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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8일 21시 57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구본형

1954년 1월 15일 생, 딸 둘의 아버지. IBM에서 20년간 근무, 변화경영혁신팀에 16년간 몸담으며 ‘변화 경영’을 선도.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로 시작하여 ‘사람에게서 구하라’까지 열세권이 저서를 출판, 변화경영 분야의 손꼽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을 돕는’ 변화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며, ‘꿈’이라는 단어에 환장하며 자지러지는 80명 내외의 꿈벗들과, 자신의 분야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연구활동을 펼치는 열다섯명의 연구원들의 스승이다.

내가 가장 동경하는 것은 그의 무수한 자기실험이다. 그의 ‘알려진 비밀’은 바로 자신에게 먼저 적용해 보고 스스로를 구원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그는 점점 깊어지고 그윽해진다. 카네기 연구소에 일하면서 만난 많은 명강사들은 대부분 너무 바빠서 충분한 시간을 R&D에 쓰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가르치는 원칙이 개인적 경험과 결합되어 생명력을 가지지 못한 강의는 그저 '앵무새 떠들기'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확실한 근거는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실험하고, 맛을 보고, 정리하여, 일반화시킬 수 있는 이론과 모델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믿음이다”라고 말하며 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다.

그는 균형과 조화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일과 가족, 이상과 현실, 성취와 여가, 생산과 R&D 등을 조화롭게 이루어내는 사람이다. 그는 “강연은 쏟아내는 작업이다. 쏟아내는 것이 들어오는 것보다 많으면 이내 밑천이 딸리게 마련이다. 이것은 치명적 결함이다. 지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너무 바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새벽에 일어나 매일 두 시간씩 읽고 쓰는 사람이며, 평일 오후에 북한산을 오르며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다. 특히, 나는 사부님의 ‘현실적 이상주의’ 혹은 ‘이상적 현실주의’가 좋다. 그의 역설(paradox)을 관리하는 능력은 나를 흥분시킨다. 그의 생각 속에서 현실과 이상의 역설은 각각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 둘은 심장부에서 신비스러운 결합체로 하나가 된다. 그는 결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재능과 세상의 요구가 기쁨으로 만나는 곳에서 시작하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고수의 ‘눈빛’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극적인 표현을 위해 쓴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의 반짝거리는 눈을 통해 나는 그 순수함과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으며 진실로 그 말을 믿게 되었다. 나는 그가 세속의 지혜 보다는 인간의 순수한 마음에 귀 기울이는 사람임을 알고 있다. ‘엄길청의 성공시대’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성공에 대한 정의가 어제보다 더 나아졌냐고 묻는 것이라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모습, 생선 머리를 먹을 때 아무 말 없이 입을 오물거리며 감탄하는 모습, ‘학문이 세상에 머리 숙여서는 안 된다’고 부드럽게 조언하는 때묻지 않은 모습, 나는 그의 그런 순수함이 좋다.

나는 “영원히 그 스승을 빛나게 하는 제자야말로 가장 나쁜 제자이다”라는 말을 알고 있고 공감한다. 그러나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팔로워(Follower)가 되어야 함도 알고 있다. 그가 은사인 길현모 선생님을 통해 배운 것처럼, 나 또한 그를 통해 삶의 중요한 통찰들을 얻을 것이다. 연구원을 지원하는 이유 중 중요한 하나는 동경하는 스승을 옆에 두고 그를 통해 나를 발견하기 위함이다.



2.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구절

(7) 그러나 전 세계가 보편화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더욱더 문화적 정체성에 의존하게 된다.

(8) 다행히 나는 21세기적 특성이 코리아니티와 대단히 궁합이 잘 맞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이 코리아니티를 잘 활용한다면 21세기에 가장 많이 성장하고 번영하는 최고의 국가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고 믿게 된 것이다.

(9) 나는 우리가 스스로를 폄하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골수를 비게하고, 마음이 무너져내리게 하고, 결국 행동을 제약하고, 성과를 무디게 한다..

(10) 성공한 자의 찡그린 얼굴!

(11) 이제 제 2의 추격은 없다. 한국은 추종자가 올 수 있는 마지막 자리에 와있다… 추종을 통해서느 리더의 자리로 진입할 수 없다. 어떤 리더도 다른 사람을 닮으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모방은 리더의 속성이 아니다.

(11)코리아니티는 다수의 한국인이 공유한 문화적 동질성을 뜻한다. 코리아니티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한국인 대다수의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일상적 취향이다. 일상에서 지키면 편안하고 지키지 않으면 불편하며 의외가 되는 가치체계와 공유의식 그리고 일반정서, 나는 이 복잡한 덩어리를 코리아니티라고 부른다.

(14)문화 없는 상품은 삼류며, 차용한 철학으로는 혼신의 경영이 불가능하다. 생활 속에 녹아있는 전통적 정서와 취향이 소거된 직원과 함께 즐거운 경영은 어림없는 일이다. 또한 즐겁지 않은 일에서 성과를 내고 최고가 되기는 매우 괴롭고 어려운 일이다. 즐기지 못하면 최고가 될 수 없다.

