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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3일 08시 59분 등록


"넌 너무 뚱뚱해. 우리 그만 헤어져."

여자는 떠났고, 남자는 큰 '상처'와 함께 남았다. 너무 큰 충격에 휩싸인 남자는 도통 아무 일에도 의욕이 없다. 자, 이제 그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일까? 화려한 변신을 꿈꾸며 비만 클리닉을 찾아 갈 것인가? 아니면 상처를 다독이기 위한 정신과 상담을 받을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매일 술이나 퍼마시며 떠난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할까?

자신의 외모 때문에 실연을 당한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단히 주관적인 것이므로 상처의 능동적인 극복과 수동적인 치유 사이에서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인가에 대한 정답을 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단지 이 두 가지 방법은 각각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문제의 해결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행복을 이야기하는 여러 책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다음 공식을 한 번 살펴보자.

행복지수(만족도) = 가진 것(성과) / 갖고 싶은 것(기대치) * 100 (%)

위의 공식을 보면 행복지수(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가진 것을 늘려서 성과를 높이거나, 또는 갖고 싶은 것을 줄여서 기대치를 낮추는 방법으로 달성될 수 있다. 실연당한 이 남자가 비만 클리닉을 선택하고 살을 빼는 것을 택하는 것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정신과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후자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1952년 출생한 알랜 치넨(Allen B. Chinen)는 스탠포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샌프란시스코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에서 정신의학 수련을 받았다. 현재 같은 대학에서 정신의학과 교수(clinical professor)로 재직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신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융학파에 속하는 그는 동양의 옛날 이야기나 신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 현상을 해명하는 여러 책(어른스러움의 진실(1989),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1992), 영웅을 넘어서(1995), 젊은 여성을 위한 심리 동화(1997) 등)을 저술했다. 또한 자아초월심리학과 관련된 책(Textbook of Transpersonal Psychiatry and Psychology(1996))을 공동 저술하고 관련 정신요법 강의를 진행하는 책임자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그가 진행하는 강의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세션당 $75 정도)

여기서 자아초월심리학이란 심리학의 제 4세력으로 불리며, 기존의 여타 심리학들이 도전과 경쟁 혹은 자아강화 행동을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노력이 결과적으로는 강력한 적응력을 가진 자아의 개발 혹은 자아통합 수준에 그치는 것과는 달리, 개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개별적 인간보다 훨씬 포괄적이거나 그 개별적 인간의 현존보다 훨씬 큰 어떤 것으로의 발전조차 초월해 버리는 것을 뜻한다.

(이 부분은 자연과학 아카데미에서 인용/정리하였으나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내용을 좀 정리해보면, 자아의 개발이 아니라 무의식과 영적인 접촉을 통해서 건강한 의식을 회복하는데 그 의미를 두는 것이 자아초월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자연과학 아카데미나 '위키페디아'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알렌 치넨이 실제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라는 점과 그가 지향하는 자아초월심리학 등을 살펴볼 때 그의 책들이 상황을 맞서고 넘어서기 보다는 상황을 바르게 수용하는 것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책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Once upon a Mid life)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치유를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듯 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빨리 달려가는 가운데 혼자 천천히 걸어가며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가능할까? 한참 정신과를 다니며 외모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 사이에 옆집에 살던, 비슷하게 뚱뚱했던 남자가 비만 클리닉을 통해 한 30kg쯤 빼고 미스코리아랑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래도 평상심을 유지한 채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난 시작부터 이런 불량한 마음을 품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중년에 이른 부부가 상대방에게 책을 던지며 <봐라, 여기 네가 좀 보고 배워둬야 할 게 많다>라고 할 만한 것은 아무데도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배워야 할 아주 많은 것들이 숨어있다. (p. 11)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군. "여보, 미안해.")

<왕자가 늙어 대머리가 되고 공주가 중년의 위기에 처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p. 13)

옛날 이야기들은 보통, 힘든 일을 마치고 난롯가에 둘러앉는다던가 아니면 침대 머리맡같이 아주 편안한 상태에서 듣게 된다. 존 보우 John Boe 같은 학자는 이야기꾼뿐 아니라 이런 환경이 무의식의 이미지와 상징들을 활성하게끔 의식을 변화시키는 좋은 조건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p. 16)

나는 해석의 두번째 규칙을 노아의 방주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이 이야기 선집에 포함되기 위해선 우선 또 다른 파트너, 즉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 생략) <특별한 이야기 하나를 세세한 부분까지 과잉 해석>하는 것을 피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베텔하임의 그의 책 『마법의 이용 The Uses of Enchantment』에서 그는 「작은 빨간 승마 모자」 이야기에서 소녀의 모자가 빨갛다는 것을 특히 강조한 바 있다. 붉은색은 피, 월경, 그리고 사춘기의 시작을 알린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이야기의 다른 변형판에서 모자는 빨간색이 아니었고 소녀는 사춘기 나이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데다가, 때론 모자를 전혀 쓰지도 않았다. (p. 22)

(책을 통해 줄기차게 언급되는 숫자 '5'의 의미가 베텔하임의 빨간 모자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걸 어쩌나?)

