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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8일 11시 58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미옥 : 박사님, 그렇지 않아도 기다렸어요. 어제, 온 힘을 대해 삶의 의미를 구하라고 하셨잖아요? 근데..가시고 나서 생각해봤더니 문제가 바로 거기에 있더라구요. 그 의미를 구하는 데 온 힘을 다 쏟아붓는 건 좋은데 그러다 보니 점점 현실에서 멀어져가는 것을 느낀다구요. 그 ‘의미’만 놓고 보면 세상에서 이뤄지는 것 중에 의미있는 일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다 무상하게 느껴지고 허무하게 느껴지고, 제대로 해놓은 것도 없으면서 벌써 세상을 다 산 듯 구는 스스로가 가짢다구요!! 삶의 의미를 찾다보니 정작 ‘삶’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면 이해하시겠어요? 박사님 말씀대로라면 이 과정이 끝나면 현실이 의미와 통합되는 날이 오긴 온다는 말씀이신거죠? 그렇게 믿고 이대로 쭉 가면 된다는 말씀이시죠?

융 : 아~! 그런 말이었더냐! 미옥아.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떻겠니? 너는 배우다. 연기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배우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겠느냐?

미옥 : 연기를 잘 해야죠.

융 :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은?

미옥 : 배역에 몰입해야겠죠.

융 : 물론이다. 하지만 그 배역은 또한 배역일 뿐이다. 네가 맞은 배역이 너 자신은 아니지 않느냐? 현실에서 점점 멀어진다고 생각이 들면 이런 질문에 대답해 보거라. 우선, 네가 맡은 배역은 무엇이냐?

미옥 : 엄마, 아내, 딸(며느리), 친구...

융 : 그럼 그 배역을 연기하고 준비하는데 드는 물리적인 시간을 계산해 보아라. 만약 그 시간이 24시간을 넘고 있다면 너는 넋나간 사람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어디선가 펑크가 나게 마련이다. 어떠하냐?

미옥 :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융 : 그럼 이것까지 생각해 보거라. 그 모든 배역에 소모되는 시간과 인간 박미옥으로서 있는 시간의 균형은 어떠하냐? 너는 배역을 연기하면서 박미옥으로 있거나 박미옥으로 있으면서 배역속에 빠져있지는 않느냐?

미옥 : ....

융 : 네 모든 에너지를 다하여 삶의 의미를 구하라는 말은 너의 24시간을 오로지 인간 박미옥으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네게 어떤 배역이 주어지고 네가 그 배역을 선택했다면 그 또한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네가 온전히 배역을 분석하고 연구하여 연기하는 그 과정에서도 분명히 너는 네 삶의 ‘의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만약 네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워킹맘의 애환의 다루는 드라마에서 워킹맘의 역할을 맡았다면 네가 그 역할을 통해 구현해야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라. 너는 그저 설정에 불과한 의상이나 세트에 신경쓰느라고 정작 역할에 몰입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니더냐? 네가 배역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면 네게 오는 역할은 점점 작아질 것이다. 그렇게 배역을 얻지 못하게 되면 너는 더 이상 배우라 할 수 없다. 제1의 인격과 제2의 인격과 관계도 배역과 배우의 비유로 설명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마는. 그렇다면 좀 분명해지지 않느냐? 아직도 훌륭한 배우의 길과 훌륭한 인간의 길이 대극이라고 생각하느냐?

※ 지난 번 저자 소개

지금으로부터 135년전 스위스에 융이라는 남자아이가 태어났대. 그런데 그 아이네 엄마 아빠는 사이가 많이 안 좋았다네. 싸울 때마다 융에게 "아빠가 잘했니? 엄마가 잘했니?" 물어봤대..그는 속으로 '다 똑같아요. 뭐하는 거예요. 애들같이'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어떻게든 아빠엄마를 화해시키야만 했단다. 융은 제일 어렸지만 자기가 아니면 가족이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어른들을 다독여가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거야.

창훈이가 융이었으면 마음이 어땠겠니? 슬펐겠다. 나두 엄마랑 아빠가 싸우면 싫은데..그치..창훈이랑 융같은 어린이들은 아직 슬플때가 아니란다. 창훈이 밥을 많이 먹어야 키도 쑥쑥 크고 튼튼해지지? 그런데 밥을 못먹고 맨날 힘들게 일만하면 어떻게 되겠어? 안 튼튼해지고 아파져.. 맞아. 창훈아..마음한테는 사랑이 밥이야. 아가야때 마음이 사랑을 못 먹고 일만 하면 마음이 크지를 못하고 아파지는거야. 마음이 아파지면 몸이 아플때보다 훨씬 더 고치기가 어렵단다. 아..그렇구나. 엄마! 그러니까 엄마랑 아빠는 창훈이 마음이 많이 먹을 수 있게 사랑 많이 주면되겠네..나두 맛있게 많이 먹고 튼튼해 질테니까..그럼..그래야지..그래서 우리 창훈이랑 엄마랑 아빠랑 우리 가족 모두 다 행복해지자~!!

아이에게 들려준 융네 가족 이야기는 나름대로 흡족한 교훈까지 곁들여 진 채 예쁘게 끝났다. 그런데 내 마음속 이야기는 거기서 끝낼 수가 없었다. 그의 어린시절은 나의 그것과 놀라우리 만큼 많이 닮아 있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풍경이 그 미묘한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너무나 익숙했다.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던 내속의 깊은 상처가 융이라는 거인의 가면을 쓰고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제발 그의 시간들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았기를, 최소한 그 고통이 충분히 의미있었기를 바라며 그와 함께 86년을 다시 살아야 했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독서를 마치고 책장을 덮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안도의 한숨이었던 것 같다. 다행이었다.

그는 그 욱신거리는 상처를 자신만의 '희열'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환부를 무한한 에너지의 창고인 무의식으로 향하는 출입구로 활용하는 지혜를 완성한 사람이었다. 아..그렇구나. 이미 내 몸에 자리잡은 상처를 가리려고만 하지 말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오히려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기꺼이 맞아내야 겠다. 그의 몸이 세상에서 모습을 거둔지도 50년, 그가 치루어냈던 치열한 내면 탐구가 가치를 더해가는 지금, 그저 그가 부러워서 어거지로 그에게 감정이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세계에 대한 고독을 내면에 대한 탐구로 전이시킨 그 치열하고도 생산적인 메커니즘까지 닮아낼 수 있어야하지 않겠니? 어쩌면 그게 내 삶을 의미있게 하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서둘러 끝냈던 이야기의 2부를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

창훈아..지금으로부터 35년전에 엄마라는 아이가 태어났대.......그래서 엄마는 마음이 충분히 자라지를 못했다네. 시간이 갈수록 몸은 쑥쑥 크는데 마음은 그냥 그대로였대. 몸과 마음의 키차이만큼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단다. 엄마는 너무나 창피했지. 처음엔 얇은 옷으로도 대충 가렸는데 뭐 그냥 괜찮았대. 그런데 몸이 자꾸 크니까 도저히 안되는 거야. 엄마는 점점 더 슬퍼졌는데 그럴수록 마음은 더 작아져버리고 구멍은 더 커지고.. 엄마는 너무 괴로웠겠지..그래서 매일매일 울었는데 그렇게 울다보니 어느새 몸이 딱딱하게 변해있더래. 마치 바닷가재의 껍데기처럼. 아마 엄마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심술쟁이 마녀가 마법을 걸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엄마는 더이상 옷으로 몸을 가리지 않아도 되니 그저 좋았다네.

엄마가 딱딱해지는 거 난 싫은데..그러면 창훈이가 안아도 따뜻하지도 않고 푹신하지도 않잖아.. 아..그렇지? 그럼 엄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다시 말랑말랑해져도 옷으로 꽁꽁 싸매고 다녀야 하잖아. 몸에 구멍이 나있으면 너무 챙피하거든. 엄마..엄마는 바보냐? 그냥 다니면 되지. 뭐가 창피하다구 그래? 엄마 나는 구멍도 좋아..구멍이 나있어야 바람이 들어오잖아. 나는 시원한 바람이 좋더라..그리고 엄마 이리와봐. 귀속에다가 말해줄께.. 창훈이가 많이 사랑해줄게..그럼 마음이 쑥쑥 클 거 아냐? 걱정마.. 엄마.. 고마워..창훈아..엄마는 그럼 그 구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창훈이를 기분좋게 할 수 있도록 바람에게 잘 말해둘께. 바람도 엄마랑창훈이를 좋아할테니 꼭 그래줄거야..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인간은 원숭이도, 암소도, 나무도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옮긴이 서문

o 신에 대한 갈등 경험 7

o 10개월동안 거의 매일 밤을 꼬박 새며 번역작업을 해야했다 8_ 절대 투입시간의 부족을 절감

o 인생경험의 정신적인 精髓만이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으며, 그것만이 애써서 말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8

o 자기실현은 ‘자아’가 무의식 밑바닥 중심 부분에 있는 ‘자기’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그 소리를 듣고 그 지시를 받아 나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수, 원형 등 무수한 무의식 층이 겹겹이 가로막고 있어 ‘자기’의 소리가 ‘자아’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자기’는 ‘자아’에게 꿈의 상징과 종교의 상징 등을 통하여 그 소리를 저하려고 한다 9

o ‘자기’가 ‘자아’에게 보내주는 신호들을 포착해나가는 과정이 융 자서전의 중심 내용을 이루는 셈이다 9

o 자아(Ich,Ego) : 나를 나로서 자각하게 하는 정신기능의 중심이며, 외적 실재(세계, 집단정신) 및 내적 실재(무의식)와 관계를 맺는 의식의 중심이다. 외적 인격(페르소나)를 통하여 외적 실재와 관계를 맺고, 내적 인격(아니마, 아니무스)을 통하여 내적 실재와 관계를 맺는다 646

o 자기(Selbst, Self) : 의식과 무의식을 통틀어 언제나 사람으로 하여금 전체가 되게 해주는 구심점이다. 다시 말해 인격이 분열되지 않고 전체적인 통일을 이루도록 하는 근원적 가능성이다.

원초적으로 인간에 조건지어져 있는 원형으로 자기원형이라고도 한다. 어느 누구도 아닌 ‘그 사람 전체’를 뜻한다는 면에서 진정한 의미의 개성과 같은 말이다. 651

o 신의 존재를 심리학적으로 증명하려고 노력한 저서 9

o 그는 신을 가리켜 ‘위대한 위험’이라고 규정했다. 섣불리 신에게 접근했다가는 어떤 위험스런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법이다. 그렇게 위험스럽긴 하지만 신은 탐구해볼 가치가 있는 ‘위대한 위험’인 것이다 10_신을 ‘나’로 바꿔도 의미는 정확히 같다.

o 나는 신을 압니다 10

프롤로그_신화는 과학보다 정확하다

o 나 자신을 과학적 문제로서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11

o 인간이 어떤 존재로 보이는가는 오직 신화를 통해서만 표현할 수 있다. 신화는 훨씬 개인적이며, 과학보다 더욱 정확하게 삶을 말해준다 11

o 이제 나이 83세에 나는 내 생애의 신화를 이야기하는 일을 감행하게 되었다 12

o 자서전을 만드는 데 어려운 점은 판단의 근거가 되는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12

o 인간은 자신이 제어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지배하는 일종의 심적 과정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기 자신과 자기 생애에 대하여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12

o 인생은 허무하기 짝이 없고 너무나 불충분하여, 어떤 것이 존재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 그 자체라 할 만하다. 내가 젊은 의대생이었을 때 이러한 사실을 이미 깊이 느꼈는데, 내가 그 시기 이전에 파멸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여겨졌다 13_나도 지금까지 내가 살아있어 준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너무 감사하고 싶다. 한편으로 아이들을 생각하면...그들은 또 어떻게 자신이 인생을 살아나가게 될지...

o 언제나 나에게 인생은 뿌리를 통하여 살아가는 식물처럼 생각되었다. 식물의 고유한 삶은 뿌리 속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다 13

o 나는 영원한 변화 속에서도 살아서 존속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감각을 결코 잃어버린 적이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사라져갈 꽃이다. 그러나 땅속 뿌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13

o 다른 실체와의 만남, 즉 무의식과의 충돌은 나의 기억에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거기는 항상 충만하고 풍성하여 다른 모든 것은 그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14

o 사람들 역시 그 이름이 이미 오래전부터 내 운명의 두루마리에 기입되어 있는 경우에만 나의 기억에 지워지지 않도록 깊이 새겨지게 되었다. 그러한 사람들과 아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동시에 일종의 기억상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14

o 나는 인생의 복잡한 문제에 관해 내부로부터 해답과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그것들은 결국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아주 일찍부터 깨달았다 14

o 나는 나 자신을 내적 사건들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그것들이 내 생애의 특이성을 이루며, 나의 ‘자서전’은 그러한 내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15_요즘 부쩍 기억이 그야말로 선택적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모두 함께한 그 자리에 나만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기억속의 나는 분명히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있다는데..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나는 정말 없었던 걸까? 나는 그 시간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

일생을 사로잡은 꿈_유년시절

검은 옷을 입은 남자

o 황금빛 햇살이 초록 나뭇잎들 사이로 비치고 있다 23

o 눈부신 아름다움 3

o 불타오르는 눈덮인 산들 24

o 햇빛은 수면에 반짝이고 25_어제 을왕리의 바다처럼...

o 그 호수의 광활함은 나에게는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고 비길 데 없는 장관이었다 25

o 나는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열이 있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25

o 나는 밤의 정적 속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노래를 부르던 아버지의 모습을 지금도 회상할 수 있다 26

o 추측컨대 그녀의 병은 결혼생활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26_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이란 것이 대체 있기는 한 걸까. 어제 오랜만에 대학친구들을 만났다. 처음 만난지 15년이 지난 지금, 그녀들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저마다의 트랙을 달리는 우리들을 묶는 한마디는 ‘아줌마’. 솔직히 아슬아슬해보였다. 물론 언제까지나 계속될 아슬아슬함이라는 걸 안다. 몸과 마음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그녀들은 결코 자신들의 트랙을 이탈하지 않을 테니까. 신기하기만 했다. 도대체 그녀들을 버티게 하는 힘은 뭘까? ‘해결책은 없다.’고 했다. ‘원래 그런 것’이라 했다. 그녀들을 지탱하는 힘에 희망이라는 성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무얼까? 그녀들은 그렇게 힘들다면서도 억울하다면서도 그 부당함을 감당할만한 무언가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 누림이란 역시 도곡 렉*, 실리콘벨리의 고급 주택, 방배동의 빌딩, 국제변호사 남편..이런 것일까? 역시?

o 사랑 : 미심쩍은 느낌, 여성 : 생래적인 불신감, 아버지 : 신뢰감을 주면서도 무력함 26

o 그녀가 우리 가족에게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만 속해 있는 듯싶었다 27

o 그녀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신비한 것들과 내게는 알려지지 않은 방법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았다 27

o 이러한 일들은 무의식적인 자살충동이나 이 세상의 삶에 대한 숙명적인 저항을 시사하고 있다 28

o 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을 때 그 기도문은 나에게 다소 안도감을 주었으므로 나는 즐겨 기도를 올렸다 28_창훈이에게 짧은 기도를 가르쳐야겠다.

o 기억의 흔적과는 상관이 없다 34

o 내가 구하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주어진 무시무시한 계시였다 35

o 갑자기 몰래 웃기도 하는 등 정말로 슬프지는 않은 듯이 보였다 35

o 나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그리스도에 대한 긍정적인 관계를 억지로 유지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나의 은밀한 불신을 좀체 극복할 수 없을 듯 싶었다 35

o 누가 나의 내부에서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누구의 정신이 이런 체험을 고안해냈을까? 얼마나 빼어난 통찰이 여기에 작용한 것일까? 37

o 어린아이에게 익숙한 천진성을 어지럽히지 않으려고 모든 멍텅구리는 뭔가 아주 거북스러운 것을 빨리 없애버리려 한다 37

o 그 올챙이들은 아주 얕은 빗물웅덩이에 가득 모여들어 햇볕을 받으며 즐겁게 꼬리치고 있으나 바로 다음날에 웅덩이가 말라버릴 것을 알아차리지 못 한다 37

o 하늘과 땅 양쪽에서 온 그 낯선 손님 이외에 그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37

o 땅에 묻히는 매장식이 거행된 것이었다. 내가 다시 땅에서 나오기까지는 여러 해가 지나갔다. 지금 나는 그 일이 가능한 많은 빛을 어둠속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어난 것임을 알고 있다. 그것은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나의 정신적 삶이 무의식적인 출발은 한 것이었다 37

불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o 나는 또한 돼지가 어떻게 도살당하는가 구경하는 일에도 마음을 빼앗겼다. 어머니는 그 일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 모든 것은 나에게 대단한 흥밋거리였다 39_아이들을 믿어주자. 내 기준에서 그들의 행동을 판단하려고 하지 말자. 다 필요해서 벌어지는 일일 것이다. 내 아이가 응당 보여주었으면 좋을 그런 생각과 행동의 기준. 이것부터 폐기해야겠다. 말도 안 되는 척도로 세상을 재단하며 일희일비하는 것, 바보같지 않은가?

o 어머니가 나의 계시를 듣는다면 깜짝 놀라며 거부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러한 상처를 자초하고 싶지는 않았다 42_이런 타고난 ‘조심성’이 그를 ‘니체’가 아닌 ‘융’으로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o 유감스럽게도 나는 무엇을 하면서 놀았는지 기억할 수는 없다 43

o 그들이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분리시켰다 45_사람들 속에서 있으면 동질감보다는 ‘아~! 나는 이렇게나 다른 사람이구나’를 느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동화되려면 본래 나를 버리고 그들과 비슷한 옷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걸 안다. 결국 사람들이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다. 외출복과 홈웨어가 따로 있는 것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

o 그들은 내가 되기를 바라는 것과는 다르게 되도록, 어찌해서든지 나를 유혹하거나 강요했다 45

o ‘나는 이 돌에 앉아 있다. 나는 위에 있고 돌은 밑에 있다.’ 그런데 돌도 ‘나’라고 말하며 ‘내가 여기 이 비탈에 누워있고 어떤 자가 내 위에 앉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의문이 일어났다. ‘돌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나인가, 아니면 내가 돌이고 어떤 자가 내 위에 앉아 있단 말인가?’ 46_나도 이런식으로 내 안의 다른 나를 키워왔던 것 같다.

o 나 자신의 불확실성은 기묘하고 매혹적인 어둠의 느낌을 동반하고 있었다 47

o 나는 몇 시간이고 돌 위에 앉아 돌이 나에게 내준 수수께끼에 사로잡혀 있었다 47

o 내가 심취했던 유년시절의 세계는 영원한 것이었으며, 나는 그것으로부터 떨어져나와, 계속 굴러가며 점점 더 멀어져가는 시간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만 것이었다. 나는 나의 미래를 잃지 않기 위해 그 장소에서 억지로 몸을 돌려야만 했다. 47

o 아무도 나의 비밀을 발견하여 망가뜨릴 수 없었다. 나는 안정감을 갖게 되었고 나 자신과의 불화로 인한 괴로운 감정은 사라졌다 48

o 나의 ‘편지들’이 인형에게 일종의 도서관을 의미했으리라 49

o 아무도 모르고 누구의 손도 미칠 수 없는 무언가를 소유했다는 데서 오는 새로운 자신감과 만족감으로 충분했다. 그것은 결코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신성불가침의 비밀이었다. 왜냐하면 나의 자신감이 그 비밀에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49_스스로를 확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o 나는 항상 무언가 신비로운 것을 찾고 있었다 50

o 나는 서른다섯 살이 되기까지 그 사건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51_ 1875, 정확히 100년 먼저 태어난..

o 아스클레피오스(의술의 신, 그의 의술로 모든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될까 두려워 제우스가 그를 벼락으로 죽여버림) 옆에서 그에게 두루마리 하나를 읽어주고 있는 텔레스포로스였다 51

o 전통을 거치지 않고도 개인의 마음속으로 침투해 들어올 수 있는 영혼의 고태적 구성요소가 있다 51 ★

o 사람들은 우선 행동을 하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거기에 대해 숙고해보는 것이다 52_내가 살아온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을 가질 때가 온 것 같다.

이제 반항아가 가까이 오도다_학창시절

신경증 발작을 일으키다

o 나를 다른 길로 유혹한 것은 혼자 있고 싶은 열망, 고독이 주는 황홀감이었다. 자연은 내게 경이로 가득찬 대상으로 보였고 나는 거기에 깊이 빠져들고 싶었다 53

o 나는 놀라움과 은밀하고 지독한 부러움을 안은 채 그들이 방학 동안에 알프스, 그러니까 취리히 근처 저 ‘불타오르는 눈덮인 산들’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었다 55

o 이러한 갈등에서 해방되기 위하여 나는 좋든싫든 부모님을 판정해야 하는 상위의 중재재판관 역할을 했다. 그것이 나에게 일종의 자만심을 야기했다. 그 자만심은 그렇지 앟아도 흔들리는 자존심을 부추기기도 하고 동시에 약화시키기도 했다 56

o 이런 이야기들 역시 나에게 건네진 저 속임수들 중 하나임이 분명했다 57_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o 자애심과 허영심에서 될 수 있는 한 흠잡을 데 없이 보이기 위해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나의 자만심을 뒤이은 열등감이 세상사람들 앞에서 드러난다는 것은 나로서는 정말 부당한 일로 여겨졌다 58

o 내가 쓸쓸할 때도 나 자신이 범접할 수 없는 비밀, 즉 프록코트에 높은 모자를 쓰고 있는 남자 인형과 돌을 간직하고 있는 ‘다른 인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59

o 여든세 살의 나이에 지난날의 기억들을 적어나가고 있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주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 기억들은 지하에서 서로 얽혀 있는 하나의 뿌리에서 각각 뻗어나간 작은 가지들과 같으며, 무의식의 발달과정에 있는 정류장들과 같다 59

o 나는 그러한 의문을 조리있게 말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나의 어려움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61

o 나의 지적 도덕성은 내가 수학을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는 이런 장난같은 모순들과 싸웠다 62

o 수학에 대한 나 자신의 ‘도덕적인’ 의혹은 나로서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62_ 나에게도 ‘타협’의 기억이 있다. 따져봐야 나만 피곤해질 뿐이었다. 그냥 이해하는 척하고 남는 여유를 즐기는 편을 선택하기로 했던 것 같다. ‘왜’라는 질문을 거둔 이후 학업성적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o 나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대상만을 그릴 수 있었다 63

o 나는 학교로 다시 가야 할 때가 되면 그 즉시 기절하기 일쑤였다 64

o 나는 자유로울 수 있었고, 몇 시간이고 공상에 잠길 수도 있었으며, 어디든 물가와 숲 속에 가만히 있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다 64

o 무엇보다 나는 신비로운 세계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 세계에는 나무들, 물, 눞, 돌, 짐승들, 그리고 아버지의 서재 등이 속해 있었다 64_ 초등학교 3학년때쯤이었던가. 엄마 몰래 학교를 빼먹기 시작했다. 공상을 하며 학교주변을 배회하다보면 어느새 친구들이 가방을 메고 학교에서 몰려나왔다. 그러면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집으로 향했다. 주로 동생이 다니던 성당유치원 정원에서 놀았던 것 같다. 엄마가 쓰는 꽃가위를 몰래 들고 나와 커다란 나무, 정원 울타리 대신 둘러놓은 작은 입사귀가 달린 활엽수였는데 그 나무의 가지를 잘라 내 몸이 들어갈 만큼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뭔가를 상상하며 보낸 시간이 제일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북한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1999년 지구가 멸망할 때쯤엔 난 뭘하고 있을까?’ 이런 종류의 생각들이 주요 주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하여간 엄마는 응당 받아오리라 믿었던 개근상이 없는 걸 보고야 뭔가 일어났음을 아셨다. 선생님은 뭘 하셨던 걸까? 엄마는 정말 모르셨을까?

o 나는 방랑, 독서, 수집, 놀이 등으로 시간을 빈둥빈둥 보냈다 65

o 거기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오히려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음을 막연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65

o 벼락을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현실과의 충돌이었다. ‘아, 그래. 그렇다면 나는 공부를 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쳤다 66_내 경우는 대학 3학년때. 아빠가 병으로 직장을 나오신지도 3년쯤 지나고 아빠 친구의 부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전과 다름을 느꼈다. 갑자기 위기감이 몰려왔다. ‘지금부터는 내가 우리 아빠의 백이 되어드려야하는구나! 내가 흔들리면 우리집을 지켜줄 사람은 없다. 지금까지 내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관심의 80%는 아빠의 땀과 희생에 대한 보상이었구나. 이제 아빠가 벌어놓으신 사회적 자산은 이미 바닥나고야 말았다. 이젠 내가 벌어서 아빠를 지켜 드려야한다!’ 그 이후 나의 대학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2점대에서 4점대로 뛰어오른 학점은 오히려 내안의 변화의 아주 미미한 일면일 뿐이었다.

o 아! 그래. 그렇다면 나는 공부를 해야만 한다! 그후 나는 진지한 아이가 되었다 66

o 모든 속임수는 끝이 났다! 여기서 나는 신경증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다 66

o 그 수치스러운 사건 전체를 조정해온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66

o 나는 나 자신에게 분노했고 동시에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다 67

o 나 자신이 가증스러운 탈영병이었다 67

o 내가 무언가 덕을 보려고 하는 외관상의 성실성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성실성이었다 67

o 나를 다른 길로 유혹한 것은 혼자 있고 싶은 열망, 고독이 주는 황홀감이었다 67

너는 누구냐?

o 지금은 ‘내’가 이제 여기 있고, 내가 이제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에는 무슨 일을 할 때 내가 옆으로 밀려나 있었으나 지금은 ‘내’가 스스로 하고자 한다 68

o 그때 몹시 난처하게도 나 자신이 실제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수학도 잘 모르고 자신감이 없는 학생이었으나, 다른 하나는 위대한 권위를 지닌 중요한 인물로 경시해서는 안 될 사람이며 그 공장주보다 더 막강하고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70

o 분명히 ‘나의’ 시대에서 온 것이다 71

o 나는 두 시대에 살고 있고 서로 다른 두 개의 인격이라는 것이었다 72

o 나의 다른 측면은 의미가 없음이 틀림없었다 72

o 이 세상은 나에게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이긴 했으나 막연한 위험과 무의미한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73

o 수개월 동안 나를 버렸던 어머니와 관련이 있지 않겠는가? 74 _휴직결정에 쐐기를 박았던 구절!

o 내가 알지 못하는 금지된 생각이 자꾸만 밀려들어오려고 해서, 나는 그것을 막으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다 75

o 지금 그것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 문제가 심각하다! 76

o 누가 나로 하여금 나 자신도 알지 못하고 알고 시지도 않은 어떤 것을 생각하도록 강요하는가? 76

o 나는 그것을 만들지도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악몽처럼 나에게로 온 것이다 76

o 아담과 이브를 말로 꾀도록 하기 위해 하느님이 그들보다 먼저 뱀을 창조했다 77

o 그러므로 그들이 죄를 지어야만 하는 것이 하느님의 의도였다 78

o 나는 하느님이 의도한 대로, 스스로 혼자서 출구를 찾아야만 한다고 확신했다 78

o 하느님의 의지라 무엇이며 하느님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전에는 복종할 수 없었다. 나는 이제 하느님이야말로 이런 절망적인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79

o 나를 결정적으로 시험삼아 써보려고 하는 존재가 하느님이며, 모든 것이 하느님을 바르게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내 마음에서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결국 굴복을 강요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문제는 내 영혼의 영원한 구원이기 때문이다 79

o 내가 영원한 저주를 두려워하여 온 힘을 다해 막고 있는 그 일을 하도록 하느님이 특별한 과제를 줌으로써 나의 복종을 시험하려 한 것인가? 79

o 분명히 하느님도 내가 용기를 내기를 바라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내가 그것을 실행한다면, 하느님은 나에게 은총과 계시를 내려주실 것이다. 나는 지옥의 불길 속으로 즉시 뛰어들려고 하는 것 처럼 용기를 끌어모아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80

o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엄청난 안도감과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저주를 예상했는데 그 대신 은총이 나에게 임하고, 그와 동시에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형언할 수 없는 축복이 임했다 80_끝까지 가보자! 절벽이라고 생각했던 끝은 어쩌면 내 길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그럴 것이다!

o 내가 하느님의 가차없는 준엄함에 쓰러져 복종하자 하느님의 지혜와 선이 나에게 드러났다 80

o 하느님의 의지로, 아버지는 아주 그럴 듯한 이유를 대며 깊은 신앙심을 내세워 그 의지에 대항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치유하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하느님의 은총의 기적을 아버지는 한 번도 체험하지 못했다 81

o 살아서 직접 임하시는 하느님, 성서와 교회를 넘어서 전능하고 자유로운 하느님, 당신의 자유를 인간이 누리도록 촉구하고, 당신의 요청을 무조건 실현하기 위해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견해와 신념들을 버리도록 강요할 수도 있는 하느님을 알지 못했다 81 ★★_바로 그거다!

o 인간의 용기를 시험할 때 하느님은 비록 아무리 신성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전통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을 거부한다 81

o 하느님은 종교적 전통으로는 내가 거부하고 싶은 것도 나에게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게 은총을 가져다준 것은 복종이었다. 그 체험 이후 나는 하느님의 은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하느님에게 맡겨졌다는 것과 하느님의 의지를 실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무의미한 일에 나 자신을 넘겨주는 셈이 된다 81

o 바리새인, 세리들 , 그 타락한 자들이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다소 만족감을 느꼈다 82

o 나는 사실 무엇에 관하여 말해야 할지 모르면서도 말하고 싶은 이상한 충동을 자주 느꼈다 83

o 나는 파문되었거나 선택되었다는 느낌, 저주받았거나 축복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83

o 비밀로 인하여 나는 거의 참을 수 없는 고독에 빠졌다. 누군가에게 그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낸 것이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여겨진다 84_비밀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할 만한 역량을 갖추기 전까지는 입다물고 있자!

o 오늘날에도 나는 외롭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 대부분 도통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들을 내가 알고 있고 그것을 암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84 ★_암시만 할 뿐이다. 노골적으로 말하는 모험을 하려고 하지 말자! 해석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자의 몫이다!

o 당신들은 내가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기 위해 심지어 나쁜 일을 하고 저주 받을 일을 생각하기를 하느님이 원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84

o ‘부디 제발, 그 비밀에 대해 뭔가를 아는 누군가가 어디에 있어야 할 텐데. 어딘가에 진리가 있어야 할 텐데.’ 84

o 아버지의 서재를 샅샅이 뒤져 하느님, 삼위일체, 영혼, 의식 들에 관한 책이면 무엇이든 읽어나갔다. 그것으로 현명해지지는 않았다. ‘이 사람들도 모르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84

o 통상적이고 ‘교화적인’ 해석 84

o 돌은 불확실한 것도 없고 자기를 알려서 전하려는 욕구도 없다. 돌은 영원하며 수천년 동안 살아 있다 85

o ‘나 자신은 단지 지나가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급히 타올랐다가 꺼지는 불꽃처럼 가능한 온갖 종류의 감정에 불살라지고 있을 뿐이다. ’나는 내 감정들의 집합이었으며, 내 안의 다른 존재는 시간을 초월한 돌이었다 85_내 감정들이 내 존재의 본질을 결정하지 않는다. 내가 입은 옷이 내 존재를 정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다 벗듯이 나를 지나가는 감정을 대해 보는 건 어떨까?

