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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2일 11시 54분 등록

리어왕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민음사, 224, 2011 1 16)

  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민음사, 222, 2012 1 54)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민음사, 150, 2009 1 19)

 

1.   저자에 대하여

 

1)    셰익스피어가 있는 풍경

 

어릴 때 세익스피어 전집이 시렁 위에 꽂혀 있던 방, 사랑니가 난다고 싸고 누웠던 열 여섯, 열일곱살 때의 내가 지내던 방의 풍경이 문득 생각이 났다. 그래 거기에 세익스피어가 있었다. 얇은 기름 종이 뒤 작가 사진은 목 부분에 춘향이 칼이라도 쓴 것 같은 옷을 입은 대머리 아저씨였다. 거긴 나에게는 혼자만의 방의 원형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는 나를 생각한다. 새로운 내 집 또는 방을 짓고자 하는 마흔의 나. 문득 이 중요한 삶의 갈림길, 전환기에 인문학 책을 읽는 건 나한테 어떤 의미일까, 지금 읽는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까? 연구원 과정을 삶의 혁명, 홀로 숲 속에서 길을 찾아오는 성인식 같은 통과의례로 삼고자 한다고 나는 이상과 지향을 떠벌리고 있는데, 마감을 매번 놓쳐가며 근무시간에 헐떡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이 읽기가 삶의 혁명이 된단 말이지? 차차 써보기로 한다.

 

2)    출판사 작가 연보

 

출판사 연보는 책의 맨 뒤에 있다. 맨 처음, 실제 작품이나 번역자의 작품 해설 전에 읽는다. 이걸 펴 읽는 나의 모습은 명작과 셰익스피어에 대한 선입견에 겁 먹은 상태다. 처음 관공서에 와서 뭔가 중요한 것을 신고해야 하는 이, 처음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는 이처럼 쭈뼛거린다.

 

실눈을 뜨고 연보를 읽는다. 행간의 사연은 안 읽힌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영화를 본 적 있다. 기네스 펠트로가 셰익스피어와 사귀는 여자로 나왔지. 거기서 양치하는 칫솔이 뭉툭한 나무막대기였던 게 제일 인상깊었다. 그리고 화려하지만 불편한 옷들이 나왔다. 연보를 보고 셰익스피어에 대해 궁금해진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18살에 결혼한 8살 많은 부인 앤 헤서웨이는 어떤 여자일까? 8살 어린, 이제 막 성년이 된 배우와 결혼을 감행한 여자는. 둘째, 셰익스피어는 배우에서 출발해서 자기 극단의 주주가 되었다고 나온다. 또 그는 시집을 출간했다. 그가 극단 생활을 했다는 것과 시인이었다는 점이 어떻게 그의 작품에 반영되는 걸까? 아마도 퍽 함축적이고 깊은 운문, 시 같은 문장을 사용했겠거니. 세째, 헨리 몇 세, 리처드 몇 세 이런 작품이 많던데 그가 작품의 소재를 가지고 온 방식은 어떤 걸까? 역사에서 인물과 사건의 소재를 가지고 왔나 궁금했다. 그건 그렇고 헨리나 리처드는 윌리엄처럼 영국적인 이름이다. 넷째, 이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초적인 무식한 질문일텐데 왜 그의 작품은 명작으로 세월을 거슬러 읽히다가 나에게까지 왔는가

 

이 궁금증은 작가 연보를 통해서 끌어내긴 했다.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할 지는 모르겠다. 만만한 것은 기다려서 남이 경작한 쌀, 그물로 잡아온 물고기로 차린 밥상에 식사 시간 맞춰 숟가락만 들고서 껴앉아 얻어먹는 것하고, 네이버 백과사전과 블로그 검색 정도이다. 숟가락만 들고서, 음식 제공자의 정체성을 풀어내고 있는 이들 옆에 찰싹 붙는 짓, 나 잘 자주 한다. 내가 움직인다기 그들의 모성이 자석처럼 나를 끌어당긴다. 나는 직접 나물을 키우거나 사서 다듬어 볶기 보담 다른 동기들의 글을 읽어서 간편하게 묻어 가려는 마음과 얍살스럽게 타협한다. 이번에는 다른 이들이 한 걸 읽고 다음에 두 번 읽기 할 때는 한 두 가지 주제는 스스로 알아볼까 매번 하는 다짐을 반복한다. 직장에서 9시부터 3시까지의 육체노동을 끝내고 청소를 마치고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읽으면 좋다.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내가 하는 일은 몸 쓰는 일이다. 거기다 정서를 곁들여 쓴다. 어린 아이들 기르는 일이 다 그런 것 같다. 일과를 마친 후 어른들에 대해, 또 정신을 쓰는 일은 나에게 쉼이 된다. 북리뷰를 읽는 일이 아니라도 나는 헤드셋으로 가사 알아들을 수 없는 몽롱한 음악을 틀어놓고 일과 나의 틈새를 벌려주는 용도의 가쉽성 기사를 줄기차게 읽어댄다. 

 

3기 연구원 동기분들의 저자조사는 퍽 기대가 된다. 다 고유한 특징이 있고 각자 다르게 반짝거린다. 각자의 주특기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저자 한 사람의 다양한 면 중 각자의 개성에 관련된 점 - 그건 아마도 그들의 장점일 것 같은데 - 을 반영한다. 재용은 사진과 그림을 올려놓을 거다. 빨간 감상은 또 어떻고. 내용 상관없이 그 빨강색의 배율이 내 마음까지 빨갛게 물들어서 열심히 하고 싶어진다. 길수형님은 어린 시절이나 그 사람의 삶에 관련한 조사에 탁월하고, 세린신과 한젤리타는 전반적인 작품성향이나 평가에 대한 스탠다드한 것을 신뢰롭게 조사하는 데 능하다. 이 두 사람은 분명 학점이 높은 범생이었을거다. 깔리여신은 사랑 이야기에 특별한 관심이 있다. 이번 주에는 앤 헤서웨이에 여신님도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샐리올리브 언니는 어쩌면 영국에서 직접 공연을 보았을 수도 있다. 다방면의 풍부한 문화경험과 연계하여 다양한 풍미를 소개하리라. 웨버님의 칼은 핵심을 비켜가지 않는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명쾌하다. 이준도 비슷한데 이준 것이 좀 더 어렵다. 모르는 단어와 인물 이름이 여럿 나오기 때문이다. 나라는 깔리여신과 샐리올리브 언니 사이에 위치하는데 즉각적으로 움직여 관련된 이벤트 뭔가를 만들어내거나 연결시킬 수 있다. 나의 장점은 뭘까? 예상답안. 쓸데없는 변죽, 제 얘기 죽 늘어놓지만 재미있어 한다는 거. 제일 품질 낮은 리뷰를 내고 있고 막판 초치기를 아직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걸 즐거워하는 한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장점이다. 암튼 다른 사람들의 것을 읽을 수 있다는 이게, 동시에 열 명이 함께 같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만약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토론회를 열거나 세미나를 하면 가장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잠잠히 여운을 음미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떠들어대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나는 내가 할 말이 있다기 보담, 어디 구석탱이에 앉아 다른 이들이 이것에 관련 화려하게 주고받는 이야기 잔치를 듣고 싶어 하는 쪽이다. 개인적으로 음미하는 시간을 가진 이들이 모여 떠들어대면 재미있을 것 같다. 북리뷰를 온라인에 올려만 놓고 끝이 나니 아쉬움이 있다. 특히 마감시간을 향한 월요일 막판 스퍼트는 숨차다. 하긴 그게 없다면 이걸 평생 가도록 읽어낼 수 없었을 거다. 마냥 늘어질테니. 나에게 책은 그리우면서도 짧게 만나는 인연이었다. 잠자리 수면제, 배변보조제, 신경안정제, 냄비받침 대용 (우리집에는 냄비받침이 한 개밖에 없다. 메이드 인 베트남. 이 나무는 스콜을 맞고 속성 성장한 열대 나무일거다), 컵라면 물 부어놓고 덮어놓는 용도였다. 지금 읽는 책들은 그렇게 쓰기에는 거창하다. 학력이 높은 지원자 이력서를 읽을 때와 비슷하다. 요새 지적허영심 보다는 나도 이렇게 몇 백년 전에 씌어진 책을 손수 읽는다는 허영심을 채우고 있다. 일단 책들을 죽 바닥에 펼쳐놓고 오며 가며 얼굴 익히며 지내고 있다. 늘어놓아도 괜찮다. 이 전세값을 주고 이만한 넓이의 집을 구할 수 있는 건 우리 동네의 큰 장점이다. 단점은 공기가 매케하다.    

 

이 책들과 연애하고 싶다. 같이 밥 먹고, 잠 자고, 이야기 나누고, 놀고, 뒹굴빈둥거리고, 소풍 다니고, 이런저런 이야기와 추억을 만들고 싶다. 근데 화학작용은 커녕 물리적으로  만나는 것에도 허덕대고 있다. 글 2/3, 여백 1/3의 운문이어서 쉬울 줄 알았더니 그렇지는 않았다. 그래도 세밀한 묘사가 있는 글보다 속도감이 있다. 이 책을 읽고서 좌절스럽지 않다는 것만도 만족스럽다. 다시 읽을 일이 부담이 안된다. 이 책은 팔팔이 들이 세 번 읽을 책 10권 중 하나다. 아 까먹을 뻔 했다. 세익스피어 3대 비극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이것들이 연극 대본이라는 거다. 지문은 조금이고 대화체다. 3막 4막의 몇 장 이렇게 구분되어 있다. 막으로 구분되니 이럴 때는 정말 연극무대의 커튼이 내려지나보다. 입으로 읽기에 좋다. 소리내어 읽다보면 괜히 좀 연극 배우인 척 하고 싶어진다. 대학 아마추어 영어연극동아리든 세익스피어 동아리이든 실제로 이 책들을 가지고 연극을 하는가 궁금해진다.  

 

* 잔짜 연보 

(0) 1564 아버지 존 셰익스피어와 어머니 메리 아든의 장남으로 스트렛퍼드어폰에이번에서 출생. 4 26일 세례

(18) 1582 11, 여덟 살 연상의 앤 헤서웨이와 결혼

그녀는 세익스피어보다 8살 연상이면 26살이다. 막 성년이 된 남자와 이십대 중반 여자의 결혼

은 그닥 이상하지 않다. 이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작가인 남편이 글만 쓰도록 세 아이를 부양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었나? 돈 많는 과부인가? 이 러브스토리가 궁금하다. 앤 헤서웨이라는 이름의 여배우가 있었던 것 같다.  

(19) 1583 딸 수재너 태어남. 5 26일 세례

아이의 세례 날짜가 기록에 명시된 이유가 뭐지? 이게 뭐 중요하다고

(22) 1585 아들 햄닛과 딸 주디스 (쌍둥이) 탄생

오호 그의 아들 이름이 햄닛이었어!!! 그림책 앞에 작가의 헌정사의 주인이 되는 아이들 이름은 대개 그 작가의 자녀였다. 그 비극의 주인공 이름으로 햄릿을 정한 걸 두고 세익스피어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거라고 내 맘대로 상상해도 되나? 작가 전기를 읽어보거나 그의 일생을 다룬 영화를 봐야 알아지는 건가?

(24~25) 1588~1589년 런던에서 최초의 극작품들이 공연됨

그가 쓴 것이 공연되었나 보다. 뒤에 가기가 속한 극단의 주주가 되었다는 말이 나온다. 그는 처음에는 배우로 시작했다고 한다.

(24~26) 1588~1590 식구들을 두고 런던으로 감

(26~28) 1590~1592 <실수 희극 the comedy of errors> 3 부작, <헨리 6>

(29~30) 1593~1594 시집 <비너스와 아도니스> <루크리스의 강간> 출판 두 시집 모두 사우샘프턴 백작에게 헌정됨. 로드 체임벌린스 멘 극단의 주주가 됨.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로나의 두 신사><리처드 3><티투스 안드로니쿠스>

시집이 헌정된 저 백작은 후원자인가? 왜 저 사람에게 헌정될까?

(31~33) 1595~1597 <로미오와 줄리엣> <리처드 2> <존 왕><한여름 밤의 꿈> <사랑의 헛수고>

그는 <리어왕><리처드 2><리처드 3><헨리 1><헨리 4><헨리 5><헨리 6> 왕의 이름으로 된 극을 여러편 썼다. 이 인물들은 역사 속에 실존하는 인물일까?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서 쓴 걸까?

(32) 1596 아들 햄닛 사망, 부친의 문장을 사용하는 것을 허가받음.

1585년 생이니까 그는 우리 나이로 12살 된 아들을 잃었다. 마음 많이 아팠겠다. 어떤 이유일까? 또 부친의 문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허가를 받다니 그럼 그도 부친의 적자가 아니라 서자였던 걸까? 부호, 백작, 공작의 문학적 재능 많은 서자 아들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없다.

(33) 1597 <베니스의 상인> <헨리 1> 1. 스트렛퍼드에서 뉴 플레이스 저택 구입

(34~36) 1598~1600 <헨리 4>2, <뜻대로 하세요><대단한 헛소동><열두번째 밤><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헨리 5><줄리어스 시저> 셰익스피어의 극단이 새로운 글로브 극장으로 옮겨 감.

(37) 1601 <햄릿><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 시집 <불사조와 거북이> 출간. 부친 사망. 9 8일 장례

(39) 1603년 엘리자베쓰 여왕 사망,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가 영국의 제임스 1세가 됨. 셰익스피어의 극단이 킹스맨이 됨

킹스맨이 뭘까? 왕 앞에서 공연하는 전속 극단쯤 되는 건가?

(39~40) 1603~1604 <끝이 좋으면 다 좋다><자에는 자로><오셀로>

(41~42) 1605~1606 <리어왕> <맥베스>

(43) 1607 6 5일 딸 수재너 결혼

(43~44) 1607~1608 <아테네의 타이몬><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페리클레스><코리올레이너스>

(44) 1608 모친사망, 9 9일 장례

(45) 1609 <심벌린><소네트> 출판. 세익스피어의 극단이 블랙프라이어스 극장을 매입.

(46~47) 1610~1611 <겨울 이야기> <태풍> 스트렛퍼드로 은퇴

(52) 1616 2 10일 딸 주디스 결혼. 스트렛퍼드에서 4 23일 사망

1623 글로브 극장 시절의 동료 배우 존 헤밍과 헨리 콘델이 편집한 셰익스피어의 극작품들이 이절판으로 출판됨. 부인 앤 헤서웨이 사망

 

2.   내가 저자라면

 

1)    뼈대와 목차에 대해

연극의 대본이다. 행동에 대한 지시가 잠깐씩 들어있지만 대부분 대화체다. 5막의 형태를 갖는다.

 

2)    강점과 보완점

대단히 함축적인 운문체이고 진행이 빠르다.

 

3)    감동적인 장절

 

<리어왕에서> :  리어왕이 딸들에게 사랑하는 정도를 묻자 코딜리아가 솔직히 대답하는 장면. 여기서는 코딜리아 뿐만 아니라 켄트의 리어왕에 대한 충심도 드러난다. 나는 리어왕을 읽고서 노인의 상속, 지위 관련해 '안여사의 떵떵찬란 노후 보장기'를 한 번 써보고 싶어졌다. 안여사는 우리 엄마다. 지금 한국에서의 노인의 생존법에 대해 논리적인 글을 한 편 써보고 싶다. 리어왕은 시대적 배경이 그래서였겠지만 노후 설계가 잘못되었다.  

 

언니들 것보다 더 비옥한 삼분의 일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말은? 말하라.

코딜리아 : 없습니다. 전하

리어 : 없습니다?

코딜리아 ; 없습니다.

리어 : 없음은 없음만 낳느리라. 다시 해봐.

코딜리어 : 소녀 비록 불운하나 제 마음을 입에 담진

못하겠습니다. 전 전하를 도리에 따라서

사랑하고 있을 뿐 더도 덜도 아닙니다.

리어 : , 뭐라고. 코딜리아. 말을 좀 고쳐봐라.

네 행운을 망치지 않으려면

코딜리아 : 아버님은

저를 낳아 기르시고 사랑해 주셨기에

전 그에 합당한 의무로 보답고자

복종하고 사랑하며 가장 존경합니다.