모자이크의 조각들처럼 상세한 조목들은 그 자신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한데 모아놓으면 의미 있는 그림이 되는 것이다. (p. 34)

젊음의 마법이 사라진 후에 오는 것은 바로 <일>이다. (p. 35)

「인생의 시간동안에 The duration of Life」라는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재미있어서 여기에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신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모든 짐승들이 30년은 당연히 살도록 명한다.
신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모든 짐승들이 30년은 당연히 살도록 명한다. 하지만 짐을 나르는 것이 벅차다고 많이 알려진 당나귀는 자신이 일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오래 살도록 청한다. 하느님은 그가 18년을 더 살도록 허락한다. 반면에 개는 늙는 것이 두려워 30년 중에 몇 년은 오히려 감해 주도록 청한다. 하느님은 그렇게 하도록 명한다. 원숭이 역시 늙는 것이 두려워 더 빨리 죽도록 청했고 하느님은 친절하게도 10년을 감해준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나타나서 30년은 너무 짧다고 말한다. 하느님은 당나귀에게서 18년을 빼앗아 주었지만 사람은 여전히 만족을 못하자 개와 원숭이로부터 나이를 빼앗아 주었지만 사람은 여전히 만족을 못하자 개와 원숭이로부터 나이를 빼앗아 준다.
따라서 인간은 첫 30년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들의 본래 인생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 당나귀에게서 빼앗은 18년을 더 살기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하고 채찍질을 당하며 일상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다음의 12년은 개에게서 받았기 때문에 불 곁에 앉아 웅얼거리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숭이로부터 받은 나이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기가 좋은 대로 행동을 한다. (p. 36)

젊은이들의 신성한 야망 뒤에는 완전한 사회, 완전한 게임, 완전한 사랑 등 완벽성에 관한 이미지가 숨어 있다. (p. 46)

<젊은이들은 진정한 성인이 되기 위해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하느님과의 유사성을' 포기한다.> (p. 47)

문제는 그들이 젊었을 때의 휘황찬란한 이상을 자신들의 현재와 비교하고는 의기소침해지는 데 있다. (p. 48)

…절은 시절의 마법을 상실한다는 것은 단순히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변하는 것 뿐이다. (p. 50)

젊음의 마법은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멀리 떠나 보내는 것이다. (p. 54)

다른 많은 연구에서도 중년의 베풂의 미덕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확인을 시켜준 바 있다. 젊었을 때 사람들은 보통 개인의 성취와 만족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보다 인본주의적인 관심을 가지며 많은 시간을 남에게 베푸는 일에 할애하게 된다. 성공적인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면서도 자기보다 젊은 사람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p. 54)

(이거 참, 너무나 당연한 듯이 얘기를 해버리니 뭐라고 토를 달기도 좀 머쓱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을 주변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 점이 변화경영연구소로 꾸준히 사람들을 잡아 당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완전함과 통합은 인생 후반부의 가장 중심적인 과제이다. (p. 60)

다섯은 중년에만 있는 특별한 숫자이다. 다섯은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p. 60)

(계속 해서 이 '5' 얘기를 들을 때마다 코리아니티에 언급되었던 그라민 은행의 '5'가 떠오르네.)

마법의 상실은 슬픈 게 아니라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일 뿐이고 이를 거절할 때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상실이란 단순히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변하는 것 뿐이다. (p. 61)

성인의 발달 과제에 대해 연구한 초기 심리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융은 중년 남자들이 전통적으로 여성적인 기호나 필요들과 싸우기 시작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p. 73)

<인생의 아침에 활짝 피었던 모든 이상과 가치관들이 인생의 정오쯤에는 바뀌게 되는 것이다.> (p. 74)

(아~ 서글프다.)

