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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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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9일 22시 50분 등록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창조하는 힘’)

 

저자 연구

구본형

난 구본형선생님을 모르고 11기에 지원했다. 대부분이 구본형선생님을 알고, 연구원과정을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래서인지 11기 면접여행 때의 선배 연구원들의 반응은 더 놀라웠다. 궁금해 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은데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선배부터 선생님을 마치 교주처럼 우러르는 모습이 영 낯설었다.

그리고 4, 한 달 내내 구본형선생님의 책을 읽고 북리뷰를 했다. 매번 다른 저자 연구를 해야하다보니 별별 것들을 다 찾아봤다. 내용은 비슷비슷했다. 한 달 내내 책을 봤지만 개인적으로 별로 좋지 않았다. 봐야 하는 것이니 읽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 다른 책으로 넘어갔다. 달갑지 않은 신화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리곤 1년이 지나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책으로 다시 만났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라는 문구를 보며 어! 나와 같은 생각이시네 하며 반가웠다. 4월 추모제에서 구해언 선배에게 받은 [아빠 구본형과 함께]를 반 정도 읽으며 딸이 기억하는 아빠 구본형을 같이 떠올린다. 작년 4권의 책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들도 있었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땐 인간 구본형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아빠를 소중하게 기억하는 제자들의 이야기 중에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사부님과 이야기하거나 대면할 때마다, 그분과 나 둘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아빠 구본형과 함께] 69쪽 발췌

선배 연구원의 팟케스트에서 그들이 들려주는 선생님과의 에피소드를 들으며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과연 선생님이 계셨으면 어떤 말씀을 해주셨을까 궁금하다.

 

아빠는 강의와 원고 청탁이 많이 들어와도 일주일에 3~4일은 집에 계셨다. 일이 꽤 밀리는 주도 있었지만 강도를 살짝 낮게 잡아야 글이 써진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아빠 구본형과 함께] 27쪽 발췌

어느 책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생활하신다고 했었다. 그걸 읽으며 왜 그러지? 나 같으면 다 했을 텐데... 했었다. 나는 10년 동안 동시에 여러 일들을 해냈다. 배우며 가르치고 강의하고 시민사회단체 회원으로 활동하며 때론 상근도 했다.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것은 물론이었다. 실행력이 넘쳐나서 어렵게 여기지도 않았고 주위에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해내요? 대단해요.”라는 말이 나 자신이 인정받는 것이라고 여겼나보다.

연구원 과정 중에 내가 해야 할 일과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일 중에 고르면 사람을 택했다. 그것이 더 즐거웠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은 항상 계획보다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원 1년 과정이 지나 시간 여유가 많은 요즘, 선생님이 3~4일을 집에 계셨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습관처럼 일정표에 많은 계획들이 이젠 불필요해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필요한 것들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빼고 있다. 구해언 연구원의 표현대로 강도를 살짝 낮게 잡아야 글이 써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매일 매일의 일정을 실행하다보니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다. 생각이 정리되어야 글이 써진다. 매일 블로그에 한 꼭지의 글을 올리는 요즘, 오전에 글 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날은 아예 글을 못쓰게 된다. 오전 일정이 있는 날이면 마음이 급해진다. 강의가 있는 날이면 하루가 다 소비된다. 아마 그래서 선생님도 강연일정을 많이 잡지 않았을 것 같다.

출판컨텐츠기획자 이진아씨가 출연한 팟케스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책이 나오고 강연을 시작한 작가 중에 고액의 강연료를 받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현명한 사람은 유명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강연료가 비싸면 처음에 몇 번은 불러줄지 몰라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불러주지 않는다. 그리고 유명해져서 자신이 하는 이야기(컨텐츠)가 다 알려지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게 된다.‘

 

연구원 과정을 끝내고 서야 선생님이 하고자 한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 이렇게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를 가져보려 한다.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이 책은 개인의 무의식 속 원초적 욕망억제된 사회적 질서 사이의 깊고도 끈질긴 다툼을 새로운 차원의 인간 에너지로 만들어 보려는 실험이다. ‘신화경영

 

프롤로그

1. 신화 독법(讀法)에 관하여

11p. 그리스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추상적인 개념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의인화시켜 신이라 불렀다. ... 신화 속의 신들은 몸을 입고 나타난 자연과 우주의 힘이었던 것이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날것들을 신에게 뒤집어씌운 이야기다. 동시에 인간의 미덕과 통찰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신화는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이며, 상징을 통해 벌거벗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13p. 신화를 읽을 때는 선악에 갇히면 안 된다. ‘신이 뭐 이래라며 실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내가 한 생각이다. 신은 품어주는 것이라 여겼다.