자연과 사원

o 나 자신을 아주 작은 존재로 느끼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제2의 인격’이 나에게 부여한 그 권위의식을 부리면 어쩌나 두려워했다 86

o 내 아래에서 나를 시샘하면서 따라잡으려고 기회를 노리는 학우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나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나는 모든 경쟁을 싫어했다. 누가 놀이까지도 경쟁적으로 하게 되면 나는 그 놀이를 그만두었다. 그후 나는 학급에서 2등에 머물렀는데 그것이 훨씬 마음을 편하게 했다 87

o 어리석고 교활한 아이 88

o 적들이 생기고 사람들이 나를 부당하게 의심하는 것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나, 어쨌든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내가 비난을 받는 모든 것은 나를 화나게 했으나, 나 자신을 돌아볼 때 그 비난들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아주 조금 알고 있었고, 그 조금 알고 있는 것마저 모순되었기 때문에 선한 양심을 가지고는 어떤 비난도 거부할 수 없었다. 사실상 나는 언제나 양심의 가책을 지니고 있었고, 실제적인 잘못과 잠재적인 잘못 그 둘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비난들에 대해 특별히 예민했다. 그 비난들이 모두 어느 정도는 급소를 찔렀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그 일을 실제로는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쩌면 나는 그렇게 했을 수도 있었다..내가 실제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대는 오히려 마음이 참 편했다. 그때는 적어도 무슨 이유로 양심의 가책을 받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89

o 언제나 나 자신이 둘: 하나는 부모의 아들로서 학교를 다니고 다른 아이보다 그렇게 썩 영리하거나 주의깊지도 않으며 근면하거나 단정하지도 깨끗하지도 못한 아이. 또 하나는 다 자란 어른으로 정말 늙고 의심이 많아 사람을 믿지 않고 인간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인물 89

o 인간들은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걸치고 비열함과 어리석음, 허영심, 위선과 혐오스러운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90

o 그러한 세계 옆에는 또 다른 영역이 있었다. 그 영역은 사원과 같아서 그 속에 들어가는 자는 누구나 변화되었다. 그는 우주 전체의 광경에 압도되어 자기 자신을 잊을 정도로 다만 놀라고 경탄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여기에 그 ‘다른 인물’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하느님을 숨어 있는 인격적인 존재로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초개인적인 비밀로 알고 있었다. 여기서 인간을 신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이지 그것은 인간의 영혼이 하느님과 함께 똑같이 창조의 과정을 바라보는 것과도 같았다 90

o 내가 혼자 있는 순간이면 곧바로 이러한 상태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나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이며 참다운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리하여 나는 도 다른 존재, 즉 제2의 인격의 방해받지 않는 평온과 고독을 추구했다 90

o 종교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제2의 인격, 즉 ‘내적 인격’에 대해 말해왔다. 제2의 인격은 내 생애에서 주역을 맡았으며, 내부에서 나에게로 다가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길을 열어주려고 노력했다 91

o 내가 알기로는 말로 누설해버려서는 안 되는 91_니진스키가 참지 못하고 해버렸던

o 은총은 오직 하느님의 의지를 철저히 실현하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 92

o 하느님의 의지는 매일매일 탐색해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92_매일 같은 시간에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o 하느님은 인간들을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존재로 그렇게 창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죄를 짓지 말도록 금하고, 심지어 지옥불길의 영원한 저주로 벌을 주기까지 한다 92

o 하느님은 자신의 압도적이고 충격적인 의지를 무력한 인간들에게서 철저히 실현되도록 할 수 있는 존재다 93

두 인격의 어머니

o 이런 생각들과 이미지들을 고안해내는 주체가 나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95

o 나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하며 내 운명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 하는 것은 나에게 달렸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문제가 나에게 제기되었다. 그런데 누가 문제를 제기했는가? 아무도 그 문제에 대해 나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그 해답을 나 자신의 고유한 내면으로부터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 하느님 앞에서 나는 단독자이며 하느님만이 이와 같은 무서운 일을 나에게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96

o 나는 확신을 붙든 적이 없었으나 확신이 나를 붙들어주어 그와 반대되는 모든 신념에 종종 대항하게 했다 96

o 나는 모든 결정적인 일에서...홀로 하느님과 함께 있다는 느낌을 자주 갖게 되었다 96

o 나는 수백년의 세월 속에 있었으며, 그 때 답을 준 자는 이미 항상 있었고 지금도 항상 있는 존재였다. ‘다른 인물’과의 대화는 나의 가장 심오한 체험이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피흘리는 전투면서 또 한편으로는 극도의 황홀경이었다 96_내가 문제를 풀어가는 형식인 자문자답은 제1인격과 제2인격의 대화였구나..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봐야겠다.

o 나는 혼자서 나 자신의 생각들에 빠졌다. 그러는 것이 나는 가장 좋았다. 나는 혼자서 놀았고 혼자 돌아나니며 공상하면서 나 자신의 비밀스러운 세계를 품고 있었다 97

o 그녀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온갖 인습적이고 전통적인 견해를 가졌으나, 그녀의 무의식적인 인격이 갑자기 돌출하곤 했다 97

o 어머니는 독백을 하듯 말했으나 내게는 유용한 말들이었고, 보통 내 가장 깊은 곳을 찔렀기 때문에 나는 할말을 잃곤 했다 98

o 나는 쥐죽은 듯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과 의기양양하게 “보세요. 어머니도 나와 같이 생각하시는군요.”라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100_제2 인격은 말할 필요 없다. 행동하면 된다.

o 진리와 자연과도 같이 잔인했다 100

o 내 안에서 이런 고태적인 성질의 어떤 요소를 인식한다. 그것은 사람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항상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닌 재능을 부여한다 101

o 비 개인적인 관조행위를 통해 보는 ‘배후의 눈들’ 101

o 내면의 눈으로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102

o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어떤 일을 갑자기 알게 되는 일이 내 생애에서 자주 일어났다 102

o 어머니는 너무 일찍 나를 믿을 만한 친구로 만들어놓고 자신의 여러 가지 고민을 나에게 털어놓았다 103

o 어머니가 말하는 모든 것을 둘로 나누기로 결심했다 103

o 나는 대화상대를 얻었을 것이다 103

o 하는님의 은총을 경함하는 데 필요한 저 회의와 신성모독에 빠지도록 할 수는 없었다. 하느님만이 그 일을 할 수 있지 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109

o 하느님은 위대한 위험이다..사람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라는 한쪽 면에만 매달려 유혹자와 파괴자의 손아귀에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109

o 자연은 창조주의 의지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110

악의 기원

o 독자적으로 깊이 생각하여 쓴 저자 111

o 종교 : 인간이 하느님과 자립적인 관계를 맺는 영적인 행위 111_ 하느님과의 직거래

o 하느님 : 인간 자아와 유사하게 상상될 수 있는 인격, 세계를 포괄하면서 세계를 전적으로 초월하는 고유의 자아 112

o 하느님은 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우주의 자아 112

o 하느님은 어떤 종류의 성격 내지는 인격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 112

o 나는 덕과 재능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보게 되면 시샘하면서도 경탄했다 113

o 하느님은 자신이 해로운 독사, 즉 악마를 들여다 놓음으로서 낙원의 영광이 너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스스로 대비하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하느님이 만족을 느꼈을까? 115

o 성좌는 단지 임의적인 결합에 지나지 않았다 115

o 하느님이 至善이라면 그가 창조한 세계와 피조물이 왜 이토록 불완전하고 부패하고 비참하단 말인가? 116

o 어딘가에서, 어떤 시간에, 나처럼 진리를 탐구하는 자들이 있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자신과 남들을 속이려하지 않으며,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의 현실을 부정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었다 116_고통마저도 아름답게 치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o 너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한번 읽어야 한다 116

o 완전한 세계를 창조하려는 하느님의 의도를 방해하는 힘을 가진 적대자와 피로 계약을 맺기까지 한 자가 있구나 117

o 자신이 영혼을 그토록 경박하게 도박에 거는 것이 나로서는 유치하게 보였다 117

o 母性秘儀

o 악과 그 세계장악력을 알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인간을 어둠과 고통으로부터 구원하는 데 악이 맡은 신비로운 역할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여태껏 있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118

o 정신적 능력은 그토록 숭고한 관념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어느 일정한 수준까지는 이미 발달되어 있음이 틀림없다 119

o 숲 속을 벌거벗고 방랑하던 원시인들까지도 그런 신의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신이라는 관념을 만들어내기 위해’ 틀어박혀 앉아 있는 ‘철학자들’이 아니었다 120

o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양모를 갉아 먹는 옷좀나방이 다른 옷좀나방들에게 오스트레일리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는가? 120

o 하느님의 존재는 우리의 증명 여하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120

o 어떻게 하느님이 나에게는 자명한 것이 되었을까? 하느님의 존재는 머리 위에 떨어지는 벽돌과도 같이 너무나 분명한데도, 이 철학자들은 어찌하여 하느님은 일종의 관념이며 자기들이 만들어낼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임의적인 가설이라고 말하는 것인가?..하느님은 적어도 나에게는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경험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되었다 121

o 그것은 나에게 밀려온 것이었고, 그것을 생각하도록 나는 아주 잔혹하게 강요당했다. 하지만 그런 후에 형언할 수 없는 은총을 받았다 121

o 우리는 악마도 원래는 선한 것으로 창조되었으나 그의 오만 때문에 타락하게 되었다고 가정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121

칸트와 쇼펜하우어를 읽다

o 독서는 재미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편안하게 기분전환이 되도록 해주었다 123

o 딴 사람들은 정말 모두 다른 곳에 있는 듯했다. 나는 완전히 혼자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그 문제에 관해 나는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어디서도 대화의 접촉점을 찾을 수 없었고, 그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소외감과 불신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 말이 없어지고 말았다 124

o 내가 그런 경험을 한 유일한 인간이란 말인가? 왜 내가 그 유일한 인간이 되어야만 하는가? 124_니진스키의 절규가 떠오른다.

o 나의 ‘특이성’은 차츰 불쾌하고 으스스하기까지 한 느낌을 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고약한 특성을 틀림없이 지니게 되었을 거라는 느낌이었다 125

o 내가 무력하여 맹목적이고 어리석은 운명에 던져졌다는 결론으로 언제나 다시 돌아올 뿐이었다. 그 운명은 나에게 거짓말쟁이요 사기꾼이라는 낙인을 찍어주었다 127

o ‘그럼, 여기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너는 흥분하고 있구나. 물론 그 선생은 너의 천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다. 다시 말해 너와 똑같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선생도 너와 마찬가지로 의심 많은 사람인 것이다. 너는 너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믿지 않게 때문에, 단순하며 소박하고 한눈에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아이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면 흥분하기 마련이다 128

o 나는 단지 저 흐릿한 세계를 오늘날의 방법으로 밝혀보고자 시도할 뿐이다 128

o 그들은 자신들이 질서있는 우주 속에, 신의 세계 안에, 온갖 것이 태어나고 온갖 것이 이미 죽어 있는 영원 속에 살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130

o 언어, 예리한 의식, 과학 들을 제외한 존재의 온갖 본질적인 요소들을 공유하는 셈이었다. 나는 그 제외된 요소들을 인습대로 경탄해 마지않았지만, 인간들을 신의 세계로부터 멀어지고 벗어나게 하여 동물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타락으로 이끌 가능성이 그 요소들에 있음을 발견했다. 동물들은 사랑스럽고 충직하며 변덕스럽지 않고 믿을 만하였으나, 인간들은 나에게 이전보다 훨씬 더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130_은주언니, 마음이 이런 마음일까..

o ‘신의 세계’가 지상에 나타난 것은 일종의 직접적인 메시지에 의해 식물계로부터 시작되었다 130

o 식물들은 무엇을 의도하는 일도 없고 이탈하지도 않으면서 신의 세계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표현했다. 나무들은 특히 신비로웠으며 나에게는 생명의 불가해한 의미를 직접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131

o 돌은 존재의 끝없는 신비, 영혼의 진수를 내포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그 자체이기도 했다 131

o 나의 지식은 예감으로 가득찬 영감의 세계를 차츰 침투해들어가 억압했다 132

o 나는 철학사에 관한 작은 입문서를 읽었고, 그로 인해 이미 사색되었던 모든 사상에 대한 일종의 개관을 얻게 되었다. 만족스럽게도 나는 나의 많은 영감이 그 사상들과 역사적인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132 ★★★

o 이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사실은 체험이 문제인 것이다! 133

o 쇼펜하우어 : 눈에 보이도록 여실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고통, 그리고 혼란과 고난과 악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한 사람 133

o 여기에 비로소 세계가 어쩐지 가장 좋은 것만을 기초로 세워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철학자가 나왔다 133

o 인류역사의 고통스러운 과정이 자연의 잔인성에는 일종의 결함, 즉 체계창조의지의 맹목성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134

o 나 자신이 동물과 이를테면 단지 정도의 차이만 날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134

o 나는 쇼펭하우어의 음울한 세계상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했으나 그의 문제해결 방법까지는 찬성하지 않았다 134

o 신은 어떤 신성모독에 의해서도 기분이 상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인간이 밝고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어둠과 불경스러움도 갖도록 신성모독을 요구하기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134_ 신도 완벽하게 기쁨이기만 한 삶을 누릴 수는 없다. 신과 인간의 차이는 ‘환경’이 아니라 ‘대처방식’인 것이다.

o 지성은 인간 마음의 기능으로, 마치 한 아이가 태양의 눈이 멀기를 기대하면서 태양을 향해 들고 있는 지극히 작은 거울 한 조각과도 같다 135

o 나는 확실히 붙임성 있고 속이 트인 사람이 되었다. 나는 가난이라는 것이 불리한 점도 아니며 고통의 주된 원인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행복과 불행은 용돈의 액수보다 더 깊은 원인에 의해 좌우되었다. 나는 이전보다 더 많은 더 좋은 친구를 얻었다. 내 발을 받쳐주는 훨씬 든든한 기반을 느끼며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까지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곧 알아차리고 후회하게 되었다. 나는 서먹함과 조소뿐만 아니라 적의에 찬 배척과 마주쳤다. 어떤 사람들이 나를 허풍쟁이요 ‘사기꾼’으로 보는 것을 알고 나는 몹시 놀라고 불쾌했다. 이전에 사기꾼이라는 혐의를 받았던 일이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반복된 셈이었다 136 ★

o 내가 사람들이 알 리가 없는 것들에 관해 자주 발언하거나 넌지시 의견을 말하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37 ★

o 젠체했다는 것 138

o 그것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 138

o 나는 학우들과 있을 때는 이런 ‘비밀스러운 사안’들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어른들중에서는 나를 허풍쟁이나 사기꾼으로 보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내 안에서 두 세계로 나누어진 분리를 지양하려는 나의노력이 저지되고 마비되었다는 것이었다 138 ★ _ 이거 제가 괴로운 이유랑 너무 같아요. 나누어진 두 세계를 통합해야 그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맘편히 노력에만 전념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퍼요. 이런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이 약해 빠진 내가 싫고 나를 이런 갈등에 빠뜨리는 세상도 싫고... 어쩌면 저랑 이렇게나 감정패턴이 같을까요. 융..그의 정신세계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_ 사람들과는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대화만 하면 된다. 그리고 내적으로는 계속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그 과정중에 사람들과 소통에 유용한 어휘를 얻을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멈추지만 않는다면 통합은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단, 메인이 ‘내적 소통’임을 잊어선 안 된다. ‘외적 소통’은 정말 기본만 하면 될 것 같다.

자연과학 VS 신의 세계

o 자연과학에서는 의미의 요소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고, 종교학에서는 경험의 요소가 결여되어 있는 것 140 ★

o 내 주위에서는 누군가가 학문적인 대상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은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141

o 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피하여 맹목적인 믿음만을 주장했다. 그는 그 믿음을 쟁취해야만 했고 필사적인 노력으로 강요하려고 했다 141

o 내 수중에는 나 자신을 방어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141

o 이따금 떨어지는, 정신적으로 감흥을 일으키는 물방울들을 갈급했지만 말이다 142

o 나 자신이 성실치 못해 버림을 받은 듯이 여겨졌다. 나는 스스로 이렇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너는 속이는 자다. 너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너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들을 속이고 있어. 그들이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확고한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해서,.....그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룻 아닌가. 나는 그들에게 이 사실을 설명할 방도가 없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혐오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참아내는 방법을 배워야만 해.” 물론 이런 노력이 지금까지 제대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와 같은 도덕적 갈등이 내 안에서 첨예화되자 제2의 인격은 차츰 내게 미심쩍고 불쾌한 것이 되어갔다. 더 이상 이러한 사실을 나 자신에게 숨길 수 없었다. 나는 제2의 인격을 없애버리려고 노력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143 ★ _ 전 결국 포기했어요. 제2의 인격을 포기하겠다는 건 스스로 움직이는 동력을 포기하고 누군가에 의해 조정되는 삶을 선택하겠다는 거잖아요. 처음엔 그게 무엇이든 하나의 동력에 의해 일관되게 움직이는 게 편하겠지만 그 편함에 길들여지면 정말 나의 삶을 살 수가 없게 되겠죠. 밖에서 에너지를 구하려고 해선 정말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알거든요. 에너지자립이야말로 자기안전보장의 유일한 길! 백만번 고쳐 생각해봐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_어쩔 수 없다. 한국어를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말해주려고 하는 것이 ‘성실’은 아니다. 그와 공유할 수 있는 어휘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과 내적 사유를 진척시키려는 노력을 병행해 나가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어느쪽에 비중을 실을 것인가는 순전히 개인적 기질과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하다. 나는 아마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비율을 조정해가는 편을 선택할 것 같다.

o 수세기에 걸친 여행으로부터 돌아오면 나는 일종의 환락 뒤의 뉘우침 같은 것을 느꼈다 143_현재 지니고 있는 육체가 먹고 살 양식을 마련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니까..그러니까 적게 먹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면 그 상태가 베스트인 듯 하다. 그만큼 여행을 오래 지속할 수 있을테니까..

o 그들은 자연스러운 감정을 지녔고 신자들보다 더 사교적이고 명랑하고 따뜻하면서 진실했다 144

o 나 자신은 천개의 눈을 가진 우주에서 하나의 눈으로 여겨져시으나 지상에서는 조약돌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144

o 언제나 방학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굉장한 시간 145

여행과 환상, 매력적인 모험이 세계로!

o 전혀 새로운 의식상태..그곳에는 더 이상 안과 밖이 따로 없고 나와 타인, 제1의 인격과 제2의 인격, 조심스러움과 소심함도 없었다 147_알콜만으로 무장해제를 하려면 너무 많은 양의 알콜이 필요하다. 효용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 꼭 알콜이 필요한가? 없이도 얼마든지 무장을 풀 수 있는데....숙취로 괴로워하면서 낭비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o 그의 아내와 자식들은 성자인 남편과 아버지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아버지가 나에게 특히 사랑스럽게 여겨진 것은 바로 그 결점과 부족함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 어떻게 사람이 성자와 함께 살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기에 성자는 은둔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지만 그의 은둔처는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나는 이런 생각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여겼다. 즉 가족들은 한 집에 살고 나는 다른 곳, 집에서 약간 떨어진 막사에 사는 것 말이다. 나는 그 오두막에 수많은 책과 책상을 갖다놓고, 불을 피워 밤을 굽기도 하고 불위의 삼각받침에 스프통을 걸어 놓을 것이다 152_실제 융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o ‘운명적인’ 이상한 감정..‘그녀는 이제 막 내 앞에 나타났는데도 마치 우리가 하나가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와 함께 걷고 있구나’ 152

‘마음의 평화’를 해치는 존재에 적대감을 느낀다. 피하고 싶다. 눈을 감고 싶다..그만큼 시야가 좁아진다.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흠..

o 이 만남은 외견상 전혀 무의미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어서, 이 만남은 며칠 동안 내 마음을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길가의 기념비처럼 영원히 내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 153

o 제1의 인격이 제2의 인격이 주는 부담과 우울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다. 침울해하고 있는 쪽은 제2의 인격이 아니라 제2의 인격을 상기할 때의 제1의 인격이었다 154

o 거기에는 알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찾아볼 수 있는 무척 매력적인 도서관이 있었다 155 ★

o 식물은 분명히 순진무구한 신성한 상태에 속해 있었다 159

아름다운 시간들_대학시절

파우스트와 요한복음

o 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나 자신이 무엇을 할지는 모르고 있어 164 ★★★_오~!! 놀라운 일이다. 융이 대학시절까지도 이런 평가를 받았다니..

o 나는 학우들이나 교사와 같은 유력한 윗사람들이 대부분 싫어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그들이 나에 대해 의심과 비난에 찬 의견을 내 놓을 것이기 때문에, 나의 꿈을 지원해줄 후원자를 찾을 가망도 없을 것이었다 166 ★_ 회사에 들어 온 후 줄 곧 나를 따라다니는 무서운 피해의식의 실체_ 지금은 어느정도 해결된 것 같기는 하다. 아니다. 내가 사부님을 어려워하는 것도 이런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부님께서 나를 의심하신다면 더 이상 서있을 수 없을 것 같아서..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나보다. --;;

o 인생을 그런 식의 타협으로 시작한다는 거은 좋지 않다는 언짢은 감정이 있었다 166

o 나는 그 ‘윗’분들에게 그러한 친절을 기대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167

o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서로 다른 두 가지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제1의 인격의 눈으로 바라본 나라는 인간은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보통수준의재능을 갖춘 청년으로, 허황된 야심과 세련되지 못한 기질, 모호한 태도들을 지니고 있었다. 즉시 천진난만할 정도로 흥분하는가 하면, 또 금방 변덕스럽게 유치한 실망에 빠지기도 했다..제2의 인격은 제1의 인격을 까다롭고 배은망덕한 도덕적 과제, 종결되어야 할 일종의 숙제로 여겼다. 이런 과제는 일련의 결점으로 인하여 부담이 가중되었다. 그 결점이란 때때로 부리는 게으름, 의기소침, 침울, 아무도 가치를 두지 않는 이념이나 사물들에 대한 어리석은 열광, 혼자 착각하는 우정, 좁은 마음, 편견, 우둔함(수학!), 타인에 대한 이해부족, 세계관에 대한 모호성과 혼란 등 이었다 167_제1인격과 제2인격의 불화가 자존감을 위태롭게 했던 것 같다. 어느순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우월감에 휩싸이면서도 바로 다음 순간 숨 쉴 가치도 없는 하찮은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드라마틱한 감정기복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두 인격 모두 자신의 트랙에서 훌륭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협업체계를 갖출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드림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할을 잘 분담하여 조화롭게 사이좋게 가보도록 하자!

o 제2의 인격은 자기 자신으로서는 냉혹할 정도로 분명했으나 무능하고 의욕이 별로 없었다. 제1의 인격의 두텁고 어두운 매개물을 통하여 자신을 나타내기를 간절히 바라기는 했지만 말이다 168

o 햇살이 쏟아지는 풍경을 향해 높은 창문들을 열어놓은 궁전의 넓은 홀과도 같았다 168

o 파우스트는 제2의 인격의 살아 있는 등가물 169

o 나의 대부요 보증인은 위대한 괴테 바로 그 자신이었다 169

o 나 자신의 인식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위대하고 유일한 보물이었다. 그것은 어둠의 힘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약했으나 그래도 하나의 빛이었고 나의 유일한 빛이었다..나는 제1의 인격이 빛을 운반하는 자이며 제2의 인격은 그림자처럼 제1의 인격을 따라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과제는 그 빛을 지키고 그 ‘투철한 생명력(제2의 인격)’을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었다 170

o 나는 제1의 인격으로서 공부, 돈벌기, 책임, 분규, 혼란, 과실, 복종, 패배 들을 헤쳐나가며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171

o 우리는 단지 앞으로 돌진함으로써 시간으로부터 잠깐 동안 벗어날 수 있을 뿐이었다 171

o 낙원은 아담에게 유령이 되어버렸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돌밭을 경작해야 하는 그 곳에 빛이 있었다 171

o 어디서 이런 꿈이 오는것인가?