젊은 남자들은 정상적으로 여성적인 면을 싫어하고 두렵게 생각한다. 남자들은 대개 <계집애 같다>란 말을 매우 혐오하고, 만약 여자 같다는 점과 자기를 연결시킨다면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말한다. (p. 76)

(다행히도 난 비교적 이런 부분에서 자연스럽다. 스스로 내면의 여성스러운 면을 발견했고 나름대로 이 부분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그런 노력의 성과가 별다르게 성취로 이어진 경우는 없지만 아주머니들과 대화가 잘 통하는 걸로 봐서 중년 여성 상대 보험업도 잘 해낼 수 있을 듯 하다. ㅡㅡ;)

소년과 소녀들은 보통 어머니들에게 강한 애착관계를 갖고 있는데 소년들이 남성적인 정체성을 보다 명료하게 가지려면 이런 어머니와의 애착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러나 어머니와의 관계는 깨기가 매우 힘들다. 어머니가 의존성과 친밀성에 대한 모든 필요를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위해 소년들은 보통 극단적인 방법을 쓴다. 그들은 어머니만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의존성과 친밀성의 영역을 거부한다. 이들 감정들은 여성적인 것과 동일하게 생각되고 따라서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p. 76)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스스로의 내적인 여성성과 연결된 꽤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원고를 쓰다 보니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았다. 책은 너무 지적인 면만 강조하고 거리를 지나치게 둔 느낌도 들었고 우선 생명력이 없었다. (중간 생략) 나는 이러는 중에서 내 자신의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여성적인 측면을 만족시킨 것이다. (p. 78~79)

중년의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지혜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 같은 지혜를 배우는 것은 중년의 중요한 도전 중 하나이다. (p. 84)

내적 자기와의 관련은 특히 중요하다. 많은 여성들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주장할 경우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될까 봐 두려워한다. 그러나 진정한 자기와의 관련은 그 같은 과잉 상태를 예방해 준다. 부인이 왕이 되었을 때 그녀는 권력의 핵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상해진다거나 미치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 자신의 중심으로부터 행동했고 결과적으로 훌륭함과 공평함을 스스로 입증했다. (p. 106)

중국의 전통은 숫자 5의 상징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다른 나라에서처럼 중국의 신화에는 동서남북의 네 방향이 등장한다. 중국의 이야기들은 다섯 번째의 원소를 구별해서 중심에 놓고 세상의 네 방향을 통합시킨다. 이 다섯 번째의 원소는 황제를 연상시키고 우주의 중심을 표상한다. 따라서 숫자 5는 통합하는 중심점을 상징하는데 다른 나라에도 이런 상징이 등장한다. (이하 생략) (p. 111)

엄격한 성역할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소년 소녀들은 상대적으로 양성적이다. (p. 120)

현대 서양 문화에서는 폐경이란 부정적으로 인식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갱년기 우울증에 걸리게 되었다. (p. 121)

(어머니가 폐경동안 겪은 육체적, 심리적 고통은 옆으로 지켜보기에 무척 안쓰러웠다.)

중년의 위기는 창조적인 남자들 사이에 훨씬 더 뚜렷하다. 1장에서 언급한 대로 엘리엇 자크는 위대한 미술가, 작곡가, 작가들의 삶을 연구했다. 이들 대부분은 남자들이었는데 3,40대에 전형적으로 위기를 겪었고 이때 창조적인 작업 역시 중단되었다. 모차르트 같은 이들은 사실상 그 시기에 죽음을 맞이했다. 다행히 대부분은 보다 깊어진 창조성을 지니고 그 위기를 빠져 나온다. (p. 124)

두번째 경고는 모든 사람들이 중년에 이르러 역전되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개개인들이 전통적인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예외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전에 언급한 바대로 나이 들어가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하나의 규칙은 모든 사람들이 시간에 따라 더 개성화된다는 것이다. 어떤 단순한 유형도 모든 이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p. 130)

중년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의 세월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남아 있는 나이를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다. (p. 135)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년에 죽음과 싸우는 동안에는 엄격한 시간표가 없다는 것이다. (p. 143)

중년에게 죽음이란 엄연한 현실이며 단호하고 불가피한 것이며 영광의 문제가 아니라 한계의 문제인 것이다. (p. 143)

중년의 남녀는 일에 몰두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요법을 하면서 죽음의 불가피성을 부정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청춘의 감각을 되살리려고 나이 어린 연인들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러한 노력 중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 (p. 145)

역설적으로 죽음은 삶에 대한 실질적인 지혜를 제공한다. (p. 152)

여성들은 죽음에 관해 충분히 의식의 영역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죽음을 다루는 동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출산 때마다 죽음의 위험에 직면했다. 남성은 전쟁에서 주로 죽음과 직면했고 평화시에는 그들의 죽음을 부정할 수 있었다. (중간 생략) 여성은 젊을 때 여러 형태의 사회적 압력을 경험한다. 고통과 상처에 직면해 보았기 때문에 죽음이란 요소는 그들에게 덜 위협적이다. (p. 153)

