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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3일 11시 37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전에 레이스를 할 때 마지막 수업리뷰를 하면서 썼던 저자조사를 다시 보니, 생각보다 무척 흥미로웠다. 나에게 강렬한 동기가 되고 새로운 의미로 읽혔던 책들을 관계 맺은 순서대로 소개하는 것은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저자의 첫 책이 나온 뒤로 1년에 한권씩 출판되는 책들과 함께 나도 매년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저자조사가 그 과정을 약간은 보여줄 것 같다. 조금 손질해 그대로 놓기로 했다.

내가 재미를 느끼며 제대로 읽어냈던 첫 책은 중3이었던 2002년에 나온 사자같이 젊은 놈들이었다. 뿔테수염의 쪽지를 하나씩 해결해가는 일곱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나에게도 어서 내 길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오기를 고대했다. 딱딱하고 차갑고 멀게 느껴졌던 일의 세계가 아주 부드럽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과 연결되곤 했다.

그 이후에 나왔던 세월이 젊음에게는 내 대학시절과 취업준비시절을 함께 보내주었다. 첫 출근하는 날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보면서 지금 내게 온 경험들에서 현장의 밑바닥을 박박 기는 땀방울을 흘려보았다. 나는 나의 경험들과 나의 감정들이 매 순간 나를 키우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되짚어볼 수 있었다.


깊은 인생은 저자의 화두가 신화경영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나온 책 중에서 내가 가장 오랫동안 사랑한 책이다. 특히 가장 처음에 나온 간디의 이야기는 너무도 강렬해서 한 번 읽고 났을 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누군가가 어느 대학을 나오고, 어느 부모의 자식인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한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에게 준비된, 운명이 찾아오는 그 무겁고 찬란한 순간이 아름다웠다.  나는 부드럽고 단단한 문체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선동의 맛을 깊이 느꼈다. 내 인생 또한 깊은 인생으로 흐를 수 있기를 바랐다.


신화 읽는 시간, 그리스인 이야기는 몇 번이고 읽은 책이다. 나는 시중에 있는 그 어떤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깊이와 행간에 간격이 있는 시와 같은 이 두 권의 책들을 무척 좋아했다. 같은 맥락에 있는 마지막 수업도 나에겐 특별하게 다가온다. 특히 판도라의 상자에서 하나씩 하나씩 꺼낸 인간의 심리를 이야기하는 신화 읽는 시간의 구성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필두로 한 대부분의 책들은 내가 직장을 다니고 나서야 제대로 나와 관계 맺게 되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과 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한 소설의 상,하권 같다. 나는 작년에 이 두 권의 책을 다시 읽었다. 전과 달리 문장들이 가슴속 깊이 파고들었다. 이제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몸이 근질거려 지리산으로 짐을 싸서 들어갔다. 그 후 연구원을 통해 내 삶에 구체적인 변화를 불러들이고 싶었다.


떠남과 만남은 책을 따라 꿈벗들과 남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다. 새로 맞이하는 일상을, 아름다운 곳들을 느릿느릿 여행하며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게 만드는 여행. 꿈벗들과 나는 책에 실린 장소에서 저자의 글을 한 토막씩 읽었다. 나는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아름다운 여행을 즐겼다.


The boss 쿨한 동행, 필살기는 내가 실제로 회사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나를 구해주었다. 관계에 쿨해지고, 내 일을 장악하는 방법들은 아직 완전하게 장악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연구원 과제로 신종윤 연구원과 만든 도덕경을 읽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죽어 사라져도 노자는 영원히 살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놀라운 통찰로 가득했고, 저자의 주해는 아름답고 날카로웠다.


연구원을 하면서 마흔 세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읽었다. 나는 절실함이 필요한 이 시기에 왜 이책이 저자의 많은 작품 중에 유독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저자로서의 구본형을 읽었다. 그가 스스로와 주변자신의 일을 어떻게 자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의 40 10년을 읽는다. 나는 이 책을 첫 번째로 변곡점을 중심으로 확연하게 달라진 한 인생을 돌이켜보는 통쾌함과 감동을 좋아하고, 두 번째로는 둘째 딸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아빠

내가 저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그는 좋은 아빠였다. 나는 자라면서 아빠와 사이가 좋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애정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했다. 그는 내게 있었던 가장 좋은 일 중 하나였다.

어릴 때부터 주말에 아빠를 따라 집을 나서는 것이 좋았다. ‘오늘은 거기를 가볼까?’하는 정도의 목적지를 정하고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을 마음으로 읽어 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함께 다니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다. 시장통엘 가면 으레 손에 붕대를 감은 아주머니가 콩물에 소면을 말아주는 것을 한 그릇 먹었다. 주말이면 아빠와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 교보문고를 가는 것이 일과였다. 나는 거울로 되어있던 천장을 통해 사람들의 정수리를 올려다보며 걸어 다녔다. 그러고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한무더기 골라 양 손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관계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거창하고 비싼 것이 아니라 이런 사소함 속에서 항상 생각하고 함께 있으면 즐겁다는 것을 서로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체득했다.

