산도 버리고 다른 지방을 찾아 떠났습니다. 이제 도시에는 누구 하나 사람 그림자가 남지 않아 인류의 마지막이 온 것을 경고하고 있는 듯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서로 오가기를 피하고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은 하나도 없었으며 친척끼리도 소원해져서 서로 이따금 밖에 아니, 거의 방문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p. 19)

 

□ 하층 계급이나 중산 계급 사람들은 더 비참했습니다. 저마다 자기 집이나 구역 안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날마다 몇 천 명씩 병이 옮아갔습니다. (p. 21)

 

□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명복을 비는 기도가 끝나고 거의 사람 그림자가 없어졌을 때 이 시기에 알맞게 상복으로 몸을 감싼 일곱 명의 젊은 부인들이 찾아왔습니다. 저마다 친구들이며 이웃이며 친척 뻘이 되는 사이로, 나이는 18세 이상 28세 미만이었습니다. 모두 귀족의 핏줄을 받았고 총명했으며 아름답고 태도도 정숙하여 기품 있고 명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p. 23)

 

Ü 이 여인들이다. 우리 팔팔이 여인들과 같은.

 

□ 그리고 이성의 한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되도록 즐거운 모임을 갖거나 흥겨운 놀이를 하면서 지내요 (p. 26)

 

Ü 인생 별거 없다. 이성까지 던져 버린들 어떠리. 단테는 신곡에서 이성의 무용론을 주장했다.

 

감각의 열쇠가 열지 못하는 곳에서 인간의 판단은 잘못된 결론만 낳지요.

놀라움을 일으키는 화살이 분명 그대를 찌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성이란 감각 뒤에 머물며, 그 날개가 짧다는 것을 그대는 아니까요.’ (신곡, Paradiso 2)

 

□ 정말 남자 분들은 우리의 두뇌예요. 남자 분들의 지도가 없으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해봐야 좀처럼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거예요. (p. 27)

 

Ü 부끄럽기 짝이 없는 말이다. 인생의 지도는 남자에게 없다. 즉흥적이고 동물적이다. 그런데, 캠벨은 신화의 상징과 은유를 문자 그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하긴 했지만 보편적인 여성들은 물리적 길에 대한 감각이 남성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 같긴 같다.

 

□ 수요일 아침 7명의 숙녀들과 세 젊은이들은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그리하여 2마일도 못 가서 미리 정해 둔 곳에 이르렀습니다. (p. 29)

 

Ü 이 곳에서 데카기간 동안의 메론이 시작된다. 2마일은 약 3.2km.

 

□ 춤이 끝나자 흥겹고 즐거운 칸초네를 불렀습니다. 이렇듯 오랜 시간 춤추고 노래하다가 여왕은 낮잠을 잘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모두를 흩어지게 했습니다. (p. 31)

 

Ü 춤추고 마시고 놀고 낮잠 자고, 인생은 그들처럼

 

□ 이야기를 하면서 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모두 즐겁게 들을 수 있으니까, 이 더운 날을 보내면 어떨까 생각해요. 여러분이 저마다 한 가지씩 이야기를 하시는 동안에 해도 저물 테고 더위도 가시겠지요. 그때에는 마음 내키는 대로 어디든 갈 수 있어요. (p. 32)

 

첫째 날

 

□ 첫째 이야기

체파렐로 씨는 거짓고해로 성인으로 이름 높은 수도사를 속이고 죽는다. 살아서 극악무도한 사나이였던 그는 죽어서 성 차펠레토로 추앙받는다.

 

이 세상일은 모두 변천하고 사멸되는 것이니 몸도 마음도 괴로워하고 슬퍼하면 끝없는 위험에 몸을 내맡기게 되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p. 33)

 

Ü 어찌 되었든 살아있거나 태어난 모든 것은 변한다. 조건이 걸려있는 모든 생은 죽는다.

 

□ 여러분, 하느님께 저주받은 사람들이여, 그런데도 여러분은 지푸라기 하나가 다리에 걸려도 하느님과 성모와 모든 성인들을 욕하고 있단 말입니다. (p. 45)

 

□ 비록 그의 생애는 극악무도했다 하더라도 하느님이 어쩌다가 그를 가엾이 여기시고 천당에 맞이하게 된 것은 그가 최후의 순간에 회개하는 마음을 일으켰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만일 이와 같이 그가 천당으로 맞아졌다고 한다면 우리들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는 참으로 광대무변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p. 46)

 

Ü 세상은 전지 전능이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고 누구의 손에 의해서도 아닌 존재들이 이끌어 간다. 존재 너머의 세계는 존재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느님의 자비가 광대무변하다는 말은 곧 무능하다는 말과 같다. 전능은 없다.

 

□ 둘째 이야기

유대인 아브라함은 자노 드 셰비니의 권유로 로마 교황청을 찾아간다. 거기서 성직자들의 나쁜 품행을 보고 파리로 돌아와 오히려 그리스도 교도가 된다. (p. 47)

 

□ 자노 쪽도 끈질기게 설득을 계속했으므로 마침내 아브라함은 그의 너무나도 꾸준한 집요함에 그만 지고 말았습니다. (p.48)

 

Ü evangelism, 어쩌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낮은 차원의 종교 의식이 오늘날의 불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이 땅에 발붙이며 사는 우리가 뭔가 불편해 하는 원인의 오할은 과거 낮은 차원의 인간들이 만들어 낸 전도주의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 전도주의가 아니었다면 석유와 기독교가 이렇게 우리 발목을 잡지는 않았을 것.

 

□ 셋째 이야기

유대인 멜기세덱은 세 개의 반지 이야기로 살라디노가 꾸민 큰 위난에서 벗어난다. (p. 51)

 

Ü 멜기세덱은 신곡에서도 한번 등장한 것으로 기억한다. 누굴까. 고리대금업자, 맞다. 지옥에서 본 적이 있다.

 

□ 왕이시여! 나는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세 백성에게 주신 종교에 관해 하신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백성들은 저마다 그 유산과 법도를 이어받아 법도가 명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줄 압니다. 하지만 어느 백성의 것이 진짜냐 가짜냐 하는 문제는 방금 말씀드린 반지처럼 미해결인 채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p. 53)

 

□ 넷째 이야기

어느 수도사가 엄벌을 받을 죄를 짓지만 같은 죄를 저지른 수도원장에게 교묘히 짜져 벌을 피한다. (p. 55)

 

□ 아, 눈앞에 이런 즐거운 상이 차려져 있는데 어째서 먹으려 하지 않는가? 언제나 불쾌한 일과 성가신 일만 일어나고 있는 생활인데참으로 아름다운 처녀로군. 게다가 이렇듯 고운 여자가 여기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르잖나. 마음대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데 맛보지 않을 필요가 어디 있지? (p. 56)

 

Ü 의식 흐름 한번 저급하다. 수도사의 의식 치고는. 

 

□ 원장님 저는 아직 성 베네딕토회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수도회의 특수한 점을 다 습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장님은 단식이나 경야와 마찬가지로 수도사는 여자 수업을 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시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원장님이 모범을 보여주셨으니, 허락해 주신다면 앞으로는 실수 없이 원장님이 보여주신 행위를 저도 그대로 해나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p. 57)

 

Ü 권위에는 항상 그 반대되는 권위가 있게 마련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듯이.

 

□ 다섯째 이야기

몬페라토 후작부인은 암탉 요리와 재치로 프랑스 왕의 부질없는 연모를 훈계한다. (p. 57)

 

□ 부인, 이 언저리에는 암탉만 나고 수탉은 한 마리도 나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폐하.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자라는 것은 옷차림이나 신분에 여러 가지 변화는 있어도 속은 다 같은 법입니다. (p. 59)

 

Ü 이것은 무슨 뜻 일까.

 

□ 여섯째 이야기

어느 덕망 있는 사람이 수도사들의 못된 위선을 폭로한다. (p. 60)

 

□ 돈은 욕심 많은 성직자들 사이에 흑사병처럼 퍼져 있는 악질 탐욕병, 특히 돈을 크게 만진 적이 없는 낮은 신분의 수도사들에게는 매우 큰 효험이 있는 약이지요. (p. 61)

 

□ 일곱째 이야기

베르가미노가 프리마소와 클뤼니의 수도원장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별안간 인색해진 카네 델라 스칼라를 풍자한다. (p. 63)

 

□ 여덟째 이야기

굴리엘모 보르시에레가 신랄한 말솜씨로 에르미노 데 그리말디 씨의 탐욕스러움을 호되게 골려 준다. (p. 67)

 

□ 당시의 궁정인들은 귀족들 사이에 분쟁이나 증오가 생기면 화해시키기 위해서 애를 쓰고 결혼이라든가 친척 간에 일어난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그들 간에 우정을 맺어주기 위한 주선을 해주는 것을 직무로 (p. 68) Ü 좋은 일이다.

 

여태까지 사람들이 본 적이 없는 그런 것을 그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호기로운 기품을 그리게 하시오.’

그 후부터 굴리엘모의 신랄한 그 한마디가 매우 효과가 있어, 그는 아주 호기롭고 너그러운 귀족이 되었으며 당시의 제노바 인 가운데 누구보다도 타국 사람이나 시민들을 융숭히 대접하게 되었답니다. (p. 70)

 

□ 아홉째 이야기

겁쟁이 사이프러스 왕이 한 부인에게 모욕을 당하고 용감한 왕이 된다.

 

여러분, 사람들한테서 실컷 비난을 받고 시만 일을 당해도 효과가 없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무심코 들은 한마디가 그 사람을 움직이게 했다는 예는 지금까지 흔히 있었던 일이에요. (p. 70)

 

Ü 그 때, 우연한 그 때는 우주가 열린 때다.

 

□ 열째 이야기

볼로냐의 알베르토 선생이 사모하는 여성한테 수치를 당하게 되자 기지로 역습하여 그녀를 모욕하고 오히려 존경 받게 된다. (p. 71)

 

□ 노새에게 장식하는 사람이 있다면 노새가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이 몸에 지닐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도 않아요. 차려 입어 봐야 노새는 노새로밖에 취급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지도 않는단 말이에요.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저는 정말 부끄럽게 생각해요. 남의 욕을 하면서 제 자신을 비난하는 꼴이 되거든요. (p. 72)

 

Ü 손가락질하는 손가락 외에 모든 손가락은 자신을 향해 있는 법. 필요 없는 비난을 받았을 때 우리는 웃는 얼굴로 말하자. ‘너나 잘하세요.’

 

□ 나는 아름다워, 이 기쁨에

다른 야릇한 감정의 유혹에는

끌리지도 보지도 않는다.

 

거울에 비춰 볼 때마다

하느님도 기리실 이 아름다움

이 기쁨은 꺼지지 않는다.

무엇이 일어나든 타이르든

유혹에 마음이 흔들릴

그 어떤 즐거움 있을지라도

꿈에도 내 마음 끌리지 않는다.

 

이 기쁨 속에 잠겨 있으면

이 행복은 꺼지지 않는다.

그 어떤 설교나 달콤해서

들뜬 내 마음에 즐거움 차고

야릇한 설득엔 마음이 안 타올라

꿈에도 효과는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거울을 들여다보면

나의 아름다움 불처럼 타서

하느님이 주신 기쁨 맛보고

그 곁에 다가갈 기쁨 바라며

하느님께 바치리 나의 모든 것

그러니 행여 꿈에라도

야릇한 유혹은 들리지 않는다.