신화는 원시적 사고가 지어낸 어리석은 미신이 아니라 갖가지 문화에 의해 왜곡되기 전 인류의 원형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신화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인간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14p.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를 창조함으로써 내 안에 신의 세계를 구현해가는 과정이다.

5월 오프수업 과제를 여기에 맞춰 생각하면 되겠네.

 

2. 신화 속 야생의 사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18p. 과학이 발달하면서 원시를 미신이라고 불렀고, 문명이 발달하면서 원시를 야만이라고 모멸했다. 그러나 신화는 이야기 속에 체계적으로 위장되어 있는 우주적 진리의 상징이다.

23p. 희망은 결핍과 불행과 고통 속에서만 자라나는 환각이다. 그러니 희망이 있어야 할 자리는 모든 불행, 모든 악덕, 모든 결핍이 있는 곳이다.

 

강처럼 흐르는 시간, 샘물처럼 고이는 시간 크로노스

30p. 크로노스는 아비를 죽여 권력을 얻었으나,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자식이 다시 자신을 죽이는 일이 반복될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33p. 시간을 연속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문화에서는 빠른 것이 좋은 것이다.

34p. 영악한 그리스인들은 크로노스와는 달리 카이로스라는 또 하나의 시간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주관적인 시간이며, 질적인 시간이며, 화학적 시간이며, 집중된 시간이며, 심리적 시간이다.

직선이 점들의 집합이듯이 크로노스의 시간은 카이로스적 시간들의 집합이다.

35p. 되돌아오지 않는 지금을 진심으로 아끼고 즐기고 사랑하는 것, 이것이 카이로스의 시간경영이다.

37p. 미래를 설계할 때는 10년의 시간을 거꾸로 역류시키는 것이 좋다. 10년 후 오늘을 가정한다. 그리고 바로 그날, 지난 10년을 회상해본다.

10대 풍광이 이렇게 생겨났구나. 나도 한 번 10대 풍광을 그려봐야지. 10, 일만 시간의 법칙과도 연결되는 시간이다.

 

애욕, 그 엉큼한 환락과 헌신하는 사랑 사이 아프로디테

41p.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거품에서 태어난 여신 아프로디테는 애욕이 아니면 하루도 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늘 다른 사내를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이곤 했다. 특히 아프로디테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깊이 사귀었다.

48p. 아프로디테라는 한 여신 속에 불결한 애욕과 순수한 사랑과 대를 이어가는 모정이 모두 섞여 있듯이 우리의 사랑도 이 모든 것들을 품고 있다.

50p. 사랑의 방정식은 그래서 매우 특별하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아니라 무한대다. 둘에서 하나를 빼면 하나가 남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서로에게 서로를 바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나를 창조하는 무한 에너지, 변화 제우스

52p. 신이 개입하는 순간 인간의 운명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엄청난 모험의 길과 새로운 운명으로 치닫게 된다. 불행은 그 변화의 과정에서 생긴 불일치와 충격인 것이다.

변화를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으로 볼 수도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변화는 추구해야 하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동자가 보수를 지지하는 것과 같다. 지금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변화는 더 두렵다. 지금 가진 것조차 잃을까봐. 그런 면에서 변화를 추구한다는 건 가진 자일 수 있다.

53p. 변화는 신의 중요한 본질일 뿐 딱히 변화의 신으로 지목되는 신은 없다.

54p. 제우스의 편력은 모험과 전쟁, 그리고 정복을 상징화한 것이다. 그가 그렇게 많은 여인들과 몸을 섞은 것은 그리스가 주변 국가들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여러 토속 종교들과 섞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가나출판사의 그리스로마 신화 만화를 두고 비난하는 독서지도사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인데 열광하고 심지어 부모들이 무분별하게 읽히고 있다고 했었다. 신화를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불륜과 패륜이 넘쳐나는 아이들에게 해로운 책이다. 특히 만화는 선정적으로 몸을 부각시키며 근육질의 남자와 볼륨감 있는 여성으로 표현했으니. 미술사 교수에게 물었었다. 그 교수는 그리스시대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믿었고 그래서 건강한 몸이 자랑거리였기에 보이는 걸 당연시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그리스로마신화에 빠져드는 것은 어른이 우려하는 것과 별개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가지는 힘, 꽃에 얽힌 이야기,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 생각하지 못한다. 물론 신화의 더 근원적인 원형을 알기엔 아이들은 이른 건 맞다. 하지만 책은 재미가 있어야 계속 읽게 된다.