그는 또한 부드럽고 좋은 멘토이기도 했다. 특히 하루 종일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저녁에 고민이나 어려운 점들을 털어놓고 자면, 그 다음날 아침에 책상위에 예쁜 색깔의 편지가 놓여있었다. 잡초 같은 고민거리들은 더 억세졌는데, 아빠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2012년 우리는 가방을 꾸려 남도로 여행을 갔었다. 원래 석가탄신일 연휴를 이용한 2 3일 코스였는데 여행이 너무 좋아서 휴가를 하루 더 냈다. 그곳에서 우리는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수문해수욕장과 창문으로 바다가 보이는 해수탕집과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가 끝을 모르고 늘어서 있는, 담양으로 가는 18번 국도를 발견했다.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파도가 일렁이는 환한 모래사장 앞에서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시며 화해했다. 그것도 여행의 좋은 점이었다. 나는 이 여행을 매년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2. 가슴을 무찔러 들어오는 구절

5. 자서전이란 내가 살았던 삶이며 동시에 내 속에 있던 그들의 삶이었다.

>> 주변 사람에게서 나는 그들의 한 조각을 받는다. 혹은 나의 어떤 면이 살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런게 재미있다.

6. 자신에 대해 쓰다 보면, 해보지 못해 안타까운 일들이 밝혀지고 절실해진다.

>> 한 가지가 생각난다. 학창시절에 나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모님은  반대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내가 몇 달 동안 열심히 그렸던 만화노트와 세뱃돈을 아껴 한 자루 한 자루 장만한 유성 마커가 전부 없어졌다. 엄만 늘 그랬다. 그 만화 대가리 그리느라 공부 안 하기만 해. 나는 쓰레기통을 뒤져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시 사면 돼. 노트를 사고, 화방에 가서 마커들을 샀다. 이제는 엄마를 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그 때의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엄마의 논리는 그랬다. 대학교 가서 해라. 너에게 자유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만끽하라. 그러나 내 안의 불길은 그런 인내심이 없었다. 나는 지금 당장 하길 원했다.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자투리 이야기들과 사연 가득한 인물들을 당장 구현해내길 원했다. 새벽까지 밤새며 그리던 날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여의도 집에 살 때였다. 우리 집 앞에 있는 커다란 사거리에는 새벽 두시마다 고등학생 폭주족들이 요란하게 지나갔다. 네 시면 아빠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그제서야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가 서너시간 뒤에 학교에 등교했다. 그 조용하게 지나가는 한밤중을 이렇게 기분 좋게 기억할지 몰랐다. 그건 어쨌든 내가 지켜낸 시간이었다.

그러나 난 워낙에 주변이랑 싸움하는 것을 싫어해서 결국 중3때부터는 이런 걸 전부 놓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대학을 갔을 때에는 기다리느라 땔감을 전부 다 써버린 열정의 재만 남아있었다. 난 여기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즉시! 할 것!

6. 20대나 30대부터 기록할 수 있었다면 훨씬 젊은 시절에 나의 세계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때 10년 후의 세계를 예비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 나는 이 구절을 읽었을 때 심장이 뛰었다. 그래, 나의 세계를 가질 수 있는 첫단추가 될 거야.끄트머리긴 해도 나는 20대에 이 작업을 시작했다. 나의 과거에 무엇이 있었는지, 무엇이 나를 키웠는지, 그 사이 알알이 숨겨져 있던 나의 욕망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면 좋을지도 생각해볼 기회가 왔다.

11. 새로운 날을 다시 시작하며 후회가 있으면 고칠 것이고, 아쉬움이 있으면 채울 것이고,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해볼 것이다.

>> 가장 간단한 어휘로 재편성해보면 이러기 위한 시간들이 될 것이다. 어려울 것 없다.

11. 나는 10년을 단위로, 10년마다 한 권씩의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 이 문장을 읽는데 가슴이 뛴다. , 나는 나를 돌아보고 싶어하는구나. 앞으로 나도 그렇게 해봐야겠다. 나를 위한 책을 쓸지, 팔릴만한 책을 쓸지에 관해 나는 고민이 많았는데,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나는 30살이 되기 전에 20살의 10년을 갈무리하는 책을 쓰게 될 것이다. 주제가 무엇인지, 자서전일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건 괜찮은 작업이 될 것이다.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같고, 충분히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다.

 

12. 역사와 소설의 중간형태를 취하기로 했다. …소설은 거짓과 농담을 가장한 진실과 진담임을 알게 되었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고, 실제와 가상이 어울리고, 미래와 과거가 전도되고, 욕망과 성취가 혼동되는, 그래서 더욱 나다운 그림을 그려보려 했다. … 자전석 소설이고, 소설적 자전이다.

>> 실제로 해내지 않은 일을 진짜 했던 일처럼 떠벌리는 사람과 있으면 답답하다. 때론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그건 거짓이니까. 왜 거짓말을 하나. 그러나 소설가에게 그것은 직무범위에 속한 말이다. 현실만으로 소설을 짓기는 어렵다. 그것은 그저 고자질쟁이에 지나지 않게 될 수 있다. 진실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겉을 감싸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준다. 나는 이 방법이 나의 강점과 잘 부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12. 과거는 늘 엄격하고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적 감옥이기도 했다. 과거가 날 만들었으니, 과거를 버리고 벗어나는 것이 또한 내 미래의 과제다.

>> 오히려 나는 과거를 좀더 엄격한 것으로 생각했다. 믿고 따라야 할 오래된 나의 전통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내가 없이 어떻게 미래의 내가 있을 수 있겠어? 그러니까.

그러나 그런 마음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19. 사실 불면증이 오래 전부터 이 책을 쓰게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잠을 아주 잘 자는 사람이었다. 잠을 즐기고 잠과 뒹굴고 잠을 많이 자는 사람이었다. 등이 닿는 순간 그곳이 어디든 이내 잠 속으로 빨려들곤 했다.