o 진정한 문제는 왜 이러한 과정이 일어났으며 왜 그것이 의식을 뚫고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171

o 배후에서 비밀리에 작용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어떤 지적 존재, 아무튼 나보다는 지능이 높은 무언가가 말이다 172

o 내적인 빛의 영역이 거대한 그림자라고 하는 천재적인 새각은 나에게 떠오르지 않았다 172

o 내가 내적 영역을 상기시키는 어떤 것을 넌지시 암시할 적마다 사람들 위에 드리워지던 그 의아함과 서먹함의 차가운 그림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제2의 인격을 뒤에 남겨두고 떠나야만 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어떤 경우라도 내 앞에서 제2의 인격을 부정한다거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한다면 스스로를 불구로 만드는 것이며, 더 나아가 꿈의 출처를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이상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172

o 나는 나 자신이 점점 더 제1의 인격과 동일화되는 것을 느꼈으며, 이러한 상황은 훨씬 더 포괄적인 제2의 인격의 단순한 일부임이 판명되었다 172_제2의 인격을 현실계로 끌어오려고 애쓰지 말자. 그건 그림자다. 그림자는 빛이 있을 때만 나타날 수 있는 이를테면 종속변수같은 것이다. 그림자가 실체가 아님을 명심하자. 제1의 인격으로 충실히 살아가 더 많은 빛을 모을 수 있으며 제2의 인격도 더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o 그는 자신의 개성 때문에 부모의 정신세계와는 제약된 범위 안에서만 일치할 뿐이다. 시대정신 그 자체는 대개 무의식적이다. 이 가족정신이 전반적으로 동의를 표시할 경우 그것은 일종의 세계확실성을 의미하게 된다. 하지만 그 정신이 많은 것과 대립하여 스스로 어긋나버리면 세계불확실감이 생겨난다 174_부디 우리부부가 아이들의 개성을 품어줄 수 있는 폭넓은 가족정신을 형성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세계확실성을 선물하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아닐까?

o 어머니의 제2의 인격은, 내 무의식이 자극을 받아 만들어 내고 있던 기이한 보상적 산물들과 아버지의 전통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한 나에게 가장 강력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175

o 내 어린시절의 발달이 미래의 사건들을 얼마나 미리 잘 말해주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러한 계시는 어제오늘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미 그 그림자를 던져온 것이었다 175

o 우리 인간은 자기 자신만의 개인적인 삶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수세기에 걸친 집단정신의 고도로 수준 높은 대변자요 희생물이요 후원자인 셈이다. 우리는 평생 동안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을 세계라고 하는 극장무대에서 주로 대사 없는 단역배우 역할만을 해왔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들이 있다. 그것이 무의식적인 것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더 크다. 이와 같이, 적어도 우리 존재의 일부는 수세기에 걸쳐서 살아온 것이다 175

o 서양종교는 분명히 말해 내적 인간에 초점을 맞추어, 2천 년 전부터 내적 인간을 의식의 표층으로 끌어올려 그 인격의 특성을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진지하게 노력해왔다. “밖으로 나가지 말라. 진리는 내적 인간에 깃들어 있다!” 176 ★★★

아버지의 죽음과 궁핍한 시절

o 너무나 많은 선행을 베풀고는 그 결과 대개 기분이 언짢았고 곧잘 부아를 내곤 했다 177

o 나는 아버지가 이런 모든 기회를 잡아서 자신의 상태와 투쟁적으로 대결하지 않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178_ 부자의 차이, 나도 융의 아버지가 어떻게 버텼는지 오히려 신기하다.

o 나는 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들이닥친 운명을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며, 이와 같은 자명한 진리를 아버지에게 전달하려고 아주 서툴긴 했지만 나름대로 노력했다 197

o 왜 그는 그런 싸움을 모든 피조물의 비밀스러운 창조자이며 세계의 고통에 대해 실제로 책임이 있는 단 한분인 하느님과 하지 않았을까? 179

o 하느님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에게조차 그런 꿈을 보여주었으며 나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179

o 그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정서적인 측면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180

o 지극히 이성적인 논의가 어떻게 그와 같은 정서적인 저항에 부딪히게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180

o 결국 두 사람 다 특유의 열등감을 안은 채 물러서고 말았다 180

o 아버지가 얼마나 절망적으로 교회와 그 신학적 사고방식에 붙들려 있는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들은 아버지가 하느님에게 직접 도달할 수 있는 모든 길을 막아버리고는 의리없이 아버지를 버리고 말았다 180

o 유물론과 신학 두 가지 다 인식론적 비판이나 경험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181

o 내가 보기에 신앙의 가장 큰 죄는 경험을 앞지르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182

o 나는 아버지의 인생이 대학 졸업과 함께 결정적으로 정지되어버렸다는 사실을 홀연히 깨달았다 183

o 세계는 나에게 그러하듯 아버지에게도 활짝 열려 있었다. 그러한 아버지를 온통 기죽게 하고 우둔하게 만들고 쓰라리게 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184_ 세상에 복종하면 그만큼 보수를 받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실제로 그가 ‘자기’를 포기하고 얻은 안정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의 방식은 스스로와 가족 어느편에서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o 그가 존재했었고 무언가 되어야 했던 시절 184

o 아버지는 너를 위해서 지금 돌아가셨구나 185

o 아버지는 건강이 회복되어 집으로 돌아왔고, 다시금 나는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자책했다. “아버지가 꿈속에서 돌아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리고 아버지가 그토록 ‘실재’처럼 보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186

o 그의 회의의 시선은 무척 인상적인 주름장식옷이라 하더라도 그 옷 밑의 공허와 허영을 꿰뚫어보았다 188

o 사람들은 정말이지 피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내적인 대화가 오고갔는데, 그가 나에게 드문드문 던진 어떤 질문들을 통해 나는 그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190

o 그의 생애의 마지막 10년 동안, 우리 두 사람은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길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만났다 190 _그림자끼리 만나서 회포를 풀어야 할 필요도 있나보다..그림자 놀이를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결코 그림자의 실체를 느끼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게 법칙이다.

차라투스투라는 니체의 파우스트

o 그리스도를 전면에 내세워 그를 하느님과 인간의 드라마에서 결정적인 유일한 인물로 만드는 견해에 대해 동조할 수 없었다 192

o 나는 제대로 된 악마가 기독교와 더불어 비로소 생겨났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192

o 그 모든 것은 적절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 192

o 마음이라는 것이 그 모든 것의 기초를 이루고 있음..마음 없이는 지식도 통찰도 잇을 수 없었다 193

o 어디에서나 마음은 암암리에 전제되어 있었으나, C.G.카루스의 경우처럼 마음이 언급된 곳에도 마음에 관한 진정한 지식은 없었다 193

o 영혼의 객관적인 성질 194

o 왜 유령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 그들의 불안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가? 나에게는 그러한 가능성이 아주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이었다. 그것은 나의 삶을 몇배나 더욱 아름답게 해주었다 194

o 어머니의 제2의 인격은 이러한 나의 열의에 전적으로 동조했으나, 그 외 주변사람들은 나를 낙심하게 했다. 그때까지는 내가 전통적 견해의 바위에 부딪혔다면, 이제는 비인습적인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철저한 무능과 선입견이라고 하는 강철벽에 부딪힌 셈이었다 195

o 나는 세계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나에게 불같이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부질없는 것이며, 심지어는 불안을 자아내는 원인이 되기까지 했다 195 ★★★ _ 음..음..음..

o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과관계의 한정된 범주를 넘어서는 사건이 있을수도 있다는 사실 195

o 이러한 통찰은 나에게 위험스러운 것이 되었다. 우월감을 잔뜩 부추키고 근거없는 비판, 공격적인 성향으로 유도하여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그 옛날의 의혹과 열등감, 침울, 다시 말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끊어버리려고 결심했던 악순환이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세상 바깥에 서 있고 싶지 않았고, 괴상한 아이라는 미심쩍은 평판도 듣고 싶지 않았다 196 ★★★★★ _ 나도..

o 동물들에 대한 나의 연민은 쇼펜하우어 철학의 불교적인 몸짓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은 원초적인 정신적 태도의 바탕, 즉 동물과의 무의식적인 동일시에 기반ㅇ르 둔 것이었다 197

o 나는 나 자신이 니체를 닮을지도 모른다는 은밀한 불안을 느끼며 주춤했던 것이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자신이 ‘또 하나의’ 니체처럼 인식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198

o 니체가 내적인 체험과 통찰을 가지고 불행하게도 그것들에 관해 발하고자 했으나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198

o 제2의 인격은 나를 잠시도 가만두지 않고 좋지 않은 때에 반복해서 나타나 나 자신을 돌이켜보도록 밀어붙였다 199

o 그는 바로 그 천재성에 힘입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제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이 그의 병적인 오해였다. 그는 제2의 인격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세상에다 그것을 거리낌없이 앞뒤 재지도 않고 밝혀버렸다. 그는 자신이 겪은 황홀경을 함께 느끼고 ‘모든 가치의 전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리라는 유치한 희망에 사로잡혀있었다 200 _ 저는 니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아닌 나로 사랑받는 건 진실한 나의 모습으로 배척당하는 것보다 더 외로운 걸 알거든요. 융이 지적한 것도 그 희망이 아니라 '앞뒤 재지도 않은' 부주의함이었겠죠. 처리되지 않은 상징은 그야말로 위험해보일 뿐이니까요_‘통역(번역)’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준다.

o 말로 전할 수 없는 신비에 빠진 상태에서 니체가 온갖 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우둔한 대중에게 그 신비를 전하고자 했을 때는 그도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

o 그는 이 세상에서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알지 못했고, 신들린 사람으로 주변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만 하는 인물이었다 201_통역의 번거로움을 견디지 못했다.

o 우리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점에서 순진한 사람은 동료들에게 그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그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모욕이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작가, 신문기자, 또는 시인들에게만 그와 같은 무례한 행동을 허용할 뿐이다. 나는 새로운 관념이나 단지 특이한 측면까지도 오직 사실로써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201 _ 명심 또 명심!!_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어 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내가 알고 있는, 아니 보고 있는 것들을 풀어놓을 수 있는 채널이 필요했던 것이다. 제1의 인격이 활동하는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소통의 창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엉망이 되어버릴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꼭 소설가가 되어야겠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나는!!

o 나는 어디선가 다이아몬드계곡을 지나온 것도 같은데, 내가 가지고 온 광석표본이 자갈돌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확신시킬 수가 없었다. 그것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나 자신까지도 확신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202

정신의학에서 길을 찾다

o 나에 대한 의심스러운 평판과 내가 그토록 자주 겪은 소외감 204

o 그래 그래, 뭔가 뜻이 있을거야 205

o 내키지 않게 깊은 인상 205

o 영매의 사례에서 나는 제2의 인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어린아이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며, 어떻게 자기 안에서 그것을 마침내 통합하는지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207

o 조기 완성된 자 207

o 그녀가 죽어가는 최후 몇 달 동안 그녀의 성격들이 하나하나 그녀로부터 분리되어 결국은 두 살짜리 어린아이 상태로 돌아가서 마지막 잠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208

o 예민한 지성이 어떻게 문제를 파악해서 이미 반쯤 해답이 들어있는 질문을 만들어내는가를 보았다 208

o 정신병을 ‘인격의 병’이라 일컫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가슴이 격렬하게 두근거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심호흡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왜냐하면 나에게 정신의학 외에는 다른 목표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전격적으로 계시처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정신의학에서만,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두 흐름이 합류하여 그 합해진 물의 힘으로 스스로 물길을 내어 흘러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여기에 내가 사방으로 찾아 헤매었으나 발견하지 못했던, 생물학적 사실과 정신적 사실에 관한 공동경험의 장이 있었다. 정신의학은 자연과 정신의 충돌이 실제 사건이 되는 결정적인 분야인 셈이었다 210 _내 제2의 인격은 가만히 방치하기엔 너무 에너제틱하다. 뭔가 역할을 주지 않으면 언제라도 제1의 인격을 침범해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평화로운 삶을 지켜내기 위해선 그에게 역할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은 소설가이다.

o 자신의 선입견과 존재의 전체성을 가지고 경험의 객관성 배후에 서서 자기 자신의 全인격으로 ‘인격의 병’에 관해 대답하는 고백의 말 210

o 내가 내과의사로서 출세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정신의학 같은 하찮은 것과 바꿔버리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211

o 나는 아무도 나를 따라오려고도 하지 않고 따라올 수도 없는 옆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분명히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러나 결심은 섰고 그것은 숙명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나의 확신을 흩뜨려놓을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두 개의 강물이 합류하여 세차게 흘러가면서 먼 목적지로 나를 가차없이 실어가는 것과도 같았다. '통합된 이중성‘이라는 고양된 감정에 힘입어 나는 마법의 파도를 탄 것처럼 시험을 치러냈고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211 ★★★

o 무엇에 관한 문제가 나올지 직관적으로 미리 알아맞히기까지 했다 212 _ ㅋㅋ 저도 왠지 그럴 것 같아요. ㅎㅎ_ 승진시험에서 내가 보인 직관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꿈은 역사적 사실을 엮어내는 틀을 제시해주었는데, 이 틀은 실제 문제를 푸는데 거의 완벽하게 유용했다.

o 그는 뭔가 우월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열등감과 당황해하는 마음이 있었고 상황에 전혀 적응할 줄을 몰랐다....단 한가지 적극적인 점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거의 편집광적인 노력가라는 인상이었다. 그는 의학적인 사실이나 지식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했다. 공부를 마치고 나서 몇 년 후 그는 정신분열증을 앓았다. 나는 이러한 일치를 사건들의 특이한 병행현상으로 언급해둔다. 212

o 조발성치매(정신분열증) 213

o 정신의학은 ‘병든’ 인격과 치료자 인격간의 대결 213

o 망상관념이나 환각이 정신병의 특이한 증상일 뿐 아니라 일종의 인간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제시하려고 노력 213

o 천성이 무척 예민하면서도 늘 차분했다 216

o 부르크휠츨리에서 일을 함으로써 오직 의향, 의식성, 의무와 책임으로 이루어진 분리되지 않은 현실 속에서 나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세속의 수도원으로 들어가서 보편적이고 평균적이며 진부하고 의미가 결여된 것들만을 믿겠다는 맹세를 따르는 것과도 같았다. 또한 생소하고 의미있는 것들은 모두 거부하고 비범한 것들을 모두 평범한 것으로 축소하겠다는 맹세를 지키는 것과도 같았다 216_나의 회사생활을 묘사한 듯한...

o 나는 인간의 정신이 스스로 붕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싶었다 216_니진스키의 <일기>가 훌륭한 텍스트가 되어주었을텐데..

o 내가 연구에 몰두하고 스스로를 밀실로 몰아넣는 바람에 동료들로부터 멀어진 것을 말할 필요도 없었다 217

o 정상적인 것의 병적인 변형 217

o 나의 객관적 생애에서 기인한 주관적 실험 217

o 나는 나의 숙명을 정말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만큼, 그 정도로 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럴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217

o 인간이란 스스로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좋든 나쁘든 다른 사람들의 판결에 맡겨진 하나의 사건인 셈 217_ 융이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느껴져서 가슴 아파요.

상처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o 무엇이 정신병자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가? 221

o 환자들에게 ‘꼬리표를 붙이고’ 진단하여 도장을 찍으며 그것으로 일은 대충 끝나는 것이었다 221

o 프로이트 : 히스테리와 꿈의 심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탐구

o 내가 그녀에게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해주어야만 하는가, 아니면 말하지 않아야 하는가? 내가 큰 수술을 감행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나에게 중대한 양심의 문제였고 동시에 의무의 갈등을 의미했다 224_현재 나의 갈등

o 나는 내가 어떤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환자가 곤경에 처하면 나 역시 그렇게 되고 말 것이었다! 224

o 정신의학 사례 중 많은 경우 환자는 말하지 않은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 그것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는 개인적인 사연을 조사한 다음 비로소 진성한 치료가 시작된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환자의 비밀이며 바로 거기서 좌절하고 만 것이다 226

o 의사는 증상만이 아니라 그 사람 전체를 꿰뚫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226

o 나에게는 환자 스스로 어떤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해가는지 환자 자신으로부터 들어서 아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꿈이나 무의식의 다른 표현들을 주의깊게 분석해보는 것이 필요했다 230

o 심한 모성콤플렉스..음주는 괴로운 상황을 잊기 위해 자신을 마취시키려는 절망적인 시도였다 231

o 그는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라든지 어머니가 간섭하는 대로 따라야만 할때마다 자신의 기분을 마비시키거나 날려버리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232

o 신체적으로도 그는 다소 연약한 용모였고 어머니를 결코 당해낼 수 없었다 232

o 나는 보통 같으면 의사의 양심으로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만 셈이었다. 그러나 환자를 위해서는 그 책임을 내가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33

o 이제는 자기 자신의 길을 아주 성공적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여러 해 동안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강제적인 방법만이 그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233

o 그녀는 살인범이었으나 거기에 더하여 그녀 자신을 또한 살해했다 235

o 때로는 동물이나 식물까지도 그 죄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35

o 그녀는 자신의 고백을 선입견 없이 받아줄 한 사람을 찾고자 했다 235_‘벽’같은 사람이 필요한 이유이다.

o 인간적인 배경과 인간적인 고통을 드러내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의사의 치료는 시작되기 때문이다 236

o 내가 우왕좌왕하며 암중모색을 하고 있는 데 반해 그들은 확신이 넘치는 듯이 행동했다 237_확신이라기보다는 군중속에서의 안도감이었겠지. 다수의 편에선 자들이 누리는..

o 정신의학의 주요과제는 병든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인식하는 것 237 ★★★

o 나는 모든 주의를 정신병에서 의미있는 관련성들을 찾는 데 돌리게 되었다 238

o 이제까지 정신병에서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졌던 많은 사실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정신이 돈’ 것들만은 결코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나는 그런 환자들에게도 그 배후에는 정상이라고 일컬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간주될 만한 ‘인격’이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따금 이런 인격 역시 주로 목소리나 꿈을 통해 아주 이치에 맞는 발언과 항변을 할 수도 있었다 239

o 성경읽기 241_이해받는다는 느낌, 즉 소통의 느낌으로 치유되는 걸까?

o 나는 피해만상과 환각이 일종의 의미의 핵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의 인격, 하나의 인생사, 하나의 희망과 욕망이 그 배후에 있었다. 우리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단지 우리의 문제일 뿐이다. 정신병에 보편적인 인격심리학이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과, 여기서도 오랜 인류의 갈등이 재발견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241

o 정신병에서 새로운 것이나 미지의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자신의 존재의 바탕과 마주치게 된다 241

o 몽상가라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무척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242

o 아름다운 망상을 가지고 그토록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해주었으므로, 나는 그녀를 어떤 의미에서는 친구 같은 노파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녀의 괴기한 헛소리의 혼돈속에서도 인간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243

o 주의깊은 개입이 지속적인 치료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을 보았다 243

o 겉으로 보게 되면 정신병 환자에게서는 비극적인 붕괴만이 보인다. 하지만 감추어져 있는 환자 영혼의 다른 측면의 삶을 보는 일은 드물다 243

o 그녀는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것을 꺼리다가 결국 성질 사나운 경비견하고만 마음을 나누게 되었다 243

o 나의 환자는 이제 달의 주민들을 위하여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하고 흡혈귀를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244

o 이 세상은 아름답지 않으나 달은 아름답고 그곳의 삶은 의미가 깊다 245

o 소녀시절에 당했던 근친상간으로 인해 그녀는, 세상의 관점에서는 굴욕을 느꼈지만 환상의 세계에서는 고양된 기분이 될 수 있었다. 그녀는 소위 신화의 영역으로 옮겨진 것이었다. 근친상간은 전통적으로 왕과 신들의 특권이기 때문이었다 246

o 정신병 :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상태 246_소통불능 상태

꿈의 분석

o 어떤 의사가 나에게 자기는 엄격하게 이러저러한 ‘치료법을 따른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의 치료효과를 의심한다 248

o 치료는 환자로부터 자연스럽게 진전되어야 한다 248

o 보편적인 원칙은 다만 최소한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심리적인 진리는 사람들이 그것을 반대로 뒤집을 수도 있을 때에만 타당한 것이 된다 248

o 의사는 소위 ‘방법’에 관하여 알고 있어야말 한다. 하지만 그는 규격화된 일정한 방식에 매이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론적인 전제는 다만 조심스럽게 적용되어야 한다. 오늘은 그 전제가 타당할지 모르나 아마도 내일은 다른 전제들이 그럴지도 모른다 249

o 각 개인에 대한 개별적인 이해만이 있을 뿐이다 249

o 결정적인 것은 내가 인간으로서 또 다른 인간과 대면하고 있다는 점. 분석은 일종의 대화 249

o 잠재적 정신병의 상징적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무렵 나는 신화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49_의사는 환자를 분석해내야 한다. 그의 상징을 이해해야 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능을 환자의 경우, 의사가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o 환자를 실제로 충동질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론의 증명이 아니라, 환자가 자기 자신을 한 개인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250

o 인간의 마음의 지평은 의사 상담실의 시야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250

o 마음은 이를테면 세계의 절반으로, 우리가 그것을 의식할 때에만 존재 250

o 마음은 단순히 개인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며, 정신과의사는 전체 세계에 관여해야 한다 250

o 오늘날에는 예전과는 달리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위험이 자연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즉 각 개인과 다수의 마음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50

o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이 제대로 기능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 250

o 정신치료자는 단지 환자만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의사 자신이 자기를 이해하는 것이다. 수련의 필수조건은 교육분석, 즉 자기분석이다. 환자의 치료는 말하자면 의사로부터 시작된다. 의사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문제를 다룰 줄 알고 있을 경우에만 환자에게도 그것을 가르칠 수 있다. 250

o 교육분석에서 의사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인식하고 진지하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의사가 그 일을 할 수 없다면 환자도 이를 배우지 못한다. 의사가 배워 알지 모한 마음의 한부분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이, 환자 역시 마음의 한 부분을 잃고 말 것이다 251

o 의사는 피분석자로서 분석이 바로 자기 자신과 관계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교육분석 : 실제적인 삶의 한 부분이지 무조건 암기하여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251

o 본래의 분석에서는 환자와 의사 모두 그 전인격이 대상이 된다. 의사가 자기 자신을 바치지 않고 치료할 수 없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치료에서 중요한 고비를 맞았을 때, 결정적인 것은 의사가 자기 자신을 드라마의 한 부분으로 보느냐 아니면 스스로를 자기 권위로 씌워버리느냐 하는 것이다. 인생의 심각한 위기에서는, 다시 마해 죽느냐 사느냐가 문제인 순간에는, 암시의 잔꾀 따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때 의사는 그 전존재가 도전을 받게 된다 251★_이 경우 의사는 그의 제2의 인격을 전면에 드러낼 것을 요청받게 되는데, 의사 개인으로서는 참으로 위험한 요청이다. 제1의 인격과 제2의 인견이 엄격하게 역할을 분담해야 현명하다고 믿는 융도 환자를 위해서라면, 또 정신과의로서의 소명을 위해서라면 이런 위험도 기꺼이 무릅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o 치료자는 자기 자신이 환자와의 대결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수시로 해명해야 한다 252

o 우리의 꿈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세심한 데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자기 자신을 환자와 마찬가지로 관찰해야 한다 252

o 꿈은 의식적인 태도에 대한 보상 바로 그것이다 253

o 나는 의사로서 환자가 나에게 어떤 소식을 가져오는지 항상 자문해야 한다 ...의사는 그 자신이 고통을 당할 경우에만 효과를 얻는 법이다. ‘상처입은 자만이 치유할 수 있다’. 의사가 체면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으면 그는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하게 된다 253

o 어려운 상황들이 의사에게도, 아니 바로 그 의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치료자는 제3자에 의해 점검을 받아야 한다 253

o 고해신부 역할을 해줄 아버지 같은 사람이나 어머니 같은 사람을 가지도록 하시오! 253

o 분석자가 된다는 것은 당신이 우선 당신 자신을 알아가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당신 자신이 치료의 도구입니다. 당신이 올바르지 않다면, 어떻게 환자가 올바르게 되겠습니까? 당신이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환자를 확신시킬 수 있겠습니까? 254

o 그것은 잠재적인 정신병이었다 256

o 그의 정상성은 일종의 보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57

o 그가 위험한 정신병 환자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을 때 아마도 그는 절망적인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257

o 그의 정상성 경향은 일종의 인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인격은 무의식과 대면하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폭파되고 말 것이다 257

o 잠재성 정신병의 경우에는 비전문가들이 잘못 짚기가 쉽다.비전문가가 분석가로 일하더라도 전문적인 의사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258

o 이런 직무는 아주 긴 기간의 철저한 수련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교양이 요구된다 258_이런 공부를 해보고 싶다.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집단무의식의 원형에 대하여

o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부인들이 질투심이 많아 남편의 교우관계를 깨뜨리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법이다. 그러한 부인들은 자신들이 남편에게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자신에게 전적으로 속해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모든 질투의 핵심은 사랑의 결여에 있다 260

o 원형적인 상황과 관련하여 종종 관찰되는 전형적인 동시성현상이다. 무의식에서 시간과 공간을 상대화함으로써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떤 일을 지각할 수 있었다. 집단 무의식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으로, 고대에서 ‘만물의 공감’이 라고 불렀던 것의 기초다 261

o 나에게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환자가 자기 자신의 견해를 가지도록 하는 일이었다. 나에게는 환자의 숙명과 부합하는 대로 이교도는 이교도요, 기독교는 기독교도요. 유대인은 유대인일 뿐이었다 261

o 의사가 그녀에 대해 일종의 전이를 겪게 되어, 결국 그녀에게 더 이상 자기를 찾아오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의 결혼이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262

o 당신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를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263

o 그녀가 여신이라도 되는 양 내가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우산을 바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그 꿈은 그녀가 단지 경망스러운 인간이 아니라 그 내면에 성녀의 소질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녀는 신화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그녀안에 있는 본질적인 것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녀의 관심은 모두 연애행각과 의복, 성적인 것으로 쏠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러한 것들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는 단지 지적인 것만 인지하고 있었으며, 의미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하느님의 비밀스러운 뜻을 이루어야 하는 하느님의 자녀였다. 그녀는 영적 활동이 요구되는 사람들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 안에 있는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관념들을 불러일으켜야만 했다. 그리하여 그녀의 삶은 의미를 갖게 되고 신경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64

o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264

o 나는 사람들이 인생문제들에 대해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해답으로 얼버무릴 때 신경증이 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사람들은 지위, 결혼, 명성, 외적인 성공, 재물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조차 사람들은 여전히 불행하고 신경증을 앓는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너무나 좁은 정신적인 한계에 갇혀 지낸다. 그들의 삶에는 흡족한 내용과 의미가 없다. 그들이 좀 더 폭넓은 인격으로 발달할 수 있다면 신경증은 보통 사라진다. 그런 이유로 인격의 발달이라는 관념이 나에게는 처음부터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264

o 상징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 264

o 결여된 부분을 채워주는 상징들을 무의식이 자율적으로 가져오는지 그렇지 않은지 관찰하는 일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그때에도 상징에 해당하는 꿈이나 환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떠안을 수 있는지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게 된다 265

o 그는 꿈에 산비탈에 서서 울창한 숲으로 덮인 깊은 골짜기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가 그곳으로 가는 것을 이제까지 항상 무언가가 가로막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계획을 실천해보려고 했다. 그가 호수로 다가가자 으스스한 기분이 들더니 갑자기 한차례 가벼운 돌풍이 수면 위로 불어 음산한 물결을 일으켰다. 그는 겁에 질려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다.