언니들이 아버님만 사랑한다 말할 거면

남편들은 왜 있지요? 제가 만일 결혼하면

제 서약을 받아들일 그분은 제 사랑과

걱정과 임무의 절반을 가져갈 것입니다.

전 분명코 언니들처럼 아버님만 사랑하는

결혼은 절대로 않겠어요.

리어 ; 하나 그게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코딜리아 : 예 전하

리어 ; 어린 것이 그렇게도 무정하냐?

코딜리아 : 어린데도 전하, 진실하옵니다.

리어 : 그래라. 그럼 네 진실이 네 지참금이다.

왜냐하면 태양의 성스러운 광명과

헤카테의 비밀 의식과 밤에게 맹세코

우리가 존재하고 없어지는 근원인

저 모든 천체들의 영향에 맹세코

나는 네 부모로서 걱정근심 모두와 근친 혈연관계를 여기에서 부인하고

지금부터 영원히 너를 나와 내 마음의

이방인 취급할 테니까. 스키타이 야만족

아니면 자신의 식욕을 채우려고

제 새끼를 잡아먹는 놈이라도 재 가슴엔

지난날의 딸자식, 너만큼 가까울 것이며

내 동정과 구원을 얻으리라.

켄트 : 주상 전하

리어 : 켄트는 입 다물라.

본노한 용의 일에 끼어들려 하지 마라.

난 쟤를 가장 사랑했었고 그 따뜻한 보살핌에

다 맡길까 생각했다. (코딜리아에게)

, 내 눈에 띄지 마라.

아비 마음 이제는 다른 데 줄 것이니

내 안식은 무덤이리. 프랑스를 불러라. 뭐 해?

버건디를 불러라.

콘월과 올바니는

두 딸의 지참금에 셋째 것도 포함하라.

저 애는 솔직함이라는 오만함과 결혼하고

난 자네들에게 내 권력과 최고 직위,

왕권에 따르는 화려한 표상들 모두를

공동 부여 하노라. 짐은 매달 한 번씩

자네들 부담으로 백 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순번 따라 거처를 정하겠다. 짐은 단지

왕이라는 이름과 경칭만 다 가지고

통치권과 조세권, 그 나머지 집행권은

사랑하는 사위인 자네들 것이며

그것을 확인하는 뜻으로 이 왕관을

두 쪽으로 나누노라.

켄트 : 리어 왕이시여.

소신이 언제나 국왕으로 존경했고

어버이로 사랑하였으며 주인으로 따랐고

제 기도의 커다란 후원자로 생각했던

리어 : 활은 굽어 당겨졌다. 화살을 피해라.

켄트 : 차라리 쏘십시오. 갈라진 살촉이

제 심장을 뚫더라도 리어가 미쳤을 땐

켄트가 무례하죠. 이 노인아, 어쩌려고?

권력자가 아첨에게 절할 때 신하가 두려워서

말 못할 줄 아시오? 주상이 우둔할 땐

직언이 명예로운 법이오. 보위를 지키고

최대한 숙고하여 끔찍하게 경솔한

이 행동을 멈추시오. 목숨 걸고 판단컨데

막내딸의 사랑은 가장 적지 아니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공허한 말 않는다고

인정 없진 않습니다.

리어 : 목숨이 아깝거든 그만 해.

켄트 ; 제 목숨은 당신의 적과 싸울 담보물

그뿐이라 생각했고, 당신 안전 때문이면

잃는 것도 안 두렵소.

리어 : 내 눈에 뜨지 마라

켄트 : 잘 보시오 리어. 그리고 저를 항상

당신 눈의 참된 표적 삼으소서. (1 1 36~ 160) – 21

 

<맥베스> 에서 : 맥베스에게 초자연적인 일을 말하는 마녀들의 주술 행위 장면이 즐거웠다. 맥베스의 첫 반역은 마녀들의 예언을 실현시키려는 데서 시작되었다.  

 

맥베스 : 말하라 당신들은 무엇이냐?

마녀 1 : 맥베스를 환영하라! 글래미스의 영주시다

마녀 2 : 맥베스를 환영하라! 코도의 영주시다

마녀 3 :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다. (1 3)- 21

 

4 1장 천둥. 세 마녀 등장

마녀 1   얼룩 무늬 고양이는 세 번 울고

마녀 2   세 번이야. 고슴도친 한 번 울고.

마녀 3   하피어가 울었어. 때가 왔다. 대가 와

마녀 1   가마솥 주위를 돌아라

독 오른 창자를 던져라

차가운 바윗돌 밑에서

밤과 낮 서른에 하루를

몸에서 독기를 뿜어온

잠자다 잡혀온 두껍아.

네놈이 맨 먼저 끓어라.

마법의 약단지 속에서

모두   곱으로, 곱으로, 고역과 고통을.

불은 타고 가마솥은 끓어라.

마녀 2   늪지대 뱀의 살점아

가마솥 안에서 익어라.

도롱뇽 눈, 개구리 발

박쥐 털과 개 혓바닥

독사 혀, 눈먼 뱀 독침에

도마뱀 다리와 부엉이 날개야

크나큰 고통의 마약을 만들게

지옥 죽 끓이듯 끓어라

모두   곱으로, 곱으로, 고역과 고통을

불은 타고 가마솥은 끓어라.

마녀 3   용 비늘, 늑대의 이빨과

마녀들 미라와 포식한

상어의 밥통과 아가리

밤중에 캐어낸 독근초,

저주하는 유대인 간덩이,

양 쓸개, 월식 때 절취한

주목의 실가지, 터키인 코,

타타르 사람들 입술과

창녀가 개천에 내지른

목 졸린 아기의 손가락이

탁하고 진한 죽을 만든다.

호랑이 내장을 더해라

우리들 가마솥 약재로

모두   곱으로, 곱으로 고역과 고통을

불은 타고 가마솥은 끓어라.

마녀 2   원숭이 핏물로 식혀라.

그러면 마약은 확실해.

헤카테 : 오 잘햇어 고생이 많구나.

모두가 이득을 나눌거냐.

자 요정과 선녀처럼 원 그리고

던지는 모든 것에 마술 걸며

가마솥 주변에서 노래해 봐. (4 1 1~45) – 88

 

<햄릿>에서 : 미친 오필리아의 노래 , 그리고 오필리아의 익사부분이 특별히 슬펐다. 햄릿의 내면적 고뇌는 감정적이라기 보담은 나름 이성적이었다. 햄릿은 어머니가 아버지를 독살한 삼촌과 결혼해서 사는 모습을 지켜보는 분열적인 상황을 그래도 견딜 수 있었다. 그를 사랑했던 이 여자는 미쳐 버렸다. 더 슬펐다.

 

(노래 ) ‘귀염둥이 그 사람 내 기쁨 모두니까

레어티즈 : 비애와 번민, 고통과 지옥까지도 누이는 매력으로, 멋으로 바꾸는구나.

오필리아 (노래)

그 분 다시 안 오실까?

그분 다시 안 오실까?

아냐 아냐 가신 사람

무덤으로 가신 사람

절대 다시 아니 오리

그분 수염 흰 눈 같고

그분 머리 호호백발

가셨으니, 가셨으니

우리 한탄 속절없네

그분 영혼 살펴주오. – 160

 

왕비 : 비탄이 비탄의 고리를 물고 너무 빨리 오는구나. 네 누이가 익사했다. 레어티즈 – 171

거울 같은 물 위에 하얀 잎을 비추며

냇가에 비스듬히 수양버들 자라는데

그것으로 네 누이가 기막힌 화환을

미나리아재비, 쐐기풀, 들국화, 그리고

입 건 목동들은 더 야하게 부르지만

정숙한 처녀들은 죽은 이 손이라는

야생란과 엮어서 만들었지.

흰 가지에 풀꽃관을 걸려고 올라가다

한 짓꿎은 실가지가 부러져

풀화환과 네 누이가 울고 있는 개울로 떨어졌어.

입은 옷이 쫙 퍼져 그녀는 인어처럼 잠시 뜬 채

옛 찬가 몇 구절을 그 동안에 불렀는데

자신의 위기에는 무감하게 되었거나

마치 물에서 태어나고 거기에 적응된

생물 같아 보였지. 그러나 멀지 않아

그녀의 의복이 마신 물로 무거워져

곱게 노래하는 불쌍한 그애를 진흙 속

죽음으로 끌고 갔어. – 172

 

 3.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리어왕

 

작품해설 (최종철) : ‘리어왕과 사랑의 비어있음- 178

 

리어왕의 주제는 사랑의 비어있음이다. 사랑의 비어있음은 사랑의 부정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요소들까지도 모두 부정되었을 때 독자나 관객이 도달하게 되는 사랑의 진실이다.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에서 사랑의 비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사실은 이 비극이 분명하게 따르고 있는 비워내기의 구도에서, 그리고 극의 결말에서 독자나 관객이 느끼는 극적 공의 카타르시스로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랑의 긍정 혹은 부정적인 요소들은 주로 리어왕 지신이 가지고 있는 이분법적 개념들이고, 우리가 느끼게 되는 카타르시스는 코딜리아가 말하고 실천하는 사랑의 진실이다. – 178

 

사랑이 리어왕에서 셰익스피어의 주된 관심사임은 그것이 이 비극의 가장 커다란 추진력을 제공한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사랑은 이 비극을 시작하며 끝맺는다. – 179

 

극의 후반부에 나타나는 리어와 코딜리아의 극적인 용서와 화해 또한 사랑의 결과이다. 리어가 고너릴과 리건에게 기대했던 사랑이 와해되고, 그가 코딜리아에게 저지른 잘못이 속죄의 태풍 속에서 고통을 통하여 그를 본질적으로 변화시켜 놓았기에 부녀 간의 재회는 우리를 감동시킨다. – 180

 

먼저 코딜리아의 입장부터 정리해보자. 코딜리아는 없습니다. 전하를 입에 담기 전에 두 번의 방백을 한다. 첫째는 고너릴의 사랑 자랑이 끝난 직후에 하는 코딜리안 뭐라 하지? 사랑으로 침묵하라”(1.1.62)라는 대사이고, 둘째는 리간의 자랑 직후에 하는 불쌍한 코딜리아, 하지만 안 그래. 왜냐하면 내 사랑은 분명히 내 입보다 더 무거울 테니까”(1.1.76~79)라는 대사이다. 이 두 방백의 내용으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코딜리아에게 사랑은 말이 아닌 침묵이고 행동이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제 자리인 가슴을 떠나 입으로까지 올라오지 않는다. – 182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까닭은 물론 그녀의 진실에 대한 집착이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녀가 가진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다. 우리가 모든 사물을 있고 없음, 진실과 허위, 선과 악, 미와 추 같이 상반되는 두 가지 개념으로 분류하는 거의 본능처럼 굳어진 습관 말이다. – 184

 

셰익스피어가 코딜리아를 세 번째 화자로 설정한 주된 이유는 그녀에게 사랑의 진실을 고너릴이나 리간처럼 말할 기회를 박탈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의 부정적인 표현이 내포하는 비극성을 극화하고 강조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 186

 

그가 코딜리아에게 다시 말할 기회를 주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에게 바라는 그의 사랑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그가 왕국을 분할한 뜻은 자신의 즐거움(1.1.83)인 막내딸과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 아니었던가? – 187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리어의 인식 체계이다. 코딜리아의 노파심 같은 사족을 들은 리어는 이제 그녀가 말한 진실을 도리 자체의 부정으로, 부녀 간의 천륜을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 189

 

아버님은

저를 낳아 기르시고 사랑해 주셨기에

전 그에 합당한 의무로 보답고자

복종하고 사랑하며 가장 존경합니다.

언니들이 아버님만 사랑한다 말할 거면

남편들은 왜 있지요? 제가 만일 결혼하면

제 서약을 받아들일 그분은 제 사랑과

걱정과 임무의 절반을 가져갈 것입니다.

전 분명코 언니들처럼 아버님만 사랑하는

결혼은 절대로 않겠어요. (1.1.95~104) – 190

 

왜 그녀는 리어의 절대적이고 독점적인 사랑에 치명타를 가하는 미래의 남편 얘기를 덧붙였을까? – 190

 

그래서 그녀의 말은 마치 저는 결혼하면 아버님은 절대로 사랑하지 않겠어요.”라는 것처럼 들린다. 특별히 리어 귀에는. 리어 세계의 이분화는 이제 부녀 관계의 단절로 심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에서 리어가 코딜리아에게 보이는 거대한 분노는 우리의 예상을 초월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본 그녀의 어떤 말과 행동이 다음과 같이 끔찍한 저주를 불러온단 말인가? – 190

 

리어 : 하나 그게 진심으로 한 말이냐?

코딜리아 : , 전하

리어 : 어린 것이 그렇게도 무정하냐?

코딜리아 : 어린데도. 전하. 진실하옵니다

리어 : 그래라. 그럼 네 진실이 네 지참금이다.

왜냐하면 태양의 성스러운 광명과

헤카테의 비밀 의식과 밤에게 맹세코

우리가 존재하고 없어지는 근원인

저 모든 천체들의 영향에 맹세코

근친 혈연관계를 여기에서 부인하고

지금부터 영원히 너를 나와 내 마음의

이방인 취급할 테니까. 스키타이 야만족.

아니면 자신의 식욕을 채우려고

제 새끼를 잡아먹는 놈이라도 내 가슴엔

지난날의 딸자식, 너만큼 가까울 것이며

내 동정과 구원을 얻으리라 (1.1.105~121) - 191

 

앞으로 다가올 모든 태풍과 광기와 선악의 투쟁과 생사의 고통과 그 비극적인 결말을 잉태한 이우주적인 미움과 분노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 근원은 리어가 삶과 우주에 대해 품고 있는 절대 긍정의 힘이다. 자석에서 음극의 힘으로 양극의 힘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리어의 파괴적인 절대 부정의 힘에서 절대 긍정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다. 그 힘으로 가장 늙은 노인인 리어가 가장 많이 견딜 수 있었으며 (5.3.324), 자기 눈물이 납물처럼 피부를 태우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글로스터처럼 나약하게 자살을 시도하지 않음은 물로 단 한 번도 절망이나 좌절의 말을 하지 않는다. 그 힘 때문에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 불리며 그 작품 세계 안에 이 세상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어의 절대긍정과 절대부정이 내포하는 세계가 바로 이 인물의 폭이며 크기이기 때문이다.  – 192

 

리어와 코딜리아에게 형태는 다르나 꼭 같이 적용되는 두 가지 대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코딜리아가 최초로 드러내고 리어가 이어받은 있음과 사랑과 진실의 부정성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런 부정성을 낳는 근본 원인인 이분법적 사고이다. 리어와 코딜리아 두 사람은 그것을 공유하지만 어느 쪽도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둘 사이의 의사소통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사실 리어왕의 비극은 이분법적 사고의 승리인 동시에 패배라 할 수 있다. – 193

 

코딜리아의 사랑에 가 닿으려는 리어의 어리석고 성급하지만 처절한 노력 때문에 우리는 그 노력의 궁극적인 실패에 공포와 연민을 느끼게 된다. – 193

 

글로스터 백작은 켄트 백작과 더불어 <리어왕>을 여는 인물이다. 두 인물의 서두 대화에서 우리는 글로스터가 에드먼드라는 이름의 서자와 아직 이름이 안 밝혀진 합법적인 아들 하나를 더 두고 있음을 안다. – 194

 

이 독백에서 에드먼드는 자기 아버지가 어둠 속에서 은밀히 뿌린 씨앗의 의미를 자기 형 에드거의 합법적인 잉태와 비교하여 왕성한 자연력의 우월한 표현으로 미화한다. – 194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에게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에드먼드의 가짜 편지를 쉽게 믿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눈 뜬 장님인 셈이다. – 196

 

이제 우리는 셰익스피어가 글로스터의 눈 뽑기 장면을 극의 한중간에 배치한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것은 자식의 사랑을 보지 못하므로 생기는 고통은 실제로 눈이 빠지는 고통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글로스터의 눈이 빠지기 전에는 에드거가 겪는 고통으로 빠진 후에는 글로스터 자신의 죄책감과 절망과 자살 충동으로 부각된다. 그는 또한 에드거와 여정을 같이 하지만 죽기 직전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고통을 추가로 받는다. – 199

 