1부 코리아니티 문화경영

1장 왜 코리아니티 인가

(30) 한국인들은 관계 지향적이나. 개인의 가치가 독립적으로 결정된다기보다는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적절하게 규정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31) 에드거 샤인의 ‘문화적 패러다임에 깔려있는 기본가정 다섯 가지 요소’ – 자연과 인간의 관계, 실제와 진실의 본질, 인간본성, 인간 활도의 본질, 인간관계

(34) 미국인들은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기보다는 개개인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회적 전통 속에서 살아간다.

(39) 한국인들은 대개 ‘우리’와 ‘나’ 사이에 있다. ‘우리’라고 부르지만 늘 ‘나’를 생각하는 것이 한국인이다….한국인들은 조직속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이름 또는 격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이 자리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넘나듦이 가능한 유동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인들에게 일탈과 파격은 바로 멋이다.

(46) 시간을 흘러가는 물로 보는 미국인들은 ㅅㄴ서에 따라 단계적으로 일을 진행한다. 반대로 시간의 동시성과 순환성을 믿는 일본인들은 연속성 속에 동시성을 강화한다.

(48) 한국인의 시간은 이중적이고 혼합적이다. 여유와 느림의 나라이기도 하고, 빨리 빨리의 나라이기도 하다. 가마솥의 나라이기도 하고, 냄비의 나라이기도 하다.

(51) 일본인들에게 과거란 ‘뒤집어엎어야 할 것’이 아니라 ‘조금씩 고쳐 써야 할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혁명과 이노베이션은 없다. 일본은 오랜 시간에 걸친 가이젠(개선)의 나라다.

(51) 프랑스는 모순과 대립을 즐기는 나라다. 프랑스인들은 서양인들 가운데 특이하게도 모순의 공존을 잘 견딜 뿐 아니라, 그것이 삶의 일상적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53)프랑스의 근대사는 모순과의 공존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시점에서의 폭발 및 단절의 역사였고, 이 저항의 역사에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53) 미국은 점진적 개선의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연결되지 않는 것을 연결함으로써 얻어지는 창조력에 의한 이노베이션의 나라다.

(54) 한국인은 기질적으로 점진적 개선을 선호하지 않는다… 멋이란 평범하고 정상적인 것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조지훈은 멋을 ‘정상적인 상태에서 약간 벗어나되 그것이 전체적인 조화를 해하지 않을 때 느껴지는 그런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에서 벗어나 조화를 깨뜨림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조화를 이룩하는 적극적인 것’이라고 정의했다.

(57) 미국인들은 먼저 표준을 만들고 그 다음에 통제한다. 잡다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미국에서는 그것들을 망라하고 포괄할 수 있는 커다란 바구니가 피료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딸야 할 보편적 규칙이어야 했고, 원칙은 오차없이 지켜져야 했다.

(59) 미국 MBA졸업생들의 머릿속에는 접해보지도 않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들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들은 졸업과 동시에 컨설턴트, 재정분석가, 나아가서는 경영자의 길로 질주한다. 그러나 현장은 끊임없이 변하고 고객의 요구는 급격하게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곧 양적 우월성이 질적 다양성과 차별성을 무시함으로써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60) 미국의 위대한 성공은 보편화로부터 시작했지만, 미국의 실패는 그 보편주의가 한계에 도달할 때 일어날 것이다.

(61) 일본은 안과 밖의 구분이 확실하다. 그들은 내부에서 결속하고 협력하여 외부와 경쟁한다. 이 점은 조직의 안팎에서 모두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다른 문화권들과 구별되는 분명한 차이다… 일본인들은 이런 방식 때문에 협력과 경쟁이라는 모순에 시달리지 않는다.

(63) 보편주의보다는 특수주의를 택함으로써 무수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일본인들에게는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

(66) 전쟁과 유대인들에 대한 죄악을 깊이 사과하고 반성하는 독일인들과 달리, 일본인들은 중국에서의 대학살과 한국을 식민통치로 점령한데 대해 사과하는 것을 꺼리며 위안부 문제에 냉담하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객관적 진실에 무게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제국주의가 성행하던 당시에 일본이 조선을 지배한 것은 상황에 어울리는 일이었고, 국익에 충실한 전략이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70) 동양적 가치가 ‘관계’라는 맥락 속에서 끼리끼리 봐주는 부패로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이 대목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선비정신은 스스로 ‘수치를 아는 것’이다. 수치를 아는 사람은 부패할 수 없고 타락을 묵인할 수 없다. 이것은 우리가 물려받은 가장 훌륭한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

(75) 일본의 조직은 위계적이다. 그들은 권력이나 책임을 가진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도전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러면서도 권위주의의 폐단이 적다는 점이다. 그것은 조직에서 위, 아래 그리고 중간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75)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대신 일본인들은 힘이 있다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에게 힘과 영향력은 옳은 것이다.