처음에 이 꿈은 이해하기 어려운 듯이 보였다. 그러나 신학자로서 그는 돌풍으로 물결이 일기도 하고 병자들이 씻기도 했던 ‘연못’, 즉 베데스다연못을 상기했을 것이다. 한 천사가 내려와 연못물을 건드리면 그 물은 치유력을 갖게 되었다. 가벼운 바람은 이든지 원하는 대로 가는 영이다. 그런데 그 사실이 그를 몹시 두렵게 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있는 누멘을 암시하는 것으로 그 앞에서 그는 공포에 질렸다..

나는 그가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말해 그 공포를 건너뛰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환자가 자기 자신의 길을 감으로써 스스로 책임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나는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저항은 특히 완강할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대개 그런 저항은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는 경고를 뜻하기 때문이다. 치유에 효과적인 것은 毒 일수도 있어서 모든 사람이 다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는 하지 못하도록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그런 수술이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문제가 내적인 체험, 즉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때는 대부분의 사람이 섬뜩한 기분이 들어 도망하기 일쑤다. 266_항암치료 전에는 반드시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o 내적 체험의 모험, 즉 영적인 모험은 많은 사람에게는 친숙하지 않다. 정신적인 실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파문에 해당한다...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흔히 사람들은 정신에 대해 예기치 않은 깊은 경멸을 나타낸다 267

o 오늘날 정신치료에서 의사 또는 정신치료자는 환자나 환자의 감정과 이를테면 ‘함께 가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 있다. 나는 이것이 항상 옳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많은 경우 의사편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요구될 때도 있다 267_?

o 그녀가 격분하여 자리에서 뻘떡 일어나더니 나를 때리려고 위협했다..그 환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남성적인 반응이었다..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제약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강박신경증에 걸린 것이었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본성에 의해, 바로 강박신경증을 통해 제약을 받게 되는 법이다 268

o 호전되지 않은 사례들은 판정하기가 정말 어렵다. 왜냐하면 환자들이 여러 해가 지난 후에 비로소 많은 것을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어 그때에야 비로소 치료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선생님을 만나뵌 지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무엇이 진정한 문제였는지 깨달았습니다.” 269

o 그들은 대개 다른 사람들이 모든 삶을 바치기까지 끝없이 열광할 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능이 기묘하고도 꺼림찍한 정신적인 기질 속에 뿌리박고 있어, 우리는 그것이 천재성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단편적인 발달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회적 평지에서 사람들이 만나게 되리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영혼의 자원들이 사실 같지 않은 황당한 상황에서 꽃을 피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의사는 환자가 당하는 고통의 높이와 깊이로부터 받는 강렬한 인상을 외면할 수가 없다. 환자와 의사 간의 교감은 끊임없는 비교와 조정, 그리고 서로 마주 대하고 있는 두 정신적 실재의 변증법적 대결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인상들이 어떤 이유로든 양쪽 중 어느 한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때 정신치료 과정도 효과없이 답보하게 되고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게 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문제거리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해답도 찾을 수 없다 270_★★★ ‘문제’를 피해다니지만 말아라. 문제속에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문제를 일부러 쫒아다닐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o 문제는, 신화의 상실을 견디지 못하고, 외적인 것에 불과한 세계, 즉 자연과학의 세계상으로 향한 길을 찾을 수도 없고, 지혜와는 조금도 상관없는 언어의 지적인 즉흥연주로 만족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_너다. 알겠니? 넌 너의 신화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미치고 말거야. 그게 네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한 순간도 딴 생각을 해선 안되는 이유다. 마지말 기회인지도 모른다. 정신차리자

o 우리 시대에 이와 같은 마음의 분열로 희생된 자들은 단지 ‘스스로 택한 신경증 환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표면적인 증상은 자아와 무의식 사이에 벌어져 있는 틈이 메워지는 순간 사라진다. 이러한 분열을 자신에게서 깊이 느끼고 있는 의사는 무의식의 심적 과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심리학자가 빠지기 쉬운 자아팽창의 전형적인 위급상황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270 _ 자기의 ‘틈’을 인정하는 용기는 필수적이다.지금 그 용기가 필요하다!

o 원형의 신성한 힘의 작용을 자신의 체험으로 인식하지 못한 의사는 치료과정에서 그것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 원형의 부정적인 영향을 거의 피해가기 힘들 것이다. 그는 원형을 과대평가하기도 하고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는 단지 지적인 개념만을 가지고 있을 뿐 경험적인 척도가 없기 때문이다 271_‘이원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사부님의 말씀이 이 뜻이었구나.

o 여기서 심각한 탈선이 시작되는데, 그 첫 번째 탈선이 지적인 정복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표면상 확실하고 인위적이나 이차원적인 개념에 불과한 세계를 위하여 원형의 영향과 그 실제적인 체험을 외면하려는 숨은 목적에 이바지 한다. 그 세계는 삶의 진실을 소위 명료한 개념들로 은폐하려고 한다. 개념적인 것으로 옮기는 것은 체험으로부터 실체를 빼앗고 그 대신 단지 이름들만 붙이는 셈이다. 이제는 진실의 자리에 이름들만 들어서게 된다. 개념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바라는 안락함이다. 체험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영혼은 개념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와 사실들 가운데 깃들어 있다. 말만 그럴듯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과정이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271_내가 이 단계인 것이구나. 그러니까 개념으로 정리되지 않아도 영혼의 존재를 인정해야한다는 거지? 그러는 가운데도 영혼의 언어를 개념화하려는 노력도 포기하면 안 되고..초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 열심히 노력하되 주시는 만큼만 받겠다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o 그들은 일종의 구획 심리학을 계발한다. 감정에 의해 조절되지 않는 지성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신경증을 앓고 있다 271_무한한 영혼의 세계를 개념의 틀로 정리하려는 시도가 무모한 거다. 처음부터 무모한 시도임을 인정한다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결과에도 만족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차근차근 천천히 정리해나가자! 능력에 맞게..감당할 수 있는 부분부터..

o 나의 피분석자들과의 만남에서, 그리고 그들과 나의 환자들이 나에게 끝없는 이미지의 연속으로 펼쳐보였던 정신현상과의 대면에서 나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웠다..무엇보다 나 자신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었다..내가 치료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그들 덕분이었다 272_융이 환자들과 세속에서 말하는 ‘염문’을 뿌렸던 것에 대한 변명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통찰에 대한 욕심과성취로 ‘호색한’이라는 세속의 평가를 이길 수 있었을 것 같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담그기를 포기해서야 어찌 ‘장의 명인’이 될 수 있겠는가?

o 나의 환자들과 피분석자들은 나를 인간적인 삶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여, 그것에 관한 본질적인 것들을 체험하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 심리적인 수준이 다른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의 만남은 나로서는 유명인사들과의 단편적인 대화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가 있었다. 나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답고 큰 성과가 있었던 대화들은 이름없는 사람들과의 대화였다 272_하지만 그들과의 대화에서는 주로 듣는 편을 취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나의 코멘트는 반드시 ‘시술 동의서’를 받은 다음에 행하도록 하는 편이 안전하겠다. 나를 위해서도..그들을 위해서도..이를 위해서는 정말 ‘가식’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뛰어난 배우가 되어야 한다.

프로이트와의 만남

o 나의 전존재는 진부한 생활에 의미를 부여해줄 수도 있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 무엇을 찾고 있었다 273

이론적인 불화

o 내가 이해할 만한 것을 경험한 그런 환자에 대해 점점 더 관심을 기울였다 275

o 프로이트가 제시한 꿈의 분석과 해석 방법에 관한 단초는 정신분열증의 표현형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276

o ‘억압기제’라는 개념을 꿈의 분야에 적용한 점이었다 276

o 연상장애는 자극어가 정신적 상처나 갈등을 건드릴 적마다 일어났다. 하지만 환자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장애의 원인에 대해 물으면 환자는 흔히 기묘하게 꾸며낸 답변을 하곤 했다 276_별안간 숨겨온 상처를 건드리면 소리를 지르면서도 거기가 아파서라고 고백하기는 힘이든 법이니까

o 나의 치료과정에서는 신경증의 많은 사례에서 성욕의 문제는 다만 부차적인 역할을 할 뿐이고 다른 요인들이 주요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사회적응, 비극적인 삶의 정황으로 인한 억압, 체면차리기 등의 문제들이었다 277

o 나의 연상실험이 프로이트의 이론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277

o 사람은 인생을 거짓 위에 세울 수 없다 278

o 프로이트가 말하는 것이 진리라면 나는 그와 함께 할 것입니다. 연구를 제한하고 진리를 숨기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나는 경력 따위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278 ★_그의 용기에 박수!

o 프로이트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최초의 인물이었다..그의 태도에는 진부함이 전혀 없었다 279

o 성욕이 그에게는 일종의 누미노숨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80

o 프로이트는 ‘신비학’이라는 말을, 철학과 종교가 영혼에 관해 설명해 놓은 모든 것으로 대략 이해하는 듯했다 281

o 내가 아는 바로는 과학적 진리는 얼마 동안만 만족스러운 가설이지 모든 시대에 걸친 교리는 아니었다 282

o 항상 비종교성을 강조해온 프로이트가 일종의 교리를 준비했다는 것이었다. 도는 그가 잃어버린 질투하는 신 대신에 성욕이라고 하는 또 다른 강압적인 형상을 슬쩍 바꿔 넣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었다. 그것은 원래의 것에 못지 않게 성질이 급하고 요구가 많으며 강압적이고 위협적이며 도덕적으로 양가성이 있었다 282

o 잃어버린 신을 위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찾는 셈이었다 283

o 사람들이 불안과 양심의 가책, 죄책감, 강박증, 무의식성, 본능적 충동 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이 밝은 관념론적인 즉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어두운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283

o 그는 실제로는 자신의 목적과 자기 자신에 역행하여 연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284

o 그는 ‘검은 진흙탕 홍수’로 위협을 받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프로이트 자신이 검은 심연을 퍼내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프로이트는 왜 자신이 성에 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야만하는지, 왜 그러한 생각이 자신을 그토록 사로잡고 있는지 한 번도 자문해보지 않았다. ‘해석의 단조로움’이 자기 자신으로 부터의 도피, 혹은 아마도 ‘신비주의적’이라고 불릴 수도 있는 자신의 또 다른 면으로부터의 도피를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가 그러한 측면을 인정하지 않는 한, 그는 결코 자신과의 일치에 이를 수 없었다 285

o 사람들이 밖에 관하여 말할 때, 프로이트가 그랬듯이, 전체의 반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그 결과로 무의식에서 반작용이 일어나는 법이다 285

o 아마도 그 자신의 어떤 내적 체험이 그의 눈을 뜨게 해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에도 어쩌면 그의 지성이 그러한 체험을 ‘단순한 성욕’ 또는 ‘정신적 성욕’으로 격하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285_개념에 갖힌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뭐든 깔끔하게 정돈하고 있으려는 정신적 혹은 지적 결벽증이라고 표현하면 비슷할까?

o 에로스와 권력충동은, 하나의 동인에서 비롯된 정신적인 힘으로, 음전기와 양전기처럼 경험적으로는 대극의 형태로 나타난다 286

o 하나의 충동은 다른 하나의 충동 없이 어디에 있겠는가? 인간은 한편으로는 그러한 충동에 굴복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프로이트는 객체가 어떻게 그 충동에 굴복하는가를 제시했으며, 아들러는 인간이 객체를 지배하기 위해 어떻게 그 충동을 사용하는가를 제시했다. 운명의 손에 넘겨져 꼼짝할 수 없게 된 니체는 스스로 ‘초인’을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286

o 그는 비장한 주장을 하고 곧바로 그것을 취소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신성한 힘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데, 그러는 게 정상인 것이다. 왜냐하면 신성한 힘이란 어떤 면에서는 진실이지만 다른 면에서는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성한 힘의 체험은 사람을 고양시키기도 하고 동시에 추락시키기도 한다. 프로이트가 성욕이 신성한 힘이며 그것은 일종의 신이면서 악마라는 심리학적인 진리를 좀 더 고려했다면, 생물학 개념의 한계에 갇히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니체도 인간존재의 바탕을 좀 더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면, 감정의 과잉으로 세계의 가장자리 밖으로 나가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287_인간존재의 바탕이라..뭘까? 가정과 직업? 그러니까 현실에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제1의 인격을 말하는 걸까?

신성한 힘의 체험으로 마음이 격렬히 동요하게 되면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실이 끊어질 위험이 항상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사람은 절대 긍정으로, 또 다른 사람은 그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부정으로 빠지게 된다 287_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도 이런 상태 아닐까? 그렇다고 체험을 거부할 수도 없고..대체 우째야 한단 말이냐?

o 마음의 진동추는 바른 것과 그른 것 사이가 아니라 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신성한 힘은 사람을 극단으로 잘못 인도하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그것은 작은 진리를 진리의 전부인 양 여기도록 하고 작은 잘못을 치명적인 잘못으로 여기도록 한다 287 _ 마음의 진동을 이상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거겠지? 마음의 진동을 거부하려고 그 신성한 힘만을 좆다보면 극단으로 흐르게 된다는 말씀이신 거겠지? 어렵다..어려워..

o 나는 혀끝에서 튀어나오려는 날카로운 반론을 억제하느라 애를 먹었다 289

o 초심리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신비주의’현상의 사실성을 인정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렸다 289

o 이것은 소위 촉매에 의한 외면화 현상의 한 가지 예가 될 것입니다 289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

o 나는 진리탐구에 관심이 있는 것이지 개인적인 명성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294 ★_ 자꾸만 외적 성취와 나를 동일시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헛되다는 걸 다 알면서도 유혹은 거세기만 하다.

o “하지만 나의 권위를 위태롭게 할 수는 없어!” 그 순간 그는 권위를 상실하고 말았다...그 말 속에 이미 우리 관계의 종말이 예시된 셈이었다. 프로이트는 개인적 권위를 진리보다 더 내세웠다 295

o 戰時에는 전시답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_ 298

o 인간의 원시적인 마음은 동물의 혼의 활동과 가까이 접하고 있다 299

o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중세풍의 1층, 로마시대의 지하실, 그리고 끝으로 선사시대의 동굴, 이러한 것들은 흘러간 시대와 지나가버린 의식의 단계를 의미했다 299

o 나의 꿈은 이와 같이 일종의 인간정신의 구조적 도식을 이루고 있었다 300

o 개인정신의 밑바닥에 있는 선험적이고 집단적인 것에 대한 최조의 암시였다 300

o 나에게 꿈이란 자연의 일부로서 속이려는 의도를 품고 있지 않았다. 식물이 가능한 자라나려 하고 동물이 가능한 한 먹이를 찾으려고 하는 것과 똑같이, 꿈도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한다...우리 자신이 근시안이어서 스스로를 속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귀가 먹었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것이지 귀가 우리를 속이는 것은 아니다 300

o 크로이처의 책에 나오는 온갖 반인반마괴물, 요정, 남신과 여신들을 나의 환자인 양 치료하고 분석해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열중하는 동안 나는 고대신화학과 원시인의 심리학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302

o 내가 존경하는 아버지 같은 친구 테오도르 플루르노이 302

o 나의 내부에 축적된 채 아직 정돈되지 않은 생각들에 촉매처럼 작용했다 302

o 그는 아직 제대로 죽지 못한 망령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302

o 이런 검사과정에서 무의식의 假定들이 드러나게 된다 303

o 그와 같은 투사가 일어나는 곳에서는 우리가 더 이상 객관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고 분열된 판단을 고집하게 된다 303 _ 연구원 초기에 남편을 악의 축으로 만들어 놓고 괴롭히더니 이젠 또 뭐냐? 네 감정을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면 한발짝 떨어져 살펴보라. 대상에게 투사하고 있는 실체가 무엇인지.

o 나는 여전히 프로이트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그에게 비판적이었다. 이런 분열된 태도는 내가 아직도 그 사태를 의식하지 못하고 어떤 성찰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것은 모든 투사의 특징이다 303_ 잘 생각해봐라! 잘!!

o 프로이트의 인격에 감명을 받아, 나는 될 수 있는 한 나 자신의 판단은 한쪽으로 밀어놓고 비판을 억제했다 303

o 솔직히 말해 이기적인 태도로 그의 풍부한 경험을 나누어갖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304

o 내가 의식적으로 프로이트를 지나치게 존경하고 칭송하는 데 대한 보상 또는 해독제로 그런 교정적인 꿈을 꾸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므로 꿈은 프로이트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라고 권하고 있었다 304

o 성배에 관한 이야기는 위대한 비밀이 그 이야기의 배후에 아직도 감추어진 채 놓여 있다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306

o 나의 전존재는 진부한 생활에 의미를 부여해줄 수도 있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 무엇을 찾고 있었다 306

o 마음을 탐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정신의 가장 깊은 곳에서 너무나 잘 알려진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 외에 다른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307_내 불안의 근본적 원인이 아닐까? 이렇게 전부를 걸고 구하는데도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그땐 어떻게 할건지? 그걸 걱정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명심하자! 지금은 이 자리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나는 뭘 구하러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있는 중이다. 뭘 더 얻어서 나가려는 욕심은 치유조차 방해할 것이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그저 즐기고 즐기자! 1년정도 푹 쉬며 스스로를 충전할 만큼 나는 열심히 살아 왔다는 말이다. 게다가 지금도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이 남아있으니 완전한 의미에서 쉰다고도 말할 수 없지 않은가? 너 지금 잘하고 있는 거다. 초조해하지마라. 초조해 하는 만큼 손해다! 알겠지?

o 캐비지가 똥거름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나는 늘 당연하게 여겼다..솔직히 말해 나는 그 사실에서 유용한 통찰을 발견할 수 없었다 307

o 자연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물론 신경증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린아이처럼 너무나 단순하기 때문에, 그들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도록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계몽이 신경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조로운 일상의 수렁에 빠져나올 때에만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부터 억압해오던 것에 머물기를 너무 좋아하기만 한다 307 _내가 치러내고 있는 치유의 본질

o 분석이 그들에게 뭔가 보다 나은 다른 것을 깨우쳐주지 못한다면, 그리고 이론 그 자체로 그들을 묶어놓고 단지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결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며 유치한 것들을 버리라고 한다면, 어떻게 그들이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겠는가?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정말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의지하여 설 수 있는 어떤 것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것을 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어떤 삶의 방식도 그것이 다른 것으로 교환되지 않는 한 버릴 수 없다308 _나에게는 ‘삶의 의미’ 정도가 되겠지? 그 모든 고통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다 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만한 의미를 찾아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단지 버티기 위해 가상의 의미(마음으로 납득하지 않는)를 좆으며 인생을 허비하게 되겠지?

o 완전히 이성적인 삶의 영위란 경험이 말해주는 바와 같이 대개는 불가능하다 308

o 프로이트 개인의 심리가 왜 나의 중요한 관심거리가 되었는지 분명해져Lt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의 ‘이성적인 해결’의 실체를 알아내야만 했다 309 _ 일관되게 설명해내고 싶은 욕심이 아니었을까? 이중성 혹은 다원성을 감당해낼 수가 없었던 것이겠지.

o 프로이트가 이론과 방법을 동일시하고 그것들을 교리화하려는 의도를 밝혔을 때 나는 더 이상 그와 협력할 수 없었다 309_마음의 안정을 위해 움직이는 것을 잡아메 동상으로 만들어야했던 것이다. 프로이트는..

o 내가 생각하는 바를 숨겨야 할 것인가, 친교가 깨지는 모험을 할 것인가 309 _ 지금 나의 고민! 언제까지 ‘가식’속에 숨어살 수 있을 것인가? 와 같은 질문.

o 나는 여기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는 것과 나의 확신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희생’장이 나 자신의 희생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통찰로 나는 다시 집필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도 나의 견해를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상했지만 말이다 310_그가 계속 침묵하고 있었더라고 친구들은 그에게서 저절로 멀어져갔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자신의 영혼과 친구 둘을 모두 잃어야 했을 것이다.

o 나의 중요한 관심은 성의 개인적인 의미와 생물학적 기능을 넘어서서 그것의 정신적인 측면과 신성체험적인 의미를 탐구하고 설명하는 데 있었다 310

o 성은 지하세계의 靈의 표현으로 아주 중요하다. 그 영은 ‘신의 또 다른 얼굴’, 즉 신의 이미지의 어두운 면이다 311

o 프로이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아마도 신경증 환자를 진지하게 다루고 그들의 독특한 개인적인 심리를 파고들어간 데 있을 것이다. 그는 환자의 사례가 스스로 말하도록 하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방식으로 그는 개별적인 환자의 심리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말하자면 환자의 눈으로 관찰했으며, 그 결과 병에 대하여 그때까지 가능했던 것보다 한층 더 깊은 이해에 도달했다 311

o 그가 우리 문화에 준 충격은 무의식으로 통하는 길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을 무의식과정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정보원으로 인정함으로써, 잃어버려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진 가치를 과거와 망각으로부터 되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경험으로 무의식적 정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311_무의식의 다양한 실체중의 하나를 직접 제시했다는 의미?

o 우리 정신의 존재가 두 개의 극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통찰은 여전히 장래의 과제로 남아 있다

내 안의 여인 아니마

o 무의식의 깊은 곳으로 가는 불확실한 길에 자신을 맡기는 일은 위험한 실험이나 수상한 모험으로까지 여겨진다. 외람되게도 저 문을 열어졎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 문을..._312

신화와 환상

o 나는 단지 질문만을 던졌다. “그것과 관련하여 당신에게 무슨 생각이 떠오릅니까?”“당신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여깁니까?”“그것은 어디서부터 온 것입니까?”“당신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의 질문이었다 315_잘 새겨두자. 어디에 적어두는 것이 좋겠다! 내 꿈과 환상을 분석해보자!

o 해석은 환자의 대답과 연상에서 자연히 도출되는 듯했다. 나는 이론적인 관점을 모두 접어두고 환자가 꿈의 이미지를 스스로 이해하도록 도와줄 뿐이었다. 나는 꿈을 다룰 때 이와 같은 방식을 꿈해석의 기본으로 삼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꿈은 우리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사실이다 316

o 방법의 기준이란 처음 시작을 위한 지침 같은 것이었다 316

o ‘너는 이제 신화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졌다. 그리고 무의식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모든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 내 안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있었다. “무엇 때문에 모든 문을 열려고 하는가?” 그러자 갑자기 내가 무엇을 이뤄왔는지 의문이 생겼다 316★★★★

o 그러면 무엇이 너의 신화인가? 너는 어떤 신화속에 살고 있는가? 317 ★★★★★

o 나는 오직 밤의 첫 시간에만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답니다. 그동안 수컷비둘기는 죽은 열두 명과 함께 바쁘지요..수컷비둘기는 죽은 열두 명과 함께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 자신의 환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다 317

o 뭔가 죽은 것이 있는데 그것이 아직도 살아 있다고 느껴지는 그런 환상이었다 318 ★★★

o 무의식에는 고대 체험의 유물이 남아있다 319

o 이 유물이 결코 죽은 형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정신에 속한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되었다 319★★★

o 이런 꿈들이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나 방향상실의 느낌을 지워주지는 못했다 320_신화의 상실?

o 내가 어떤 정신장애를 앓고 있지 않나 의심이 갈 정도였다. 이 장애의 원인으로 여길 만한 것이 나의 과거에 있는 어떤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두 번이나 내 전 생애,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주의를 기울여서 살펴보았다 320

o “이토록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내버려둬보자.” 그리하여 나 자신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의 충동에 맡겨버렸다 320

o 놀랍게도 이런 기억들이 일종의 감격과 함께 떠올랐다 320

o “아하! 여기에 삶이 있구나! 그 작은 아이는 여전히 여기에 있고, 내게 결여되어 있는 창조적인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거기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성인이 된 남자와 열한 살 소년을 서로 이어준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내가 그 시절과 다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곳으로 돌아가 아이의 놀이를 하면서 아이의 삶을 한번 더 살아보는 수 밖에 없었다. 이 순간이 내 운명의 전환점이었다. 321 ★★★★★★

o 내 놀이의 의미를 생각하며 자문했다..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내 신화에 이르는 길을 가고 있는 중이라는 확신은 느끼고 있었다. 건축은 시작에 불과했다 . 그것은 한 줄기 환상을 풀어놓았다. 그 환상을 나중에 상세히 기록해 두었다 322

o 내 후반기 인생에서 장애에 부딪힐 때마다 나는 언제나 그림을 그리거나 돌을 다루었다. 그런 일은 늘 그 다음에 이어지는 생각과 일을 위한 통과의례였다 322_내경우엔 그 쓰기가 통과의례의 역할을 해 왔던 것 같다. 쓰기를 통해 내 안의 다른 목소리간의 대화를 주관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토론을 통해 의견일치를 보이곤 했다. 그 일치된 의견을 따라가면 다음 길이 열리곤 했던 것 같다. 꼭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글쓰기는 내 삶의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이를 통해 생계까지 해결하려고 했다면 그건 어쩌면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자신을 길을 찾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o 나를 다시금 안정시킬 필요를 매우 절실하게 느꼈고, 돌과 접촉함으로써 도움을 얻었다.

o 내가 정신병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추정했다. 전쟁과 관련되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323_오역의 가능성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한편으로는 위안이 된다. ^^

o 우주에 무시무시한 추위가 다시 몰아닥쳤다. 그러나 이 꿈은 뜻밖의 결말을 맺었다. 잎사귀는 있으나 열매는 없는 나무(내 인생의 나무라고 생각했음)가 서 있었는데, 그 잎사귀가 추위의 영향을 받아 치유력 있는 단물이 가득한 산딸기로 변했다. 나는 딸기를 따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다 325 ★★★

o 나 자신을 성찰해야 했다. 그 시작은 집짓기 놀이에서 생겨난 환상을 그려내는 일이었다 325

o 내 안에 마력같은 힘이 있어, 내가 환상에서 겪은 것의 의미를 찾지 않으면 안 되도록 처음부터 나를 붙들어주었다. 내가 노도와 같은 무의식의 엄습을 견뎌냈을 때, 보다 높은 의지에 순종하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고, 그러한 느낌은 나의 과제를 수행하는 데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325★★★_내가 이 1년에 기대하는 것. 보다 높은 의지를 찾아내어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었으면...

o 나는 자주 흥분되어 내 감정을 요가로 제어해야만 했다. 요가는 내가 안정되어 무의식과 더불어 다시 작업을 시도할 수 있을 때까지만 했다. 나 자신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느낌을 갖자마자 나는 감정제어를 풀고 환상의 이미지와 내부의 소리가 새롭게 말하도록 했다 325_ 이때의 ‘나 자신’은 무의식의 언어를 의식의 언어로 전환해 줄 통역관의 의미?

o 감정을 이미지로 바꾸는 그 만큼, 다시 말해 감정 속에 숨어 있는 이미지들을 발견하는 그만큼 내적인 안정이 생겼다. 만일 내가 감정에 나 자신을 내맡겼더라면 무의식의 내용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을지도 모른다. 326

o 나의 실험을 통해 나는 감정 배후에 숨은 이미지를 의식화시키는 것이 치료의 관점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았다 326 ★★_통역작업의 중요성, 결국 그는 자신의 치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통역을 감내해냈던 거였구나..

o 처음에 나는 환상을 내가 지각한 대로 ‘장중한 언어’로 꾸미기 일쑤였다. 그것이 원형의 양식에 어울리기 때문이었다. 원형은 열정적으로 말하고 심지어 과장하기까지 한다. 그런 언어양식은 나를 당황하게 하고 기분을 언짢게 했다. 마치 누가 못을 석고벽을 긁어대고 칼로 접시를 긁는 것처럼 말이다 326

o 나는 무의식이 스스로 선택한 양식으로 모든 것을 받아쓰는 수밖에 없었다. 자주 나는 그것을 귀로 듣는 것 같았고, 나의 혀가 말을 꾸미는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스스로 중얼거리는 말을 나 자신이 듣는 경우도 있었다. 의식의 문턱 아래서는 모든 것이 펄펄 살아 있었다 326_이 느낌 알 것 같다.

o 가장 심각한 어려움들 중 하나는 나의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는 일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에 나 자신을 스스로 내맡겼다. 자주 터무니없어 보이고 저항감을 느끼게 하는 환상을 기록했다. 사람들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것은 고상함과 우스꽝스러움이 마구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것을 견뎌내려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이었다. 나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서야 비로소 그 미로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327

o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움직이는 환상을 붙잡기 위해서는, 이를테면 나 자신을 그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해야만 했다. 거기에 대해 나는 저항감을 느꼈을 뿐 아니라 무척 불안하기도 했다. 자기 제어력을 잃어버리고 무의식의 제물이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나는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신과의사로서 너무나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이미지들을 내 것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감행해야만 했다. 만약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이미지들이 나를 자기들 것으로 삼았을 위험성이 있었다. 내가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한 가지 중요한 동기 내가 감히 스스로 행할 수 없는 것을 나의 환자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는 확신이었다 328_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거부하지 말자!

o 내가 나 개인뿐 아니라 나의 환자를 위해서 이러한 모험을 자청해서 한다는 생각은 나로 하여금 위험한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게 했다 328 _ 나는 누구를 위해서. 우선 나를 위해서다.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서. 내가 이 과정을 통과하지 않으면 나도 가족들도 함께 불행해질 것이다. 모두 김빠진 사이다같은..그러니까 융의 아버지같은 삶을 살게 되겠지. 안전할 수 있으나..그게 어디 삶인가? 위험을 피하려다 더 위험에 처하게 되는 바보같은 삶을 살게 될 뿐이다.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겁먹지 말고 씩씩하게 해나가자!