영웅이란 주어진 변화에 창조적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인물들이다.

59p. 신들은 판도라의 상자 속에 변화라는 재앙을 담아두었지만, 인간은 변화를 새로운 자아의 창조로 받아들였다.

우주 안에서 사라져 없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변화하고 새로운 형상으로 재생될 뿐이다.

60p. 깨달음, 우연이 운명이 된다.

평범한 사람에게 돌연 하나의 상황이 발생한다. 우연이다. 전혀 계획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나도 이런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변경연 11기도 그랬고 청예단 봉사도 그랬다. 친한 동생이 나의 이런 우연이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61p. 견딤, 침묵의 10년 동안 끈질기게 그 삶에 달라붙어 있다.

적어도 10년을 견디고 1만 시간을 채워야 한다.

학교폭력이 나의 책 주제이기도 하지만 책과 함께 강의, 상담을 병행하려고 한다. 10년을 할 생각이다.

넘어섬, 나를 넘어 세상과 타인을 위해 살다.

나를 넘어서지 못하면 위대해질 수 없다. 모든 위대함은 나로 시작하지만 결국 나를 넘어선 우주로 다가서는 것이다.

나의 경험이 지금 나를 있게 했고 그동안 시민단체 활동이 기본을 다지는 바탕이 되었다. 나를 위한 일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을 살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아무도 아닌 자에서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모험 오디세우스

68p. 누구든 이름을 통해 상진이 된 사람만이 진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상징이 되지 못한 이름은 아무도 아니인 것이다.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는 삶으로밖에는 보여줄 수 없다. 진짜 이름을 갖게 되기까지 인생의 모험은 계속된다. 인생 없이는 진짜 이름도 없다. 인생이 곧 이름이다.

 

자기애, 다른 사람의 눈 속에서 나를 찾아야 하는 이유 나르키소스

75p. 그는 자신에 대한 사랑과 물질에 대한 사랑은 전혀 가르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모든 인간이 자기 사랑과 물질 사랑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주 열심히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자기와 물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끈질긴지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자기와 물질에 대한 사랑을 너무도 잘 하고 있는 누군가가 생각난다. 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은 전혀 없다. 그래서 나와 잘 안 맞는 이유를 알았다.

영혼은 서로를 비추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영혼이 짝을 찾지 못하면 평화를 얻을 수 없다. 사랑은 상대방에게서 자신을 보는 것이다.

76p. ‘다른 사람의 눈 속에서 나를 찾아보기는 중요한 자기경영의 원칙이다. 그것은 나르키소스가 절망했던 자신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파괴적 사랑을 떼어내는 것이다. 너무도 집착하는 탓에 오히려 나를 결핍으로 몰아가는 자기애를 덜어내어 위로는 신에 대한 사랑으로, 옆으로는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해보는 것이다.

 

배고픔, 너의 죽음으로 공양된 나 에리직톤

79p. 그는 딸을 판 돈으로 계속 먹어댔지만, 감당해내지 못하고 이내 빈털터리가 되었다. 결국엔 미쳐버려 자신의 팔과 다리, 이윽고 자신의 몸을 모두 먹어치웠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아구병에 걸린 이 사내는 그렇게 죽고 말았다.

지옥도에 나오는 아귀가 생각난다. 목구멍이 바늘구멍만해서 배가 고프지만 많이 먹을 수 없고 먹어도 배가 고픈 귀신 아귀.

83p. 배고픔의 상징성 중 하나는 자신을 몰아쳐 끊임없이 성공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다. 음식을 먹듯, 성공과 승리를 먹어치운다.

85p. 우리 삶의 목적은 세속의 성공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삶의 기쁨으로 순간순간을 충만하게 채우는 것이며, 우리를 위해 죽어준 것들에게 잊지 않고 감사하는 것이다.