죽음은 여성들에게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준다. 죽음은 남성에게도 같은 통찰을 가져다 주는데, 남성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의 역할이 더 작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좀 다르다. (p. 154)

프로이트는 꿈이 금지된 소망을 숨기고 수용되지 못하는 충동이 의식 세계로 나오는 것을 가려주거나 제외시킨다고 주장한다. 융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꿈은 억압에 대항하고 개인이 회피하는 문제를 끄집어냄으로써 무의식을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프로이트는 대개 젊은이들과 함께 일했고 그들로부터 그의 이론을 이끌어내었다. 그러나 젊은 남녀는 전형적으로 고통스런 문제를 부정하고 회피하며, 그들의 꿈은 이런 억압을 반영한다. 반면 융은 노년층과 함께 일했고 그때에 젊은 시절 억압했던 문제들이 무의식으로부터 나타났다. 그래서 융과 프로이트의 꿈이론은 인생의 다른 단계에 적용되는 한 모순되지 않는다. (p. 156)

초고를 끝낸 후 나는 내가 이렇게 많은 동화를 멋지게 해석해 내었다고 생각하면서 내 자신에 대해 만족해했다. 이야기에 관한 나의 작업은 내가 꿈을 풀이하는 데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에게 어떤 상징적 이야기를 주어라. 그러면 나는 너에게 심오하고 현명한 해석을 해주리라.> (중간 생략) 그런데 나는 단지 가장 단순한 것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p. 156)

(그럼 여태 스스로 멋지게 해석했던 내용들은 어찌 되는 건가?)

중년의 남녀가 불안하면 그들은 종종 여행을 가든지 직업을 바꾸던지 주거를 옮기던지 또는 이혼하게 된다. 그들은 실제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고 나중에서야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그들 안에서 발견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p. 158)

젊은 시절의 정신과 비교해 볼 때 중년의 비극적 관점은 우울하고 침울한 것 같이 보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년에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유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p. 159)

중년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는 종종 단순한 불운인 반면, 성공은 일을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적기적소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p. 165)

사회적 관습이 종종 운명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오는데, 왜냐하면 전통과 가족들의 압력이 종종 사람들을 원하지 않는 직업과 결혼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p. 165)

성숙함은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며 이것은 종종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직관을 향한 변화와 관련된다. (p. 168)

아버지는 대개 아들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지만 또한 질투와 경쟁 관계도 느낀다. 이런 오이디푸스적 갈등은 중년에 심해진다. 아버지가 신체적으로 나이가 먹었음을 처음 느끼게 될 때, 아마도 정력과 기민함이 하향 곡선을 그을 때 그의 아들은 신체적 힘의 정점에 달할는지 모른다. 유사한 문제가 선생님과의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스승은 그의 제자가 성공하기를 돕고 싶어하나 또한 후배에 의해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갖는다. 결과적으로 종종 폭발적인 갈등이 일어난다. (p. 182)

운명은 그것 자체로는 중년의 질투를 해결하지 못한다. 운명이 부여하는 것은 다소 비극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이다. 인간의 통제력을 능가하는 힘의 수용이다. 중년의 비극적 통찰의 발전은 남녀가 인생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p. 185)

오늘날에도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여학생들은 주위 사람들에 의해 비여성적으로 간주된다. (p. 201)

(요즘 중고등학교에는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여학생수가 늘어나고 있다는데, 중년 이전에 이미 성역할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트겐슈타인이 결론 내리기를, 철학은 그가 초기에 믿었듯이 영원한 진리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 철학은 단지 실용적 도구이고 그것의 목적은 다른 사람들과 의사 소통하는 데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고 복잡한 사고를 명확히 해주는 것이다. 즉 <철학은 실용적이다>라는 것이다. (p. 202)

<나는 단지 나의 본질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동시에 나는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점에 나의 본질을 일치시켰다. 그리고 나는 옳은 것을 안다. 나의 본질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다. 세상에서 나를 지치지 않게 하고 나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나로부터 뒷걸음치지 않는 유일한 것이다.> (p,. 202)

<그들 모두에게 영혼을 하나 주세요. 아주 작은 걸로!> (p. 205)

(하하하~)

고상한 이유로 젊었을 때 목숨을 거는 사람은 전형적으로 중년에 개혁을 포기한다. 생계를 꾸려가고 아이들을 길러야 하는 필요성이 우선하는 것이다. (p. 212)

옛길을 고수하라는 솔로몬의 충고는 유일하게 중년과 관련이 있다. 상인은 즐거운 여행자들의 무리와 함께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이와 같은 일탈은 중년에 항상 존재하는 유혹이다. 솔로몬의 충고는 너무 자주 새로운 로맨스나 일자리를 찾고자 하여 자신의 길에서 지나치게 멀어져 방황하는 것에 대한 경고가 된다. (p. 213)