필레몬과의 대화

o 나는 공포에 질려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데 뜻밖에 별로 깊지 않은 곳에 부드럽고 끈적이는 덩어리가 있어, 나는 거기에 발을 딛고 섰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 쉬었다 329_뭐든 직전이 제일 두려운 법이다. 실제로 해보면 걱정했던 것 만큼 끔찍하지는 않게 마련이다! 힘을 내자! 힘을 내!!!

o 이 비가 범행의 흔적을 지워줄 것을 알고 있었다. 들킬 위험은 없어졌고 삶은 다시 계속될 수 있었지만, 참기 힘든 가책이 마음에 남았다 331

o 내 안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너는 꿈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도 지금 즉시!”_어디에서도 완전한 평화는 없다. 단지 무의미한 혼란과 의미있는 혼란이 있을 뿐이다.

o 꿈속의 방황에서 사람들은 흔히 젊은 처녀와 동행하는 노인을 보게 된다 334

o 살로메는 하나의 아니마 형상이다. 그녀는 사물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님이다. 엘리야는 지혜로운 노인 예언자의 모습으로 인식의 요소를 나타내지만, 살로메는 애욕의 요소를 나타내고 있다. 두 형상은 로고스와 에로스의 화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는 너무 지적이다. 그 형상은 원래 나에게 보인 그대로, 다시 말해 무의식의 배후에서 전개된 과정으로 놔두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이다 334

o 푸른 하늘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다 같았다 335 _예쁜 표현 ^^

o 필레몬과 또 다른 환상의 형상들을 통해 나는 인간의 마음속에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지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지닌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필레몬은 내가 아닌 다른 힘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는 환상 속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었고, 그는 내가 의식에서 생각하지 않은 것들을 말했다. 나는 말하고 있는 것이 내가 아니라 그라는 것을 정확히 지각했다 336★_안다. 이 느낌. 내안의 다른 존재

o 그는 내게 설명하기를, 내가 나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같이 보이지만 그의 견해로는 그 생각들이 숲속의 짐승이나 방 안에 있는 사람, 공중의 새처럼 자기만의 고유한 삶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당신이 방 안에서 사람들을 본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이 그 사람들을 만들었다거나 당신이 그 사람들에게 만든 책임이 있다는 등의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차츰 나에게 정신적인 객관성, ‘마음의 진실’을 깨우쳐주었다 ★★★

o 나와 내 사고 객체 사이에 있는 차이가 분명해졌다. 그는 이를테면 객관적인 태도로 나를 대했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하고 내 생각이 아닌 것들을 말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내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것은 심지어 나에게 적대적일 수 있는 것들까지도 말할 수 있었다 336

o 그는 나에게 인도인이 구루라 부르는 존재와 같았다 336

o 새로운 사람 형상이 뚜렷이 나타날 적마다 나는 그 것이 개인적인 패배처럼 느껴졌다...나의 자아는 자신의 가치가 무시당했다고 여겼다. 넉넉한 외적 성공으로 내가 더 좋은 것을 배울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그 무렵 나의 ‘암흑’속에서 환상의 어쩔 수 없는 산물들을 풀이해줄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구루, 탁월한 지혜와 능력을 갖춘 자보다 더 좋은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러한 과제를 맡은 것이 필레몬이었다. 나는 이런 점에서 그를 싫든 좋든 나의 스승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그는 사실 나를 깨우치는 생각들을 전해주었다 337

o 영혼의 구루도 있습니다 338

o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구루로 삼지만, 늘 영혼을 구루로 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나를 위로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통찰을 주었다. 그러니까 나는 결코 인간세계에서 떨어져나온 존재가 아니었다 338 _ 나에게도 영혼의 구루가 있다. 틀림없다!

o 카는 주장했다. “나는 신들이 황금과 보석 속에 숨겨놓은 바로 그것이다.”

o 필레몬은 정신적 측면, 즉 ‘이해력’이지만 카는 이와 반대로 그리스 연금술의 안트로파리온과 같은 자연혼이다 338

o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것은 예술이예요 339_하느님의 형상을 세상에 옮기는 것이 예술이라 한다면 그는 분명 예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도구가 개념의 소재인 과학의 언어였던 것이다. 니진스키가 춤으로는 성공했으나 언어로는 실패한 것을 융은 해낸 것이다.

o 아마도 나의 무의식이 내가 아닌 어떤 하나의 인격을 이루었고, 그것이 자신만의 고유한 견해를 말로 표현하는가 보다 339

o 나는 ‘내 안의 여인’이 언어중추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여 그녀에게 내 말을 사용하도록 제안했다. 그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즉시 자신의 견해를 장광설로 늘어놓았다 340

o 내 안에서 생겨난 한 여인이 나의 생각에 간섭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340

o 나는 내 안에 있는 여성상이 남성 무의식 속에 있는 전형적인, elh는 원형적인 형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아니마’라고 불렀다.

o 나는 그녀와의 관계를 다르게 맺으려고 시도하여 내 환상의 기록을 그녀를 향한 나의 편지라고 간주했다 340

o 나 자신이 마치 한 여성적인 혼에 의해 분석을 받는 환자처럼 여겨졌다 340

o 우리가 어떤 것을 이야기하려고 마음만 먹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적어놓은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341

o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버려라. 그러면 받으리라 341

o 나는 차츰 내 생각과 그 소리의 내용을 구별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예를 들어, 그녀가 내가 쓰는 글에 진부한 내용을 삽입하려고 하면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맞아요.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느꼈소. 그러나 나는 죽을 때까지 거기에 매여 있을 의무는 없어요. 무엇 때문에 그따위 굴욕을 당한단 말이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의 내용을 구별하는 일이다. 무의식 내용은 이를테면 격리를 시켜야 한다. 그것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그 내용을 인격화하여 의식으로 하여금 그 인격들과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무의식 내용에서 힘을 제거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무의식이 그 힘을 의식에 행사하게 된다 341 _ Q :근데 무의식이 꼭 이렇게 필사적으로 통제해야만하는 그렇게 나쁘고 무시무시한 존재인 건가요?(2.27) A :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강한 에너지인만큼 올바로 써야지 않겠니? 무의식으로서도 의식이 자신의 뜻을 잘 알아서 표현해주길 바랄거야. 그렇게 된때 무의식은 의미뿐만 아니라 에너지도 기꺼이 빌려주려고 하지. 우리가 그렇게나 애타게 구하는 행복은 의식과 무의식이 뜻과 힘을 합치지 않고서는 좀처럼 손에 넣을 수 없는 그런 거니까.. 알겠니?(3.6)_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니..놀라울 뿐이다. 그동안 왜 까먹고 있었을까? 내가 소설을 써야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내 안의 무의식에 인격을 부여하여 의식과 관계를 맺도록 해줘야겠다. 그래야만 수시로 찾아오는 불청객을 예의바른 손님으로 대접할 수 있을 것 같다.

o 내 마음속 목소리의 주인공이던 그 여자환자는 현실에서는 남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녀는 내 동료 중 한사람에게 그가 오해받는 예술가라고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그 말을 믿고 좌절했다. 그가 좌절한 원인은? 그는 자신의 평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의 평가에 의해 살았다. 이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로 인하여 그는 확신이 흔들렸고 아니마의 속삭임에 마음을 열어놓고 말았다. 아니마의 말은 대개 유혹하는 힘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교활함을 지니고 있다 342★★_ 내가 함부로 입을 열 수 없는 이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o 아니마는 나에게도 내가 오해받는 예술가라고 믿게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소위 예술성이 나에게 현실을 소홀히 해도 되는 특권을 주었다고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녀의 소리를 따랐다면 그녀는 어느 날 나에게 아마도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당신이 하는 터무니없는 일이 예술이 되는 줄 알고 있나요? 천만의 말씀이예요.”_ exactly!!

o 무의식의 대변자인 아니마는 그 변덕스러운 이중성으로 한 남자를 형편없이 파멸시킬 수도 있다. 결정적인 것은 결국 언제나 의식이다. 의식이 무의식의 표현을 이해하고 거기에대해 자기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 342_이해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은 거의 범죄 아닐까?

o 아니마의 긍정적 측면 : 무의식의 이미지를 의식에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마이다 343

o 10년 동안 나는 기분이 언짢고 안정을 잃었다고 느끼면 늘 아니마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면 무의식에 무언가 배열이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아니마에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 또 무엇을 하려는 거요?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소? 나는 그것을 알았으면 하오!” 조금 저항을 하고 나서 그녀는 자신이 본 이미지를 항상 도출해냈다. 그 이미지가 나타나면 불안이나 우울은 사라졌다. 내 감정의 에너지 전체는 그 이미지 내용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면 나는 그 이미지들에 관해 아니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꿈을 이해하듯 그 이미지를 가능한 한 잘 이해해야 했기 때문이다 343

o 오늘날 내게는 그 관념들이 직접 의식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무의식 내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나는 내면의 이미지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343_ 무의식을 인격과 시켜 인격과 관계를 맺게 하는 방법이라는 거지?

o 나는 그 이미지들의 의미를 나의 꿈을 통해 직접 추론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중개자가 필요하지 않다 343_이런 단계까지 갈 수 있구나..열심히 해야겠다!!

죽은 자를 향한 일곱 가지 설법

o 환상들을 나는 처음에는 ‘검은 책’에 기록했고 나중에는 ‘붉은 책’에 옮겨 적었다 344

o 계속 그 환상을 번역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미화작업을 적절한 시기에 그만두고, 진지하게 환상을 이해하는 데 힘을 썼다 344

o 많은 환상이 든든한 토대를 필요로 한다는 것과 내가 우선 인간적인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현실이란 과학적인 이해를 의미했다. 무의식이 내게 가져다준 통찰을 통해 나는 구체적인 결론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인생과제의 요점이 되었다 344★★★★★_무의식의 환상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언어로 옮기는 것이 그의 인생의 과제였던 것이다.

o ‘붉은 책’의 미화작업은 나를 무척 귀찮게 했지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런 작업을 함으로써 이미지에 대한 윤리적 의무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삶의 양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345_글을 다듬는 작업은 필요하기도 하지만 너무 집착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는...

o 삶을 대체할 만한 완전한 언어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언어가 삶을 대체하려고 시도한다면 언어뿐 아니라 삶도 망가지고 말 것이다 345_시도하되 완벽이란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일거다. 그는 프로이트가 ‘리비도’라는 단어로 삶을 대체하려다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o 무의식의 전제의 횡포에서 자유를 얻어려면 두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지적인 작업을 완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윤리적 의무를 갖는 것이다 345_윤리적 의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상기하자. 네가 귀찮다고 느껴서 의무를 하나둘씩 놓은 순간 나의 존재도 점점 세상과의 인연을 놓게됨을 잊지 말자. 세상에서 놓여나는 것이 목적이라면 아예 지금부터 다 놓고 나가 미친척 살아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너를 세상과 연결해주는 의무는 가능한 철저히 수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o 정신병 환자를 치명적인 혼란에 빠뜨리는 무의식 이미지의 세계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합리적인 우리시대에 사라져버린 신화를 형성하는 환상의 모태이기도 하다. 신화적 환상은 도처에 존재하지만 그것은 금지되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345_그러니까 무의식과 의식사이의 다리를 놓는 작업이 필요한 거다. 다들 두려워하기에 다루는 능력을 가진 자가 빛나는 것 아니겠는가?

o 무의식의 깊은 곳으로 가는 불확실한 길에 자신을 맡기는 일은 위험한 실험이나 수상한 모험으로까지 여겨진다. 그것은 오류와 불확실의 길, 그리고 오해의 길이라고 간주된다. 나는 괴테의 다음과 같은 말을 생각한다. “외람되게도 저 문을 열어젖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 문을..” 345

o 환상에 관한 작업을 하던 바로 그 무렵, 나는 ‘이승’에 발판이 필요했다. 그것은 가족이며 직업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낯선 내면세계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대극,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었다. 가족과 직업은 내가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기반으로 남아 있었고, 그것은 내가 실제로 현실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임을 증명했다 346 _ 가족과 직업이 이승에 발판이구나..무의식의 에너지를 이용해 현실계의 공간을 넓히는 것이 삶의 이유일테니까.. 그렇지 않다면 굳이 몸을 받을 필요가 없었겠지. 영혼 세계의 유희에 푹 빠져서 현실에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다면 그건 그야말로 직무유기인거라구..그걸꺼면 얼른 몸을 반납하는 게 좋아_이렇게 다 알았으면서 왜 그렇게 흔들렸니? 그렇다면 정말 책은 뭐하러 읽고 생각은 뭐하러 하는거니. 잘 정리해서 기록해놓자!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o 무의식 내용은 나를 정상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었다 346

o 니체처럼 괴기한 바람에 날리는 잎사귀가 아님을 날마다 증명해주었다. 니체는 내면의 사상세계 외에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의 발판을 잃어버렸다. 사실 그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소유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내면세계가 그를 소유한 셈이었다. 그는 뿌리가 뽑혀 땅 위를 떠돌아다녔다. 그리하여 그는 과장하는 습성이 생기고 비현실성에 빠졌다 346 _ 융의 공포가 어느정도였는지 사무치게 느껴진다 _나도 니체처럼 되는 건 싫다. 현실계에서의 의무를 더 효율적으로 잘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겠다! 그리고 또한 무의식의 환상을 현실세계의 언어로 통역해 내는 연습도 꾸준히 해야겠다.

o 내가 체험한 모든 것은 나의 실제적인 삶과 연결됨을 나는 알고 있었고 삶의 의미를 폭넓게 채우고자 노력했다. 나의 좌우명은 ‘도전에 맞서 싸워라!’였다 347_ 내 신화의 구현을 위해 현실의 배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그리고 현실의 배역을 잘 소화하기 위해 신화의 에너지를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통합을 이루어가는 것이 내 삶의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o 나의 가족과 직업은 다행스럽게도 늘 현실감을 잃지 않게 했으며, 내가 정상인으로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증해 주었다 347_ 힘들었겠지만 그의 필사적인 노력은 그에게도 세상에게도 유익했다.

o 필레몬 자신이 말했을 법한 것들을 내가 정확히 표현하여 나타내도록 내적으로 강한 요구를 받았다 347

o 우리는 우리가 찾던 것을 예루살렘에서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348_예루살렘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으니까

o 내 안에서 생각들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생각들을 사흘 저녁이 지나는 동안 적어내려갔다. 내가 펜을 쥐자마자 유령의 무리는 모두 사라졌다 349

o “적합하면 그것은 나타난다!” 지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거기에 대해 자연과학적 인식을 장황하게 떠벌릴 것이고, 심지어 그 모든 체험을 변칙적인 것이라 하여 지워버릴 것이다. 변칙이 없는 세계는 얼마나 암울한 것인가! 349

o 영혼, 즉 아니마는 무의식과의 관계를 설정한다. 어떤 의미로는 그것은 死者집단과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환상 속에서 영혼이 사라졌다면 그것은 영혼이 무의식 또는 죽음의 나라로 되돌아간 셈이 된다 349

o 영매처럼 영혼은 사자에게 스스로를 나타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므로 영혼이 사라지자 마자 죽은 자들이 나에게 나타났고 <죽은 자를 향한 일곱 가지 설법>이 생겨나게 되었다 350

o ‘일곱 가지 설법’은 내가 세계를 향해서 무의식에 대해 전해줄 이야기에서 일종의 서곡을 이루었다. 무의식의 일반적인 내용에 관한 일종의 배열도식과 해석인 셈 350

o 이로써 내가 나 자신에게만 속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명백해지기 시작했다. 그후로 내 인생은 보편성에 속하게 되었다. 나는 원초적인 체험을 스스로 겪어야 했고, 더 나아가 내가 체험한 것을 현실의 토대위에 세우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350_통역, 그래서 그가 위다한 것이다.

o 나는 영혼을 돌보는 일에 헌신하기로 했다. 나는 그것을 사랑하면서 미워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아주 귀중한 보배였다. 내가 그 영혼의 말을 받아 쓴 것은 내 존재가 비교적 전체성을 지니고 살아가면서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351

o 인생 후반기에 내가 이루어 놓은 것도 모두 초기의 체험 속에 이미 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단지 감정이나 이미지의 형태로 있었지만 말이다 351★★★

o 나의 학문은 나를 혼돈상태에서 건져낼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며 수단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 환상의 자료가 가시덩굴이나 쇠사슬처럼 나를 얽어매었을 것이다. 나는 될 수 있는 한 이미지와 그 내용을 일일이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정리하고, 무엇보다 삶속에서 그것을 인식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351_복 많은 사람. 부러운 사람

o 이미지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지식으로 이미지를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위험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자신의 인식을 윤리적 의미로 바라보지 않는 자는 권력원리에 빠지게 된다. 이로써 파괴적인 작용이 일어나 다른 사람뿐 아니라 이미지를 알고 있는 그 사람 자신도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무의식의 이미지는 인간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준다. 그것에 대한 몰이해와 윤리적 의무의 결핍으로 많은 개인이 전체성을 상실하고 분열적 성질로 변해 고통을 당하게 된다 352★

o 무의식으로부터 드러난 내용들은 나를 이를테면 벙어리로 만들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형상화하지도 못했다 352

o 나는 내 앞에 펼쳐진 학문적인 출세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나의 내적 인격 즉 ‘보다 높은 이성’의 길을 좆아 무의식과 직면하는 실험, 그 흥미있는 나의 과제를 서서히 밀고 나갈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섰음을 알았다 353

o 뭔가 엄청난 것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내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믿기로 했다. 그것이 내 인생을 충만히 채울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나는 어떤 위험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353 _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이 먹기 위해 삶의 목표를 잃어버려선 안될테니까

o 내가 대학교수가 되든 안 되든 그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교수직을 버린다는 것은 물론 괴로운 일이었다. 숙명에 대해 분노하는 마음까지 있었다. 나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것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점을 여러면에서 후회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감정은 지나가는 것이었고, 실은 하찮은 것이었다. 이에 반해 다른 것이 중요한 법이다. 우리가 내적 인격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말하는지 주의를 기울인다면 마음의 고통은 사라진다. 이런 일은 내가 학문적 출세를 포기했을 때뿐 아니라 다른 경우에도 늘 겪어왔다 353

o 바로 조금전에 나를 흥분시킨 것은 이미 아득한 과거에 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353

o 뼈져린 외로움, 말해봤자 오해를 사기 십상, 나는 외부세계와 내면의 이미지세계 간의 차이를 아주 예리하게 느꼈다. 당시에는 그 두 세계사이의 상호작용을 지금 내가 이해하듯 인식할 수 없었다. 나는 단지 ‘안’과 ‘밖’의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을 보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심적 체험의 내용이 ‘진실’이며 그것은 나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집단적 체험으로서도 진실이라는 사실을 남에게 제시해줄 수만 있다면, 바깥세계와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처음부터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 일이야말로 가장 철저한 노력을 요할 것이었다.. 만일 내가 그 일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나는 절대적인 고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354

o 두 가지 사건이 계기가 되어 어두운 대기가 밝아졌다. 첫째는 나의 환상이 예술적 가치를지니고 있다고 나를 설득하기로 마음먹은 어느 부인과 절교한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건은 내가 만다라그림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355

o 만다라 : ‘형성, 변환, 영원한 마음의 영원한 재창조’였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인격의 전체성이었다. 모든 것이 잘돼 가면 조화로우나 자기기만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이었다 356

o 나의 만다라그림들은 날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자기’ 상태와 연관되는 암호와 같은 것이었다 356

o 이 과정은 나를 어디로 인도하는 것인가? 어디에 그 목표가 있는가? 나의 경험에 의하면, 나는 이제까지 믿을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던 적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나는 자아(Ego)가 최고의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그 일로 나는 좌절감을 느꼈다 357

o 나는 무의식의 과정을 스스로 통과하도록 강력한 요구를 받았다 357

o 그 모든 것, 내가 걸어온 모든 길, 나의 모든 발걸음이 하나의 점, 즉 중심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다라가 중심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그것은 모든 길의 표현이었다. 그것은 중심을 향한 길, 즉 개성화의 길이다 357

o 나는 정신적 발달의 목표가 ‘자기’임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직선적 발달은 없고 다만 자기를 중심으로 한 순환이 있을 뿐이었다..자기의 표현인 만다라로 인하여 나로서는 궁극적인 것에 이르렀음을 알았다 357

o <황금꽃의 비밀>이라는 책은 뜻밖에도 만다라와 중심으로의 순회에 대한 나의 생각을 확증해주었다. 이 일은 나의 고독을 깨뜨리는 첫 사건이었다. 거기서 나는 동류의식을 느꼈고 거기에 나를 결속시킬 수 있었다 358

o 내 동반자들은 지독한 날씨를 탓하기만 했지 그 나무는 아마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나는 꽃이 핀 나무와 햇빛에 빛나는 섬이 너무 아름다워 넋을 잃고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그가 왜 여기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알겠다.’ 그러고는 잠에서 깨어났다 359

o 나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아름다움의 환상을 보았고, 그로 인해 비로소 살 수 있게 되었다 360

o 나는 그 꿈속에 삶의 목표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중앙이 그 목표다. 누구도 중앙을 넘어서 갈 수 없다. 그 꿈에서 나는 ‘자기’가 방향성과 의미의 원리이며 그것들의 원형임을 이해했다. 그 안에 치유의 기능이 들어있다. 이러한 깨달음으로 나는 내 신화에 대한 예감을 처음으로 가졌다 360 ★★★★★★★★

o 내가 그 무렵 체험하여 기록한 것을 과학적 작업의 그릇 속에서 추출해내기까지 따지고 보면 45년이나 걸렸다. 젊은이로서 나의 목표는 학문에서 뭔가를 성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나중에 그 용암의 흐릉을 만났고, 그 불길의 열정은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361

o 나의 작업은 그 뜨거운 물질을 우리 시대의 세계관에 접목시키는 일이었는데, 그것은 어느정도 성공한 시도였다. 그 최초의 환상과 꿈은 불에 녹아 흐르는 현무암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단단해져 돌이 되었고, 나는 그 돌을 다듬을 수 있었다 361 _ 통역의 정의

o 나의 내적 이미지를 추적하던 그 몇 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그 기간에 온갖 본질적인 것이 정해졌다. 그 무렵에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중에 세부적인 것은 단지 보충하거나 명료하게 하기만 하면 되었다. 내 후기의 작업은 모두 그 기간에 무의식에서 솟아나와 나를 휩쓸었던 자료들은 필생의 작업을 위한 원재료였다 362 _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앞으로의 내 작업의 원재료 쓰일 것 같다. 보다 충실히, 혼신의 힘을 다 바치자!