분노라는 이름의 야수를 길들이는 법 아킬레우스

95p. 격노는 인성을 빼앗고 후회할 행동을 하게 한다. 더욱이 어떤 분노의 기억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세월과 함께 익어갈 뿐이다.

화는 2차적 감정이다. 그래서 1차적 요인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대수롭지 않은 말이었고 행동이었는데 상대가 화를 내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위치다. 그 스위치만 건들면 화가 난다. 왜 내가 화가 나는지,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 알아봐야 한다.

96p. “남자다움이란 오직 용맹함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남자다움은 분노를 이기고 자신에게 악을 행한 자를 사랑하는 데 있다.”

98p. 머리가 뜨겁고 가슴이 찬 상태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반대로 머리가 차갑고 가슴이 뜨거운 상태에서만 일은 이루어진다.

99p. 화가 나면 화를 내라. 화를 낼 권리가 있다. 그러니 참을 수 없으면 참지마라. 그러나 분노가 다른 사람에게 잔인하게 대해도 좋다는 권리를 허락한 것은 아니다.

어디 화만 그렇겠는가. 모든 감정이 그렇다. 감정은 솔직히 드러내야 건강한 것이다. 단지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는 행동은 옳지 않다. 감정은 전이가 잘 된다.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 건강한 감정표현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분노할 일에는 분명 분노해야 한다.

 

혐오, 뒤집으면 엄청난 창조 에너지 피그말리온

104p. 더럽고 추한 것에 대한 혐오가 우리를 떠나게 하는 것이라면, 바로 똑같은 이유로 우리는 어떤 이상형을 만들어내기 위해 집착한다.

109p. 루 살로메는 자신을 탁하여 스스로 그 시대를 유혹하는 우윳빛 처녀가 되었다. ‘사랑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니체적 사유를 스스로에게 적요한 가장 대표적인 여인 중 하나였다.

 

희망 없는 일의 무수한 반복, 그 부조리를 극복하는 힘 시시포스

116p. 매번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산꼭대기로 밀어올려야 하는 무의미한 일을 매일 반복해야 하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조리다.

117p. 나의 삶, 나의 반항, 나의 자유를 최대한 느끼는 것, 이것이 최대한으로 사는 것이다. 매일 무익한 일에 나를 바치는 삶은 허망하고 쓸데없다.

 

아름다움, 모든 것이 결국 너에게 굴복하나니 헬레나

123p. 한 여자 때문에 거친 사내들이 1천 척의 배를 띄우고 10년 동안 쓰러지고 엎어지며 싸웠다. 이긴 자도 진 자도 없는 무참한 전장에서 헬레네 그녀만은 여신처럼 화사하게 옷자락을 날리며 웃고 있다.

황금 사과의 이야기로 유명하다. 서구에서 사과는 부인을 상징한다.

127p. 여성은 남성에게서 힘을 빼앗아감으로써 유혹과 타락과 파괴를 의미하지만, 바로 그 과정을 통해 남성을 새로운 구원으로 이끈다.

 

허영, 사랑하는 것을 숨기고 아껴두지 못하는 자의 비극 니오베

131p. 니오베의 입은 열렸다 하면 자랑하고 과시하던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다시 재앙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니오베를 보면 안타깝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감사할 줄 모르고 특히 자식이 많음을 자랑으로 여기다니. [변신이야기]에서는 교만이라고 표현했다.

135p. 자식이 소중하면 그 자식을 개똥이라고 부르며, 자식에 대한 진짜 사랑은 마음속에 간직해두는 것이 옛사람들의 마음가짐이었다. 배우지는 못했으나 신이 질투하여 귀한 아이의 목숨을 거두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낮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136p. 나는 다른 것은 잘 모르겠는데, 지적 허영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책을 내는 것도 틀림없이 이런 지적 허영의 하나일 것으로 생각된다.

나도 인정한다. 지적 허영이 있지 않고서야 책을 내고자 하지 않을 테니까.

 

거짓이 만들어내는 역설적 생산성 - 바투스 영감과 헤르메스

140p. 원래 사람은 자신에 대해 거짓말을 할 때 가장 큰 소리를 내게 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 사람은 노인의 허풍을 믿을 수 없었다.