셰익스피어는 극의 전반부에서는 두 눈 뜬 장님을 중간에는 글로스터의 눈 뽑기 장명을 후반부에는 눈 뜬 장님과 눈 빠진 장님의 대조를 그리고 결말에는 눈 뜨고 차마 못 볼 리어의 고통을 대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자식의 사랑과 진실을 알아보지 못하는 죄로 인해 두 아버지가 겪는 고통을 강조한다. 이것이 <리어왕>에서 눈과 눈의 기능에 대한 언급이 그토록 많은 이유다. 다음으로 필자가 다루고자 하는 문제는 에드거, 켄트 그리고 바보가 제기하는 의문이다필자는 이런 의문들이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근원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암시는 이들이 모두 선악의 구분이 뚜렷하기로 유명한 <리어왕>에서 선의 편에 속한 인물들이라는 사실에서 받을 수 있다. – 201

 

글로스터가 여보시오. 당신은 누구시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을 때에도 글로스터의 심장은 지나친 기쁨과 슬픔의 갈등으로 터져버린다. 그러면 에드거는 왜 분명한 실수(5.3.193)임을 알면서 아버지에게 자신을 감췄을까? 앞서 우리는 글로스터 줄거리에서 사랑은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표현되고 그 긍정은 부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그의 사랑은 이 비극을 지배하는 부정성의 원칙에 충실하다. 그것은 때로는 정도가 지나쳐서 그 반대인 미움처럼 보인다. 자기가 바로 아버지가 그토록 만져보고 싶어하는 아니 만지고 있으나 모르고 있는 아들 에드거임을 알면서 감추는 것이 가학적인 미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바버라 에버렛은 이런 행동의 근원을 글로스터가 자식들을 자기에게 예속시킬 목적으로 자기와 아들들 사이에 둔 거리로 말미암아 생겨난 에드거의 두려움에서 찾는다. 그리고 캐블은 그 원인을 에드거 자신이 느끼는 수치심과 죄의식-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에드먼드의 사기에 쉽게 넘어갔으니까 그리고 나약한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의 유아적인 심리상태로 해석한다. 두 비평가의 설명은 심리학적으로 타당하다. – 203

 

왜 에드거의 사랑은 두려움이나 수치침과 죄의식으로밖에 표현될 수 없는가? 우리는 사랑의 부정성이란 원칙으로 그 원인을 설명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좀 더 본질적인 극적 공의 관점에서 보면 이 비극에서 있음은 없음과 다르지 않다. 단순히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일하다. 즉 있음이 바로 없음이고 없음이 바로 있음이다. 이는 코딜리아의 없음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담만 그녀는 이런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 채 자기가 가진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따라 그것을 모순되게 표현할 따름이다. 에드거의 행동도 마찬가지로 설명된다. 에드거는 자기가 왜 그렇게 하는지도 모르면서 사랑하는 아버지를 미워한다. 마치 햄릿이 왜 자기가 복수를 지연시키는지 이유를 모르면서 지연시키듯 에드거는 왜 자기가 아버지에게 신분을 감추는지 모르면서 계속 감춘다. 계속 이런저런 그럴싸한 구실을 만들어내면서. 아버지를 죽게 만들 때까지 그렇게 한다. - 204

 

코딜리아를 변호하다 추방된 켄트는 변장한 채 왕에게 되돌아와 노예라도 하지 못할 봉사를”(5.3.219~220) 한다. 이는 지극한 사랑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도 자기의 사랑을 철저한 침묵으로 감춤으로 표현한다. – 204

 

그의 사랑은 너무 오래 참음으로써 그 궁극적인 목적을 상실한다….물론 리어는 감옥에서 죽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딜리아가 없는 리어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켄트의 등장 지연은 리어의 죽음을 초래한 주된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에드거와 마찬가지로 켄트도 자신의 사랑이 왜 그렇게 반대쪽으로만 치닫는지 모른다. (우리는 켄트의 감정을 미움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것은 이름이나 형체가 없는 사랑의 부정적인 힘이다.) – 205

 

바보가 리어왕을 지극히 사랑한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것은 그가 부르는 노래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사랑으로 침묵하라는 코딜리아의 원칙을 가장 철저하게 지키는 인물이다. – 206

 

리어는 지금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여 코딜리아의 죽음을 부인하려 하고 있다. – 207

 

리어왕과 가장 가까운 인물 중에서 코딜리아의 추방을 가장 안타까워했고 리어에게 그녀의 사랑과 진실을 가장 많이 연상시켰으며, 또한 가장 마음 편하게 죽었다고 생각해도 (이미 죽었을 지도 모르니까) 괜찮을 인물이 이 바보 말고 누가 있겠는가? – 208

 

이제 지금까지의 논의를 배경으로 이 비극의 비워내기 구조를 분석해 보겠다. 분석의 대상은 주로 리어의 줄거리이며 리어가 일으키는 이분법적 갈등이다. – 208

 

리어가 고너릴과 리간을 악한 인간으로 분류하고 자기가 고통받는 원인을 그들에게서 찾을 때 그 해결책은 자명하다. 그것은 넓게는 타자로서의 삼라만상을 또 다른 타자인 자기 딸과 동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파괴해 버리고 싶은 욕구로 나타난다. – 210

 

좁게는 딸들과 사위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나타난다. – 210

 

리어가 의식상태에 있든 무의식 상태에 있든 상관없다. 고통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한, 혹은 자신의 고통을 악한 외부 세력에 의한 선한 자의 박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의 내적 혼란은 증폭될 뿐이다. 리어는 자신이 선하다고 나서서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가 이 세상 온갖 죄인들을 욕하면서 자신을 그들과 구분하여 난 지은 죄보다는 덮어쓴 게 더 많은 사람이다라고 말했을 때 그 밑바닥에는 선과 악의 이분법이 그리고 자신은 선한 쪽에 속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 – 211

 

다시 말하면 여성을 신과 악마, 천국과 지옥, 빛과 어둠으로 갈라놓고 오직 어두운 지옥 쪽으로만 내려가기로 결정한 사람은 다름 아닌 리어 자신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리어는 코딜리아의 모습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그는 지금 여성성의 지옥 가운데 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천국에 대한 기억이 살아 있다. 그는 열락 속의 영혼”(4.7.44)인 코딜리아를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너릴과 리간이 대변하는 유황불 속에 그들과 같이 세워놓을 수가 없다. 리어가 바깥 세계를 공격할 때는 그래도 뚜렷한 대상이 있었기 때문에 시원하기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탈출구 없는 광기를 바로 리어의 지옥이다. – 214

 

그녀는 자신의 상반되는 감정을 거의 무의식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름답게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녀를 압도하려는 슬픔은 그녀의 인내심에 감동받아 진주로 화하고 그 진주는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눈에 작별을 고한다. 이는 두 상반되는 감정의 단순한 조화가 아니라 본질적인 변형을 통한 승화라고 할 수 있따. – 215

 

코딜리아의 재등장이 배워내기의 두 번째 단계가 부정되는 외적인 요인이라면 리어가 폭풍 장면을 통하여 도달하는 인간 본질에 대한 자각은 그 내적인 요인이다. – 215

 

코딜리아의 짧막한 용서는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이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에 용서라는 말은 어패가 있지만 더더욱 아름답다. “없어요, 없어요(4.7.76) 리어의 광기는 코딜리아의 사랑으로 눈 녹듯이 사라진다. – 216

 

이미 언급되었듯이 리어의 광기 소멸은 수치심과 딸을 보고 싶은 욕망 사이의 갈등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리어에게 코딜리아의 사랑이 아무런 이유 없이 무조건 다가온 것이기 때문이다. – 216

 

그는 아직 코딜리아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비극의 불씨는 리어의 마음 속에 꺼지지 않고 살아 있다. – 217

 

찬연히 빛나는 리어의 사랑은 같은 강도의 어둠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리어의 뜻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코딜리아의 욕구나 처지를 완전히 무시한 일방적인 환상이다. 그는 코딜리아가 극의 시작에서 천명한 부녀 간의 본분에 관한 진실 결혼하면 아버지와 남편에게 사랑을 반반씩 나누겠노라는 을 완전히 무시한 채 둘만 감옥으로 도피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 218

 

우리는 문제의 초점을 리어의 죽음 자체로 옮길 필요가 있다. 그가 죽음으로써 코딜리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이 이분법적 집착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비극도 끝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극적 공의 입장에서 보면 리어의 죽음은 그의 이분법적 집착이 총체적으로 부정되는 비워내기의 마지막 단계이다. 사랑의 있음과 없음의 갈등에서 출발한 리어 왕의 비극은 중반부의 모든 혼란을 거쳐 이제 삶과 죽음의 갈등으로 모아지고, 리어의 죽음은 그 갈등을 총체적으로 부정한다. 우리는 리어가 보라고 가리키는 것을 사랑의 있음도 없음도 아닌 비어 있음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20

 

우리는 리어의 죽음을 맞이하여 갑자기 멍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도 강렬했던 소용돌이가 한 순간에 멈추었기 때문이다. 마치 태풍의 눈 속으로 갑자기 들어간 느낌이다. 이런 공백 상태에서 우리는 극적 공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것은 조용하고 순수한 기쁨이다. 사랑의 있음과 없음이 일으켰던 모든 혼탁한 감정들이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 220

 

리어왕 본문 인용문

 

글로스터 : 걔 어미와 정을 통했단 말이지요. 그래서 여자는 배가 불렀고, 글쎄. 침대 속에서 남편을 맞이하기도 전에 요람 속에 아들 하나를 갖게 되었지 뭡니까? 잘못된 낌새를 챘겠소? – 14

 

리어 : 그 동안 짐은 숨은 뜻을 밝히리라.

그 지도를 가져오라. 짐은 이 왕국을

셋으로 나누었고, 노년의 걱정거리

힘 좋은 어깨 위로 훌훌 털어 넘겨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죽음 향해 천천히

기어갈 결심을 굳혔노라. 짐의 사위 콘윌과

못지않게 사랑하는 사위인 올바니여,

짐은 이제 앞날의 분쟁을 막기 위해

짐의 딸들 각자의 지참금을 지금 공표하기로

마음을 정했노라. 오랫동안 이 궁정에

구애하며 체류했던 막내딸의 두 연적

프랑스 국왕과 버건디 공작도

답을 듣게 될 것이다. 딸들아 말해 봐라.

짐은 이제 통치권과 영토의 소유권 및

국사의 근심을 떨치려고 하니까

누가 짐을 이를 테면 가장 사랑하는지,

그래서 효성과 자격 갖춰 요구하는 딸에게

최고상을 내릴 수 있도록. 짐의 맏딸

고너릴이 먼저 하라.

고너릴 : 전하, 제 사랑은 말로 표현 못 합니다.

시력이나 걸림없는 자유보다 소중하게

가장 값지다거나 희귀한 것 이상으로

은총, 건강, 미와 명예 갖춘 삶에 못지않게

일찍이 자식은 사랑하고 아버지는 받은 만큼

입 열고 말하면 빈약해질 사랑으로

모든 한계 다 넘어 전하를 사랑하옵니다.

코딜리아 : 방백) 코딜리안 뭐라 하지? 사랑으로 침묵하라.

리어 : 이 모든 영토에서 이 선부터 이 선까지

그늘진 산림과 풍요로운 들판에다

풍부한 강 드넓은 평야가 있는 땅을

네 소유로 해주마. 너와 네 올바니의 자식들이

영원히 상속토록. 짐의 둘째. 콘월 부인

짐이 가장 사랑하는 리간은 뭐라 하지?

리간 : 전 언니와 타고난 자질이 같사오니

사랑도 같은 값이옵니다. 진심으로

언니는 제 사랑을 조목조목 밝혔어요.

다만 크게 빠뜨린 부분은, 저는 가장 민감한

인간의 감각이 누리는 다른 모든 기쁨을

적이라 공언하고 오로지 전하의

귀중한 사랑 속에서만 행복해진다는

사실이옵니다.

코딜리아 : (방백) 불쌍한 코딜리아.

하지만 안 그래. 왜냐하면 내 사랑은

분명히 내 입보다 더 무거울 테니까.

리어 : 너와 네 후손에게 영구히 세습으로

고너릴이 하사받은 땅보다 크기나 값어치,

기쁨 또한 못지않은, 짐의 고운 왕국의

방대한 삼분의 일 남으리라. 자 이제.

막내지만 내 즐거움, 네 사랑과 인연을

프랑스는 포도로 버건디는 우유로 맺자는데

언니들 것보다 더 비옥한 삼분의 일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말은? 말하라.

코딜리아 : 없습니다. 전하

리어 : 없습니다?

코딜리아 ; 없습니다.

리어 : 없음은 없음만 낳느리라. 다시 해봐.

코딜리어 : 소녀 비록 불운하나 제 마음을 입에 담진

못하겠습니다. 전 전하를 도리에 따라서

사랑하고 있을 뿐 더도 덜도 아닙니다.

리어 : , 뭐라고. 코딜리아. 말을 좀 고쳐봐라.

네 행운을 망치지 않으려면

코딜리아 : 아버님은

저를 낳아 기르시고 사랑해 주셨기에

전 그에 합당한 의무로 보답고자

복종하고 사랑하며 가장 존경합니다.

언니들이 아버님만 사랑한다 말할 거면

남편들은 왜 있지요? 제가 만일 결혼하면

제 서약을 받아들일 그분은 제 사랑과

걱정과 임무의 절반을 가져갈 것입니다.

전 분명코 언니들처럼 아버님만 사랑하는

결혼은 절대로 않겠어요.

리어 : 하나 그게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코딜리아 : 예 전하

리어 : 어린 것이 그렇게도 무정하냐?

코딜리아 : 어린데도 전하, 진실하옵니다.

리어 : 그래라. 그럼 네 진실이 네 지참금이다.

왜냐하면 태양의 성스러운 광명과

헤카테의 비밀 의식과 밤에게 맹세코

우리가 존재하고 없어지는 근원인

저 모든 천체들의 영향에 맹세코

나는 네 부모로서 걱정근심 모두와 근친 혈연관계를 여기에서 부인하고

지금부터 영원히 너를 나와 내 마음의

이방인 취급할 테니까. 스키타이 야만족

아니면 자신의 식욕을 채우려고

제 새끼를 잡아먹는 놈이라도 재 가슴엔

지난날의 딸자식, 너만큼 가까울 것이며

내 동정과 구원을 얻으리라.

켄트 : 주상 전하

리어 : 켄트는 입 다물라.

본노한 용의 일에 끼어들려 하지 마라.

난 쟤를 가장 사랑했었고 그 따뜻한 보살핌에

다 맡길까 생각했다. (코딜리아에게)

, 내 눈에 띄지 마라.

아비 마음 이제는 다른 데 줄 것이니

내 안식은 무덤이리. 프랑스를 불러라. 뭐 해?

버건디를 불러라.

콘월과 올바니는

두 딸의 지참금에 셋째 것도 포함하라.

저 애는 솔직함이라는 오만함과 결혼하고

난 자네들에게 내 권력과 최고 직위,

왕권에 따르는 화려한 표상들 모두를

공동 부여 하노라. 짐은 매달 한 번씩

자네들 부담으로 백 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순번 따라 거처를 정하겠다. 짐은 단지

왕이라는 이름과 경칭만 다 가지고

통치권과 조세권, 그 나머지 집행권은

사랑하는 사위인 자네들 것이며

그것을 확인하는 뜻으로 이 왕관을

두 쪽으로 나누노라.

켄트 : 리어 왕이시여.

소신이 언제나 국왕으로 존경했고

어버이로 사랑하였으며 주인으로 따랐고

제 기도의 커다란 후원자로 생각했던

리어 : 활은 굽어 당겨졌다. 화살을 피해라.

켄트 : 차라리 쏘십시오. 갈라진 살촉이

제 심장을 뚫더라도 리어가 미쳤을 땐

켄트가 무례하죠. 이 노인아, 어쩌려고?

권력자가 아첨에게 절할 때 신하가 두려워서

말 못할 줄 아시오? 주상이 우둔할 땐

직언이 명예로운 법이오. 보위를 지키고

최대한 숙고하여 끔찍하게 경솔한

이 행동을 멈추시오. 목숨 걸고 판단컨데

막내딸의 사랑은 가장 적지 아니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공허한 말 않는다고

인정 없진 않습니다.

리어 : 목숨이 아깝거든 그만 해.

켄트 : 제 목숨은 당신의 적과 싸울 담보물

그뿐이라 생각했고, 당신 안전 때문이면

잃는 것도 안 두렵소.