>> 읽기만 했는데도 하품이 나온다. 어떤 대상, 행위와의 관계를 좀더 세부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잠을 잘 자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매우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이 다양함을 즐겨보라.

20. 내가 결코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찾아오면 싸우지 않고 돌려보내는 것이 상책이다. …. 모임이 나를 괴롭히면 나가지 않는다. 원고를 써야 하는 강박감을 느낄 때는 언제고 거절한다. 어쨌거나고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고독은 비 같은 것이다. 식물을 밤 사이에 자라게 하는 그런 것이다.

>> 고독은 없다고 해서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그것은 도저히 못 참겠을 때에만 비로소 불안감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내키지 않는 것을 거절할 수 있다면, 그러면 고독은 지켜진다.

22. 10년을 단위로 쓰여진 마음껏 살아본나에 대한 소설과 개인사가 기록될 것이다.

>> 마음껏 살아본. 나는 스페인 여행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금에 와서 그 시간은 실컷 놀고 온 기억이다. 그러나 막상 시간이 주어졌을 때 그 때처럼 실컷 놀아보라고 했을 때, 나는 이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막막해한다. 그 때 뒷일, 내일 생각 안하고 놀았던 것을 왜 적어놓지 않았을까! 매일매일 그랬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가급적이면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22. 지식은 지식에 적용됨으로써 증식된다. 지식을 자신에게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체험한다.

26. 훌륭한 작품은 그것이 어떤 표현방식을 가졌든 인생에 대한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가슴까지 바로 무찔러 들어오는 감각이 느껴진다. 나는 그것들을 사랑한다. 내 인생도 그런 통찰력 있는 순간들을 많이 선물했으면 좋겠다.

31. 아름다움이란 여러 가지 깊이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긴 인생이 빛깔이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 거울을 들여다보며 지금 나에게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본다. 시작적인 이미지로 표현해보자면,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것과 통하는 정서를 지니고 있다. 무더운 여름 태양 밑에서 일렁거리며 눈이 아플만큼 반짝거리는 파도 같다. 곧 물보라로 사라지는 가벼움이 있다. 음악과 책, 사람에 묻어있는 감성에 쉽게 옮겨진다. 이것이 점점 색이 진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대가 끝나가기 때문인가?

32. 마흔은 앞으로 길게 남은 인생을 책임질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20대 혹은 30대에 준비한 인생으로는 마흔 너머의 인생을 꾸려갈 수 없게 되었다.

>> 그래서 지금부터 시작하고 싶다. 나는 미래를 불완전한 것에 맡겨두고 싶지 않다. 거기에 지금까지로 해결할 수 없는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면 기꺼이 뛰어들겠다. 나는 새로운 사춘기를 지금부터 겪고 싶다. 내 진짜 인생을 지금부터 찾아보고 싶다. 나는 여러가지 직업을 가져보고 싶다. 이곳 저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아무 것도 안하고 살아 보고도 싶고, 1분도 나를 위한 시간이 없이 바쁘게 살아보고도 싶다. 나는 그런 삶의 여러 얼굴을 사랑한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 거기 머무르고 싶다.

32. 나는 이미 마흔을 넘어서고 있었고, 직장 속에서 나는 이미 자나간 세대에 편입되었다. 아무도 내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이었다. 나의 과거는 거대한 사회적 방망이에 의해 가슴을 강타당했다. 배반 같기도 하고 비애 같기도 하고 무력감 같기도 하고 허무 같기도 한 통증으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뒷방 노인이 된 마흔이여.

>> 수없이 썼던 이력서가 모두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릴 때 그런 배반감이 들었다. 해야 하는 것들 것 모두 착실히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이것으로 부족한 것인가? 아직 이것으로 안 되는 것인가?

38.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든가, 동질성을 인정하고 적어도 그를 혐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때. 그래서 이런 시기에는 자신에게 약간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39. 박남준, 나무, 폭포, 그리고 숲 중에서

미루나무가 서 있는 강 길을 걷는다. 강 건너 마을에 하나 둘

흔들리며 내걸리는 불빛들.

흔들리는 것들도 저렇게 반짝일 수 있구나. 그래 불빛, 흘러온 길들은 늘 그렇게 아득하다.

>> 흔들리는 것이 싫었다. 나는 좀더 똑 부러지고 바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늘 작은 모래알 한 알갱이에도 나는 흔들렸다. 수면에 파문이 일 듯 나는 계속해서 영향을 받았다. 지나고 생각한다. 그것도 다 나에게 필요한, 필연적인, 아름다운 순간들이었구나. 하는 것을.

49. 마흔이 되면 ….젊은 시절에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사용했던 이분법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삶의 전체 모습을 해석할 유연하고 더욱 복잡한 새로운 지혜를 모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그들은 전통에 기대고 과거의 지혜, 어쩌면 그 동안 거부했던 부모들의 지혜를 배우기 시작한다.

>> 시기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종이처럼 물들기 쉬운 사람이지만, 아직 이렇게까지 능글어지지는 못하겠다. 마치 예언서처럼 이 구절을 다루게 된다.

50. 너무 가깝게 있으면 유머를 사용할 수 없다. 자신을 약간 떼어놓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 자신을 소재로 농담을 할 수 있다.

>> 나에 대한 농담을 몇 개 생각해본다. ….. 잘 생각이 안난다. 아직 나랑 너무 가까운 모양이다. 머릿속에 적어놓고 계속 생각해봐야겠다.