141p. 헤르메스는 탐욕에 눈이 어두워 고자질한 노인을 돌로 만들어버렸다. 그 돌은 아직도 거짓말한 흔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돌을 거짓을 판정하는 기준이 되는 시금석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거짓을 말하면 손을 잘린다던 진실의 입이 생각난다.

145p. 작가란 거짓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무모한 자들이다. 그들은 기가 막힌 허구를 만들어내어 진실보다 더 강한 임펙트를 줌으로써 삶을 비춰보려 한다.

거짓을 바꾸어 창조성으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가 할 전부인지도 모른다.

147p. 구라에 매몰되어 구라를 위한 구라를 치면 안 된다. 따라서 수시로 구라와 진실의 세계를 들락거려야 한다. 둘 사이의 심연을 건너는 외줄 다리 하나는 늘 확보해두어야 한다. 작가도 현실을 살아야 하는 것이며,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자신의 삶 자체를 이야기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탐욕에게 먹이를 주는 자의 최후 미노스와 미다스

152p. 왕은 왕비를 비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신이 징표로 보내준 황소 덕에 왕이 되었으면서도 탐욕에 눈이 멀어 그 황소를 아껴 숨겨두었으니, 자신이 바로 신과의 약속을 어겨 분노를 산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153p. 신의 은총을 입고 즉위한 왕은 서임의식을 치르는 동안 과거의 개인으로서는 죽고, 공인이라는 미래를 향해 거듭날 것을 공공 앞에서 서약했으니 그것을 지키라는 의미다.

154p. 권력은 음식과 같다. 만들어지기까지는 신선한 재료로 요리되지만 만들어지는 순간 부패하기 시작한다.

탐욕과 권력의 연결이라. 생각지 못한 연결이다. 하긴 인간의 명예욕인 권력은 탐욕의 다른 이름이다.

157p. 많이 가진 자의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 그것이 바로 탐욕의 본질이다.

159p. 살까 말까 망설일 때는 사지 마라. 돈이 굳는다. 그러나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해라.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것도 과하면 안 된다. 망설이지 않고 하다 보니 너무 많이 한다.

책으로 돈 벌 생각 하지 마라. 시장의 눈치를 보게 되면, 상인이지 작가가 아니다. 그러나 독자가 잘 읽을 수 있도록 가장 손쉬운 소통 방식을 찾아내라. 운이 좋아 잘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그만이다.

 

사랑과 집착, 그 미묘한 경계 위에서 카밀라

164p. 어머니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 역시 자식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성공에 집착한다.

165p. 아버지에게 딸은 빼앗긴 왕국이었고, 못 다한 부귀였으며, 남아 있는 인생 전부였다. 또한 아버지에게 딸은 되찾게 될 왕국에 대한 희망이었다. 그것은 사랑이었으며 동시에 집착이기도 했다.

요즘은 애착육아에서 더 나아가 밀착육아라는 말을 한다. 자녀가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분리를 해가야 하는데 분리가 안 되는 경우를 말한다. 집착과도 연관이 있다.

168p. 믿음이란 믿을 수 없는 곳에서도 그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것이니, 그것은 기도일 수밖에 없다.

 

과도함을 덜어 내는 황금률, ‘메덴 아간’ - 네메시스와 솔론

174p. 에리니에스가 인간의 범죄, 특히 존속살인을 한 자들을 끝까지 추격하여 복수하는 것을 뜻한다면, 네메시스는 신들의 의분을 뜻한다. , 인간의 지나친 행복이나 왕들의 교만, 부자의 오만을 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177p. 솔론은 모든 계층으로부터 현명하고 성실하다는 평을 들으며 큰 지지를 얻었다. 부자들은 그의 부유함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그의 정의감 때문에 제각기 자기들의 편이라고 믿었다.

178p. 솔론은 절대권은 매우 매력적인 자리이긴 하지만 한 번 그 자리에 앉으면 거기서 내려올 길이 없다.”라며 거절했다. 그리고 조용히 은퇴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이미 예순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권력을 쥐면 내려놓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물러나야 할 때를 알았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그렇기에 후세에 이름이 남은 것이겠지.

180p. 이해관계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니 양쪽의 입장과 처지를 모두 염두에 두고 존중하는 것이다.