리어 : 내 눈에 뜨지 마라

켄트 : 잘 보시오 리어. 그리고 저를 항상

당신 눈의 참된 표적 삼으소서. (1 1 36~ 160) – 21

1. 이 장면에서 이상하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왕이 자신의 왕국을 셋으로 나누어 딸들에게 상속시키고, 통치권, 조세권, 집행권을 모두 이양한 후 왕이라는 이름만 갖겠다고 한다. 딸들의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겠다고 하면서. 꼭 이랬어야 할까? 노후 설계가 상당히 이상하다. 그는 세상물정을 아는 사람이었는데도 이렇게 했다. 집에서 살림만 하던 여자가 평균수명이 남편보다 길어서 혼자 남았을 때 자식들에게 재산을 모두 미리 물려준 후 괄세 당하는 일은 현대도 일어난다. 나이든 사람이 대접을 받으면서 안정감 있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요즘의 상속제도는 어떨까? 이걸로 논리적인 보고서를 쓰고 싶다. 하지만 내 전문분야가 아니다.

2. 딸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도록 한다. 리어왕의 사랑의 원천은 이 딸들이 유일하나? 그의 아내는 일찍 죽었나? 나는 딸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게 하고, 말로 표현되지 않은 사랑에 대해 거세게 분노하는 이 아버지가 이해가 안된다. 그는 셋째 딸을 가장 사랑했고, 그녀의 가정과 가장 길게 머물고 싶었나 보다. 왕으로 살아야 하는 이 남자는 남성성만 창궐하고 여성성은 아직 미미한 걸까? 연민스럽다. 리어왕이.      

 

리어 : 버건디 공

그녀가 짐에게 귀했을 땐 그랬지만

이젠 값이 떨어졌소. 여자는 저기 있소.

꾸밀 줄 모른다는 저 물건의 일부가

또는 그 전부가 공작의 맘에 든다면

추가된 건 오로지 짐의 불쾌뿐인데

저기 저 여자는 당신 거요.

버건디 : 할 말이 없군요.

리어 : 공작께선 결점은 많은데 친구는 하나 없고

새로이 짐의 미움을 샀으며 저주라는

지참금에 더하여 의절 당한 여자를

맞을 거요? 말 거요?

버건디 : 죄송합니다만

그런 조건이라면 선택할 수 없습니다.

리어 : 그렇다면 관두시오. 조물주에 맹세코

그녀 재산 그게 다요. (프랑스 왕에게) 고명한

프랑스 왕

난 당신의 호의를 저버리고 내가 미운 여자와

당신을 짝짓진 않겠소. 그러니 간청컨대

조물주가 창피해서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조차 않으려는 저것보다 나은 데로

사랑을 돌려보오

프랑스 : 정말로 놀랍군요.

바로 지금까지도 당신께서 최고로 아꼈고

칭찬의 주재요 노년의 위안이며

최고, 최상이었던 그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일 저질러 겹겹의 총애를

잃어버리다니요. 그녀의 죄상은 분명코

천륜에 어긋나는 추악한 것이거나

아니면 당신께서 앞서 공언하셨던 애정이

변질된 모양인데, 그녀 죄를 믿는 일은

기적 없이 이성만으로는 절대로 저에게

있을 수 없습니다.

코딜리아 : 그래도 전하께 간청컨대

의도 없이 말로만 기름 치는 기술이

제게 없기 때문에 - 좋은 뜻이 있다면 전

말에 앞서 실천하니까요. – 이건 밝혀 주십시오.

전하의 은총을 제게서 앗아간 건

사악한 오점이나 살인 혹은 추잡함,

부정한 행위나 천한 짓이 아니라

그것이 없기에 제가 더욱 부자인

늘 조르는 눈빛과 못 가져서 전하의

사랑을 잃었지만 안 가져서 저는 기쁜

혀라는 사실을

리어 : 나를 더 즐겁게 못했으니

넌 아니 태어난 것만도 못하느니라.

프랑스 : 그 뿐입니까? 천성이 느린 탓에

하려고 하는 일을 얘기 않고 놔두는

그런 성향 말입니까? 버건디 공작께선

어찌하시렵니까? 본질에서 벗어나

이런저런 계산에 얽혀버린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맞이하시겠소?

그녀는 그 자체로 지참금입니다…..

지참금이 없다니 버건니 공은 결혼을 포기한다. 그녀 자체가 아니라 지참금이 중요한 부분이었다. 사랑과 조건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누구나 자기 기준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코딜리아로서는 이런 계기를 통해 상대의 기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혼을 할 때 공정거래를 원하는 논리적 유형은 프랑스 왕 같은 선택을 할 수가 없다. 김중술 <사랑의 의미> 어떤 심리학자의 검사에서 사랑유형 논리적, 이타적, 유희적, 낭만적, 소유적 이런 게 있었지. 나는 논리적, 낭만적, 이타적 순서였던 것 같다.

 

코딜리아 : 버건디의 사랑은 재산을 고려하니

난 그이 아내 되지 않겠어요.

프랑스 : 가장 고운 코딜리아. 가난하나 최고 부자

버림 멸시 받았으나 최고 선택 사랑 받은

그대와 그대 미덕 이제 내가 취하리니

내버린 걸 줍는 게 합법적인 일이라면

이럴 수가! 신들의 무관심은 차디찬데

내 사랑은 존경심에 불타다니 이상하지.

왕이시여, 우연히 내게 온 무일푼 그대 딸은

짐과 백성, 아름다운 프랑스의 왕빕니다.

물 많은 버건디의 모든 공작 다 합쳐도

이 값없이 소중한 내 아가씨 못 하가오.

코딜리아. 몰인정한 그들과 작별하오.

더 나은 곳 찾으려고 이곳을 잃은 거요. (1 1 197~262) 

몸만 가지고 시집 오라는 말은 많은 여자들의 로망이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할 수 있을까? 왕과 공주가 아닌 현실을 사는 사람에게는 남자에게는 집을, 여자에게는 다른 것을 요구한다.

 

에드먼드 : 자연이여, 그대는 내 여신이고, 내 활동은

그대의 법칙만 따르오. 내가 무엇 때문에

고질적인 관습에 묶이어 내 권리를

까다로운 국법이 뺏어 가게 놔두지?

형보다 한 열 두 달, 열 네 달쯤 뒤졌다고?

천출은 또 뭐야? 뭣 때문에 천한 거지?

내 몸매는 정숙한 부인의 자식과

다름없이 잘 빠졌고, 기상은 고귀하며

모습도 빼 닮았는데? 왜 우리를 천하다고.

우리는 자연의 은밀한 욕정에 힘입어

지루하고 맥 빠지고 싫증난 침대에서

잠결에 생겨난 멍청이 한 족속을 낳는 데

들어가는 것보다 더 많은 자질과

맹렬한 정기를 부여 받았는데? 그렇다면

적출인 에드거, 네 땅을 가져야만 되겠다.

아버지는 적출이나 천출인 에드먼드나

꼭 같이 사랑해. 적출이라. 참 멋진 말이다.

그럼 내 적출이여, 이 편지가 성공하고

내 계략이 적중하면 이 천한 에드먼드

적출 위에 오를 거다. – 난 자라고 번성한다.

신들이여, 천출 위해 일어나 주소서! (1 2 1~22) – 28

이 앙갚음의 마음은 그 아버지, 또는 그 시대가 뿌린 것이다.

 

켄트 : 만약에 다른 말투 빌려서 내 말씨를

감출 수만 있다면 내 모습을 지우게 된

나의 좋은 의도를 끝까지 완벽하게

살릴 수 있으리라. , 추방된 켄트여

사형선고 받은 데서 섬길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주인님은 네 노고가 많음을

언젠가는 아신 날 있으리라. (1 4 1~7) – 38

 

리어 : 넌 뭐냐?

켄트 : 매우 정직한 마음을 가졌으며 국왕만큼이나 가난한 사람입죠.

리어 : 네가 백성으로서 왕이 가난한 만큼이나 가난하다면 꽤 심한 거구나 원하는 게 뭐냐?

켄트 : 봉사입니다.

리어 : 어떤 봉사를 할 수 있느냐?

켄트 : 전 명예로운 비밀을 지킬 수 있으며, 타고, 뛰고 복잡한 이야기는 하다다 망쳐놓고 분명한 전갈은 솔직히 전할 수 있으며 보통 사람에게 맞는 일이라면 저도 자격이 잇는데 가장 훌륭한 점은 근면입죠. (1 4 19~36) – 40

 

바보 : 아저씨 잘 들어봐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가졌다고 다 빌려주지 말고

걷느니 말 타고 다니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말고

단판에 승부를 걸지 말고

술과 계집 버리고

집 안에만 처박혀 있으면

스물의 이십 배보다

더 많은 걸 챙길거야 (1 4 114~124) – 45

맞는 말이다. 이 희곡에서는 바보가 왕 앞에서도 옳은 말을 겁없이 할 수 있는 듯 하다. 바보가 좋네. ‘나는 바보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하면서 살라고 했는데 이게 안된다. 

 

바보 : 글쎄, 계란의 중간을 자른 다음 속을 파먹고 나면 계란 껍질 왕관이 둘이지. 당신이 왕관의 한가운데를 쪼개 양쪽을 다 줘버렸을 때 당신은 나귀를 등에 업고 진창 속을 걸어간 거야. 금으로 된 관을 줘버렸을 때 그 대머리 관 속에 지혜라곤 조금도 없었단 말이야. 내가 이번 일을 바보처럼 말하거든 그 사실을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이 채찍을 맞으라지.

(노래한다) 올해는 바보들 최악의 불경기다.

똑똑한 이들이 멍청해져

머리를 어떻게 쓰는 지도 모르고

등신처럼 흉내만 내니까. (1 4 149~160) – 46

 

바보 : 아저씨는 알고 있지

지빠귀가 뻐꾸기 너무 오래 키웠더니

그 새끼가 자기 머리 쪼아 먹은 사실을.

그래서 촛불은 꺼지고 우린 어둠 속에 남았었지. – (1.4. 205~209) – 46

뻐꾸기는 탁란을 하는 새라고 들었다. 맞나?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다. 누가 가장 부모를 사랑하는 자식일까? 맏이는 책임감이 많고 막내는 진실로 사랑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그래서 중국의 어떤 모계사회는 가장이 어머니에서 막내딸로 내려간다고 했다. 이 때 탁란을 하는 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중국의 어떤 지역인지 어떤 모계사회인지 분명한 것을 댈 수 있다면 좋겠지. 그게 바로 인용문 타이핑의 효과다.   

 

고너릴 : 전하 이러한 감탄은 새로운 장난과

꼭 같은 종류에요. 간청컨대 제 의도를

올바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이가 드셔서 현명하실 테니까요.

당신께서 여기 둔 기사 향사 백 명은

너무나 무질서한 데다 방탕하고 거만하여

그 태도에 오염된 짐의 이 궁정이

난잡한 여인숙 같습니다. 탐식과 욕정으로

근엄한 궁궐이라기 보다는 술집이나

창녀촌과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창피는

즉각 시정돼야지요. 그러면 다른 때엔

부탁한 건 손에 넣는 여자가 요청컨대

수행원의 숫자를 조금만 줄이고

계속해서 당신에게 의지할 나머지는

당신의 나이에 어울리며 당신과 자신을

좀 아는 사람들을 쓰십시오

리어 : 말안장을 얹어라. 시종들을 불러 모아라.

타락한 천출 년아 널 귀찮게 않겠다.

난 아직 딸 하나가 더 있어. (1 4 227~241)

재산이 목적이었으니까 재산을 물려받고 난 뒤에는 뒷간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이렇게 달라진다. 만약 이런 걸 미리 알았다면 리어는 왕국을 미리 분배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람 보는 눈이 있었을텐데 어째 딸들에 대해서는 가늠하지 못했을까?

 

고너릴 : 몇 사람을 데리고 말을 타고 떠나거나.

내 걱정을 동생에게 상세히 일러주고

거기에 덧붙여 신빙성을 더해줄

네 자신의 이유도 말해줘라. 어서 가봐.

그리고 서둘러 돌아와. (오스왈드 퇴장) (1 5 326~331) – 54

 

켄트 : 놀랄 것 없지. 용기를 너무 과하게 냈으니까. 이 겁쟁이 불량배야. 조물주는 너하고 관계없대. 넌 양복쟁이가 만들었어.

콘윌 : 이상하나 녀석이군. 양복쟁이가 사람을 만들어?

켄트 : , 양복쟁이요. 석수나 화가라면 자기 업종에 두 해만 있었어도 녀석을 저렇게 못 만들진 않았을 겁니다. (2 2 53~59) – 67

 

리어 : , 내 심장, 심장이 솟구친다. 하지만 내려가라

바보 : 심장에게 소리쳐 봐. 아저씨 팔푼이 아줌마가 뱀장어들을 산채로 국솥에 넣었을 때처럼 그녀는 막대기로 놈들의 대가리를 두들기며 내려가, 짓궂은 것들아. 내려가그렇게 소리쳤대. 그 아줌마 남동생은 있잖아. 자기 말에게 순수한 친절을 베푼답시고 건초에 버터를 발랐대. (2 4 118~125) – 79

 

리간 : 아버님, 약하시니 약하게 보이세요.

달이 찰 때까지 수행원 절반을 떼버리고

언니네 집으로 돌아가 머문 다음

네게로 오세요. 전 지금 집을 떠나 있어서

아버님 접대에 필요한 물품들을

조달하지 못하는 실정이랍니다. (2 4 200~204) – 84

 

리간 : 백작님, 고집불통들에겐

자기들 스스로 불러오는 피해가-  

스승이 되어야만 합니다. 문 거세요.

그에겐 무모한 시종들이 딸려 있어

속기 쉬운 귀를 가진 그에게 무슨 일을

부추길 지 모르니 두려움이 현명해요.

콘윌 : 문을 닫아거시오. 백작, 사나운 밤입니다.

나의 리간 충고대로 폭풍을 피합시다. (모두 퇴장) (31 300~305) – 89

 

리어 : 실컷 으르렁거려라. 불 내뿜고 비 쏟아라.

, 바람, 천둥이나, 번개도 내 딸은 아니다.

난 너희 자연을 불친절로 고발 안 해.

왕국을 준 일도 자식이라 부른 일도 절대 없고

충성을 바칠 일도 없으니 너희들 마음대로

끔찍하게 쏟아져라. 난 너희 노예다.

불쌍하고 허약하며 경멸 받는 노인이야

하지만 너희를 비굴한 앞잡이라 부르겠다.

이처럼 흰머리 늙은이와 싸우려고 하늘에서 소집한 대군을 사악한 두 딸과

합치려고 하니까. , 그건 더러워

바보 : 자기 머리를 넣어둘 집이 있는 자는 훌륭한 머리통을 가졌어.

머리 집도 구하지 못하면서

자지 집 찾는 놈은

그 머리 그 몸에 이가 끓고

계집 많은 거지 되지

심장으로 삼아야 할 부분을

발가락 삼는 놈은

티눈 박여 슬피 울며

잠 못 들고 깨 있을 걸

왜냐하면 예쁜 여자 치고 거울 앞에서 입을 쫑긋거려 보지 않은 여자는 없었으니까 (3 2 14~36) – 92

 

리어 : 너는 이 호전적인 폭풍이 피부까지 침투해 힘들다고 생각하지. 너에겐 그렇다.

하지만 큰 병이 자리를 잡았을 땐

작은 건 못 느껴. 넌 곰을 피하겠지.

하지만 네 도망길이 포효하는 바다라면

곰에게 정면으로 맞설거다. 마음이 편해야

몸이 민감해지는 법. 내 마음의 태풍은

거기에서 고동치는 자식의 배은망덕

그 느낌만 빼놓고는 모든 감각 앗아갔어

이건 마치 음식을 넣는다고 이 입이 이 손을

자르는 셈이잖아? 하지만 난 엄벌하리

그래. 난 울지 않을 테다. 이런 밤에

날 쫒아내? 계속해서 쏟아져라. 견딜 테다.

오늘 같은 밤중에? 오 리간, 고너릴.

친절한 늙은 아빈 관대하게 다 줬는데

, 그럭 하면 난 미친다. 그 길은 피하련다.

그 얘긴 그만 하자. (3 4 6~21)- 98

 

글러스터 : 거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요? 이름은?