(77) 그래서 코리아니티가 가지고 있는 반 21세기적인 가치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를 들라면 나는 수직적 권위주의를 꼽겠다. 이것은 관계 중심적인 코리아니티를 수직적으로만 작동하게 만들어버린 고질적 패턴이다. 나는 수직적 권위주의라는 부정적 특성을 청산하는 것이 코리아니티 논의의 가장 절박한 교정 과제하고 생각한다.

(77) 우리는 모방과 추격의 시대가 아니라 도전과 창조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바로 코리아니티 경영이 과거의 정체성 위에 바탕을 둔 한국적 경영이 아니라, 한국인의 잠재력과 문화적 DNA에 바탕을 둔 미래 경영이어야 하는 이유다.

(85) 코리아니티의 다섯가지 요소
첫째,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우리 속이 나’라는 정신적 틀이다.
둘째, 한국인의 중요한 공통점은 생기다. 한마디로 다이내믹하다.
셋째, 한국인의 또 다른 특성은 이중적 가치의 공존과 상생이다.
넷째, 끈질긴 생명력과 흥청거림이다.
다섯째, 누구나 한국인의 특성이라고 입을 모으는 2가지는 바로 배움과 근면이다.

(88) 미국인들이 항상 남의 눈에 띄고 싶어하는 데 비해 한국인들은 남들에 뒤지지 않는 정도를 바란다.

(95) 유교 문화권에서의 개인은 ‘특정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맺음과 그 속에서 부여되는 역할들의 총체일 뿐, 결코 독립된 존재가 아니다. 결국 그들의 정체성은 역할에 따라 결정되므로 역할이 바뀌면 정체성도 바뀌게 된다. 상황에 따라 다른 나가 되는 것이다.

(100) 한국인은 집단과 개인 사이에 머물며 그 둘 사이의 갈등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101) 학연, 지연, 혈연 자체가 폐단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구성된 내집단이 외부 세계에 대해 표시하는 적대감과 폐쇄성이 문제이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 속의 나’라는 코리아니티가 강력한 긍정적 에너지로 특화될 수 있다. 바로 공동체의 논리와 집단성 속으로 개인이 매몰됨으로써 기계의 톱니바퀴와 나사로 전락하는 폐단을 막아주는 것이다.

(107) 그러나 한국인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을 선택하라고 할 때 마음이 편치 않다. 이것은 이것대로 옳고 저것은 저것대로 옳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121) 바탕이 문체보다 승하면 거칠고(野), 문체가 바탕보다 승하면 사치(史)스럽다. 형식과 내용이 고루 어울린 뒤라야 군자다.

(123) 한국인의 역동성과 생명력이 최근 들어 자연스러움을 잃고 다만 거침 그 자체로 남는 것을 종종 본다. 멋과 마음이 사라진 대강대강과 빨리빨리의 날림으로 흘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126)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의 죄가 있다. 첫째는 머리가 빨리 돌면서 음험한 것이다. 둘째는 행실이 한 쪽으로 치우쳤으면서도 고집불통인 것이다. 셋째는 거짓을 말하면서도 달변인 것이다. 넷째는 추찹한 것을 외고 다니면서도 두루두루 아는 것이 많아 박학다식해 보이는 것이다. 다섯째는 그릇된 일에 찬동하고 그곳에 분칠을 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중에 하나라도 있다면 죽여도 된다.

(127) 능력이 있다는 것과 그것이 옳게 쓰인다는 것은 이렇게 다른 일이다. 인재를 키워낸다는 것은 기량과 함께 그 정신을 바르게 가꾸는 일이다.

(133) 선비들은 책을 읽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붓글씨를 쓰고, 문집을 내며 자연을 좇아 생활의 멋을 즐겼다. 이것이 일상의 생활이었으니 가난을 즐길 수 있었고, 명분을 잃지 않아 자긍심을 지킬 수 있었다. 그들은 학문을 굽혀 세상에 아부하는 곡학아세(曲學阿世)’를 최대의 수치로 알았다.

(142) 세계화 시대에 성공하는 조직이 되려면 지구적 감수성에 따른 범세계적 동질성을 수용하고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시야와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지역 문화적 차이가 존중되는 이질성을 차별적 가치로 전략화할 수 있어야 한다.

(143) 디지털 컨버전스는 기술 시대의 키워드가 되었고, 한국은 그 기회에 빨리 올라타고 있다. 한국인들은 여러 모순적 요소를 섞고 비벼서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데 능하다.

(151) 회사는 버려도 사람은 버리지 않는다는 일본의 전통적 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라고 여겼다. 경쟁력이 약한 사업부와 계열 산업을 도려내는 미국식 구조조정에다 종신고용제라는 일본의 경영 스타일을 절충한 이 퓨전경영은 캐논의 성장 동력으로 작동했다.