파멸로서의 오만과 창조 에너지로서의 오만 마르시아스

184p. 인간관계 최고의 미덕 중 하나는 겸손이다. 세상에 자신을 외치고 스스로를 높이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그것을 참아내기는 힘들다. 위대해지기 위해 넘어서야 할 최초의 관문은 그래서 겸손인지도 모른다.

겸손한 사람은 나를 낮추고 상대를 올려준다. 절대 비굴하지 않다. 겸손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다.

188p. 예술가들이 끔찍한 마르시아스의 이야기에 자기도 모르게 끌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가들이란 즐겨 신의 경지에 도달하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영혼은 만약 신과 같아만 진다면 껍질이 벗겨져도 좋다는 끊임없는 유혹에 시달리기 때문일 것이다.

190p. 중세 사람들이 신의 경지에 이르려는 욕망을 파멸에 이르는 휴브리스라고 판단할 때, 르네상스 사람들은 그 오만을 순수한 예술가의 정신과 영혼의 힘으로 해석했다.

 

천박한 속물들에게 조소하라 - 미노스와 체세나 추기경

199p. 미켈란젤로의 의도는 분명하다. 미노스의 얼굴에 체세나 얼굴을 끼워넣고 거기에 미다스의 귀를 그려놓음으로써 탐욕스럽고 타락한 추기경 체세나를 한껏 조롱한 것이다.

203p. 내가 어리석은 젊은이였을 때 세상을 비웃으며 시니컬한 태도를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길지는 않았지만 그때가 아마 가장 무기력했던 때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204p.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조소는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사람이나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반항의 시절, 혹은 대책 없는 얼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골육상쟁의 신화가 되풀이되는 이유 로물루스와 레무스

209p. 권력은 핏줄을 알지 못하며, 부는 혈육을 버린다. 누구나 원하는 것, 누구나 갖고 싶은 것이 있지만 그것을 가진 자는 극히 적을 때, 인간은 경쟁적으로 그것을 얻기 위한 싸움에 돌입한다.

212p. 인류는 자유롭고 평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인류는 천부적 이성과 양심을 지니므로 형제애로 서로를 대해야 한다.

유엔이 채택한 인류에 대한 형제애는 키루스 2세의 비문으로부터 연유된 것이다.

유엔의 인권선언이 이렇게 오래된 것이었다니.

 

내가 나의 잔혹한 독재자였으니 팔라리스

217p. ‘시칠리아의 암소’(그것이 암소가 아니라 황소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의 첫 번째 상징성은 인간의 잔혹성이다.

218p. 잔혹한 제거는 불안에 떠는 나약한 자들의 극단적인 무기였으니, 추격당하고 쫓기는 자가 필사적으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심되는 상대를 먼저 무차별적으로 제거하려는 데서 잔혹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219p.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자의 비명, 그것이 바로 시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슬픈 조건이며 동시에 위대한 조건이다. 잔인함과 가혹함을 준 것은 신들이지만, 인간은 그것을 거름으로 쓸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 중 희와 락을 구분하는데 있어 즐거움만을 위한 쾌락은 락이며, 고통과 힘듬을 이겨내고 맛보는 것은 희라고 하더라. 인간만이 희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222p. 변화란 무엇인가? 나를 가둔 청동황소의 문이 밖에서 잠긴 것이 아니라 안으로 잠겨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나를 가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대화와 소통이 실패하는 곳을 채우는 힘, 폭력 아가토클레스

226p. 대중이란 무엇인가? 울보 아니면 분노하는 자에 불과한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귀족이란 누구인가? 권력을 빼앗기고 냉소주의가 된 자들이다. 이것이 마키아벨리의 인식이다.

[군주론]은 그래서 거꾸로 읽어야 한다. 다스리기 위해 읽기보다는 나를 다스리려는 자들의 속성을 파악하기 위해 읽을 때 훨씬 재미있다.

아하~ 그렇군. 함 읽어봐야겠다.

228p. 가장 이문이 남는 대화 비법은 듣기다. 잘 들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나의 입장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공명하는 것이 첩경이다.

상담사들이 여기에 속한다. 경청이 기본이며 핵심이다.

229p. 대화가 가능하려면 듣기에 이어 말하기가 주고받기로 교환되어야 한다.

상대의 이야기에 몰입하기보다는 상대의 이야기에 맞추어 내가 해야 할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조언이나 상담, 혹은 코치를 해줄 때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다.