51. 그저 두 개의 시선, 자신을 바깥에서 보는 시선과 안에서 보는 시선을 공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쓰임을 받으면 애써 일하고, 버림을 받으면 스스로 즐기면 된다. 부름을 받으면 신명을 다하는 것이고, 그들이 잊으면 일상을 즐기며 스스로 벌어 궁색하지 않게 먹고 살면 되는 것이다.

>> 요즘 회사에서의 일을 생각한다. 맡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일이 없어지고 붕 떠 있다. 일 받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처럼 행동했었다. 주변 선배들에게 물어서야 이런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으며 곧 끝나버릴 여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52. 마흔 살은그것은 막연히 한 번 더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의미한다. 똑 같은 실력을 가지고 후반전을 뛰어본들 또 한 번의 고배와 비웃음을 자초할 뿐이다. 1막에서 엑스트라였던 사람이 2막에서 돌연 주연으로 바뀌는 연극을 본 적이 있는가? 마흔 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연극의 지루한 2막이 아니다. 오히려 연극을 끝내고 진짜 현실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파괴와 창조, 죽음과 재생이라는 이미지와 직결되며, 죽어야 살 수 있다. 이 치열한 반전을 사람들은 일부러 잊으려고 하는 것인가?

>> 꼭 마흔 살에만 치열한 반전이 필요하겠나? 나는 그것을 조금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치열한 반전을 매 나이마다 시도해보면 어떨까? 나는 다양한 인생을 살아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더욱 흥미진진한 인생을 나에게 선물하겠지.

54. 마흔 살은 가진 것을 다 걸어서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이 것이 내 지론이다. 다만 내가 거는 것은 돈이 아니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나 자신을 건다. 나는 이 길을 택했다. 내가 도박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길밖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 누구든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가 온다. 마흔 살을 짚은 의미는, 마흔 살이 인생 전체를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젊음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중년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것은 상황을 비장하게 만든다.

다행히 나는 꽤 일찍 이 시기가 찾아왔다. 나는 순식간에 벼랑 끝에 몰렸고, 아주 오래 전부터 예감했던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동안 먼 변방에서 헤맸던 시간들이 철없이 어렸을 때의 치기 같이 느껴질 만큼 내 마음은 평온해진다. 익숙해졌던 방랑과 결별한 뒤, 나는 나에게 가장 익숙한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다. 나는 이 곳을 사랑한다.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이 곳을 알게 된 사람들 모두가 그럴 것이다.

79. 한때는 공부를 더 해볼까도 고려했지만 그만두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해놓은 것들을 읽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것을 가지고 싶었다.

>> 글을 쓰고 싶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글의 쓰임을 묻는다. 시나리오인지, 대본인지, 저널인지. 그러나 내 글이 도대체 어느 장르에 속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또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정리해서 써야 하는지 여전히 안개 속에 싸여있다. 실험이 필요하다. 내 것을 갖기 위한.

80. 내가 믿는 것은 끊임없이 배우고 실험하는 사람뿐이다. 무엇을 하든 끊임없이배우고 익히는사람들만이 전문가로 존경 받을 자격이 있다.

81. 나는 사는 듯싶게 살고 싶었다. 모든 것을 다 바칠 만한 것을 찾고 싶었다.

>> 지금 나에게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나는 평생 연구원으로 살고 싶다. 책이 너무 읽기 싫을 때도 있었고, 글이 무지무지 안써질도 있었지만, 나는 지난 몇 개월이 가장 행복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내 인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찼고, 과제 마감 기한을 한 고비씩 넘길 때마다 나는 행복해졌다. 나는 이것을 오래 하고 싶다.

81. 무라카미 하루키.

1978 4월 어느날 오후에 야구를 보러갔다. 외야 쪽 스탠드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타자가 첫 볼을 외야 2루타로 쳐냈다. 그때 문득 소설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갑작스런 계시 같은 것이었다. 이유도 설명할 방법도 없다.

86. 노마 밀러. 초상화의 생명은 정밀묘사보다 그 인물이 풍기는 분위기와 느낌을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88. 부러움과 질투, 희망과 두려움, 무기력과 열정

>> 반대말

98. 그때 나는 내 얼굴조차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없을 만큼 경직되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자신을 잘 알지 못했고, 더욱이 자신을 활용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얼굴은 다른 사람의 얼굴과 같았다. 그것은 해골에 인피를 씌운 죽어 있는 얼굴이었다. 그것은 내 생각의 죽음을 상징했다. 나는 다른 사람과 같았다. 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99. 내 의식을 감옥에서 풀어주고 싶었다. 문학이 우리에게 숨쉴 곳을 제공하는 이유는 김수영의 표현대로기본적으로 불온하기 때문이다.

>> Why not? 비극을 읽고 나면 그 결말이 내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된 순간만큼은 내 것이길 바란다. 모든 용기와 사랑과 갈등이 전부 내 안으로 들어와 치명적인 상처이자 불멸의 날개가 되어 나를 자유롭게 해주기 바란다.

100. 불꽃은 너무 작아서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어둠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두려움이 결국 불꽃으로 하여금 무엇인가 하게 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불꽃은 더 이상 숨어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나는 늘 두려움 대신 즐거움이 밀고 가는 인생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다시 물어본다. 두려움과 즐거움은 늘 한 목소리를 말하고 있지 않던가? 둘은 다른 방식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둘을 일부러 나눌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두려움은 멀리 갈 수 있고 즐거움은 그 과정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둘 다 필요한 것인 셈이다.