(158) 인구 500만의 작은 나라가 자기들밖에 사용하지 않는 언어를 쓰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소수의 일에 집중하여 그 일을 남들보다 잘하는 것뿐이었다. 그들은 텔레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161) 그들은 개인을 격리시키는 숲과 호수 속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노력을 해왔고, 동시에 자연의 고요함속에서 휴식을 즐기며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했다. 무선통신은 이 같은 핀란드인들에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동시에, 사람으로부터 적절히 격리되게 하는 가장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었다. 휴대전화처럼 핀란드인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상품은 없었던 것이다.

(171) 그들(LVMH, 백남준)은 모두 기술과 아이디어라는 보편적 수단을 통해 가장 특수한 문화적 콘텐츠를 표현해 냈다. 그들의 성공은 빌려올 수 있는 것(수단)과 빌려와서는 안 되는 것(내용)사이의 중대한 차이와 경계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염두해 두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문화를 상품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상품화 되는 순간 문화 자체의 비물질적 매력이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176) 현재 한국 사회와 문화적 현실에서의 인력감축이 효율경영의 대표적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기업이 사회적 안전망을 늘리도록 위임받은 역할이 있는데 그 책임을 도외시하고 경제적인 성과만을 추구한다면, 기업 자체에게는 단기적인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사회 전체를 봐서는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 된다...기계는 언제든 살 수 있지만 사람은 다르다. 이 때문에 감원과 저임금체계가 효율적이지 못하다. 사람에게 투자하여 사람을 회사의 제일 자산으로 만들면, 그 사람들 각자가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준다.

(180) 유한킴벌리가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이 같은 방식을 택한 이유는 사람에 투자하는 만큼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190) “나는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모든 문제에 해답을 제공하는 경제학 이론을 가르치면서 보였던 열성을 기억한다. 나는 이론이 가진 아름다움이며 조화에 감탄하곤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이론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길바닥에선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도대체 경제학 이론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 무하마드 유누스

(192) 은행 측의 설명을 들으면서 유누스는 일반 은행의 융자 프로그램은 부자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며, 은행 세계의 저변에는 ‘가진 자는 가진 만큼 더 쉽게 가진다’와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도 가질 수 없다’는 2가지 법칙이 흐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198) 나는 그라민 은행의 활동을 통해서 이윤 추구만이 자유주의의 유일한 원동력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기에는 사회적 목표라는 참 가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가 이 점을 잊지 않고 기업 활동을 통해서 사회적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이윤추구만을 꾀하는 그 어떤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

(205) 무하마드 유누스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독창적인 은행 경영방식을 생각하셨죠? 원래 은행가도 아니잖습니까. 어떻게 하신거죠? 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우리는 다른 은행들이 어떻게 하나 보면서 정반대로 했습니다.“

(211) 성공이란 늘 어느 날의 실험이 우리의 기대에 딱 부합할 때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성공이 새로운 실험의 결과라는 것을 아는 것, 깨달음이 바로 성고한 자들이 터득한 지혜이다.


2부. 코리아니티 인재경영

(222) 승리하고 싶다면 전략에 대해 더 적게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해야 한다.

(223) 우리의 인재정책은 창조적 소수를 빛나게 하고, 건실한 다수의 자부심과 건강함을 증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229) 사람을 얻고 사람을 남기려면 2가지 기본 태도가 중요하다. 첫째, 사람에게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이다. 둘째는 비즈니스가 정치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36) 나는 유능함 이란 어울림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자신과의 어울림, 회사의 기대와 자신의 기대사이의 어울림, 세상의 기준과 자신의 기준 사이의 화해 같은 것을 유능함의 기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따라서 두 사람을 놓고 누가 더 유능한가하는 질문은 위험하다. 사람마다 유능함이 발휘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일에 그 사람이 ‘적합한’사람인가를 묻는 것이다.

(238) “저도 예전에 이 직책을 맡아 본 적이 있습니다. 말을 세울 우리를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처음에 굽은 나무를 쓰면, 굽은 나무가 다시 굽은 나무를 요구하기 때문에 곧은 나무를 쓰려야 쓸 수가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처음에 곧은 나무를 쓰면, 이 곧은 나무가 다시 곧은 나무를 원하기 때문에 급운 나무를 쓰려야 쓸 수가 없습니다” – 관중

(241) (암베디와 로젠탈 교수의 실험) 훈련받은 평가단과 그렇지 않은 평가단, 20분의 밀착 인터뷰와 15초짜리 테이프의 결과가 별다른 차이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정교한 기준과 훈련받은 평가자들에 의한 수차례의 정밀 면접이 적합한 직원을 채용하게 해주리라는 우리의 가정이 적절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면접관은 대상자가 의자에 앉는 순간 마음을 결정한다.

(246) 진정한 장애는 나이가 아니라 경험을 쌓으면서도 그 경험위에 새로운 것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246) <맹자>에는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경구가 많다. 그 가운데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앞으로 흘러가는 것‘을 뜻한다. 지름길에 연연하지 않고 정도를 걸으며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고집이 바로 훌륭한 전문가에 이르는 비결이다.