틀림없이 나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토론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문제를 접었다. 명백히 그녀는 잘못했고 나는 옳았다. (p. 215)

바람 피우는 중년의 남녀에 관한 고정관념은 사실에 근거한다기보다는 공포의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런 공상은 매우 깊숙한 의식의 밑바닥을 관통하는 것이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만큼 강렬하기도 하다. (p. 226)

심리학자들은 농담이 적개심을 중화한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주목해 왔다. 농담과 기지는 참을 수 없고 폭력적인 감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로 바꾸어놓는다. (p. 227)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유머는 대처 능력 중 가장 고귀하고 성숙한 방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p. 228)

여성들은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싸울 필요가 있기 때문에 농담을 할 여유가 없다. (p. 229)

모든 능력을 다 갖춘 마법사는 종종 아무 마술적인 능력이 없는 사기꾼인 것으로 판명된다. (p. 230)

성숙한 개인은 불확실한 것이나 파라독스를 견딜 힘이 있다. (p. 234)

왜냐하면 이 이야기에서 부인에게 돌 세례를 푸부을 때 모든 마을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억압은 단순히 남성으로부터 오지 않고 전체 문화, 특히 여성에 대한 여성의 억압과 이웃에 대한 이웃의 억압으로부터 온다. (p. 241)

신탁은 처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변환을 지향하고 있다. 어떤 인간은 정욕을 사랑으로 바꾸고 다른 사람들은 물질에 대한 탐욕을 지혜에 대한 욕망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정화하는 힘의 경험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엔 건강하지 못하게 지나친 맹목적인 본능을 잘 다룰 수 있게 한다. (p. 246)

융학파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페르소나는 일단 중년이 되면 붕괴된다. (p. 246)

한 사람의 믿음이나 역할 그리고 행동들은 얼마나 인간 생황을 풍부하게 했느냐에 의해 판가름이 난다. (p. 285)

무엇보다 중년의 이야기는 심리학적 해석이 생기기 이전에도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리고 이야기들은 심리학이 잊혀진 학문이 된 후에도 계속 남게 될 것이다. (p. 292)

중년의 목표는 어린 시절의 문제들을 단순히 풀어버린다든가, 사적인 고통들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때에 이르러 완전한 인간으로서 전통적인 사회역할에서 벗어나 밝음과 어두움, 남성성과 여성성이 통합된 생을 껴안도록 요구된다. 그리고 이것은 대개 각 개인들이 인생의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힘과 지혜를 갖추어 그 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때 가능하다. (p. 300)

중년이 되면 남성과 여성 모두 젊은 시절에 무시했던 과제를 다루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젊은 시절에는 그들이 보수적인 사람이건 진보적인 사람이건 간에 힘과 성취에 관해서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중년이 되면 유약함이나 한계 그리고 관계성에 대해서도 잘 다루어야만 한다. 또한 양육과 친밀함을 초기에 강조했던 사람들은 그들의 보수나 진보 성향에 관계없이 또 다른 면인 자신감과 자발성 그리고 권력에 대한 심리적 특성이 도드라진다. 균형과 변환이 중년에는 보다 진지한 과제가 된다. (p. 300)

아이러니지만 나의 중년 이야기에 관한 연구는 처음에는 순수하게 지적인 작업이었지만 나중에는 곧 가슴과 영혼에 관한 문제가 되었다. 중년의 이야기는 내가 갖고 있는 여성적인 면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 (중간 생략) 중년의 이야기들은 변화를 요구한다. (p. 301)

쉬지 않는 모색은 중년과 중년의 이야기의 주제이다. 그리고 바로 이 중간 지점의 정신이 통합과 변환 그리고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p. 304)

솔직히 고백하자면 번역을 한 나 자신이 융 분석 심리학을 온전히 공부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의 심리학적 분석이나 접근 방법이 과연 얼마나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할 자격은 없다. (p. 307)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책의 일부는 다른 사람이 번역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이 후에 이어질 내가 저자라면 에서...)






2004년 개봉했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은 슈퍼맨 같은 역삼각형 몸매가 우리네와 비슷한 항아리 모양으로 변하고 아이들이 주렁주렁 셋이나 달린 수퍼 영웅(Super Hero)의 중년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놀라운 능력으로 악당을 무찌르던 인생의 정점에서 같은 슈퍼 영웅, 엘라시티걸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신랑에게 던지는 한마디는 의미심장하다.

"우리 결혼생활이 제대로 이어지려면 슈퍼 영웅의 능력, 그 이상이 필요할거예요."

그러자, 우리 영웅,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화끈하게 대답한다.