107. 나는 우리 모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정 하나씩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112. 이 아이는 자신을 그렸다가 지우고 또다시 그리면서 자신을 키워간다. 실수도 많고 실패도 많지만 자신의 길을 찾아 장대한 모험을 온몸을 다해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114. 어떤 때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사오곤 했는데, 신이 나서 그 일을 했다. 우스운 일이었지만, 나는 그런 일들을 즐겼다.

>> 나 역시 이런 일을 좋아한다. 우리 집은 발렌타인데이며, 결혼기념일, 생일 크리스마스, 어버이날, 어린이날 등 온갖 이벤트를 다 챙긴다. 모두들 기꺼운 마음에서 그렇게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뜻하지 않은 선의의 선물을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받는 사람을 사랑할수록 이런 일은 즐거운 일이 된다.

120. 일은 언제고 하면 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남은 시간에 하면 된다. …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은 그들의 시간과 맞아야 하지만, 내가 일하는 시간은 어느 때고 좋다.

120. 오히려 신나게 노는 일에 주력한다. 노는 것은 내게 힘을 주었다.

125. 여행은 우리가 서로 싸우는 것보다는 서로 인생을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 싸움이 꼭 한 번 씩은 벌어졌지만, 우리는 금새 다시 함께 웃곤 했다. 나는 싸움을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싸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129. 적당한 거리, 적당한 예의를 지킬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다.

129. 평생 가고 싶으면 늘 반갑고 그리운 관계가 되도록 애써야 한다. .

130. 친구란 함께 어울림이다. 서로에 대한 애정 없이는 그 어울림이 빛날 수 없다.

 

137. 홀로 산에 있으면 아름다움에 취하기 마련이다. 홀로 있음에 취하고, 바로 그 때문에 고독 너머에 있는 연결끈을 더듬더듬 찾아내게 된다.

142. …온갖 변화를 다 껴안고 있는 복잡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짝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고 삶이다.

145. 내가 보낸 20년을 돌아보고 다시 새로운 인생 20년을 기획해야 하는 시기에 들어서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과 인생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져야 했다.

159. 여름의 태양이 비치지만 나뭇잎은 이미 절정을 지나 빛을 잃고 있다. 물기를 잃고 낙엽의 바삭거림을 잉태하게 된다.

160. 영원히 스승의 빛에 가려진 제자는 결국 스승을 욕보이게 한다.

189. 그 모든 갈림길 가운데 하나가 아닌, 전혀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선택을 넘어 그저 내 앞에 굽이굽이 펼쳐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내 길을 걷고 있다는 축복에 싸이고 싶었다. 나는 달빛을 따라 아름다운 꿈길로 접어들고 싶었다.

>>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가슴이 이끄는 그 곳에 가고 싶다.

190. 여정 자체로 훌륭한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죽은 여행자처럼 완벽한 여행자가 어디 있겠는가!

192. 항해 자체가 인생이다. 그것이야말로 비옥한 정신적 토양이다. 사는 동안 생명을 모두 소모하므로 죽음이 찾아왔을 때 완전히 비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죽음은 나로부터 아무것도 빼앗아 갈 수 없으리라.

>> 그러니 죽음이 언제 오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운명이 이끄는대로 나는 나답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192. …정말은 내 인생은 그 책들이 아니라 그 책에서 표현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내 하루하루 였다. 나의 하루들은 책으로 표현되기도 했지만, 대개는 물처럼 흘러갔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생각하고 낭비되면서 그렇게 지나갔다. 지나간 것들 속에 내 인생이 담겨 있다. 나는 그 위대한 순간들의 주인이며, 또한 그 초라한 순간들의 책임자였다. 이것이 정말 하루하루의 진짜 인생이었다.

193. 아무렇게나 먹고살 수도 있지만, 정갈하고 아름답게 먹고살 수도 있다. … 손님이 돌아간 만찬처럼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그러나 잔치를 준비하는 것은 늘 마음 설레는 일이었다.

>> 하루의 중요성이다. 나는 나로서 잘 살고 싶다. 이 하루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채워넣고, 내가 더 나아지고 싶은 것을 위해 투자하지 않으면 영영 그 아름다운 환영 같은 꿈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194. 수십 년을 다시 길들이며 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주어진 나를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94. 머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깨달음이 없으면 인생의 반전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94. 삶이 나에게 요구한 것, 즉 내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었을까? 망막에서 빛이 사라질 때, 내 삶의 순간들이 필름처럼 넘어갈 때, 나는 그 속에서 사소한 일상을 보게 될 것이다. … 바로 이런 것들이 내 삶이었다.

196. 과거 속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늘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196. 무엇인가를 할 때 다른 것을 계획하지 않고, 어떤 것을 계획할 때 다른 행위를 하지 않으면 순간에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몰입된 순간 순간을 살 수 있으면 행복하다.

196.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자신을 알려고 하지 않으면 행복하다. 다른 사람이란 결국 왜곡된 거울에 불과하다. 늘 자신에게 비추어 자신을 발견하려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 나는 어떤 일을 이루고 싶었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가?’ 이 질문의 답이 찾아지면 인생은 목표를 가지게 될 것이고, 결국 그 길을 갈 것이니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197. 자신을 용서하고 동정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증오로부터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198. 길은 없다. 이것이 길이다. 하루가 길이다. 하루가 늘 새로운 여정이다. 오늘 새롭게 주어진 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세상이 되지 못한다면 어디에 행복이 있을 수 있겠는가? 변화란 불행한 자의 행복찾기 아니겠는가.