연금술을 발견하다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

o 나는 내적 체험에 관해 역사에서 예시의 증거를 찾아야만 했다. 다시 말해 나는 “나의 가설이 역사 속에서 어디에 나타나는가?”하는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365_ 6월 오프과제

o 심각한 판단착오만이라도 범하지 않으려면, 심리학자는 역사나 문헌에서 찾은 유례에 많이 힘입어야 한다 366

o 연금술은 하나의 중세 자연철학으로서 한편으로는 과거 즉 그노시스주의에,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 즉 현대 무의식의 심리학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 366

o 인류에게 크라터, 즉 정신적 변환의 容器를 부여한 것은 바로 그 보다 높은 신이었다 367

o 연금술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상징의 하나는 물질의 변환이 완성되는 그릇이었다. 나의 심리학적 발견의 핵심도 이와 같은 내면의 변환과정, 즉 개성화였다 367★★_다 담고 소화시켜보자. 무의식의 원재료를 가공하는 촉매로 활용하자!

o 내가 잘 모르는 그 부속건물은 내 인격의 일부, 즉 나 자신의 한 측면이었다. 그것은 내게 속해 있으나 내가 아직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368

o 물론 그 문헌의 내용은 여전히 명백한 헛소리로 여겨졌으나, 여기저기에 의미있는 듯이 보이는 것들이 있었고 때로는 내가 이해할 수 있다고 느끼는 문장도 몇 군데 발견되었다 371 _ 니진스키의 일기처럼..

o 드디어 나는 그 문헌들이 상징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71

o 나는 전후 참조가 붙은 ‘주요어구사전’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10년 이상이나 꾸준히 몰두한 과제였다 372

o 나는 분석심리학이 연금술과 기묘하게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것으로 내 무의식의 심리학은 역사에서 대응물을 만나게 되었다..이제야 나는 그것들이 역사적 관점에서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원초적 이미지와 원형의 본체가 내 연구의 핵심을 이루게 되었고, 역사 업이는 심리학, 특히 무의식의 심리학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73

o 치료과정에서 비상한 결단이 요구될 때 꿈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해석하려면 개인의 기억 이상의 것이 필요하게 된다 373 _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o 괴테의 비밀은 그가 수세기 동안 지속된 원형적 변환과정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373

o 나의 생애는 하나의 과제, 하나의 목표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것으로 통합되어 있었다. 즉, 인격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과제요 목표였다 374 _ 나는 우선 ‘나의 자기, 원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가 제대로 살 수 있으려면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다. 그 지도를 가지로 세상에 공헌하게 될 것이다. 내가 지금 공무원이라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섣불리 결과물을 내려고 하지 말자. 그러나 꾸준히 작업하자! 내게 남은 시간은 앞으로 딱 10년이다.

o 나는 그 모든 경험을 객관적으로 보고 거기에 관해 사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 나 자신에게 던진 첫 질문은 ‘무의식과 더불어 무엇을 하는가’였다. 거기에 대한 회답으로 저술된 것이 <자아와 무의식의 관계>였다 374 _앞으로 내가 해야 할 작업의 방법론이다. 나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책을 쓰자!!

o 한 인간의 모든 판단은 그의 유형에 의해 제약되며 모든 관점을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그리하여 이러한 다양성을 보상하는 단일성에 관한 물음이 제기되었다 375

o 1929년(그러니까 1913년 교수직을 그만두고 16년만에) 나는 사색과 탐구를 통해 내 심리학의 핵심, 즉 ‘자기’라는 개념에 도달했다. 그후에 비로소 나는 세계로 돌아오는 길을 발견했다. 나는 강연을 하기 시작했고 이런저런 짧은 여행을 했다. 논문과 강연은 말하자면 여러 해에 걸친 내적 몰두에 대한 평형추 구실을 해주었다 376 _ 16년동안 내적 몰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동력은 역시 부자 아내였던 걸까? 참..이 부분이... @@

o 심리학도 일차적으로 에너지를 취급한다. 말하자면 강도의 측정, 양의 많고 적음을 다룬다 376

o 내가 심리학을 위해 이루려고 한 것은 자연과학영역의 일반적인 에너지론과 같은 그러한 통일성이었다.. 나는 인간의 본능을 에너지과정의 여러 표현으로 여기며, 열이나 빛들과 유사한 힘으로 본다 377_내가 융을 알기 전부터 일상에서 ‘에너지’란 표현을 즐겨쓰던 것은 우연이었을까?

o 나는 무의식이 변환하기도 하고 변환을 야기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금술을 배워서 알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무의식이 하나의 과정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무의식 내용에 대한 자아의 관계에 의해 정신의 변환과 발달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77 _ 그래서 자아도 중요한 것이다. 무의식의 에너지를 받아쓰려면 충분히 튼튼하고 큼직한 용기가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o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변환과정에 대한 연구와 연금술의 상징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나는 ‘개성화과정’이라는 내 심리학의 중심개념에 이르게 되었다 378 _ 혼자만 깨달아서는 안된다. 크게 이루려면 집단적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보살이 중요한가보다.

o 녹색 금은 연금술사들이 인간뿐 아니라 무기물에도 존재한다고 여긴 생동하는 본성이다 380

o 그리스도 형상이 물질 속에 있는 그의 유사물, 즉 대우주의 아들과 합일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380

o 목수의 아들 ‘예수’가 복음을 전파하고 세상의 구주가 된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해일 것이다. 그는 무의식적이긴 하지만 보편적인 그 시대의 기대를 그토록 완벽하게 표현하고 기술할 수 있을 만큼 비범한 재능을 지닌 인격의 소유자였음에 틀림없다. 인간 예수 이외의 그 누구도 그와 같은 메시지의 소유자가 될 수 없었다 382

o 미확인비행물체 현상의 전세계적인 확산 같은 것이 바로 그렇다 382

성배전설과 동물 상징

o 정신치료의 특수한 문제들이 연금술사들의 작업에서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탐구하고자 했다. 중심문제, 즉 의학적 정신치료의 주된 문제는 轉移다 383

o 과시하려는 듯한 즐거움 385

o 영혼치료 문제 386

o 그리스도에 의해 제시되고 예고된 고통을 죽을 때까지 문자 그대로 체험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스도를 본받은 결과라고는 뚜렷하게 의식하지 못했다 387

o 맹목적인 수용은 결코 해답을 주지 못한다. 기껏해야 답보상태로 있게 할 뿐이며, 그로 인해 다음 세대가 심각한 부담을 안게 된다 388

o 신들이 동물 형상의 상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신들이 초인간적 영역뿐 아니라 인간 이하의 삶의 영역에까지 미친다는 것을 나타낸다 388

o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일으키게 될 물의를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이 위험하고 어려운 문제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이에 대한 회답을 스스로 내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389

o 나는 그 문제가 나에게 달려든 방식대로, 즉 감정을 억제하지 않은 채 체험한 그대로 써내려갔다 389

o 나의 책은 단지 대중들이 숙고하기를 바라고 기대하는 한 개인의 목소리요 문제제기일 뿐이었다 389_내 책 서문에 써먹어야지! ^^

o 청중의 일부는 능력이 없었으며 일부는 악의가 있고 어리석다 393

o 자유를 위협하는 자를 위협할 수 없다면 그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95

o 피할 노리가 없이 노쇠, 질병,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인연의 사슬은 큰 깨달음으로 끊어진다 395

o 그리스도의 문제는 결국 안트로포스, 즉 위대한 인물의 출현현상, 심리학 용어로 말하면 ‘자기’현상이 각 개인의 체험 속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는 문제로 귀착되었다 396

o 나의 저술들은 내 생애의 정류장들이라 여겨질 만하다. 그것들은 나의 내적 발달의 표현이다. 무의식 내용을 탐구하는 일은 사람을 만들고 그에게 변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나의 생애는 내가 행한 것, 내 정신의 작업이다 397 _나도 이런 목적으로 책을 쓸 것이다.

o 나의 모든 저술은 말하자면 내부로부터 부과된 과제인 셈이다. 그것은 숙명적인 강요로 이루어졌다. 내가 쓴 것은 내부로부터 나에게 엄습해온 것들이다. 나는 나를 충동질하는 영혼으로 하여금 말을 하도록 허용했다 397★ _내가 취해야 할 말하기 방식

o 나는 누구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을 말해야만 했다. 나는 사람들이 싫어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의식세계에 대한 보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397

o “일찍이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이토록 성공을 거둔 것이 무척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나에게 늘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내가 말해야만 했던 것이 말해졌다는 사실이다. 나는 가능한 것이면 무엇이든 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물론 더 많이 더 훌륭하게 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다 398 _나도 인생을 마감할 무렵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내 가슴에 두 영혼이 살고 있다

o 우리게게는 중세와 고대, 원시시대가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다 399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곳

o 그 탑에서 내가 누린 휴식과 재생의 느낌은 처음부터 매우 강력했다 402

o 인도 가옥에는 대개 사람들이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거기서 그들은 30분이나 15분쯤 명상을 하거나 요가연습을 했다 403

o 사색하고 환상에 몰두하는 은신처였는데, 대개 환상은 매우 불쾌한 것들이었고 사색은 고통스러웠다. 그곳은 영적 집중의 장소였다 403

o 아내가 죽은 후에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내적 의무를 느꼈다 403_나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비슷한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o 탑은 나에게 성숙의 장소였다. 즉, 그 안에서 내가 현재의 나, 과거의 나, 미래의 나로 다시 존재할 수 있는 자궁, 모성적 이미지의 장소였다 404

o 이런 단순한 일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다. 그런데 단순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405

o 바보들로부터 무시당할수록 현자들로부터는 더욱 사랑을 받는다네 406 ★

o 불협화음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자연은 조화로울 뿐만 아니라 무섭도록 모순되고 혼돈스럽기도 하기 때문이다 410

o 우리가 내적 감각으로 지각하거나 예감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외부의 현실과 자주 상응하게 되는 것을 동시성현상이라고 한다 413

카르마

o 나는 부모나 조부모, 그리고 더 먼 조상들이 완성하지 못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놓은 일들과 문제들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아주 강하게 느낀다 417 _ 아빠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무가 강하다. 그가 나와 함께 한다면 반드시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꿈에 자주 아빠를 뵙는다. 그는 그냥 내 앞에 나타나시는 게 아니라 장면 곳곳에서 살짝 나를 돕고 계신다. 주로 나를 직접 돕기 보다는 내 주위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간접적으로 나의 길을 열어주고 계신다는 느낌이다. 그는 영웅이었다. 전적으로 나에게 속한 나의 영웅. 그가 함께 한다는 느낌이 나를 고양시킨다. 나는 아빠 자신인지도 모른다. 아빠..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

o 나는 미래가 장기적 전망으로 미리 무의식적으로 준비되며, 그리하여 투시력을 가진 사람은 훨씬 이전부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아맞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419_ 미래일기는 가치 있는 것이다.

o 둘로 나뉘어 있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텔레스가 합해져 나 자신 속으로 들어와 하나의 사람이 되었고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 420

o 개별적인 인간의 마음에서 ‘새로운 것’이란 아득한 옛날의 구성요소들이 끝없이 변화하여 재결합된 것이다 421

o 사람들은 발전의 역사가 아직 전체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현재에 사는 대신 미래에 살며, 황금시대가 오리라는 터무니없는 약속에 의지한다 421

o 사람들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살지 않고 미래의 약속에 의지하여 살고 있으며, 현재의 빛 속에 살지 않고 미래의 어둠속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은 그 어둠속에서 적절한 때에 해가 솟아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421

o 사람들은 모든 좋은 것이 나쁜 것들의 대가로 얻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421

o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찾던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면 못할수록 우리도 그만큼 더욱 우리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422

o 시간을 단축하는 조치들은 아주 불쾌한 방식으로 속도만 빠르게 하여 이전보다 더 시간이 부족하도록 만들고 있다. “모든 성급함은 마귀에게서 나온다” 422

o 그 세계관은 내가 이성적으로 궁리하고 째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반쯤 감은 눈과 반쯤 닫은 귀로 존재의 형상과 소리를 보고 듣고자 시도할 때 생기는 하나의 환상이다 423

o 그들의 삶이 남겨놓은 의문들에 대해 옳든 그르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대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424

여행

북아프리카, 순진한 인류의 청소년기로!

o 다른 종족이 살고 다른 역사적 전통과 세계관이 군중의 얼굴에 각인되어 있는 곳 말이다. 나는 유럽인들을 한번 외부에서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어느 모로 보나 생소한 환경속에서 유럽을 보고 싶었다 427_나는 한국을 그렇게 보고 싶다.

o 그 사냥꾼은 다시 말해 시간의 신으로서 아직 영원을 연상케하는 이들의 시간을 무자비하게 날과 시, 분과 초로 조각조각 잘게 쪼개게 될 것이었다 430

o 그 우아하고 기품있는 모습 430

o 언제나 100살이었던 것처럼 432

o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격정으로 살고 있다 433

o 그 의식은 성찰을 하지 않고 자아는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다 433

o 나는 늘 동시에 두 개의 영역에서 사는 데 익숙해져 있다. 하나는 의식적인 면에서 그것을 이해하고 싶으나 할 수 없었고, 또 하나는 무의식적인 면에서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꿈의 형태 이외로는 더 잘 표현할 길이 없었다 434

o 사실은 천사가 내 속에 살고 있었다. 천사는 오직 ‘천사의’ 진실만을 이해할 뿐 인간의 진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천사가 나의 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결국 내가 그를 주관하게 된다. 꿈의 두 번째 부분에서 나는 성채의 주인이 되고 천사는 내 발밑에 앉아 나의 생각을 배워 알아야만 하고 그것을 통해 인간을 이해해야만 한다 436 _ 무의식과 의식의 관계변화. 천사를 주관하여 나의 편으로 만들어 내야만 한다.

o 격정적이고 기분대로 살아가며 生 그차체에 한층 가까이 있으면서도 성찰을 모르는 이런한 인간존재 436

o 그 역사적 층은 우리가 이제 겨우 극복했거나 최소한 극복했다고 믿고 있는 그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빠져나왔다고 착각하는 어린시절의 낙원과 같아서 아주 작은 자극으로도 또다시 무너져버릴 수있는 것이다. 그렇다. 발전에 대한 맹신은 그것이 우리의 의식을 과거로부터 멀리 떼어놓을수록 더욱더 유치한 미래의 꿈에 매달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436 _ 정확히 지금의 내 상태. 내가 가까스로 극복했다고 여기는 상태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 나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에 대한 나의 반응은 두 가지, 마치 나는 절대로 그런 상태에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를 전혀 이해할 수 가 없다는 듯 그를 맹렬하게 공격하거나, 애써 그와의 대면을 피하거나. 나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의 기운이 나를 또다시 그의 영역으로 내동댕이 칠까봐 겁나는 것이다. 가까스로 빠져나왔다고 믿고 있는 그 진창으로 다시 들어가가는 것이 끔찍해서 나는 서둘러 주의를 환기하고 미래로 시선을 돌린다.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킴으로써 과거로의 회귀를 막아보려는 것이다.

문득 인간의 영혼이라는 것이 탈피하여 새옷을 갈아입는 식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안에 내재되어있는 여러 가지 레벨의 의식이 상황에 따라 활성화되기도 하고 숨죽이고 잠복해있기도 하고 그런 것은 아닐까?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해야만 암을 치유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건강한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로 영양이 전달되는 것을 막으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것도 아니라면 그 암세포 마저도 나의 삶에 어느정도 기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암세포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건강한 세포의 활동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오류만 범하지 않는다면 암세포를 지니고 있는 것쯤은 별로 문제되지 않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암세포를 철저히 제거하려는 욕심이 삶을 갉아먹는 것은 아닐까?

o 그림자 : 자아의 뒷면에 해당하는 층으로,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요소들이 모여있음 437

o 유럽인은 합리적인 특성을 꽤 자랑하고 있지만, 그것이 생의 열정을 희생하고 얻은 것이며, 그로 말미암아 원시적 인격부분이 국부적인 지하존재로 떨어지는 운명을 맞았다 438

o 구원 : 무의식작용을 의식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439

o 외견상 전혀 다르고 낯선 아랍의 환경이 우리가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너무나 익숙한 선사시대에 대한 원초적인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439

o 우리는 그것을 의식 속에 붙잡고,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 것인가, 잊혀진 것을 회복할 것인가, 두 가지 가능성을 두고 따져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잊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그것이 충분한 이유없이 다시 그러한 발언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439 ★

o 살아있는 정신구조에서는 단순히 기계적인 방식으로 일어나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은 전체적으로 관리되며 전체와의 관계성 속에서 일어난다. 그것은 특정한 목적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의식은 전체에 대한 조망이 없으므로 대개 이러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사실확인으로 그쳐야 하며, ‘자기의 그림자’와의 충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회답은 앞으로 진전되는 미래의 연구에 맡겨두어야 할 것이다 440 _ 그 연구가 내 필생의 과업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프에블로 인디언, 자기 자리에 있는 사람들

o 비평의 수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대상의 외부에 관점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441_지금 나에게 필요한 조언.

o 밖에서 본다는 것은 다른 국가의 관점에서 본다는 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집단정신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습득해야하는데, 이러한 동화과정에서 국가적 편견과 고유한 특성들로부터 연유한 온갖 부담되는 것들과 마주치게 된다 441 _ 다음에 해외에 나갈 때는 여기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고 나가보자! 새로운 것이 보일지도 모른다.

o 다른 사람으로 인하여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모든 것은 나 자신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준다 441_ 연구원 과정의 핵심인 것 같다.

o 유럽의 광경을 사하라사막으로부터 그 문명에 둘러싸인 채 관찰하였다 442

o 좀 더 깊은 문화수준으로 내려가서 역사적 비교를 계속해보리라는 소원이 무르익었다 442

o "우리는 여기서 생각하오.“ 그는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443 _ 나는 어디로 생각하는가? 성능 떨어지는 근시안으로 세상 모든 것을 조망하려 굴고 있지는 않은가?

o 그가 비밀의식에 관한 것들을 말할 때는 숨길 수 없는 놀라운 감동이 그를 사로잡았다 447

o 태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떠오르는 저것이 우리의 아버지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447

o 그는 태양의 아들로 그의 생명은 우주론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다 450

o 우리가 이것을 우리 자신의 삶의 근거, 즉 우리의 이성이 짜내는 인생의 의미와 비교한다면, 우리의 것이 얼마나 빈약한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451 _ 우리가 이성을 맹신할 때 우리는 그 빈약한 근거에 의지해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o 지식은 우리를 성숙하게 해주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이전에 살던 신화적인 세계에서 더욱 멀리 떨어지게 한다 451 _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적이기만 한 지식이 아니라 신화의 세계까지 아우르는 지혜다.

o 비록 무의식적인 암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신과 우리’라는 이러한 동등한 관계가 인디언들의 저 부러워할 만한 의젓함의 근거가 되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한 인간은 문자 그대로, 참으로 자기 자리에 있는 사람인 것이다 452 _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그 빈약한 이성의 필터로 걸러지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이성이 납득하지 못하면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진실을 제대로 품을 수 있도록 이성의 성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되겠지만,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 의지하여 삶의 지탱해나간단 말인가? 일단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 안락한 품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착실히 진행해나가는 편이 현명한 것 아니겠는가?

케냐와 우간다, 아프리카의 고독을 겪다

o 조물주의 손에서 나온 것은 모두 좋다_루소 453

o 이미 오래전부터 나는 될 수 있는 한 유럽과 관련이 적은 나라에서 그곳 사람들과 함께 제법 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소원을 품고 있었다 453

o 나는 그 고독한 검은 사냥꾼을 보았을 때 그것이 내 마음의 어떤 면을 울렸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단지 그의 세계가 까마득한 수천 년 전부터 나의 세계였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456

o 나는 ‘이것이 그 세계다!’라고 인식하고 자신의 지식으로 그 세계를 방금 이 순간 실제로 만들어낸 최초의 사람이었다. 457

o 의식의 우주적 의미가 더한층 분명해졌다. 연금술에서는 “자연이 불완전하게 둔 것을 예술이 완전하게 만든다”라고 말한다. 인간인 내가 보이지 않게 창조행위를 하고 있는 그 세계를 비로소 객관적 실재로 완성되도록 해주었다 457

o 인간은 창조의 완성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서 세계를 비로소 객관적 실재가 되게 하는 두 번째 세계창조자인 것이다. 객관적 실재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 짐승들은..수억만년이 지나도록 비존재의 저 깊은 밤 속에서 정처없이 돌아다닐 것이다. 인간의 의식은 비로소 객관적 실재와 의미를 만들어냈으며 이로써 인간은 그의 위대한 존재확립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458 _ 해석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나는 인류를 위한 해석자의 사명을 타고 태어난 것이다. 나는 융이 후계자!

o 인간의 나라가 아니고 신의 나라입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아무 걱정 말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십시오 458

o 의지와 인도가 아니라 신비한 섭리가 맨 위에 있는 것이었다 459

o 얼마나 미묘한 방식으로 원형이 우리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가 464

o 나는 내게 닥치는 우연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서 464

o 여자는 ‘샴바(단감자, 아프리카수수, 옥수수 등의 경작지)’와 소위 동일화되었다. 여자는 아이, 염소, 닭 들을 데리고 있었는데 모두가 바로 그 둥근 오두막에 함께 살고 있었다. 그것이 여자에게 품위와 자기확신감을 주었다 467

o 나는 그녀의 행동거지에서 우러나는 확신과 자부심이 거의 대부분 그녀의 분명한 전체성과의 동일시에 근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전체성은 아이, 집, 작은 가축, 샴바,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나머지 요소인 그녀의 매력적인 몸매로 이루어져 있었다 469 ★★★★★★★★★★★★★★★★★★★★★★★★★★★★★★★★★★★★★★★★★★ _ 이 전체성을 구현해내지 못한다면 나는 그저 아랫돌 빼다 윗돌 궸다가 윗돌 빼다 아랫돌 궤는 의미없는 노동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다 무기력하고 지친 모습으로 사라져갈 것이다. 명심하자!! 이것이 내가 추구해야한 바로 그 키인 것이다. _ 우주가 나의 후견인이다. 여기서 말하는 구체적인 요소에 집착할 것 없다. 나는 나에게 필요한 요소를 끌어다 응당 그래야 할 방식으로 조합하여 나만의 전체성을 구현해 낼 것이므로..

o 나는 백인여성들의 남성화가 그녀들의 천연적인 전체성(샴바, 아이, 작은 가축, 자기 집, 그리고 부엌의 불)의 상실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여성의 결핍에 대한 보상이 아닌가 자문해 보았다 470

o 나와 나의 여행 동반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깊은 고통을 동시에 지닌 아프리카 원시세계를 문이 닫히기 전에 체험하는 행운을 누렸다. 우리의 야영지 생활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 중 하나였다 470

o 사업에서 멀리 떠나 인생살이에 오염되지 않고 죄책감도 없이, 나는 아직도 원시 그대로인 땅에서 ‘신의 평화’를 만끽했다 470

o 일출과 함께 아무런 내적 모순 없이 낙관주의가 다시 돌아온다 476

o 그는 서로 반대되는 두 대상에게 동시에 제물을 바친다. 그 두 대상은 동일한 힘과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477

o 식을 줄 모르는 감격, 무궁한 황홀감 478

o 밤이 오면, 모든 것은 빛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그리움과 깊은 우수의 음조를 띠게 된다 478

o 빛에 대한 동경은 의식에 대한 동경인 셈이다 479

o 주민들의 피부색은 더욱 검어지고 몸매는 마사이족이 지닌 우하함을 잃어버리고 좀더 둔하고 비대해졌다 479

o 춤과 음악으로 흑인들은 일종의 혼수상태에 빠지기 일쑤였다 482

o 나의 모든 관찰과 체험의 내적 연관을 확인하기 위해 그것들을 다시한번 검토해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주의를 기울여야할 만한 것들은 모두 기록했다 483

o 정신과 군의관들은 어떤 병사가 전쟁장면 꿈을 너무 많이 꾸면 그를 전선에서 떠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왜냐하면 그는 외부의 인상들에 대한 정신적 저항력을 더 이상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484 _ 회사꿈을 너무 많이 꾸면 회사를 떠나야한다는 소린가? 이건 좀 연구가 더 필요할 듯 하다 _ 이건 아직도 잘 이해가 안되네..@@

o 아프리카 모험에 그 비밀스러운 목적을 연관시키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어 스스로 놀랐다. 목적이란 유럽과 그의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었다 485

o '아프리카 미래지‘에서 융이라고 하는 심리학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485

o 문화영역을 서양, 즉 유럽과 그리스 쪽에서 접근하지 않고 남쪽, 즉 나일강의 원천 방면에서 접근하고자 한 나의 희망과 계획이 충족되었다 485

o 나는 아프리카가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고 싶었고, 그리고 그것을 체험했다 486

인도, 이방의 문화에서 유럽의 뿌리로!

o 내가 성자들로부터 배우고 그들의 진리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것은 나에게 도둑질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들의 지혜는 그들에 속하고,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만이 나에게 속할 뿐이다 489

o 그들에게 선과 악은 의미상으로 본성에 포함되어 있어서 사실은 유사한 것으로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490

o 인도인의 목적은 도덕적 완전성이 아니라 니르드반드바 상태다. 그들은 스스로를 자연으로 해방시키고자 했다 490

o 진정한 해방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했을 때,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을 헌신하여 철저히 참여했을 대 비로소 가능한 법이다. 내가 참여하지 않고 물러서면 거기에 해당하는 영혼의 부분을 그만큼 절단하는 셈이 된다 491 _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해야하는 것’,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것을 순간적으로 구분해낼 수 있을 날이 오려나..의식이 그것을 구분해낼 수 있을 때까진 할 수 없다. 위험하더라도 무의식의 신호에 충실하는 수 밖에..

o 자신의 열정의 지옥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러면 열정은 집 가까이 있게 되고 그가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불길을 일으켜 바로 그의 집을 덮칠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포기하고 내버려두고 겉으로 잊어버린 체하고 있을 경우, 그 포기한 것과 내버려둔 것이 두배의 힘으로 되돌아올 가능성과 위험이 상존한다 491_그러니까 그게 맞든 틀리든, 그러니까 원형의 나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든 안 되든 그런 것을 따져보기 전에 일단 의식과 몸의 욕망을 끝까지 추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겠지? 만약 그것이 진짜 나를 실현하는 길이 아니라면 욕망의 샘은 알아서 말라줄테니까. 그러면 ‘이건 아니구나!’하며 돌아 나오면 된다는 말이다. 빠져보지 않으면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다. 미련으로 남아 어디에서도 그 순간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그런 의미인 것 같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나는 지금까지 참으로 잘 살아온 것 같다.

o 그들이 자신들이 카르마를 먼저 갚지 않고 어떻게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겠습니까? 492

o 형언할 수 없는 ‘전체’

o 나는 그들이 나의 불명료한 부분을 그와 같이 멋지게 도와주러 온 사실에 마음속으로 조용히 감사하고 있었다 495

o 그리스도 역시 부처와 마찬가지로 ‘자기’의 구현자다. 둘 다 세상을 극복한 자들이다. 부처는 이성적 통찰로써, 그리스도는 숙명적인 희생으로써 그 일을 이루었다 496

o 그리스도는 모든 기독교인 안에 완전한 인격체로 살아 있는 모범상이다. 그러나 역사적 발전은 ‘그리스도 모방’으로 이어져, 개인이 전체성에 이르기 위해 자기 고유의 숙명적인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간 길을 본받아 따라가려고 한다 496

o '그리스도 모방‘이 기독교 이념의 발전을 치명적으로 가로막은처럼 말이다 497

o 그리스도도 유대인들에게 “당신들은 신들이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497

o 낮이 잊어버린 신화를 밤이 계속 이야기하고, 의식이 평범하게 만들어버리고 우스꽝스럽고 하찮은 것으로 축소시켜버린 그 거대한 모습들을 시인이 다시금 일깨우고 선견지명으로 살려낸다 500

o 인도가 나의 과제가 아니고 단지 나로 하여금 목표에 근접하도록 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501

o “이 꽃의 아름다움처럼 인생도 그렇게 지나가버리고 말도다. 신이시어. 나와 함께 이 제물의 은덕을 누리소서” 젊은이들이 그렇게 노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도적이라 아니 할 수 없었다 502

o 존재하지 않는 부처에 대한 경배가 아니라 깨달은 사람의 자기구원의 여러 행위 중 하나다 503

라벤나와 로마, 보이는 환상과 보이지 않는 실재

o 세례 또한 본래는 적어도 익사의 위험을 암시하는 실제적인 ‘잠김’이었다 505

o 매우 세련되고 교양있는 이 여인에게, 극히 야만스러운 군주 옆에서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507 _ 그녀가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그와 통할 수 있었다는 것은 네게 희망의 빛을 던진다. 융이 자신의 아니마와의 소통을 통해 자기를 실현했던 사례는 아니마의 입장에서 보면 야만스러운 남편과 사랑을 나누는 것과 같은 것 아닐까? 기쁜 마음으로 간극을 메워가는 과정이 통합의 과정일 것이다. 나와의 통합도 다른 사람과의 통합도 모두 이런 원리로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o 이러한 투사는 시간을 초월한 무의식의 요소이기도 했다 507

o 남자의 아니마는 현저히 역사적인 성격을 띤다. 아니마는 무의식의 인격화로 역사와 선사에 깊이 물들어 있다. 아니마는 과거의 것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남성이 그의 선사에 관해 알아야 할 것들을 남성 속에서 대신 보충해주고 있다. 남성 속에 아직도 살아 있는, 이미 있었던 모든 삶이 아니마다 507 _ 여자의 아니무스는?

o 아니무스 : 여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남성적인 요소다. 원래적인 것과 남성경험의 총체가 무의식으로 들어간 상태다. 아니무스는 역사적인 감정(역사성, 과거에 대한 추억)은 없고, 미래와 현재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상황을 비롯한 바깥상황에 관심이 많다.