상담이 내담자의 이야기를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몰입하지 않으면 상담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오이디푸스

232p. 아버지가 아들을 버린 이유는 아이가 자라 아비를 죽일 것이라는 아폴론의 신탁 때문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많다. 우라노스도 그랬다. 전해 내려오는 설화에서도 많다.

238p. 진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각기 다르다. 진실 앞에서 이오카스테는 죽음을 선택했다. 진실을 직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내 진실을 외면해오던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두 눈을 빼버린다. ‘내가 모르는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된 것이다.

240p. 자기도 모르는 자신을 추적하여 찾아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그 길에서 만나는 무수한 자아에 감탄하고, 스스로 펼쳐지는 가능성에 놀라워하는 삶이면 좋겠다.

 

불복종, ‘자기만의 길을 걸어 모두의 길을 터놓는 힘 안티고네

244p. 당시 사람들은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한 망자는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영혼이 떠돈다고 믿었기 때문에 죽은 사람이 나그네일지라도 묻어주는 것이 인간의 신성한 의무였다.

트로이 전쟁 중에도 장례를 치르기 위해 전쟁을 멈췄다. 장례의 의미가 그만큼 컸다. 인간이 태어남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죽음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247p. 자기혁명은 종종 사회가 인정하는 경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안티고네처럼 자기만의 법칙을 따름으로써 세상의 일반적 법칙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것은 허용범위의 일탈이다. 일탈은 대가를 요구한다. 고독이라는 벌이다.

 

나도 모르는 나’, 그 미로 속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실타래 아리아드네

253p. 테세우스의 길을 밝혀주던 아리아드네는 그가 떠나자 예상치 않은 삶의 미로에 갇히게 되었다. 그때 디오니소스가 찾아오고, 그녀는 그의 아내가 되었으니 이제 아리아드네의 미로는 디오니소스가 되었다.

255p. 일상에서 뼈를 깎는 노력 없이 즐거운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것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술이고 하나는 사랑이다. 필부도 술을 마시면 하늘이 동전만해지고, 누구나 짝을 만나면 사랑에 들뜨게 되고 심장이 달아올라 안하던 짓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하게 된다.

256p. 인간은 곳곳에서 존재의 부재와 부조리를 본다. 매일 삶이 영위되지만 그 속에는 내가 없다. 인간은 내가 없는 삶에 절망한다.

 

사유 불능’, 생각 없음에서 퍼져나가는 일상의 악’ - 다이달로스

263p. 희대의 장인 다이달로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의 자손이며, 젊어서는 여신 아테나에게서 건축과 발명에 대한 수련을 받았다.

264p.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자 생각하지 않는 죄가 전염병처럼 범람하게 되었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도 생각 없음이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 겠다.

266p. 아이히만의 특징은 순전한 무사유’, 즉 생각하지 않음에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없는 사유의 불능이 바로 그의 무서운 죄였던 것이다.

전 대통령인 박근혜가 생각난다. 대표적인 인물이다. 모르는 것, 생각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줬다.

 

이별, 닿는 순간 사라지는 이 미칠 듯한 부재 오르페우스

273p. 오르페우스는 그 어둠에 속한 깊은 것을 빛의 세계와 낮의 세계로 가지고 나오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빛의 세계로 나와 표현을 얻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275p. 인간의 인생은 꽤 길다. 황혼이 되어 돌아보면 봄날의 꿈처럼 순식간에 속절없이 지나가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살 때는 내일 죽을 것처럼 사는 사람은 드물다.

황혼에 접어들어도 오늘 죽을 것처럼 살지 못하더라. 지난 시간이 억울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지루하게 보낸다. 오늘 고모부의 팔순에 모인 일가친지 분들을 보면서도, 머지않아 우리 형제의 모습일거라 여기면서도 그저 별 감흥이 없다.

나는 내 마지막 날을 매우 유쾌하게 상상한다. 나는 그날이 축제이기를 바란다.

나도 남은 삶을 즐겁게 살려고 한다. 작년 장례식을 하면서도 울지 않았다. 난 슬프지 않다.

 

우주의 에너지를 불러들일 나의 탯줄은 무엇인가 안타이오스

280p. 우리는 안타이오스의 땅처럼 떠나 있으면 안 되는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나를 풍요롭게 하는 그것, 나를 살게 하고 내가 살아서 빛내야 하는 그것, 그것을 발견해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무엇이 원천일까. 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는 활동이 힘의 원천이다. 그래서 시민단체 회원으로 강의도 하고 상담도 한다.