 

둘째 날

 

□ 첫째 이야기

마르텔리노는 손발이 부자유스러운 불구자인 척하다가 성 하인리히의 유해 위에 얹혀지는 순간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기 시작한 것처럼 꾸며 보인다. 이 속임수가 발각되어 사람들에게 실컷 두들겨 맞고 관원에게 붙들려 교수형을 당할 뻔 하지만 가까스로 그 위난을 벗어난다. (p. 79)

 

□ 둘째 이야기

리날도 다스티는 노상강도를 만나고 카스텔 굴리에모에 이르러 어느 과부 집에 묵게 된다. 그리고 도둑맞은 것을 되찾고 탈 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p. 84)

 

□ 과부는 얼마 전에 죽은 남편 옷을 입히기로 했습니다. 그가 그 옷을 입어 보니 정말 맞춘 듯이 꼭 맞았으며 마치 자기를 위해서 만든 옷처럼 여겨졌습니다. (p. 89)

 

Ü 몸에 맞는 옷, 그 옷을 입는 순간 어쩌면 삶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내 몸에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면 벗어 던지자. 그런데 참,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 그를 깡그리 털어 간 세 사람의 노상강도가 다른 나쁜 짓을 하다가 발각되어 좀 전에 붙잡혀서 성안으로 끌려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더욱이 그들은 어제의 일도 자백하여 말과 옷과 돈이 고스란히 리날도에게 되돌아왔습니다. (p. 91)

 

Ü 그래서 새옹지마다. 새옹지마 일화를 remind 해보자.

 

옛날 점을 잘 치는 늙은이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가 기르는 말이 아무런 까닭도 없이 도망쳐 오랑캐들이 사는 국경 너머로 가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고 동정하자 늙은이는 "이것이 또 무슨 복이 될는지 알겠소" 하고 조금도 낙심하지 않았다. 몇 달 후 뜻밖에도 도망갔던 말이 오랑캐의 좋은 말을 한 필 끌고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이 이것을 축하하였다. 그러자 그 늙은이는

"그것이 또 무슨 화가 될는지 알겠소" 하고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좋은 말이 생기자 전부터 말타기를 좋아하던 늙은이의 아들이 그 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아들이 절름발이가 된 데 대하여 위로하자 늙은이는 "그것이 혹시 복이 될는지 누가 알겠소" 하고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런 지 1년이 지난 후 오랑캐들이 대거하여 쳐들어왔다. 장정들이 활을 들고 싸움터에 나가 모두 전사하였는데 늙은이의 아들만은 절름발이여서 부자가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 셋째 이야기

세 젊은이가 재산을 탕진하고 가난해진다. 그들의 조카가 실망한 나머지 고향으로 돌아가다가 어떤 수도원장과 친해진다. 그런데 그 수도원장이 영국의 왕녀인 게 밝혀진다. 왕녀는 그를 남편으로 맞고 그의 큰아버지들이 입은 손실을 모두 보상해 주고 다시 훌륭한 신분으로 만들어 준다 (p. 91)

 

□ 우리가 어리석게도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런 모든 사건이 실은 운명의 신의 손에 쥐어져 있으며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운명의 신이 판단하는 데로 쉴새 없이 줄곧 잇따라 연결되고 변하면서 우리들이 짐작도 할 수 없는 순서를 좇아 변화되어 가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놀랄 것이 없다는 거예요. (p. 92)

 

□ 넷째 이야기

란돌포 루폴로는 영락하여 해적이 되었다가 제노바 사람들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되며 그들의 배도 난파한다. 그는 보석이 가득 든 조그만 궤짝을 타고 그들에게서 달아난다. 그는 떠돌다 코르푸에 닿아 한 여자의 구조를 받아 부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간다. (p. 100) Ü 오디세우스다.

 

□ 가난의 밑바닥에 떨어진 자가 일약 왕자의 자리까지 올라간 것을 보면, 인생이 얼마나 운명의 신에게 좌우되는 것인가 여실히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p. 100)

 

Ü 이런 이야기는 위선이다. 반 사회적이다. 위정자들은 항상 계급을 구분 지어 놓는다. 그렇지 않은 국가는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왜냐하면 그들이 가장 윗자리에 계급을 안고 그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계급간의 이동은 없다. 쉽지 않은 것이다. 그것이 신화가 될 만큼.

 

□ 다섯째 이야기

페루지아의 안드레우치오는 말을 사러 나폴리에 갔다가 하룻밤 새에 세 번이나 큰 변을 당하지만 모두 잘 피해 루비 반지를 손에 넣고 집으로 돌아간다. (p. 105)

 

□ 여섯째 이야기

운명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참으로 중대하지만 한편 매우 성가신 일이에요. (p. 119)

 

Ü 한 사람의 개인은 여러 사람의 운명이 얽히고 설키어서 만들어진다. 운명은 살아야만 한다는 ‘must’를 함축하므로 성가신 일이다. 700년 전 한 인간의 삶은 얼마나 성가신 일이었겠는가. 지금도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 이 세상에 이토록 귀엽고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젖이 나왔으므로 자기 가슴을 아기사슴의 입에 갖다 대보았습니다. 아기 사슴이 싫어하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마치 어미처럼 젖을 먹였습니다. (p. 121)

 

Ü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이 하는 철학적 사유의 근간은 생에 대한 연민이다. 여자란 무엇인가. 조물주의 가장 충실한 신하다. 그리고, ‘젖과 꿀이 자신의 몸에 나온다.

 

□ 일곱째 이야기

여러분, 우리는 무엇이 우리의 분에 맞는가 좀처럼 알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이따금 목격하는 일입니다만 부자가 되면 아무 걱정도 없이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하느님에게 넉살 좋은 기원을 드릴 뿐 아니라, 어떤 고생도 위험도 거들떠보지 않고 부자가 되려고만 애를 쓰곤 합니다. 그런데 일단 부자가 되고 나서는 부자가 되기 전에는 만족스러웠던 자신의 삶을 막대한 유산을 노리는 사람들의 손에 잃게 되기도 합니다.

 

또 힘을 갖거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열망에 빠졌거나 인간으로서의 다른 욕심에 붙들린 사람들은 그 욕심이 결국 화를 불러 오히려 자기들의 죽음이나 혹은 불행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서야 비로소 그 생각의 잘못을 깨닫는 것입니다. (p. 133)

 

□ 더욱이 날이 갈수록 그녀의 아름다움은 비유해서 말하면 꽃 같은 아름다움이 되어 갔으므로 온 로마니아는 그녀에 관한 소문으로 들끊었습니다. (p. 141)

 

Ü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에서 여인의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표현한 문장이 많다. 모든 표현이 나와 같은 생각이다.

 

□ 그러니 세상에서는 키스를 받은 입은 비이 바래지기는커녕 달처럼 더욱더 윤기가 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p. 154)

 

Ü 사랑하는 자,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랑 받는다고들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공주는 그 아름다움에 여덟 명의 남자와 만 번의 관계에도 새로 남편으로 받아들인 왕에게 숫처녀라고 믿게 한 뒤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 여덟째 이야기

부인들은 아름다운 공주가 겪은 여러 가지 사건에 몇 번이나 깊은 한숨을 쉬었지만 왜 한숨을 쉬었는지 모릅니다. 아마 가엾게 생각했다기보다 그렇게 여러 번 결혼 한 것을 부럽게 생각하고 한숨지은 것이 아닐까요? (p. 155) Ü 정확하다.

 

□ 그러니 이런 곳에서는 운명의 신이 색다른 사건이나 이 세상의 중대한 사건을 수없이 발생시키고 있는 거예요. (p. 155) Ü 그 안에 나의 이야기도 있을까.

 

□ 그리고 페로와 재키스는 백작에게 옷을 갈아입도록 권했습니다만 아무리 해도 듣지 않고 우선 재키스가 약속한 상금을 틀림없이 받게 되거든 이대로 말구종의 모습으로 왕 앞에 나아가 왕에게 부끄러운 생각을 느끼게 하자고 말했습니다. (p. 169)

 

Ü 보카치오는 극을 절정으로 몰아가는데 귀재다. 말구종은 억울한 누명으로 쓰고 떠돌던 왕의 옛 참모다.

 

□ 아홉째 이야기

세상에 남을 속이면 저도 속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만, 그것이 사실인가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그와 비슷한 일들을 보면 알 수 있어요. (p. 171)

 

아내가 지금쯤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나야 도저히 알 수 없지.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어. 즉 내 손이 닿는 곳에 마음에 드는 젊은 여자가 온다면 아내에게 품고 있는 애정 따위는 제쳐놓고 그 여자와 즐길 것이라는 것 말이야 (p. 171)

 

Ü 이런 생각의 생물학적 원류는 무엇인가. 이것은 본능인가. 인격인가.

 

□ 부인은 여자이고 다른 여자와 마찬가지로 뼈와 살로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소? 그러니 만일 그렇다면 부인도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 욕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와 같은 자연의 욕정에 저항할 만한 힘도 일반 여자가 간직하고 있는 힘과 다를 바 없을 것이오. (p. 173)

 

Ü 뼈와 살로 되어있는 인간, 그 필멸의 명운이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이어야 하는가.

 

□ 열째 이야기

파가니노는 리차르도의 아내를 빼앗는다. 아내의 행방을 안 리차르도는 파가니노의 친구가 되어 아내를 돌려 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그녀가 바란다면 돌려주겠다고 대답한다. 그녀는 남편과 돌아가려 하지 않고 리차르도가 죽자 파가니노의 아내가 된다. (p. 183)

 

□ 자기들이 여자에게서 태어나고 여자의 양육을 받아 지금과 같이 되었으면서도 여자들이 설득당힉 쉽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p. 184)

 

Ü 그래서 남자다. 얼마나 어리석은가하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 근본이 동물이니 축생계 인간이다.

 

□ 파가니노는 부인이 자기를 매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정실로 삼아 축제일도 전야의 금기도 아랑곳없이 사순절 따위도 걷어차 버리고는 허리 힘이 계속될 때까지 해주어 서로 행복을 나누었습니다. (p. 191)

 

Ü 사랑한다면 그들처럼

 

□ 식탁이 치워지자 여왕의 희망에 따라 에밀리아가 먼저 춤을 추기 시작하고 팜피네아는 칸초네를 불렀으며 모두 그에 맞추어 노래했습니다.

 

그 어느 누가 노래하랴

내 사랑의 기쁨 노래 부르지 않으면?

 

오라, 사랑의 신이여, 그대는

네 행복과 희망과 기쁨의 모두이니

잠시 함께 노래하지 않으련가.

사랑의 괴로움에 한숨짓지 않고

달콤한 기쁨에 잠기면서

타는 불길만이 기쁨의 불 붙인다.

나는 사랑한다. 사랑의 신을.

 

사라의 신이여, 네 앞에서

그대의 불꽃 타기 시작한 날

이목이 수려하고, 호기롭고

비할 자 없고

견줄 자 없는 덕을 갖춘

젊은이의 모습 나타냈다.

그 사람으로 하여 가슴은 타니

사랑의 신이여, 함께 노래 부르자.

 

나의 가장 큰 기쁨은

둘이서 서로 좋아하는 것,

사랑의 신이여, 그것은 그대의 은혜.

이 세상의 희망 이루어지면

내 가슴에 간직한 믿는 마음에

평안을 얻게 하라, 저승에서도.

, 그걸 보시는 신이시라면

나에게 허용하라, 그대의 나라. (p. 192~193)

 

Ü , 사랑, 젊음, 노래, , . 인생은 즐거움을 찾아가는 긴 여행이다. 나의 여행이자 우리의 여행이다.