에드거 : 불쌍한 톰인데 헤엄치는 개구리 두꺼비 올챙이,

빵도마뱀과 물도마뱀을 잡아먹어 더러운 악마가

발광할 때면 광분하여 생채 요리로 소똥을 먹기도 하고,

썩은 웅덩이에 뜬 푸른 찌꺼기를 마시기도 해.

이 마을 저 마을로 채찍 맞으며 쫒겨 다니고

차꼬를 차기도 하면 옥에 갖히기도 해. 등에

걸칠 옷은 셋이고 몸에 걸칠 셔츠는 여섯이며

타는 말과 찰 무기는 있었지만

긴 세월 칠 년 동안 톰의 밥은

생쥐와 들쥐 같은 작은 짐승뿐이었어.

날 따르는 영물을 조심해 조용해. 스멀킨! 조용해

이 악마야. (3 4 124~137) – 104

아버지가 아들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 아무리 눈이 멀었다고 해도. 이 사람이 아버지 맞나? 동시에 두 여자를 다니면서 아니면 더 많은 여자를 다닐 수 있는 제도였었나? 그 시대 귀족은 부자가 친밀할 수 없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성공한 아버지들이 자식의 성장 과정에서 부재하다.

 

켄트 : 여기요, 괴롭히지 마십시오. 정신이 나갔어요.

글로스터 : 이보게 제발 왕을 자네 팔에 안게나

이 분을 죽이려는 음모를 엿들었어.

탈 것을 준비해 놨으니 거기 눕혀

도버로 향하게. 그곳에 도착하면

환영과 보호를 받을 거야. 안아 올려

반 시간만 헛되이 보내면 그분 목숨.

자네와 그분을 지키려는 모든 이의 목숨은

꼼짝없이 잃은 거야. 어서, 어서, 안아 올려

그리고 날 따라와. 여장 갖출 곳으로 곧

인도할 테니까.

켄트 : 심신이 짓눌려 주무신다.

이번의 휴식으로 당신의 요절난 신경이

아물 수도 있지만 호기를 놓치면

치유하기 어렵겠죠. (바보에게) 자 우리 같이 모시자.

넌 뒤에 남으면 안된다. (3 7 83~98) – 112

 

에드거 : 이렇게 멸시 받고 그 사실을 아는 것이

겉 아첨에 속 멸시보다는 낫구나

운명의 여신이 포기한 맨 밑바닥 인생은

언제나 희망 품고 공포 속에 살진 않아.

통탄할 변화는 최상에서 멀어지는 것이고

최악은 웃음으로 되돌아가는 법, 그럼 불어라.

내 가슴에 안기는 실체 없는 바람이여.

최악으로 떠밀려 간 비참한 이 몸은

너에게 빚진 게 없단다. (4 1 1~8) – 120

 

올바니 : 무슨 소식 있느냐?

사자 : 오 나리, 콘윌 공작님이 죽었어요.

글로스터의 눈 뽑다가 자신의 하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올바니 : 글로스터의 눈을?

사자 : 그가 키운 하인이 연민의 가책을 받아

그 행위에 반대하며 자신의 주인에게

칼끝을 돌렸는데 격노한 공작님은

그에게 달려들었고, 혼전 중 그는 쓰러졌지만

치명상을 이미 입었는지라 결국에는

목숨을 잃었어요.

올바니 : 이야말로 위에 계신

당신네 판관들이 지상의 죗값을 신속히

갚아준단 증거요. 한데 오, 불쌍한 글로스터,

남은 눈도 잃었다고?

사자 : 둘 다, 둘 다요. 나리 (42 70~81) – 128

 

코딜리아 : 아 바로 그분이야. 방금 누가 뵀는데

날뛰는 바다처럼 미쳐서 큰 소리로 노래하며

무성한 구름풀, 고랑 자초, 수레국화,

독당근, 쐬기풀, 황새냉이, 독보리와

주식인 밀밭의 온갖 잡초 엮어 만든 화관을

쓰셨다고 하더구나 (장교에게) 백 명을 내보내라.

들판의 높은 풀밭 샅샅이 뒤져보고

짐 앞으로 모셔 오라. 인간의 지식으로

그분의 감각 손실 복구할 수 있다면

도와주는 사람에겐 재 재산을 다 주리라.

신사 : 마님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를 기르고 보살펴 주는 건 휴식인데

그게 부족하시므로 그런 데 효험 잇는

여러 가지 약초로 격렬한 통증의 눈

잠재울 수 있습니다.

코딜리아 : 이 땅에 숨어 있는

신비로운 효능 가진 모든 비밀 약재는

내 눈물로 솟아라. 착한 분의 고뇌를

협력하여 치유하라. 날뛰는 광기로

넋이 나간 그분 생명 소멸되지 않도록

찾고 또 찾으라. (4 5 1~19) - 32   

이 장면이 제일 슬프다. 왕이었던 사나이가 늙고 병들고 아무도 없는 채 왕관 대신 들꽃 화관을 쓰고 들판을 헤맨다. 공원에 모여 있는 노인들을 보면 그렇다.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그렇다.        

 

리어 : 암 빈틈없는 왕이지

내가 노려보니까 백성들이 떠는 것 봐.

저자를 살려준다. 죄목이 뭐라고?

간통이야?

죽이지 않겠다. 간통으로 죽는다고? 아냐

굴뚝새도 그 짓을 하고 조그만 쉬파리도

눈앞에서 간음한다. 성교를 장려하라.

글로스터 천출 아들 적법한 내 딸들보다

자기의 아비에게 더 친절했으니까

욕정아, 난교하라. 난 군인이 필요해

선웃음 치고 있는 저 여자 봐.

가랑이 사이의 얼굴은 찬 눈을 예고하고

정숙한 채 내숭 떨며 쾌락 얘기 들으면

고개를 흔들지만

방탕한 색욕으로 그 짓을 하는 데는 족제비도

살 오른 말도 못 당해. 그들은 허리 아래로는 짐승이야.

그 위로는 다 여자지만. 허리띠까지만 신들이 그 아래는

모조리 악마들이 소유했어. 거기엔

지옥이, 어둠이, 유황불 구덩이가 있어. 타고. 지지고

악취, 부패! , , , , 사향 한 숟갈만 줘라.

약제사야 내 상상력을 향기롭게 하련다. 돈 여깄다. (4 6 108~128) -142

 

코딜리아 (모릎 꿇고) , 저를 바라보세요. 전하

그리고 손을 들어 축복해 주세요.

(무릎을 꿇으려는 그를 말린다.)

꿇으시면 안됩니다.

리어 : 제발 날 놀리지 마시오.

난 대단히 어리석고 멍청한 노인이오.

한 시간도 안 빼놓고 팔십이 넘었소.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온전한 정신이 아닐까 두렵소.

당신과 이 사람을 알아봐야 하는 건데

그게 의심스럽소. 이곳은 어딘지

도무지 모르겠고 내 모든 재주를 다해도

이런 옷은 기억에 없으며 간밤에 묵은 곳도

모르기 때문이오. 비웃지 마시오.

내가 남자이듯이 이 부인은 내 자식

코딜리아 같으니까

코딜리아 : 맞아요. 저예요.

리어 : 눈물에 젖었느냐? 그렇구나. 울지 마라.

나에게 독약을 준대도 마시겠다.

날 사랑 않는 줄 알고 있어. 언니들은

분명히 기억건대 나에게 잘못했어.

이유 없이. 너는 좀 있지만.

코딜리아 : 없어요. 없어요.

리어 : 프랑스에 있는가?

켄트 : 전하의 왕국에 계십니다.

리어 : 속이지 마

신사 :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마 큰 광기는

보셨듯이 죽었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다

메우시게 만드는 건 아직 위험합니다.

들라고 권하시고 더 안정될 때까지는

성가시게 마십시오.

코딜리아 : 전하 걸어보시겠어요?

리어 : 날 참아줘야 해. 제발 잊고 용서해라.

난 늙고 어리석다. – (5 1 58~83) – 155

리어가 코딜리아의 사랑을 이런 일을 겪지 않고도 분별해 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어찌 몰랐을까? 버리고 헤어져 봐야 아는가? 자식을 여럿 기른 부부가 혼자 남든 둘이 살든, 결혼해서 자신의 공동체를 이룬 자식들 중 가장 자신()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자식 가족을 성공적으로 판별해 낼 수 있으면 지혜롭겠다. 또는 자식들이 모두 불가능하면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있으면 더 좋겠고.

 

에드먼드 : 두 자매 모두에게 사랑을 맹세했고

그들은 독사에 물린 자가 독사 보듯

서로를 경계한다. 누구를 택할까?

둘 다? 하나만? 다 버려? 둘 다 살면

어느 쪽도 못 갖고 놀겠지. 과부를 택하면

언니가 약 올라 미치게 될 테고

그 남편이 살았으니 내 약속을 이행하긴

대단히 힘들 거다. 그렇다면 그의 권위는

전투에만 이용하고 상황이 끝나면

없애고 싶어하는 그녀더러 신속히 제거할

수단을 찾게 하자. 리어와 코딜리아에게

그가 베풀 자비심은 전투가 끝나고

그들을 우리 손에 넣으면 사면까진

절대 연결 안될 거다. 왜냐하면 내 지위는

따져볼 게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이니까 (5 2 55~) – 159

 

코딜리아 : 최선의 의도로

최악을 부른 건 우리가 처음은 아니에요.

시달린 왕이시여, 전 당신 때문에 풀 죽었지.

혼자라면 엉터리 운명의 인상쯤 우스워요.

이 딸들과 언니들을 만나보실 건가요?

리어 :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자 우리 감옥 가자

우리 둘만 새장 속의 새들처럼 노래하리

네가 나의 축복을 원한다면 나는 무릎 꿇고서

네 용서를 구하마, 그렇게 우린 살고

기도하고 노래하고 옛이야기하고

금빛 나비들 보며 웃고, 불쌍한 녀석들의

궁정 소식 들을 거야. 얘기도 나눌 거고

누가 지고 이기는지. 총애 받고 못 받는지

우린 또한 신들의 밀정이나 된 것처럼

세상 신비 해명하고 깊은 감옥 속에서

달처럼 찼다가 기우는 고관들의 패거리를

견디어낼 것이야 (5 3 3~19) – 161

 

에드먼드 : 그는 당신 아내와 나로부터 명을 받아

감옥에서 코딜리아 목을 달아매고는

그렇게 된 책임을 그녀의 절망으로

돌리게 되어 있소 (5 3 250~253) – 173

 

(리어, 코딜리아를 안고 신사와 함께 등장)

리어 : 통국, 통곡, 통곡하라. 오 돌 같은 인간들아.

내가 너희 눈과 혀를 가졌다면 천장이

깨지라고 울 것이다. 얘는 영영 가버렸어.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난 알아

얜 흙처럼 죽었어. (그녀를 내려놓는다.)

돋보기 좀 빌려줘

숨기로 유리에 김이나 얼룩이 생기면

그래 그럼 산 거야. (5 3 254~260)- 174

흙처럼 죽었어란 말과 늙은 아버지가 돋보기를 빌려서 숨진 딸의 코 앞에 대어 보는 장면이 매우 슬프다.

 

리어 : 불쌍한 내 바보가 죽었다. 생명이 없다 없어.

왜 개나 말이나 쥐는 살아 있는데

넌 숨조차 못 쉬느냐? 넌 다시 못 돌아와.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제발 이 단추 좀 끌러줘. 고맙네.

이게 보여? 이 애를 봐. 입술을 보라고.

여길 봐. 여길 봐 (죽는다.)

에드거 : 기절하시었소. 전하, 전하. (5 3 303~308) – 177

 

 

햄릿

 

햄릿 작품 해설

 

셰익스피어는 배우로 출발하였으나 나중에는 자기가 소속된 극단의 주주이자 전속작가가 된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쓴 극은 극단의 소유물이었으며 극단은 관객 확보라는 측면에서 작품을 출판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나 햄릿처럼 인기 잇는 극은 다른 극단과 출판업자들이 노리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경오를 통해 연극 대본이 빠져나가게 되었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은 <햄릿> 공연에서 어던 역을 맡은 배우가 주로 조연급 연극 대사를 외워내는 소위 기억력에 의한 재구성이다. <햄릿>이 세상에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이런 식으로 1603년에 출판된 제1사절판이었다. 이 사절판은 11kd에 나오는 보초 마셀러스의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중심이 되어 재구성한 대본이라고 추정되며, 저자의 원본과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저질 사절판이었다. 그에 비해  1604년 혹은 1605년에 나온 제2사절판은 제1사절판을 새롭게 고치고 증보한 것으로 셰익스피어 자신의 미완성 원고에 근거했다고 믿어진다. 마지막으로 셰익스피어가 죽은 후 동료 배우들이었던 존 헤밍과 헨리 콘델리 극단에 보존된 자료들 예를 들면 저자의 완성본이나 플롬프터용 대본을 토대로 펴낸 1623년의 이절판이 있다.

이와 같이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극작품 중에서는 유일하게 세 가지 현저히 다른 판본이 존재하는 극이기 때문에 이들 극본 사이의 차이점은 해석상의 이견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그 차이점이 단순한 오자, 탈자에 머무르지 않고 수십수백 행이 누락되거나 대사를 말하는 배우의 이름이 다르게 표기되었거나, 작품의 주제에 영향을 주는 부분에서 상이점이 있거나 할 경우, 텍스트의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 210

세익스피어의 대본이 책으로 묶여진 사연이 이러하구나.

 

텍스트의 문제 다음으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은 <햄릿>의 출처이다. 셰익스피어는 보통 이야기를 새롭게 지어내는 천재라기보다는 주어진 이야기를 재구성 혹은 재해석 하는 천재라고 말해진다. 그는 자유롭게 다른 작품으로부터 소재를 빌려왔고 자기 의도에 맞추어 그것을 자르고 붙이고, 늘리고 틈새를 메웠다. – 211

 

햄릿의 직접적인 출처는 지금은 없어진 <햄릿 원형>이라고 추정된다. 그 존재가 당시의 기록에서 간접적으로 증명되는 이 극은 햄릿과 마찬가지인 복수극의 일종으로 토머스 키드(1558~1594)의 작품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다음으로 햄릿 이야기와 직접 연결되는 최초의 이야기는 12세기 말경에 씌어지고 1514년에 처음 출판된 삭소 그라마티쿠스의 ,<덴마트 여사>에 실려 있다. 삭소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212

 

클로디어스의 형제 살해, 어머니 거트루드와 삼촌 클로디어스의 근친상간 혼인, 거짓 광기, 그리고 오래 지연된 복수의 실행과 같은 주요 사건들이 이미 삭소의 얘기에 포함되어 있음은 놀라운 사실이다. – 213

 

삭소와 벨포리스트 외에도 <햄릿>의 출처를 말할 때 거론되는 극작품으로 마스턴의 <안토니오의 복수>, 토마스 키트의 <스페인 비극> 및 그 밖의 다른 책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항상 셰익스피어의 창조적 변형력을 입증해 주는 자료로 쓰이지 그의 의존성을 증명하는 자료로 쓰이지는 않는다. – 214

 

이런 자료들은 토대로 씌어진 <햄릿>은 현대의 우리들을 위한 극작품은 물론 아니었다. 셰익스피어는 당시 영국 런던의 관객들을 염두에 두고 작품활동을 한 대중 극작가였으며 따라서 그의 작품이 아무리 시공을 초월하여 읽히고 공연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차적으로 그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쓴 1601년 은 소위 말하는 르네상스 시대로서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새로운 문화의 물결이 유럽 대륙을 거쳐 영국에 상륙하여 번성하던 때였다. 셰익스피어가 길릴레오와 같은 해에 태어나고 세르반테스와 같은 해에 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당시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신대륙의 발견이나 망원경에 의한 별들의 관찰로 대표되는 외부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동시에 내면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으며, 안과 밖으로 인간의 능력은 확대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회의 또한 깊었다. – 214

 

햄릿은 단순히 시대정신의 추상적인 반영만은 아니었다. 항상 시대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극에 반영시킴으로써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야 했던 셰익스피어는 햄릿을 당시 사람들이 누구와도 연관시킬 수 없는 허공의 인물로 만들지는 않았다. 우리는 햄릿에게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총신이었던 에섹스 백작의 모습을 본다. …그는 햄릿처럼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이었으며 또한 햄릿처럼 행동을 지연하는 기질이 있었다. – 215

 

즉 극단적인 행동 지연과 극단적인 행동 실천을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이 햄릿이다. 이 밖에도 햄릿은 엘시노아 성을 찾아온 배우들과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연극에 대한 커다란 관심과 깊은 지식, 어느 누구도 당할 수 없는 기지와 재담,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 등으로 인간이 가진 거의 모든 능력을 극대화하여 보여 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항상 양극화되어 나타나며 양극이 부딪힐 때 생기는 모든 대립과 갈등은 그의 존재 양식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햄릿은 우리의 반영이다. – 216

 

아버지의 유령이 찾아옴으로써 있음과 없음, 선과 악으로 양분된 덴마크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 머물면서 회의하고 갈등하던 햄릿은 5 2장에서 드디어 초월의 준비가 최고이며 순리를 따라야지 라고 말한다. 이런 무심한 마음가짐 때문에 우리는 햄릿이 이분법의 세계에 속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거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만일 이분법의 비극적인 결함을 알고, 그것을 완전히 넘어서는 비전을 얻는다면, 그는 존재의 양면성 때문에 번민하고 죽어가는 비극의 주인공은 아닐 거이다. 햄릿은 끝까지 고통 받는 인간의 차원에서 살다 죽으며, 이 점이 우리가 햄릿을 동정할 수 있고 그에게 끌릴 수 있는 커다란 이유이다. – 217

 

우리는 이 비극이 인간의 존재문제를 가장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햄릿>의 중간에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독백이 놓여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는 to be or not to be’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있음이냐 없음이냐로 옮겼다. 셰익스피어는 당시 유행했던 복수극을 염두에 두고 <햄릿>을 썼지만, 이 비극은 단순히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복수라는 행위가 인간의 존재와 도덕성에 미치는 영향 및 그 행위의 본질을 추구한다. 그 결과 존재의 모든 영역이 이 비극의 테두리를 이루고 있다. 햄릿 아버지의 유령이 왔다고 생각되는 초자연계로부터 햄릿이 살고 있는 자연계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서 셰익스피어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다. – 218

출판사의 작품 해설을 읽고서는 햄릿을 이해할 수가 없다.