(255) 훌륭한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없는 아주 많은 이유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커다란 이유는 조직 구성원들이 직무기술서의 좁은 울타리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257) 비즈니스란 결국 관계, 고객화, 대응성을 파는 일이다. 나는 이 일을 한국인들보다 잘 해낼 수 있는 문화전통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특성은 바로 코리아니티를 이루는 기본 요소이기 때문이다.

(265) 이런 모색의 결과로 제안된 것이 바로 1인 기업가로서의 직원을 ‘이력서’로 관리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275) 경영은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을 달궈내지 못하면 좋은 경영자도 좋은 리더도 될 수 없다.

(278) 재능과 직무사이의 미스매치를 풀어주는 데 엄청난 인사관리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선 스폰서링을 원하는 직원들에게 앞에서 설명한 이력서나 자기추천장을 쓰게 하라. 이력서는 이미 한 가지라도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의 것이며, 자기추천장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전문성을 획득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서이다. 예를 들어 자기추천장에는 자신의 기질과 재능에 대한 소견, 그 소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거의 개인적 성취 그리고 특정부서나 직무를 원하는 자신만의 이유 등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회사는 이 같은 이력서나 자기추천장을 근거로 인사시스템안에 이들에 대한 정보를 보관해두고 직무 전환과 순환 배치에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전문성을 확보한 사람 중에서 직무와 전문성이 미스매치되어 있는 사람들을 적절한 인정 과정을 거쳐 적합한 자리로 배치할 수 있다.

(280)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현장을 제공해 주는 스폰서링보다 더 커다란 지원은 없다.

(288) 잭 웰치의 말을 잊지 말자. “내가 아주 오랫동안 공들여 하고 싶었던 것은 커다란 회사 안에 아주 작은 창조적 기업들을 수 없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293) 신기한 것은 한국인들이 조화와 균형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서양인들은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서양인들이 균형이나 조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모두를 다 잘 해낼 수 있다’보다는 ‘어는 하나를 잘하려면 다른 하나는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선택과 선택되지 않는 것들의 포기’라는 이분법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해라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일과 생활의 균형은 실제로 ‘교환’ 또는 ‘선택과 선택되지 않는 것들의 포기’로 정의되는 경우가 많다.

(295) 잭웰치나 맥신 맥큐가 개인적 선택을 한 것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자신들이 감당할 몫이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화와 균형은 없고 선택과 포기만이 있다. 선택을 통해 하나를 고르는 방법은 분명히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은 조화와 균형에 이르는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조화와 균형에 다가서야 할 고민의 진원지를 싹둑 잘라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296) 일과 가족, 커리어와 개인적 삶은 어느 것을 선택하고 어느 것을 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선택은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조화와 균형은 중요한 것들 사이에서 둘의 모순적 관계를 상생시키는 것이다.

(307) 마쓰시다 “하나님은 내게 3가지 은혜를 주셨다. 첫째, 나는 가난했기에 어릴때부터 보모, 공장의 직공 등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둘째, 몸이 약했기에 늘 운동에 힘써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못했기에 세상 사람들을 다 스승으로 여기고 언제나 배우는 자세를 가질 수 있었다.”

(309) (기업의) 상황은 유기체처럼 복잡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문제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없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열과 나른함 속으로 기업을 몰아가서 만성피로가 누적되게 할 수도 있다. 이때 한방의학적 접근은 몸을 보해주고 기가 흐르게 하고 유기적 관계를 원활히 해줌으로써 조직의 건강을 되찾아 준다. 그러나 병의 원인이 분명할 때는 서양의학적인 직접 시술이 유효하고 적합하다.

(309) 달인은 한 분야의 한계를 확장한 고수를 말한다. 이들은 그 분야의 전통적 방법을 익혔을 뿐 아니라, 거기에 자신의 특별한 비법을 더한 사람들이다. 전문가라는 표현이 ‘편협한 깊이’라는 뉘앙스를 감추지 못한 반면, 달인이라는 말은 경계를 넘나드는 모호함이 매우 돋보이는 표현이다.

(329) ‘인간은 어떻게 사는가’라는 질문은 ‘인간은 마땅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아주 다르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것을 고집하는 사람은 몰락할 수 밖에 없다.’ – 마키아벨리

(333) ..그러니까 인류는 땅을 경작하는 농부로 정착생활을 한 것보다 무려 40배에 가까운 97만5000년 동안 사냥꾼으로 살았다.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이 되었다…문명을 위한 최초의 토양인 농업은 아마도 여자가 발전시킨 것 같다. 남자들이 사냥을 나간사이 여자들은 열매가 싹이 트는 것을 보고, 동굴과 움막 주위에 시험적으로 끈질기게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남자들에게 불확실한 행운에 목숨을 거는 대신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어 들일 것을 설득하였다. 그리하여 인류는 정착하였다. 여자들은 먼저 양, 개, 나귀, 돼지, 소들을 길들였다. 그리고 남자들을 길들였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길들인 마지막 가축이었다. 남자들은 마지못해 천천히 사회적 특질을 배워갔다… 이것이 문명의 시작이다.