"이런, 우린 슈퍼 영웅이야. 무슨 어려운 일이 있겠어?"

<왕자가 늙어 대머리가 되고 공주가 중년의 위기에 처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p. 13)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조각 같던 몸에 배가 남산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이들의 인생은 중년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개인의 양심과 회사의 부도덕한 이익 사이에서 갈등하거나, 어린 아들의 장난 때문에 학교에 불려가기도 하고, 사춘기 딸아이의 사랑으로 같이 마음 고생을 하는 가운데 슈퍼 영웅 부부는 무기력해지고 지쳐간다. 때론 일상의 일탈을 꿈꿔보기도 하지만 작은 반란은 그저 실패로 끝날 뿐이다.



자, 위기의 슈퍼 영웅 부부에게 알렌 치넨(Allan B. Chinen) 박사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그는 16가지의 매력적인 옛 이야기들(Fairy Tales)을 가지고 배불뚝이 슈퍼 영웅에게 중년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의 화려했던 모습은 잊고 젋음의 마법에서 벗어나 중년의 법칙에 순응하기를 권하고, 가부장제의 구태의연한 기억에서 벗어나 중년 이후에 일어나는 성역할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또 죽음과 운명에 대해 순응하고 깨달으라고 요구한다.

마법의 상실은 슬픈 게 아니라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일 뿐이고 이를 거절할 때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상실이란 단순히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변하는 것 뿐이다. (p. 61)

반면 디즈니는 알렌 치넨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중년의 극복을 이야기한다. 비인간적인 상사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변화는 극적이고 힘이 넘친다. 그의 하루하루는 활기차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 또한 행복하다. 자신을 단련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모습에서 디즈니는 순응을 통한 '치유' 대신 노력을 통한 '극복'을 내세운다.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의 후반부를 이어가는 방식은 또 한편으로 알렌 치넨의 그것과 유사하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젊은 시절에 혼자서 모든 악당을 무찌르던 것과는 달리 부인과 가족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오히려 극 후반부의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엘라스티걸의 역할을 크게 부각시키면서 중년의 성역할 역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또한 결정적인 문제의 해결은 아이들의 역할로 남겨 놓음으로써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결국 알렌 치넨과 디즈니 모두 가족과 다음 세대 그리고 조화에 대한 이야기로 중년의 해법을 이야기하지만, 알렌 치넨이 포기와 체념 그리고 현실의 인정을 통해 중년의 '치유'를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디즈니는 좀 더 자극적이고 상업적으로, 또 한편 매우 조화로운 방법으로 중년의 '극복'을 말한다. 앞서 저자에 대한 조사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두 가지 방법의 우위를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생의 '변화'에 목말라하고 '일상의 황홀'을 꿈꾸는 나에게 알렌 치넨의 이야기는 편안하지만, 우울하다.

얼마 전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인터넷을 돌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했었다. 가슴에서 흘러나온 다양한 조언들 중에 무엇 하나 대충 들어 넘길 만한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 중에 유난히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이 있었다.

나이 들어가는 것도 청춘만큼이나 재미있단다. 그러니 겁먹지 말거라.
사실 청춘은 청춘 그 자체 빼고는 다 별거 아니란다


아버지가 어찌 청춘의 즐거움을 몰랐을까? 어찌 그 아름다움을 잊었을까? 희망을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잔잔히 다독이고 기운 내라 이른다. 역시 따뜻한 아버지의 한마디가 최고다!

좋은 점 그리고 아쉬운 점…

이 책의 가장 놀라운 부분은 주제와 컨셉에 대한 작가의 기획력이다. 누구나 겪는 중년의 위기를 보통 사람들이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옛날 이야기, 그것도 서양사람들에겐 생소하고 신비로운 동양의 옛날 이야기로 풀어서 접근하겠다는 시도는 굉장히 신선하다. 또한 중년의 필연적인 고민들을 날카롭게 분류하고 그에 맞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꿰뚫은 그의 지적 능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대중의 관심을 독특한 소재를 통해서 관찰하고 본인의 고유한 시선으로 묶어내는 방법은 책을 쓰고자 하는 나에게 두고두고 참고해야 할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내내 발목을 붙잡고 있던 개인적인 고민 두 가지도 털어놓아야 할 것 같다.