 

셋째 날

 

□ 첫째 이야기

람포레키오의 마제토는 거짓으로 벙어리 흉내를 내어 수녀원의 정원사가 되고 수녀들은 앞을 다투어 그와 자게 된다. (p. 198)

 

□ 세상에서 남자와 여자가 하는 즐거움만큼 좋은 것은 없대요.

무슨 그런 말씀을 다 하세요? 우리는 이미 하느님께 순결을 약속했지 않아요?

아아, 날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을 약속하고 있는지! 하지만 무엇 하나 지켜지고 있지 않잖아요? 우리가 약속했지만 하나고 둘이고 지켜지고 있는 것이 뭔지 한번 말해 보세요.

그러자 상대편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만일 배가 부르면 어떻게 하죠?

그래서 말을 꺼낸 수녀가 말했습니다.

아직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그런 불길한 일을 다 생각하세요? (p. 202)

 

Ü 갑자기 궁금해지는 질문 하나.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피임은 어떻게 했을까. 없었을까. 어쨌든 수녀님, 그 시대에 태어나 고생하셨겠다.

 

□ 둘째 이야기

한 말구종이 아질룰프 왕의 왕비와 관계를 맺는다. 왕은 그것을 눈치채고 그를 발견하여 그 머리칼을 몰래 조금 잘라 놓는다. 머리칼을 잘린 말구종은 다른 말구종의 머리칼도 똑같이 잘라 가까스로 곤경에서 벗어난다. (p. 205)

 

□ 왕이 생각하기를, 내가 찾아내려고 한 녀석은 어차피 신분이 낮은 녀석임이 틀림없겠지만 제법 머리가 좋은 녀석이구나.

 

조그마한 복수를 위해 큰 수치를 당한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하여 한마디의 호통으로 이쪽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하인들에게 일렀습니다.

당돌한 짓을 한 놈, 두 번 다시 그런 짓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물러 가거라.’ (p. 210)

 

Ü 알고 있더라도 넘어가 주는 것이 미덕일 때가 있다.

 

□ 셋째 이야기

한 젊은이를 사랑하게 된 부인이 고해를 구실로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해서 신부를 중매쟁이삼아 젊은이를 만나고 쾌락을 맛본다.

 

□ 더욱이 제가 지갑이나 속옷도 안 가진 사람으로 알았던지 지갑과 속옷까지 보내 왔습니다. 얼마나 불쾌하던지, 지금도 불쾌해서 못 견디겠습니다. (p.215) Ü 지갑과 속옷의 의미는 뭘까.

 

□ 넷째 이야기

돈 펠리체가 프라테 푸치오에게 고행으로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푸치오가 고행을 하고 있는 동안 돈 펠리체는 그의 아내와 즐긴다.

 

여왕님, 이 세상에는 자기들이 천당에 가려고 애쓰다가 생각잖게 남을 천당에 보내는 사람이 뜻밖에 많습니다. (p. 221)

 

□ 그런데 프라테 푸치오가 고행을 하는 곳은 아내의 침실 바로 옆이었으며 얇은 벽 하나로 가려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수도사와 아내가 음란하게 희롱하고 있을 때 푸치오는 마치 집 마룻바닥이 흔들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p. 224~225)

 

Ü 바람벽이다. 나는 이 바람벽에 대한 슬픈 일화 하나를 알고 있다. 조금 길다. 한겨레 객원논설위원 고종석의 에세이에서 발췌했다.

 

로맹 가리 소설, 바람벽이 상심의 자살 불러

런던의 세밑, 어느 희뿌연 새벽. 누추한 건물에 세들어 살고 있던 한 남학생이 자살한다. 나이는 스무 살쯤. 그에겐 가족도 애인도 친구도 돈도 없었다. 신경질적인 필체로 쓴 유서에 따르면, 그는 외로움의 발작에 꺾이고 말았다. ? 어느 밤, 외로움에 맞서 싸우고 있는 그의 귀에, 바람벽을 통해서 옆방 여자의 낮은 신음과 침대의 삐걱거림 소리가 들려왔던 것.

그는 옆방의 '천사 같은 처녀'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수줍어서 말도 못 붙이긴 했지만. 그러니, 그녀의 '음란한' 신음소리가 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할 만도 했다.

청년은 분노와 환멸에 몸을 떨며 그 소리들로부터 벗어나려 애썼지만, 쾌락의 헐떡임과 침대의 삐걱거림이 한 시간 너머 들려오자, '구역질날 만큼 추잡한 세상'과 헤어지기로 결단한다. 그리고는 커튼 줄을 잡아당겨 제 목에 감는다. 얇은 바람벽이 섬약한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현장에서 철수하려던 런던 경찰국 소속 법의학자는 호기심으로 바람벽에 귀를 대 보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옆방 커플은 진즉 사랑놀이를 끝내고 기분 좋은 잠에 빠져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나지막한 신음으로 이런 비극을 불러온 '천사 같은 여자'를 그는 한 번 보고 싶었고, 그래서 그 방 문을 두드렸다. 안에선 아무런 기척이 없다. 마침내 주인 여자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면서 놀라운 진상이 밝혀진다.

바람벽을 건너와 자신을 절망으로 몰고 간 신음소리의 정체를 청년은 완전히 오해했다. 법의학자는, 그 방에서, 음독자살한 것이 분명한 금발 여자를 발견했다. 그녀의 마지막 고통이 길고 끔찍했으리라는 것이 한 눈에 보였다.

탁자 위에 놓인 유서에, 그녀는 제 자살 동기를 외로움이라 적어놓았다. 그러니까 그 건물의 얄팍한 바람벽은 오해의 메신저였던 것이다. 그 바람벽만 아니었다면, 두 젊은이는 연인이 돼 행복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바람벽은 칸살을 지름으로써, 내부와 외부를 가름으로써 사적 공간을, 사랑의 공간을 만든다. 백석에게 그 바람벽은 그리운 허깨비들이 노니는 만화경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그 바람벽은 사랑의 헤살꾼이자 오해의 분만실이다. 바람벽이 사랑의 말이라면, 때로 그 사랑은 엇나간 사랑, 슬픈 사랑일 것이다.

 

□ 다섯째 이야기

세상에는 자기가 너무나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남을 속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실은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p. 226)

 

Ü 실로 맞는 말이다. 겸손은 기만적인 가식만을 뺀다면 최고의 미덕이 될 수 있다.

 

□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어째서 내 청춘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 것일까? 남편은 밀라노에 가서 반 년 후에나 돌아올 텐데 언제 그 손해를 매꿔 준단 말인가? 내가 할머니가 된 뒤에? 그리고 치마 같은 멋있는 연인이 언제 또 발견된단 말인가? 나는 지금 외톨이이고 무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째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붙잡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 (p. 231)

 

Ü 그래서 오늘이다. 오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일을 시작하거나 끝내기 가장 좋은 날이 오늘이다. 죽기에도 가장 좋다. 오늘!

 

□ 여섯째 이야기

리차르도 미누톨로는 필리펠로 피기놀피의 아내를 연모한다. 리차르도는 그녀가 질투심 낳은 여자라는 말을 듣고 자기 아내가 내일 필리펠로와 목욕탕에서 만나게 되었다면서 그녀를 그곳에 가게 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남편과 자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실은 리차르도와 자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p. 232)

 

□ 일곱째 이야기

테달도는 자기 연인에게 화가 나서 피렌체를 떠났다가 몇 해 뒤 순례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하여 연인을 만나 그녀의 오해를 풀고 자기를 죽였다는 혐의로 사형을 받게 된 그녀의 남편을 구해 준다. 이어 자기 형제들과 그를 화해시킨 다음 조심스럽게 그녀와의 사랑을 즐긴다. (p. 241)

 

□ 그네들은 남자들에게 여색을 즐기지 말기를 훈계합니다만 그것은 훈계 받는 자를 멀리 밀어냄으로써 자기에게 여자가 남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네들은 고리 대금업이며 부정한 돈벌이를 비난합니다. 그것은 그런 것을 자기들에게 환원시켜 훌륭한 성의를 만들고 사제나 그 밖에 높은 지위에 앉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섭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런 것을 갖고 있으면 몸의 파멸이라고 협박하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과 그 밖의 부정한 것을 비난 받으면 그들의 대답은 언제나 판에 박은 듯합니다.

우리의 가르침을 지키시오. 행위는 흉내내면 안 되오.’ (p. 248)

 

Ü 그 시절 수도사, 참 편하고 쉬웠겠다. 그러나 하데스가 불러 카론이 모든 배의 안내에 따라 아케론 강을 건넜을 것이다.

 

□ 법률은 악이 행해지는 원인이 되는 자를 악을 범한 자와 마찬가지 죄를 범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p. 249)

 

Ü 우리는 이런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 멀리서는 반민특위의 해체 과정에서부터 가까이는 모 재벌의 변칙증여에 대한 판결에 이르기까지 단죄를 받아야 할 자들이 단죄를 하는 위치에 있는, 아주 어처구니 없는 장면 말이다.

 

□ 여덟째 이야기

페론도는 어떤 가루약을 먹고 죽은 시체로 매장된다. 그의 아내와 사랑을 즐기던 수도원장이 무덤에서 꺼내 지하실에 넣어 버리는데 그는 작기가 연옥에 들어가 있는 줄 안다. 나중에 이 세상으로 돌아와 자기 아내가 낳은 수도원장의 아이를 자기 아이인 줄 알고 기른다. (p. 258)

 

□ 저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묻는 말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연옥에 있다. 수도사가 대답했습니다.

어째서요? 그럼, 저는 죽었습니까?

그렇다. (p. 265)

 

□ 아홉째 이야기

프랑스 왕의 오래된 부스럼을 고쳐 준 질레타 드 나르본나는 베르트랑 드 루시용을 남편으로 맞고 싶다고 왕에게 호소한다. 베르트랑은 자기 뜻과 달리 그녀와 결혼을 강요당한 데 화나 피렌체로 달아나 한 처녀에게 뜻을 둔다. 아내 질레타는 그 처녀가 되어 그와 잠자리를 같이한다. 그리하여 두 아이를 가진다. 그러는 동안 그도 처녀를 사랑하게 되어 정실로 대우하게 된다. (p. 269)

 

□ 열째 이야기

알리베크가 은자가 되자 루스티코라는 수도사가 악마를 지옥에 몰아넣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뒤 그녀는 은둔의 땅에서 돌아와 네르발레의 아내가 된다. (p. 279)

 

루스티고 님, 그 툭 튀어나온 게 뭐예요, 저한테는 그런 것이 없는데?’

오오 소녀여 이것이 내가 몇 번이나 말한 악마다. 알겠느냐? 이것이 이제 더 참을 수가 없을 만큼 몹시 나를 괴롭히고 있느니라.’

그러자 소녀가 말했습니다.

아아, 하느님, 고마워라, 제가 루스티코 님보다 행복한 것 같네요. 저한테는 그런 악마가 없으니까요.’

루스티코가 말했습니다.

그렇다. 그러나 대신 내가 갖지 않은 다른 것을 그대는 가졌느니라. ‘

어마, 그게 뭔데요?’

지옥을 갖고 있느니라. 분명히 말하지만 하느님은 내 영혼을 구해 주시기 위해서 그대를 이리로 보내신 줄 안다. 만일 이 악마가 이런 괴로움을 내게 주더라도, 그대가 나를 가엾게 여기고 그 악마를 지옥으로 몰아넣어주기만 한다면, 그대는 내게 최대의 만족을 주게 되느니라. 게다가 그대는 하느님께 다시없는 기쁨을 드리며 봉사하게 되느니라. 그대가 말하듯이 그 때문에 그대는 여기까지 일부러 찾아온 것이니까.’