(334) 문명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때부터 인간은 자연과 문명사이의 끈질긴 갈등 속에서 살았다. 인간의 역사는 길고도 긴 사냥 단계에서 아주 깊숙하게 뿌리를 내린 개인적 본능과 최근의 정착생활을 통해 생겨났지만,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사회적 본능 사이의 갈등이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이 갈등 속에서 살고 있다.

(340) 성경은 부의 추구를 경제적 행위로 본 것이 아니라,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얻을 수 있는 개인적 귀결로 보았다… 돈, 곧 이익은 윤리의 대상이다. 윤리 없는 돈, 그것은 죄악이다.

(343)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는 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회적 신뢰하는 토양 위에서만 꽃필 수 있는 나무였다.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는 아마도 정치가 모든 것을 결정하던 체제가 몰락하듯, 스스로를 지탱해 주는 신뢰의 땅을 황폐화함으로써 몰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48) 윤리경영의 원칙 – ‘자신의 이해관계를 조직의 이해관계와 일치시키는 것’ : 코리아니티는 이 점에서 최고의 윤리경영 기업을 만들어 내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와 ‘나’ 사이의 건설적인 동의와 유대를 만들어내기에 한국인 보다 훌륭한 문화적 유산을 가지고 있는 민족은 없다.

(351)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공자의 '이인위미(里仁爲美)‘라는 유명한 말이 등장한다. ’인에 거하면 아름답다‘는 뜻인데, 어진 사람이 되려면 어진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맹자는 나아가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밤낮 그 일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니, 사람을 살리고 도울 수 있는 사회적으로 훌륭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맹자는 이렇게 선(善)이란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이며, 생활이며, 먹고사는 문제이며,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352) 그러나 선비정신은 사라진 것이 아니며, 사라지게 놓아두어서도 안된다. 윤리의식이 없는 돈벌이는 재앙이다. 부와 청빈은 같이 가야 하는 덕목이며, 이익과 정의는 함께 다루어져야 하는 ‘조화로운 갈등’ 관계에 있다.

(358) 중국의 학자 이탁오는 ‘스승과 친구’를 이렇게 표현했다.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360) 어떨때는 선배에게서 배우고, 때때로 혼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보는 이 2가지 접근법이 서로 보완작용을 하면서 한 사람의 직장인을 전문 직업인으로 계발해내는 것이다.

(362) 좋은 조직을 운영하려면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경력계발과 보상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야망이 크고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들이 올라가야 할 사다리도 중요하지만, 기술혁신이 중요한 첨단산업의 기업은 관리적 보상방식과 더불어 전문 기술에 대한 보상방식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363) 모든 사람이 조직의 꼭대기만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성향에 따라 여러가지의 대체 커리어 패스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370) 변화는 늘 ‘사고의 혁명’에서 비롯한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도 없다. 그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 바로 언어이다. 언어는 우리의 가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투사하는 상징이며 기호다.

(374) 사람은 이상한 동물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마음을 받지 못하면 금방 그것을 감지한다. 그래서 원래의 마음과 사회적 당위성은 자주 부딪힌다.

(377) 모든 칭찬은 좋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모든 비난은 나쁜 것인가? 역시 그렇지 않다. 칭찬과 비난은 모두 얼마나 진지한가의 문제다.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가장 중요한 코리아니티는 그 사람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다. 솔직한 인정과 긍정적인 애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381) 자기만의 애정 표현방식을 찾아내는 것은 살면서 우리가 터득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자신의 매력을 믿고 다른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여는 것이 마음을 전하는 격려의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다.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391) 두려움이 없이는 진정한 용기도 없다. 두렵지만 무릎을 꿇지 않는 자들이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전하고 실험하고 모색하고 혁신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392) 한국이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상대적 지위를 키워가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서 우리 자신을 좁게 규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동양과 서양의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 한국은 아시아와 유럽, 아시와 아메리카 대륙의 다리가 되고 길이 되어야 한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장소, 화해의 공간, 두 문명의 길과 다리로서의 역할에서 차별적 틈새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일에 적합하다.

(393) 이제 나는 앞으로 10년간 100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한국과 세계’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어울림의 방식을 다루어 보려 한다. 이것은 10년간 신나게 놀아볼 만한 재미있는 놀이이며 의미있는 과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첫 해의 수확이다.



3. 내가 저자라면..

1) 감상

청년실업 때문일까? 나의 오랜 친구들 중에는 젊은 나이에도 사업을 구상하는 녀석들이 제법 된다. 그들은 주로 일본, 미국 등의 나라를 돌아다니며 사업 아이템을 모은다. 일본 긴자꾸의 아로마 카페, 캡슐방, 미국의 Hooters같은 호프들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입에 거품을 물며 설명하는 그들의 고민은 늘 하나다. “이게 한국에서도 통할까?”

한국적인 것을 외국으로 수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고민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개념은 이제 익숙하다. 그러나 무엇이 ‘한국적’인 것인가? 세계 속의 한국은 어떤 색깔인가?