첫 번째는 저자가 이 책의 목표로 삼은 독자층에 내가 포함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저자는 40대 초입에서 진지한 고민과 갈등을 지적(知的)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서 유려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이 책의 번역자 역시 인생의 비슷한 시기에서 이 책에 충분히 통감하며 저자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데, 문제는 내가 이 책을 충분히 가슴으로 받아들 일 수 있는 시기에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무언가를 자꾸만 '내려놓으라'는 소리는 개인적인 많은 생각들과 끊임없이 부딪치고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남해에서 있었던 연구원 첫 모임과 먼저 글을 올려준 다른 연구원들의 반응을 보면 대략 두 개의 그룹으로 그 반응을 나눌 수 있는데, 인생의 후반부, 즉 중년에 들어섰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은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킨 반면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한 듯 했다.

두 번째 고민은 이 책에서 아름다운 16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알렌 치넨이 풀어낸 많은 상징과 해석에 대한 것이었다.

책의 중간중간 스스로의 목소리를 통해 털어놓았듯이 그는 많은 상징들을 본인의 지적 능력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풀어나가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물론 이런 상징들 중에는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무릎을 치게 만드는 놀라운 것들도 있었지만 한편 이런 기술력인 해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이에 중년에 대한 아름다운 16가지 이야기들은 그 빛이 바랜 느낌이다.

부수적으로 한가지 또 아쉬웠던 점은 번역에 관한 부분이다. 책이 정신분석과 관련된 다소 특별한 분야의 책이기에 현직 정신과 의사가 번역을 맡은 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덕분에 책의 실제 중심이 되어야 할 스토리 텔링이 그 매력을 잃어 버린 것은 안타깝다. 만약 전문가의 번역이 꼭 필요했다면(책에서 그런 개념들은 가능한 자제했다고 했지만) 번역을 이분화해서 옛날 이야기 부분은 별도로 맛깔스럽게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쉬운 부분들을 줄줄 읊긴 했지만 이 책은 대단히 독특하고 즐길만하다. 한껏 즐긴 알렌 치넨의 책에 이렇게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자니, 동생이 끓인 라면에 젓가락만 달랑 들고 달려드는 몰염치함과 그 라면을 허겁지겁 집어먹으며 라면이 불었다고 잔소리를 해대는 뻔뻔함이 떠올라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다.

한 번만 보고도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책이 있는가 하면 때가 여물지 않아서 읽어도 그 뜻을 온전히 알 수 없는 책도 있다. 또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은 자꾸만 아니라고 말하는 책도 있다. 아직 때는 이르고, 가슴도 자꾸만 아니라고만 하니 이를 어쩔까? 고이 간직해두었다가 우리 주원이 학교 들어갈 때 쯤, 세상의 무게가 새롭게 느껴질 때 쯤, 그 때 쯤 꼭 한 번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런데 어쩌나? 난 그때쯤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져 있을 것 같은데…



덧붙이는 한마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같이 엮어야 할 영화는 당연히 '스파이더 맨'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한참 쓰던 중에 유사한(그러면서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날카롭고 멋진) 글을 발견하는 바람에 글의 소재가 '인크레더블'로 급선회해야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몹시 아쉬운 부분이지만 표절시비를 미연에 방지하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하하~ 그래서 여기 제가 발견한 그 글의 주소를 첨부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봐주세요.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0&article_id=0000281467§ion_id=106&menu_id=106 <== 요걸 복사해서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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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瀞
2007.04.03 03:35:11 *.142.241.108
아니,, 종윤님. 이 시간까지...
제가 이 밤의 마지막이겠거니 했는데,,, 반갑습니다...^^

그나저나,,, 리뷰가 예사로워보이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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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윤
2007.04.03 03:38:27 *.254.152.158
그러게요. 저보다 조금 먼저 리뷰가 올라와서 반가왔습니다. 사이트에 대화방이라도 하나 만들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앞으로 새벽에 만날 일이 수도 없이 많을 텐데... ㅡㅡ;

아~ 리뷰... 그림이 들어가서 그럴겁니다. 내용은 대단히 예사롭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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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4.03 05:19:26 *.115.35.26
남해를 다녀오고 난 후의 일인지 몰라도 글에서 여유와 인정이 느껴진다. 그래도 조급합이 있으니 시간의 촉박함에서인 것 같다. 오히려 원서를 읽어야 할 필요성을 찾은 것, 번역의 한계를 발견한 눈이 좋아보인다. 다음글이 기다려지니 香山은 둑자를 얻은 성공한 연구생이다.