204. 18세기 말 영국의 시인인 콜리지는 이 환상적인 궁궐(쿠빌라이 칸의 재너두)에 대한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꿈 속에서 재너두에 가게 된다. 꿈 속의 여행은 하도 절절하여 시인은 꿈 속에서 기나긴 시를 쓰게 된다. 신기하게도 이 시는 그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꿈에서 깨어나서도 그대로 기억되었다.

>> 꿈에서 본 광경으로 여행을 간다. 그것이 꿈에서 깬 다음에 시가 된다. 내 인생도 이렇게 아름다운 방식으로 시가 될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

210. 뱃속의 아기가 달이 차서 어쩔 수 없이 쏟아져 내려야 나올 수 있듯 꽃들도 제 힘으로 터져야 한다. … 꽃은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참는다. 참다 참다 참지 못하고 터지는 것이 바로 꽃이다. 민감한 시인들은 그래서 꽃 터지는 밤에는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214. 유사한 욕망들로 점령된 밭을 묵정밭이라고 하고, 그 밭의 소유자를 게으른 농부라고 말한다. 키우려고 한 것 외에는 모두 잡초다. 이것이 기준이다. 나는 왜 하나의 욕망이 그렇게 중요한지, 동시에 왜 다른 욕망들은 절제할 수 있어야 하는지, 뜨거운 날 잡초를 뽑으면서 생각해보았다.

215. 나는 마흔이 넘어 내가 키우려고 마음먹은 작물을 선택하게 되었다. 여전히 다른 작물들에 대해 미련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나의 작물을 선택했다. 해야 할 일은 잡초를 뽑고 , 자양분을 제공하고, 훌륭한 밭을 제공하는 것이다. 오직 하나의 욕망이 자랄 수 있도록. 하나의 욕망, 가장 나다운 내가 되는 것, 그저 생긴대로 자라 가장 아름다운 내가 되는 것, 내가 만일 소나무라면 아름다운 소나무로 자라는 것. 만일 느티나무라면 아주 정정한 느티나무가 되는 것. 이것이 내 욕망이었다.

216. 어떤 경우든 식물은 한 번은 전성기에 이르는 것 같다. 일찍 시작한 놈은 봄, 여름에 빛을 내고, 조금 늦게 시작한 놈은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남아 멋을 부린다. 다 제 때가 있다.

216. 나도 늦게 인생을 시작한 사람이다. … 특별한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 나도 잎만 가지고는 내가 어떤 나무인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이때부터 나는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 누구도 내가 아니다. 유일함이라니, 얼마나 황홀한 이야기인가!

>> 나를 아는 사람들은 멀리서 걸어오는 걸음걸이만 보아도 나를 알아본다. 춤을 추듯이, 널을 뛰듯이 겅중겅중 걷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이유다. 나는 내 다리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폭으로 걷는다. 그리고 엄청 빨리 걷는다. 조니워커 양주병에 그려진 사람처럼. 그래서 그런가? 가끔 조신하지 못한 나의 걸음걸이가 원망스럽긴 해도 난 이런 모습도 좋아한다.

218. 적어도 벚꽃에 관한 한 비로소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 외부의 시선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의미로 눈 앞의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내가 본 것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더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다. 다시 말해 꽃을 맘편히 즐기지 못하는 게 더 손해다. 사람에 대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221. 노동은 노동 안으로 우리를 불러들인다. 노동 자체가 참선이고 수련이다. 다만 전혀 수련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하는 정신적 수련이다. 나는 빠져들었고 몰두했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노동처럼 그 성과가 눈에 잘 나타나는 것도 없다.

221. 우리는 증거를 필요로 하는 존재다. 일을 하면 한 티가 나야 그 기쁨이 배가 된다.

232. 나 이외의 다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하거니와 나를 보호해줄 아무런 울타리도 없었다.

232. 성공은 채찍이다. … 채찍을 잊은 성공은 반복과 지분함 속에서 퇴락하게 된다.

233. 인기란 사라지게 마련이다. 사라지는 것 위에 성공을 쌓아 올려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나의 생각이다. 학습은 성공을 오랫동안 빛나게 해준다. 나는 학습이 의무가 되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다.

234. 나는 나만의 놀이를 찾아내려 했다.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고, 답답하면 답답함을 즐기고, 권태로우면 권태를 데리고놀려 했다. … 이유없는 조급함에 대해서는 늘 한 호흡을 더 쉬곤했다.  … 적과 논다는 것이 싸움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 나는 드디어 아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왜 그가 느릿느릿 달팽이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했는지. 그러면서도 언제 이렇게 해냈지?하고 놀랄 정도로 차근차근 할 일들을 해내는 것을 보면서.

237. 지도가 있으면 좋다. 그러나 정말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은 지도에 없는 곳이다.

239. 학습은 온몸으로 이루어진다. 온몸이 다 배움을 위한 촉수며 성감대다. 나는 천천히 배워갔다. 한 번에 조금밖에 배우지 못하는 더딘 깨달음이 이제 부끄럽지 않았다. 어쨌든 나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은가!

>> 온몸으로 배운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주어진 책을 읽는 과정이 더 이상 괴롭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이 말을 통해서 내게 주어진 것들을 더욱 잘 활용하게 될 것이다. 종국에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내게 될 것이다.

239. 나는 내가 읽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그들의 지식은 나라는 특별한 여과기를 거쳐 새로운 표현법을 얻게 된다.

>> 이것도 나에게 뻗어왔다. 나는 기본적으로 노는 걸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재미가 없으면 어떤 것에도 쉽게 질려버린다. 학습은 계속해야 할텐데, 이것을 놀이로 바꾸려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몇 번 해보면 즐거운 놀이가 될 것 같다. 당장 써먹고 싶다.