 

햄릿 본문 인용문

 

(유령 등장)

한데 쉬, , 저것 봐, 그게 다시 왔어.

급살을 맞더라도 맞서겠다. (유령 두 팔을 벌린다.)

서라 환영아

네가 소리나 음성을 낼 수 있다면

내게 말하라.

무슨 좋은 일을 해서 너는 평안을

그리고 나는 영예를 얻을 수 있다면

내게 말하라.

네가 이 나라의 운명과 내통하고

그걸 혹시 미리 알아 피할 수 있다면

제발 말하라.

혹은 제가 생전에 강탈한 보물들을

자궁 같은 땅 속에 감췄으면 그 때문에

죽은 후에 영혼들이 자주 배회한다던데

그걸 말하라. 멈춰. 말해. (수탉이 운다. ) 1 1 131~142) – 16

 

왕비 : 착한 햄릿, 그 밤의 색깔을 내던지고

친구의 눈으로 덴마크 왕을 보려무나.

영원히 눈꺼풀을 내려 깔고 흙 속에서

네 고귀한 아버지를 찾으려 하지 마라.

넌 모든 생명은 죽으며, 삶을 지나

영원으로 흘러감이 흔한 줄 알고 있다. (1 2 68~73) – 21

 

호레이쇼 : 분노라기보다는 슬픈 얼굴이었습니다. – 29

 

네 정조가 무슨 손상을 입을 지 숙고해 봐

너무 솔직하게 그의 노래를 듣거나

마음을 잃거나 귀한 처녀문을

그의 무절제한 간청에 열어준다면

조심해라 오필리아, 조심해라 누이야.

그리고 네 몸의 욕망의 포격과

위험이 닿지 않는 네 애정의 후방에 두거라.

가장 정숙한 처녀가 자기 아름다움을

달에게만 드러내도 방탕하기 짝이 없어.

악담의 타격은 미덕의 화신도 못 피해

봄의 새싹들이 봉오리를 열기도 전에

자벌레가 너무 자주 그들을 갉아먹고

청춘의 아침이슬 속에는 전염성 마름병이

당장에라도 생길 수 있단다.

그러니 주의해. 최상의 안전은 조심이야.

젊음은 곁에 뉘 없어도 자기에게 반항해 - 33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말을 딸과 누이에게 하고 있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정리했다. 나에게도 딸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1.어른은 자신의 행동의 결과, 과보에 책임을 지고 선택한다.

 

유령 : ….내 감옥의 비밀 누설이

금지되지 않았다면 얘기 하나 꺼내어

가볍디가벼운 한마디로 네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젊은 피를 얼게 하며

네 두 눈을 궤도 이탈한 별처럼 만들고

땋아서 묵어놓은 머리채를 풀어놓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성난 고슴도치

싯터러처럼 세울 수 있으리라. 허나

그런 저승에 관한 일을 피와 살을 가진 귀에

공개하면 안 되지 듣거라. 오 듣거라.

네가 아비를 진정 사랑한 적이 있다면 – 44

 

네 아비의 목숨을 앗아간 그 독사가

지금 왕관을 쓰고 있음을 – 44

 

오필리아 : 아버님 제 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햄릿 왕자님이 조끼 단추를 다 열고,

모자도 쓰지 않고, 더러운 긴 양말은

대님 풀려 족쇄처럼 발목에 걸렸고

속옷처럼 창백하고 무릎을 부딪치며

얼굴 표정이 너무나 가련하여

마치 지옥에서 풀려나 참상을 말해 주려는

그런 사람처럼 제 앞에 나타났어요…..  

제 손목을 잡고 절 꽈악 껴안았죠.

그런 다음 팔 뻗은 길이만큼 떨어져

한 손을 이렇게 이마 위에 얹고는

마치 제 얼굴을 그릴 듯이 뜯어보기 시작했죠.

오래 그러고 있었어요.

이윽고 제 팔을 약간 흔들고 자기 머릴

이렇게 아래위로 세 번 움직이더니

너무나 가련하고 깊은 한숨을 토해 내

온몸을 부숴버리고 자신을 존재를 끝장낼 듯 했습니다. 그러더니 절 놔주고

어깨 너머로 머릴 돌려 눈 없이 자기 길을

찾는 듯 했습니다. - 59

 

: 그대가 손수 접대하고 데려 오시오.

여보 거트루드, 그가 당신 아들이

미친 근본 원인을 찾아냈다 하오

왕비 : 전 그게 주된 원인, 즉 아비의 죽음과

우리들의 성급한 결혼인 것 같아요. – 63

 

햄릿 : 내 둘도 없는 친구들, 어떻게 지내는가? 자네 길든스턴? 아 로젠크란츠. 여보게. 둘 다 어떻게 지내나?

로젠크란츠 : 보통 사람들처럼 그럭저럭 지냅니다.

길든스턴 : 지나치게 행복하지 않으므로 행복합니다. 행운의

여신이 쓴 모자 위의 단추는 아니지요.

햄릿 : 그렇다고 그녀의 신발 밑창은 아니겠지?

로젠프란츠 : 둘 다 아닙니다. 저하

햄릿 : 그럼 자네들은 그녀의 허리께 쯤, 아니면 중간 정도의 호의를 받으며 산단 말인가?

길든스턴 : 실은 허리 조금 밑에 살지요.

햄릿 : 그녀의 은밀한 부분에 산다고? , 그건 정말 사실이야. 그녀는 창녀니까. 무슨 소식이라도. – 72

 

배우 1 :  허나 누가 아 슬프다 낯가린 왕비를 봤더라면

맨발로 이리저리 뛰면서

솟는 눈물 불길을 위협하고

최근까지 왕관 썼던 그 머리엔 천 조각을

다산으로 지쳐 여윈 그 허리엔

공포의 경종 속에 집어 든 담요 두른 여왕

누가 그걸 봤더라면, 독에 담근 혀끝으로

운명 여신 통치에 반역을 선포했을 것이오.

헌데 만약 여러 신들이 자기 칼로 남편 사지를

짓궂게 저미면서 장난하는 피러스를

그녀가 봤을 바로 그 때 그녀를 봤더라면

즉시 터진 그녀의 통곡은

그들이 인간사에 전혀 무감동하지 않는 한

불타는 천상의 별들에게

눈물 젖을 흘리도록 만들고, 여러 신들의

격정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오. – 84

 

햄릿 : 내일밤에 해주게 필요한 경우 한 열두어 줄 내지 열여섯 줄쯤 외울 수 잇겠나? 내가 써서 거기에 끼우려 하는데 되겠나? – 85

 

햄릿 :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 건- 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 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건,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아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우리가 이 삶의 뒤엉킴을 떨쳤을 때

찾아올 지 생각하면 우린 멈출 수 밖에

그게 바로 불행이 오래오래 살아남는 이유로다.

왜냐면 누가 이 세상의 채찍과 비웃음,

압제자의 잘못, 잘난 자의 불손,

경멸 받는 사랑의 고통, 법률의 늑장,

관리들의 무례함, 참을성 있는 양반들이

쓸모 없는 자들에게 당하는 발길질을 견딜 건가?

단 한 자루 단검이면 자신을

청산할 수 있을진대, 누가 짐을 지고

지겨운 한 세상을 투덜대며 땀 흘릴까?

국경에서 그 어떤 나그네도 못 돌아온

미지의 나라, 죽음 후의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 의지력을 교란하고, 우리가

모르는 재난으로 날아가느니, 우리가

이는 재난을 견디게끔 만들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양심 때문에 우리들 모두는

비겁자가 되어 버리고 그럼에 따라

결심의 붉은 빛은 창백한 생각으로

병들어 버리고, 천하의 웅대한 계획도

흐름이 끊기면서 행동이란 이름을 잃어버린다.

가만 있자, 고운 오필리아

요정이요, 그대의 기도 가운데

내 모든 죄를 잊지 말아주소서. – 96

 

햄릿 : 당신이 결혼을 하겠다면 다음과 같은 저주를 지참금으로 주지. 당신이 얼음처럼 순결하고 눈처럼 순수해도 비방을 면치는 못할 거야. 수녀원으로 가. 잘 가. 그래도 결혼을 해야겠으면 바보와 하라고. 현명한 사람들은 여자들이 자기네를 어떤 괴물로 만드는 지 족히 아니까. 수녀원으로 가라고, 자 어서 빨리. 잘 가 – 99

오필리아 : 천사들이여 이 분을 회복시키소서. – 99

자기 안의 괴로움이 큰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것의 가장 큰 영향은 내 안에서 사랑하는 역량, 범위를 한정한다는 것.

 

왕과 왕비 등장, 왕비가 왕을, 왕이 왕비를 포옹한다. 그녀가 무릎 꿇고 그에게 맹세하는 모습을 보인다. 왕이 그녀를 일으키고 머리를 숙여 그녀 목에 갖다 댄다. 왕은 꽃언덕 위에 몸을 뉘고 왕비는 그가 잠든 것을 보고 떠난다. 곧 또 다른 남자가 들어와 그의 왕관을 벗기고, 거기에 입맞추고 자는 사람의 귀에 독을 붓고 자리를 뜬다. 왕비가 돌아와 왕이 죽은 것을 알고 격렬한 몸짓을 보인다. 독살자가 서너 명을 데리고 다시 들어온다. 그들은 그녀를 위로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체가 옮겨지고 독살자는 왕비에게 선물로 구애한다. 그녀는 한동안 차갑게 구는 것 같으나, 결국 그이 사랑을 받아들인다. – 108

이 왕비는 남편을 독살한 시동생과 결혼했다. 그의 아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남편의 유령을 보고 번민한다. 이런 꼬인 집안을 어찌할까? 모든 불화와 반목의 씨앗이 문제다. 그게 무엇이든 뿌린 당사자는 지나가도 반드시 대가가 있는 것 같다. 권선징악은 아니라도. 이 비극은 결국 값을 받아낸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나 역시 이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극의 제목은 무엇이냐?

햄릿 : <쥐덫>이오. 거 참 기막힌 비유지요. 공작의 이름은 곤자고, 그의 부인은 바티스타이며 곧 보시게 될 겁니다. 악랄한 작품이지만 그게 뭔 상관입니까? 그것이 전하와 죄 없는 영혼을 가진 저희들은 건드리지 못 한다구요. 찔리는 게 있는 놈이 움츠리지 우린 떳떳합니다. - 113

  

햄릿 : 그래 이 보라고. 자네가 날 얼마나 형편없는 물건으로 생각하나. 자넨 날 연주하고 싶지. 내게서 소리 나는 구멍을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아. 자넨 내 신비의 핵심을 뽑아내고 싶어하는 것 같아. 나의 최저음에서 내 음역의 최고까지 울려보고 싶어. 그렇다면 여기 이 조그만 악기 속에 많은 음악이, 빼어난 소리가 들어 있어. 그런데도 자넨 그걸 노래 부르지 못해. 빌어먹을. 자넨 날 피리보다 더 쉽게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나를 무슨 악기로 불러도 좋아. 허나 나를 만지작거릴 순 있어도 연주할 순 없어. – 119

이런 악기가 아니라도 자신이 악기라면 할 수 있는 만큼 불리워졌으면 좋겠다.

 

햄릿 : 지금은 바로 마법의 밤시간. 교회마당

묘지가 입 벌리고 지옥 자체가 세상으로

역병을 내뿜는 때다 난 지금 뜨거운 피 마시고,

낮에 보면 벌벌 떨 독한 짓을 할 수 있다.

그만, 이제 어머니에게로 오 마음이여

효성을 잃지 마라, 확고한 이 가슴에

네로의 영혼은 절대 들지 말게 하라.

잔인하되 불효는 말아야지.

칼같이 말하지만 칼을 쓰진 않을 테야

내 혀와 내 영혼이 이 점에선 위선자길

즉 말로는 그녀를 어떻게 꾸짖든

그 말의 인준에는 내 영혼이 절대 동의 말기를 - 121

 

: 아 내 죄 썩은 내가 하늘까지 나는 구나.

나 인류 최초의 형제를 죽인

저주를 받고 있다. 난 기도할 수 없다.

물론 의향은 의지만큼 뚜렷하나

더 강한 죄의식이 내 강한 의도를 꺾어 버리니

난 두 가지 일에 매어 있는 사람처럼

어느 쪽을 먼저 할까 멈춰 서 있다가

둘 다 못하는구나. 저주받은 이 내 손에

형의 피가 겹겹으로 묻었다 한들

그걸 눈처럼 희게 씻어줄 만큼의 빗물이

저 자비로운 하늘엔 없는가? 죄의 얼굴을

마주보게 도와주는 것 밖에 자비가

뭐 하러 있는가? 또 기도에 이중의 힘,

타락 전에 우릴 막고 후에는 용서하는

그 힘 박에 뭐가 있지? 난 위를 보리라. – 123

기도를 있다. 죄지은 그가. 그리고 죄지은 그는 죄지은 나일 수도 있다. 기도도 하지 말라고 한다면 감옥에서의 종교는 다 필요가 없는 거겠지. 사람은 참 어찌 살아야 하나? 죄를 짓더라도 기준은 있어야 하고, 그래서 또 반성을 하고, 또 잘못하고, 되풀이 하고….

 

햄릿 : 쓰레기 넝마 같은 놈의 왕

(유령 등장)

천군 천사들이여, 이 몸 위에 나래 펴고

구원해 주소서. 어인 일이시옵니까?

왕비 : 아 쟤가 미쳤다.

햄릿 : 게으른 당신 아들을 꾸짖으러 오신 게 아닌지요?

시간을 놓치고 열정이 식어,

당신의 엄명을 급히 실행 못한 저를

말씀하소서.

유령 : 잊지 마라. 이번 방문으로

거의 무뎌진 네 결심을 벼리려 할 뿐이다.

헌데 봐라. 네 어미가 크게 놀랐구나.

, 자기 영혼과 싸우는 그녀를 말려라.

망상은 가장 약한 몸에 가장 강하단다.

어미에게 말 걸어라. 햄릿. – 131

 

: 바싹 따르라. 잘 감시하고 부탁이다.

오 이건 깊은 고뇌의 독이로다

이 모두가 제 아비의 죽음에서 생겨났어.