신앙에 불타 있던 소녀는 대답했습니다.

오오, 신부님, 제가 지옥을 갖고 있다면 좋으실 때 쓰도록 하셔요.’

그러자 루스티코가 말했습니다.

소녀여 그대에게 축복 있으라. 그럼 행하기로 하리라. 악마가 내게서 나가도록, 지옥에 몰아넣도록 하리라.’ (p. 282)

 

Ü 빠아아앙 터진다.

 

□ 루스티코 님, 저는 하느님을 섬기려고 여기 왔지, 게으름을 피우려고 온 게 아녜요. 악마를 지옥에 몰아넣기로 해요. (p. 283) Ü 제대로 걸렸군.

 

□ 하느님에 대한 가장 즐거운 봉사는 악마를 지옥으로 몰아넣는 일이라는 속담까지 생겨버렸습니다. (p. 285)

 

□ 아, 나처럼 한숨을 지으면서

사랑을 받은 몸으로

한탄하는 사람은 없네.

 

하늘과 별, 그곳에 계시는 하느님은

마음 내키시는 대로

귀엽고 아름답게 나를 만드셨네.

드높은 지혜 기울여

늘 하느님의 눈에 띄는

저 낙원의 여인이 지닌

아름다움을 이 세상에 주시려고

, 그러나 사람 눈은 어리석어

나를 옳게 보지 않고

얕잡아 보기까지 하네

 

그 옛날, 나를 사랑한 사람 있어

기꺼이 젊은 내 몸을

품에 안고, 마음에 안고

사랑의 불 내 눈에 태우더니

다만 말로만 지새고

시간은 금방 사라졌네.

나는 정답게 따랐지만

지금은 슬퍼라, 그 사랑도 없으니.

 

다음에는 뻔뻔스럽고

오만한 젊은이 나타나

가문을 내세워 나를 차지하고는

부질없는 소문에 밤낮으로 시새움.

 

아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해주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줄 알았더니

한 사나이의 독차지되었으니

나는 모든 기쁨 잃어버렸네.

 

, 상복 벗는다고 했을 때의

내 몸 불행이 저주스럽네.

그옷 입고도 즐겁더니

지금은 나들이옷 입어도

차가운 나날의 생활이라

그 옛날의 정결 소문도 없네.

, 슬퍼라, 그 향연에

나가기 전에

죽었어야 할 것을.

 

, 첫사랑의

귀여운 분이여, 지금은 갔네.

그대를 만드신 하느님 곁으로

, 가엾게 여기시라, 그대를

잊지 못해 하는 이 몸을

그대가 붙여 준 사랑의 불꽃

다 꺼지기 전에

불러 주시라

하느님 곁으로, 이 몸까지.  (p. 287~288)

 

넷째 날

(불행한 사랑 이야기)

 

□ 데카메론의 넷째 날이 시작됩니다. 이날은 필로스트라토의 주재 아래 각자 사랑이 불행하게 끝나는 이야기를 합니다. (p. 290)

 

□ 여자를 가리키며 아들이 물었습니다.

저걸 대체 뭐라고 부르는데요?’

아버지는 젊은 아들의 들뜬 마음을 쓸데없이 자극하지 않도록 바로 그 이름, 여자라는 이름을 말하기 싫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거위라는 것이야’ (p. 293)

 

□ 저에게는 아버님 말씀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 저 거위들이 독이 있는 것인지. 저렇게 예쁘고 저렇게 기분 좋은 것을 나는 아직 본 일이 없습니다. 저건 아버님이 곧잘 보여 주신 그림에 있던 천사보다 훨씬 예쁩니다. 아아! (p. 293)

 

□ 그러나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므로 내가 이 이야기를 하게 한 그 상대에게 창끝을 돌려 보려고 생각합니다 (p. 294) Ü 이야기의 전환이다.

 

□ 부추는 뿌리는 희지만 끝은 싱싱한 초록색 (p. 295)

 

□ 자연의 법칙에 대하여 반항하려면 너무나 큰 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종종 그러한 일은 허사일뿐더러 커다란 타격을 받습니다. 그러한 힘은 내게 없고 또 가지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p. 297)

 

□ 첫째 이야기

살레르노의 탕크레디 공은 딸의 연인을 죽이고 그 심장을 황금 술잔에 넣어 딸에게 준다. 그러자 딸은 독액을 넣어 그것을 마시고 자살한다. (p. 298)

 

□ 사랑은 대공 전하에게나 저에게나 어쩔 수 없을 만큼 강한 것입니다. (p.301)

 

□ 애정은 너를 용서하라고 말하고 있고 분노는 이 감정에 거역하여 엄벌에 처하라고 말하고 있다. (p. 302

 

□ 우리들은 모두 똑 같은 육체로 되어 있고 같은 한 창조주에 의하여 모두 마음이라는 것이 같은 힘 같은 재주, 같은 덕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이같이 평등하게 태어났고 그리고 앞으로도 평등하게 태어날 우리들을 구별하는 것은 우선 그 마음의 덕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덕을 많이 소유하고 그 힘을 발휘한 자는 고귀한 사람이라 불리고 그렇지 않은 자는 고귀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후 이 법칙이 속세의 나쁜 습관으로 일부 은폐되었다고 하지만 완전히 손상되지는 않아 아직 자연에서도 양속에서도 사라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분을 천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말을 듣는 쪽이 아니라 말한 사람이 잘못인 것입니다. (p. 304)

Ü 萬民平等

 

□ 둘째 이야기

수도사 알베르토는 어떤 부인에게 천사 가브리엘이 그녀를 연모하고 있는 줄 믿게 하고 종종 관계를 맺는데 그 뒤 그녀의 시동생들에게 들켜 어느 사나이 집으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 집 사나이는 그를 야만인으로 꾸며 거리의 광장에 데려간다. 그것이 알베르토라는 것이 동료 수도사들에게 알려져 잡히어 감옥에 갇힌다.  (p. 308)

 

□ 셋째 이야기

세 젊은이가 세 자매를 사랑하여 그들과 크레타 섬으로 사랑의 도피를 한다. 큰 언니는 질투 때문에 자기 연인을 죽인다. 둘째는 크레타 섬 영주에게 몸을 맡기고 언니의 목숨을 구한다. 그러자 그 연인이 그녀를 죽이고 언니와 달아나고 만다. 셋째와 그 연인은 함께 고문당한 끝에 죄를 뒤집어 쓰고 옥에 갇히자 사형을 두려워하여 돈으로 간수를 매수하고 빈손으로 로데스 섬으로 달아난다. 그리고 그 땅에서 비참하게 살다가 죽는다. (p. 319)

 

□ 아무런 걱정없이 그녀와 사랑의 환락에 빠질 수 있게 되자 싫즈이 나서 그녀에 대한 애정이 식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p. 322)

 

Ü 남자라는 것은 이렇게 의리도 없고 어이도 없다. 그런데 이야기들 하나 하나가 변신이야기의 인간 version 인 것 같다.

 

□ 나는 승리를 얻어도 전리품으로 한 사람의 여자밖에 요구하지 않는다. 그 여자에 대한 사랑 때문에 나는 무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니까. (p. 329)

 

Ü 트로이는 같은 이유로 폐허가 되었다.

 

□ 제르비노는 그들의 잔인성을 눈앞에 보고 마치 죽음을 각오한 사람처럼 날아오는 화살이나 돌을 무릅쓴 채로 갤리 선을 접근시켜 떼 지어 오는 적에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적선에 뛰어올랐습니다. (p. 330)

 

Ü 죽기에 좋은 날이다.

 

□ 다섯째 이야기

리자베타의 오빠들이 그녀의 연인을 죽인다. 그 망령이 그녀의 꿈 속에 나타나 자기가 묻혀 있는 곳을 알려 준다. 그녀는 가만히 연인의 머리를 파내어 동백꽃 항아리에 넣어두고 날마다 오랜 시간 눈물을 떨어뜨리는데 그것을 안 오빠들은 그 항아리를 빼앗는다. 그러자 그녀는 슬픈 나머지 죽고 만다. (p. 331)

 

□ 너 왜 그러는 거냐? 그렇게 맨날 묻는데 로렌초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거냐? 다시 한 번 물어봐라, 네가 바라는 대답을 해 줄 테니까. (p. 332)

 

Ü 어찌 이리 무섭게 들리는가. 꿈을 꾸는 나에게 시처럼 사는 그대에게 다시 한번 꿈을 꾸거나 시를 노래하면 현실의 무덤에 묻어 버리겠다는 말고 같지 않는가.

 

□ 그 속의 두개골이 썩어 흙이 비옥해진 탓도 있어, 가지는 훌륭히 자라 향기 좋은 꽃을 피웠습니다. (p. 334)

 

Ü 죽음으로 유지하는 삶, 아주 아주 오래된 공생, 삶과 죽음

 

□ 내 꽃항아리

누가 가져갔나

그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Ü 공포 영화 속의 대사 같다. 띄엄 띄엄 울리는 피아노 선율에 젊은 여자의 낮게 울리는 목소리.

 

□ 여섯째 이야기

아아, 괴로워 죽을 것 같아, 도와줘.’

그러더니 털썩 풀 위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처녀는 그것을 보자 쓰러진 그를 무릎 위에 끌어안고 울부짖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 왜 그래요, 가브리오토?’ (p. 338)

 

Ü 사람은 이렇게 어이없이 갈 수 있다. 근데 이거 몸 안에서 불이 나서 죽는다는 인체 자연발화현상이 아닐까.

 

인체 자연발화 (Spontaneous human combustion, SHC)는 인체 내부의 화학반응으로 생긴 열에 의해서 신체에 불이 붙는 과정을 말한다. 어느 누구도 자연발화를 목격하지 못했지만 몇몇 죽은 시체들은 조사자와 이야기꾼들에 의해서 자연발화 때문이라고 지목되었다.

문학에서 자연발화는 거의 시체에 한정된다. 그러나 17세기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학 독일인이 브랜디를 과도하게 마셨기 때문에 스스로 불이 붙었다고 하며, 독일의 이러한 보고 말고 몇몇 사례들이 더 연구되었던 것 같다.

 

□ 일곱째 이야기

샐비어 잎은 음식을 먹은 뒤 이빨 사이에 낀 찌꺼기를 빼내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말하면서 그 잎으로 이와 잇몸을 문질렀습니다. 그러더니 곧 죽어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p. 344)

 

Ü 샐비어는 마리화나와 비슷한 환각 성분이 있다고 한다. 마약 성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용이 합법인 나라가 있다.

 

□ 여덟째 이야기

남의 충고나 공작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아무리 열심히 돌아다니며 없애려고 해도 사랑 그 자체가 사라져 버리지 않는 한 제거할 수 없는 성질의 것입니다. (p. 346~347)

 

□ 그녀는 죽은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옛사랑의 불꽃이 세차게 타올라 걷잡을 수 없는 동정의 마음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는 베일에 얼굴을 감싼 채 여자들 틈에 끼어들어가 그들을 헤치고 시체 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날카로운 외침 소리를 내고는 시체 위에 몸을 내던지더니 얼굴을 묻은 채 움직일 줄을 몰랐습니다.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밤 지롤라모가 쓰라린 마음에 애를 태우다 죽은 것처럼 살베스트라도 너무나 슬픈 충격에 그의 시체 위에서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입니다. (p. 351)

 

□ 아홉째 이야기

기욤 루시용은 아내가 사랑하던 기욤 가데탕을 죽이고 그 심장을 아내에게 먹인다. 그것을 알고 아내는 높은 창에서 뛰어내려 죽는다. 그리하여 연인과 함께 같은 무덤에 묻힌다. (p. 352)

 

□ 여보, 그 요리 어떻소?

