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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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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6일 23시 48분 등록
(인터뷰 전문가 19인이 밝히는) 인터뷰 기법
잭 후버 & 딘 디긴스 저, 한국언론 연구원 1996


나는 인터뷰를 좋아한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무엇을 얻으려는 것 보다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좋다.
매일 인터뷰 한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면 훨씬 더 잘듣게 되고 더 많이 알게된다. 단순히 나를 스쳐가는 사람이 아닌, 나의 삶을 구성해주는 사람들로 남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하는 인터뷰는 기존의 인터뷰와는 약간 거리감이 있다.

그렇다면 인터뷰란 무엇일까?

'오리아나 팔라치, 마이크 월리스, 테드 코펠, 존 챈슬러, 로버트 맥네일, 로저머드, 바바라 월터스, 마리 브레너, 토머스 B.모건, 다이언 소이여, 딕 캐비트, 켄 올레타, 해리슨 솔즈버리, 스터즈 터켈, 게이 테일즈, 필 도너휴, 수전 쉬헌, 빌 모이어즈.'

이들이 이 책을 구성하는 19인의 인터뷰 전문가들이다. 미국의 방송, 신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터뷰를 담당하고 그를 통해 이름 꽤나 날리는 이들로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보았음직한 사람들이다.

인터뷰는 모든 취재의 근본이 된다고 말한다. 저명한 저널리스트들은 어떻게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를 활용할까? 그들은 어떤 재능이 있을까? 뛰어난 인터뷰어가 되기 위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저자들은 인터뷰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을 찾아가 그들을 인터뷰했다. 웃기는 점은 대부분의 유명 인터뷰어들은 자신을 인터뷰하는 것에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특한 책이다. 특히 최고의 인터뷰어를 꿈꾸는 나에게 있어서.
방송과 관련된 인물들이 많아서 내가 원하는 양식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지만 인터뷰에 관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훌륭한 인터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빈틈없는 사전준비가 필요하며,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청이야 모든 소통의 근본이고, 빈틈없이 준비한다는 것은 대화하기 앞서 생판 모르는 상대에 대한 기본지식을 쌓는 것일테다.
인터뷰역시 소통이다. 친구와 대화하는 것, 직장 상사와 소통하는 것, 고객과 만나는 것, 강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매순간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낸다. 눈으로, 몸으로 기분과 뜻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말’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면하는 인터뷰 그런 소통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이며 개인적인 소통인 셈이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과 진정한 소통을 이뤄갈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 그래서 인터뷰어를 찾아 다녔고, 인터뷰 책을 집어 들었다. 그들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이야기를 할까. 그것이 궁금했다.

"우리는 이들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만큼 어떻게 하면 이들의 말문을 틔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바로 인터뷰의 요령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12p)

인터뷰의 자질이 있을까?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인터뷰어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이들이 말하는 인터뷰어의 자질을 보고 나는 하마터면 ‘나잖아!’소리 지를 뻔 했다.

뛰어난 인터뷰 담당자가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강하고,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벌이며, 질문 던지기를 좋아하고 또 남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사람이라는데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다. 그리고 대상자와 대화를 나눌 준비를 세심하게 갖춘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16p)



그러나 정보전달, 효율적으로 답을 얻어내는 기존의 인터뷰 방식은 흥미가 떨어진다. 특히 전설의 여기자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오리아나 팔라치의 고발성 스타일은 나와 전혀 맞지 않다.

인터뷰어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인터뷰어라면 상대가 못 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건 인터뷰어보다 코치의 개념에 가까울지 모른다. 실상 누구보다 인터뷰 하는 나 자신과 상대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관해 최근 인터뷰 했던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의 저자 막시무스님이 흥미로운 말을 했다.

"인터뷰는 두 인간이 만나 떠드는 것 외에 별로다.
인터뷰는 인터뷰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보여주지 않는다.
상대는 화두를 제공하는 것일 뿐 실상 내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그 안에서 보는 것은 내 모습이다. 오히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나의 모습을 보고, 나의 꿈을 볼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위의 말은 참 공감이 간다. '피터드러커의 자서전' 처럼, '미완의 시대'처럼 나는 사람들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하려는지도 모르겠다.


전문가들이 말한 것중 인터뷰에 관해 괜찮은 조언들을 모아봤다.

*테드 코펠(ABC 나이트 라인 진행자)
어떤 형태의 인터뷰에서건 가장 쓸모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한가지 기법을 소개한다면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뻔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가만히 살펴보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는 인터뷰 담당자는 의외로 적다. "

*수전 쉬헌 (뉴요커 기자)
“인터뷰 담당자에겐 어려운 질문들을 던져 답변을 받아낼 방법과 입을 닫고 그냥 가만히 있는 방법을 찾아낼만한 끈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TV시청 보다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할 것이다 그때그때 곧바로 승부를 내는 인터뷰 방식이 아니라 글로서 의미 있는 것을 깊이 있게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확인해야 한다. 확인한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면 그런 거짓말을 한 경위와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실상을 잘 모르거나 아니면 정확하게 파악하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컬처코드'에서도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절대 사람들의 '말'에 속지말라.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진심 그대로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빌 모이어즈 (PBS 인터뷰 담당자)
인터뷰 담당자는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와 흡사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의 솜씨란 모방이 아닌,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있다. 인터뷰 담당자는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그래야 인터뷰 대상자의 답변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저널리스트라고 자부하는 이유는 젊은 시절부터 세계와 다른 사람에 대해 대단한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인터뷰에 애착을 느끼는 것은 인터뷰 자체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을 알고 그와 대화를 나누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내가 가장 흥미있게 생각하는 질문이 ‘오늘의 삶을 만들어낸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쌓은 체험의 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향하는 가치와 경험, 타인의 영향, 최고의 모멘트 등이 개개인의 오늘의 삶을 형성하고 있다.”