슬픔이란 청병은 한 사람씩 오지 않고

대부대로 몰려오오. 먼저 그 애 아비가

살해된 다음, 당연한 추방의 난폭한 장본인,

당신 아들 떠나고, 백성들은

폴로니어스 죽음 놓고 망상과 억측으로

혼탁 불온 흙탕 같소. 헌데 관인은 그를

허겁지겁 졸속 비밀 매장했고,

불쌍한 오필리아는 실성, 그 능력 없인

사람이 그림이나 짐승이 될 올바른 판단력과

분리됐고, 이 모두에 필적할 중대사로

걔 오라비가 은밀히 프랑스에서 돌아와

자신의 의구심을 집어먹고 뜬구름에 싸였는데

아비의 죽음 놓고 독설로 그의 귀를 오염시킬

험담꾼들이야 부족하지 않을 테니

그자들은 필연코 사실이 궁하기 때문에

과인을 이 사람 저 사람 귀에 주저 없이 고발할 것이오. 오 여보 거트루드

이건 포도탄처럼 곳곳에서 나를 여러 번 죽이오. – 155

악인인데 그 악인이 이렇게 후회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한 사람 안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고, 여러가지 모습이 순간순간 바뀐다.

 

레어티즈 : 차분한 피 한 방울만 있다 해도 난 사생아,

아버님은 오쟁이진 남편이었고,

진실한 어머님의 순결무구한 바로 그 이마엔

창녀 낙인 찍혔을 거요. – 156

 

오필리아 : (노래) ‘맨 얼굴로 관 위에 얹고 갔지, 무덤 속엔 눈물이 빗발쳤고내 사랑 그대여 안녕. – 159

슬프다. 오필리아는 갸냘프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상상된다. 마음이 얇아서 쉬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는 성품의 여자.

 

오필리아 : 회향꽃 여깄어요. 그리고 매발톱꽃도, 당신에겐 운향꽃을. 그리고 나도 좀 갖고요. 일요일엔 그것을 은혜초라 불러도 괜찮아요. 당신은 운향꽃을 좀 다르게 꽂아야 되겠는데 들국화 여깄어요. 당신에겐 오랑캐꽃을 드리고 싶지만,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죄다 시들어 버렸어요. 그분은 끝이 좋았다고들 해요.

(노래 ) ‘귀염둥이 그 사람 내 기쁨 모두니까

레어티즈 : 비애와 번민, 고통과 지옥까지도 누이는 매력으로, 멋으로 바꾸는구나.

오필리아 (노래)

그 분 다시 안 오실까?

그분 다시 안 오실까?

아냐 아냐 가신 사람

무덤으로 가신 사람

절대 다시 아니 오리

그분 수염 흰 눈 같고

그분 머리 호호백발

가셨으니, 가셨으니

우리 한탄 속절없네

그분 영혼 살펴주오. – 160

 

왕비 : 비탄이 비탄의 고리를 물고 너무 빨리 오는구나. 네 누이가 익사했다. 레어티즈 – 171

거울 같은 물 위에 하얀 잎을 비추며

냇가에 비스듬히 수양버들 자라는데

그것으로 네 누이가 기막힌 화환을

미나리아재비, 쐐기풀, 들국화, 그리고

입 건 목동들은 더 야하게 부르지만

정숙한 처녀들은 죽은 이 손이라는

야생란과 엮어서 만들었지.

흰 가지에 풀꽃관을 걸려고 올라가다

한 짓꿎은 실가지가 부러져

풀화환과 네 누이가 울고 있는 개울로 떨어졌어.

입은 옷이 쫙 퍼져 그녀는 인어처럼 잠시 뜬 채

옛 찬가 몇 구절을 그 동안에 불렀는데

자신의 위기에는 무감하게 되었거나

마치 물에서 태어나고 거기에 적응된

생물 같아 보였지. 그러나 멀지 않아

그녀의 의복이 마신 물로 무거워져

곱게 노래하는 불쌍한 그 애를 진흙 속

죽음으로 끌고 갔어. – 172

아 슬프다.

 

햄릿 : 빌어먹을, 어쩔 건지 보여달란 말이다.

울 테냐, 싸울 테냐, 악어를 먹을 테냐?

나도 그러마, 하소연하려고.

무덤에 뛰어들어 도전하려 여기 왔어?

산 채로 그녀와 묻힌다면 나도 그러마

또 네가 산 이름을 떠벌리면

우리 위에 억만 톤의 흙을 덮자

이 땅이 머리를 태양에 그을리고

오싸 정상이 사마귀만할 때까지.

그래. 네가 큰소리 친다면 나도 너만큼 장담하마. – 188

 

햄릿 : 아무 상관 없어. 우린 전조를 무시해.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데도 특별한 섭리가 있잖은가. 죽을 때가 지금이면 아니 올 것이고, 아니 올 것이면 지금일 것이지. 지금이 아니라도 오기는 할 것이고. 마음의 준비가 최고야. 누구도 자기가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지 모르는데, 일찍 떠나는게 어떻단 말인가? 순리를 따라야지. – 199

 

햄릿 : 여보게, 날 용서하게. 내가 잘못했어.

그러나 자네는 신사이니 용서하게.

내가 정신이상으로 어떻게 벌 받았는지

여러분이 알고 자네도 필시 들었겠지.

내가 했던 일,

자네의 효성, 명예심, 그리고 반감을

거칠게 일깨웠을 그 일은 광기였음을

여기서 공언하네

햄릿이 레어티즈에게 잘못해? 햄릿은 절대 아냐.

햄릿이 자기 자신과 분리되어 자기가 아닐 때

레어티즈에게 잘못하면 그건 햄릿 짓이 아니라고.

햄릿은 그걸 부인하네. 그럼 누가 했지?

그의 광기야, 그렇다면

햄릿은 피해를 입은 쪽에 속한 거지.

그의 광기가 불쌍한 햄릿의 적이야.

, 여러분 앞에서

 내 악행이 의도적이 아니었음을 밝히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해방시키고

내가 지붕 너머 활을 쏘아

내 형제를 다쳤다고 봐주게 – 200

 

레어티즈 : 여깁니다. 햄릿. 왕자님은 살해됐소.

이 세상 어떤 약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 몸 안엔 반 시간의 생명도 안 남았소.

배신의 흉기는 왕자님 손 안에 있습니다.

끝 곧고 독 묻은 채, 흉계가 제 자신에게

되돌아온 거지요. 보십시오. 전 쓰러져

다시는 못 일어나오. 모후께선 독살 됐소.

이제 기운이 없소. , 왕의 책임입니다.

햄릿 : 칼 끝에 독이라고! 그럼 독이여 퍼져라 (왕에게 상처를 입힌다.)     

옛다, 이 근친상간, 살인하고 저주받은 덴마크 왕, 독배를 비워라. 네 합진주가 여깄느냐? 어머닐 따르거라. – 205

죽고 죽이고, 칼로 찌르고, 독을 마시고..아 비극은 읽기 힘들다. 근데 뭘 자꾸 들여다 보라고 하는 것도 같다. 코미디 뒤로, 보이는 곳 뒤로 감추어둔 것들에 대해. 미친 오필리아의 노래와 익사 장면의 슬픔이 뭔가를 정화하는 건가? 모르겠다. 햄릿의 슬픔이, 답답함이 뭔가를 정화하는가? 모르겠다.  

 

레어티즈 : 그는 죽어 마땅하오.

스스로 준비한 독약이었소.

용서를 나눕시다. 햄릿 왕자님

저와 부친 죽음 그대 탓 아니고

그대 죽음 또한 제 탓이 아니기를 (죽는다) - 205

 

 

맥베스

 

맥베스 작품 해설 (135)

 

<멕배스>에서 셰익스피어는 이전의 세 비극과는 좀 다른 유형의 주인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비극의 주인공 맥베스는 명백하고 의도적인 살인을 여러 번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 135

 

맥베스의 덩컨 왕 시해는 마녀들의 유혹과 아내의 부추김이 있었다고는 하나 분명히 계획적인 범죄이다. 그리고 뒤따라 벌어지는 뱅코와 맥어프 부인 및 아들의 살해 또한 맥베스의 지령을 받은 자객들에 의한 의도된 범죄이다. – 136

 

맥베스의 비극의 본질은 고귀한 악행이라는 하나의 모순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 136

 

맥베스의 살인은 인륜과 도덕을 저버리는 그야말로 잔인무도한 행위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첫번 째 이유는 그가 악의 유혹에 빠져 드는 상황의 특수성에 있다. 그것은 마치 천지의 사악한 기운을 몰고 와서 그를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놓는 듯한 마녀들의 역할에서 나타난다. – 136

 

충신 맥베스의 마음에 역심을 품게 만드는 것은 바로 사실과 예언의 중간 지점, 이성을 흐리게 하고 욕심의 안개를 일으키는 두번 째 말이다. 게다가 그런 말을 하는 주체의 존재 자체가 불안정하여 그 실체와 허상을 구별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1 3 81~82) 그 성별조차 불확실하여 남성인지 여성인지 분간이 안가는 경우에 (1 3 45~47) 그의 마음에 일어나는 심리적인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그의 양심은 선악의 경계선을 보다 쉽게 넘어갈 것이다. – 139

 

그의 욕망이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게 되면 그것은 도덕적인 선과 악으로 양분되어 갈등하기 시작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맥베스가 품고 있는 야심이다. 하지만 멕베스의 경우 야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의 표현방법이다. 맥베스의 갈등은 언제나 양심과 야심, 선과 악, 충성심과 역심과 같은 상반되는 가치의 대립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이분법적인 사고 구조와 표현 방식이야말로 맥베스의 혼란을 가중시켜 그를 점점 더 깊은 갈등으로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맥베스를 동정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그를 사악한 살인범이 아니라 인간성의 고귀함을 입증하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주 원인이다. 맥베스의 이분법적인 갈등이 치열하면 할수록 빛을 발하는 것은 그의 악한 마음이 아니라 그것을 억제하고 싶어하는 그의 선한 마음 때문이다. – 140

 

맥베스의 갈등은 그의 죽음으로 극이 끝날 때까지 때로는 선한 힘이 때로는 악한 힘이 전면에 부각되지만 언제나 이분법적으로 표현되고 있고 그 치열하고 생생한 묘사로써 우리에게 악의 위력 못지않게 끈질긴 선의 힘을 보여준다. – 145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5 5 23~28)

 

멕베스는 여기에서 자기 삶의 허무와 절망의 극치를 드러내고자 한다. 적어도 지금 그의 처지에서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이 인생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아온 관객이나 독자의 입장은 다르다. 왜냐하면 맥베스의 허무한 인생 결산에서 우리가 듣는 것은 삶의 철저한 부정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강력한 염원이기 때문이다. 삶의 무의미를 이토록 깊이 꿰뚫어 보는 이 사람은 지상 최고의 권력을 통해 삶의 의미를 최대로 맛보려 했던 바로 그 맥베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러운 건 고웁다라는 마녀들의 궤변은 다시 한 번 그 힘을 발휘한다. 맥베스의 악행은 그의 삶과 고통과 죽음을 통하여 인간성의 고귀함을 비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 146

 

본문 인용문

 

맥베스 : 말하라 당신들은 무엇이냐?

마녀 1 : 맥베스를 환영하라! 글래미스의 영주시다

마녀 2 : 맥베스를 환영하라! 코도의 영주시다

마녀 3 :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다. (1 3)- 21

마녀들의 말을 듣고서 그는 행동을 결정한다. 이걸 욕할 수 있을까? 나도 이런 면이 아주 많다. 그래서 행동의 근거를 남이 물으면 답을 못 할 때가 있다. 

 

맥베스 부인 : ….당신은 글래미스, 코도이고 약속받은 것 또한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성품이 걱정돼요.

최고로 빠른 길을 택하기엔 너무나

인정미가 넘쳐요. 꼭 하고 싶은 것을

경건하게 바라지요. 속임수는 안 쓰지만

부정하게 얻고 싶죠. 위대한 글래미스

당산은 날 갖고 싶으면 이렇게 해야만 돼.”

이렇게 외치고 있는 걸 갖고 싶고

실행은 두렵지만 없었기를 바라지는

않을 일을 하고 싶죠. 어서 이리 오세요.

그래서 당신 귀에 내 혼을 불어넣고

운명과 초자연이 씌워줄 것 같은 금관에

당신의 접근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용맹스러운 내 혀로 꾸짖을 수 있도록 (1 5 16~31) – 31

 

맥베스 부인 : 그럼 무슨 짐승이

내게 이 계획을 발설하게 시켰어요?

이 일을 감행코자 했을 때 당신은 남자였고

전보다 더 과감해져 훨씬 더 큰 남자가

되려고 했어요. 당시엔 시간과 장소가

안 맞아도 당신이 맞추려고 했는데

저절로 맞춰지니 이젠 그 적절함 자체가

당신 기를 꺽는군요. 난 젖 빨린 적 있어서

내 젖 먹는 아기 사랑 애틋함을 알아요.

난 고것이 내 얼굴 보면서 웃더라도

이 없는 잇몸에서 젖꼭지를 확 뽑고

골을 깼을 거예요. 내가 만일 당신처럼

이 일 두고 맹세했더라면. (1 7 48~59) – 39

맥베스 부인은 끝까지 별로 흔들리지 않고 악인의 모습을 유지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싸이코 패스들은 그렇다고 했지.

 

맥베스 부인 : 의지가 약하기는!

그 단검 이리 줘요. 자는 사람 죽은 사람

그림 같을 뿐인데, 그림 속의 악마는

애들의 눈에나 무섭지요. 그가 피를 흘리면

시종들의 얼굴에 발라줄 거예요.

그들의 죄로 보여야 하니까 (2 251~56) – 48

 

문지기 : 맞습니다. 나리. 우린 둘째 닭이 울 때까지 진탕 들이켰습죠. 나리 술이란 세 가지를 크게 자극합죠.

맥더프 : 술이 특히 자극하는 셋이란 무엇인가?

문지기 : , 나리, 딸기코와 잠과 오줌이랍니다. 색욕은 그놈이 일으켰다 없앴다 하지요. 욕망은 일으키되 능력은 빼앗습죠. 그래서 과음이란 색욕에게 궤변을 떠는 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자식을 성냈다가 풀 죽게, 부추겼다가 떨어지게, 설득했다가 실망하게, 세웠다가 주저앉게 만듭죠. 결론적으로 색욕을 궤변으로 속여서 자빠뜨린 다음에 떠나버린답니다.

맥더프 : 술이란 놈이 지난밤 자넬 자빠뜨렸구먼.

문지기 : 그 놈이 나리. 바로 제 목을 눌렀습죠. 그렇지만 제가 보복했답니다. (제 생각에) 놈에겐 제가 너무 힘센지라, 놈이 때론 제 다리를 잡았지만 그 놈을 메다꽂고야 말았습죠. (2 3 28~41) – 51

술에 대한 이 말이 재미있다. 외웠다가 술 마시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

2 4장 로스와 노인 등장

노인 : 육십하고도 십 년을 난 분명히 기억하오

그 세월의 책에서 끔찍한 시절과

이상한 것들을 봐왔지만 무서운 지난밤은

옛 지식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로스 : 아 노인장

하늘이 인간의 행위를 괘씸하게 여기는 듯

지상을 위협하고 있소이다. 시간은 낮인데

검은 밤이 운행하는 태양을 목 조르오

생명의 햇빛이 대지에 입 맞춰야 할 때에

무덤 같은 이 어둠은 밤의 기승 탓입니까?

낮의 창피 탓입니까?

노인 : 순리에 어긋나오

저절저진 그 일처럼. 지난 화요일에는

사냥매 한 마리가 한껏 높이 솟았다가

쥐나 잡는 올빼미에 습격 당해 죽었다오.

로스 ; 아름답고 발 빠른. 그 무리의 총아인

덩컨 왕의 말들도 (괴이하나 사실이오)

성정이 거칠어져 마구간을 부수고

인간과 전쟁을 하려는 듯 복종을 거부하며

뛰쳐나갔답니다.

노인 : 서로를 물어뜯었다는데 (2막 장 1~19) – 59

노인의 말이 인상 깊다. 세월의 책에서 이런저런 것을 봐왔다는 게.

 

자객 1 : 폐하, 저희들도 사냅니다.