아주 맛있어요.

그럴 테지! 살아 있을 때 그렇게 좋아했었으니 죽어서도 좋겠지. 별로 이상할 것 없지.

뭐라구요? 저에게 먹인 이 요리는 뭐죠?

당신이 먹은 것은 실은 부정한 아내로서 당신이 사랑했던 가데탕의 심장이요. 내가 돌아오기 조금 전에 그의 가슴에서 이 손으로 잘라내어 왔으니 그 자신이라고 알아 두면 돼. (p. 355)

 

Ü 우리는 아가멤논을 죽인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의 아버지가 아가멤논의 아버지에게 당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 아이기스토스의 형제들을 죽이고 삶아서 제 아버지에게 먹이게 한 일 말이다. 이 이야기는 아가멤논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음에 틀림없다.

 

□ 열째 이야기

어느 의사의 아내가 마취약으로 잠들어 버린 연인을 죽은 줄 알고 궤 속에 넣는다. 그러자 두 사람의 고리대금업자가 궤를 훔쳐 집으로 날라간다. 연인은 잠에서 깨어나 도둑으로 잡힌다. 의사 아내의 하녀는 고리대금업자들이 훔친 궤에 그 사나이를 넣은 것은 자기라고 재판관에게 호소한다. 사나이는 교수형을 면하고 고리대금업자들은 궤를 훔친 죄로 벌금형에 처해진다. (p. 355)

 

□ 아, 지금은 죽음 말고는

괴로움을 끊을 길도 위안도 없다.

그러니 사랑의 신이여, 내 목숨을

거두시어

내 불행을 끝나게 하소서

슬픈 목숨 빼앗아서.

내 잘못으로 기쁨도

슬픔도 잃었나니.

나 죽으면 신이여, 그녀를

귀여운 여인으로 찬양하소서

 

, 나의 노래를

부르는 자 없어도 상관없도다

나만큼 부르는 자 없나니.

사랑의 신이여, 나는 바치노라

이 노래를

그대를 만나기 위해 그대에게만

 

만일 저물어 가고 있는 땅거미가 한 여성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감추어 주지 않았더라면 그 얼굴 모습이 더 뚜렷이 보였을 것입니다. (p. 367) Ü 캬하하!

 

다섯째 날

(불행한 출발, 행복한 결말)

 

□ 포도주와 달콤한 과자가 일동의 가벼운 피로를 풀어 주었습니다. (p. 369)

 

Ü 우리 수업의 풍경이다.

 

□ 첫째 이야기

시몬은 사랑을 한 덕분에 현명해 지고 연인인 에피제니아를 바다 위에서 약탈한다. 로데스 섬에서 감옥에 들어가게 되지만 리시마쿠스가 그를 구해낸다. 그는 리시마쿠스와 함께 결혼식장에 쳐들어가 에피제니아와 카산드라를 빼앗아 크레타 섬으로 달아난다. 두 여인은 각각 그들의 아내가 되어 자기 마을로 돌아간다. (p. 371)

 

□ 둘째 이야기

원래 사랑한다는 것은 기나긴 시간 동안 슬퍼하기보다는 기뻐하는 데 가치가 있는 것인 만큼 (p. 381)

 

Ü 금언이다. 사랑은 기뻐해야 가치가 있다. 가치, 가치는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므로 기쁨을 느끼는 것도 이와 같다. 또한 술은 즐거워야 제 맛이다.

 

□ 셋째 이야기

피에트로 보카마차는 아뇨렐라와 사랑의 도피를 한다. 그런데 도적의 습격을 받고 아뇨렐라는 숲으로 달아나 어느 성에 안내되어 간다. 피에트로는 도적에게 붙잡혔으나 그 손을 벗어나 몇몇 사건을 거쳐 아뇨렐라가 있는 성에 이른다. 거기에서 그녀와 결혼해 함께 로마에 돌아간다. (p. 387)

 

□ 말 또한 자기가 태우고 있는 사람을 어디로 데리고 가야할지 몰랐기 때문에 (p. 390)

 

Ü 나는 여기 보카치오의 박애정신을 본다. 동물을 우리 의식에 포함시키고 우리와 같은 인격체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 넷째 이야기

리차르도 마나르디는 리치오 다 발보나 씨에게 그의 딸과 같이 있는 장면을 들킨다. 그는 곧 그녀와 결혼하고 장인과도 사이가 좋아진다.

 

□ 카테리나는 오른손으로 리차르도의 목을 껴안고 왼손으로는 여러분이 남자 앞에서 입 밖에

내기 부끄러운 그것을 쥐고 있었습니다.

, 빨리 일어나서 보고 와요. 밤꾀꼬리를 그리워하던 당신 딸이 새를 꼭 붙잡아 손에 쥐고 있으

니까. (p. 398~399)

 

Ü 빵 터진다.

 

□ 이리하여 그들은 즐겁고 사이좋게 밤꾀꼬리를 붙잡고 밤이나 낮이나 즐겼던 것입니다.

 

□ 다섯째 이야기

귀도토 다 크레모나는 자코민 다 파비아에게 딸을 하나 남기고 죽는다. 잔놀레 디 세벨리노와 밍기노 디 망골레라는 두 사나이가 이 처녀에 연정을 태운다. 마침내 두 사람은 칼을 빼고 싸우게 되지만 그 처녀가 잔놀레의 누이 동생임이 밝혀져 밍기노의 아내로 정해진다. (p. 400~401)

 

□ 여섯째 이야기

잔 디 프로치다는 페데리고 왕에게 바쳐진 여인과 밀회하다가 들켜 둘 다 기둥에 묶여 화형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루지에리 델로리아의 눈에 띄어 구출되고 둘은 결혼하여 고향으로 돌아간다. (p. 406)

 

□ 이 화냥년을 어떻게 생각하는냐? 나는 몹시 마음에 들었었는데. (p. 409)

 

□ 일곱째 이야기

테오도로는 주인의 딸 비올란테와 사랑에 빠져 임신시킨 일로 교수형에 처해 질 위기에 놓인다. 그는 매를 맞으면서 거리를 끌려 다니는데 친아버지가 나타나 자기 자식임을 밝혀 석방되고 비올란테를 아내로 삼는다. (p. 412)

 

□ 이 두가지 물건을 비올라테한테로 가져가라. 그리고 나의 명령이라고 말하고 이 독이나 칼이나 어느 한쪽을 취하여 곧 죽으라고 전하라. 만약 그렇게 하기 싫으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불태워 죽이겠다고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라고 말하라. 그렇게 말한 다음 이삼일 전에 그 년이 낳은 사내애를 빼앗아 벽에 머리를 쳐서 죽여 개나 먹도록 내다 버려라. (p. 417)

 

Ü 자신이 낳은 판테오스를 처참하게 머리를 받아 죽인 아가베의 모습인가.

 

□ 여덟째 이야기

나스타지오 델리 오네스티는 트라베르사로 집안의 딸을 연모하나 사랑을 얻지 못한 채 재산만 써버린다. 그는 친척의 권유로 키아시에 가는데 그곳에서 어느 처녀가 한 기사에게 이리저리 쫓기다가 살해되어 개에게 마구 뜯어 먹히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뒤 그 친척과 자기가 사랑하는 처녀를 식사에 초대한다. 처녀는 자기와 같은 또래의 처녀가 무참히 살해되는 것을 보고 같은 봉변을 당하는게 두려워 나스타지오를 남편으로 삼는다. (p.420)

 

□ 그녀는 그 눈으로 똑똑히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고 다른 누구보다도 이 일이 자기와 관계가 깊다는 것을 느꼈던 만큼, 나스타지오에 대해서 늘 냉혹한 태도를 취해왔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해 냈습니다. 그리하여 당장 그에게 쫓겨 그 무서운 개에게 허리를 물어 뜯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p. 425)

 

Ü 공포에 의한 복종. 그 복종은 자발적인가 비자발적인가. 에뜨엔느 드 라 보에띠는 알고 있으려나.

 

□ 아홉째 이야기

여자들은 아름다운 용모가 남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용모가 아름답다고 해서 반드시 행운이 따른다는 법은 없으며 사랑을 할 때에는 그것을 운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일인만큼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대로 처리하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p. 426)

 

□ 오빠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돈 있고 인격이 보잘 것 없는 사람보다 돈은 없더라도 인품이 훌륭한 사람을 택하고 싶어요. (p. 432)

 

Ü 돈에 미쳐 날뛰는 세상에 이런 사람이 많아야 된다. 아이들까지 연봉 얼마짜리의 상품으로 키워내기 위해 하는 짓거리를 보면 모두가 정신병자 같다.

 

□ 열째 이야기

할망구가 다 된 다음에 젊음을 헛되이 보낸 것을 뉘우쳐 봤자 아무 소용도 없지. 젊었을 동안에 마음껏 즐겨야 해. (p. 434) Ü 그리하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다른 사람은 고사하고 남편조차도 우릴 돌아보지 않는단 말예요. 그 뿐만 아니라 부엌으로 몰아넣어 고양이를 상대로 지껄이든가 냄비나 접시를 세든가 하는 그런 일밖에 시키지 않는단 말예요. 뿐만 아니예요. 더 나쁜 일로는 이런 노래까지 부르고 있지 않아요. 젊은 여자에겐 맛있는 음식을 할망구에겐 입마개를 하고 말예요. (p. 435)

 

Ü  또 빵터진다. 데카메론 재밌다.

 

□ 오 사랑의 신이여, 지금 나는

그대 눈동자에 머금은 야릇한 빛에

그대와 그녀의 종이 되도다.

 

그대 눈의 반짝임은

내 눈동자를 꿰뚫고

불길이 되어 마음을 태우도다.

그대 매력의 얼마만큼이나

아름다운 얼굴 나에게 가르치도다.

그것을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오느니

그대 힘에 묶이어

종이 되려는 마음 일도다. (p.443)

 

여섯째 날

(임기응변의 대답과 뛰어난 통찰)

 

□ 첫째 이야기

맑은 밤하늘에는 별이 하늘의 장식이듯 봄에는 꽃과 나무가 들판을 꾸미며 언덕은 잎이 무성한 나무들에 덮여 빛을 보탭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예의범절이나 교묘한 화술은 상쾌한 경구)가 되지요 (p. 447)

 

□ 둘째 이야기

빵장수 치스티는 재치 있는 말솜씨로 제리 스피나를 깨우쳐 주어 자기의 분에 넘치는 요구를 알리고 그로 하여금 자기를 신사로서 또한 친구로서 대하게 한다. (p. 449)

 

□ 사교는 군단장에게 그녀를 가리켜 보이고 그녀 곁에 다가가서 군단장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습니다.

논나 님, 이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번 잘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이 말에 논나 부인은 자기의 정결함이 더러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주위에서 이 말을 듣고 있는 사람에게 오해를 받을 두려움도 있었군요. 그래서 오해를 받지 않겠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반발을 해주려고 대답했습니다.