240. 학습은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학습의 핵심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 답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답은 이 탐험의 끝에 나타나는 보물이다.

>> 나다운 방식이란 무엇일까? 연상을 바탕으로 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모아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을 것 같다. 연상되는 것들의 수준이 좀 높아졌으면 좋겠다. 여기 관련된 노하우들을 더 모아봐야겠다.

242. 배우고 또한 익히다가 결국 자신을 그 바람결에 실을 수 있는 사람들만이 하늘을 날 수 있다.

253. 하루는 실험장이다. 실험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실험장. 실험이 목적 그 자체가 되어버린 실험내겐 이것이 하루다.

254. 마음속에 이는 두려움에 지지 않으면 선이 굵다 할 수 있다. …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면 선이 굵다 할 수 있다.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아 관대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선이 굵다 할 수 있다. ..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은 선이 굵다 할 수 있다. 그가 묵묵하면 더욱 그렇다.

>> 책임의 무게가 느껴진다. 한번 받아들인 것을 한결같이 받아들여줄 수 있는 책임감과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문제에서 내 무게를 느껴라. 이것은 구속이 아니라 더 멀리 가기 위한 버팀목이다.

256. 나는 내가 어둠과 빛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도전이란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번 다른 실패를 딛고 나일 수밖에 없는 길로 운명적으로 들어서는 것을 말한다. 첫 번째 도전은 실패를 이기는 것이다. 두 번째 도전은 실패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 도전은 매일 실험을 즐기는 것이다. 이때는 이미 실패도 성공도 사라진다. 여행을 즐기는 자는 끝없는 호기심으로 새로운 세계에 탐닉한다. 그들은 춤추듯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 실패에서부터 즐거운 하루가 나온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그러니 실수와 실패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이 가능해진다. 우리는 그 자체를 즐겨야 행복해질 수 있다.

 

260. 내가 하는 일의 첫 번째 고객은 나다. 내가 내 일의 가장 최우선적인 목적이다. 따라서 내 일은 반드시 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 내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내 시간을 쓴다는 뜻이다. 나는 나의 시간들이 헛되게 낭비되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 대신 나는 내 일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겠다. 결과를 요긴하게 나오게 만드는 작업은 도움이 되지만, 결과물의 구체적인 성과에 집착해서 전체의 재미를 희생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263. 일은 삶과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일이 품삯이어서도 안 되고, 삶의 다른 요소들을 희생시켜서도 안 된다.

263. 변화는 오직 스스로 시작할 때만 효과적이며 그때에만 비로소 행복한 전환이 이루어진다.

264. 시인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 굴러라.

>> 오늘이 내일이 되는 것 사이에 거대한 도약이 있다. 오래된 인디언 부족은 생일을 축하하는 대신 그 사람이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을 때에 축하를 해준다고 한다. 오늘이 내일이 되는 지점에는 필연적으로 커다란 도약이 있다. 이 우연한 변화는 착실함을 먹고 자란다.

265. 모방할 때의 요령이 두 가지라는 점에서도 사업과 글쓰기는 일치한다. 얼마나 많이 모방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감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업이든 글쓰기든 가슴이 설득당하지 않고는 자신의 철학이나 깨달음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266. 모방의 또 하나의 요령은 한 작품을 모방하면 표절이고, 여러 작품을 모방하면 연구다라는 노회한 충고를 기억하는 것이다. 많이 보고 많이 감동하는 것은 사업이든 글쓰기든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한 근면한 배움의 요결이다.

>> 모방은 즐거운 놀이다. 아름다운 것들을 훔쳐와 내 것으로 만드는 일. 그것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게 예쁜 실들을 모아 아름다운 옷감을 짜는 것과 같다. 그 무늬는 매우 다채롭게 보일 것이다.

266.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연결해야 한다.

272. 그러나 쉽게 물러서는 타입은 아니다. 나를 키워준 것은 오히려 약한 마음이 늘 얻어오는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얻은 치유력이었다. 갈등이 나를 키워주었다. 마음속의 싸움을 통해, 비록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내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싸움은 생각보다 나쁜 것이 아니었다.

277. 인물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다.

>> 나를 나의 지지자이자 구원자로 만들어라. 나를 얻으라. 내가 가진 것들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라.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나의 삶을 시작하라. 나의 유일함이 결국 나를 살릴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난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탐구가 면밀히 이루어져야만 하는 필연이 나타난다.

281. 유일한 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숙달해야 한다. … 일단 숙달하면 일탈한다. .. 다른 방식을 찾아보고 새로운 방식을 다시 익힌다.

282.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는 가능한 꿈을 꾸어야 한다.

>> 재능은 있으나 천재는 아니다. 노력하여 발아할 수 있는 것이 나의 장점이 되어줄 것이다.

285. 책을 쓰는 것의 장점은 그 내용의 핵심이 언제나 머릿속에서 꺼내 쓸 수 있을 만큼 정리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295. …더 중요한 목표, 그것은 반드시 청중 속의 누군가를 움직여 스스로 자신의 고뇌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강연자을 떠나 그들이 일상 속에서 변화를 실천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하루 속에서 실천 되지 않는 변화는 변화가 아니다.

>> 내가 스스로에 대해 지금 느끼고 있는 것보다 변화의 범위가 더 깊고, 근본적이다.

296. 내가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한 모서리를 사정없이 내리쳐 손상시켰다는 것을 알았다.