"有孚比之 无咎 有孚盈缶 終來有他 吉"
<경쟁에 있어서 자신을 믿는 마음이 무었보다 중하다. 그래야 허물이 없다. 질그릇처럼 거친 순수함이 믿음의 근원이다. 경쟁의 마침에는 나와 타인(독자)이 하나가 되는 강한 순수함이 최고의 덕목이다.>

* 질그릇 같이 유약을 바르지 않는 순수함을 찾았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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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田
2007.04.03 09:22:18 *.249.167.156
역시!! 아침에 잠시 들어왔다가, 또 한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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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4.03 09:32:47 *.99.241.60
인크레더블과 중년을 연관이라..
좋은 내용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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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07.04.03 12:26:48 *.111.247.32
와우~~ 이번에는 인크레더블?
스파이터맨보다 휠씬 공감 백배되는데요.. ㅋㅋ
멋진 선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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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윤
2007.04.03 16:38:32 *.227.22.4
초아 선생님~ 어찌 그렇게까지 꼼꼼히 글을 읽어주시나요? 제 조급함이 글에 드러났다는 선생님 말씀에 또 한번 뜨끔!하네요. ㅎㅎ^^ 선생님한테 야단도 맞고, 칭찬도 받고... 부러워 하던 일이 제게도 일어나니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윤님~ 한수 배우고 간다는 말씀에 찔끔!~

영훈형님~ 중년의 초입에서 느끼셨을 그~~ 무언가를 전 잘 못느껴서 좀 아쉽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짓눌리는 것처럼 답답해서 몹시 고생했습니다. 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오겠지요?

소라님~ 소녀같은 댓글의 소라님은 차분한 리뷰 속의 그 사람과는 또 다른 느낌이네요. 중년의 이야기라고 가져다가 붙이긴 했지만 그런 것 뿐만 아니라 쏠쏠한 재미가 잔뜩 숨어있는 만화더군요. 이번에 차근차근 다시 보며 즐거웠습니다. 그래도 스파이더맨에 미련이...

소라님의 글들엔 제가 함부로 댓글을 달 수 없는 분위기 같은 것이 있어서... 뭐라고 좀 적을까 생각하다가 못달고 말았다는... 다음 번엔 더 노력해서 댓글 한번 달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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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
2007.04.04 13:19:15 *.244.218.10
역시....!!!!

인크레더블과의 연결 시도 신선했습니다.

저 역시 이 책 이해는 가나 가슴으로 크게 와닿지는 않네요.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른 느낌으로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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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4.04 13:25:40 *.218.205.128
와.. 형 글은 참 통통 튀어요. 믿기지 않을(Incredible) 만큼!
리뷰 굿. 저자 써치 엑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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香山 신종윤
2007.04.05 09:05:34 *.227.22.4
호정님~ 신선하다고 하시니 구태의연하단 말보단 훨씬 듣기 좋네요. 신선한 것을 넘어서 뭔가를 찾아야 할텐데... 고민이네요.

옹박! 많이 아팠다면서...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연락도 못했네. 미안허이. ㅎㅎ 통통 튀기엔 내가 좀 딴딴하고 육중한데 말이야. 올 한해 연구원 활동하면서는 좀 다양하게 써볼까 고민중이야. 옹박만큼 속 얘기를 빼낼 수 있어야 할텐데... 그것도 나한텐 숙제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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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04.06 10:10:54 *.128.229.88
'내가 저자라면' 좋다.

만일 그대 나이에 그대의 발견을 동시대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면, 그리하여 이와 유사한 기획을 구상하게 되었다면, 그대는 어떤 방법을 썼을까 ? 목차는 어떻게 달라 졌을까 ? 어떤 이야기들이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끼어 들어 왔을까 ? 중년은 재처럼 사라지는 것이고, 한계를 알고 물러 나야 하는 것이며 아직 펄펄한 나를 힘빠지게 하는 것일까 ? 혹은 아닐까 ?

젊었을 때 중년처럼 보낸 사람은 중년이 되어 청년처럼 지낼 수 있을까 ? 그렇다면 왜 힘이 빠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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香山 신종윤
2007.04.06 13:35:44 *.227.22.4
오늘 오후부터 내일 이맘때까지 회사에서 워크샵을 갑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곱게 적어서 갑니다. 시간나는대로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그리고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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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4.07 21:24:54 *.72.153.12
리뷰보고, 덧글 보고, 또 리뷰보고 합니다.
연구원들 각각이 다 제 나름대로 색깔이 있어서... 어떤 점은 무척 부럽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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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2007.04.07 23:25:31 *.102.142.177
종윤님, 리뷰 재밌어요..^^
저도 책정리하면서 잠깐 봤는데
저에겐 공감보다는 갈등을 불러내더라구요.
그리고..
종윤님 처음 볼때부터 느낀건데,

2기연구원 중에 정재엽님과 무척 비슷한 느낌이에요.
두분이 하나가 되어
뭔ㄱㅏ 프로젝트를 한다면
아줌마, 아저씨 100을 상대할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의 특공대가 되지 않을ㄲㅏ..
그야말로 incredible이 되지 않을까 가만히 상상해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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