아니무스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는 차갑고 파괴적이며 타산적인 소유욕, 지배욕, 독점욕, 잔혹, 무모, 공포, 숨막히는 침묵, 완고, 사악 등으로 나타난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는 결단성있게 일을 처리하며 강한 생활력을 나타낸다 650

o 나는 베드로와 나아만처럼 건강한 상태로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무의식 내용의 통합이 내 인격 완성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 508

o 사람들이 이미 있던 무의식 내용을 의식에 통합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하는 것은, 아마도 말로 표현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단지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은 논의할 필요가 없는 주관적인 사건이다. 나는 나 자신을 어떤 일정한 양식과 방식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나에게 하나의 사실이며, 그 사실을 의심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합당하지도 않다 508

o 통합으로써 변화가 일어났는지, 어떤 종류의 변화인지는 주관적 확신에 속하는 문제다. 이런 것들은 학문적으로는 인정될 만한 사실을 기술하지 않고, 그럼으로써 영락없이 ‘공인된 세계상’에서 탈락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중요하고 성과가 큰 사실들인 것이다 508

o 그후로 나는 내적인 것이 외적인 것처럼, 외적인 것이 내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509

o 우리가 무의식에 대한 이론을 확립하기 전에 무의식과 관련하여 더 많은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509

o 가는 데마다 그곳을 지배했던 정신에 마음 깊은 곳에서 충격을 받을 때, 그리고 거기 있는 성벽 잔해와 둥근 기둥하나가 내 눈에 이제 막 새롭게 인식 될 때 문제는 달라지는 법이다. 이미 폼페이에서 예기치 못한 사물들이 인식되었고 내 능력으로 감당하기 힘든 물음이 제기되었다 510_ 하루라도 젊을 때 많이 다니자! _ 내게 주어진 상황은 질문으로 다가온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미 갖고 있을 경우는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지만 대답을 미쳐 마련하고 있지 않은 질문을 만나면 마음의 평화를 잃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꼭 거쳐야했던 질문이었다. 그 관문을 해결하지 않고는 더 이상 한발짝도 나갈 수 없는 종류의 질문이었다.

내게 여행은 모의시험 같은 것이다. 본 시험이 아니기에 굳이 풀지 않아도 되는 질문에 자발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본 시험과 모의시험은 어치피 같은 문제풀에서 출제되기에 미리 대답을 마련해놓으면 그만큼 수월하게 본시험을 치를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모의시험의 난이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너머선다면 아예 시험자체를 포기하고 싶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히 조절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너무 어려운 문제는 넘기고 다음 문제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융통성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고... 어쩌면 다음 문제들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힌트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환상들

생의 한계점에 이르러

o 나는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나에게서 벗겨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마음먹고 바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 세속적 생활의 모든 환각이 나로부터 떨어져나가거나 제거되었다. 그것은 극도로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그런 중에도 뭔가 남는 것이 있었다. 내가 일찍이 살면서 경험하고 행한 것, 내 주변에서 일어난 모든 것은 지금도 나에게 남아있는 느낌이었다..나에게 남아 있는 그것이 바로 ‘나’라고 말이다. ‘나’는 이를테면 남아있는 그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는 나의 역사로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참으로 나라는 절실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성취된 것과 지금까지 있었던 것의 그와 같은 묶음이다.’ 이런 체험은 나에게 극도의 결핍감을 안겨 주면서도 동시에 커다란 만족을 주었다. 내가 요구하거나 원하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나는 말하자면 객관적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즉, 나는 내가 살아온 모든 것이었다. 처음에는 말살되고 빼앗기거나 약탈당했다는 느낌이 지배적이기도 했으나, 한순간 그런 느낌도 스러지고 말았다. 모든 것이 지나간 듯이 여겨졌다. 하나의 기정사실만 남았다. 이전의 일들과 다시 어떤 연관도 맺지 않고 말이다. 어떤 것이 떨어져나갔다거나 빼앗겼다는 아쉬움은 이제 없었다. 그와 반대로 나는 나라고 하는 모든 것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오직 그것만을 가지고 있었다 516

o 나 자신 또는 나의 인생이 어떤 것과 역사적으로 관련되어 있는가를 이해하게 되리라 또한 확신했다. 나는 무엇이 내 이전에 있었고 왜 내가 존재하게 되었으며 내 인생이 어디로 계속 흘러갈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517 ★ _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존재의 의미에 대한 통찰이 생긴다.

o 나의 인생은 긴 사슬에서 가위로 잘려진 것처럼 보였고, 많은 물음은 해답이 없는 채로 남았다. 무슨 이유로 그와 같이 진행되었을까? 왜 나는 그런 가설들을 가지고 왔는가? 나는 그것으로 무엇을 이루었는가? 그 결과가 무엇인가?

이 모든 것에 대해 내가 돌로 된 사원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금방 해답을 얻으리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모든 것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다르게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나의 이전과 이후에 관한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었다 517

o 나는 그 사원 안으로 들어가서도 안 되고 나에게 속한 사람들에게로 가서도 안 되었다 518 _ 나의 원형의 모습은 ? 결국 죽어서야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이 우리가 입학식으로 ‘장례’를 치루는 진짜 이유인가 보다. 나는 제대로 죽었어야 내 삶의 의미를 만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과연 제대로 죽었던가? 장례식을 위한 글을 쓰는 순간 나는 진지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 갔지만 나는 남편에게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남편은 내가 평생을 거쳐 사랑으로 감싸주어야할 내 필생이 숙제였단 말인가? 그의 영혼을 치유하는 것이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란 말인가? 남편은 어쩌면 마법에 걸려 개구리가 된 이웃나라의 왕자인지도 모른다. 왕자의 부재는 우주의 패권국이었던 이웃나라에 커다란 손실이 되었다. 그 나라가 중심을 찾고 제 길을 걸어야 우주의 질서가 잡힌다. 그렇다면 나는 남편에게 씌워진 마법을 풀어 이웃나라에 돌려주어야할 사명을 갖고 세상에 왔단 말인가? 그것은 바꿔 말하면 우주의 질서를 복원시키는 사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여러 가지 경험을 거쳐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인 것이다.

융합의 신비

o 거기서는 모든 사람이 각각 혼자 작은 상자 속에 들어가 앉아 있었다 519

o 나도 실에 매달린 채 작은 상자 속에 들어가 있는 것에 익숙해질 것이다 520

o 원형의 모습 520 _ 죽을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된다고?

o 나는 우주공간을 떠다니며 우주의 성 안에서 보호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대한 허공이지만 가능한 모든 행복감으로 충만했다. 그것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원한 至福이었다 521

o 내가 결혼식이었다. 그리고 나의 지복은 그 축복된 결혼식이었다 522 _ 의식과 무의식의 결혼, 제1인격과 제2인격의 결혼, 페르소나와 아니무스의 결혼? _ 니진스키가 마지막 공연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느낌일까? 불행히도 현세에서 이 결혼식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니 결혼식을 올리고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부부로 살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니진스키의 불행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마음을 바쳐 혼약한 이몽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삶을 위해 변학도의 수청을 강요당하고 있는 상태라면 비슷한 표현일까? 그가 세상에서 이해할 만한 적당한 해석을 만들어 낼 만한 재능을 갖고 있지 못했다면, 이 결혼을 현세에서 경험한 사람들은 ‘미치광이’라는 딱지를 붙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재능이란 그야말로 귀한 것이었다. 기나긴 역사를 통해 우리가 기억하는 인물은 그리스도. 붓다 정도가 아닐까?

o 환상을 보는 동안 느끼게 되는 아름다움과 감동의 강도는 사람들이 결코 표현해낼 수 없을 것이다 523 _ 그래서 사람은 미치는 것이다. 느낌을 전달할 적당한 언어를 찾지 못하는 답답함이란..결국은 소통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 같다.

o '인생‘이란 그것을 위해 이미 마련된 삼차원의 세계체제 안에서 전개되는 존재의 한 단면일 뿐 524

o 공간을 채우는 신성한 영의 ‘향기’에 관해 말하는지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다 524

o 말할 수 없이 신성한 영이 그 방에 있었다. 그 현상을 설명한 것이 <융합의 신비>였다 524

o 영원 :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하나인 무시간적 상태의 지복 525

o 내가 어제와 동시에 오늘과 내일 존재한다고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는가? 어떤 것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다른 것은 너무도 분명한 현재이며, 그리고 또 다른 것은 이미 끝난 일이었으나 그 모든 것이 그래도 하나였다 525

o 그러한 전체성을 대면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 현상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 말을 잃게 된다 526

o 내가 그 꿈과 환상에서 체험한 객관성은 완성된 개성화에 속한다. 그것은 가치평가라든가 우리가 감정적인 유대라고 부르는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한다. 감정적인 유대는 대체로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도 투사를 포함하고 있는데, 자기 자신에 되고 객관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투사를 회수할 필요가 있다. 감정적인 관계는 강요와 예속으로 부담을 주는 열망의 관계다 526 _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감정을 느꼈다면 그는 내가 더 활성화 시키고 싶은 내 안의 속성을 나보다 많이 가지고 있을 때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거부감을 느꼈다면 내가 약화시키고 싶은 내 안의 속성을 나보다 두드러지게 갖고 있을 때이다. 내가 내 안의 존재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고 있다는 말이다. 내 안의 그것들이 존재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내 밖에 그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다 그럴만 해서인 것이다. 좋고 싫은 감정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그냥 한발짝 떨어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자. 그러면 사라져야할 것은 사라지고 남아야 할 것이 남을 것이다. 그러면 또 그것을 안고 다음 걸음을 옮기면 되는 것이다.

o 나 자신의 견해를 관철하려고 애쓰지 않고 생각의 흐름에 나를 맡겼다. 그리하여 문제들이 하나하나 차례로 나에게 다가와 무르익으면서 형상화되었다 527 ★ _내가 취하게 될 삶과 일의 방식이 될 것이다.

o 사람이 개성화의 길을 가는 중에, 즉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과오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원만해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우리가 과오나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사람들은 아마도 안전한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길은 죽은 자의 길일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이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어떻든 그건 바른 길이 아니다. 안전한 길을 가는 자는 죽은 것과 다름없다. 527 _ 오히려 안심되지? 네가 머뭇거리고 있는 이유가 바로 ‘안전한 길’만 딛겠다는 욕심때문 아니었니? 그런 길은 없다잖아.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가보렴. 마음의 나침반에 몸을 맡기자구! 그 길이 바로 네가 그렇게나 원하는 ‘개성화’의 길이라잖아. 어때! 용기가 좀 생겼어? ^^

o 자신의 숙명을 긍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다. 그럼으로써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도 자아는 굴복하지 않게 되는 법이다. 참아내며 진리를 견디며 세계와 숙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은 패배에서도 승리를 체험하게 된다. 밖에서든 안에서든 아무것에도 방해를 받지 않는다. 자신의 고유한 연속성이 인생과 시간의 흐름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이 숙명의 의도를 주제넘게 간섭하지 않을 경우에만 이루어질 수 있는 법이다 528

o 나는 또한 사람이 자기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온갖 평가를 뛰어넘어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528 _ 옙!!!! _ 자꾸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이로운 것인지 해로운 것인지 재단하려고 하지 말자! 생각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대로에 사람이 오고가는 것을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가슴에 생각이 오고 가는 것을 통제하려고 하지 말자! ‘그냥 그것들이 오고 갔구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해석해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사후의 삶에 관하여

꿈과 예감

o 선입견은 정신적인 삶이 풍성하게 나타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손상을 입힌다 532 _자기검열은 개성화의 길을 방해한다.

o 요즘의 비판적 인성은 다른 많은 신화적 관념뿐만 아니라 사후의 삶에 관한 관념도 없애버린 듯하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이유는 오늘날 인간이 대부분 오로지 그들의 의식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자신들에 관해 알고 있는 지식만이 전부인 양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주의와 교조주의는 우리가 앓고 있는 시대병이다 532

o 공간과 시간에 관한 우리의 개념은 단지 근사치를 지니고 있을 뿐 532

o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가치가 있고 치유를 가져오는 법이다 533

o 우리는 타고난 구조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고, 그리하여 우리의 존재와 사고로써 이 세계와 관련을 맺는다. 신화적인 인간은 ‘그 너머로 나가기’를 갈망하지만 학문적인 책임을 고려하는 인간은 그것을 허락할 수 없다. 이성의 차원에서는 ‘신화화’야 말로 쓸모없는 사변일 뿐이다. 하지만 감정의 차원에서는 치유를 가져오는 활동력이며 인간존재에 광채를 부여한다. 그 광채를 사람들은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533

o 유령이나 목소리가 죽은 자와 동일한 것인가 아니면 심리적인 투사인가, 또는 그 말들이 정말 죽은 자로부터 나오는지, 어쩌면 무의식에 존재하는 지식에서 나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 534

o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인생이 현존을 넘어서 무한정한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훨씬 더 이성적으로 잘 살며 더욱 편안해질 것이다. 사람은 수백 년을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왜 이와 같이 헛되이 분주하기만 한가? 534

o 우리는 대부분 무의식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문제에 관한 해답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535 ★★

o 우리가 어떤 것을 알 수 없는 경우에 우리는 그것을 지적인 문제로 다루는 것을 단념해야 한다. 나는 어떠한 이유로 우주만물이 생겨났는지 모른다. 앞으로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이 문제를 학문적이거나 지적인 문제에서 제외시켜야만 한다. 하지만 거기에 관한 어떤 관념이, 예를 들어 꿈이나 신화적인 전승을 통해 나에게 제공된다면 나는 그것들을 기록해둘 것이다. 심지어 그것으로 하나의 견해를 짜내려고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비록 그 견해가 언제나 하나의 가설로 남고, 그것이 증명될 수 없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더라도 말이다 535

o 인간은 사후의 생에 관해 견해를 짜내거나 묘사하는 데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일은 자신의 무능함을 시인하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뭔가를 잃어버리게 된다. 왜냐하면 그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태고로부터 내려오는 인류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나의 원형으로서 우리 인생을 온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덧붙여야 마땅한 신비로 가득한 삶이다 536

o 무의식과 신화를 의식화할수록 우리의 인생은 그만큼 통합을 이루게 된다. 과대평가된 이성은, 그것이 지배하면 개인이 궁핍해진다는 면에서 독재국가와 공통점을 지나고 있다.

무의식은 우리에게 뭔가를 알려주거나 영상으로 암시하면서 하나의 기회를 준다. 무의식은 어떤 논리로도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우리에게 때때로 전해줄 수 있다. 동시성 현상과 예언적인 꿈, 예감 들을 생각해보라! 536

o 무의식의 가능성과 능력에 대해 일종의 존경심을 갖게 된다. 다만 우리는 비평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하며, 그러한 ‘전달(무의식이 전해주는 내용들)’이 언제나 주관적인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539 _ ‘미신’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 되지 않으려면 이성의 힘을 빌어야 한다. 비평적으로 해석해서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o 신화는 과학의 맨 처음 형태다 539

o 정신의 일부는 공간과 시간의 법칙에 지배받지 않는다 539

o 완전한 세계상은 이를테면 다른 차원으로 확대되어야 할지 모른다. 그래야 비로소 현상의 전체성이 일관성있게 설명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합리주의자들은 심령심리학적인 경험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세계관이 유지되느냐 무너지느냐가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540

o 그곳에서는 ‘여기와 저기’라든지 ‘이전과 이후’라든지 하는 구별이 필요없다 540

o 죽은 자들은 모두 죽음 직후에 그들 인생의 종합적인 경험을 보고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541_나는 뭐라고 브리핑할 수 있을까? 꿈벗여행 첫날의 고백같은 것일까? 첫날 나는 나를 객관화하는데 실패했었다.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는 내 모습을 만들기 위해 무의식적인 왜곡을 했던 것 같다. 의도는 없었지만 사실 그랬다. 그러니까 이것도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

o 그가 이 이미지들을 믿거나 약간만 신뢰하더라도 그것들을 믿지 않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다. 어쨌든 부인하는 자는 ‘無 ’를 향해 가는 반면에, 원형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두 사람 다 불확실성 속에 있다. 그런데 전자는 자신의 본능을 거스르고 있고, 후자는 본능을 따르고 있다. 이것은 현저한 차이이며 후자에게 이로운 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542

신화,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

o 무의식의 형상들도 ‘정보를 잘 받지 못한다’. 그래서 ‘앎’에 이르기 위해서는 의식과의 접촉이나 인간을 필요로 한다 543 _ 엘리야는 수집기능이 없다. 살로메가 수집해줘야 비로소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분석’은 적합한 어휘가 아니려나?

o 그 두 환상은 그동안 무시간성이라 말해도 좋을 무의식 속으로, 그 자신 속으로 잠겨 있었던 것이다. 그것들은 자아나 자아의 변화하는 상황과 아무런 접촉 없이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의식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 채’ 있었던 것이다 544 _ 개념적으로 명료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한정된 이성의 힘으로는 처리되지 않는 레벨인가보다. 하지만 확신한다. 여기서 얻은 지혜는 무의식을 밝혀주는 광원이 될 것이다.

o 그 질문은 말하자면 나의 정신적인 선조로부터 나에게 제시된 셈이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시대에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다 545 ★★★

o 인간 본성에 제한없는 지식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그것은 단지 적절한 시간의 상황에서만 의식에 의해 파악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짐작된다. 그는 아마 여러 해 동안 어떤 것에 대한 예감을 품고 지내다가 나중 어떤 순간에 그것이 참으로 깨달아 질 것이다 545 _ 예감이란 ‘조감도’, 현실에서 적합한 자제와 시공자를 만날 때 비로소 건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 예감이 자기 자신의 개성화의 길을 닦는 데 필요한 자신의 예감이 맞다면, 필요한 ‘자제’와 ‘시공자’는 적절한 시기에 저절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o 죽은 자의 혼령들도 그들이 죽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알고 있던 것만 ‘알고’ 그 외에는 모르는 것 같다. 그러므로 그들은 사람들의 앎에 참여하기 위해 인생 속으로 밀려들어오려고 애쓴다 546

o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 있는 자들, 다시 말해 그들 뒤에 살아남아서 계속 변화하는 세계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의 물음에 대한 회답을 얻는 것이 아닌가 싶다 546

o 살아 있는 사람의 혼은 적어도 한 가지 면에서는 죽은 자에 비해 유리하다. 즉, 명쾌하고 결정적인 인식에 이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546

o 많은 사람이 죽음의 순간에 자기 자신의 가능성에 미치지 못한 채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생존시에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그들이 생전에 습득하지 못한 의식성 부분을 죽음에서 얻으려고 요구하게 된다 547 _ 현직에 있을 때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의미인가 보다.

o 수학이 경험을 뛰어넘어 관계에 관한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을 꺼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 표상들을 논리적인 원리에 따라 경험적인 자료들, 예컨대 꿈의 진술을 근거로 그려내는 일은 훈련된 상상의 본질에 속한다 549 _ 나는 이 작업에 활용되기 적합한 재능을 가진 것 같다.

o 아주 오랜 옛적부터 어떤 잠재의식적 과정의 진행을 표현하는 神話素가 있었지만 오늘날에 와서야 비로소 우리가 그것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551

o 오직 이곳, 대극이 서로 부딪치는 지상의 삶에서만 일반적인 의식은 고양될 수 있다 551

o 신화는 피할 수도 면할 수도 없는, 의식적 인식과 무의식 사이의 중간단계다. 무의식이 의식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그것은 특별한 종류의 앎으로 영원 속의 앎, 대개 ‘지금 여기’와 관계가 없고 우리의 지적인 언어도 고려하지 않는 앎이다. 오직 우리가 무의식으로 하여금 스스로 확충하여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때에만, 앞에서 수를 예로 들어 제시했듯이 그것이 우리 이해의 범위 안에 들어오게 되고 새로운 측면이 우리에게 지각된다. 이러한 과정은 성공적인 꿈 분석이 이루어질 적마다 확실한 방법으로 항상 반복된다. 그러므로 꿈의 진술과 관련하여 교조적인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해석의 획일화’가 눈에 띄는 즉시 우리는 그 해석이 교조적이며 따라서 비생산적임을 알게 된다 552 _ 해몽책은 다 갖다 버리자! 대신 신화를 더 공부해야겠다.

o 죽음이 한번은 자아의 관점에서, 또 한번은 영혼의 면에서 표현된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있겠다 555

o 영원의 관점에서 죽음은 일종의 결혼이며 융합의 비의다 556

o 아버지로서 권위를 부리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557

o 시공간의 상대성 때문에 무의식은 지각만을 처리하는 의식에 비해 더 나은 정보원을 가지고 있다 558

o 신화적 상상에서 중간세계가 없다면 정신은 교조주의에 갇혀 경직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반대로 신화적인 내용을 고려하는 것이 피암시적인 약한 마음의 소유자들에게는 예감을 인식으로 여기고 환상을 실체화할 위험이 있다 558 ★ _ 두개다 주의해야겠다. 내가 항상 깨어있는 마음이어야하는 이유이겠지.. _ 중간세계, 융통성있는 해석을 말하는 것이겠지? 어떤 메시지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긍정’이란 근시안적 ‘긍정’은 아닐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모두 나의 중심으로 향하는 여행의 친절한 안내자라는 마음가짐이 ‘중간세계’의 의미 아닐까? 솔직히 좀 어렵다. 좀 더 살아봐야 겠다.

단일성과 무한성

o 출생과 죽음의 연속은 끝없는 현상이요, 목표도 없이 계속 굴러가는 영원한 운명의 수레바퀴로 여겨진다. 사람은 살고 인식하고 죽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오직 부처에 이르러 목표에 관한 관념이 드러나는데, 그것은 이를테면 지상적 존재의 극복인 셈이다 559

o 서양인이 세계의 의미를 완성하고자 하는 반면, 동양인은 인간 속에서 의미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며 자신으로부터 세계나 존재를 벗어버린다 560

o 서양인은 의미를 투사하여 객체에 의미가 있는 듯이 추정한다. 동양인은 그 의미를 자신 속에서 느낀다. 그런데 의미는 밖에도 있고 안에도 있는 법이다 560

o 부처는 제자들이 니다나(인연)사슬을 명상하는 것, 다시 말해 출생, 삶, 늙음과 죽음, 고통스러운 사건들의 원인과 작용에 대해 명상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욱 유익하리라고 여겼다 561_해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을 도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생각하셨겠지?

o 나의 존재의미인생이 나에게 물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나 자신이 세계를 향해 던지는 하나의 물음이며, 나는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단지 세계가 주는 대답에 의지할 뿐이다 562 _ 인생은 내게 어떤 물음을 던지고 있는가? 여인의 신화를 만들고 싶다. 그 신화에 의존하면 큰 문제없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신화..어떻게?가 내게 던져진 물음이겠지?

o 세계가 어떤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한 나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며, 또한 나는 수백 년 동안 휴식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니고 있다가 그와 같은 것에 흥미를 느끼는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 새롭게 과제에 임하여 소득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상상해본다 563

o 내가 보기에 하나의 믿음은 믿음의 현상을 증명할 뿐 그 믿은 내용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내가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경험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563

o 나이가 들어갈수록 소위 관조, 성찰, 그리고 내적 이미지들이 당연히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564

o 노년에 인간은 그의 내면의 눈으로 추억들을 펼쳐보며 과거의 내적․외적 이미지들 속에서 자신을 생각하면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저승 전단계거나 거기서 존재하기 위한 준비와도 같으며, 플라톤의 견해에 따르면 철학이 죽음을 준비하는 것과도 같다 565

o 육체의 짐을 벗어버린 상태에서 의식을 지각하는 것은 깊은 희열을 느끼게 한다 566

o 카르마가 남아 있어 마무리를 해야 한다면 혼령은 다시 돌아오고 싶은 욕구에 따지고 도로 삶을 취하게 된다. 심지어 무엇인가 더 완성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567 _ '미련‘은 남아있는 카르마에 대한 찝찝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나보다. ‘하지 않은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감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o 무엇보다도 어떤 원인으로 내가 태어나게 되었는지 이해하려는 격렬한 충동이 있었을 것이다. 이 충동은 내 본질의 무척 확고한 요소다. 이와 같이 이해에 굶주린 본능은 무엇이 일어났으며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하기 위해, 또한 그것을 넘어서 인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적은 암시에서 신화적 표상을 찾아내기 위해, 이를테면 의식을 만든 것이다 567

o 콤플렉스 자체가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인격체의 모습을 띠게 된다 568

o 의식상실 상태에서도 의식능력이 최소한 주관적으로는 보존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568

o 시공간에 속한 세속적 인간과 무시간적 인간, 즉 ‘자기’와의 관계에 관한 문제는 아주 까다로운 난제를 제기하고 있다 569

o 우리는 늘 미확인비행물체가 우리의 투사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자신이 그들의 투사라는 것이 드러났다 569

o 자기와 자아의 관계에 대한 문제에 관하여 나는 이전에 이미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 꿈에서 나는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나는 어떤 작은 거리에서 언덕진 곳을 지나고 있었는데, 햇빛이 비치고 사방으로 넒은 시야가 펼쳐졌다. 길가 어느 작은 예배당에 이르렀는데 문이 반쯤 열려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놀랍게도 제단 위에는 성모상도 십자가도 없고 다만 화려한 꽃들이 예쁘게 정돈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요기 한사람이 제단 앞 바닥에 연꽃자세로 나를 향해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 있는 것을 보았다. 좀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그가 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o 아, 그렇구나. 그 사람이 나를 명상하고 있었구나.그가 하나의 꿈을 꾸었는데 그것이 나다 570 _ 노자랑 비슷한 거 맞죠?★★★★★★★★★★★★★★★★★★★★★★★★_ 배역을 연구하는 배우처럼? 배역과 실제 나의 관계를 설정하는 다양한 유형. 겹치기 출연을 하는 배우처럼..언제나 부잣집 예쁜이 아가씨만 연기하려고 해서는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다. 다양한 배역을 넘나들며 그들의 삶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배우가 진짜 배우인 것이다. 이제 결정해라. 인형으로 남을 것인가 진짜 배우가 될 것인가? 한가지 명심할 것은...인형의 유통기한은 매우 짧다. 언제나 더 싱싱하고 매력적인 인형은 넘처나는 법이니까..사실 남은 길은 하나다. 시간이 가져다 주는 모든 긍정적 부정적 변화를 받아들이며 진정한 배우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o ‘다른 쪽’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의 무의식적 존재가 참다운 것이며 우리의 의식세계는 일종의 환각이거나 일정한 목적을 위해 세워진 하나의 가상적 현실임을 가리키고 있다 571 ★★★

o 무의식의 통합성은 나에게는 모든 생물학적․정신적 현상의 고유한 영적 인도자로 여겨진다 572

o 인류에게 결정적인 물음은 “당신이 무한한 것에 관련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시금석이다. 무한한 것이 본질적이라는 사실을 내가 알 때에야 비로소 나는 결정적인 의미가 없는 하찮은 일에 관심을 쏟지 않을 것이다 572

o 인간이 그릇된 소유를 고집할수록 그리고 본질적인 것을 덜 느끼게 될수록 그의 삶은 더욱더 만족스럽지 못하게 된다. 그는 한정된 견해를 가지고 있으므로 제약을 받는 듯이 느낀다. 그리고 이것은 질투와 시기를 낳는다. 우리가 이생에서 무한한 것에 이미 접속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느낄 때 우리의 욕구와 자세가 달라진다. 결국 인간이 가치있는 것은 오직 본질적인 것 때문에 그러하다. 우리가 그것을 갖지 않는다면 인생은 헛된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무한한 것이 그 관계 속에 나타나느냐가 결정적인 것이다.

