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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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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6일 16시 59분 등록
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 로버트 맨셜, 에코리브르, 2005
-시장의 광기속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법-


책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는데, 읽고 나서 생각 정리 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저자는 두려움이나 군중의 열기에 휩쓸리는 대신 소신을 지킨 결과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 전문가가 된 로버트 맨셜이다. 책에는 어떻게 하면 교양 있고 지식으로 가득 찬 사람도 한순간에 바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아주 많다.
그중 기억에 남았던 것은 네덜란드를 흔들었던 튤립 구근 열풍(지금의 주식투자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댐이 무너진다는 소문에 누군가의 고함으로 도시 시민전체가 동쪽으로 미친 듯이 들고 뛰었던 사건, 누구나 다 아는 KKK의 만행, 그리고 미국 대공황에 대한 에피소드다.

군중이 위험한 것은 ‘하나의 목소리, 일시적 충동, 어떤 개념이 너무도 강렬하게 진동한 나머지’그것을 마치 스스로 판단한 자신의 목소리로 착각하여 믿어 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군중심리학의 대가인 구스타프 르봉은 군중의 일원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개인은 문명의 사다리를 몇 단계 내려서게 된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도 군중의 일원이 되면 미개인이 되며 즉흥성, 폭력성, 잔인함, 그리고 원시인의 의협심과 열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책에 실은 에피소드 가운데 부동산 투자과열의 너머에 있는 현상이라든지 대공황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무척이나 신선하게 와닿았다. 미국 대공황에 대한 요약이다.

1927년 잉글랜드 은행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 그 결정이 내려지자 잉글랜드 금들은 더 나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으로 몰려들었고, 미국은 온 나라가 주식 투기로 법석이 되었다.
엄청난 낙관 속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투기할 수 있는 신용계좌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풍요를 둘러싼 망상은 그동안 방치되어 온 문제들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검은 목요일’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1929년 10월 24일 목요일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날씨는 쌀쌀했다. 시장은 팔자 주문이 쇄도했고, 그것을 소화해낼 매수세는 어디에도 없었다. 재난의 소식은 묘한 통로를 거쳐 ‘시장이 붕괴되었다’는 소문으로 도시 전체에 퍼져 나갔다.

결국 월스트리트의 돈을 다 끌어모아도 이 붕괴를 막을 수 없었고, 사람들은 비탄에 가득 차고 겁에 질렸다. 몇 달 사이에 수천 명이 직장을 잃었다. 풍요의 호사가 무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1920년대 10년 동안 부풀어 올랐던 거품이 터지며 대공황이 시작된 것이다.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는 이 당시를 이렇게 표현했다.

“인간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1929년 가을은 인간이 스스로에게 대규모 사기를 치는 데 성공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군중의 멀어버린 눈을 되돌리는 데는 ‘현실에 대한 솔직한 시각’ 뿐이다.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던 똑똑한 사람들 덕분에 두 사나이들은 임금을 벌거벗기고 나라를 상대로 사기를 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사기가 발각된 건 어린아이의 솔직한 시각덕분이었다. 월스트리트 투자계의 전설적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다음과 같다.

“군중이 가는 길, 그 길은 위험한 것이다. 그 속에 섞이지 말고, 냉정하게 그들이 가는 길을 주시하라. 그리고 개인의 마음으로 판단하고 그 결정에 따르라. ”

두려움과 광기에 대해 쓰다보니, 문득 취업과 대학이 떠오른다.
취업이 어렵고 채용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각종 매체의 발표가 나돈다. 곧이어 두려움이 대학가를 휩쓴다. 졸업을 앞둔 친구들은 자신의 꿈을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그 두려움에 빠지고 걱정에 휩싸인다. 그리고 예상에도 없던 휴학을 하거나, 대학원을 진학한다. 또는 높은 토익성적을 받기위해 애쓰거나 공기업 혹은 공무원시험 준비를 한다. 이력서를 남발해보지만, 어디고 나를 써준다는 곳은 쉽게 나서지 않는다. 시장의 불안정성. 그 불안이 내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많은 학생들을 도서관으로만 내모는 건 분명한 광기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만은 다른 길 가보겠다고 고민하는 나도 광기의 희생자 중 하나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책은 아직 소화가 덜 된건지 큰 감흥은 없었다. 목차의 구성과 제목은 꽤나 흥미로웠는데 읽을수록 그 흥미가 떨어진다고나 할까. 앞의 투자와 부동산을 다루는 1부와 2부까지도 좋았다. 그러나 4부, 5부는 너무 뻔한 내용들을 구색 맞추기로 다룬 것 같아서 별로였다. 히스테리를 낳는 스타파워라든가, 히틀러이야기, 화성인의 지구침공 이야기는 색다를 것이 없었고, 식상했다. 덕분에 약간 지겨워진 면도 없잖아 있었다.
로버트 맨셜씨, 자신의 분야에만 집중하시지 그랬어요.
어쨌건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했다.

IP *.252.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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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2.06 18:05:31 *.167.145.40
내가 대학을 입학하여 첫 강좌에서 들은 이야기가 지금까지 잊어버리지를 않는다.
" 여러분은 대학에서 일생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을 고민하고, 배우고, 깨달으세요. 자기사상이 완성되면 농사를 지어도, 구멍가게를 해도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4년간은 어떤 사상을 갖추는 것이 본인의 뜻 인가를 찾도록 하십시시요" 40년 전에 교수님의 낭낭한 목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지금의 대학생은 사상 커녕 적성도 무시하고 취직, 취직하면서 헤멘다. 입사하면, 능력은 발휘할 생각은 아니하고 단체와 조직을 만들어 철밥통을 만들려 한다. 서울에 계시는 존경하는 노교수님을 만났을 때, 그분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고 되기 어려운 직업이 뭔 줄 아느냐고 질문하였다. 머뭇거리는 나를 보고
"거건 거지와 대학 교수라네" 하면서 껄껄 웃으시는 모습이 생각 난다.
그분은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글을 ?㎢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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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2.07 08:48:12 *.152.82.31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했다"
한 권에 책에 대한 서평이 이보다 더 날카로운 결론을 요 근래 보지 못했는데 귀자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구나.
좋은 서평, 내가 많이 배운다.
그런데 투자자는 결과에 대한 개념이 틀려서 그런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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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2.07 14:50:58 *.104.63.103
초아선생님은 언제나 저에게 힘을 주시는 군요.
그리고 자로님에겐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지요~
두분모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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