문화는 다가올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다. 그리고 세계의 거리가 좁혀질 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문화적 ‘정체성’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갈수록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아이덴티티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듯, 한국이 저성장의 변곡점을 뛰어넘기 위해서 우리 자신, 코리아니티에 대해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코리아니티에 대한 실험적인 첫 시도이다. 발칙한 도전이자, 통쾌한 ‘선빵’이다. 우리를 이해하고, 더욱 성숙한 존재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논문을 써본 사람은 남들이 쌓아 놓은 것에 하나를 더하는 것보다 첫 돌을 올려 놓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이해한다. 혼자 여행을 떠나려고 밤새 짐을 꾸려놓고도 문 밖으로 한 걸음 떼기가 얼마나 힘들었던가. 저자의 용기와 실험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두려움 없이는 진정한 용기도 없다. 두렵지만 무릎을 꿇지 않는 자들이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전하고 실험하고 모색하고 혁신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 '코리아니티', 구본형

미국계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카네기의 프로그램에 녹아있는 어메리카니티(Americanity)를 구분해 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때로 수강생들이 왜 불편하게 느끼는지, 미국식 영웅주의와 보편주의, 단기 성과주의가 ‘어떻게’ 우리의 문화와 잘 맞지 않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었다. 코리아니티를 중심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해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유익이었다.

이상한 노릇이지만, 각 나라들의 문화 차이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개인들의 차이를 마음 깊이 인정하게 되었다. 캐나다에서의 어학연수나, 40여개국의 학생이 모여있는 태국의 AIT에서의 교환학생 경험과 맞물려, “우리는 다르다. 오직 다를 뿐이다”는 말이 비로소 가슴을 울리기 시작했다. 국적이 다른 사람들의 차이 뿐 아니라 우리들 개개인의 차이가 다른것이지 틀린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귀자를 비롯하여 친구들의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던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책의 전체적인 주제와는 무관하게, 인상깊었던 부분은 ‘모순을 껴안는 힘’이라던가 ‘일과 개인생활의 조화’와 관련한 구절들이다. 나는 늘 대가를 지불(pay the price)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편이었는데, 그것이 다분히 서양적이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책에 따르면) 균형을 ‘선택과 선택되지 않는 것들의 포기’라는 이분법 속에서 이해하고 있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선택을 통해 하나를 고르는 방법은 분명히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이지만 오히려 조화와 균형에 다가서야 할 고민의 진원지를 싹둑 잘라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으름일 수 있음을 스스로에게 고백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한국 고유의 문화를 알고 그것을 보편적인 세계화의 물결에 풀어놓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질문은 ‘코리아니티란 무엇인가?’이며, 그 첫 시도로서 이 책은 휼룽햔 가이드 라인이 되어 줄 것이다. 문화적 ‘보편성’과 ‘특수성’의 모순을 껴안고 우리 것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욱 깊이 있는 연구가 요구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10년간 신나게 놀아볼만한 재미있는 놀이이며 의미있는 과제가 될 것이다.’ 역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한국인의 강점이자 재능이 아니던가.


2) 아이디어

책의 구성
책의 구성 측면에서 보면 1부와 2부의 연결고리가 부족한 느낌이다. 잘 읽히다가 끊기고 다시 새롭게 읽힌다. 현재의 구성은 크게 1부(개념)-2부(적용 및 시사점)이다. 구체적으로 1부 문화(코리아니티 다섯 가지 핵심, ‘자기다움의 활용’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사례)와 2부 인재경영(인재경영의 핵심요소와 코리아니티의 시사점)으로 구성되어있다. 2부의 내용을 1부와는 독립적으로 전개하다가 부분부분에 1부의 코리아니티 개념을 삽입하여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한국적 특성이 새로운 경영흐름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 뽑아낸 다섯가지가 2부에서 바로 연결되지 않고 새로운 개념(인재경영)들이 나오니 연결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1부 3장의 사례들이 코리아니티에 관계된 사례라기 보다는 각각의 나라들이 ‘자기다움’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는 예라서 더욱 중간을 끊어 놓는 느낌이다. 맨 앞으로 사례를 끌어다 놓아 ‘왜 코리아니티를 아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독자의 태도형성에 활용해도 좋지 않았을까.