사교님, 이 분은 저를 정복하진 못하실 거예요. 저는 진짜 돈을 갖고 싶은 걸요.’ (p. 454)

 

□ 넷째 이야기

쿠르라도 잔필리아치의 요리사 키키비오는 교묘하게 임기 응변으로 대답을 하여 주인 쿠르라도의 노여움을 웃음으로 바꾼다. 그리하여 주인이 내릴뻔한 최악의 벌을 피한다. (p. 455)

 

, 나리. 하지만 나리는 엊저녁에 훠이 훠이소리는 외치지 않으셨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외치셨다면 지금 날아간 학들처럼 그 학도 한쪽 다리를 마저 내놓았을 텐데요.’ (p. 457)

 

□ 다섯째 이야기

지오토 군, 이제껏 한 번도 자네를 본 적이 없는 자가 여기 나타나서 우리를 본다면 관연 자네를 세계 제일의 화백이라고 생각할까?’

지오토는 틈을 주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포레제 군, 그자가 자네를 보고 이 사나이는 ABC 정도는 알고 있겠지, 하고 생각한다면 나를 세계 제일의 화가로 생각하겠지.’ (P. 460)

 

□ 여섯째 이야기

바론치 집안은 신께서 그림을 익히기 시작했을 때에 만드신 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 다른 집안 사람들은 구멍새가 정돈되고 신체도 균형이 잡혀져 있는데 바론치 집안의 사람을 살펴볼 것 같으면 어떤 자는 아주 기다랗고 좁은 얼굴을 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자는 지질펀펀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또한 사뭇 코가 기다란 자가 있는가 하면, 짤막한 코를 붙인 자도 있다네’ (p. 462)

 

□ 일곱째 이야기

그렇다면 장관님,’ 부인은 곧 말을 이었습니다. ‘묻겠습니다만, 남편이 필요 혹은 쾌락으로 삼고 있는 것을 언제나 내게서 얻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래도 나는 주체하지 못하는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했을까요? 개에게라도 던져 주어야 했을까요? 나를 자기 목숨보다도 사랑해 주시는 한 귀족의 필요에 응하는 편이 허비하거나 썩혀 버리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았나요?’ (p. 465)

Ü 일리가 있군

 

□ 여덟째 이야기

치에스카야, 네가 말하듯이 그처럼 불유쾌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 그리고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있고 싶거든, 앞으로는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쳐 보지 말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p. 467)

Ü 너무 한 거 아니야

 

□ 아홉째 이야기

구이도 카발칸티는 별안간 자신을 에워싼 피렌체의 기사들에게 경구로 점잖게 핀잔을 준다. (p. 467)

 

□ 열째 이야기

수도사 치폴라는 농부들에게 천사 가브리엘의 날개를 보여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날개 대신 숯밖에 없어, 성 로렌초를 태운 숯이라고 말하여 얼버무린다. (p. 470)

 

한데 특히 내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숯으로 십()자를 그려 받으면 누구나 1년간은 절대로 화상 같은 것을 입는 일 없이 무사히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p. 477)

 

□ 오, 사랑의 신이여

그대의 손톱을 피했으나

언제까지나

피할 수 있으리

나를 기어이 붙잡고야 말라니

두려운 사랑의 사슬이여.

 

어린 처녀인 내가

살뜰한 그대와 싸우기는 했어도

오로지 평화를 바라면서

끝내 믿으리라 다짐하고

무기는 모조리 버렸거늘

무도하고 욕심 많은

당신은 폭군

무기와 갈고리를 휘두르면서

홀연 내게로 덤벼들도다. (p. 483~484)

 

Ü 여섯째 날 이야기는 조금 어두웠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 또한 심각하다. 데카메론 답지 않게 말이다.

 

일곱째 날

(남편에게 해 온 여러 가지 계책)

 

□ 첫째 이야기

여보 잔니, 침을 뱉어요.’

남편은 퉤, 하고 침을 뱉었습니다.

밖에 있던 페데리코는 테사의 말을 듣자 질투하는 마음도 사라지고 오직 실망 뿐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해서 억지로 참았습니다. 그리고 잔니가 침을 뱉었을 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이왕이면 이빨도 뱉어 버리시지.’ (p. 491)

 

□ 둘째 이야기

한편 리날도가 데리고 온 수도사는 다락방에서 귀여운 하녀에게 기도문을 하나가 아니라 네 개 이상이나 가르쳐 주고 어떤 수녀에게서 받은 흰 마직 지갑을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열렬한 자기 신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만, 부인이 자기 침실로 남편을 불러 들이는 소리를 듣자 그 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샅샅이 듣고 볼 수 있는 장소까지 살그머니 내려왔습니다.

모든 일이 무사히 끝난 것을 알았으므로 그는 아래로 내려와 부인의 침실에 들어가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리날도 님, 당신께서 지시한 네 가지 기도를 전부 외웠습니다.’

형제여, 그대는 실로 장하다. 참 수고가 많았다. 나는 주인어른이 돌아오셨을 때 아직 두 개밖에 외지 못했었는데 그러나 그대와 나의 노력으로 인하여 신께서 은총을 베푸시어 아기는 원기를 회복하였다.’ (p. 502)

 

□ 넷째 이야기

아이고 맙소사, 이 주정뱅이야 오늘 밤에 집에는 들여놓지 않을 테니까. 당신의 그 추태야말로 이젠 지긋지긋하다고요. 당신이 어떤 사나이인지 사람들에게 좀 보여주어야겠어. 한밤중에 몇 시에 집에 돌아오는가를 광고 좀 해야겠어.’ (p. 506)

 

Ü 뜨금하지 않는가. 나만 그런가. 예나 지금이나 남자의 모습은 한심하다.

 

□ 이렇게 마치 어수룩한 촌놈처럼 그는 어처구니없는 꼴을 당한 끝에 평화 협정을 맺었던 것입니다.

사랑이여, 만세, 탐욕이여 멸망하라. 싸움이여 모두 그칠지어다.’ (p. 507)

 

Ü 있을 때 잘하고 끝이 오기 전에 준비하자. 협정에 들어가면 빼도 박도 못한다.

 

□ 다섯째 이야기

어떤 질투심 많은 사나이가 신부로 꾸며 아내의 참회를 듣는다. 아내는 밤마다 찾아오는 어느 신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질투심 강한 남편은 남몰래 문간에 숨어서 감시하고 있는데 그 동안 아내는 지붕으로 연인을 끌여들여 즐긴다. (p. 508)

 

□ 신께 맹세합니다만, 만약에 내가 당신을 배신할 마음만 먹는다면 당신의 두 눈이 백개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 백 개의 눈을 까맣게 속이고 나의 환락을 손쉽게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p. 516)

 

Ü 헤라의 충복 아르고스는 헤르메스에게 죽임을 당한 후 그의 눈 백 개가 공작새의 깃털에 박혔다.

 

□ 일곱째 이야기

나는 물론 거기 갈 생각은 아니고말고요. 하지만 당신이 직접 그 사나이의 충성심을 시험해 보실 마음이 있거든 내 속옷을 입고 베일을 쓰시고서 마당에 나가 그자가 오나 기다려 보십시오. 틀림없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부인의 말을 듣고 에가노가 말했습니다.

물론 보러 가야지’ (p. 525)

Ü 남자는 어리석다. 그리고 경솔하다. 언제나 그렇다.

 

이 몹쓸 여자 같으니라고 내 짐작대로 이렇게 나왔구나. 그래 내가 존경하는 주인어른을 배반했단 말이지? 이런 여자는 혼 좀 내줘야 한다니까.’

이렇게 외치며 버들가지를 휘둘러대기 시작했습니다. (p. 526)

 

□ 여덟째 이야기

아이고 내 딸아, 하늘에 맹세코 그런 착한 말일랑 하지 마라. 이런 배은망덕한 염치도 없는 개돼지는 죽여도 시원찮을 정도라고. 이 놈은 너같이 훌륭한 여자를 데리고 살 자격이 없어. 글쎄 생각 좀 해보려무나. 설사 너를 진흙 속에서 주웠다고 하더라도 이 사나이에겐 과분하다 그 말이다. (p. 534)

 

Ü 모든 남자들은 이리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이 시대의 남자에게 주어진 부담 또한 너무 크다. 좋은 남편, 좋은 상사, 좋은 친구 하나라도 나쁘면 무능한 사람으로 찍혀 버리는 미친 사회에서 남자들은 또 어쩌란 말이냐.

 

□ 아홉째 이야기

니코스트라투스의 아내 리디아는 피루스를 사랑한다. 그것을 확인하려고 피루스는 그녀에게 세 가지 일을 요구하고 그녀는 모두 해낸다. 더욱이 남편 니코스트라투스 앞에서 연인과 사랑의 유희를 하고 그가 본 일이 현실이 아니라고 믿게 한다. (p. 535)

 

□ 열째 이야기

스스로 만든 법에 대한 제일의 봉사자야말로 진정한 국왕이라는 것은 지극히 명백한 일입니다. 만약에 그렇지 못한다면 벌을 내려도 좋다는 결과가 되어 국왕도 국왕이 아닌 자와 같이 심판 받아야 마땅합니다. (p. 547)

 

Ü 심판이나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좋은 나라다.

 

메우치오, 내가 저 세상에 가니 내 죄를 송두리째 알고 있는 듯싶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 사람은 내게 지금 이세상에서 지은 죄를 갚으려면 최대의 벌을 받으면서 속죄하는 곳으로 가라고 명령하더군.’ (p. 550)

 

Ü 신곡을 읽고 난 뒤로 지옥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사롭지 않게 되었다. 카론이 몰고 갈 영혼 하나를 연민으로 바라본다.

 

□ 아, 알려 주려마 어느 날인지

나를 매혹한 그대 눈에

입맞춘 이 몸이

그대와 만난 날은,

, 행복하여라, 영혼이여

그대 어느 날에나 올 것인지

어서 고하여 위로해 다오.

그대가 오는 날은 늦을지라도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 주오

사랑의 상처가 나을 때까지

 

그대 온다면 부여잡고

다시는 보내지 않을 것을

옛날같이 어리석지 않으니

다시는 껴안고 놓지 않으리

달콤한 입맞춤

내 소망 채우리라.

어서 와서 이 몸 껴안아 주오

그대를 생각하면 불가사의의

노래 절로 흘러나오네. (p. 553)

 

여덟째 날

(속고 속이는 이야기)

 

□ 둘째 이야기

그녀는 실로 시골여자답지 않게 요염하고 머리털이 까맣고 윤기가 도는 어떤 여자보다 절구질하기에 알맞은 탄력 있는 몸매를 갖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솜씨 좋게 탬버린을 치면서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 부르곤 했습니다. (p. 559)

 

Ü 내 그 노래 한번 듣고 싶다. 멋질거야.

 

□ 그 뒤 사제는 그녀를 마왕의 입에 처넣어 버리겠다고 위협했고 그녀는 그만 겁이 나서 생포도주와 따끈한 군밤을 선물하고 사제와 화해했습니다. 그런 뒤부터는 둘이서 곧잘 재미를 보곤 했습니다. (p. 564)

 

Ü 나 왜이리 후끈 달아오르니.

 

□ 넷째 이야기

부인 고맙소. 사실 나는 어떤 부인에게도 이런 냉담한 꼴은 당한 적이 없었는데 당신은 어찌나 냉정한지, 아니 정말 두 손 들었소. 그리고 나는 언제나 여자는 금이 아니라 은과 같은 것이어서 쇠망치에는 견뎌내지 못한다고 말해 왔지만어쨌든 지금은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소. 언제 어디서 단둘이 만날 수 있겠소?’ (p. 575)

 

□ 그로부터 나날이 어지간히 지난 뒤에도 큰길을 걸어 가면 아이들이 그를 손가락질 하며저것 봐, 치우타차와 잔 신부가 간다고 놀려 댔습니다. (p. 578) Ü 내가 다 쪽팔린다. 