내가 극단적으로 제약을 당할 때 비로소 무한한 것을 느끼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인간에게 가장 큰 제약은 자기 자신이다. 그것은 “나는 다만 그것에 불과하다!”는 체험 가운데 나타난다. 내가 자기 자신 안에서 아주 좁게 제약되어 있다는 의식만이 무의식의 무한성에 접속될 수 있다. 이러한 의식성에서 나는 나를 유한하면서도 영원하며 이것이면서도 저것으로서 경험한다. 내가 나를 개인적인 결합속에서 궁극적으로 제약되어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알게 되면서 또한 무한한 것을 의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지닌다. 오직 그러할 때만 가능하다는 말이다 573 _ 그 순간 자신의 배역에 몰입할 수 있어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 그 순간엔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뭐가 중요하고 뭐가 부차적인지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 구별을 제대로 해내고 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역할 분석의 출발점인 것이다.

o 오로지 삶의 공간을 넓히고 합리적인 지식을 어찌해서든지 증가시기는 데만 관심을 두는 시기에는 자신의 단일성과 유한성을 의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단일성과 유한성은 동의어다. 이것 없이는 무한성을 지각하라 수 없다 573_이는 어쩌면 ‘산업화’없는 ‘민주화’가 허망하다는 의미이겠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능력조차 없으면서 마음의 평화만 찾고 있다면...그가 찾은 것은 정말 ‘마음의 평화’이기보다는 ‘현실에서의 도피처’일 가능성이 많을테니까. 지금 나의 갈등도 바로 그것이다. 내가 ‘민주화’를 추구하기에 충분히 ‘산업화’되어있느냐? 이는 ‘산업화 행동’에서 희열을 느끼느냐?는 질문과 같은 의미이겠지? 대답은 ‘아니오’. 그저 이 상황을 유지만 하면 될 것 같다. 그러면 다음 질문 ‘민주화 행동’에서 희열을 느끼느냐? 이것도 ‘아니다’. 내 기쁨의 영역은 ‘산업화’ 와 ‘민주화’의 양극단에 있지 않다. 이 순간 내가 추구하고 싶은 것은 ‘내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부가가치 또한 극대화 할 수 있는 모델’이다. 다시말해 ‘선진일류국가’ 진입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내 본연의 모습을 살린다는 의미는 내가 가진 ‘기질, 취향, 재능, 가치관, 믿음, 선호’을 살린다는 것이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의미는 세계의 필요를 흡족히 충족시켜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o 독재자들이 출현하고 그들이 온갖 재앙을 가져오게 된 원인은, 영리하기 그지없는 지성인들의 근시안으로 인해 인간에게서 내세적인 것이 박탈된 데 있다. 그런 사람들처럼 인간은 무의식성의 제물이 되어버린다.

인간의 과제는 이를테면 그것과는 정반대로, 무의식에서 밀려오는 것에 관해서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거나 동일시하지 않고 그것을 의식화하는 것이다..인간실존의 유일한 의미는 존재 그 자체의 어둠속에 빛을 밝히는 것이다 574 _ 무의식과 의식을 소통할 수 해주는 것이다. 무의식의 축축한 몸을 광합성시켜주는 것이다.

만년의 사상

대극의 통합을 위하여

o 본능이 우리를 긴급히 도와주고 신이 신에 맞서 우리를 지지해주리라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575

o 어둠에서 해방된 자의 눈으로 볼 때, 창조주는 그의 어두운 특성을 벗어버리고 최고의 선이 되었다 578

o 우리는 하나의 방향설정, 즉 일종의 메타노이아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악과 접하게 되면 거기에 빠져들 긴박한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코 악에 더 이상 ‘빠져들어서는’ 안 되며 선에도 빠져서는 안 된다. 이른바 사람들이 빠져버리면 . 선은 도덕적인 성질을 잃게 된다. 그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에 빠져버렸으므로 그것이 나쁜 결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중독 대상이 알코올이든 아편이든 또는 이상주의든 그 어떤 형태의 중독이든 똑같이 악에서 나온다. 우리는 선악의 대극에 더 이상 이끌려서는 안 된다 580

o 윤리적 결단은 오직 신을 따름으로서 보증할 수 있는 주관적이며 창조적인 행위가 된다 581

o 윤리적 결단이 요구한다면, 버릇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도덕적인 선이라고 알려진 것을 경우에 따라 피하고 악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행할 수 있는 자유를 가져야 한다. 다른 말로하면, 선악의 대극에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580_항상 깨어있으라는 의미로 접수해야겠다.

o 심리학 이전 시대에도 이미 ‘의무의 충돌’이라는 말로 늘 제기되었던 내용이다 581

o 개인은 보통 자신의 결단능력을 결코 인식하지 못할 만큼 의식이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당황스러운 가운데 의지할 수 있는 외부적인 법과 규정을 자꾸만 소심하게 찾고 있다 582

o 오늘날 제기된 악의 문제에 대해 해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철저한 자기인식, 즉 자신의 전체성에 대한 최선의 인식을 필요로 한다. 그는 자신이 얼마만큼 선을 행할 수 있으며 어떤 파렴치한 행위를 할 수 있는지 냉철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전자를 사실로 여기거나 후자를 착각으로 여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두 가지 다 가능성으로서는 진실이다. 사람이 원래 그래야 하듯이, 자기기만과 자기착각에 빠지지 않고 살고자 한다면 전자나 후자를 완전히 모면할 수는 없다 582

o 자기인식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그러한 바탕에서 우리가 본능과 마주치게 되는 기층 또는 인간존재의 핵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583

o 정말 참다운 진실은 우리가 악의 상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악의 상상이 우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583 _ 피할 도리는 없다. 일단 받아들이자.

o 신화적 표상의 은밀한 성장운동 584

o 신화가 생동하지 않고 더 이상 발전하지 않으면 신화는 죽은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 한다 584

o "사람아, 네가 무엇을 하는지 안다면 복이 있을 것이요. 네가 그것을 모른다면 저주를 받고 범법자가 될 것이다." 585

o 통합원형인 영원한 아버지에게서 나오고 그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586

o 만다라는 원형상이며 그 존재는 수천년에 걸쳐 확인되었다. 그것은 ‘자기통합성’을 나타내거나 심적 토대의 통합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신화적으로 표현하면 육화된 신성의 출현이다. 뵈메의 만나라와 대비하여 현대인이 만다라는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다시말해 분열에 대한 보상이나 선취된 분열극복을 묘사하고 있다 589

o 분석치료가 ‘그림자’를 의식화하는 한 일종의 분열과 대극긴장을 조성하게 된다. 긴장을 느끼는 쪽에서 통합을 통하여 타협을 꾀한다. 이 타협의 중개는 상징을 통하여 이루어 진다. 대극 사이의 대립은 그럼에도 모든 것이 사람들이 그것을 심각하게 여기거나 그것으로 인해 심각한 사람으로 여겨질 때 참을 수 없는 한계에 이르게 된다. 논리학의 배중원리(형식논리학에서 두 개의 모순된 개념 사이에는 제삼자가 존재할 수 없다는 원리)가 입증되며, 사람들은 아무런 해답도 알지 못 한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잘 되면 해답은 본성에서 자발적으로 제시된다. 오직 이때에만 해결은 확실한 것이 된다. 해결은 사람들이 그렇게 일컫는 바와 같이 ‘은혜’로 여겨진다 589

o 우리의 정신은 세계구조로부터 조성된 것이다 590

o 대극이 ‘그 본성상’ 상징을 통하여 더 이상 각기 분리되어 다른 방향으로 나가거나 다투지 않고 서로 보완하여 인생을 의미있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자에게는 자연 및 창조신의 표상에 내포되어 있는 양가성이 아무런 어려움도 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594

o 성찰하는 의식의 기적 595

o 통찰이 생기지 않는다면 사색은 의미가 없다 596

o 마음의 통합성, 즉 의식과 무의식의 협력이 이루어지게 하는 근원인 그러한 관념을 가진다면 신화적 진술에 대한 욕구는 충족되는 셈이다 . 무의미는 생의 충만을 방해하고 그렇기 때문에 질병을 뜻한다. 의미는 많은 것을, 거의 모든 것을 참을 수 있도록 해 준다 597

o 어떤 학문도 신화를 대체하지 못하고 어떤 학문으로도 신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597

o 우리는 ‘착상’이 우리가 궁리해낸 결과가 아니라 그런 생각이 어떤 식으로든지 ‘다른 곳에서’ 우리에게로 스며들어왔다는 것을 안다 597

o 그 말씀은 우리에게 닥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견디느라 고생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심각한 불확실성에 내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598

o 신화는 델피의 신탁이나 꿈처럼 이중의미를 지니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 598

o 처음에는 모든 것이 그에게로 밀려들고 그에게 일어나며 그를 덮친다. 그러다가 힘들게 노력한 끝에 간신히 그는 자신을 위하여 비교적 자유로운 영역을 획득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데 성공한다 599 _ 구원의 메시지

원형, 그 역동적인 에너지

o 남들과 뒤섞이지 않도록 개인을 보호하는 데는 지키고자 하거나 지켜야하는 비밀을 소유하는 것 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다 600

o 공동의 비밀은 결속을 위한 시멘트 역할을 해준다 600

o 비밀결사는 개성화에 이르는 중간단계다. 사람들은 자신을 분화시키는 일을 아직은 집단적인 조직에 맡기고 있다. 다른 모든 것과 구별되어 자기 자신의 발로 서는 것이 개인의 고유한 과제임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601

o 충분한 이유로 자극을 받아 더 넓은 곳을 향해 자기 자신의 발로 걸어가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에게 제공된 온갖 껍데기, 형식, 울타리, 생활방식, 분위기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홀로 걸어갈 것이며 동반자는 자기 자신밖에 없다. 그 자신이 여러 가지 의견과 경향으로 이루어진 다양성 그 자체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경향들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에 회의를 느끼고 자신의 다양성을 공동행동으로 통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가 외부적으로는 중간단계의 사회체제로 보호받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아직 내적 다양성에 대해 자신을 보호할 수는 없다. 내적 다양성은 그를 자기 자신과 불화하게 하고 외부세계와 동일성에 서 옆길로 빠지게 만든다 602

o 개인 역시 외로운 오솔길에서 어떤 이유로도 누설해서는 안 되고 누설할 수도 없는 비밀을 필요로 한다. 이런 종류의 비밀은 그로 하여금 개인적인 계획 속에 고립되기를 강요한다. 참으로 많은 개인이 이러한 고립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들은 보통 개인적인 목표를 집단적 동화의 필요성 때문에 희생시키며, 그러기 위해 주변의 온갖 견해와 확신, 이상들을 부추긴다 603

o 오직 우리가 발설 할 수 없는 비밀만이 퇴보를 막아줄 것이다

많은 경우 이런 종류의 비밀을 가지고자 하는 욕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이 야기되기도 한다. 그 배후에는 대개 어떤 전횡이나 오만불손이 없다. 다만 개인에게 설명될 수 없는 잔인한 필연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무자비한 숙명성에 휩쓸리게 한다. 아마도 자신이 주인이라고 착각할 만한 가장 고유한 영역에서 생애 처음으로 보다 강하고 낯선 존재를 대면하게 될 것이다 603

o 동시에 두가지 다하려는 사람, 즉 개인적인 목표를 따르면서도 집단성에 보조를 맞추려는 자는 누구나 신경증적인 사람이 된다 604 ★ _ 네..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해보려구요. 우선 개인의 목표에 집중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호랑이 굴로 들어가 호랑이 일가족과 흠뻑 친해진 뒤 그들과 함께 웃으며 동굴을 나오겠습니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 굴 밖으로 끌어내 줄 튼튼한 동아줄을 허리에 묶고서 말이죠. 물론 다시는 못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분명히 다시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왜냐면..사실은 그 호랑이 가족들도 많이 외롭다는 걸 알거든요. 그들도 우아하게 동굴을 나갈 방법을 찾고 있다는 걸 믿거든요. 그들은 저를 알아볼 겁니다. 제가 그들을 결코 해치지 않으리라는 것을..제가 그들의 욕망을 동굴밖 문법으로 실현시키는 것을 정중히 돕기 위해 왔다는 것을 말이죠.. 그게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지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요.. ^^

o 자신의 다이몬의 충동에 따라 감히 중간단계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곳에 정말로 이르게 된다. 그곳에는 그를 인도할 확실한 길도 없고 그를 보호할 지붕이 있는 집도 없다. 또한 예측하지 못한 상황, 이를테면 대강 해치울 수 없는 의무의 충돌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경우 그 문제에 대처할 어떤 법칙도 없다. 대개 그와 같은 의무들의 충돌이 나타나지 않은 동안만 ‘사람이 없는 땅’으로의 여행이 계속되다가, 의무들의 충돌이 멀리서 낌새를 보이기만 해도 그 여행은 급히 끝나버린다. 그때 그가 도망친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그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나약함과 비겁함에서도 공로를 내세우려 한다면 나는 그를 칭찬할 수 없다. 나의 경멸이 그에게 해가 되지 않을 것이므로 나는 그에 대한 경멸을 조용히 표명할 수 있을 것이다 604 _ 융 할아버지!! 저는 절대로 경멸하실 수 없을걸요. 똑똑히 지켜보시라고요. 제가 얼마나 정정 당당하게 의무의 충돌을 처리하는지..저는 반드시 그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올 겁니다. 반드시요!!

o 외부세계의 법정이 내면세계로 옮겨지고, 잠긴 문 뒤에서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605

o 이제 그것은 잘 알려진, 사회적으로 정의된 자아일 뿐 아니라 무엇이 본래부터 가치있는가를 심리하는 기관이 된다 605

o 사람들이 이러한 에너지를 탈환하거나 소유하고자 시도하며 심지어 그것을 차지했다고 착각하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그 에너지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 역행적 투사로써 자아팽창이 초래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무의식적 정신의 존재를 인정하면, 투사 내용들은 의식에 선행하는 타고난 본능적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럼으로써 그것들의 객관성과 자율성이 유지되고 자아팽창을 피할 수 있다 608 _ 어렵당!! @@

o 무의식이 뭔가 어떤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의식적 정신의 발달사에 초기단계로 이루어져 있음이 틀림없다 609

o 신체가 수백만 년의 해부학적 前史를 가진 것처럼 정신세계도 그러하다 610

o 어린아이의 정신은 전의식상태에서 결코 백지가 아니다. 그들은 이미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개성적인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게다가 온갖 특수한 인간적 본능들을 갖추고 있고, 또한 보다 고급스러운 기능들의 선험적인 토대를 갖추고 있다 610 _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하는 것은 내가 먼저 익숙해진 문화규범정도가 아닐까?

o 그 토대가 기능을 멈추면 헛수고만 하게 되고 죽음을 가져온다 610

o 나에게 그 토대를 붙잡고자 하는 내적 동인이 결여되어 있다면 외부세계가 무슨 뜻이 있겠는가 610

o 어떤 의식적인 의지도 생의 충동을 오랫동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충동은 내부로부터 일종의 당위나 의지 또는 명령으로 다가온다 610 ★★★ _ 너무 알아요. 이런 제가 그 명령을 들었다면 그저 받아들이는 것 말고 다른 뭘 할 수 있겠습니까?

o 그 다이모니온이 우리를 사로잡은 곳을 원형이라는 개념으로 고쳐서 더 상세히 표현하려고 시도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스스로 생명의 원천으로 다가갈 뿐이다 611

o 우리는 한 분야에서 인식한 것을 다른 분야로 옮겨와서 실제로 응용해볼 때 소위 발견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611

o 원형 형성 현상이라는 그 빼어난 정신적 사건을 일종의 ‘사이코이드(정신과 유사한 상태)’의 바탕에 기인한다는 공식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615

o 우리는 장막 뒤에서 우리에게 작용하고 영향을 미치나 파악되지는 않은 절대적 객체가 존재한다고 가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615

o 원형은 단순히 비활동적인 형태가 아니라 특수한 에너지를 갖추고 있으므로 그와 같은 진술의 동인으로 간주될 수 있고 그 진술의 주체로도 이해될 수 있다. 개인적인 인간이 그 진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형이 그 개인 안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진술이 저지되거나 무시되면, 의사로서의 경험이나 마음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이 보여주듯 정신적 결핍현상이 생긴다. 개인의 경우 그것은 노이로제 증상으로 나타나고, 노이로제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 관련되었을 때는 집단적인 망상형성이 발생한다 617

o 세계상 : 집단표상, 자아와 그의 의지가 큰 역할을 하지만 자아가 하고자 하는 것은 대개 자기도 모르는 방식으로, 원형적 과정의 자율성과 누미노제에 의해 몹시 방해를 받게 된다. 원형적 과정을 실제적으로 고려하면 종교의 본질을 찾아낼 수 있다. 종교가 심리학적인 관찰방식을 감당하는 한에서 말이다 617

그런데 사랑이 없으면

o 에로스의 영역에서는 합리적인 이해와 표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618

o 손으로 입을 가릴 뿐입니다 619

o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견딘다 619

o 사랑은 그의 빛이며 그의 어둠이며 그 끝을 예측할 수 없다. 그가 “천사의 혀로 말할지라도” 또는 과학적인 정밀성으로 세포의 생명을 가장 깊은 바탕까지 주의깊게 관찰한다고 하더라도 “사랑은 결코 그치지 않는다”. 그는 사랑에다 온갖 이름을 마음대로 갖다 붙일 수 있겠지만 그는 단지 끝없는 자기기만에 빠질 뿐이다. 그가 한줌의 지혜라도 가지고 있다면 그는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며 未知를 미지라고, 즉 신의 이름으로 명명할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열등함, 불완전성, 그리고 의존성을 시인하는 것이며 동시에 진실과 오류사이에서 선택의 자유를 증언하는 것이다 620 _ 오~멋진 표현. 천사의 혀로 말할지라도..

회고

비밀로 가득 찬 세계

o 어떤 사람이 강에서 한 번 모잘 물을 가득 퍼냈다고 하자. 그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그 강물이 아니다. 나는 거기 서서 자연이 해낼 수 있는 것을 보고 경탄할 뿐이다 623

o “오늘날에는 그럴 정도로 허리를 굽힐 줄 아는 사람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강물을 길으려면 허리를 얼마만큼은 굽혀야 하는 법이다 624

o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나의 차이점은, ‘칸막이벽’들이 투명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고유한 특성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벽들이 너무 두꺼워서 그 뒤를 보지 못하므로 거기에는 전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느정도 그 배후의 과정을 인지하는 편이어서 내적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624

o 나로 하여금 삶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아마도 무의식 그 자체일 것이다 624

o 소년이었을 때 나는 외로움을 느꼈는데 지금도 그러하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것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대부분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624 ★

o 고독이란 주변에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을 전할 수 없거나 자기는 가치있다고 여기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황당무계한 것으로 간주될 때 생기는 법이다 624 ★★★★★

o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게 되면 그는 고독해진다. 하지만 고독은 반드시 공동체에 대립하는 것만은 아니다. 고독한 사람보다 공동체에 대해 더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모든 개체가 자신의 개성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과 동일시되지 않는 곳에서만 만개하게 된다 625

o 우리가 비밀을 가지고 알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예감을 지니는 것은 중요하다 625

o 사람은 자신이 어떤 면에서는 비밀로 가득 찬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감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세계 안에서는 마음속으로 예상되는 일뿐만 아니라 그 외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경험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예기치 못한 일들과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일들이 바로 이 세계에 속하는 것들이다. 오직 그럴 때에만 삶은 온전해지는 것이다 625

o 나는 많은 사람에게 심한 타격을 가했다. 그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알아차리기가 무섭게 그 상황은 나에게 끝장이 되고 말았다. 나는 계속 나아가야 했다. 나는 나의 환자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에 대해 참을성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내적인 법칙을 따라야 했다. 나에게 부과된 그 법칙은 내게 선택의 자유를 주지 않았다. 물론 내가 그 법칙을 항상 따른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어떻게 항상 일관성있게만 살아갈 수 있겠는가? 626

o 나는 비록 사람들이 나에게 말할 것이 더 이상 없다 할지라도 그들이 여전히 거기 있다는 사실을 배우느라 애를 먹었다 626 _ 알 것 같아요. 주의하겠습니다. 애써 당신의 삶을 표현한 보람이 있도록 같은 실수의 농도를 낮춰보겠습니다. 그게 당신의 수고에 대한 유일한 보답일테니까요.

o 나는 많은 사람에 대해 강렬한 관심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들을 간파하고 나서는 즉시 마력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많은 적을 만들었다 626 ★

o “창피스럽게도 어떤 힘이 우리 심장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너를 정말 사랑한다. 하지만 나는 머물러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픈 순간이다. 나 자신이 희생제물이므로 머물러 있을 수 없다 627

o 나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보다도 더 많이 필요로 하고 동시에 훨씬 덜 필요로 한다고 말이다 627 ★★★ _ 음..

모든 사람이 명석한데 나만 흐리멍덩하구나

o 되어야 하는 대로 그렇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생긴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628

o 내가 그런 어리석음을 갖지 않았더라면 나의 목표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629 _ 나도 죽으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o 나이가 들수록 나는 그만큼 더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인식하지 못히게 되며 알지 못하게 된다 629

o 나는 나 자신에 관해 놀라고 실망하고 기뻐한다. 나는 슬퍼하고 낙심하고 열광한다. 또한 나는 그 모든 것이기도 하다 629

o 인생은 의미가 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630

o 내가 나 자신에 관해 불확실해질수록 온갖 사물과의 친화성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 그렇다. 마치 나를 그토록 오랫동안 세계와 갈라놓았던 저 생소함이 나의 내면세계로 옮겨와서 나 자신에 대한 예기치 않은 낯설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여겨진다. 630

편집자의 말

o 이 일을 하루라도 중단하면 그와 동시에 불쾌한 신체증상이 따라온다. 그러나 내가 그 자업을 하면 금방 그 증상은 사라지고 머리가 아주 맑아진다 633

o 마음을 가장 진정한 현실로 여겼던 한 인간의 체험 635

o 내 인생에서 모든 외적인 것은 우연이고, 오직 내적인 것만이 실체성이 있으며 결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숙명적이네 636

o ‘외적인’ 경험들은 한번도 실재가 된 적이 없거나, 아니며 단지 나의 내적 발달단계와 일치할 때만 실재가 되었을 것일세 637

o 그것은 나의 가장 깊은 내적인 삶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삶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638

o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치료에 있어서 종교적인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639

o 중세였다면 사람들이 나를 화형시켰을 것이다 640 _ 융의 사회적 고립감이 단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듯..

o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만이 융의 주관적인 진술이 자기에게도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게 된다 641

o 사람들의 적의가 아직도 생생했고 세계의 몰이해와 오해가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 642

o 나는 몰이해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 자가 빠져드는 그러한 고독을 겪을 만큼 겪었습니다 642

o 내 생애의 가치가 어떤가 스스로 질문해 본다면, 몇 세기의 사상을 놓고 나 자신을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사고방식으로 평가한다면 내 생애는 아무 의미도 없을 것입니다 643

카를 구스타프 융 분석심리학 개념 및 용어

o 페르소나 : 집단정신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타협적인 모습. 페르소나는 제거되거나 동화될 대상이 아니라 다만 자아와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페르소나에의 동일시와 페르소나의 무의식화 사이에서 자아가 페르소나를 통해 외부세계와 균형잡힌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649

o 그림자 혹은 그늘 :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울분,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욕설, 저주의 말, 거친 행동,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인색․편협․비겁․경박 등의 태도들에서 그림자의 요소를 발견하고 스스로 놀라게 된다. 자기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싫은 부분이다. 의식적으로 밝고 선한 것을 내세우는 사람들일수록 그 내면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기 쉽다. 자기에게 그늘이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자기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그늘도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 650

o 원형 : 보편적 인간성의 원초적 조건들 651

o 자기실현 : 자기 전체의 인격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인간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필연적 요구로, 자기가 보내는 메시지를 자아가 파악하여 현실세계에서 능동적으로 실천해나가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자아는 자기의 메시지를 믿기에 적합한 상태에 있지 않으므로 자기는 비상한 수단을 통해 자아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 비상수단이 바로 상징이다 651

o 렐리기오 : 자기가 상징을 통해 보내는 메시지에 자아가 깊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를 가리키는 용어다. 삶에 에너지를 주는 원천, 즉 삶의 기반에 주목함으로써 자신의 뿌리를 만나고자 하는 태도다. 자기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렐리기오의 상태를 견지해야 한다 652

o 자기실현의 과정 : 페르소나(집단정신)에서 자아를 분리하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다음 무의식의 의식화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그림자(그늘)를 인식하고, 아니마․아니무스를 의식화하며 자기의 메시지를 렐리기오의 태도를 통해 듣고 자기 전체로서의 삶을 구현해나가야 한다. 이럴 때 진정한 개성화가 이루어진다. 그 과정은 한할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은 것과 같은 깨어짐과 아픔이 따른다 656

3. 내가 저자라면

새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이런 구절을 내가 왜 그냥 지나쳤지? 한줄 한줄 너무나 절절히 가슴으로 무찔러 들어오는 바람에 오히려 참으로 난감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 책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 인생의 결말은 융보다는 니진스키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프긴 한데 뭐가 문제인도 모르는 채로 생을 마치고, 니체나 니진스키 같은 이해받지 못한 천재들이 무의식의 바다에 취해 너무 멀리 가버린 나머지 결국 의식의 땅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면 융은 무의식의 대양을 발견하고 그 바다의 에너지를 의식의 땅에 끌어다 쓰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데 성공한 사람이었다. 융이 니체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의식의 언어를 의식의 언어로 번역해내려는 의지와 능력이었던 것이다.

아직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을지. 하지만 융의 어깨위에서라면 영 헛된 시도는 아닐 것 같은 예감이다. 융이 괴테에게서 느꼈던 정신적 유대를 내가 융에게서 느낀다면 이것이 융이 주의를 주었던 ‘자기팽창’인 것일까?

책은 ‘환상들’을 넘어서며 그야말로 환상의 세계로 이어진다.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직 확 와 닿지 않는 무언가로 꽉차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음 만남이 더 기대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펼쳐질 내적 탐험을 충실히 진행하다 보면 그 환상이 나의 가슴에 생생하게 시뮬레이션 될 그 날을 맞게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있다.

이런 감동의 순간에도 책장을 덮은 순간 주요 저작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를 포함한 연대기 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 지난 번 저자라면

융은 너무나 견고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역사를 서술해나가고 있다. 그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 처럼 그 생애의 특이성을 이루는 내적 사건을 중심으로 자서전을 구성한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이해하는데 객관적인 시간의 흐름은 별 의미가 없다는 그의 생각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이해하고 존경한다. 그래도 굳이 뭔가 지적해야한다면 시계열적인 명료함이 떨어진다는 것을 들어야 할 듯하다. 이 자서전만을 갖고는 그의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하지가 않다. 궁색한 투정인 건 알겠는데..그래도 뒤에 부록으로 연대기라도 하나 붙어있었으면 고마울 것 같다. 그 연대기에 그의 저작들에 대한 소개가 더해진다면 더 감동할테다.

저자소개에도 충분히 썼지만 그의 자서전은 내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주었다. 만일 그의 감정상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면 지난 35년간 이렇게까지 나와 비슷하게 묘사된 서술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뿐이다. 1인칭으로 고백하기는 참 어려웠을 치부를 정성스럽게 기술해낸 그의 '희생'적인 배려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생활인으로서도 무난한 삶을 지켜온 그에게 듣는 고백이라 그 감동이 더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여기에 더해 '내면으로의 탐색'이라는 삶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도 이 책에서 얻은 고마운 수확이다. 게다가 그 방향성이라는 것이 의지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생의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기왕이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그의 충고도 정확한 타이밍에 온 구원의 메세지였다.

마지막으로 옮긴이에게 보내는 감사다. 한글판 자서전의 문학적 완성도를 높인 공로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책뒤에 붙어있는 용어소개도 참 좋았다. 그 유려한 번역과 명쾌한 용어정리가 없었다면 그를 처음 접하는 내가 이렇게도 흠뻑 그의 삶에 취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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