맥베스 : 그렇지

목록에선 너희들이 사나이로 통하지

사냥개, 회색빛 사냥개, 잡종개,

삽살개, 똥개, 털개, 물개와 늑대개

모두가 개라고 불리듯, 하지만

감정서엔 빠른 놈, 느린 놈, 똑똑한 놈,

집개와 사냥개 등 풍요로운 자연이

각자에게 넣어준 재능 따라 모두가

구별되어 적혀 있어. 그래서 그 전체를

싸잡아 써놓은 명단과는 별도의 호칭을

부여 받고 있는 거지. 사나이도 꼭 같아.

, 너희들이 문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사나이 말단이 아니라면 말을 해봐.

그럼 내가 그 가슴에 일거리를 안겨주고

그것이 성사되면 너희들은 원수를 없애고

과인의 총애를 철석같이 붙잡게 돼.

그가 살면 내 건강은 병자와 같지만

죽으면 완벽해 (3 1 93~109) – 66

 

맥베스 부인 : 소득 없이 기진맥진

만족 없는 욕심을 채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이고 불안한 기쁨을 느끼느니

죽임을 당하는 게 더 편한 법이다.

 

맥베스 등장

 

아 폐하, 어찌하여 외로이 계십니까?

극도로 암울한 환상들을 벗 삼고

생각나는 그들과 함께 죽었어야 할

생각들을 친구 삼아, 해결책이 없는 일은

고려하지 마세요. 끝난 일은 끝났어요.

맥베스 ; 우린 뱀을 죽이지 못했소. 상처만 입히고.

그놈이 회복되면 우리의 서투른 악행은

옛 이빨의 위험을 못 벗어날 것이오.

하지만 과인이 공포 속에서 식사하고

이 무시무시한 악몽의 고통 속에

밤마다 떠느니, 차라리 우주는 해체되고

천지는 무너져라. 마음의 고문으로

안절부절 얼빠진 채 누워 있는 것보다

마음 편해 보자고 침묵 시킨 죽은 자와

동거함이 더 낫겠소. 덩컨은 무덤에서

인생의 발작 열이 지나간 뒤 잘 잡니다.

최악의 대역죄 덕분에 칼이나 독약이나

내우나 외침이나 어떤 것도 그를 더 건드릴 수 없게 됐소. (3 3 3~26) – 70

 

맥베스 ..얼굴에 피 묻었어.

자객 ; 뱅코의 것입니다.

맥베스 : 사람보다 그 피를 보는 것이 더 좋구나. 해치웠어?

자객 ; , 폐하. 그의 목을 잘랐는데 제가 직접 했습니다.

맥베스 : 넌 목 베기의 명수다.

하지만 플리언스를 처치한 사람도 훌륭해.

만약 네가 했다면 넌 천하무적이야.

자객 : 국왕 폐하..플리언스는 도망쳤습니다.

맥베스 : 내 발작이 도지는군. 안 그러면 완벽한데.

티 없는 대리석, 부동의 바위처럼

자유롭고 거침없는 주위의 대기처럼

하지만 난 지금 건방진 의심과 두려움에

구속, 감금되었어. 뱅코는 틀림없지?

자객 : , 폐하, 개골창에 쳐박혀 머리에 큰 상처를

스무 개나 입었으니 틀림이 없습니다.

작은 거라도 죽습니다.

맥베스 : 고맙구나.

큰 뱀은 뻗었고, 달아난 작은 뱀은

천성이 때가 되면 독을 품을 것이지만

당장은 이빨이 없을 터, 물러가라

내일 다시 우리 서로 주고받자 (자객 퇴장) 3 4 13~32– 75

 

레녹스 ; 여깁니다. 폐하, 어인 일로 동요하십니까?

맥베스 : 이런 일을 누가 했소?

귀족들 : 무엇을 말씀이오?

맥베스 : 내가 했단 말 못하오. 피투성이 머리칼을

절대 내게 휘두르지 말라고.

로스 : 여러분 일어나요. 폐하께서 편찮으십니다.

맥베스 부인 ; 앉으세요. 여러분 종종 저러십니다.

젊은 시절부터요. 제발 앉아 계십시오.

발작은 순간이고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지십니다. 여러분이 주목하면

화내실 것이고, 격정은 연장될 터이니

드세요. 개의치 마시고, 당신이 남자예요?

맥베스 : 암 담대한 남자지. 악마가 바라봐도

오싹한 것조차 난 노려봐.

맥베스 부인 ; 말이나 못하시지

이런 바로 무서워서 헛것을 본 거예요.

허공에서 당신을 덩컨에게 데려갔던

그 단검이예요. (진정한 공포를 사칭하는)

이 격정과 놀람은 겨울철 불가에서

할멈 믿고 아낙네가 떠벌리는 얘기에나

잘 어울릴 겁니다. 정말로 창피 해요!

왜 그런 얼굴을 하세요? 다 끝난 일인데

의자만 쳐다봐요?

맥베스 : 저길 좀 보시오.

잘 봐요. 보라고요. , 어떻소?

왜 내가 걱정하지/ 끄덕이면 말도 해봐.

납골당과 무덤에서 우리가 묻은 자를

되돌려 보낸다면 솔개들의 밥통을

묘지로 써야겠다.   (유령 퇴장)

맥베스 부인 ; 아니 기가 꺽여 망발까지?

맥베스 : 틀림없이 보았소

맥베스 부인 : 아이참 창피해요.

맥베스 : 사람 피는 전에도 흘렸다. 자비로운 법률로

사회가 정화되어 평화롭기 전에도

그렇지. 그 후에도 듣기에도 끔찍한

살인이 자행됐다. 지나간 시절엔

뇌수가 터지면 사람이 죽었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리에 치명상을

스무 개나 입고도 또다시 일어나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 어떤 살인보다

이게 더 괴이하다. (3 4 48~83) – 78

 

맥베스 ; 남자가 덤비는 건 나도 덤벼.

털북숭이 러시아 곰, 무장한 코뿔소나

히르카니아 범처럼 나에게 다가와 봐.

그 모습만 아니라면 탄탄한 이 근육은

절대 떨지 않을 거다. 혹은 다시 살아나

칼 가지고 나에게 사막에서 덤벼봐.

그때 내가 떨거든 갓 난 계집애라고

딱 잘라 말하라. 물러가라. 공포의 그림자야!

거짓된 환영아, 물러가라! (유령이 사라진다)

그래, 가고 나니

난 다시 남자다. 여러분 앉으시오 (3 4 99~109) – 79

 

4 1장 천둥. 세 마녀 등장

마녀 1 : 얼룩 무늬 고양이는 세 번 울고

마녀 2 : 세 번이야. 고슴도친 한 번 울고.

마녀 3 : 하피어가 울었어. 때가 왔다. 대가 와

마녀 1 : 가마솥 주위를 돌아라

독 오른 창자를 던져라

차가운 바윗돌 밑에서

밤과 낮 서른에 하루를

몸에서 독기를 뿜어온

잠자다 잡혀온 두껍아.

네놈이 맨 먼저 끓어라.

마법의 약단지 속에서

모두 : 곱으로, 곱으로, 고역과 고통을.

불은 타고 가마솥은 끓어라.

마녀 2 : 늪지대 뱀의 살점아

가마솥 안에서 익어라.

도롱뇽 눈, 개구리 발

박쥐 털과 개 혓바닥

독사 혀, 눈먼 뱀 독침에

도마뱀 다리와 부엉이 날개야

크나큰 고통의 마약을 만들게

지옥 죽 끓이듯 끓어라

모두 : 곱으로, 곱으로, 고역과 고통을

불은 타고 가마솥은 끓어라.

마녀 3 : 용 비늘, 늑대의 이빨과

마녀들 미라와 포식한

상어의 밥통과 아가리

밤중에 캐어낸 독근초,

저주하는 유대인 간덩이,

양 쓸개, 월식 때 절취한

주목의 실가지, 터키인 코,

타타르 사람들 입술과

창녀가 개천에 내지른

목 졸린 아기의 손가락이

탁하고 진한 죽을 만든다.

호랑이 내장을 더해라

우리들 가마솥 약재로

모두 : 곱으로, 곱으로 고역과 고통을

불은 타고 가마솥은 끓어라.

마녀 2 : 원숭이 핏물로 식혀라.

그러면 마약은 확실해.

헤카테 : 오 잘 했어 고생이 많구나.

모두가 이득을 나눌거냐.

자 요정과 선녀처럼 원 그리고

던지는 모든 것에 마술 걸며

가마솥 주변에서 노래해 봐. (4 1 1~45) – 88

마녀들이 항아리 주위에서 노래 부른다. 여기에는 헤카테 여신이 직접 나온다. 참으로 해괴한 걸 넣는다. 저런 걸 구하기도 힘들겠다. 그 중에 아름다워서 남들이 지니고 싶어하는 것도 별로 없다. 그런데 불카누스의 화산 아래 용광로처럼 마녀의 항아리는 뭔가를 화학적으로 변성시키는 장면, 근거로 느껴진다. 내가 마녀 장면에 홀리는 것은 어쩌면 연금술에 매혹당함, 또는 사람의 화학적인 변화에 관심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게도 항아리는 없지만 존재의 테이블로 쓰고 있는 할머니 두레반이 있지. 증조할머니가 두레반은 50년은 묵은 상이다. 여기서 여러 대의 식구들이 밥을 먹었다. 나도 이 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모닝페이지를 쓴다. 내 아침의 첫 일과다. 둥근 마녀의 마술 가마솥, 둥근 두레반은 모두 여성성을 의미한다. 이 상징은 그런 것 같다. 나도 여기서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도대체 연구원이 삶의 혁명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벌써 3달도 더 넘고 10권째의 북리뷰를 여전히 저급으로, 직장에 민폐를 끼치면서 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내 삶에 혁명을 가져올 수 있을까?        

 

맥더프 : 누구 거요?

만인의 관심사요. 한 사람이 안아야 할

개인적인 슬픔이오?

로스 : 정직한 사람이면

나눠 가질 비애지만 그 주된 부분은

당신에게만 해당되오.

백더프 : 만약 내 것이면

감추지 마시고 빨리 알려주시오.

로스 : 그 귀로 내 혀를 영원히 경멸하지 마시오.

한번도 못 들어본 최고로 무거운 소리를

들려줄 터이니

맥더프 : 음 짐작이 갑니다.

로스 : 당신 성이 기습당해 부인과 아이들이

짐승처럼 도살됐소. 그 방법을 얘기하면

살해당한 가족들의 시체 더미 위에다

당신의 주검을 더할 거요.

맬컴 : 그럴 수가

이보시오. 모자를 눈 아래로 끌지 말고

슬픔을 말하시오. 비탄이 입 못 열면

미어지는 가슴에게 터지라고 속삭인답니다.

맥더프 : 아이들도?

로스 : 부인과 아이들, 하인들

발각된 모두 다

맬컴 : 자 우리, 위대한 복수의 약을 지어

치명적인 이 비탄을 치료해 봅시다. (4 3 196~216) - 111

부인과 아이들이 자객에게 살해당하고 구사일생으로 혼자 살아난 이 남자의 비탄을 치료할 약은 복수라고 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내가 잘 사는 거랬는데. 또 문제 많은 부모, 상처 많은 집안에서 살아남는, 또는 공헌하는 최고의, 최초의 방식은 분화랬는데. 

 

전의 : 더러운 소문이 떠돕니다. 이상한 행위는

이상한 문제를 일으키니 그걸 본 자들은

귀먹은 베개에다 비밀을 토할 거요.

그녀는 의사보다 신부가 더 필요하오.

하느님, 저희 죄를 사하소서. 돌보시오.

자해의 수단을 모조리 제거하고

언제나 지켜보오. 편안한 밤 보내시오.

내 마음은 혼동에, 내 눈은 혼란에 빠졌소.

생각은 있지만 말 못하오 (5 1 70~77) – 116

 

맥베스 : 무서움의 맛을 나는 거의 잊어버렸다.

한밤에 비명 듣고 내 모든 감각이

오싹 했던 때도 있고, 내 머리 가죽이

암울한 말 들으면 산 것처럼 일어나

꿈틀거린 적도 있다. 난 공포를 포식했어.

살기 품은 내 생각에 흔히 있는 전율에도

놀랄 수가 없으니까.

 

세이튼 다시 등장

 

세이튼 : 폐하, 왕비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맥베스 : 이 다음에 죽었어야 하는 건데

그런 말에 맞는 때가 있게 될 테니까.

내일과 또 내일과 그리고 또 내일은

이렇게 옹졸한 걸음으로 하루, 또 하루

기록된 시간의 최후까지 기어가고

우리 모든 지난날은 바보들의 죽음 향한

질을 밝혀 주었다.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 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5 5 9~27) – 124

인생이 이런 걸까? 배우가 활개치다 내려가는 무대

 

맥베스 : 놈들이 날 말뚝에 매어놨다. 도망도 못 치고

곰처럼 싸워야만 하겠구나.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자가 누구냐? 없다면

난 아무도 안 두렵다.

 

시위드 청년 등장

 

시위드 청년 : 네 이름은?

맥베스 : 들으면 두려울 것이다.

시워드 청년 : 난 아냐, 지옥의 누구보다 더 독하게

널 부른다 할지라도

멕베스 : 내 이름은 맥베스다.

시워드 청년 : 사탄이라 할지라도 더 미워할 이름을 들려주지 못할 거다.

맥베스 : , 더 두려운 이름도

시워드 청년 : 거짓이다. 가증스러운 폭군아. 내 칼로 네 거짓을 입증하마.

(둘이 싸우다가 시워드 청년이 살해된다)

맥베스 : 넌 여자가 낳았어.

칼 따위는 우습고 무기는 가소롭다. (5 9 4~14) – 128

 

맥베스 : 항복하지 않을 테다

나이 어린 맬컴의 발 밑 땅에 입 맞추고

잡놈들이 욕 퍼붓는 놀림감은 안될 거다.

던시네인 언덕으로 버남 숲이 오기는 했지만

대적하는 네놈이 여자 소생 아니긴 하지만

난 끝까지 해보겠다. 이 도전의 방패를

내 몸 앞에 던진다. 덤벼라. 맥더프. 그리고

멈춰라고 하는 놈은 지옥에나 떨어져라!

(싸우며 모든 퇴장, 경종, 싸우며 다시 등장하고 맥베스가 살해된다.) (5 9 27~29)-131

 

첫번째 셰익스피어 읽기는 20126 12일 화요일이 마감이었다. 주말에 있었던 오프수업을 다녀와서 헐레벌떡 책을 읽었다. 책은 어렵지 않았고 분량이 부담없었다. . 리어왕 맥베드 햄릿 순서로 읽었는데 특히 햄릿은 거의 후루룩 읽었다. 꼼꼼히 읽지 않았다. 리어왕은 미리 읽어두었고 나머지는 월요일에 읽기 시작했고 타이핑은 화요일에 했다. 파랑색 감상은 수요일에 썼다. 그러니까 12시에 제출해놓고 난 다음에 더 손을 보았다. 여전히 타이핑을 출근해서 하는 문제가 있었다.

 

열번 째 북리뷰였다. 50권 중 20%가 끝이 났다. 4월 5월이 지났다. 6월도 2주가 지났다. 이 책에 과제를 삼는다면

 

1)     셰익스피어가 있는 풍경에 대한 글 써보기

 

어쩌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입시 압박을 받기 전, 가장 자유롭게 공부하고, 나다웠던 중3 열여섯과 고1 열일곱 시절 일부 동안의 내 방과 나를 이루는 풍경이나 에피소드 몇 가지를 회상해 보다 보면 어떤 힌트를 얻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솔직히 내 삶에 관심 있지, 듣고 잊어버릴 게 분명한 영국 지명, 인명을 암기하고 싶지 않다. 작가 인생을 관통하는 흐름은 알고 싶다. 그래서 저서 이름도 영어로 안치고 대략 쳤다. 영어 타이핑이 느리기도 하고, 내가 만약 그의 다른 작품을 읽는다면 한글 제목으로 검색해서 읽지 영어 제목까지 검색해 읽지는 않을 거기 때문이다. 

 

2)     과제에 대한 집중이라기 보담 주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읽고 쓰는 이걸 일과로 들여와야 한다. 나의 리듬을 습관 속에서 만들어 내야 한다.

사부님과 동기들이 동행하는 연구원 1년은 혼자 가는 이후의 출발이고 시작이라고 선배 중 한 분이 말했다.

나도 과제의 질을 높이고 싶다. ㅠㅠ 마감에도 덜 쫒기고 싶다. ㅠㅠ 마음껏 흡족히 하고 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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