 

□ 다섯째 이야기

그리하여 재판관은 두 사람의 주장을 좀더 잘 들으려고 일어섰습니다. 이때다. 하고 마테우초는 번개처럼 한 손을 나무판 틈으로 내밀어 재판관의 바지 아랫부분을 붙잡고 세게 잡아당겼습니다. 재판관은 몸이 바짝 마른 편이어서 바지는 걸릴 것도 없이 훌렁 벗겨져 버렸습니다. 재판관은 놀랐으나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는 채 윗옷 앞섶을 잡아당겨 앞을 여미고 도로 앉았습니다. (p. 581)

 

Ü 통쾌하다.

 

□ 일곱째 이야기

왜 씻어 내지 못했겠소. 내 사랑하는 귀여운 사람, 나는 알고 있어요. 당신이 내 행복 바로 그것이고 휴식이며 희망의 전부라는 것을. 그리고 그 와 마찬가지로 내가 당신 것이라는 것을.”

그러면 그 증거로 천 번만 키스해 주세요

그러자 젊은 연인은 부인을 꼭 끌어안고 천 번이 아니라 만 번도 더 키스했습니다. (p. 594)

 

Ü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 학자라는 자들이 모두가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악마의 꼬리가 어디 달려 있는가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모르고 사람을 우롱하다가 이런 봉변을 당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사람을 놀리거나 할 때는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특히 학자에 대해서는…(p. 614)

 

Ü 그러나, 학자, 아는 체 하는 것을 자신의 업으로 삼고 있지만 사실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 아니겠는가. 너무 비판적인가.

 

□ 여덟째 이야기

여러분, 제파를 쳐다보고 그가 자기의 행위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안 스피넬로치오와, 남편을 내려다보고는 자기가 남편의 머리 위에서 한 일을 남편이 듣기도 하고 느끼기도 했으리라는 것을 알게 된 아내와 어느쪽이 더 부끄러워했을지는 간단하게 판단할 수 없겠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p. 618) Ü 글쎄요.

 

□ 아홉째 이야기

의사라고 해도 어린아이의 비듬이나 가려움증 정도밖에 치료할 줄 모르는 선생은 브루노의 말을 진짜로 믿어 버렸습니다. (p. 623)

 

원 천만에요.’ 하고 의사가 말했습니다.

나는 그런 병신이 아니오. 추위 같은 거 아무렇지도 않아. 사람들은 흔히 밤중에 소변보러 일어날 때 이것저것 껴입지만 나는 겨울에도 조끼 위에 모피를 걸칠 뿐 그 이상은 껴입지 않소. 그러니까 틀림없이 묘지로 갈 것이오.’ (p. 632)

 

□ 열째 이야기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여기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귀여운 토스카나의 낭군 당신은 내 가슴에 불을 질러 놓았어요.’

이런 말을 하고 이어서 두 사람은 옷을 벗고 탕 속에 들어갔습니다.

 

살라바에토는 천국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눈에는 여자의 온몸이 사랑에 불타고 있는 듯이 비치어 기쁨으로 터질 듯한 가슴을 억누르지 못하며 오래오래 사랑의 환희를 맛보았습니다. (p. 638~639) Ü 데카메론 좋다.

 

□ 사랑이여, 사랑이여

사랑은 좋은 것 즐거운 것

내 마음 가벼이 하늘을 날고

가슴 불같이 타니 행복은 가득해.

 

기쁘다 사랑이여

가슴에 넘치는

즐거움은

나도 모르게 절로 나타나

마음은 가벼이

하늘을 나네.

그렇지만 귀한 너를

사랑하는 이 몸은

가슴의 아픔도 가볍지는 않으리.

 

내 행복의 사랑이여, 사랑이여

노래로 엮을거나

붓으로 쓸거나

만일 네가 알면

괴로움 더하여

숨겨야 하리라고 여겨지기 때문.

그러나 고백하기 전에

즐거운 마음을 말끝에서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리니 (p. 648~649)

 

아홉째 날

(재미있는 이야기)

 

□ 둘째 이야기

어느 수녀원 원장이 애인과 함께 자고 있는 수녀를 발견하고 그 죄를 꾸짖으려고 허둥거리며 어두운 방안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자기도 신부와 함께 자고 있던 참이었으므로, 두건인 줄 알고 신부의 팬츠를 머리에 쓴다. 수녀는 자기를 비난하는 원장에게 그 사실을 깨닫게 하여 곧 아무 탈 없이 그 뒤부터는 마음 놓고 애인과 즐긴다. (p. 658)

 

□ 셋째 이야기

의사 시모네 선생은 브루노와 부팔마코와 넬로의 부탁을 받고 칼란드리노가 임신했다고 곧이 듣게 한다. 칼란드리노는 피임약을 만들어 달라면서 이 들에게 수탉과 돈을 준다. 결국 유산을 해서 분만을 모면한다. (p. 661)

 

□ 그 물약을 만들려면 토실토실 살진 좋은 수탉이 여섯 마리 있어야 하네. 게다가 다른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5리라쯤 있어야 하니, 그 돈을 수탉과 함께 내 집으로 보내주게. (p. 665)

 

Ü 당시의 피임약 제조에 들어가는 레시피는 수탉이었나.

 

□ 여섯째 이야기

테사는 아직 일어나지 못한 칼란르리노에게 달려들어 손톱으로 얼굴을 마구 할퀴어 댔습니다. 그러다가 머리털을 휘어잡고 마구 내두르며 소리 질렀습니다.

이 개돼지 같은 녀석, 용케도 이 따위 짓을 하는구나. 이 색정에 미친 잡놈아. 너 같은 녀석을 좋아한 내가 저주를 받아야지. 집구석에도 네놈이 팔 우물은 얼마든지 있는데 다른 계집을 건드려, 이 오입쟁이야! 제 주제도 모르는 악당 같으니 이 늙은 병신아! (p. 678)

 

Ü 어릴 적 이런 광경을 많이 보았다. 시험공부 한다고 늦은 밤까지 불을 켜놓고 잡생각에 빠져들 때 쯤이면 어김없이 동네에서는 고함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중 열에 다섯은 이와 같은 아지매들의 신세 한탄이었다. 나는 재미있기도 했고 지긋지긋하기도 했다.

 

□ 여섯째 이야기

두 젊은이가 어떤 남자의 집에 묵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남자의 딸 곁에 파고든다. 그리고 그 집 부인은 실수로 다른 젊은이와 자게 된다. 딸과 함께 잔 젊은이는 친구인 줄 알고 딸의 아버지 곁에 누워 모든 것을 지껄이고 만다. 그만 큰 소동이 벌어질 찰나에 부인이 재치있게 딸의 침대로 옮겨 누워 말을 용케 꾸며대어 사태를 탈 없이 수습한다. (p. 679)

 

□ 이윽고 두 사람이 자는 체하고 있노라니, 주인은 남은 침대의 하나에는 딸을 재우고 또 하나에는 부인과 함께 누웠습니다. 부인은 자기가 누운 침대 옆에 아기를 재우는 요람을 당겨 놓았습니다. 이렇게 배치가 된 것을 피누치오는 눈여겨 봐두었다가 잠시 후 모두들 곤히 잠든 틈을 타서 가만히 일어나 사랑스러운 처녀가 자고 있는 침대로 숨어들었습니다.

처녀는 처음에는 무서워했으나 곧 반기면서 곁으로 맞아들였습니다. 그리고는 기다리고 바랐던 즐거움을 맛보면서 함께 잤습니다. (p. 681) Ü 막장이닷.

 

□ 아홉째 이야기

말은 좋든 사납든 박차가 필요하고 계집은 착하든 사납든 몽둥이가 필요하다

이 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분은 그런대로 가볍게 받아들여도 좋고 진지하게 해석하고 싶은 분은 진지하게 받아들여도 좋습니다.

여성이란 모두 연약하여서 쉽게 굽히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p. 691)

 

Ü 그런가. 맞는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여러분 여러 마리의 흰 비둘기 속에 한 마리의 검은 까마귀가 섞여 있으면 백조보다도 그 아름다움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법입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현명한 사람들 속에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 섞이면 현명한 사람의 훌륭함에 광채를 더해 줄뿐만 아니라 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입니다. (p. 696)

 

Ü 바보처럼 살아야 할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금언이다. 잘난 사람들 틈에 낀 못난 사람. 세상에는 못난 사람은 없고 잘난 사람들만 있으니 바보처럼 사는 것은 매력적이다.

 

□ 나는 젊은 청춘

즐겁게 노래하자, 달콤한 추억을

아모레의 은총 기리며

 

그 임은 닮은

그 꽃을 꺾어 들고

입 맞추며 속삭이니

마음 활짝 열리고

그리움 타오른다

어화, 딴 꽃으로 테 만들어

황금빛 머리를 묶자.

 

임이여, 어서 오소서

이 몸이 쓰러지기 전에 (p. 701~702)

 

열째 날

(자비의 이야기)

 

□ 첫째 이야기

스페인 국왕을 섬기던 한 기사가 자기는 보답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가지고 그곳을 떠나려고 한다. 왕은 그것이 왕의 탓이 아니라 그에게 운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실제로 증명해 보이고 그 뒤 후한 보상을 내린다. (p. 703)

 

□ 셋째 이야기

미트라다네스는 나탄의 신망을 시기하여 그를 죽이러 갔다가 나탄인줄 모르고 그를 만난다. 그리하여 바로 그로부터 나탄을 죽이는 방법을 배우고 숲에서 다시 만난다. 미트리다네스는 그가 곧 나탄임을 알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사과하고 그와 친해진다. (p. 712)

 

□ 넷째 이야기

젠틸레 카리센디 씨는 모도나에서 돌아와 죽어서 장례를 마친 그가 사랑했던 여자를 무덤에서 꺼낸다. 여자는 되살아나 아들을 낳는다. 젠틸레 씨는 그녀의 남편 니콜루치오 카차니미코에게 그녀와 아이를 돌려준다. (p. 718)

 

아아, 애써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쯤 가슴에 손을 댄들 안될 까닭은 없겠지. 이제 두 번 다시 만질 수도 없고, 또 지금까지 손을 댄 적도 없잖나.’

이렇게 욕망을 이기지 못한 그는 부인의 가슴에 손을 대고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쩐지 부인의 심장이 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겠습니까. (p. 720) Ü 다시 산다. 

 

□ 자기에게 권리가 있으면서도 자기의 욕망을 깨끗하게 눌렀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온갖 것을 바치고 싶었고 훔치고 싶은 생각까지 가졌던 것을 막상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때가 되자 되돌려 준 것입니다. 이런 점을 따져 볼 때, 지금까지의 이야기 가운데서 이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p. 726)  Ü 공자가 말하는 불혹의 의미다.

 

□ 여섯째 이야기

싸움에 이긴 늙은 샤를르 왕은 젊은 아가씨에게 연정을 느꼈으나 자기의 어리석은 생각을 부끄럽게 여기고 그녀와 그 여동생에게 훌륭한 혼수를 마련해 주어 다른 사람과 결혼시킨다. (p. 731)

 

□ 사랑이여, 사랑이여 그대 곁에 왔건만

오래도록 노래는 어렵답니다. (p. 734)

 

Ü 노래는 구슬펐다고 하나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 그래도 마음은 파고 든다.