 

고난, 교활함을 통찰로 발효시키는 삶의 여정 오디세우스

288p. 트로이 전쟁은 조직화된 해적들끼리의 약탈과 전쟁과 세력다툼이었다. 여기에 그들이 만들어 낸 신들까지 편을 갈라 두 패로 나뉘어 쌈박질을 했다. 이렇게 인류의 문명은 야만과 원시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모든 문명은 원시를 품고 있는 것이다.

296p. 예술가들이 오디세우스를 매력적인 소재로 여기고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다루는 이유는 오디세우스가 위대해서가 아니라 그의 모험이 인간의 인생 역정을 상징하는 보편적 소재이기 때문이다.

 

복수, 필요해서 너를 사랑한 자를 믿지 마라 메데이아

299p. 신화 속에서 메데이아만큼 모든 것을 남자에게 퍼준 여인은 없을 것이다.

308p. 여인들이여, 그대를 필요로 하는 남자를 믿지 마라. 필요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자들은 이아손 같은 자들이다.

 

외눈과 백 개의 눈 사이, 불균형을 다스리는 통섭의 눈 - 폴리페모스

312p. 하나의 눈으로 자신과 상대의 거리를 가늠하지 못한 채, 그렇게밖에는 사랑할 수 없었으므로, 폴리페모스에게는 상대에 대한 개념도 자신에 대한 성찰도 없다.

자기경영은 두 개의 시선이다. 두 개의 대극적 가치를 다 볼 수 있는 균형의 눈을 가지는 것이다.

314p. 시선경영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은 자신에 대하여 절대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315p. 시신경영의 두 번째 원칙은 사물의 다양한 면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선을 갖는 훈련을 일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선은 유연성과도 연관이 있겠다.

시선경영의 세 번째 원칙은 100개의 눈으로부터 수집된 다양한 정보와 지식들을 이리저리 연결하고 분류하여 균형을 잡아낼 수 있는 통섭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필로그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끝나는 인간

323p. 우연이 운명이 되어 삶을 지배한다.

새로 시작한 <슈츠>라는 드라마에선 운명을 결정짓는 건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하더라. 우연처럼 온 운명을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325p. 세 가지 이야기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한 사람의 인생 속에 들어 있다.

놀랍다. 이렇게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것도 이렇게 해석하는 것도. 앞의 본문 내용보다 에필로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328p. 우리 안에 신이 있다. 신은 우리 안에 자신을 숨겨두었다. 인간은 신이 선물한 모든 것들을 자신 안에 담고 태어난 모순덩어리지만, 영웅적인 내면 여정을 통해 갈등과 충돌을 대통합하여 위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동물이다.

 

내가 저자라면

목차에 대해

프롤로그에서 판도라 이야기를 꺼냈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온 순서대로 목차로 삼았다. 다른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다 읽은 내용이지만 이런 순서로 보니 그 내용도 기억에 잘 남고 맥락이 생겨 좋다.

 

2. 보완이 필요한 점

그리스로마신화와 신화에 빗대어 쓴 작가들의 글까지 있지만 한국 신화와 연결하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제목을 [신화 읽는 시간]보다는 감정에 맞췄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을 승화하는 방법이랄까.

 

3. 이 책의 장점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시작해서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시 다른 신화 이야기로 넘나들고 있다. 각 신화에 대한 설명에서 그치지 않았다. 선생님의 방대한 지식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각 장의 해당 키워드를 끝까지 붙잡고 간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이 생각난다. 신화와 연결되었지만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읽다보면 인간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각 장과 연관된 조각, 그림들을 실어서 그리스로마신화가 서구의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 수 있다.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

비교신화학자인 켐벨은 각 나라마다 비슷한 신화들이 있다고 했다. 신데렐라 이야기 같은 콩쥐팥쥐이야기가 동양의 나라 다른 나라에도 또 있었다. 꼭 신화가 아니더라도 구전설화 같은 것들을 비교하며 쓰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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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30 10:25:06 *.103.3.17

와우! 이제 북리뷰도 시작하시는 건가요?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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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2 15:12:44 *.179.207.34
한 달에 한 권. 그런데 이것도 힘드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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