훌륭한 인터뷰어는 대상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타인과 소통할 줄 안다는 것이 그들에게 명성을 가져다 주고, 돈을 벌어다주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비행기에서 우연해 만났던 한 외과의사가
인터뷰에 관해 단순하고도 꽤 명확한 평가기준을 말한다.

“난 훌륭한 인터뷰어와 시원찮은 인터뷰어를 분명하게 가릴 수 있다. 훌륭한 인터뷰어는 이런 저런 노력으로 내가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시원찮은 인터뷰어와 인터뷰를 하게 되면 짜증이 날 뿐만 아니라 무엇을 찾겠다는 건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 거들겠다고 애를 쓰다가 결국 입을 닫아버리고 만다. “
너무나 단순하지만, 극명하지 않은가?



타인 뿐만이 아니다. 나 자신과 제대로된 의사소통을 할 줄 안다면 그보다 큰 재산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제대로 질문을 던지는 것도 힘들고, 제대로 귀 기울여 듣기도 힘들다. 사람들 살리는게 어디 의학뿐이랴. 학문이 자신을 살리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면, 인터뷰 역시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도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인터뷰를 한다면 가장 얻고 싶은 것은 그들의 신변정보가 아니다.
마음속에 숨겨진 보물, 바로 그들의 꿈이다.
그래서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서로의 꿈이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Inter-view 가 아니라 inner-view.
내가 귀기울이는 것은 그들의 꿈이 속삭이는 소리다.


인디언 식으로 말하자면, ‘꿈을 잡는 사람’,
그것이 내가 꿈꾸는 인터뷰어의 모습이다.

이 책은 인터뷰기법 보다 인터뷰에 대한 나의 열정을 재확인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IP *.102.14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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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3.17 06:56:36 *.145.80.50
내게 이런 딸이 있었으면 옹박에게~~~
뒷말은 생략... 충격받아 코리아니티 도 준비하지 못할라.
정 섭섭하면 귀자보다 더 좋은 글을 오려 보시지.

이글을 읽으면서 십년후의 귀자를 상상해본다. 그~게 명상인지, 아~닌지를 알지 못하면서. 훌륭한 스승밑에서 수련한 실력이 보인다. 더욱 정진하고 더 많은 책을 읽고 선생님보다 더 큰 인물이 되거라.

더 훌륭하고 뛰어난 재자를 만났을 때 스승은 행복할 것이라는 니체의 말이 생각난다. 열심히 살아라, 이제 열차는 일막의 마지막 역을 향해 달려가구나.

항상 너의 곁에서 맘으로 후원하는 촌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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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7.03.17 06:57:09 *.128.229.88
그대 책의 제목은 '나를 인터뷰하다' 로 하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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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3.18 02:57:53 *.102.142.177
귀자답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무수한 실험을 행한다는 것.
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나가고자
치열하게 방황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
그게 저의 모습인것 같아요.

20대, 그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리겠습니다.

존경하는 분들을 옆에 두고
제가 행할 수 있는
최고의 배움일 듯 합니다.


"나를 인터뷰하다."
제 마음껏 써나가기 좋은 제목이요,
컨셉일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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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7.03.18 07:08:35 *.18.196.32
모처럼 책리뷰보니 상쾌하네

인터뷰의 기본은 남의 말에 귀기울이라. 참 안되는 부분의 하나이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인데. 좋은 방법 하나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는거지

인너뷰는 인터뷰의 영어식 표현인데 이를 내적인 모습으로 원용하는
센스 정말 탁월해. 귀자는 2기 연구원의 총아로서 우리의 모자람을
잘도 메워주고 있어. 언젠가 귀자에게 인너뷰~ 받고 싶다.

귀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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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3.18 20:27:26 *.102.142.177
ㅎㅎ 칭찬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도선생님을 인터뷰할 기회를 주신다면
저야말로 영광이죠~

오늘 광주로 내려가셨겠군요.
도선생님도 화이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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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3.19 10:12:57 *.180.48.239
인터뷰는 소통.
자신과의 인터뷰 잘 하고, 좋은 책 쓰길 바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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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20 15:26:34 *.140.145.63
내게도 꽤 생각할 꺼리를 주는 서평이로군.. 나도 inner-view를
지향하고 있는걸 보면 우리 두 사람은 같은 과가 아닐까..^^

선생님의 네이밍 실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최영훈이도 꽤
재능이 있던데 2기 연구원들의 책제목은 이곳에 있는 분들에게
공모를 해보는 것도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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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3.22 14:19:19 *.252.33.160
기찬님과는 같은과임이 확실해요.
만나기만 해도 기가 통하는걸보면....ㅎㅎ
4월에 한번 뵈어요.
그동안 못다한 얘기가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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