>> 나는 여기에 이르러서야 같은 감정의 표현이라도 그 속에 내재된 이유는 각양각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것에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게 그에게 정말 필요하다면, 그리고 누구도 그걸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면, 알려줘야지. 지금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말이다.

299. 내가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만 깨닫게 돼도 우리는 금방 불행해진다.

>> 나는 내가 나의 스폰서라고 상상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월급을 받아 나의 글쓰기 활동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도유망한 젊은 시인을 후원하는 교양 있는 백작이 된 기분이다. 시인도 백작도 모두 나다. 일종의 역할놀이 같은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진다.

300.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 상황의 먹이가 되어 쫓기기 전에, 자신이 상황을 주도하는 주인이 된다는 것이 변화의 요결임을 강조한다.

>> 상황은 외부에서 오는 상황일수도 있지만, 내부의 상황을 의미할 때가 더 많다. 내가 인식하고 있는 세계로부터 버려졌다는 기분이 들 때, 아무도 나를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 나는 이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칼자루를 내가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303. 인간은 모두 다 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밀리면 정신적 타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다른 것을 잘하지 못할 때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는다.

314. 나로부터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나는 삶을 방기한 것이다.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나 자신이야말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이며, 유일한 미래였다.

316. 하루는 그 실험을 하기에 적합한 시간이다. 내 하루들은 바로 그 거북의 새끼들이었다. 어느 하루도 무의미한 하루는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시도 자체가 삶이기 때문이다.

>>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자. 그래, 요 것도 해보자. 뭐라도 하나 걸리겠지. 타고난 싸움개는아니더라도 난 매우 끈질기다. 한 번에 숨통을 끊어놓지는 못해도 물고 놓지는 않는다. 맷집이 붙으면 볼만 할 것이다.

319. 현실이란 결국 주어진 상황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불과한 것이다. 나의 의견을 말하라. 나의 의견,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라.

324. 돈이 면죄부 역할을 하는 것을 타락이라 부른다. 본업으로 사회를 도와야 그 일 자체로 의미와 보람이 된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 가난하든 부자든 세상은 즐길 만한 곳이다.

325.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결국 자신의 주인을 닮게 되어 있다.

 

 

3. 내가 저자라면

2004년 무렵의 저자를 돌아보면 딱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다고 판단된다. 그는 50대의 10년을 채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 기간 동안 훨씬 많이 열리고, 편안해지고, 밝아졌다. 50대를 시작하는 지점에서 마흔을 돌아보는 그로서는 다소 담담하고 어딘가 비장했던 모습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니 이 책은 그의 최선이었다. 다른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그러나 내가 저자라면 하루가 중요하기에, 이 목차들이 모여 하나의 하루를 구성하도록 신경 썼을것이다. 각 챕터의 앞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의 제목을 시간과 날짜로 구성해 그것을 목차로 활용할 것이다. 이 책은 소설이 깊숙하게 침투되어 있는 자서전이다. 자서전이라는 정체성을 갖는 것은 좋지만, 그것만 있기에는 다소 밋밋하다. 담담한 분위기가 선이 굵은저자의 성격을 잘 드러내주기는 하지만, 약간의 드라마틱한 구성을 갖도록 했다면 더욱 축제 같은 분위기가 났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저자의 지난 10년을 축하하는 파티이자, 다음 10년의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 있는 주춧돌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나는 약간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가져왔다면, 자서전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지난 10년뿐 아니라, 앞으로의 10년까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10년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 채 책을 덮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책과 그의 삶이 완전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는 언행일치의 삶을 살아왔다. 안방 구석에 있는 오래된 책상을 정리하면서 저자가 IBM에 입사할 때 써서 냈던 이력서를 발견했다. 그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고 매력적인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자신을 꼭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20년은 이력서에서의 다짐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대부터 싹이 보였던 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을수록 저자가 선명해진다는 것은 놀라운 강점이다. 진정성으로부터 이 책은 대단한 흡입력을 불러들였다.


책의 저자는 10년 후 나의 목소리를 빌려 나에게 묻는다. ‘어떤 일을 이루고 싶었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가?(p.196) 나의 하루는 충분히 다채로운 실험으로 가득했는가?’ 마음속에서 질책과 격려가 동시에 쏟아져 나온다. 아직도 우물우물 하고 있다는 마음과 결국 이 질문의 답을 찾으면 인생의 목표를 갖고 그 길을 가게 될 것이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격려 말이다. 그렇다면 이 질문을 마음에 묻어두고, 나는 오늘을 나를 실험해보는데 사용해보는 수 밖에 없다. 그 길에 다다르기 위한 방법은 하루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 새롭게 주어진 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세상이 되지 못한다면 어디에 행복이 있을 수 있겠는가?(198) 다른 것을 계획하느라, 다른 행위를 해내느라 노력하지 않으면 순간에 몰입할 수 있다. 하루를 그렇게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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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9 03:22:00 *.201.99.195

해언,

오후에  마신 커피땜에 잠이오지 않아서  다시 뜨거운 커피로 맞불을 놓고

우리 싸부의 43살을 생각해요.

나도 이 책을 리뷰할때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읽고 또 읽었지요.

뜨겁게 살아 숨쉬던 그의 삶의 리듬에  

박자를 맞추며 춤을 추고 싶기까지 했어요.


해언의 얼굴에서 싸부를 보듯

해언의 글에서 싸부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이렇게 좋은 만남이 꽃처럼 피어나는걸 꼭 보고 싶어요.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라

강 언덕에 서면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약속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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