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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0일 07시 06분 등록

아침에 손병목 선생의 독서노트를 받았습니다. 서평이 좋아 올려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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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변했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어느 것도 변한 것이 없다. 인간은 한없이 느리게 진화하는 동물이다.

사마천의 《사기》를 읽다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와 21세기의 시작점에 있는 우리의 이야기 사이에 존재하는 2,500년의 간격이 실은 아무것도 아님을. 구본형 소장은 이 깨달음을 '인간은 한없이 느리게 진화하는 동물이다'이라는 말로 바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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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사람에게서 구하라
지은이 : 구본형
펴낸곳 : 을유출판사 (초판 출간일 2007.2.10 / 초판 1쇄를 읽음) ₩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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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동안 고향을 오며가며 구본형의 새책 《사람에게서 구하라》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중국의 역사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골수, 바로 '춘추전국시대'를 떼어와 구본형의 눈으로 새로 쓴 것입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억하고픈 문장들이 넘쳐나는 이 책에서 '인문과 경영의 접점'을 찾아 헤맨 구본형 소장의 선명한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는 고전과 현대 경영학을 뒤섞어 놓았습니다. 섞었다는 점에서 분명 퓨전(fusion)이지만 그 섞임이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한없이 느리게 진화하는 동물인 인간의 이야기여서인지 2,500년 전의 인간과 지금의 인간을 뒤섞어 놓아도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이런 능력이 아무에게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미 저도 알고 있던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나 고백컨데 그 이야기가 아직 내 정신의 일부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고전과 현대의 경계가 뚜렷하여 은연중에 그 둘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고전과 현대의 경계를 흐물흐물하게 만들 줄 아는 것, 이것이 고전을 대충 읽는 하수와 진정한 의미를 읽는 고수의 차이입니다.

#1 춘추전국시대의 뛰어난 병법가 중 한 사람인 손빈이 위나라 방연과 싸울 때의 이야기입니다. 위나라 군사의 사나움과 용맹함을 잘 알고 있던 손빈은 접전이 있을 때마다 후퇴합니다. 후퇴할 때 첫날에는 10만 개, 다음 날에는 5만 개, 그 다음 날에는 3만 개의 아궁이를 만들게 했습니다. 위나라 장수 방연은 아궁이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군사들이 퇴각하면서 절반 이상이 도망갔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놓고 추격합니다. 손빈은 복병을 숨겨두었다가 위나라 군대를 섬멸합니다.

#2 이로부터 수백 년 후에 제갈공명과 사마중달이 싸울 때의 이야기입니다. 중달은 촉나라의 조정을 모함하여 공명이 귀환하도록 만듭니다. 어쩔 수 없이 퇴각해야하는 상황에서 공명은, 물러나면서 아궁이 수를 늘리는 방법을 썼습니다. 공명은 중달이 손빈의 이야기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반대의 전략을 쓴 것입니다. 헷갈리게 만들어 정말 퇴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복병을 숨겨둔 것인지 판단할 수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결국 중달은 아궁이 수가 늘어난 것을 보고 공명의 복병이 두려워 뒤쫓지 못했습니다.

구본형은 말합니다.

중국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현명한 인물 중의 하나로 기술되는 제갈공명은 과거의 지식과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해석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는 '손빈의 아궁이' 수에 갇히지 않았다. 그 대신 아궁이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 (p.17)

뒤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또 나옵니다. 조나라의 명장 조사의 아들 조괄의 이야기입니다. 조괄은 어려서부터 병서를 읽어 마침내 군사에 대해 토론을 하면 아버지를 능가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이 조나라 장군이 되면 반드시 조나라 군대가 파멸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목숨을 건 전쟁을 너무나 쉽게 말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의 예상대로 조나라는 조괄을 장군으로 삼아 대패하게 됩니다. 전쟁은 스타크래프트가 아닙니다.

구본형은 말합니다.

조괄은 아버지가 남긴 병법을 책으로 읽어 외우는 것에는 탁월하였다. 그러나 그의 병법은 책 속에 머물러 있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 그의 배움은 그의 정신적 일부가 되지 못했다. 그와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서로 돕지 못했다. 결국 몸이 먼저 죽고 나라를 망쳐 놓게 되었다. (p.218)

이 책의 주제는 리더십입니다. 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자기경영 리더십', 다른 사람의 성공을 통해 리더로 다듬어지는 '섬김의 리더십', 내 사람을 얻게 만드는 '인재경영 리더십', 사람을 이끌고 혁신을 거듭하는 '변화경영 리더십', 정당한 이익으로 오래 번창하게 만드는 '윤리경영 리더십' 이야기입니다.

리더십의 출발은 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자기경영'에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통해 리더로 거듭나는 '섬김의 리더십' 단계를 거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단계의 중요성을 모르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합니다. 그 위험함을 역사 속의 조괄의 예를 통해 배워야할 것입니다.

* 이 책을 가장 기억하게 만드는 말

벼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름을 얻고, 충돌을 피해 동지를 얻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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