대안으로서 총 4부로 구성하면 어떨까. 1부(사례-왜 중요한가?), 2부(코리아니티의 핵심), 3부(다섯가지 코리아니티의 시사점), 4부(인재경영에의 적용)으로 말이다. 특히 3부는 코리아니티 개념과 인재 경영 중간의 버퍼(buffer) 역할을 하는 챕터로, 2부의 다섯가지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며 4부에 삽입될 내용을 미리 복선하여 주는 연결고리이다. 곧 4부는 그러한 시사점을 요약하여 정리한 적용&요약으로 귀결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그렇게 변경된 책을 상상해 보기는 너무 어렵다. 그래서 이것이 괜찮은 아이디어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사례의 일관성 – 그라민 뱅크 사례
(이것은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조금 아쉬운점이다)
다섯가지의 사례들은 모두 독특하고 힘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 사례인 그라민 뱅크의 경우 잘 정리되어 있고, 미국적인 가치관과 정 반대로 경영하여 성공한 사례라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4개의 사례에 비해 일관성을 약간 벗어나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앞의 4개의 사례는 그 나라 고유의 문화적 특수성을 활용하여 경영에 성공한 사례들이다. 예컨데 캐논은 종신고용의 일본 특수 문화를, 노키아는 산악이 많은 지형을, LVMH는 프랑스식의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활용하여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그라민 뱅크의 경우 방글라데시만의 고유한 것을 활용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느낌이다. 굳이 말하자면 빈층이 두터운 방글라데시의 소득층의 구조에 착안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한 것 정도일까? 만약 이것이 시사점이라면 사례에 명시되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LVMH의 사례와 비교하여, ‘부층을 활용한 사례 vs 빈층을 활용한 사례’로 강조하여 주어도 괜찮을 듯 하다.

앞으로 ‘재미있게 놀아볼만한’ 과제들
첫째, “저자가 결론으로 제시한 두가지의 키워드는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와 ‘한국적 특수성의 보편화’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코리아니티는 ‘한국적 특수성의 보편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세계적 보편성의 한국화’ 도 넓은 의미의 코리아니티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작업도 필요하며 종국에는 이 두 가지의 합류를 통한 코리아니티의 완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오병곤 연구원의 지적은 날카롭다. ‘세계적으로 검증 되었지만 아직 한국 문화에 맞게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되지 못한 것에 대한 고찰’ – 이것을 통해 더욱 의미있는 통찰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직 뿐만 아니라 개인적 측면에서의 코리아니티 활용에 관한 연구가 있으면 좋겠다. ‘1인 기업가가 어떻게 하면 코리아니티를 활용하여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히든 챔피온(Hidden Champion)이 될 수 있을까?’ 역시 좋은 주제이다. 첫 책에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개인과 관련한 사례가 적다. 그러나 윤이상, 박세리, 반기문, 조수미, 박지성 등의 사례 중 코리아니티와 관련한 내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 사례가 아니더라도 고유의 문화를 활용하여 세계 시장으로 진출한 개인은 많다.

코리아니티에 대한 검증을 측정가능하게 할 수는 없을까? ‘코리아니티’에 나오는다섯 가지의 핵심은 심증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되었으나, 보편성을 띄기 위해선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반드시 수치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의 방식대로 비교 기업군을 활용한 방법 등의 논리적인 검증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양한 시각에서의 접근도 중요하다. 한 나라를 구성하는 것이 역사, 종교, 문화, 지형, 교육등으로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원들의 직업과, 나이, 경험, 관심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컨설팅 펌에서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인력을 뽑는 이유도 같은 이치이다. 3차원적인 시각으로 코리아니티를 바라보는 것이 각각의 연구원들의 책임이다.

나는 교육과 관련된 코리아니티와 비(非)코리아니티를 연구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내 관심사이기 때문이며, 카네기 연구소에 일하면서 자기계발 분야 전반에 걸쳐있는 어메리카니티의 환상을 누구보다 현장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리아니티의 마지막 요소는 ‘명분과 배움’이 아니던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선생님이 왜 100명의 연구원과 연구할 주제로 코리아니티를 언급했는지, 왜 홈페이지의 ‘연구원 공간’에 왜 글로벌 코리아 탐사일지라는 게시판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함께 뒹굴고 함께 놀아보고 싶다. 깊이 알면 알수록 연구원이 되고 싶은걸.. 어떡하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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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윤
2007.03.19 14:24:02 *.227.22.4
옹박님 글은 술술 읽히고 그러면서도 생각할 것이 가득해서 좋네요. 팬이 될 것 같습니다.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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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3.20 11:00:06 *.218.205.173
고맙습니다. 저는 이미 감동동영상 종윤님 팬인데요.
정말 아빠의 마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가슴이 찡하고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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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21 00:03:26 *.140.145.63
실험적인 첫 시도이다. 발칙한 도전이자, 통쾌한 ‘선빵’이다. 백퍼센트 동감!! 우리나라가 앞으로 김구선생이 꿈꾸던 나라가 될 것이고 세계인이 자발적으로 따르고 싶은 나라가 될 것을 직관적으로만 믿고 있던 나에게 '코리아니티'는 의미있는 논거의 시작이었거든..^^

앞으로의 후속연구나 저술에 매우 유용한 아이디어가 그득할뿐 아니라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2차 개정판이 나온다면 진지하게 반영할만한 제안이 많다고 봄. 누군가의 표현처럼 선생님의 저서에 대해서 이 정도의 건전한 메스를 들이댄 것은 놀랍군.. 옹박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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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3.21 10:40:48 *.54.31.44
기찬이형 대단해요..
모든 연구원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것도 그렇지만,
정말 꼼꼼하게 읽는구나..
발칙한 도전, 통쾌한 선빵이라는 표현은 제가 쓰면서도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짚어 내시네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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