 

□ 일곱째 이야기

그리고는 두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짚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였습니다.

신랑 신부의 부모와 특히 신부 리자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으며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결혼을 축하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언하기를 왕은 리자에 대해 성실히 약속을 지켰다고 합니다. 즉 평생 동안 자기는 리자의 기사라고 칭하며 무슨 시합장이든 반드시 그녀가 선사한 장식용 띠를 매고 출전했다고 합니다. (p. 744)

 

□ 여덟째 이야기

옥타비아누스가 아직 아우구스투스 칭호를 받기 전의 삼두정치 체제 아래 로마 제국을 다스리고 있을 당시의 일인데 (p. 745)

 

Ü 오비디우스가 살았던 시대이기도 하다. 간략히 알아보자.

옥타비아누스라고도 불리던 아우구스투스는 로마 공화정의 첫 황제다. 이전에도 로마라는 국가는 존재하였으나 제국의 면모는 없었으며 카이사르와 술라에 의한 독재권으로 통치되던 나라였으니 제국의 면모를 처음으로 구축한 이가 바로 아우구스투스가 되겠다.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예수가 살던 시대의 통치자다. 예수라는 희대의 영웅을 속국에 인민으로 거느렸다는 것 자체로 그의 존재 가치는 빛을 발한다. 그러나, 예수라는 사람이 엎으려 했던 세계의 원흉이었으니 영웅의 탄생을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겠다. 이 시기의 전후하여 악티움 해전이 있었고 변방에서는 빈번한 전쟁이 있었고 황위를 둘러싼 내전도 계속 되었다. 그러나 바야흐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사람의 입에서 나오던 때 였다.

 

□ 나의 재산 대해서는 청빈이 옛날 로마 귀족의 훌륭한 재산이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입 밖에 내기가 부끄럽습니다만 빈곤이 가난한 서민들한테서도 비난받고 부는 존중되고 있는 이상 나는 가난한 자가 아닌 행운아로서 주체스러울 만큼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p. 755)

 

Ü 단테가 신곡에서 천국을 설명할 때 청빈과 결혼한 성 프란체스코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성 프란체스코 자신이 발가벗은 몸으로 죽임을 당할 만큼 청빈이 상징적인 가치였다.

 

□ 이와 같이 우정은 지극히 신성한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존경할 것만이 아니라 영구히 찬상할 일입니다.

그것은 너그러움과 정숙의 어머니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며 감사와 친애의 자매라고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증오와 탐욕을 원수로 알고 남의 부탁을 받지 않고서도 그 사람이 바라는 일을 너그럽게 해주는 마음가짐을 하고 있습니다. (p. 762)

 

□ 아홉째 이야기

행상차림을 한 술탄은 토렐로 씨의 환대를 받는다. 십자군 원정이 시작되어 전쟁에 나가게 된 토렐로 씨는 부인에게 어느 기간이 지나거든 재혼하라는 허락을 한다. 그는 종군 중에 포로가 되어 매부리를 하고 있다가 술탄에게 알려진다. 술탄은 토렐로 씨임을 알고 극진히 대우한다. 토렐로 씨가 아내의 재혼을 근심하자 마술로 하룻밤 새 파비아로 돌려보낸다. 그는 재혼하려는 아내의 결혼식장에 나타나 아내를 데리고 자기집으로 돌아온다. (p. 763)

 

□ 토렐로, 신이 이곳의 나에게로 그대를 보낸 이상 내가 주인이 아니라 그대가 주인이 된 줄로 생각하시오.

이렇게 크게 반기면서 술탄은 그에게 왕후와 같은 훌륭한 옷을 입혀 많은 중신들 앞에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술탄을 수행하여 그의 집에서 함께 신세 진 두 신하는 보다 더 정중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p. 772)

 

□ 열째 이야기

나는 내 마음에 맞는 여자를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우며 세상에 그와 반대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또한 자기 뜻에 맞지 않는 여자를 얻어 고통을 겪는 남자가 얼마나 괴로운 생활을 하는지 그러한 일들을 잘 헤아려 결혼하려 하는데 그대들은 무턱대고 자꾸만 나에게 결혼을 강요하는구나. (p. 781)

 

Ü 그 심정 잘 안다. 나는 많이 보았다. 강요된 결혼, 결혼의 강요는 예나 지금이나 결혼 적령기의 구혼자들을 압박한다. 그런데, 쓰고 보니 이상하다. 결혼의 적령기가 있는가. 동물의 발정기처럼 인간이 적령기를 가졌다면 그것은 언제일까. 여성으로 치자면 생물학적으로 폐경기가 그 기준이 될 수 있는가. 남성으로 치자면 또 그 시기는 언제일까. 적령기는 없다. 사랑의 적령기란 있을 수 없다. 죽을 때까지 사랑하자.

 

□ 사실 당신을 아내로 맞으려 했을 때, 나는 우리들 사이에 영원한 평화가 오지 않는 게 아닐까 걱정했었소. 그래서 그 점을 한번 밝혀 보려고 당신이 알다시피 갖가지 수단으로 당신을 괴롭히고 고통을 주었소. 이제 나는 당신이 말로나 행동으로나 나에게 거역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여러 해 동안 당신에게서 빼앗았던 것을 한꺼번에 돌려주고 내가 당신에게 준 고통을 그 갑절 이상의 사랑으로 되돌려 주려고 하오. (p. 790) Ü 이 잔인한 남자야.

 

□ 끝맺음 말

그런데 세상일은 조금도 확정성이 없이 늘 변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 입에도 그러한 변화가 일어날 지 모릅니다. 내 일에 관한 나의 판단력은 그 힘을 잃게 되기 때문에 내 판단력을 믿지 않지만 (p. 799) Ü 조반니 보카치오는 세상의 변화와 우주의 변화 앞에 자신을 던져 놓았다.

 

3. ‘욕망의 사회학(내가 저자라면)

 

PEST가 유럽 대륙을 휩쓸고 잘난 허울의 르네상스가 인간을 구원하지 못할 무렵에 주위 사람들이 죄다 죽어가는 광경을 본 그 시대 사람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이 시대의 기쁨은 무엇이고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시대의 정체성이 그 시대에 벌어진 많은 전쟁의 풍경에서 규정된다.  14세기 유럽은 특히 그 혼돈이 심했던 시기로 십자군 원정의 말미에 있었고 그 종식을 앞두어서 이제야 사람에게로 관심이 돌아가 미술, 건축 등이 화려한 날개짓을 시작할 때였지만 Pest의 살풍경은 전쟁을 제껴두고 그 시대를 규정해 버렸다.

 

이 시기에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인류를 그리고 유럽을 수렁에서 건져낸다. 절망의 시대에서 유쾌한 희망을 보게 했고 죽음의 살풍경에서 그대로 우리는 살아야 한다는 협심을 이끌어 낸다. 나는 그를, 그리고 데카메론의 문학적 가치를 이와 같이 평가한다.

 

10, 하루에 열 꼭지의 이야기 100편에 달하는 스토리가 그 방대함을 자랑한다. 다만 이야기 중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몇 있는데 욕망이 불행을 가져온 이야기, 성직자의 추문 등 이런 유사 중복 이야기는 조금 생략하거나 줄여도 되지 않았겠나 싶다. 분량이 많아 하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카치오는 특유한 재미로 이를 극복하고 가독성을 높인다.

 

또한, 이야기 중에는 신화를 모티브로 삼았던 스토리가 꽤 보였다. 그런 이야기들은 해당하는 신화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간다면 인간의 이야기를 전속으로 엮은 데카메론이 신화적 옷을 입는 영광을 누리게 되지 않겠는가.

 

어찌 되었든 자신의 지인들이 모두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일말의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엮겠다는 열정 자체를 우리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 보카치오의 작가적 상상력은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700년을 건너 후끈 달아오른 이 밤을 선사한 보카치오에게 감사한다.

IP *.51.145.193

프로필 이미지
2012.06.05 05:44:02 *.39.134.221

대부분 데카메론을 선택했고 나는 캔터베리이야기를 선택했다.

이런경우에 나를 보게 된다. 꼭 다른사람하고 다른 길을 가고 싶어하는 이 삐딱함.

리뷰를 잘 써야지 하는 사명감아닌 사명감을 가지고 호기롭게 책을 들었으나

마무리는 늘 허접해진다.

조금 여유가 있는듯하면 중간에 꼭 놀고...이번주에는 영화보면서 수다떨고

마무리시간에는 잠 못자고...이 수레바퀴에서 잘 내려와야 하는데

이번주 월요일 리뷰를 올리고 한 나의 다짐이다.

누구의 리뷰를 통해 데카메론을 보나 하다가 재용이것을 선택한 이유는...

보기에 편해서다. 일단은.

이제 다른사람들것은 내용을 꿰었으니 그들의 의견만 읽어도 되겠다 싶다.

나의 책읽는 진도는 늘 좀 느리다. 두시간 꼬박 걸렸네...재밌었다.

그대가 어디서 후끈 달아오르는지, 어디서 빵 퍼지는지

일마일이 몇킬로지? 이것 찾아볼려다가 아직 못 찾아봤는데 1.6킬로 ok

'여자 속은 다 같다'의 의미를 모른다고 했는가/남자는 즉흥적이고 동물적이다 라고 느끼는 재용의 남자프레임과

다르지 않다네...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2.06.11 12:08:48 *.51.145.193

행님으로부터 북리뷰를 간택 받았다는 것은

영광이기도 하지만 부끄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궁금했던 여자 frame 의 간단 명료한 설명 감사합니다. ㅋㅋㅋ

 

행님이 주신 물김치는 fantastic 입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2 #60.영혼의자서전(하)-카잔차키스 미나 2012.06.26 3898
771 눈물나게 좋은 책 [4] 한명석 2006.10.01 3899
770 -->[re][역사속의 영웅들] [2] 이선이 2005.04.05 3901
769 24.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file [2] 미나 2011.10.09 3901
» 데카메론 -Giovanni Boccaccio- file [2] [1] 장재용 2012.06.04 3900
767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어니언 2014.04.28 3901
766 북리뷰 41 : 죽어가는 자의 고독 - 노베르트 엘리아스 [3] 범해 좌경숙 2010.01.26 3902
765 [30] 자연 속에서 [걷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4] 校瀞 한정화 2007.10.31 3903
764 [13] 오쇼라즈니쉬 자서전 : 길은 내안에 있다 최지환 2008.06.29 3906
763 7. 낭만적인 고고학산책_발췌 맑은 김인건 2010.04.19 3906
762 [리뷰] <서양의 지혜>_버트란드 러셀_두번째 file 양경수 2011.07.31 3906
761 #9 데카메론 -조반니 보카치오 북리뷰 file [1] 샐리올리브 2012.06.04 3908
760 [11] 쉽게 읽는 백범일지 file 2008.06.16 3909
759 #15. 문명이야기(르네상스5-1)_윌듀런트_Review file [13] 샐리올리브 2012.07.17 3909
758 데카메론_보카치오 file 콩두 2012.06.04 3911
757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종종 2014.09.21 3913
756 지중해기행-니코스 카잔스키지음 id: 깔리여신 2013.03.25 3917
755 [38]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 아놀드 하우저 교정 한정화 2007.12.29 3918
754 강의 백일몽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정재엽 2006.10.13 3920
753 북리뷰 18 - <부의 미래> 앨빈 토플러 [1] 범해 좌경숙 2009.08.24 3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